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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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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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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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유서는 반송처가 필요하다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그는 마지막을 준비 중이다. 나름대로 알아본 결과 그는 자신이 2년가량의 형량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다. 사체의 신분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은 점이 가중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계산이었다. 정확한 계산은 아니다.


[제가 작가인데요. 상황 상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형법상 이것이 어떤 죄인이 알고 싶어서요.]


지식을 나누는 공간에 질문을 올리고 그는 괜한 짓을 했다고 자책했다. 그러나 어느새 그 질문에 답해주는 이들이 생겼다. 대체로 그가 아는 내용이었고, 무료 법률 상담을 받아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직접 대화하고 싶다는 의심 가는 댓글도 있었다. 댓글 중 구체적인 장면묘사를 하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범죄사실이 밝혀질까 싶어 급히 글을 삭제하려 했다. 허나 그런 행위가 더 큰 의심을 불러 온다 여겨 댓글을 달았다.


[작가가 아니라 작가 지망생인데, 제가 짧은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말도 안 되는 설정을 한 것 같아서 그 내용은 빼려고요. 답변 감해샀어요.]


오타가 있었지만 그는 그것이 더 자연스럽다 여겨 그냥 두었다. 지식을 나누는 공간에서는 특별히 얻은 것이 없었다. 그는 실제 판례들을 찾아보고 그곳에서 답을 찾기로 했다.


그가 떠나 있을 때 사람이 무단침입 했다는 점. 그리고 개가 놀라 물었다는 점. 이런 정상참작 될 부분들이 있지만 그는 집돌이와 시신의 연관성을 밝히지 않을 생각이다. 집을 떠날 때 집돌이는 마루에 가둬두었다, 그래서 시신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진술할 생각이다. 혹시라도 집돌이를 안락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까 싶어서다.


*


집안 청소를 하고 노트북에 저장된 열람기록들이나 호기심에 찾아본 은밀한 사이트에 대한 즐겨찾기들을 먼저 삭제한 그는 한참을 바라보다 포맷을 시작했다. 정보기술이 발달한 요즘 혹시라도 복원해 자신이 찾아본 은밀한 사이트들에 대해 밝혀질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노트북을 불태울 생각도 했지만, 괜히 증거인멸로 몰려 가중처벌 당할까 그러지는 않았다.


그는 가진 것이 많지 않다. 옷도 색만 다른 트레이닝복이 여러 벌 있을 뿐이고, 장례식장에서 대여해 쓰다 흠집이 나 구매했던 양복이 한 벌 있다. 그 외엔 속옷과 양말들이다. 그는 먼저 구멍 난 양말과 속옷부터 정리했다. 쓰레기봉투에 담으며 그는 아깝다 생각했지만 만약 이런 점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보단 낫다 싶어 참아냈다.


‘비참하게 살았다고 알려지기는 싫다.’


검소하다고 알려질 수도 있지만, 악의를 담아 볼 것이기에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가 예상한 미래도에는 늘 모여든 기자들과 화려한 플래시 세례가 나온다. 그가 생각해도 이슈가 될 만한 일이었으니까. 겁이 나 사체를 유기한 것은 어느 정도 이해될 일이다. 그런 사건들이 몇 번 세상에 밝혀졌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행동들이 문제다. 사체를 펴고 옮기고, 씻겼다. 딴에는 위한다고 한 행동이지만 이는 범죄흔적을 지우려는 증거인멸로 볼 수도 있다. 소금도 뿌리고 석회도 뿌렸다. 의심받을 짓을 가득해버렸다. 그런 생각을 하자 어쩌면 평생 감옥에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어쩌면 살인죄까지 적용될지 모른다고.


‘그 고양이도...’


그는 사람들의 생각이 어디까지 치우치는지 이미 경험해 알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실습생으로 사회생활을 하던 때의 일이다. 공장에서 잡일을 하던 그는 사장의 부름에 사무실을 찾아갔다.


-고양이가 있는데 치워라.


어떤 사정인지 사장은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다. 공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가 들개에게 물려 죽어 방치된 채 썩어가고 있었다. 누구라도 치울 수 있는 일이지만, 그에게 시킨 이유는 공장의 직원 다수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또 파먹었는지 고양이의 형체는 보기 흉했다. 혐오감을 주는 일이라 그에게 시킨 것이다. 그는 맡은 일이라 생각해 헛구역질을 참으며 열심히 치워나갔다. 주변에 흩어진 잔해도 긁어모았다.


그렇게 모두가 꺼려하는 일을 그는 묵묵히 해냈다. 그 결과 그에 대한 칭찬은 전무했다. 오히려 안 좋은 시선이 더해졌다. 그 전까지 동생 같다며 간식도 챙겨주던 직원들이 그를 피하기까지 했다. 며칠 후 그는 사람들이 피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에 대한 소문이 과하게 부풀려져 퍼진 상태였다. 본래 폭력적이라거나, 사건을 일으켜서 피나 시체에 담담하다는 등의 괴 소문이었다.


-너 그런 놈이었냐?


그는 그 소문을 사장에게 직접 들었다. ‘고양이 사체를 치우라고 시킨 것은 당신이잖아.’ 하고 말하고 싶었던 그였다. 결국 그 공장에 취업하지 못했고 다른 곳에도 가지 못했기에 그는 군에 입대하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사람들은 꺼려하는 것과 가까이 하는 이들을 경멸하고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시신을 가까이 대하는 이들에게도 그런 시선을 보낸다. 그는 그것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누구보다 사람의 죽은 모습을 자주 대하는 이들 중에 의사가 있다. 그들에게는 왜 존경과 동경의 시선만 보낼까. 같은 의사인데 장의사에게 보내는 시선과 사뭇 다르다.


‘고양이도 그랬는데... 사람이라면.’


고양이 시체를 치웠을 뿐인데 폭력적이라니, 시체를 무덤덤하게 보는 정신이상자란 소문이 났었다. 사람이었던 존재라면 어떻게 볼지 그는 예상할 수 있었다. 만약 집요한 기자가 있다면 과거 고양이를 치웠던 일화까지 꺼내며 본래 그런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씌울 수 있다 그는 확신했다.


그렇기에 흠이 될 것들을 지우는 것이다. 본능적인 욕구를 내리 누르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들이 뉴스에서는 과장되어 확대 해석된다. 그는 변태살인마라 불리는 것은 싫었다.


가진 것이 없기에 흔적도, 흠도 많지 않다. 그는 상식적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의 흔적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하루도 걸리지 않아 그는 흠될 것을 깔끔히 정리할 수 있었다. 그 후엔 창고정리와 집안 청소를 시작했다. 집에 그가 들어와 산지 오래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런 사정을 모른다.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를 오해할만한 것이 있다면 치울 생각이었다.


뒤쪽 오래된 창고에선 각종 연장이 나왔다. 사슬과 고기를 꿰어 거는 용도인 듯한 쇠붙이도 나왔다.


“....연쇄살인마로 몰리겠네.”


과한 생각이지만 그런 생각까지 닿는 이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는 쇠붙이들도 쓰레기봉지에 담았다. 못 쓰는 연장들 중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특이한 것들, 예를 들면 낫이나 호미, 녹슨 톱, 폭이 넓은 칼 등도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칼은 왜 있는 거야?”


작두의 한쪽 날이었지만 틀에서 분리되어 있어 그에겐 살인마가 쓰는 무기로만 보였다.


퍽.


이것저것 날붙이들을 봉투에 넣은 결과 당연하게도 찢어졌다.


“....분리수거를 해야겠어.”


그는 연장의 쇠붙이를 떼어내 따로 모았다. 형태가 뚜렷한 것은 망치로 두드려 접었다. 분리수거함이 있는 골목 앞 도로로 가 그곳의 철물 함에 넣으며 주변을 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반응이다. 마음 졸이며 철물들을 처리하고 온 그는 창고 구석에 놓인 종이상자를 열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젠장... 또 고양이냐.”


죽은 고양이의 사체가 상자에 담겨 있었다.


[사체유기를 했다고 주장하는 A씨의 집에서 발견된 고양이 시신입니다. 이렇게 고양이로 연습을 하다 사람의 시신으로..... 그는 과거에도 고양이 시체를.....]


과한 생각이라며 고개를 흔들고 그는 다시 고양이 사체를 바라보았다.


“그 놈들 중 하나는 아닌 것 같네.”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 장님 고양이들 중 한 마리는 아닌 것 같았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뼈와 가죽이 달라붙어 있었다. 고양이 사체를 담은 종이상자도 낡아 있었다. 들어 올리자 사체만 남고 빠져버린다.


“추워서 들어갔다가 그대로 죽은 건가... 그놈 참... 내가 있는 동안은 아니겠지? 굶어 죽은 건가... 음식쓰레기가 많아서 그건 아닐 텐데...”


삽을 찾아와 고양이 사체를 들고 마당으로 나온 그는 마당에 심어있는 간이욕조를 보았다. 욕조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집돌이를 위한 물통으로 쓸 생각으로 둔 것이다. 그 옆을 파내고 고양이를 묻으려던 그는 생각을 바꿨다. 고양이 사체에서 나온 병원균이 비가 많이 오는 날 흘러 넘쳐 욕조에 들어가 그걸 집돌이가 마시고 죽는 상상이 들어서다. 결국 그는 동물사체 치우는 방법을 검색했고, 쓰레기봉투에 넣으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윤리적이라 생각하면서도 잘 모르는 생물이라 실행할 수는 있었다.


처음에는 봉투에 넣고 위를 묶었다. 사체의 형태가 뚜렷이 보이기에 그는 봉투를 열고 신문지로 고양이를 감쌌다. 그걸로 부족했던지 그는 집으로 들어가 낡은 담요로 고양이를 감쌌다.


“추워서 죽은 것 같으니까... 따뜻하겠지.”


문득 쓰레기 수거용 트럭이 어떤 방식으로 쓰레기봉투를 압축하는지 상상한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허나 그 외의 방법은 찾을 수 없었고, 그럴 의지도 생기지 않았다. 야산에 묻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


창고를 깨끗하게 치우고 그곳에 최근에 사서 구비했던 삽과 새로 산 톱, 연장들을 챙겨 넣었다.


“...허!”


잘 정돈된 연장들을 보고 그가 떠올린 것은 결벽증 있는 사이코패스의 도구함이었다. 그는 일부러 연장들을 바닥에 두었다. 한곳에 모으면 또 오해를 받게 될까 봐 이리저리 던지듯 두었다. 정신분열증을 가진 사람의 정돈 안 된 창고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는 더 손대지 않기로 했다. 어떻게 바꿔도 이유를 가져다 붙이면 그럴듯해 보이는 것이 세상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락정리는 하지 않았다. 그곳에 어떤 것이 있던지 그를 나쁘게 보려는 사람은 나쁜 용도로 사용했다 여길 것이니까. 그래도 혹시 몰라 정신이상자가 쓸만한 무언가가 있는지 살폈다. 이미 익숙해져서 일까. 그런 그의 눈에 손을 쭉 뻗은 시신을 비닐로 감싸고 넓은 아이들용 풀장에 얼음을 채운 채 둔 모습은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


집 정돈을 마친 후 그는 집돌이에게 집중했다. 새벽까지 돌아다니며 돈을 벌었기에 여유는 있었다. 유통기한이 없었다면 사료를 가진 돈을 다해 샀을 것이다. 사료 여섯포대를 사두고 나머지는 이씨에게 돈으로 줄 생각이다. 3~4년간의 사료값을 주고 갈 생각인데, 여기엔 개의 수명이 짧다, 집돌이가 나이가 많아 곧 죽을 것이라는 계산이 담겨 있었다. 집돌이가 2살이 안된 사실을 그는 잊고 있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그는 유서도 준비했다.


[저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이것은 옳지 않다. 나는 분명 잘못을 했다. 기다리고 있을 가족의 품에 죽은 이를 보냈어야 했다. 그 잘못 만으로 충분히 벌 받아 마땅하다. 그는 참회하며 쓰던 종이를 찢어냈다. 한참 망설이다 그는 다시 글을 적어 나갔다.


[이 유서는 법적인 효력이 분명 있어야 합니다. 본인이 작성한 것임을 제가 증명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제가 상속받은 집을 이름도 호적정리를 하며 알게 되었고, 이미 다른 아버지에게 입적한 아이들이지만 저와 같은 아버지를 둔 제 형제와 여동생에게 공평하게 분배하길 원합니다. 새어머니에겐 아무런 권한이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유는....]


이씨의 말에 의하면 그의 아버지 기성이 만난 여인은 씀씀이가 헤펐다고 한다. 기성은 술도 끊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늘 쪼들린 생활을 했다고 한다. 소비욕이 강한 부인과의 사이에서 난 아이 셋 중 둘은 기성의 아이가 아니라는 소문도 파다했다고 한다. 한국말이 서툴고 외국인들과 자주 어울리는 모습이 포착되었고, 늘 많은 소문을 몰고 다니는 여인이었다. 기성이 일하다 다쳐 일당의 1/3수준의 생활비를 받고 집에 머물게 되자, 여인의 목소리가 자주 담장을 넘어왔다고 한다. 그리던 어느 날 아이들과 함께 여인은 사라졌다.


-애 둘은 어딘지 달랐어. 몽골이라던가? 중국이라던가. 외국사람 느낌이 났지. 피부색도 조금 다르고, 아우가 자네처럼 피부가 하얗지. 첫째 남자애는 많이 닮았지만 나중에 난 둘은 영.... 아우는 아니라지만, 누가 봐도 아니었지.


이씨는 여인이 아이들의 진짜 아비를 찾아갔다고 단언했다. 호적정리를 하며 알게 된 아이들의 새로운 아버지의 이름은 한국인의 것이었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새어머니에게 재산이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기에 그는 유서에 그 부분을 확실하게 적었다.


“이 정도면 됐겠지.”


다시 한 번 유서를 살펴보고 그는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멍해졌다.


“이걸... 누구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두고 간다는 선택이 있다. 자수를 하면 경찰이 조사와 시신을 가져가기 위해 집을 수색할 것이다. 그때 유서가 발견된다면....


‘더 의심하겠지. 크음...’


죄에 합당한 벌은 받을 생각이다. 그 이상의 벌을 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애초에 왜 담을 넘어 온 거야! 도대체 왜...”


미워하지 않으려 했고, 미안함이 컸지만 돌이켜 생각할수록 그는 죽은 이를 원망하게 되었다.


“유서는... 아!”


순간 그는 지연엽서를 떠올렸다. 몇 개월 혹은 일 년 뒤, 같은 날 배송되는 특별한 우편 서비스다. 직업 특성상 라디오를 자주 듣게 되는 그가 언젠가 사연을 통해 듣게 된 것을 떠올린 것이다.


“느린 우체통이구나.”


제대로 된 이름을 찾아내고 다시 검색하자 우체통의 위치정보가 나타났다.


“가까운 곳은...없군.”


차를 타고 가야하는 곳에 우체통들이 놓여 있다. 자가용이 없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고민하던 중 그는 그가 자주 지나가는 곳에 위치한 우체통에 주목했다.


“여기라면 손님을 받을 수도 있고... 괜찮군.”


일주일에 여섯 번, 많을 때는 하루에 네 번도 지나가는 곳이었다. 일을 나가면 한번은 지나갈 것이라 예상했기에 그는 유서를 품에 넣었다. 그리고 급히 꺼냈다.


“...어디로 보내야 하지?”


일 년 뒤 그가 집에 있다면 유서는 무의미해 진다. 자수하고 큰 처벌 없이 풀려났다는 뜻이니까. 그럼 일 년 뒤에 이복동생들에게 가게 된다면?


“주소도 모르고.”


고민했지만 이복동생들에게 유서를 보낼 방법은 없었다. 결국 그의 선택은 이씨였다. 봉투 앞면에 정성스럽게 이씨의 집주소를 적은 그는 중요한 사실을 또 깨달았다.


“우표를 사야하는 구나. 반송주소도 적어야겠지?”


당연하게도 반송되는 주소는 그의 집이 되었다. 유서를 품에 넣고 그는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그가 옷을 입고 나오자 마당에서 쓰레기봉투를 노려보던 집돌이가 그에게 다가왔다.


“왜? 아... 고양이. 버리러 갈 거야. 묻어주고 싶지만... 네 건강이 걱정이라서. 화단을 메꾸지 말 것을 그랬어. 그럼 파기도 쉽고.... 아닌가? 아니다, 아니야. 화단에 넣었다가 비에 쓸려서 나오면 그것도 끔찍하겠네.... 아, 나가자.”


그의 말에 집돌이가 의문을 담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엽네. 그런 행동도 할 줄 알아?”


빤히 보자 무안해진 그가 볼을 긁으며 고개를 들었다.


“우표 사러 가야 해. 저 고양이도 보내줘야 하고. 나가는 김에 산책 가자고. 공원에 들리자. 너 공원 좋아하지?”


입마개와 목줄을 챙기자 집돌이의 꼬리가 작게 살랑거린다. 무안할까봐 그는 내색하지 않고 목줄과 입마개를 채우고 계단으로 향했다.


“응?”


집돌이가 움직이지 않아 목줄이 팽팽해지자 그가 돌아보았다. 그리고 쓰레기봉투를 슬쩍 보는 집돌이를 보며 머리를 쳤다.


“아참... 그랬지.”


집돌이 덕에 그는 집안에 둔 사체수를 줄일 수 있었다.


*


오후 4시경의 산책은 부산해지려는 거리의 한적함을 담고 있다. 그는 밤이 되어서야 집에서 나와 취한 운전자를 찾아다녔기에 낮의 풍경이 어색하고 신비롭다. 집돌이도 평소 도는 코스가 아닌 우체국으로 향하는 길이라 낯설어하며 자주 코를 킁킁 거렸다. 개는 후각으로 세상을 본다. 그런 상식을 검색해 익혔기에 그는 자주 멈춰 서서 집돌이가 충분히 냄새를 맡길 기다려 주었다.


“입마개 풀면 더 좋아하겠지만... 기다려봐. 내가 좋은 입마개 주문했어. 그건 코 부분이 뚫려 있어서 너도 좋아 할 거야.... 나랑은 그걸로 산책하지 못하겠지만....”


잊으려하면 찾아오는 두려움이 다시 그를 감싼다. 용기를 내 자수할 결심을 했다. 그 시간이 계속 미뤄지는 듯해 그는 내일 경찰서로 갈 생각이다. 내일로 닥친 시련에 그는 내색하지 않으려 했으나 심히 불안해하고 있었다. 예민한 집돌이도 그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평소보다 바짝 붙어서 그를 따르는 중이다. 그는 물론 그런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우표를 사며 그는 혹시 느린 우체통이 다른 곳에도 있는지 물었다. 직원의 그게 뭐냐는 반문에 머쓱해져 급히 나와야 했다. 개를 데리고 왔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았기에 집으로 향하는 걸음은 더 빨라졌다. 그런 그의 걸음을 집돌이가 멈추게 했다.


“왜?”


돌아본 그는 집돌이의 시선이 닿은 곳에 위치한 경찰차를 보았다. 멈춰선 채 휴식을 취하는지 창이 올라가 있어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경찰 참 무서워하네.”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자 집돌이가 그의 손을 피하며 다시 앞으로 걸었다. 그러다 또 멈춰 섰다. 냄새를 맡으려나 싶어 그가 기다리자 집돌이가 돌연 앞발을 들며 흥분한다.


“왜 그래?!”


그가 끈을 조금 풀어주자 집돌이가 달렸다. 그도 따라 달렸다.


“달리고 싶으면 말을 해야지! 허으... 그래 달리자!”


이렇게 빠르구나. 이렇게 달리고 싶었구나. 그는 숨죽여 지내던 자신이 새벽공기를 마시며 달리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자신이 느낀 해방감을, 끝없이 달리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도달하기를 바라던 때를 떠올렸다. 그래, 하고 싶은 것 다하게 해주자. 그는 먹은 것이 올라오려하고, 아랫배가 당겨도 참으며 달렸다.


오래지 않아 그는 지쳐 버렸다. 건강한 삶과 거리가 먼 생활을 유지한 덕에 그의 체력은 어린 생물과 달리 매우 나빠져 있었다.


“크허...집돌아...그...그만... 그만 가자... 힘들....으허....허어어...”


그의 부름 때문에 집돌이가 멈춘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를 무시한 채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었다.


“무...어...으욱...크...”


쓴물이 올라와 고개를 흔들던 그의 눈에 잡힌 집돌이는 도로의 경계석에 입마개를 바짝 붙이고 킁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평소에 보지 못한 행동이라 그는 끈을 당겨 다가서며 집돌이를 살폈다.


-컹!

“어이구! 놀래라....”


한번 짖은 후 집돌이는 그를 빤히 보았다.


“왜? 뭐, 뭐가 있어?”


다가간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우수관의 뚜껑이었다. 격자형의 쇠로 된 우수관 뚜껑, 그건 자신이 앞으로 바라볼 광경속의 어떤 문을 연상하게 했다. 그 생각을 지우려 그는 흐려지려는 초점을 바로잡았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였다. 아래쪽에는 모래와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특이한 점이라고는 제법 높이 쌓여 있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그 위에 있던 쓰레기들의 형체도 뚜렷하게 보였다. 최근 비가 내리지 않았음을 떠올린 그는 며칠 전 찬바람과 함께 눈이 조금 내린 것을 떠올렸다. 눈을 보고 흥분한 집돌이를 떠올린 그는 혹시 녹지 않은 눈이 있나 안을 더 자세히 살폈다. 허나 하얀색이어야 할 눈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장난감이라도 봤나. 아니면... 쥐? 쥐 봤어?”


그는 묻고 다시 안을 살폈다. 두 번 세 번, 집돌이와 직사각형 구멍들을 통해 아래를 번갈아 보던 그의 눈동자가 갑자기 흔들렸다.


‘뭐였지.’


기시감이 들어 그는 천천히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의 라이트기능을 켜고 아래를 비춰본 그의 동공이 커졌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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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짖는 소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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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카센터 1 20.05.25 19 3 14쪽
31 참치 2 +2 20.05.24 20 5 26쪽
30 참치 1 +2 20.05.24 20 5 19쪽
29 변태라서 나쁘지 않아 2 20.05.23 23 4 21쪽
28 변태라서 나쁘지 않아 1 20.05.23 23 4 15쪽
27 주차장 2 +4 20.05.22 29 6 18쪽
26 주차장 1 20.05.22 21 4 25쪽
25 만세형 20.05.21 22 5 23쪽
24 관2 20.05.21 23 5 29쪽
23 관1 +2 20.05.20 26 6 21쪽
22 또 다른 단서 +3 20.05.20 31 9 23쪽
21 국밥집 2 20.05.19 29 6 25쪽
20 국밥집 1 20.05.19 32 5 21쪽
19 행복은 아프지 않다 3 20.05.18 29 7 16쪽
18 행복은 아프지 않다 2 20.05.18 24 5 14쪽
17 행복은 아프지 않다 20.05.17 26 3 17쪽
16 외출에는 신발이 필요하다 20.05.17 35 4 14쪽
15 호박이 찾아준 다서 20.05.16 34 5 19쪽
14 굴러온 복덩이를 걷어차는 방법 20.05.16 40 8 19쪽
13 급발진 2 20.05.15 40 9 26쪽
12 급발진 1 20.05.15 46 6 19쪽
11 오래된 집 20.05.14 53 6 20쪽
10 그들의 일탈 20.05.14 48 4 15쪽
9 수상한 여인 +2 20.05.13 57 7 15쪽
8 유품 20.05.13 51 5 21쪽
7 증거물 20.05.12 57 4 18쪽
» 유서는 반송처가 필요하다 20.05.12 74 7 20쪽
5 떠나기 위한 준비 20.05.11 96 7 17쪽
4 다락과 세혼 +1 20.05.11 112 8 22쪽
3 공존 +1 20.05.11 132 1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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