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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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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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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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 효시(嚆矢)_2화_하늘층 회의(1)

DUMMY

개방적이어도 너무 개방적이다.

진월대의 하늘층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그렇게 표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진월대 꼭대기에 위치한 그 층은 온 사방이 모두 뚫려 있었고, 중앙에 거대한 화로와 그 중심으로 원형으로 수십 개의 의자만 놓여있을 뿐 별다른 시설 또한 없었다.

그래서 상공에 있다는 점을 제외 한다면 얼핏 작은 광장의 집합소 같은 느낌이었지만, 이곳이 바로 월연방국의 고위 사제들이 국정을 이끌어가는 장소였다.


샤즐 노리탄은 수십 명의 고위사제들이 앉아 있음에도 화로에서 화염이 일렁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침묵이 이어지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벌어진 사태가 심각한 것은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입도 벙긋 못한다는 것은 그 만큼 대책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 다시 한번 정리해보도록 하지요.”


마침내 마법통제부 장관 페릴로 사제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지만, 결코 생산적인 말이 나올 것 같지 않은 샤즐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월연방국에서, 아니 수도인 월영시에서 일어날 수가 있었단 말입니까? 월연방국 최고 군단장이라는 자가 마법 가용자였다니요.. 그 진위부터 다시 한번..”


“몇번이나 말하오, 페릴 사제. 바르나프 가의 거래내역을 조사하다 수상한 거래를 포착했고, 실사 도중 도시 연합측으로 나가는 운송품 중에 마법 억제제가 섞여 있는 것을 발견했소.

물론 운반자는 그것이 무엇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몰랐다고 잡아뗐지만, 조사 끝에 주기적으로 어떤 초소에 갔다 놓았다고 하더군. 그리고 그 시점에 항상 벨로나가 8소초에 머물렀다는 점과 벨로나와 바르나프가 과거 사제 지간이었다는 관계를 주목하곤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지.”


샤즐 노리탄 스스로도 말하면서도 조금은 억측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도 그럴것이 오랜 조사 끝에 나온 결과가 아니라 소 뒷걸음치다 쥐를 잡은 격으로 하루 만에 모든 사건들이 발생했고, 조사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확정적인 물증이 없었기에 제자인 페니탈이 동 건에 대해 최초로 보고 했을 때, 자신도 귓등으로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저 조사 해볼만한 사건이 이토록 급작스러운 전개를 맞게 된 것은 다름 아닌 트리스트 사제의 행보 때문이었다.


그 날 새벽, 외각 성벽에서 인형과 전투가 벌어질 때, 전투 사제로부터 트리스트로 추정되는 마력이 외각 성벽을 넘어 전투지까지 이동했다는 보고가 올라왔고, 동시에 압수한 바르나프의 물품 중 마법 억제제 재료가 나왔다는 것에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을 보았던 것이었다.


이미 트리스트와 바르나프 간에 관계 그리고 바르나프와 벨로나간의 관계를 파악하고 있었고, 여기서 추가로 트리스트와 벨로나가 만났다는 추측만으로도 샤즐의 불안감은 커질 수 밖에 없었고, 여기에 페니탈이 불을 붙였다.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상승 행군으로 현재 흑표군단 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부단장은 트리스트 사제의 요청에 따라 카릿치오스에 있으니, 유일한 명령권자는 단장인 벨로나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런 벨로나에게 마법 억제제라니요!

아직 물증은 없습니다만, 정황상 마법 가용과 관련해서 벨로나 혹은 바르나프가 트리스트에게 책을 잡힌게 분명합니다.’


괜히 트리스트의 직책이 정보부 국장이 아니라 생각한 샤즐은 그 즉시 병부사의 권한으로 야별사를 파견하여 바르나프와 벨로나를 체포했다. 마법 가용자가 아니라면 두 사람에게 공식 사과를 하면 될 것이었고, 맞다면 트리스트가 무엇을 꾸미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1차 마법감지 결과, 벨로나는 마법 가용자로 판명 되었고, 그 즉시 개최된 긴급 고위사제 회의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바르나프가 마법 억제제 재료 인줄 모른채 반입 했다고 구술하고 있어도, 버젓이 구입 목록이 있는데도 유추하지 못했다는 것은 통관부의 관리 소홀로 비춰볼 수 있나 생각되오만.”


“관리 소홀이라니요. 애초에 마법 가용자를 가려 내기 위해 존재하는 부서가 마법통제부 아닙니까?”


“어허. 잘잘못은 이 일을 마무리 지은 다음 합시다. 우선 벨로나 단장을 심문해서 정확한 사유를 파악하고, 무엇보다 현재 공석이 되어버린 월영군 최고 단장이라는 직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하지 않겠소?”


통관부와 마법통제부간의 논쟁이 일어나려하자 의장인 행정부의 베른 사제가 두 사람을 말렸다. 하지만 한번 불붙은 책임론은 각 부서간 감정 싸움으로 번져가는 양상이었고, 샤즐은 결국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인가 한탄을 할 때였다.

샤즐로서는 결코 나서지 말았으면하는 트리스트가 저편에서 일어섰고, 자연스레 의미 없는 논쟁의 목소리는 점차 사그라 들었다.


“마법 가용자들을 수용하는 작금의 방안을 생각한다면 이 일은 우리 사회가 언젠가 마주했어야 할 사건이라 생각 되오만. 어쩌면 이번이 좋은 기회 일 수도 있겠지. 변화하는 세상의 힘을 우리가 어떻게 막을지, 어떤 방법이 정녕 옳은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될테니까.”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언젠가 일어났을 일이다. 그러니 함께 머리를 맞대어 보자는 트리스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샤즐 노리탄은 가식적으로 느껴져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변화하는 세상의 힘을 막을 방법의 옳고 그름이라? 그 말은 마법 가용자를 달의 여신 품속에 품는 지금의 방법이 잘못 된게 아니냐 반문하는거 같은데?”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과연 지금 이 방법이 효율적인 방법인지 정도는 검토해 볼 수 있겠지.”


“우리는 제한 없는 마법 사용이 벌어진 참극을 똑똑히 목격했소이다. 벨리안느 이얀이라는 마법사가 가져왔던 재앙을 한번이라도 방지할 수 있다면, 효율을 따질 가치도 없지.”


“...그렇다면 이번 건에 대해서 우리가 선택할 방법은 하나뿐이니 어서 결론을 내도록 하지요.”


“하나뿐이라니.. 트리스트 사제?”


샤즐과 트리스트의 설전을 잠자코 지켜보던 행정부 장관 베른 사제가 물었다.


“벨로나를 처형 하도록 하지. 여신의 종복이 되길 거부하고 제정론을 기만한 벨로나 세라트너 단장에게 현재 우리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것뿐이니까.”


곧바로 회의장은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모두가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법한 방안이었지만 그것이 공론화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늘 층이 소란스러워질 동안 샤즐 노리탄은 트리스트를 노려보면서 오래전, 트리스트의 고위 사제 임명식 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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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4장 - 개벽(開闢)_1화_ 선고 (1) 20.06.05 68 4 10쪽
34 3장 - 효시(嚆矢)_5화_전조_(2) +2 20.06.04 69 4 12쪽
33 3장 - 효시(嚆矢)_5화_전조_(1) 20.06.03 65 3 12쪽
32 3장 - 효시(嚆矢)_4화_구금소 (2) 20.06.02 60 3 7쪽
31 3장 - 효시(嚆矢)_4화_구금소 (1) 20.06.02 64 3 9쪽
30 3장 - 효시(嚆矢)_3화_만인의 적이 지나가는 길(3.끝) +2 20.06.01 62 3 9쪽
29 3장 - 효시(嚆矢)_3화_만인의 적이 지나가는 길(2) 20.06.01 63 3 11쪽
28 3장 - 효시(嚆矢)_3화_만인의 적이 지나가는 길(1) +2 20.05.31 67 4 8쪽
27 3장 - 효시(嚆矢)_2화_하늘층 회의(2) +1 20.05.29 73 4 12쪽
» 3장 - 효시(嚆矢)_2화_하늘층 회의(1) 20.05.29 75 4 7쪽
25 3장 - 효시(嚆矢)_1화_무언 마법사의 조우 20.05.28 79 4 10쪽
24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끝) 20.05.28 83 3 11쪽
23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4) +1 20.05.25 89 5 10쪽
22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3) 20.05.25 88 4 9쪽
21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2) +2 20.05.22 91 6 7쪽
20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1) 20.05.22 99 5 8쪽
19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7화_ 별빛과 망루(2) 20.05.21 111 5 10쪽
18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7화_ 별빛과 망루(1) +1 20.05.21 106 7 7쪽
17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6화_ 거점 투입 20.05.19 116 5 11쪽
16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5화_담소 (談笑) +1 20.05.18 133 6 10쪽
15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4화_월몰 기도식 20.05.18 123 6 9쪽
14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3화_스승과 제자(2) 20.05.16 133 5 10쪽
13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3화_스승과 제자 20.05.15 178 8 9쪽
12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2화_흠결 20.05.15 178 6 7쪽
11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1화_만인의 죄인 20.05.14 283 7 12쪽
10 1장 - 악몽(9) 20.05.14 249 6 12쪽
9 1장 - 악몽(8) 20.05.13 261 6 11쪽
8 1장 - 악몽(7) 20.05.13 291 7 8쪽
7 1장 - 악몽(6) 20.05.12 301 7 7쪽
6 1장 - 악몽(5) +2 20.05.12 403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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