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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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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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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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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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동호회 2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먼저 눈에 띈 전조등을 눈처럼 꾸민 한 차의 차체는 노란 색 바탕에 얼룩무늬로 도색되어 있었다. 두 번째 차는 검은 표범을 이미지화했다는 설명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그는 차를 보고 검은 고양이를 떠올렸다.


“노란색은 아닐 것 같은데... 노란색은 아니었어.”


자재상 앞 골목에는 쓰레기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 안에 사고 차량의 일부라 여기질만한 재질과 특징을 가진 것들은 대체로 검은 색을 띄고 있었다.


“검은차부터 살펴볼까.”


검은 표범은 그가 검색으로 찾을 때 나타나지 않았던 차량이다. 그는 곧 사진을 올린 이의 다른 게시물을 찾아보았다.


“많기도 하다.”


수십개의 게시물을 일일이 클릭해보던 그는 차량의 주인의 직업이 래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게시물의 내용과 댓글을 보고 그가 국회의원의 아들이라는 것도 파악했다.


“활동 기간은 짧은데 게시물도 많고... 관심은 별로 못 받았나.”


검은색 표범을 이미지해 도색한 차량의 사진은 1월 말에 올린 것이었다. 사진을 가만히 보던 그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급히 책상위에 놓인 눈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전면이 찍힌 사진을 확대해 보았다.


‘이 눈이다.... 분명히.’


노란색 차량의 사진도 확대해 보았지만 매칭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눈 부위가 어색했는데 그는 댓글을 확인하고 전조등은 사진으로 편집했음을 알게 되었다.


“정말 이 차일까.”


사진 속 남자가 범인일까. 그는 속단하지 말자며 다시 남자의 정보를 살폈다. 자신에 대해 떠드는 것을 좋아하는지,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외모에 자신이 있는지 차보다 많은 자신의 사진을 올린 사람이었다. 잘생긴 외모의 남자 사진을 가만히 보던 그는 사진 속 인물을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디서 봤지....? 모델처럼 잘생긴 남자는 흔치 않을 텐데.”


대리운전을 하며 만난 손님일까, 생각하던 그의 뇌리에 한 남자가 떠올랐다.


-물 관리 잘 해라.


마치 클럽의 소유주인양, 직원들에게 말하며 돌아서던 남자의 모습이었다.


“...이젠 부정하기도 힘들군.”


범인의 차량으로 특정할만한 차량을 소유했고, 클럽에 자주 드나든다. 클럽 뒷골목은 그가 사고가 일어난 장소로 거의 확신하는 곳이다.


“이 남자가... 아, 캡쳐.”


그는 사진을 보여줄 이들이 있음을 떠올렸다. 이미지를 저장하려고 했지만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사진을 복사해 옮기려했지만 막혀 있었다. 그런 사진을 옮기는 방법에 대해 알지 못했기에 그는 기다렸다. 마나의 점심시간을.


“마나씨. 동호회 사진 저장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요?”

-밥 잘 먹는지 걱정하려고 전화한 것도 아니고, 사진? 나 화나려고 해요.

“저녁 같이 먹어요. 데리러 갈게요.”

-에프 십이 눌러봐요. 안되면....


그는 급히 마나의 말을 받아 적었다.


“소스코드를 복사해서 뭘 어쩌라고...? 에.... 첫 번째부터 해봐야겠다.”


첫 번째 조언대로 화면 전체를 캡처하는데 성공한 그는 이미지 툴로 옮겨 남자의 얼굴만 잘라냈다. 그리고 다시 멍해졌다.


“이거... 어떻게 프린트하지?”


프린트 할 방법으로 피씨방을 떠올렸던 그였다. 헌데 그가 사는 곳 주변의 피씨방들은 프린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취업하기 위해 이력서를 출력하려다 알게 된 사실이다.


“서울에 가야하나. 수원이 더 가깝던가. 아... 당장 확인하고 싶은데.”


고민하던 그의 눈에 핸드폰이 보였다. 그는 사진기능을 켜고 화면을 찍어 보았다.


“되잖아!”


세기의 발견을 한 듯 놀라워하며 그는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이 쓴 게시물들을 모두 찍었다.


“후.... 확인부터 하자.”


그는 샤워를 하며 자신이 할 말과 행동을 정리했다. 오랜만에 인나가 사준 정장을 꺼내 입고, 아버지의 구두를 신은 그는 시간을 보며 동선을 정리했다. 밖으로 나갔다가 급히 돌아온 이유는 집돌이 때문이다. 그는 집돌이를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같이 가자.”


주저하며 차에 오르지 않으려던 집돌이는 차 안의 냄새를 맡더니 이내 올라탄다.


“너 이... 마나씨 냄새면 안전해? 난 불안하고?”


불만을 표출해보지만 집돌이는 뒷좌석에 자리를 잡고 누워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쁜...쯧.”


차를 몰고 그는 멀리가지 않았다. 자주 가는 편의점을 살핀 그는 목표한 여인이 있음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와!”

“네, 어서 왔네요.”

“우와... 그렇게 멋있게 하고... 어? 차도 있어요?”

“친구 차에요.”

“친구도 있구나....”

“무... 이거 전에 주신 USB.”

“아, 싼 거지만 안 돌려주기에 먹고 쨌나 싶었어요.”


그는 말없이 보다 이내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검은 표범 차주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 남자 알아요?”

“네?”

“전에 비싼 차 몰고 온 세 명. 그중 한명이 모델처럼 멋있다고 말했었죠?”

“그랬나요? 어... 그런가?”

“그때 온 남자 중에 이 남자 있었나요?”


그의 말에 아르바이트생은 답하지 않고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다.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던 그는 손님 한명이 계산을 하고 나서야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빠 형사?”

“아닙니다.”

“하긴, 이렇게 멋있는 형사가 어디 있겠어요. 영화 빼고... 난 나랑 데이트약속 잡으러 온줄 알고 설레었는데, 기억도 안 나는 남자사진이나 보여주고...”

“영화 보고 싶은 거 또 없어요?”

“왜요? 또 관람권 주려고요? 나도 돈 있어요.”

“제가 애인만 없으면, 데이트 신청 했을 겁니다.”

“정말?”

“네. 자세히 보니 조금만 꾸며도 엄청 예쁠 것 같네요.”

“에... 지금은 아니고요?”

“거울을 보시면 답이 나올 겁니다. 머리는 안 감으신 거죠?”

“와... 노골적이야. 그런 지적 여자들 싫어하거든요?”

“죄송합니다. 솔직한 사람이라.”

“얼굴은 왜 그렇게...참, 잘생겨서 따지기도 힘드네.”


그는 민망해 볼을 긁었다.


“그냥 도움을 받기는 싫습니다. 보상해 드릴 테니 말하세요.”

“데이트?”

“애인 있습니다. 곧 돌아옵니다. 참고로 제 애인은 질투도 강하고, 머리채도 잘 잡아 당깁니다. 욕도 엄청 잘하는데... 셔츠도 한손으로 쥐어 뜯어냅니다.”

“수라장에서 살았어요? 경험?”

“네, 경험했습니다.”

“....나 순간 쫄았어요. 진짜?”

“못 믿겠으면 지금 화상통화라도 하실래요?”

“.... 아뇨. 이건 무서워서가 아니라. 내가 왜 그래야 하나 싶어서에요.”

“압니다. 영화관람권?”

“그건 됐어요. 됐고.... 시청 사거리에 새로 오픈한 빵가게 있어요. 거기 한정판매되는 케이크가 먹고 싶은데, 제 근무시간하고 겹쳐서 한~~~번도 못 먹어서 죽으면 거기에 들러붙을 것 같아요.”

“풋. 네, 그거면 됩니까?”

“네.”

“그럼 확인 바랍니다.”


그가 내민 핸드폰을 유심히 보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기억이 희미해졌어요. 전에 드리지 않은 녹화본 있으니까 그거 보고 알려드릴게요. 그럼 됐죠?”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그 사람들 찾아요?”

“아, 사실은....”


‘사실? 거짓말이잖아.’


“사실은 제 차가 긁혔는데, 그 사람들이 몰고 온 차가 기스 내고 간 것 같아서요. 확인해보려고요.”


급조한 변명에 아르바이트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였구나.”

“아뇨. 농담입니다. 사실은 저 차 악세사리 외판원인데, 이 사람들에게 영업하려고요.”

“....뭐가 진실이죠?”

“그냥 개인적인 호기심입니다. 이런 동네에 올 차가 아닌데, 왜 왔을까 싶어서.”

“그럼 이 사진은 뭐에요? 모니터에 뜬 사진 찍어온 것 같은데.”

“쯧... 사실대로 말하죠. 제 애인이 바람을 피는 것 같습니다. 같이 찍은 사진이 있기에 찍어왔습니다. 그때 온 남자 중에 이 남자가 있다면 바람 핀 것은...”

“아...미안해요. 정말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캐묻고... 어떻게 해요. 바람이면...”

“아직 확인 안 되었으니까요. 아, 확인되면 톡으로 연락 주시겠습니까.”

“네, 그럴게요. 그 파일 집에 있어서요.”

“집이 먼가요?”

“멀진 않아요. 이 위에 살아요.”


그는 편의점 위쪽에 원룸들이 있음을 떠올렸다.


“그러셨구나.”

“오빠는 어디 살아요?”

“전. 저기 위쪽 폐촌에 삽니다.”

“거기 사는 사람이셨구나. 이사 왔어요?”


왜 묻는지 그는 안다. 이사를 온 이들은 집주인이 아니다. 전세 혹은 월세 계약자들로 싸다는 이유로 와서 사는 이들이다. 기존에 살던 세입자들은 이미 대부분 떠난 상태다.


“네, 이사 왔습니다.”

“그랬구나. 아! 그 애인이 전에 본 그 예쁜 언니?”

“....더 자세한 것은.”

“아, 미안해요. 제가 근무 끝나면 보고 연락드릴게요. 저야 약속도 없고 집에서 게임이나 영화나 드라마나 보는 여자니까요.”

“근무 또 언제하십니까. 케이크 가져다 드리게요.”

“보통 아침 일곱시부터 저녁 다섯시까지 해요. 가끔 삼촌 대신 야간하고요. 아, 케잌 사려면 열시부터 열두시 사이에 가야해요. 줄서서 사야하고요.”


경험도 없고, 낯부끄러울 듯했지만 그는 감내할 자신이 있었다.


“그럼 내일은 안 되겠네요. 내일은 일해서. 모레 사다드리죠.”

“약속?”

“네...아, 손가락.”


그는 통통한 손가락이라 생각했다.


*


“집돌아, 간식이다.”


그냥 나오기 미안해 편의점에서 산 개껌을 뒤로 던져주고 그는 차를 움직였다. 시간을 본 그는 카센터에 들리겠다는 생각을 바꿔, 서울로 향했다. 퇴근 시간과 겹치면 늦게 도착할 것이라 여겨서다.


“집돌아, 꽃다발은 안 사도 되겠지?”


답이 없어 룸미러를 본 그는 집돌이의 긴장한 꼬리를 보았다.


“왜 그래?”


멈췄던 차들이 움직일 때, 집돌이는 한 곳을 응시하며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앞쪽 조수석으로 얼굴을 내밀고 이를 보이며 으르렁 거렸다. 그는 급히 집돌이가 보는 방향을 살폈다.


‘벤츠!’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는 벤츠를 쫓아갔다. 상대도 서울로 가는지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길은 계속 동행이었다. 서울에 도착한 후 벤츠는 우회전을 하려 했다.


‘쫓아야 하나...’

“집돌아? 쫓아?”

-컹!

“...널 믿어볼게.”


그는 차량의 뒤로 붙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차량의 뒤를 찍었다. 차는 강남으로 가고 있었다. 종로로 가야하던 그는 시계를 보며 차가 어서 멈추고 상대가 얼굴을 보이기를 바랐다. 그의 바람이 통했는지 차는 카센터 간판이 붙어있는 건물 앞에 섰다.


“여기...? 아, 도색전문점.”


차량 특수도색이라는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그가 검색해 알아낸 가장 평이 좋았던 곳이다. 그는 차를 멀리 대고 정차중인 차량을 보며 핸드폰을 들었다. 곧 사람이 내리자, 그는 화면을 확대했다. 멀리 있는 대상을 확대해 보면 작은 흔들림도 크게 변한다. 흥분한 그는 손의 떨림을 주체하지 못해 상대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급히 녹화를 종료시킨 그는 영상을 천천히 되감으며 얼굴이 나오는 곳을 찾아보았다.


“....이건 누구지.”


그가 찾던 모델얼굴이 아니었다. 차 옆에 선 모습을 보고 카센터에서 본 벤츠 차주도 아님을 깨달았다.


“엉뚱한 사람을 쫓아 온 건가... 집돌이는 벤츠 320이면 무조건 짖는 걸까. 젠장...”


헛걸음을 했구나, 시계를 보고 그는 급히 차를 움직였다.


*


서두른 덕에 그는 늦지 않고 마나를 만날 수 있었다.


“정말 왔어요?”

“차 없잖아요.”

“아, 좋아라. 예쁘게 입고 왔네.”

“인나씨가 사준 옷이라 아껴 입어요.”

“...옷 사러 갈까요?”

“됐어요.”

“거부할 줄 알았어요. 인나는 자기 인형 옷도 못 갈아입히게 하는 애라서 저도 빈말이었어요.... 밥 뭐 먹을까요?


‘인형이라니...”


“전 이 동네 잘 몰라요.”

“좋아하는 건?”

“다 잘 먹는데. 음... 아, 오랜만에 떡볶이 먹고 싶네요.”

“와, 나 잘하는 집 아는데. 나도 엄청 좋아해요. 그런 것도 좋아해요?”

“네, 즐겨 먹었어요. 혼자 살며 배고픈데 해먹기 귀찮으면, 떡볶이 사다가 남은 국물에 밥 비벼먹으면 한두끼는 해결할 수 있어서요.”


울상을 짓는 마나를 보며 그는 웃었다.


“안내하시죠. 사모님.”

“그렇게 부르지 말고... 다정하게.”

“음... 아가씨?”

“우리집 운전기사님도 마나라고 불렀어요. 그냥 평소처럼 불러요.”

“네. 마나님.”

“풋!”


*


그는 문화충격을 받았다. 마나가 데리고 온 곳은 그가 아는 떡볶이를 파는 곳이 아니었다.


‘떡에 뭘 넣었기에 오만원이야!’


기본 오만원에 추가되는 개별 요금의 가격도 그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여기 분위기 어때요?”


삼면은 막혀있고, 입구는 천이 드리워져 있었다. 고풍스러운 화로에는 숯이 들어가 있었고, 위에는 연통이 내려와 순식간에 연기를 빨아올린다. 벽면의 불빛은 은은하고, 활짝 웃는 마나의 표정은 평소보다 더 예뻐 보였다. 그는 그런 감상을 그대로 전했다.


“그런 말솜씨 왜 묵혔어요. 돈 많은 여자 여럿 꼬셨을 텐데.”

“얼굴이 안되잖아요. 키도 작고.”

“키는 그리 안 작고. 얼굴은... 진짜 날씨는 자신의 외모가 어떤지 몰라요?”

“저 살면서 잘생겼다 소리는 올해에 처음 들었는데요? 인나씨와 마나씨랑...기타 등등 여성들에게.”

“풋, 정말 내가 먼저 발견했어야 했는데...에? 기타 등등 여성? 날씨 주변에 또 누가 있어요?”

“있죠. 저라고 주변에 여성이 없겠어요. 회사에도 많고. 지점에도 많고....동네 편의점에도 있고.”


긴장하며 듣던 마나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난 또... 대화하는 사람만. 대화도 잠깐이 아니라, 적어도 오분 이상 대화하는 사이만 줄여요.”

“음... 그럼 열인가...”


그는 마나의 표정이 굳어 있자 냄비를 뒤적거렸다.


“그냥 둬요. 알아서 다 해주니까.”

“넵.”

“날씨. 그 여성들 누구누군지 지금부터 차근차근 말해요.”

“어휴, 어서 먹고 가야지요. 여기 주차비 비싸던데.”

“도장 찍으면 두 시간 무료에요. 편히 드세요. 편히 말하시고.”


날선 말투에 그는 조금도 편해지지 않았다. 그는 곧 꺼릴 것이 없다며 입을 열었다.


“서울의 청담지점에 근무하는 23살 대학생인데, 가면 커피를 주곤 해요. 고마워서 잠시 대화하는 사이. 신정지점에는 나이는 모르겠지만 누님 같아요. 홀 지배인이시고, 과자나 빵 같은 걸 주세요. 부천지점에는....”


말하며 수를 세는 것을 잊은 그는 열이 넘었다는 것을 굳은 마나의 표정을 보며 알아차렸다.


“왜 말을 멈춰요?”

“그 미소... 처음 보네요. 오늘 마나씨의 새로운 면을 보았습니다.”

“자주 볼 것 같네요. 이런 상황이면.... 날씨.”

“네, 마나씨.”


허리를 펴 앉으며 답하는 그는 문득 왜 자신이 이래야할까 생각했다.


“자각이 없어도 정도가 있지.... 잘 들어요. 날씨는 흘리고 다녀요. 지금 그런 태도... 아무나 말 건다고 위트 있게 받아치고, 그런 것은 좋지 않아요.”


마나는 그가 만들어둔 사람 대하는 법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모두와 이롭게 지내기 위해, 모두에게 가식적이지만 친절하게 대한다는 그의 원칙을 그녀는 좋지 않다 단정 짓고 있었다.


“여자들은 쉽게 오해해요. 날씨처럼 자세히 보면 잘생긴 남자는 더욱 더. 묘한 매력도 있고, 목소리도 부드럽고 상냥하고. 태도에 예의도 있고. 듣고 있어요?”

“네, 물론입니다.”


마음과 달리 그는 아무런 항변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마나의 충고를 들어야 했다. 마나의 꾸중은 떡볶이가 완성되었다며 물러나는 종업원의 말에 멈췄다. 종업원은 조리하며 마나의 잔소리를 그와 함께 들었기에 연민의 눈빛을 보내며 커튼을 걷고 나갔다.


“또!”

“네?”


이제 먹나 싶어 젓가락을 들었던 그가 행동을 멈추고 보자 마나가 말했다.


“저 여자에겐 왜 눈빛을 보내요?”

“제가요? 아... 쳐다보기에 수고했다고 고개를 까딱...했나?”

“웃었잖아요.”

“그럼... 화난 표정 지을까요? 당신 이거밖에 못해? 뭐, 이런 말 하면서?”

“사회생활 포기하려고요? 그리고 전 서버에게 막 대하는 사람 싫어해요.”


어쩌라는 것일까. 가만히 보거 있자 마나가 진중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눈 보지 말고 너무 상냥하게도 말하지 말고. 선을 넘지 마세요. 오해한다니까요.”


그렇게 신경 쓰며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어렵지만... 네, 해볼게요.”

“드세요. 쌀떡이라 금세 불어요.”

“네, 마나씨도...”


그는 마나의 충고를 그대로 적용하려 했다. 눈치 빠른 마나는 그의 태도변화에 화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눈 봐요. 상냥하게 해요, 평소처럼. 선 넘어와요. 어서.”

“큭... 왜요? 오해한다면서요?”

“전 그 범위에 들어가지 않아요.”


한마디 하려다 그는 마나가 상처받을까봐 이내 미소 지었다. 그 미소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마나가 손을 내밀었다.


“그릇 줘요. 퍼줄게요.”


마나가 이것저것 담아 넘치려는 접시를 보다 그가 말했다.


“마나씨도 친절한데요? 목소리도 예쁘고. 상냥하고. 지켜보니 눈웃음도 잘 하시던데요. 나올 때 경비아저씨들에게도 인사 꼬박하고.”

“전 아무에게나 안 그래요. 그리고 적당한 선에서 멈춰요.”

“선이라....”


그는 접시를 받고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말없이 사진을 보였다.


“음? 누군데... 왜 이걸 보여줘요?”

“알죠?”

“어... 어디서 보긴 했는데.”


기억에도 없다는 말에 그는 왠지 기뻤다.


“이 사람 마나씨 가입한 동호회 회원이던데요.”

“그래요?”

“네, 그리고... 클럽에 데리러 갔을 때 쫓아 나왔던 사람이고.”

“어? 정말? 어... 그랬나.”

“기억 안 나면 확인해 봐요. 그날 본 그 두 분에게.”


돌연 마나가 웃었다.


“왜... 뭐 묻었어요?”

“아뇨. 그 애들 이름 기억 안나요?”

“네? 네... 이름 들은 기억도 없는데.”

“이상하다. 그 애들이 그냥 넘어갔을 리 없는데. 주머니에 명함 넣고 가거나 그러지 않았어요? 그 애들 선수거든요. 남자 킬러인데.”

“못 봤는데... 마나씨가 무서워서 전 그냥 넘어갔나보죠.”

“날씨... 너무 순진하다. 여자들 얕보지 마세요. 그 애들 내릴 때, 날씨가 저 안고 있었잖아요. 제가 취한 척... 취해서.”


그가 살며시 웃자 마나는 고개를 돌렸다.


“네. 취했었을 때.”

“그, 그때 그 애들이 슬쩍 명함 넣는 거 봤는데.”

“그래요? 아... 세탁할 때도 못 봤는데.”


그의 말에 마나의 표정이 또 변했다.


“날씨.”

“네.”

“옷 사 줄게요.”

“갑자기요?”

“왜 맨날 그 저지 입어요. 다른 옷도 사서 입어요.”

“에이, 난 또... 그게 편해요. 움직이기도 편하고.”

“기능성 의류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 거 입어보면 계속 입게 될 걸요?”

“음... 지금은 여유 없으니 나중에 살 때 골라줘요, 그럼.”

“내가 사줄 수 있는데.... 저 돈만 많은 여자에요.”

“풋! 그런 말 할 때 진짜 애 같아요. 귀엽다는 뜻이에요.”

“알아요. 나 귀여운 거.”

“흐으, 어서 먹자. 후 불어줄까?”

“칫... 네, 오빠.”


집으로 가며 맛이 어땠냐는 말에 그는 맛은 있지만 다신 오지 안 올 곳이라 답했다. 마나는 왜 그런지 물었다.


“분명 수제 어묵에, 좋은 쌀로 뽑은 떡에, 재료도 신선하고 맛도 좋고. 천연조미료로 간을 한 것도 좋지만... 그런 것을 다해도 저 가격이라면 인테리어비, 임대료 등등이 더 많이 포함된 가게라 생각해요. 손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으음... 외식업에 관심이 생겼어요?”


“하는 일이 그래서 주워듣는 이야기가 대부분 그런 쪽이라 그런 것 같아요.”


“으음... 날씨. 쉐프들이 이름 걸고 레스토랑 내는 곳에 가면 코스당 이삼십하는 거 아세요?”


“그렇게 비싼 곳들이 있다는 것은 들었어요.”


“제가 아는 쉐프님도 자기 이름 걸고 레스토랑 냈는데요, 들어보니 마진이 10프로도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십프로면... 이삼만원이면...으음...”


“방금 그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죠?”


“아닌가요?”


“네, 아니더라고요. 보통 테이블 당 회전율이 많아야 다섯팀이에요. 테이블이 여섯 개인 레스토랑이라면 서른팀을 받는 것이죠. 보통 둘에서 많아야 셋 정도 오는 곳이니...”


“네... 아, 서른이면 육십. 둘로 잡고 백이십만원 정도인가요?”


“네, 그걸로 직원 월급에 유지비에, 재료비에... 남는 것이 없어서 늘 적자래요.”


“어... 그럼, 왜...?”


“그분 말로는 국밥집이 더 많이 남는다고 해요. 그런데 왜 하는가하면 그 일이 좋아서래요.”


좋아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보람을 느낀다는 동료들을 본 적은 있지만, 삶에 치여 변명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이해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마나는 계속 말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음식을 만들어 맛있다는 평가를 듣는 즐거움... 제가 설명할 때 극단적으로 줄이긴 했지만 거의 비슷해요. 왜 스타 쉐프라고 방송에도 나오고 그러잖아요? 주업을 하려고 아르바이트를 뛰는 거래요.”


그는 평가절하 했던 비싼 떡볶이를 떠올렸다.


“그 집도... 그렇게 장사하는 걸까요.”


“떡볶이의 고급화.... 사장님이 직접 농사도 짓는데요. 고추장도 직접 담그고. 주 수입은 고추장 판매로 나온다던데요? 저기 임대료 비싼 곳이잖아요. 종업원 수도 많고. 적으면 손님들이 불편해하니까. 네 테이블 당 한명을 둔다고 했어요. 식기도 다 발로 뛰어서 예쁘고 딱 알맞은 것으로 직접 구입하셨다고 들었어요. 덕분에 여행도 많이 다니셨다고.... 재료들도 농장 돌며 직접 살피고 고르고, 제대로 안 오면 바로 계약 끊고. 자리 잡기 전부터 지금까지 재료는 모두 직접 선별하신데요. 맛 관리 안 된다고 프렌차이즈도 안 내시고 계세요.”


“보통 노력으론 어렵겠군요.”


“네. 그렇죠. 그렇게 열정을 담아서 자신이 만든 음식을 내놓는 거죠. 비싼 대신 그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 이게 제 평가에요. 물론, 비슷한 맛이 나는 저렴한 떡볶이를 먹을 수도 있겠지만. 전 날씨를 마주보며 오붓하게 식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계산을 제가 하지 않아서 더 그럴지도?”


한번이라 생각했기에 계산을 한 것이다. 십 만원이 넘는 계산서를 보고 그는 안 그러려했으나 어쩔 수 없이 몇 초 간 현실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 순간 일인분에 이천원하는 떡볶이를 얼마나 먹을 수 있는지 계산하고 있었다.


“크... 아, 마나씨 말 들으니 제 생각이 달라지네요. 그렇군요. 더 많은 부분을 생각해야 했는데, 제 시야 안에서만 생각하고 단정 지었군요.”


그는 세상을 넓게 봐야한다 여겼다. 자신이 살아온 환경 때문에 볼 수 있는 것이 한정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려고 애써 외면하며 지냈던 것임을 깨달았다. 전자기기에 능숙하지 못한 것도 자신은 원래 모르던 사람이라 여기며 노력하지 않았음을 그는 반성했다.


‘그랬다면 마나씨 귀찮게 안하고, 소중히 여기던 비밀번호도 바꾸지 않았을 텐데.’


그가 말이 없자 마나는 괜한 소리를 했나 싶었다. 금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 기분이 상한 것은 아닌지 그녀는 연신 그의 안색을 살폈다.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내면 자존심이 상할까봐 마나는 전전긍긍하다 식사도중 나온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 사진 속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 떠올랐어요.”


‘단서?’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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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짖는 소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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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1 20.06.09 15 1 17쪽
61 착오 20.06.09 17 3 24쪽
60 용기내어 얻는 것 7 20.06.08 23 2 22쪽
59 용기내어 얻는 것 6 20.06.08 23 5 21쪽
58 용기내어 얻는 것 5 20.06.07 23 3 9쪽
57 용기내어 얻는 것 4 20.06.07 21 4 22쪽
56 용기내어 얻는 것 3 +2 20.06.06 22 3 23쪽
55 용기내어 얻는 것 2 20.06.06 18 3 25쪽
54 용기내어 얻는 것 1 +4 20.06.05 25 4 24쪽
53 진실과 거짓말 5 +4 20.06.05 21 4 30쪽
52 진실과 거짓말 4 +2 20.06.04 26 6 21쪽
51 진실과 거짓말 3 +2 20.06.04 21 6 20쪽
50 진실과 거짓말 2 +6 20.06.03 24 5 22쪽
49 진실과 거짓말 1 +2 20.06.03 19 5 20쪽
48 복덩이효과 2 +2 20.06.02 22 4 20쪽
47 복덩이효과 1 +2 20.06.02 19 4 18쪽
46 옆집의 마녀 3 +2 20.06.01 19 5 21쪽
45 옆집의 마녀 2 +2 20.05.31 26 8 21쪽
44 옆집의 마녀 1 +2 20.05.31 23 4 25쪽
43 집 잃은 고양이들 5 +2 20.05.30 25 5 23쪽
42 집 잃은 고양이들 4 20.05.30 19 3 13쪽
41 집 잃은 고양이들 3 20.05.29 19 3 13쪽
40 집 잃은 고양이들 2 20.05.29 23 5 14쪽
39 집 잃은 고양이들 1 +5 20.05.28 24 6 18쪽
38 동호회 4 20.05.28 23 6 18쪽
37 동호회 3 20.05.27 24 5 20쪽
» 동호회 2 20.05.27 22 4 23쪽
35 동호회 1 20.05.26 23 3 21쪽
34 카센터 3 +1 20.05.26 25 5 17쪽
33 카센터 2 +2 20.05.25 24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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