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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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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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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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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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복덩이효과 2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일을 마치고 그는 준서의 엄마를 찾아갔다. 트럭을 몰고 도착한 곳에서 그가 본 것은 급히 떠난 흔적이었다. 집 앞에 놓여 있던 아이들의 자전거가 보이지 않았기에 그렇게 단정 지었다.


“도망을 가?”


그는 내일 남자의 직장으로 찾아갈 결심을 했다. 전화를 걸어보고 받지 않자 그는 혹시나 하며 집으로 들어가 보았다. 남은 단서가 있을까 싶어서다.


문은 잠겨 있었다. 창을 깨고 들어가야 하나 고민할 때, 옆집 문이 열렸다.


“누구라고?”


귀가 어두운 노인이었다.


“여기 사는 사람들 이사 갔습니까?”

“이사? 몰러. 어제 대판 싸웠어. 아침엔 잠잠했고.”


이상하다 여기며 그는 집주인을 만날 수 있는지 물었다.


“윗집 가봐.”


집주인은 귀찮은 투로 그에게 어떤 관계인지 물었다.


“큰 애가 제 이복동생입니다.”

“외국인이던데요? 그 아줌마.”


그는 자신의 위아래를 훑는 남자의 태도를 주먹을 쥐며 견뎠다.


“부친만 같습니다.”

“그래요? 아, 그런데?”

“전화를 안 받고, 집도 잠겨 있어서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확인할게 뭐 있나...”

“애들이 둘 있습니다. 개학했고, 학교 가는 애들이니.”

“자고 있겠지.”


문을 닫고 들어가려는 집주인은 그의 눈빛을 보고 행동을 멈췄다.


“뭐...할 말 있으신가...”

“그 말... 나중에 번복하지 마십시오. 전 분명 당신에게 문을 열어서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거, 사람... 아니 무슨 일이 있다고... 알았다고요. 거 참.”


집주인은 열쇠를 챙겨 들고 나왔다. 집 안은 온통 난장판이었다. 집주인도 그 광경에 좋지 않은 느낌이 드는지 경찰을 불러야 하는지 그에게 물었다.


“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


방문을 열기 전 그는 크게 심호흡했다. 제발 자신이 상상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천천히 문을 열었다.


“으음...”


사람이 누워 있었다. 엎드려 누운 것은 분명 남편이었다. 가만히 바라보고 그는 남자가 살아있음을 확인해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은 있군요.”

“아줌마는... 애들은?”


집주인이 신발을 급히 벗고 들어왔다.


“있었네... 어, 아줌마는 어디가고...?”


그는 가만히 바라보다 남편에게 다가가 잡아들었다.


“으으...뭐야!”


손을 휘저었지만 그에게 잡힌 남자는 통증이 느껴지자 눈을 떴다. 그때 집주인이 방의 불을 켰다.


“어이구 술 냄새. 또 술 마셨구만.”

“으...흐허! 너 구만? 어... 그래, 너 때문에!”

“정신... 차려라.”


그에게 성질을 부리려던 남자의 눈이 잠시지만 또렷해졌다.


“부인은? 애들은?!”

“....씨발! 나도 몰라! 그 개 같은 년! 그 년... 도망가서 들어오지도 않는 년을 왜 내게 찾아! 왜!”


‘도망...?’


“허이구, 난장판이네. 부인은 결국 도망갔구만?”


그가 돌아보자 집주인은 혀를 차며 나가버렸다. 그는 여전히 정신 차리지 못하는 남자를 보았다.


“내일... 전화할 테니 받아.”

“씨발! 나도 몰라! 차라리 죽여! 에이, 좆같은 세상...씨발... 나보고 어쩌라고...”


차에 오른 그는 준서 엄마에게 전화했다. 전화를 받지 않기에 그는 메시지만 다시 보냈다.


*


“그렇게 되어서....”


인나는 말이 없었다. 입주기념 파티를 하려던 인나와 마나는 엄마와 동생들의 가출 소식에 얼이 빠진 준서를 달래며 그를 원망하듯 보았다.


“가자, 가서 재우자.”

“응. 그러는 것이 좋겠어.”


준서에게 계속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그는 판단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행동하는 것인데, 이는 두 여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어리고 여린 준서가 상처를 덜 받게 섬세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그녀들의 판단이다.


“씻고 쉬세요. 준서는 걱정 말고.”

“...부탁드립니다.”


한꺼번에 빠져나가자 그는 집이 더 휑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넌 남아주는구나.”


잠들었는지 집돌이는 눈도 뜨지 않았다.


‘저...’


씻고 나온 그는 배고픔을 느껴 냉장고를 열었다. 술과 생수를 제외한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싹 비웠네.”


-안 오고 여기서만 계속 밥 먹을 것 같아서 냉장고 싹 비웠어요.


놀라운 추진력을 가진 인나를 생각하며 그는 볼을 긁적였다.


“배고픈데...”


냉동실을 열자 아직도 덜 먹은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보였다. 그거라도 먹고 주린 배를 잡고 자려했지만, 너무 달아 많이 먹지 못했다. 허기가 채워지지 않자 몸은 피곤했지만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 그는 잠을 청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인나의 집에 가면 될 일이지만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


띠링!


“어서오...”


아르바이트생의 굳은 표정을 보고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오늘은 그 무서운 분 안 왔어요?”


문 밖을 살피던 여인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죄송했습니다. 제대로 사과도 못하고....”

“이해는 해요. 제가 매력이 있어서 많이들 오해를 해요.”


뻔뻔한 그 말에 그는 속으로 웃어버렸다.


“그런데요. 그런 분하고 사귀면 피곤하겠어요. 예쁘긴 하지만 성질이....”


그는 괜히 왔나 싶으며 라면을 골랐다.


“밥 안 먹었어요?”

“네, 늦게 돌아와서.”

“밥 줄까요? 집이 위인데.”

“아뇨, 라면하고 김밥으로...”

“김밥 다 나갔어요. 배송 아직 안 왔고요.”

“그럼 도시락이라도.”

“도시락도 다 나갔죠. 아래쪽에 원룸 들어서서 그런지 요즘 물품이 빨리 나가네요.”

“....그냥 라면만 먹겠습니다.”


그는 라면을 사고 물을 붓고 기다렸다. 아르바이트생이 보이지 않았지만 신경 쓰지 않고 그는 닥쳐온 일들을 떠올렸다.


‘일주일 전에 집을 나갔다니, 그럼 어제도 없었다는 것인데.’


상대편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쏘아붙였던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사람은 각자의 삶을 지니고 있다. 누구나 가진 그 삶은 서로 존중해줘야 한다. 자신보다 고통이 덜해 보인다고 그렇게 여기면 안 된다. 고통은 상대적이니까.


핸드폰을 꺼내 보았지만, 준서 엄마의 연락은 없었다. 혹시 준서에게 연락이 가지 않았을까 생각할 때, 문이 열리고 아르바이트생이 들어왔다. 그녀는 카운터에 멈추지 않고 그가 서 있던 테이블까지 와서 멈췄다.


“이건 밥. 이건 반찬.”

“어...”

“드세요. 아, 얼린 밥이니까 렌지에 돌려야 해요. 반찬은 엄마가 만들었어요. 그저께 개봉한 것이라 아직 신선해요.”

“감사하지만...”

“부담가지지 마세요. 그쪽 덕분에 저 최근에 남자친구 만들었어요.”

“네?”


그럼 더 이래선 안 되는 일이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테이블에 손을 올린 그녀는 빙글 돌아서서 허리를 테이블 끝에 기대섰다.


“전부터 관심보이긴 했지만 모른 척 했었어요.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서. 만나보니 성실하고 착하더라고요. 취미도 비슷하고. 오빠한테 마음 있었는데, 그 언니... 언니 맞죠?”

“네? 아, 예.”

“다행이다. 그래도 내가 나이는 적네... 오빠하고 잘해보려고 했는데, 그런 언니를 만나시니 기가 꺾이더라고요. 전에 언니도 엄청났는데, 그 언니는... 모델이에요?”

“아, 전에 모델도 했었다고 하더군요.”

“으음, 오빠 능력 있네?”

“하...”

“그날 기분 팍 상해서 있는데, 그 남자가 와서... 맨날 같은 것만 사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매일 같은 것만 먹으면 질리지 않아요? 그렇게 조금 퉁명스럽게 말했어요. 그랬더니 그 남자... 웃었어요. 정말 바보처럼...”

“네에.”


연애사를 들어주는 것으로 밥값 한다고 여기며 그는 가볍게 호응해 주었다.


“웃으면서 한다는 말이, 매일 OO씨를 보는데도 질리지 않는 것과 똑같아요. 그러더라고요. 그 남자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는지... 아마 삼촌과 대화할 때 들었겠죠. 관심이 있었으니까.”


그는 여인이 입은 조끼에 달린 명찰을 보았다. 방금 여인이 말한 이름이 그곳에 뚜렷하게 적혀 있었다.


“그날 심란해서 그랬나? 아무튼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웃어줬죠. 그랬더니 또 헬렐레해서...웃겨... 바보 같은데 귀엽기도 하고.... 회사 다니면서 공부도 한다더라고요. 전 다 포기하고 이 꼴인데... 만나면서 자극받아서 저도 포기한 시험공부 다시 하고 있어요. 이것도 다 오빠랑 그 무서운 언니 덕분이겠죠? 오빠 같은 사람 만나서 편하게 살림이나 하며 살 생각이었는데....”


사랑고백과 이별통보를 동시에 받은 그는 억지로 밥 말은 라면을 퍼 넘겨야했다.


“우와! 후련하다...”


그와 달리 아르바이트생은 매우 시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빠.”


서둘러 밥을 먹고 나가려던 차에 아르바이트생이 그를 불러 세웠다. 그는 급히 돌아서 커피 두 개를 꺼내 그녀 앞에 하나를 두었다.


“제가 살게요.”

“늦었어요. 여러 의미로.”

“여러 의미... 아, 밤이니까. 그리고... 큭.”


잠시 생각하던 그는 그녀의 재치에 가볍게 웃었다.


“또 그렇게 웃고... 그렇게 웃고 다니지 마요. 여자들이 다 오해해요. 그 언니 뜨게 만들지 말고.”

“...충고 감사합니다.”

“후. 재미있는 오빠야... 아, 그리고...”


나가려던 그가 돌아서자 그녀가 말했다.


“전에 그 남자들... 제가 그 영상 여러번 봤거든요. 그러다 입모양보고 그때 그 사람들 나누던 대화가 기억나더라고요. 착각인지도 모르지만....”


*


흥분을 가라앉히려 그는 뛰었다. 급히 달려간 그는 차 문을 열고 뛰어 올라갔다. 공구함을 열지 않은 채 그는 말했다.


“만세형... 찾았습니다.”


-잘생긴 남자가 야, 차 어디에 뒀냐? 그랬었던 것 같아요. 차타고 온 사람들이 차 어디에 뒀는지 묻는 것이 이상해서 기억했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그 사람들 서로 별명으로 부르는 것도 웃겼어요.


‘차는 두 대였다.’


검은 표범 차주를 제외한 두 명의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는 아르바이트생이 말해준 그들의 별명은 기억하고 있다.


-차삥

“차삥...”

-얼탱?


그리고.


“물...”


-물이라고 해서 제가 예? 그랬거든요. 물은 냉장고에 있어요, 하니까 누가 웃었던 것 같아요.


‘이제 확인만 하면....’


*


정기적 배송이 아닌 일이 잡혀 있었지만 그는 준서 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쉬기로 했다. 회사에 계약한 다섯 대의 차량 중 그의 차가 가장 크기에 그가 출근하면 기사 네 명이 쉬거나 다른 일을 한다. 회사의 입장에선 그 혼자 도는 것이 훨씬 저렴하기에 아쉬워했지만, 이사라는 강력한 배경을 지닌 그에게 아쉬운 소리도 하지 못했다. 알기에 그는 거듭 사과하며 전화를 끊었다.


‘아직 자겠지.’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갈 때, 그는 현관을 열고 나오는 인나를 보았다.


“안 잤어요?”

“잤어요. 조금.”

“눈이 부었어요.”

“다 그래요. 마나는 저보다 더 심해요. 어제 준서랑 대화했거든요. 정말... 저는.”


그는 다가서서 인나를 안고 토닥였다.


“아참, 날씨? 어제 밥 어떻게 했어요? 깜빡하고 그 생각을 못했는데.”

“나가서 먹고 들어왔어요.”

“또 라면?”

“아뇨. 그러려고 했는데, 거기 아르바이트생이....”

“그 여자가?”


목소리 톤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고 그가 급히 말했다.


“남자친구 생긴 기념으로 밥을 나눠줬어요. 반찬하고.”

“네?”


가만히 생각하던 인나는 크게 화나진 않았지만, 조금은 화가 났다는 것을 표출하며 말했다.


“그 여자가 왜 반찬까지 줘요.”

“다 팔려서 없었거든요. 집에 김치라도 있었으면 사가서 먹겠지만...”

“아, 그랬지. 미안해요. 어제 우느라 생각도 못했어요... 서운했죠?”

“아뇨. 조금도.”

“들어가요. 아차차. 키스부터.”


현관에서 키스를 하고 난 후 인나는 문을 열었다.


“배고프죠?”

“그렇게는 아니고... 준서 깨면 같이 먹어도 되요.”

“어... 그럼 저 출근하기 전까지 시간 있겠네요....”

“흐음... 가시죠.”


두 사람은 조용히 계단을 올랐다. 하지만 준서가 3층 그의 방으로 예정된 곳에서 잠이 들었다는 말에 그는 키스 이상의 것은 하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2층에서 재웠어야 한다며 투덜거리는 인나를 보며 그는 연신 미소를 지었다.


“나도 내가 예쁜 줄은 알아요.”

“복덩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쁘지는 않고요?”

“그건 기본으로 깔린 전제고.”

“후후, 아시니 다행이네요. 복덩이? 럭키걸이라는 뜻이죠?”

“비슷...한가.”


함께 사는 이들 때문에 그는 범인에 대한 단서를 더 적극적으로 찾지 못했다. 범인이 역으로 추적해 함께 사는 이들이 다치게 될 것도 걱정스러웠다. 그런 걱정을 인나가 한 번에 해결해 주려고 나타났다.


인나가 나타나면 기적 같은 일들이 생긴다. 첫 단서를 찾아준 것도 인나였고, 이제는 그가 자유롭게 움직일 발판도 마련해주었다. 시체가 있는 차를 집 담장 옆에 세워두는 것에 그는 괴로워했다. 집에 준서와 마나가 살기 때문이다. 인나가 집 한 채를 가지고 나타나며 마나는 옮기지 않던 짐들을 모두 옮겨왔다. 준서도 휑한 방을 벗어나 예쁜 가구들이 가득찬 방을 가지게 되었다. 두 사람이 시신과 거리상 먼 곳에 살게 된 것도 그를 기쁘게 하는 요소다. 인나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저렇게 봐...’


빤히 보는 그의 눈빛에 인나의 심장은 점점 빠르게 뛰었다.


“날씨...저 소리 안낼 자신 있는데.”


말하며 그녀는 티셔츠를 걷어 올렸다. 그녀는 그를 빤히 보며 티셔츠를 말고 입에 물었다. 그 순간 그의 인내는 한계에 도달해버렸다.


*


인나와 마나가 출근한 후, 식사도중 그는 준서에게 물었다.


“엄마에게 연락 왔어?”

“아뇨.”

“어제 들었지?”

“네...”

“오빤 밥 먹고 그 사람 만나고 올게.”

“저기...오빠.”


그는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오빠도 동생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우리나라 법은 친모에게 권한을 많이 줘. 미혼부는 친자의 출생신고도 못한다고 하더라고. 데리고 나간 것인지 부터 확인을 해야 하고... 만약 그게 아니고 다른 곳에 맡겼거나 그러면 데리고 올게.”


“오빠... 고마워요.”


“학교는 어때?”


학교란 말에 준서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담임 선생님이 잘 챙겨주시는 것은 느껴져요. 늦게 왔다고 무시하는 애들도 아직은 없고. 왜 다시 왔는지 묻는 애는 있었지만, 언니들에게 배운 것처럼 이렇게 피씩 웃으니까....”


그의 표정이 굳었다.


“준서야.”

“네, 오빠?”

“앞으로 그렇게 웃지 마. 특히 남자에게.”

“왜...왜요? 싸가지 없어 보여요? 언니들은 도도한 표정이라고 했는데. 시크하고.”


‘뭘 가르치는 거야?’


“그 남자애 얼굴 급히 돌렸지? 얼굴 붉히면서?”

“네...? 아, 여자애에요. 얼굴 붉히면서 돌리긴 했어요. 나중에 쉬는 시간에 저한테 화장품 뭐 쓰는지 물어봤어요. 그래서 화장하는 방법 조금 가르쳐줘서 친해졌어요.”

“....남자애들한테는 웃어주지 마.”

“헤에... 저는 오빠한테만 웃을게요.”


순간 멍해졌던 그는 이내 활짝 웃었다.


“크으... 나날이 귀여워지네?”

“저도 느껴요. 헤에.”


‘어...?’


준서가 마나와 인나를 너무 닮아가는 것이 조금 걱정스러워진 그였다.


*


학교 앞까지 태워주려 했지만, 튀면 좋지 않다며 준서는 교문에서 먼 곳에서 내린다 말했다.


“다녀와.”

“오빠두... 밥 잘 챙겨 먹고요.”

“응, 응.”

“냉장고에 반찬 꺼내 먹구요. 국도...”

“알았어, 어서 가. 용돈 있어? 돈 줄까?”

“히. 많아요....아참, 오빠 시간 내서 운동화 꼭 사야해요.”

“어, 어 그럴게. 배고프면 매점 가서 뭐 사먹고. 아끼지 말고.”

“네, 오빠두... 아, 양말도 사요. 빵구 난 거 꼬매신지 말고.”

“왜 부끄러워?”

“아니요... 전 괜찮지만, 오빠를 이상하게 볼까봐. 전 그건 싫어요.”

“흐으, 알았어. 준서가 사라면 사서 신어야지. 머리핀 예쁘네. 내가 사준 거 했구나.”

“헤에... 오빠가 사준 거니까요.”


남매는 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한참 서로를 챙겼다. 정해진 등교 시간이 없었다면 둘은 계속 서로를 챙겼을 것이다. 걸어가며 몇 번이나 돌아보고 손을 흔드는 모습에 그는 또 흐트러진 미소를 지었다.


“동생... 좋다. 왜 몰랐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찾을걸.”


*


차를 움직이던 중 그는 룸미러에 걸린 펜던트를 보며 마나를 떠올렸다. 마나는 인나의 차를 타고 출근했다. 그가 어디로 갈 것인지 알기에 일부러 두고 간 것이다. 그는 이런 마나의 배려에 감사하며, 한편으론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인나가 나타난 후 마나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전처럼 지낼 수 없음을 알지만, 소중한 친구를 잃은 기분이라 그는 서운함도 느꼈다.


*


찾아간다고 전화를 했기에 남자는 근무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외출 됩니까.”

“네.”

“타시죠.”


그를 태우고 간 것은 준서 담임을 만났던 커피숍이었다. 한번 가본 곳이고, 대화하기 편한 구조로 되어 있음을 기억해 찾아간 것이다.


“커피하고...”

“저도 커피로.”


커피가 나오자, 남자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 사람...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씀씀이가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제가 야간작업을 한 달에 열 번을 해도 그 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그렇게 버는데도, 집안은 나아지는 기미가 없고... 애들 옷은 거지같이 입히면서 자신은 비싼 옷을 사 입고....”


“준서의 일은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 제가 생각해도 개만도 못한 놈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후 저도 술 끊고 잘 살아보려고 했지만... 그 여편네가 쓴 카드 값이 천이 넘는 것을 알게 되자 미칠 것 같아 또 마시고 말았습니다.”


대충 예상한 일이었다. 더 들어야 하나 싶던 그는 이들이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해졌다.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됩니다만...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하군요. 아, 오해하실까봐 말하는데, 전 제 부친에 대한 애정은 없습니다.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른 채 장례식에서 상주 맡았던 사람이라... 바람나서 밑에 애들 둘 모두 그쪽 아이들이라고 준서도 알고 있더군요.”


“그것도 모르는 일입니다.”


남자의 말에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여편네... 제가 말하면 믿지 못하시겠지만... 아니, 절 보십시오. 제가 일하느라 타서 그렇지 제 피부가 까맣습니까? 저 한국인입니다. 그런데 그 애들... 제 애들이라고 우기기에 그런가 싶었지만.... 아, 정말 모르겠습니다. 제가 누구랑 산 것인지도.”


“그렇게 의심하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유전자 검사라도 했다던가.”


“검사....”


고개 숙인 남자가 웃었다. 그는 그 웃음에 알 듯한 감정과 이해 못할 감정이 섞여 있다 느꼈다.


“검사하려고 하니 기겁을 하더군요.... 그거 아십니까? 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 저 찾아왔었습니다. 그 여편네가 못살겠다고 애들 데리고 제게 왔을 때... 그 후에. 제게 뭘 물어보셨는지 아십니까...? 언제부터 만났는지 물으시더군요. 제 대답 듣고, 그쪽도 아니군... 그랬습니다. 그...!”


그의 눈에 서린 분노를 읽고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준서는 제 동생입니다. 그건 거론할 문제가 아닙니다.”

“...예. 알겠습니다.”


욱해 윽박지르듯 말하고 그는 곧 후회했다.


“검사 하시죠.”

“예? 검사를...”

“애들... 의심한 상태로 계속 맡아 키울 수 있습니까?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고. 맡아줄 분은 있습니까.”

“...없습니다. 어머니도 오래전 돌아가셨고. 친인척도 없습니다.”


애들을 데리고 나갔지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는 여겼다. 다시 함께 살게 되도 의심은 남을 것이니 검사를 권하는 것이다. 남자는 그에 대해 답하지 않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가 커피잔의 남은 한 모금을 마실 때 다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만났는지 물으셨죠.... 술집에서 만났습니다. 아니, 노래방이었죠. 도우미로 나왔더군요. 말투가 이상해서 외국인이냐고 물었지만 아니라고 했습니다. 애 하나 있고, 혼자 산다고. 한참 뒤에 유부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웃긴 게 뭔지 아십니까.... 저 그 여자 국적도 모릅니다. 여권 보여 달라고 하면 칼 들고 난리를 핍니다. 아무래도 불법 체류자 같은데...”


“흐음.”


‘도우미라니.’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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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착오 20.06.09 18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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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용기내어 얻는 것 1 +4 20.06.05 26 4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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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진실과 거짓말 4 +2 20.06.04 26 6 21쪽
51 진실과 거짓말 3 +2 20.06.04 21 6 20쪽
50 진실과 거짓말 2 +6 20.06.03 25 5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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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덩이효과 2 +2 20.06.02 23 4 20쪽
47 복덩이효과 1 +2 20.06.02 20 4 18쪽
46 옆집의 마녀 3 +2 20.06.01 19 5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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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집 잃은 고양이들 5 +2 20.05.30 25 5 23쪽
42 집 잃은 고양이들 4 20.05.30 19 3 13쪽
41 집 잃은 고양이들 3 20.05.29 19 3 13쪽
40 집 잃은 고양이들 2 20.05.29 23 5 14쪽
39 집 잃은 고양이들 1 +5 20.05.28 25 6 18쪽
38 동호회 4 20.05.28 23 6 18쪽
37 동호회 3 20.05.27 24 5 20쪽
36 동호회 2 20.05.27 22 4 23쪽
35 동호회 1 20.05.26 23 3 21쪽
34 카센터 3 +1 20.05.26 26 5 17쪽
33 카센터 2 +2 20.05.25 24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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