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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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작품등록일 :
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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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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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2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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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3화

DUMMY

제 3화 낚시는 시작되어버렸다.



올드 오스만은 조명을 켜고 책상에 앉아 콜베르가 놔둔 책을 보았다. 다행히 펴둔 페이지가 바뀌지는 않아 간단히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간달브라……”


옛날이야기인가. 실전된 허무의 마법사라도 나타났단 말인가. 올드 오스만은 그저 웃었다. 아마도 잘못 보고 달려온 게 아닐까.


“하지만……”


아마도 평소라면 그렇게 생각했겠지. 여기서 사고를 진전시키는 건 끝냈겠지. 이번은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오스만은 한숨을 쉬고는 의자에 등을 푹 기대었다. 의자가 살짝 뒤로 밀려났다.


아무리 콜베르라도 어지간해서는 이 밤에 오지는 않는다. 그의 열성은 분명히 대단한 것이지만. 올 거라면 내일 낮이나 돼서겠지. 그렇다면 단순한 호기심에 의한 게 아니라 무슨 다른 것에 자극을 받아서 온 것이 아닌가싶군. 오스만은 중얼거렸다.


“그의 행동원리라면 역시인가.”


전쟁터에서 많은 경험을 하며 무수한 위험을 넘어선 자. 결국 피를 흘리는 일에 염증이 생겨 학생을 가르치기로 하여 교단에 투신한 자. 그게 자신이 아는 콜베르다.


“결국은.”


어떤 위험을 느낀 것 같은데. 올드 오스만은 고민했다. 하지만 단서가 너무 없다. 만약 진짜로 전설의 재래가 시작되었는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다지 가능성이 없다. 설혹 그 가능성이 이루어진 걸지도 모르지만.


“아니.”


애초에 문제는 그게 아니다. 일단 양호실의 부인에게는 과로라고 했지만 최근 본 콜베르의 모습에는 활력의 넘침이 눈에 보이고 있었다. 새로운 사역마들의 소환은 여전히 콜베르에게는 흥미로웠던 것 같다. 못 보고 넘어간 게 있긴 해도 과로는 아니었으리라.


다른 요인이 분명히 있다. 콜베르의 기절에는. 올드 오스만은 오랜만에 확신이 들었다. 콜베르가 깨어난 후 사정을 청취하는 게 확실하지만. 게다가 단서는……


“미스 발리에르의 사역마인가.”


올드 오스만은 머리를 긁적였다. 일이 복잡하게 가지 않으면 좋으련만.





루이즈는 사후보고를 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돌아왔다. 다른 이들 같았다면 지금쯤 휴식을 취했겠지만 그 부상자-카서스라고 이름을 밝힌- 탓에 양호실로 간 후 혼자서 교무실에 들려야 했다. 거기다 사역마가 2명이라는 점과 둘 다 신원 미상이었기에 작성할 분량은 많아졌다.


“휴.”


게다가 신원을 확인하고 나서 작성할 서류까지 손에 쥐고 어두컴컴한 밤에 움직인다는 것은-거기다 걸어서- 지친다, 라고 그녀는 속으로 불평했다.


아, 따지고 보니 하나는 말도 안 통하잖아. 다른 하나는 거지고. 뭐 신체는 멀쩡해 보이니 거지 쪽은 어떻게든 하인으로라도 써먹을 수 있을 거지만. 그 이상한 녀석도 그을려진 옷을 보아 거지일 테니- 그녀는 자신의 주문이 옷에 흠을 생기게 한 원인이라는 걸 잊었다- 어쩌라고. 아! 이제 어떻게 해. 그녀는 머리를 쥐어뜯으려다 간신히 손을 내렸다.


“휴우.”


다시 한 번 한숨. 이제 어쩌지? 아무리 봐도 평민 둘. 그것도 거지. 자신의 계통을 알지도 못했다. 사역마와의 링크도 없으니 정보를 얻는다거나 하는 건 생각할 수 없다. 결국 하인 두 명 얻었다고 봐야 하는데.


“아, 진짜!”


타바사의 풍룡이라거나 키르케의 샐러맨더. 하다못해 기슈의 거대 두더지. 아니 차라리 인간이 아닌 동물이었다면. 인간이면 그나마 메이지라도 나왔으면. 하, 저런 거지들이 보호해주는 역할이나 하겠어? 무술이고 뭐고 하나도 안 익힌 인상인데. 메이지는 아니라고 해도 전사정도면.


아, 이제 탑이네. 루이즈는 암울함으로 나아가던 생각을 중지시켰다. 더 생각해봐야 짜증만 나서 참지 못할 거야. 일단 저 거지들한테 귀족의 위엄을 보여주어야 한다. 저 녀석들한테는 무시당하지 않는 주인으로서의 모습을.


어느새 복도를 지나 문 앞에 도착했다. 루이즈는 심호흡을 하며 자세를 잡았다. 처음에는 강하게 나가는 거야. 우선 문을 세게 열고 소리치며 들어가는 거야. 어깨를 쫙 펴고 눈빛을 예리하게. 그리고 위압된 그들에게 동정심을 보여주어 채찍과 당근 작전을 성공시키는 거야 그 다음에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는 것에 머뭇거리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만.”


루이즈는 소리에 놀라 살짝 뛰어버렸다. 입에서 비명이 새지는 않아 다행, 이라고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구석에서 얼굴을 무릎 사이에 넣고 잠들어 있는 푸른 옷의 거지와 아까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먼지투성이에 무슨 색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의 누더기를 입고 있는 거지가 눈에 들어왔다.


“너, 이름이 뭐였지?”


누더기 거지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냥 잊도록. 기회라는 건 불량한 택배업자이니까.”


“그거 뭔 소리야?”


“아아, 지금 자네의 지적능력을 알아버린 것 같군.”


루이즈는 화가 났다.


“놀리지 마! 카서스!”


누더기 거지가 살며시 웃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은 알고 있는 것을 되물어봐야 상황일지도 모르지만 식상한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지.”


“뭐……어쨌든.”


이 녀석, 보통은 아니다. 혹시 몰락한 귀족일지도 모르겠다. 루이즈는 생각했다.


“앞으로의……”


주인으로서의 위엄을 보여야 한다. 장황하며 교양 있는 말로 압도해주마. 루이즈는 머릿속에서 어휘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진행하는 문장을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서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반적인 사람들은 여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만?”


이 녀석. 얄미워! 루이즈는 머리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쭈그리고 앉아있던 파란 옷 거지도 어느새 일어났다.


“아, 아무튼……”


흥분해서 말이 안 나온다. 이러면 더더욱 놀림 받을 것 같은데. 이런 거지 따위한테! 무슨 숨겨진 신분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거 있어도 무시해주자! 밟아주자! 처벌해주자!


“얼굴 표정을 보아 임계점이 매우 낮지 않은가? 펄펄 끓고 있군."


“그런 걸 알고 있다면 내가 앞으로 뭘 할지도 알겠네?”


루이즈는 지팡이를 들었다. 누더기 거지 근처에 있던 파란 옷 거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넌 조용히 해!”


그리고 누더기 거지에게로 팔을 휘둘렀다.


“내 말이나 알아들으라고!”


순간 누더기 거지가 웃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폭발이 일어났다.





카서스는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아, 방의 주인이 오는군. 그는 일어섰다. 창을 내려다보자 탑의 문으로 들어오는 루이즈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 더 기다리자 문 밖에 서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거기 서서 뭔가를 다짐하는 듯했다.


그는 그녀를 불렀다. 그리고 일부러 그녀가 화가 나도록 빈정대었다. 사이토가 분위기를 읽고 말리려는 듯이 그에게 다가왔다. 무시하고 몇 마디 더 하자 루이즈는 지팡이를 들었다. 역시군. 그녀는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는 웃었다. 그리고 사이토의 팔을 잡고 앞으로 던졌다.


-콰앙-


사이토가 검게 변색되어 버리자 루이즈는 놀라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는 지금까지 바로 앞에서 주문을 시전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예전이라면 지금까지의 정보로도 확신했겠지만 아직 하루도 되지 않은 그 대실패는 보다 정확하고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도록 하고 있었다. 결론은 처음 생각한 것과 마찬가지였지만.


“어이, 너!”


“무슨 일이지?”


루이즈가 주저하며 그를 보았다. 말을 꺼낼 때까지 무시하기로 하고 사이토를 보았다. 원래 그녀가 주문을 사용하면 그 주문의 위력을 축소시킨 후 착탄할 위치를 바꿀 생각이었지만 그 구성을 보고는 생각을 바꿨다. 이제 사이토는 이곳의 인간과 대화할 수 있겠지. 말만 사용가능하겠지만.


“대체 어떻게……”


“용건은 확실하게 해주었으면 한다만.”


사이토는 폭발로 인해 서 있던 위치가 바뀌었다. 그래서 그녀는 꺼림칙함을 느끼면서도 확증을 잡지는 못했다.


“아무튼 그런 위협적인 공격은 자제해줬으면 한다만.”


“네가 그러니까……”


그는 문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문이 열리며 잠옷 차림의 붉은 머리 여자가 나타났다. 뒤에는 샐러맨더가 있었다. 붉은 머리의 여자는 하품을 하며 말했다.


“뭘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잠 좀 자면 안 될까?”


“평소에는 밤에 깨어있더니!”


상황은 루이즈와 붉은 머리의 여자의 대결로 넘어간 것 같았다. 그는 창문을 열고 의자를 돌린 후 그 위에 앉아서 밤하늘을 보았다.


“오늘은 내 귀여운 플레임과의 교우를 위해서지.”


“하아, 웬일로 속옷 차림이 아니다했더니, 이제는……”


“아니, 나라고 해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거든.”


뭐 이런 식의 대화가 이어져갔다. 그는 일어나서 문으로 향했다.


“어딜 가는 거야!”


“이 상황은 비켜줘야 하는 상황인 것 같은데 틀리나?”


루이즈는 가만히 있다가 흥, 하며 다시 붉은 머리의 여자와의 설전으로 돌입했다.


“나중에 오지.”


그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복도를 걸으며 그는 탑의 구조도를 머릿속에서 작성했다. 양호실에서 여기를 오는 동안은 이곳의 마법을 알아보기 위해 신경 쓰지 못했다. 시간이 있는 지금 건물을 알아보자. 자신이 처한 곳의 상황을 가능한 한 빨리 파악해둬야 앞으로가 편할 테니까. 그는 속으로 이것저것-예컨대 바닥의 재질이나 문에 쓰인 장식의 의미 등을- 생각하면서 머릿속으로 탑의 설계도를 그린 후 밖으로 나왔다.


“확실히 뭔가 있군.”


건물들을 둘러보며 그는 중얼거렸다. 루이즈의 방을 떠올렸다. 그 방만 작은 게 아니라면 분명히 규모에 비해 벽이 매우 두껍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곳의 수준을 봐서는 거주자들의 마법 실패에서 건물을 보호하기에는 과분하다. 마법 수준이 다른 데서도 비슷하다면 아마도 전쟁을 대비한 요새에나 쓸법할 정도의 두께다.


양호실에서 루이즈의 방까지 올 때 본 주위풍경을 생각해봐서는 그건 아니다. 40대 이상의 일부 어른과 청년이 되기 직전의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이런 건 일종의 교육기관에서나 나타나는 양상이다. 또한 이곳이 요새라면 병사들이 거주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야간에 근무를 서는 자들도 이곳저곳에 있어야 한다. 물론 교사로 보이는 자가 순찰을 돌기는 하지만 너무 적다.


“하지만……”


다른 가능성이 있군. 솔직히 군대 단위에서 무언가를 지키기에는 미흡하다. 하지만 개인이나 몇 안 되는 자들에게서 무언가를 지킨다면 이런 상태라도 나쁘지는 않다. 각지의 마법 수준이 비슷하다는 전제조건 아래에서는. 그리고 그 무언가는.


“보물이 되겠군.”


그는 천천히 건물을 다시 바라보았다. 물, 불, 바람, 흙 원소를 기본으로 그 색이 칠해진 네 탑. 분명히 밤중이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그에게는 의미가 없다. 그리고 중앙.


“호오.”


이런 곳이라고 해도 보물이라면 어느 정도 쓸 만할지도 모른다. 이곳의 현재 수준이 열악하기 짝이 없지만 고대의 마법사들도 이 수준이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고대의 지식을 발판으로 익히는 게 마법이라 좀 불안하기도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고는 있지만 정말 가 볼 가치가 있을까.”


부정적인 생각을 마음의 한편에다 던져놓고 크리에이터 종족의 네더스크롤로 인해 이루어진 진보의 예를 상기하면서 그는 천천히 중앙의 탑으로 시선을 옮겼다. 정확히 탑 최상층보다 약간 아래의 위치로.





그는 손을 휘둘렀다. 주변에 불이 밝혀졌다. 그리고 금이나 은으로 된 많은 물품들이 시야에 보이기 시작했다.


“쉽군.”


너무 쉬웠다. 공간도약에 대한 방어책이 단 하나도 걸려 있지 않았으니 딱히 손을 본다거나 할 필요가 없었다. 덤으로 벽에 걸려있는 마법에서 낭비되는 마법력은 우스울 정도였다.


“별 거 없군.”


애초에 보물에 대한 대비를 이 정도로밖에 할 수 없는 곳에서야 별 수 없나, 라고 중얼거리며 주변에 전시된 물품들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돈을 얻는 데는 유용한 물건들이지만 바라는 계열의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하나 있군.


그것을 그는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왼손을 대어보았다. 아아, 이거 흥미롭군. 로켓 런처(Rocket Launcher)라. 재미있을 정도군. 분명히 여기에 사용된 야금술이나 화약의 사용법 자체는 네서릴에도 분명히 있었고 오히려 뛰어났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폭탄보다 강력한 것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다. 다만.


“문제는.”


마법이 하나도 사용되지 않았다는 거지, 그는 중얼거리고는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읊조렸다.


“이것은.”


이 세계의 것이 아니다. 자신 역시 이 세계의 존재는 아니다만. 기술 자체는 알아냈다. 그리고 이해했고 한 단계나 두 단계 위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 해도 이건 보존이 잘 되어 있긴 하지만 만들어 진 건 최소 수십 년 전의 일. 분명히 더 발달된 게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세상은 이런 걸 만드는 기술을 다방면으로 응용하고 있을 것이고.


“마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지만.”


최선의 것이 있다고 차선의 것을 버리는 바보짓을 할 생각은 없다. 게다가 네서릴 제국으로 결국 마법으로 구하지 못했다. 만약을 대비해 하나의 수를 갖춰두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정말로 운명이라는 건지도 모르겠군.”


최고의 마법으로 세상을 구하지 못했고 오히려 멸망시켰으며 죽음 앞에 놓였을 때 구해졌으며 구원자는 나약하기 짝이 없었으며 게다가 마법 말고 다른 수단을 보게 되었다.…… 아. 정말로 멋지군. 지금 당장 모두 다 파괴하고 싶을 정도로. 그는 배를 부여잡았다.


“크크크. 하하핫. 와하하하핫. 아아! 미칠 정도야. 크큭. 하하핫.”


그는 웃었다. 웃고 또 웃었다.





바람의 탑 위 둥근 아치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통모양의 이문명의 물체를 들고 그는 생각했다. 이 물건은 이 세계에 나타난 지가 너무 오래되어 전이 전의 좌표를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점 외에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나름대로 다 확인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넣고 오기는 그렇군.”


일단 이것을 어디다 보관할까. 물론 원래 장소에 넣는 게 좋겠지만 가져올 때 미리 처리까지 해뒀는데 다시 풀면서 하기는 귀찮다. 그 처리 역시 대강대강 처리한 거지만. 누군가 달려오고 있는데 꼼꼼한 처리를 할 수는 없었으니. 다시 이 물건을 어딘가에 놔둘지 생각해보자. 이공간에 방을 만든다거나 하기에는 조금 시간이 걸린다. 애초에 여기 자체가 이세계이기에 대부분의 마법사가 아는 좌표는 통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좌표를 찾거나 기타 등등 여러 가지 일을 해둬야 한다. 하아, 그는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는 물체를 들어올렸다.


“그냥 이러지.”


그는 손을 조금씩 움직이고 몇 마디 중얼거렸다. 그리고 물체는 사라졌다. 이제 봉인해제의 의식을 하기 전에는 지상의 가장 밑에서 별의 멸망이 오기 전까지 아무 것도 건드리지 못하는 상태로 있을 것이다. 그 물체는. 자, 이제 가볼까. 그는 목을 손으로 주무르면서 루이즈의 방으로 향했다.




올드 오스만은 학원장실에서 잠자리로 가기 전 평소처럼 보물고에 들렸다. 로브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는 가장 먼저 중앙으로 달려가 하나의 물품을 바라보았다. 은인의 유품 두 개 중 하나. 그 사용방법을 알 수 없는, 한 번에 와이번을 쓰러뜨리는 강력한 도구. 파괴의 지팡이. 통으로밖에 안 보인다는 소리도 듣긴 했지만 올드 오스만은 그걸 무시하고 파괴의 지팡이라 우겼었고 결국 그것이 정식 명칭이 되었다.


올드 오스만은 조심스레 지팡이를 들었다. 역시 가짜로 바꿔치기가 되었다거나하는 일은 없다. 분명히 이 보물고의 방어력은 완벽하다. 흙의 스퀘어급 메이지 여러 명이 건 연금의 마법은 스퀘어급 메이지가 공들이지 않는 이상 뚫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굳건한 벽은 어지간한 물리력으로는 하나의 금도 가지 않을 것이다.


“오늘따라.”


왠지 불길했다. 특히 방금 전 밑에서 누군가가 웃는 소리에 놀라서 내려왔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환청인가, 하긴 나이 먹을 만큼 먹었기도 하지만. 그는 파괴의 지팡이를 들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엇.”


한 번씩 들고 보기만 했는데 어째서 오늘따라 들고 나가려 했을까. 분명히 들었다보고 내려놓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었는데. 올드 오스만은 파괴의 지팡이를 원래 장소에 옮겨두고 밖으로 나왔다. 이게 다 콜베르 탓이라고 내심 생각하면서. 그는 아까 파괴의 지팡이를 들고 나가려할 때 지팡이가 흐릿해졌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후드달린 검은 망토를 걸치고 로브를 입은 자가 중앙의 탑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숨을 죽이며. 계속해서 기다렸다. 올드 오스만이 밖으로 나가는 것이 확인할 때까지. 그리고 탑으로 살며시 다가가 벽을 손으로 만졌다.


“역시 이건 그냥 련금으로는 못 뚫겠군.”


목소리는 여성의 것이었다. 그림자는 뒤로 살짝 물러갔다. 후드 차림 밖으로 녹색의 머리카락이 조금 흘러내렸다.


“뭐. 좋아.”


그림자는 주먹을 굳게 쥐었다.


“파괴의 지팡이나 된다면 어느 정도 수고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요즘은 솔직히 너무 쉬운 것만 털었다. 이 정도의 난이도는 있어야 재미있을 것이다. 물러서기에도 사전 준비를 너무 많이 했다. 이제 와서 돌아가면 자존심이 곤두박질하고 말겠지.


“기다려. 파괴의 지팡이.”


그 보물고가 얼마나 깨기 힘들다고 해도 반드시 손에 넣어줄 테니까. 자신이 노린 이상 그것은 정해진 거나 다름이 없다. 저 굳건한 벽 속에 잠들어 있는 호사가들이나 학원장이 자랑할 때에나 외견만 보이는 파괴의 지팡이여.


“내가 갈 테니까.”


이 괴도 토괴의 후케가, 흙의 트라이앵글 메이지가 너에게 빛을 줄 테니까. 너를 사용해 줄 테니까. 그림자는 계속 탑을, 정확히는 고개 위의 보물고를 바라보며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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