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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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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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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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복덩이효과 1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처음에 그는 준서까지 인나의 집에 사는 것을 반대했다. 겨우 얻은 가족을 빼앗기는 기분까지 들었다.


“날씨도 같이 살면 되잖아.”


마나의 말에 그는 입을 다물었다. 인나가 말하지 않았지만 내심 바라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준서도 잘 꾸며진 자신의 방이 마음에 들었는지 오빠를 도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서운함이 둥둥 떠올라 그의 마음을 쿡쿡 아프게 건드리고 지나갔다.


“난 이만 가볼게.”

“점심 먹고 가, 언니.”

“나중에. 엄마랑 같이 올게. 아빠도 오고 싶어 할 테고. 아,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준서랑 마나 없을 때 다녀갈 테니까. 그리고... 이 집 내 소유로 되어 있지만, 그건 세금 문제 때문에 그런 것이고. 사실 인나 소유물이라고 할 수 있으니 부담 갖지 마세요.”

“난 월세 낼 거야.”

“마나야... 음, 그건 둘이 알아서 하고.”


월세란 말에 그의 마음이 움직였다. 그도 준서의 방을 보았다. 보면 안 될 것 같았지만, 마나가 끌고 가 강제로 보여주었다.


‘이게 소녀의 방이구나.’


예쁘게 꾸며있던 그 방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창문과 침대였다. 잠깐 보았지만 그는 창을 열며 웃는 준서를 상상했다. 또 침대에서 깊이 잠들다 깨어나 기분 좋게 웃는 준서도 보았다. 그를 상상한 순간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준서야.”

“으응... 네, 오빠.”

“방 마음에 들어?”


준서는 그의 눈치를 보았다. 흔들리는 준서의 눈을 보며 그는 마음이 아파왔다.


“오빠 돈 잘 벌잖아. 오빠가 월세내고 살게 해줄게. 그럼 살래?”

“월세라니요?”


인나가 화내려하자 마나와 인영이 급히 그녀를 잡아 당겼다. 준서는 주변을 보다 그에게 다가가 귀에 속삭였다.


“오빠는요.”

“나? 나는... 아무래도 집을 관리해야 하잖아. 그리고 그 집이 난 더 편하고. 여기서 내가 살면 시간대가 안 맞아서 불편하고.... 내가 출근할 때마다 두 사람 잠에서 깨잖아.”

“그건 괜찮아요. 저는.”

“아냐. 너도 이제 학교 다니면 푹 자야지. 그리고... 친구들도 데리고 오고 싶잖아.”

“친구 안 불러요.”

“이젠 불러. 저렇게 예쁜 방, 언니가 만들어 줬잖아. 자랑해.”

“그럼 오빠는요...”

“왜 울어. 바로 앞집인데.”

“집돌이는요...”

“집돌이? 그 놈은 뭐 좋다면 여기 마당도 넓으니 여기서 살라던가... 아니면 계속 나랑 있던가. 나 없을 때 여기에 오던가... 그리고 준서 너도 여기 살아도 계속 오가면 되잖아.”

“왔다갔다...?”

“응, 괜찮지?”

“모르겠어요...”

“부담스러우면 당분간은 같이 지내면서 언니하고 친해져. 그러다 생각 바뀌거나 차츰 여기로.... 그렇게, 자연스럽게.”

“월세는... 얼만데요.”

“그건 왜?”

“저도 아르바이트해서.... 아르바이트비 받을 돈도 있고.”


전에 물으려다 잊었던 일이다. 그의 표정이 굳자 남매의 대화를 흐뭇하게 지켜보단 세 사람도 이상을 느꼈다.


“준서야. 그 아르바이트... 언제 한 건데?”

“십이월부터 이월달까지 삼개월 했어요.”

“돈은...언제 받았고?”

“아직... 곧 준다고 연락은 왔어요.”

“....보여줄래?”


준서는 그의 말에 톡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가만히 대화내용을 살피는 그의 손이 작게 떨렸다.


“그랬구나. 여기 어디야?”


위치를 들은 그는 길가에 서 있던 커다란 패스트푸드점을 떠올렸다.


“음, 이 돈은 오빠가 받아다 줄게. 너는 이 문제는 신경 쓰지 마. 그리고 앞으로 아르바이트 하려면 오빠 일 도와줘.”

“오빠일?”

“응, 어... 집 정리는 계속해야 하니까. 그거 도우면 오빠가 용돈 줄게.”

“빨래랑 밥도!”

“아, 그건... 아침은 알아서 먹을게. 저녁은 되도록 같이 먹고 싶지만 오빠가 시간이 늘 늦으니까... 대신 주말에 한번 정도 준서가 밥하면 먹을게.”

“다 할 수 있는데...”

“오빠가 부담스러워서 그래.”

“알았어요. 또 뭐 해요?”

“응, 집돌이 밥 챙겨주는 거? 그리고 고양이들 밥 주기?”

“아....오빠, 고양이는...”


마나에게서 준서가 고양이를 챙겨주고 있음을 들은 그였다. 알지만 준서가 좋아하는 일이라 그냥 두고 보라고 말했었다.


“괜찮아.”

“눈이 나쁜 고양이들이에요. 그래도 절 기억하나 봐요. 어쩌면 제가 살 때 태어난 새끼들이 컸는지도 몰라요. 부르면 와서 알았어요.”

“그랬구나...”


그도 고양이에게 미안한 점이 많았기에, 밥을 챙겨 주는 것을 나무랄 생각은 없었다.


“들고양이는 병원균이 많다고 했어. 만질 때 장갑 끼면 좋겠어. 놀아주고 꼭 손발 씻고. 세수도 하고. 마스크도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사료도 사줄게.”

“개밥 잘 먹어요.”

“그래도 개밥이잖아. 고양이는 고양이밥 먹고 싶어 하지 않을까? 준서도 밥 좋아하지? 보니까 마나가 토스트 구워주면 잘 안 먹던데.”

“느끼해서...”

-으아! 그랬었던 거야?!


마나가 끼어들자 두 사람은 슬쩍 마나를 보았을 뿐 더 거론하지 않았다.


“오빠 빨래도 할래요.”

“빨래는... 그래, 그건 내가 바빠서 부탁해야 하는 거니까.”

“오늘 옷 사러 가요.”

“응? 아... 옷... 그랬지.”


그는 인영과 인나가 있어 민망함을 느꼈다.


“대충 정리된 것 같으니 밥이나 먹으러 나가요. 기념으로 제가 살게요.”


인영의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갈 예정이었지만, 오늘은...”

“또 그렇게 빠져나가려고? 준서야, 오빠 끌고 나가자. 옷도 입었으니.”

“뭔데? 왜?”

“가면서 설명할게. 언니 차 크지? 어? 그런데 둘 다 차 어디에 세웠어?”


두 사람은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일부러 차를 인근 주차장에 세워두었다고 고백했다.


“참 철저하다. 하려면 더 제대로 하던가. 서프라이즈였어, 그게? 달려 나와서 울고 매달리는 게 무슨 서프라이즈야. 바보.”

“놀랐으면서.”


인영의 말에 마나는 인나를 더 놀리지 못했다.


“차부터 옮기자.”


마나가 인나와 인영을 잡아끌고 나가자, 남의 집에 남은 남매는 어색함을 잠시 느꼈다. 그는 마나가 왜 피해줬는지 깨닫고 준서에게 물었다.


“준서야. 너도 알게 되겠지만... 그 아르바이트. 널 속이려고 하고 있어. 네가 학생신분을 감추고 일했다는 것 때문에 돈을 안주려고 하고 있어.”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늘 친절하게 대해준 매니저를 믿었던 준서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오빠가 해결해줄게.”

“오빠...”

“오빠만 믿어. 오빠가 못하는 일은 없어.”

“...응.”

“에구 귀엽다. 안고 싶다 내 동생.”


그 순간 준서가 그에게 안겼다. 놀란 그는 이내 준서의 등을 토닥이며 울게 해주었다.


*


차를 가져온 세 여인은 준서의 이야기를 그에게 듣고 분노했다.


“가요.”

“어딜...”

“그곳에 가요.”

“그건 제가 알아서...”

“날씨! 저 화 났어요. 세상엔 정말 나쁜 사람이 많아요.”

“진정해요, 인나씨가 그런다고 그런 사람들은 눈도 깜빡 안 해요.”


현실을 직시하라는 그의 말에도 인나는 물러나지 않았다.


“가서 보여줘요. 준서가 사랑받고 있는 아이라는 것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가요. 언니! 내 말 맞지?”

“으응... 고집부리면 못 말리니까, 그리고 저도 가서 보고 싶네요. 어떤 사람들인지. 소동은 일으키지 않을게요. 인나도 그런 예의범절은 배웠어요. 마나도... 그렇지?”

“화내서 뭐해? 법적으로 해결해야지.”

“그래, 그게 옳아. 문제 생기면 있는 집 자식들이 갑질 한다는 괜한 소문만 퍼져서 엄마아빠에게 피해가 가니까. 인나야 알지?”

“알았어. 언니, 나 옷 입고 나올게.”


인나가 방으로 들어가자 마나도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날씨, 여자들의 싸움방법을 보여드릴게요.”

“제발... 조용히만.”

“준서야. 언니랑 집에 갔다 오자.”


그는 한 시간 후 여자들의 진정한 무장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자꾸 시선이 가는 인나와 마나에게서 일부러 눈을 돌려 준서에게 집중했다.


“누구 동생인데 이렇게 예쁘지?”

“그렇죠? 나도 화장해주며 깜짝 놀랐어요. 쌍꺼풀 없는 눈인데 크고 매력적이구나 싶었는데 속눈썹 진하고 엄청 길더라고요.”

“붙인 거 아니었어? 어머, 정말이네?”

“피부도 봐. 아기피부야. 탱탱하고 뽀송하고. 왁싱은 해야겠어. 솜털이 많더라고.”

“살짝 했는데 이정도면, 제대로 꾸미면 남자들이 줄줄 쫓아다니겠다. 날씨 나중에 고생하겠어.”


그는 여자들의 대화에 끼어들 수 없었다. 어쩐지 기도 죽는 느낌이었다. 그럴 때 준서가 그의 손을 잡았다.


“오빠.”

“응?”

“사진 찍어요.”

“어...? 그, 그래.”


자신감이 생겼는지 처음으로 준서가 사진을 허락해주었다. 그는 전송된 사진을 바탕화면으로 저장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인나가 준서처럼 애교 많은 아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 안다며 어깨를 치고 나가는 인영을 보며 그는 동생을 가진 이들은 다 비슷한 것인가 생각했다. 만약 인영과 친오빠와의 유치한 말다툼을 보았다면, 진짜 친남매가 어떤 것인지 더 잘 알게 되었을 것이다.


*


무장을 마친 여인들은 굳이 차를 세대 모두 가지고 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뭘 하려는지 깨닫고 조용히 인나의 차에 올라탔다. 준서는 일부러 마나의 차에 올라탔다. 일반적으로 마나의 차가 가장 비싸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치킨과 햄버거 피자까지. 잘 팔리는 거의 모든 음식을 파는 패스트푸드점은 배송도 하고, 승차 구매(Drive through, Drive thru)와 드라이브 인을 겸하는 곳으로 주차장도 갖춘 곳이다. 1층은 포장과 배송을 전문으로 하고, 2층과 3층은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곳이라 직원도 많고, 이용객도 많다. 시내 중심이라 할 수 없는 외각에 위치했지만, 젊은 계층의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또 차 자랑하려는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세대의 차량이 나란히 주차장으로 들어설 때, 아는 이들은 눈을 크게 뜨며 눈 호강했음에 즐거워하고 모르는 이들은 흔히 볼 수 없는 앞선 스포츠카에 관심을 보였다.


-재규어 들어간다. 괜히 긁히지 않게 안쪽 자리 안내해.

-무슨 날인가? 아우디 바로 쫓아가는데?

-마지막 차가 제일 비싼 차다.

-SUV가 비싸봤자....

-벤틀리야. 출고가가 3억이야. 모르면 아갈 닥.


주차 안내를 하는 아르바이트생들도 차의 가격을 알기에 긴장하며 주차할 곳을 안내했다. 그런 차에서 내린 다섯 사람들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어...”


준서를 알아본 아르바이트생의 반응에 마나가 입을 열었다.


“준서 아는 사람?”

“...잘은 몰라요.”

“흐음, 그래? 난 또...”


또각또각 걸어가는 마나와 그 옆을 따라가는 준서를 보며 아르바이트생은 무전기를 눌렀다.


“지금 들어가는 손님 중에 전에 알바하던 애 있다.”


준서는 시선을 받아 주눅이 들었지만 오빠의 당당한 태도에 용기를 내 걸었다. 자연스럽게 앞장서던 그가 문을 열고 기다리자 마나와 인나, 인영은 익숙한 듯 들어갔다. 준서는 오빠에게 다가가 손을 잡는 것으로 잠시 긴장을 풀었다.


“매니저가 누구야.”

“여긴 없어요. 주로 2층에 있어요.”

“알았어. 올라가시죠.”


그의 말에 안내를 위해 다가오던 아르바이트생이 주춤 물러났다.


“안내 해주러 온 것 아닌가...?”

“이, 이쪽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포장은 아니시죠?”

“네. 먹고 갈 겁니다.”


그들이 안내된 자리에 착석한 후 안내했던 아르바이트생은 감상을 무전으로 전했다.


-준서가 오빠라고 부르는 남자 포스 장난 아님. 순간 개 쫄았음.

-무전으로 누가 잡담하래?


매니저의 날선 목소리가 들리자 아르바이트생들은 뜨끔해 정신을 차렸다. 허나, 관심은 두 개의 테이블을 붙여 앉은 다섯 사람에게 향해 있었다. 매니저는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라는 말에 관심을 주지 않았었다. 헌데 2층으로 올라온 이가 준서였기에 놀라는 중이다. 켕기는 것이 있었기에 그녀는 급히 지점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준서는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네 사람이 식사를 즐기는 것을 느끼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그도 준서가 긴장할까봐 일부러 농담을 던지며 식사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가 딱 하나 신경 쓰는 것은 수시로 주변인들의 시선을 이끌어버리는 세 사람의 행동이었다.


“덥네.”


겉옷을 벗으려 일어난 순간 확 몰리는 시선을 마나는 즐겼다. 모델 경험이 있어 옷을 벗는 동작도 예사롭지 않았다. 사람의 시선을 이끌어 낼 줄 아는 것은 인영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어도 눈길을 끄는 인나도 크게 한 몫하고 있었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채 세 사람은 조금 경직된 그와 준서를 챙겼다. 보통의 관계가 아님을 알리는 과감한 행동도 인나는 거침없이 하곤 했다. 그녀들의 작은 행동들에 눈을 떼지 못하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그가 노려보자 곧 고개를 돌렸지만, 힐끔거리는 것은 여전했다.


‘이게... 여자들의 전투구나.’


시선을 끌어내는 여인을 곁에 둔 것으로 그도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고조된 듯 볼을 붉히며 웃고 있는 준서를 보며 그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준 이들에게 속으로 감사했다.


2시간 가량, 느긋한 식사를 마치고 그는 남은 음식을 포장해달라고 말했다. 포장한 음식을 가져 온 것은 준서에게 메시지를 보내던 매니저였다. 그는 속으로 참으로 뻔뻔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준서 왔구나.”

“아는 사람?”


매니저의 말에 인나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알아도, 아는 척 할 필요가 있나 싶은데....”

“준서가 일했다던 곳이 여기구나?”


마나에 이어 그가 묻자 준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 어째서 내 동생이 긴장하나 싶더니...”


여운을 담은 말을 내뱉고 그가 일어나자 매니저가 놀란 표정으로 한발 물러났다.


“가자.”


그는 준서의 손을 잡고 매니저에게 다가가 그녀가 들고 있던 포장된 음식을 받아 들었다.


“내일 다시 오지....”


작게 속삭이고 그가 지나가고, 인나와 마나, 인영이 날 선 눈으로 매니저를 보고 지나쳐 갔다.


“겁도 없이.”


마지막에 지나가던 인영의 말에 매니저는 주저앉을 뻔했다.


*


다음날 태영을 데리고 다시 방문하려던 그의 계획은 필요가 없었다. 매장을 떠나고 1시간이 지나지 않아 입금했다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문제 생기는 것을 두려워했는지, 그들은 초과근무한 시간도 철저히 계산해 보냈다고 알렸다.


“정신 못 차렸네.”


그는 준서에게 전화번호를 받아 매니저에게 연락했다.


“체불 일시부터 법정이자가 붙는 것은 모르는 건가? 애 부려먹고 돈 떼먹으려던 당신들 그냥 넘어갈 것 같아? 딱, 삼십분 주겠어.”


전화를 끊고 이십분이 지나기 전 체불지연에 대한 가산금을 입금했다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믿을 수가 있어야지. 준서야, 확인해봐.”


그의 말에 준서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왜?”

“저 통장 없어서... 엄마 통장으로...”

“이런...”


죽 쒀서 개준다는 표현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 그는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개월 체불한 겁니까.”

-마지막 한 달인데요...


‘석 달이 아니었어?’


-죄송합니다. 지점 자금이...

“그딴 소리 듣고 싶지 않고... 알았습니다.”


그는 전화를 끊고 준서를 보았다.


“...돈 엄마 그냥 줄래?”


준서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해준 것도 없으면서... 엄마는 매일 화장품사고, 옷 사고... 내가 교복 산다고 했는데도 들어주지도 않았어요. 동생들 옷도 사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운동화랑 책가방도 사주고 싶었어요.... 교복도 사고.”


두 달 치 월급은 이미 지불되어 있는듯했다. 통장을 확인해야겠지만 그는 준서의 엄마가 돈을 가로챘다 확신했다.


“전화번호 알아? 엄마.”

“전화하시게요....?”

“음, 왜 걱정 돼?”

“....저 다시 데리고 가면 어떻게 해요.”


마음이 아파와 그가 팔을 벌리려 할 때, 지켜보던 여인들이 달려들어 준서를 끌어안았다.


“그냥 줘버리자.”

“아냐, 받아내야지.”

“내가 갈게. 내가 가서 머리채를...”


각기 다른 의견을 내는 세 사람까지 그는 달래야 했다.


“전화부터 해볼게. 그리고 절대 준서 못 데려가. 오빠를 믿어봐.”

“....네.”


밖으로 나온 그는 화를 터트렸다. 욕도 했다. 감정을 마구 발산하며 상대를 매도했다. 그래도 친모이니 다를 것이라 생각했었다. 집에 찾아가 아이들에게 음식을 사주고 데려다 줄 때 그녀는 집 앞에 나와 있었다. 아이들을 마중 나온 그녀는 그에게 준서를 부탁 한다고 고개 숙였었다. 그래도 엄마구나, 그는 믿었었다. 그는 뻔뻔스러운 여인에게 경고했다.


“내 통장으로 입금해! 돈이 없어서 전화한 것이 아니야, 그 아이가 번 돈이야. 그 아이가...크으. 교복 사려고... 이 벌레만도 못한 사람들아... 그 아이가 주눅 들고, 눈치 보며 번 돈이라고....”


속이 상해 울 것 같았다. 이를 악물고 그는 말해야 했다.


“석 달이나 그 고생했는데, 돈을 다 가로채? 당신이.... 나 분명 경고했지? 나 찾아가게 만들지 말라고. 오늘까지야. 오늘 넘기면 각오해.... 어디 도망이라도 가봐. 날 계속 자극해봐! 내가 어떤 놈인지 보여줄 테니까.”


한껏 발산하고 그는 후회했다. 이런 사람들은 어르고 달래서 얻을 것을 다 얻은 후 떨쳐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엔 쌓인 분노가 너무 컸다.


*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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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1 20.06.09 15 1 17쪽
61 착오 20.06.09 17 3 24쪽
60 용기내어 얻는 것 7 20.06.08 23 2 22쪽
59 용기내어 얻는 것 6 20.06.08 23 5 21쪽
58 용기내어 얻는 것 5 20.06.07 23 3 9쪽
57 용기내어 얻는 것 4 20.06.07 21 4 22쪽
56 용기내어 얻는 것 3 +2 20.06.06 22 3 23쪽
55 용기내어 얻는 것 2 20.06.06 18 3 25쪽
54 용기내어 얻는 것 1 +4 20.06.05 25 4 24쪽
53 진실과 거짓말 5 +4 20.06.05 21 4 30쪽
52 진실과 거짓말 4 +2 20.06.04 26 6 21쪽
51 진실과 거짓말 3 +2 20.06.04 21 6 20쪽
50 진실과 거짓말 2 +6 20.06.03 25 5 22쪽
49 진실과 거짓말 1 +2 20.06.03 19 5 20쪽
48 복덩이효과 2 +2 20.06.02 22 4 20쪽
» 복덩이효과 1 +2 20.06.02 20 4 18쪽
46 옆집의 마녀 3 +2 20.06.01 19 5 21쪽
45 옆집의 마녀 2 +2 20.05.31 27 8 21쪽
44 옆집의 마녀 1 +2 20.05.31 23 4 25쪽
43 집 잃은 고양이들 5 +2 20.05.30 25 5 23쪽
42 집 잃은 고양이들 4 20.05.30 19 3 13쪽
41 집 잃은 고양이들 3 20.05.29 19 3 13쪽
40 집 잃은 고양이들 2 20.05.29 23 5 14쪽
39 집 잃은 고양이들 1 +5 20.05.28 24 6 18쪽
38 동호회 4 20.05.28 23 6 18쪽
37 동호회 3 20.05.27 24 5 20쪽
36 동호회 2 20.05.27 22 4 23쪽
35 동호회 1 20.05.26 23 3 21쪽
34 카센터 3 +1 20.05.26 25 5 17쪽
33 카센터 2 +2 20.05.25 24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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