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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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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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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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3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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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옆집의 마녀 2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옆집...인데요...


기이한 목소리였다. 나이를 특정할 수 없는 목소리였는데, 억눌리고 쉰 목소리였다.


“뭐? 옆집?”

“지금 옆집이라고 했죠?”

“오빠... 귀신인가 봐요.”


그는 겁먹은 준서가 귀여워 멍하니 보다 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처음 써보는 인터폰을 누르고 말했다.


“이 집에 옆집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좌우 모두 빈 공터입니다.”


버튼을 떼고 기다리며 그는 대문을 힐끔거렸다. 무시무시한 존재가 대문을 넘어 오거나, 담 위로 머리를 올려 훔쳐보지 않을까 싶으며 보았다. 그건 마나나 준서도 마찬가지였다.


-아? 아아... 그렇겠죠. 네네... 흠, 옆집이 아니라 앞집이네요.


“앞집?”

“앞집이랬어요?”

“오빠... 앞집이래요.”


두 사람의 눈을 보고 그는 용기 내 다시 버튼을 눌렀다.


“그, 런데요?”

-네? 아니... 앞집인데... 아, 떡! 켁! 떡 돌리고 있어요.


“수상해요.”

“응, 수상해.”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상하죠?”

“이상해요.”

“응, 이상해요.”

“...뭐가?”


그가 되묻자 두 사람은 서로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그를 보았다.


“오빠는요?”

“응? 나? 난... 과연 이 집에 사람이 산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건 오가며 봤을 수도 있잖아요. 공사장 인부들이 말했을 수도 있고.”


마나의 답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네요. 마나씨 영리한데?”

“그런데 우리 계속 이렇게 있으면 안 되지 않을까요? 옆...아니 앞집에서 인사를 왔다는데.”

“....아! 그럼... 뭘 해야 하죠?”


낯선 이를 들인 적이 없던 그였다. 마나와 인나는 돌진해 들어왔고, 집 잃은 아기고양이 같던 준서는 그가 번쩍 들어 데리고 들어왔다. 그 외에는 아무도, 심지어 그와 대화를 자주 나누는 이씨도 집에 온 적이 없다. 이씨는 거동이 불편해 계단을 내려올 수 없기 때문이지만.....


“오빠, 떡이랬어요.”

“어? 떡? 나 떡 좋아해!”

“날씨.... 이사 오면 떡 돌리잖아요.”

“어... 그렇죠?! 그럼 떡 사러 가야하는 건....아, 아니구나.”


그는 정신을 차리려 머리를 흔들고 마루문을 열었다. 긴장하며 선 두 사람을 돌아보고 집돌이를 보았다. 하늘엔 구름이 껴 어둑했고, 앞집이라는 여인의 목소리는 기이했다.


“집돌아, 같이 가야지?”


집돌이는 슬며시 일어나 뒷마당으로 사라져 버렸다.


“저.... 너... 캔 없어 오늘은...후우.”


한숨을 쉬며 그는 용기를 내려 다시 준서와 마나를 보았다. 차마 두 사람을 데리고 나갈 수 없던 그는 눈에 보이는 삽을 잡았다.


“날씨.”


마나의 부름에 그는 삽을 다시 내렸다.


“여기에 왜 이런 것이...”


괜한 변명을 하며 그는 떨어지지 않는 발을 움직였다. 단번에 오르고 내리던 계단이 무척이나 멀게 느껴졌다. 그리 생각한 순간 그는 대문 앞에 서 있었다.


“후우.”


그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완전히 열지 않고 문을 잡고 있는 이유는 갑자기 무언가 안으로 들어오려 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누...!”


깜짝 놀라 굳어버린 그 앞으로 다가온 것에서 보자기가 흘러내렸다. 그는 천으로 가려진 것이 다행히 떡이라는 것에 감사했다. 그는 떡을 내민 이가 누군지 보려 눈을 들었다. 상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는 우선 떡을 받았다. 상대가 무거운지 팔을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받아보니 상당히 묵직했다. 금테 두른 하얀 자기의 무게도 있지만 떡도 상당히 많았다. 보통 이렇게 많은 떡을 나누는지 그는 잠시 생각했다.


“잘 먹겠습니다.”


그는 이전에 정한 것처럼 냉정한 태도로 말했다.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위해 태도는 정중하려 애썼다.


“모처럼 오셔서 이렇게 떡도 주셨는데, 대접할 것이 마땅하지 않군요. 이른 아침이기도 해서.”


“으어...”


“흡!”


기이한 소리를 내기에 그는 놀라 하마터면 비싸 보이는 그릇을 떨어트릴 뻔했다.


“왜 그러십니까...?”

“그, 흠흠. 아침이군요.”


‘남자는 아닌데.... 목감기에 걸려서 그런가?’


“네, 아침이죠.”


그는 상대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얼굴을 익혀두어야 밖에서 만나도 실수 없이 대할 테니까. 그러나 상대편은 얼굴을 보일 생각이 없는지 긴 목을 쭉 빼고 숙이고 있었다. 그런 자세인데 마스크와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었다.


‘역시... 외국인일까.’


긴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고 그걸 옆으로 넘긴 것을 보고 그는 여인이 머리를 풀고 저 자세로 서 있었다면 기절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참 그릇을 다시...”

“됐떠....됐습니다.”

“네? 아, 나중에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게 좋을까...?”

“네?”

“아뇨. 쏘리... 흠흠. 그럼. 이만.”


여인은 갑자기 돌아섰다. 순간 그는 여인을 보려 자세를 낮췄다. 그러자 여인이 달려가 버렸다.


“선수 출신인가... 엄청 빠르네. 역시 외국인이라 그런지 탄력이... 키는 그리 크지 않은데, 피지컬에서 차이가 난다더니.”


앞집 외국 여인 덕에 차와 떡으로 세 사람의 아침식사가 시작되었다.


“맛있어? 잘 먹네?”

“별로...”


별로라면서 준서는 쉼 없이 떡을 입에 넣었다. 흐뭇하게 보던 그는 마나가 떡 조각을 손으로 조물딱 거리다 입에 넣는 것을 보았다.


“뭐...하시는 거예요.”

“아, 흐흐흐. 이렇게 먹으면 맛있어요. 일본에 콩떡이라고 있는데요. 이건 팥떡이죠? 그 생각이 났어요. 마마가 처음 제게 만들어준 간식이었어요.”

“요리 잘하시나보네요.”

“풋! 마마가 들으면 기뻐할 말이네요. 음... 조만간 만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괜히 말했다 싶었지만 그는 애써 웃었다.


“벌써 다 먹었네?”


준서의 빈 접시를 보고 말한 그는 아차하며 일어나려는 준서를 잡아 앉혔다.


“오빠 배불러.... 이거 먹어줘.”

“....할 수 없지.”


아까워서 먹는다는 듯 굴지만 준서는 빵보다 떡을 더 좋아한다. 준서에 대해 하나 더 알게 되었다는 것에 기뻐하던 것도 잠시, 그는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를 본 마나가 볼을 꾹 누르자 그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왜 그래요?”

“아니...뭔가... 느낌이...”


앞집 여인을 본 순간 그는 기이한 감정에 휩싸였었다. 그것이 공포나 낯선 이에 대한 경계라 여겼지만 되짚어보니 그와 다른 감정이었다.


“이상하네... 안되겠다. 갔다 와 볼게요.”


그가 갑자기 일어나자 준서와 마나가 그를 보았다.


“어딜?”

“앞집...”

“왜요?”

“...모르겠는데... 가슴이 막 뛰는데요.”

“홀렸어...”


준서가 걱정하며 볼 때 마나가 놀라 그의 손을 잡았다. 준서도 다급히 그의 다른 손을 잡았다.


“어, 아니... 그런 것은 아냐. 준서야? 아니라니까... 그릇 갔다 줘야지.”

“같이 가요.”


마녀가 아니겠지만, 어쩌면 이라는 생각이 커져버렸다. 처음엔 이상한 아저씨라 여겼었다. 자꾸 보니 잘생겨 보이고, 꾸미면 오빠라 절로 부르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준서에게 그는 자랑하고 싶은 오빠다. 그런 오빠가 잘못될까봐 표정은 매우 심각해졌다.


“그래, 같이 가요. 날씨.”


그는 그것이 좋겠다고 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와 그는 답례품으로 전할 것이 뭐가 있을까 냉장고를 뒤지다 이틀 전 사와서 덜 먹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보았다.


“이건 아니겠죠?”

“네, 새것이라면 모를까.”

“그냥 사올까요?”


그때 준서가 부엌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왔다.


“이거 줘요.”


준서가 가지고 나온 것은 십자가였다. 왜 십자가가 집에 있는지 그도, 준서도 모른다. 못 박힌 그리스도를 형상화한 주물로 만든 것으로 무게도 상당하고 길이가 1미터나 되기에 장식으로 쓰기엔 과한 물품이었다. 마나는 스스로 불교신자라 말하지만 절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고, 그는 신에게 구원받은 경험이 없어 어떤 신도 믿지 않는 편이다. 준서도 비슷하고, 준서가 아는 한 아버지나 엄마 모두 종교에 관여하지 않고 살았다.


다락에서 나온 물품은 준서가 사진을 찍어 골동품을 경매하는 사이트에 올리고 있는데, 아직 판매된 물품은 없다. 십자가도 그 중 한가지였다.


“준서야. 그걸 주는 것은... 민폐 같아.”


그의 평가에 동감하던 마나가 고개를 저으려다 준서와 눈이 마주쳤다.


“줘요.”

“네? 마나씨...?”

“저게 좋겠어요. 그치?”

“네, 이게 좋아요.”


그는 두 여인이 악의 무리를 물리치기 위해 선택했음을 아직 깨닫지 못했다.


“세수라도 해야죠!”


그냥 나가려던 그를 잡아두고 마나와 준서는 샤워를 하고 화장을 하며 단단히 준비를 했다. 어제 산 새 옷까지 꺼내 입는 것을 보고, 그도 초대받지 않았지만 타인이 머무는 곳에 가는데 예를 갖추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며 정장을 꺼내 입었다.


“닦아야겠지?”


아직 준비를 끝내지 못한 두 여인을 기다리며 그는 정성스레 십자가를 닦았다. 너무 낡은 감이 있어 식용유를 꺼내 겉을 문지르기까지 했다. 그걸로 부족해 그는 보자기를 찾아와 포장을 해보았다.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기에 그는 보자기를 풀고 쿠킹호일을 들었다.


“...아니야. 선물인데.”


마땅한 포장지를 찾지 못한 그는 안방에서 굴러다니던 도배지를 떠올렸다. 겉은 낡았지만 안은 새것 같은 그 도배지는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또 하나뿐이라는 현실적 이유로 쓰이지 못하는 것이다. 부엌방에서 도배지를 찾아온 그는 바닥에 깔고 십자가를 올렸다. 크게 잘라 반으로 잡아 십자가를 가리고 사면을 붙였다. 그럴듯해 보여 포장을 들자, 십자가가 기울며 포장지를 뚫고 나와 버렸다.


“맞춰서 잘라야겠군.”


그는 다시 십자가 모양으로 종이를 재단했다. 그리고 테이프로 정성껏 연결했다. 꽃문양 도배지로 완벽하게 감싼 십자가는 선물을 받는 이의 상상력에 제동을 거는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십자가인 십자가 선물이 완성되었다.


“어때?”


마나와 준서가 나오자 그는 자랑스레 포장한 십자가를 보여주었다. 두 사람은 목소리도 이상하고 행동도 수상한 이사 온 여자가 비현실적 존재가 아닐까 싶어 선물하려는 것이기에 선물용지나 포장 방법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셋은 십자가를 들고 계단을 올랐다. 마치 성서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었다.


“아, 접시.”


뒤늦게 본래 목적을 깨달은 셋 중 마나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왔다. 그녀는 팥고물이 묻은 접시를 손으로 문질러 닦아내고 그를 보았다.


“...씻어야죠.”

“네...”


다시 들어간 마나는 다급했는지 손이 젖은 채 나왔다. 그는 한숨을 쉬며 마당에 있던 빨랫줄에서 수건을 내려 그녀의 손과 접시를 닦았다.


대문 밖으로 나온 그는 잠시 멈춰 서서 1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선 앞집 대문을 보았다. 집에는 대문이 하나 있었는데, 집과 바로 연결되지 않고 아래쪽 주차장을 통해 들어가야 했다. 대문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문과 차가 오가는 문이 붙어 있었다. 문을 설치할 때 그는 자동으로 열고 닫히는 모습을 보았었다. 그 이후 열린 적 없던 차량용 문에서 눈을 떼고, 그는 나무무늬가 생생한 사람용 문을 보았다. 한참을 보았지만 그가 바라는 것처럼 누군가 나오지는 않았다. 뒤에서 기다리는 마나와 준서를 느끼며 그는 용기 내 대문을 벗어났다.


‘잘 따라오고 있겠지?’


그는 대각선으로 골목길을 가로질러가며 수시로 뒤를 보았다. 마나와 준서의 걸음은 조금씩 느려졌고, 그가 대문 앞에 섰을 때 그녀들은 2미터의 간격을 두고 멈춰서 있었다.


“후우.”


용기를 내자고 다독이며 그는 자신의 집 대문에 붙어있는 벨과 달리 크고 완전하고 카메라도 달린 현관 벨을 눌렀다. 그리고 대문 위에 있던 카메라를 보았다. 이제 집주인이 자신을 확인할 것이라 생각해 그는 미소도 지었다. 반응이 없어 한 번 더 누를까 생각하다, 그는 기다리기로 했다.


기잉!


갑자기 문이 열렸다.


“....뭐지?”

“들어오라는 거 아닐까요?”


마나가 멀리서 답했다. 그는 물러났던 발을 모으며 안으로 들어가야 할지 고민했다. 감이 좋지 않았던 그는 돌아가고 싶었다.


“오빠, 선물...”


준서가 십자가를 내밀지 않았다면 그는 돌아섰을 것이다. 그는 준서가 내민 십자가와 마나가 들고 있던 접시를 받아 들고 안으로 들어가며 외쳤다.


“실례합니다!”


만약 잘못 열린 것이라면, 자신이 도둑이 아님을 알리려는 것이다. 대문 안으로 두 걸음 들어간 그는 문득 뒤따라오는 기척이 없음을 느꼈다.


“왜...?”

“우린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저도요.”


두 사람 모두 핸드폰을 꺼내들고 있었다.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행동에 그는 어색한 미소로 답하고 계단을 향해 걸었다. 크고 화려한 계단에 올라선 그는 얼마 전까지 반 지하라 불리던 1층이었던 경사지를 보았다. 그리고 현관에 마련된 포치를 보았다. 모든 것이 어색하기만 한 공간이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었기에 그는 눈을 돌려 건너편에 있는 자신의 차와 낡은 대문과, 볼품없는 담을 보았다. 그제야 현실감을 느낀 그가 다시 움직였다.


‘왜 아무도 나와 보지 않지?’


문이 열린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현관을 두드리면 놀란 집주인이 신고해 도둑으로 몰리지는 않을까. 그러다 자신의 모든 죄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다 그는 미소 지었다. 그렇게 밝혀진다면 적어도 마음은 편하겠다며....


똑똑똑.


현관문에 달린 고리모양의 도구가 노크를 위한 것임은 담장에 매달려 보는 마나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가 둥근 자신의 귀걸이를 들었다 놓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은 것이다.


‘후우.’


노크를 한 후 그는 뒤로 물러났다. 문에 있는 둥근 구멍을 통해 상대가 자신을 보겠거니 여겼기에, 해롭지 않은 사람임을 알리려는 목적에서다. 그래서 어색한 미소를 가득 짓고 있었다.


띠릭. 뜨륵! 띠링!


기계음이 거듭 들리고 드디어 무거운 문이 열렸다. 잔뜩 긴장한 그는 십자가를 바닥에 기대고 접시를 한손으로 내밀며 말했다.


“접시 드리려고 왔습니다.”


문은 열리다 말고 멈췄다. 정면에 있던 그는 내부를 볼 수 없었다. 혹시나 하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는 마나의 경직된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뭐야? 왜? 설마!’


그는 급히 몸을 숙이며 십자가를 앞으로 내밀었다.


“왜 그래요?!”


마나는 답해주지 않았다. 고개를 돌린 그는 마나가 갑자기 뛰어가는 것을 보았다. 마나가 대문을 통과해 들어설 때, 안에서도 사람이 뛰어 나왔다.


“우와! 뭐야!”

“크에엥!”


괴성을 지르며 나타난 사람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십자가를 뒤로 젖혔다. 다시 당겨 상대를 치려던 동작이었지만, 그는 다음 동작을 완성시키지 못했다.


“보고 싶으었뜨흐어어엉!”


목에 매달려 우는 여인 때문에 그는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목에 콧물을 흘리는 여인을 잘 안다. 너무나 잘 알기에 믿기 어려웠다. 그 당황스런 감정은 이내 분노로 변했다. 허나, 그리 오래지 않아 화는 사라져버렸다.


“.....당신이었구나.”


-야! 너 뭐야!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누군지 그는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마나가 울며 달려올 사람은 한 사람 뿐이니까. 그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담장에 매달린 준서에게 말했다.


“준서야... 오빠.... 애인이야.”

“크허허허엉!!”

“야! 너 뭔데! 뭔데!”


마나가 달려와 매달린 여인을 때린다. 매달린 여인은 그런 마나의 손을 당겼다. 그는 두 여인 사이에 다시 끼어버렸다. 얼굴을 만지고 껴안으며 두 여인은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


인나는 공항에 그와 마나가 기다릴 것이라 생각했다. 오지 말라고 했지만 두 사람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인나의 의사를 존중하기에 그녀의 말대로 공항에 가지 않았다. 마중 온 가족을 보고 인나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확연히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제멋대로 굴었는지도.


시간이 지날수록 미안함은 커졌다. 달려가 만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들은 쌓여갔다. 인나는 마나도 피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되었기에. 그녀 스스로 만들어낸 변명들에 짓눌려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언니랑 말하고 싶지 않아. 나가죠.”


평소처럼 가족을 거부하려했지만, 인영은 움직이지 않았다.


“내 말 들어. 듣고 나서 ‘언니 감사합니다.’ 분명 말한다?”

“....나가줘. 제발.”

“들어봐. 언니가 그 집 앞집을 샀어.”

“나가....?”


화를 내려던 인나가 침대에서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


“뭐...왜?”

“들어봐. 언니가 계획한 건데....”


*


인영은 어릴 적 큰 병을 앓았다. 전염성 병이라 당시 어렸던 인나는 할머니 집으로 보내야 했었다. 인영은 그 때 인나에게 무척이나 미안해했다. 어린 인나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악을 쓰면 울곤 했다. 그를 지켜보았기에 인영은 부모보다 더 인나에게 미안해했다. 병을 치료하고 인나를 다신 만난 후 인영은 모든 것을 인나에게 양보했다. 그 전에도 동생을 아끼는 언니였기에 그녀의 부모는 그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다.


인영은 인나가 귀찮아할 정도로 신경 쓴다. 그래선지 그녀만큼 인나를 많이 이해하는 가족도 없다. 인나가 마나와 어울리며 어떤 성향을 가지게 되었는지 가족 중 그녀가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인나의 단점을 가장 많이 아는 것도 그녀다.


그렇기에 인나가 그의 집에서 며칠이라도 동거했던 것에 그녀는 크게 놀랐다. 곱게 자란 인나는 부족한줄 모르고 살았다. 침대 없이는 잠을 못자고, 불결한 장소는 극도로 꺼린다. 가족여행을 갔을 때도 인나 때문에 호텔을 몇 번이나 바꾼 적도 있다. 시골집이라지만 한옥 일뿐인 할머니 댁은 많은 것이 갖춰진 곳이다. 결코 그의 집처럼 낡기만 한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인나는 모든 것에 불만을 나타냈었다.


그를 데리고 왔을 때 이번에도 가볍게 만나다 헤어질 것이라 예상했던 인영이다. 얼마 뒤 그의 집을 보고 온 어머니의 말에 그녀는 놀라고 말았다. 결코 인나가 살 수 없는 곳에 그가 살고 있었다. 그런 곳에서 인나가 며칠이나 머물렀고, 그 집에 다시 들어간다며 짐을 싸고 가버렸다. 온수가 안 나오면 세수도 못하는 인나가 한참 뒤에야 온수가 나오고, 오래 쓰면 찬물이 나오는 곳에서 씻었다는 것에 그녀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놀랐었다.


인영은 인나가 못 견딜 것이라 확신했다. 술병이 나 쓰러졌을 때도 그녀는 인나의 병이 스트레스 때문이라 확신했다. 결벽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한 인나가 불결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거기에 더해 과하게 술을 먹어 병이 생긴 것이라고.


그게 사실인지 인나는 미루던 해외연수를 자청해 떠났다. 그렇게 인나와 그의 인연은 끝났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허나, 마음 한편에선 어쩌면...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확신으로 바뀐 것은 돌아온 후 매일 말라가는 인나를 보고 나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인나는 방에서 나오지 않아 가족 모두를 걱정시켰다. 이유를 모르는 가족들과 달리 인영은 인나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


“너 그 사람은 좋지만 그 집에는 가기 싫지?”

“.....응.”


인나도 인영이 자신을 얼마나 잘 아는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히 답했다.


“그래서 언니. 계획이 뭔데...”

“집을 샀어.”

“응... 응? 언니가?”

“물론, 아빠엄마가 보탰지.”

“아아...”

“너 시집가려고 모아둔 돈도 내놔.”


표정이 변하려하자 인영의 손이 인나의 두 뺨을 꾹 눌렀다.


“농담.”

“나 애 아냐. 이렇게...”

“넌 평생 내 동생이야. 언제나.... 칠십 먹고 팔십 먹어도. 알지?”

“....언니.”

“울지 말고. 계획을 들어봐.”


그녀의 계획은 단순했다. 그가 자존심 때문에 스스로 돈을 모아 집을 수리하기로 했으니, 그때까지 곁에 머물 곳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매로 나온 집을 사고, 집이 좁고 동네도 좁으니 마당으로 쓸 옆집도 샀다. 인나가 원하는 형태로 집을 개조하고, 그곳에 그를 불러와 살면 된다는 것이 계획의 전부였다.


“언니...!”


인나는 감격했다. 그보다 좋은 방법은 없을 것만 같았다.


“돈 모아서 수리하지 말고, 그 사람 집은 다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좋다고 소장님이 말해주셨어. 엄마는 그래도 당장 살게 하려고 어떻게든 고치려 한 것이고. 그 사람이 반대해서 결국 네가 도망 나온 거잖아?”


“꼭 그건 아니고...”


많은 것이 혼란했다. 마나와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빈 자리를 느꼈다. 누구라도 다가와주길 바라던 때 그가 나타났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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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1 20.06.09 15 1 17쪽
61 착오 20.06.09 17 3 24쪽
60 용기내어 얻는 것 7 20.06.08 23 2 22쪽
59 용기내어 얻는 것 6 20.06.08 23 5 21쪽
58 용기내어 얻는 것 5 20.06.07 23 3 9쪽
57 용기내어 얻는 것 4 20.06.07 21 4 22쪽
56 용기내어 얻는 것 3 +2 20.06.06 22 3 23쪽
55 용기내어 얻는 것 2 20.06.06 18 3 25쪽
54 용기내어 얻는 것 1 +4 20.06.05 25 4 24쪽
53 진실과 거짓말 5 +4 20.06.05 21 4 30쪽
52 진실과 거짓말 4 +2 20.06.04 26 6 21쪽
51 진실과 거짓말 3 +2 20.06.04 21 6 20쪽
50 진실과 거짓말 2 +6 20.06.03 24 5 22쪽
49 진실과 거짓말 1 +2 20.06.03 19 5 20쪽
48 복덩이효과 2 +2 20.06.02 22 4 20쪽
47 복덩이효과 1 +2 20.06.02 19 4 18쪽
46 옆집의 마녀 3 +2 20.06.01 19 5 21쪽
» 옆집의 마녀 2 +2 20.05.31 27 8 21쪽
44 옆집의 마녀 1 +2 20.05.31 23 4 25쪽
43 집 잃은 고양이들 5 +2 20.05.30 25 5 23쪽
42 집 잃은 고양이들 4 20.05.30 19 3 13쪽
41 집 잃은 고양이들 3 20.05.29 19 3 13쪽
40 집 잃은 고양이들 2 20.05.29 23 5 14쪽
39 집 잃은 고양이들 1 +5 20.05.28 24 6 18쪽
38 동호회 4 20.05.28 23 6 18쪽
37 동호회 3 20.05.27 24 5 20쪽
36 동호회 2 20.05.27 22 4 23쪽
35 동호회 1 20.05.26 23 3 21쪽
34 카센터 3 +1 20.05.26 25 5 17쪽
33 카센터 2 +2 20.05.25 24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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