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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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작품등록일 :
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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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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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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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19화

DUMMY

19화 수렁에 빠지기 시작해버렸다.





레티 제독은 복도에 서서 창가로 보이는 우주를 감상하고 있었다. 곧 목적지에 도착하려나. 잘 모르겠군. 시간과 보고만 봐서는 확실하지만. 하긴 우주에서는 일일이 관측과 계산을 하지 않으면 어디로 가는지 알기가 어려우니까.


잠시 생각에 잠기다 창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역시 아름다운 행성이군. 생명이 살 수 있는 곳이란.


“레티 제독님.”


고개를 돌리자 믿음직한 부하들의 주인이 보인다.


“무슨 일이지? 하야테.”


“왜 저희는 최후방인건가요!”


상당히 화가 나 있다.


“지금 이 배가 최후방에 배치된 게 기분 나쁜가 보구나.”


“그렇습니다.”


짧은 대화지만 그녀 특유의 사투리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극단적으로 감정이 격화된 거는 아니군. 공적인 자리에서 표준어를 사용하는 걸 아직 유지하고 있는 걸 봐서는.


“이유는 알고 있을 텐데?”


“알고는 있지만!”


역시 아직 어린 아이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종류의 사건이니까.


“지금처럼 흥분하고 있으면 교섭이 곤란해지니까 말이지.”


하야테의 어깨가 쳐진다. 곧 11세가 될 아이에게 너무 많은 짐이 주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건 슬픈 일이지만. 현실이 어리광으로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그건 어쩌면 지옥인가?


“그리고 그, 타카마치 시로 씨도 참고 계시잖니.”


하야테가 주먹을 쥔다. 혹시 공격하는 건 아니겠지? 다시 손을 푸는 걸 보고 레티는 안심했다. 어른과 아이는 다르다. 아무리 정신이 성숙해도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변명이라도 하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제일 앞에서 접촉하실 분들도 대단한 사람들이야. 물론 이런 사태는, 외계 생명체와의 접촉은 처음이기는 하지만. 대강의 양상 정도는 경험 있고 뛰어난 사람에게 맡겨야 해.”


레티 자신도 가장 먼저 가서 오랜 지기의 안전을 확인하고 싶다. 하지만 어느새 나이를 먹으면서 많은 일을 하면서 맡게 된 책임이 그걸 못 하게 하고 있다. 이게 최선이라는 것은 알고 있음에도.


“만약을 생각하는 건,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그 만약이 터졌을 때를 말하고 싶다면. 현재로서는 변경할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뭔가 해보고 싶다면 우선……”


약하면서도 강한 소녀가 눈앞에 있다. 레티는 힘겹게 웃으며 말했다.


“휴식을 취하렴.”


하야테는 수긍한 듯 방으로 갔다. 레티는 한숨을 내쉬었다. 두 시간 전에 전해진, 현재로서는 최종 메시지. 거기서 알려주기로는. 이제 앞으로.


“1시간인가.”


짧다고 하면 짧으면서도 길다고 하면 지겨울 정도로 긴 시간이 남았다.





유노는 지금까지 그나마 모은 자료를 정리했다. 무중력 상태의 공간에서 둥둥 떠다니며. 따지고 보면 상대의 정보 같은 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게 자신에게 너무나 무겁다. 목격이 제로인 것은 아니지만 목격한 사람은 거의 언제나 패닉이었기에. 아니면 정신에 이상이 생겼다거나.


그래서 처음에는 아예 찾지도 못했다. 관리국의 두뇌들 중에서도 최상위, 그 중에서도 가장 전도가 유망한 자신이. 아예 아무거나 찾아보자며 유사내용을 검색을 했을 때 나온 건 정말로 모호하며 보통은 정보로 생각하지도 않는 내용들.


지금도 보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든다. 아무런 자료도 찾지 못해 고민하던 시절의 자신이 보면 화를 내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라고 생각이 든다. 평소 같았으면 폐기처분이라도 하겠지만. 간신히 찾은 것을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일단 패닉이라 환상을 보았다거나 정신 이상이 확실한 거는 따로 놔두고 나머지를 새로 정리해두자.


일단 처음 거는 어느 마을에서 대량의 사람들이 실종되었을 때의 일이었던가. 조사하러 간 사람이 단서를 찾았다며 어딘가로 갔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고 증언. 조사 전에 단서 이야기 할 때 지금 나타난 그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것과 다소 유사한 외견의 생명체를 언급했다는 기록이다.


두 번째 자료는 일종의 도시전설로 밤중에 인간의 뇌를 갈구하는 이형의 좀비 이야기. 좀비가 부패해서 모양이 변질되어 그런 모양이 나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쪽에 올라온 영상을 봐서는 좀비 따위일 리 없다.


세 번째 자료는 어느 로스트 로기아를 탐사하다 그간의 기억을 모두 읽고 돌아온 탐사 팀의 이야기. 몇 명이 실종되었고 실종자가 남긴 노트 중에 저 생물체와 비슷한 외견의 것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나름대로 자료가 될 듯도 하지만……”


문제는 저 자료들이 따로 조사되어서 무한서고로 올라온 게 아니라 흥미를 끌기 위한 공포물로서 올라왔다는 거다. 이런 거를 전하면 사서로서의 신용을 잃어버리겠지. 신용을 잃어도 그들을 구할 수 있다면 상관은 없지만 자신도 폐기해야 하나 고민 중이니.


일단 이거라도 정리는 해둔 거니 폐기하기는 아깝다. 혹시 모르니 전할 준비는 하자. 설마 저기서 추론되는 내용이 사실일 리는 없겠지? 그게 사실이라면……


“완전 괴담이 되겠지.”


유노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잠시 그렇게 있다가 다시 검색을 시작했다.





모트는 일어서서 말을 시작하는 카서스를 보았다. 일단 현재 상황은 학원장이 위험하고 학원장의 비밀 세력인 카서스와 콜베르가 옹호하는 국면이다. 자신은 일단 왕실에서의 증인 겸 지원세력으로 불린 거겠지. 어떻게 말을 맞추면 되려나?


“자 일단 진술서의 내용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가 다 봤을 거라고 생각하네. 지금이라도 좋으니 다시 볼 필요가 있는 인물 있는가?”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자 자신의 영혼의 친우도 구석에서 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어차피 이런 일이라면 일종의 짜고 하는 게임이겠지. 우선 학원장의 인망은 제법 두텁다. 여기 있는 교사들도 전부 학원장 측. 회의를 주도하는 것도 학원장 측. 자신도 학원장의 편을 들 수밖에 없다. 미안. 미스 롱빌. 늙은이보다는 아름다운 여인이 훨씬 좋기는 하지만 도와주지 못하겠어.


“그럼 진술서의 내용을 상기하면서 묻기로 하지.”


진술서의 내용이라. 일단 학원장의 진술은 이랬다. 밤중에 침실로 가다 벽이 무너져 살펴보니 후케를 발견. 후케 추적에 실패. 그 후 보물고로 왔다가 혐의를 쓰게 되었다고.


“일단 두 명 다 후케를 근접해서 본 것 같은데. 미스 롱빌. 후케의 인상착의를 말해주겠나?”


미스 롱빌은 밤중에 큰 소리가 나고 그 근원이 본탑이라는 걸 깨달아 본탑으로 향하다 후케가 지나치고 그 다음 학원장이 왔다고 증언. 그리고 보물고의 안전을 위해 올라가다 학생들과 합류. 파괴의 지팡이가 사라졌고 벽에는 후케가 남긴 글이 있었으며 상황을 봐서 환영을 사용할 수 있는 건 학원장인 올드 오스만 본인뿐. 그리고 그걸 발리에르 가의 삼녀와 셀프스트 가의 영애가 추가로 진술. 게다가 시조 브리밀의 이름을 걸고 맹세. 우선 증인부터 3:1로 차이가 난다.


“일단 남자였던 것 같군요. 그 직후 올드 오스만이 오셨습니다.”


“그래. 남자라는 걸 알았다면 제법 가까이에서 제대로 봤다는 소리군.”


미스 롱빌이 고개를 끄덕이며 부연한다.


“그 당시는 정신이 없어서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니 학원장님 같습니다.”


“호오. 어째서 그걸 확신하나?”


모트는 조금씩 지루해져가고 있었다. 이 일에 관계있다거나 상황을 바꾼다거나 하는 위치에 있다면 흥미진진하게 또는 가슴에 느껴지는 책임감과 긴장감에 사태를 주시하겠지만. 지금 해야 할 것은 학원장 측이 유리해졌을 때 손을 들어주는 것뿐이니까.


“저는 학원장님, 올드 오스만의 비서입니다. 잘못 볼 리가 없잖습니까!”


언제 끝나려나. 그러고 보면 저 미스 롱빌이 저렇게 하고 있는 거나 일부러 자신을 불러 학원장 편을 들게 하고 있는 걸 봐서는 미스 롱빌 측의 증언이 진실이 아닐까. 모트는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그럼. 왜 가만히 있었나?”


“정신이 없었으니까요.”


확실히 당황하면 어떻게 되는 지 확인을 못하지.


“애초에 모래먼지가 불어서 시야 확인이 어려웠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서 제대로 보려면 이미 근처에 가 있어야 하네.”


미스 롱빌이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말한다.


“전 학원장님의 비서직을 상당 기간 해왔습니다.”


“좋아. 좋아. 하지만 바로 학원장이 다시 지나가면 이상함을 느낄 텐데?”


“그것은……”


“아까 전과 같은 답변을 하려는 거군.”


미스 롱빌이 이마를 잡다 고개를 끄덕인다.


“학원장. 후케의 외모는 어땠나?”


“내가 보기로는 후케는 여자 같았다네.”


“모습은?”


“두건으로 가려져서 제법 미인이라는 거는 알겠더군. 머리카락도 녹색이었네.”


엇! 모트는 미스 롱빌을 쳐다보았다. 이들은 지금 미스 롱빌을 후케로 몰 생각인가! 자신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미스 롱빌의 표정도 심상치 않다.


“당신들은! 절 용의자로 몰 생각입니까!”


모트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건 넘어가기가 어렵다. 자신이 걸리는 게 있어도 지금 상황을 넘어가는 것은 자신의 가치관에도 어긋나며 더더욱 커다란 약점을 만드는 셈이기도 하다. 어째야 하는 건가.


“모트 백작님!”


미스 롱빌이 애절한 눈으로 자신을 본다. 도움을 요청하는 그 가련한 눈으로. 도와준다면 청춘의 꿈 중 하나를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포기했다고 생각한 바로 그것을!


“도와주세요! 지금 이들을 논파해 귀족 사회에서 추방해야 합니다!”


미스 롱빌이 학원장과 카서스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들은 썩었습니다! 이대로 놔둔다면 이 학원에서 자라나는 새싹들도 위험합니다! 동시에 여기서 교육을 받고 왕실로 가서 이 국가를 위태롭게 하고 말 겁니다!”


그 호소는 가슴에 닿는다. 카서스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있었고 학원장의 안색이 질렸다. 열사의 콜베르는 이마를 주무르기 시작했고 영혼의 친우는 멍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미시스 슈브르즈는 입을 벌리고 있다. 타바사는 책을 보고 있었고 다른 두 명의 학생 증인들의 눈에는 빛이 나고 있었다.


분명히 도와야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반드시 도와줘야 한다. 다시 한 번 불타기 시작하는 정의와 순간적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서라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모트 백작님. 저들이 절 지금 후케로 모는 건 그만큼 그들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겁니다. 부디 용기를 내서 자비의 손길을 보여주세요!”


모트는 움직였다. 미스 롱빌의 손을 잡았다.


“맡겨 주시길. 레이디. 어느새 나이가 들었지만 지금 제 가슴은 예전의 정의를 숭상하며 국가를 위해 보내던 젊은 시절의 것으로 돌아왔습니다. 열정이 가득하니 아무리 강력한 적이라 해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모트는 카서스를 마주보았다. 웃고 있다. 정말로 재미있다고 눈으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질 수 없다. 정의를 위해서. 진실을 위해서. 내 청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미스 롱빌을 꼬시기 위해서. 아, 아니 제일 뒤의 거는 아닌 게 아니군…… 아니 사실은 제일 뒤가 제일 중요하지만. 솔직히 저기 남자들과 아줌마로 된 패거리보다는 미녀들의 편을 들어주는 게 남자의 도리다. 게다가 올바름이 이쪽에 따라 있다.


“카서스.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정체가 무엇이든 나는 이제 신념을 굽히지 않겠소.”


“해보게나.”


카서스가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미소를 여전히 거두지 않은 채로.





롱빌은 웃었다. 처음부터 파도의 모트라는 단순하며 호색한인 인물이 왔을 때 이미 반은 성공했다. 이대로라면 미시스 슈브르즈를 도우면서 해둔 최후의 방법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 물론 저 카서스라는 남자가 걸리기는 하지만.


“그런데 일단 자네는 지금 증언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처지가 아니다만?”


“그렇지만 방금 학원장의 발언은 분명히 미스 롱빌을 모욕하는 언사였소!”


“그런 논리라면 미스 롱빌도 학원장을 모욕하는 게 아닌가?”


“그, 그건……”


아. 단순하니 쉽게 편으로 들게 하기는 했지만 쉽게 무너지는군. 뭐 그래도 일단 저 인물이 지지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쁘지는 않다.


“제가 계속 발언해도 되겠습니까?”


카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만약 후케라면. 어째서 학원장님이 절 보고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을까요?”


“그건 학원장 본인에게 물어보게나. 그쪽도 정신이 없지 않았을까 싶은데. 습격을 받았으니까.”


공격할 방법이 생각났다. 왠지 일부러 빈틈을 만들어준 느낌이기는 하지만.


“전 학원장님의 비서로써 학원장님과 면식이 많지요. 머리색과 여성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저와의 조우 바로 직전까지 후케를 추적하고 있었습니다! 학원장께서는! 그분이 유사한 느낌이 드는 인물을 넘기실 리가 없잖습니까!”


올드 오스만이 책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어. 아니 미안하지도 않네. 매번 사역마로 팬티를 훔쳐보고 있던 늙기만 한 노인은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야지. 그래. 세상을 위한 거라고.


“그런데 말이지. 아직 학원장은 자네가 후케라고 말한 적이 없다네.”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 하지만 분명히 뉘앙스로 봐서는.”


“이런 피해의식이 강하군. 아니. 혹시나 진짜라서 당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 아닙니다.”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


“당황하는군. 정말로 의심이 가기 시작하는데?”


“가, 갑자기 범인으로 몰리면 당황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래? 기억해두지. 갑자기 몰렸다는 말을.”


뭐, 뭐지? 뭔가 위험한 말을 해버린 느낌이다.


“그런데 말이지. 자네는 방금 전에 모트 백작에게 자신이 후케로 몰린다고 국가를 위해 나서줄 것을 당부했네. 그런데 지금 후케로 몰리는 것에 당황하고 있어. 혼자만의 증언으로는 힘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자기편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던 인물이 왜 이미 언급된 것에 당황하는가? 갑자기 몰린 것도 아닌데?”


이런. 말실수를 했다. 하지만 아직은 패배한 게 아니다.


“전 진실만을 말하고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말실수했다고 몰아세우는 것은 너무하다고 봅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른 걸 묻지.”


이번에는 무엇을 물을 거지?


“자네는 분명히 아까 정신이 없어서 후케가 학원장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했네. 그렇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 환영을 본 것을 다짐하는가? 정신이 없어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힘든 것은 못 알아차렸는데 도대체 어째서 있을 리 없는 것을 진실이라고 다짐하는가?”


“저, 저 혼자라면 정신이 없어서 착각했을지도 모릅니다만. 다른 두 분들도 맹세하셨습니다. 그것에 어째서 이의를 제기하는 겁니까?”


카서스가 왼손 검지를 좌우로 흔든다.


“난 미약에 홀렸다고 주장하겠네. 후케가 남긴 미약을.”


“후케는 그럴 시간이 없었을 겁니다!”


“시간이 있었지. 그러니 파괴의 지팡이를 들고 간다는 글을 남긴 걸세. 추적자를 대비해 미약을 남겨둘 시간은 너무나도 넉넉해 보이네.”


“후케가 그럴 리가 없어요!”


“후케를 옹호하고 있군. 자네는. 물론 소문으로는 그럴 것 같지 않지만. 방금 전까지 학원장과 날 썩었다고 했으면서 말이지.”


이 자는 철저하게 자신을 얽매려 하고 있다.


“게다가 후케는 파괴의 지팡이를 들고 가는 데 성공했지. 학원장의 맹렬한 추격에 놓치고 말았지만. 애초에 파괴의 지팡이는 보물고에 있었다고 봐야겠지. 후케의 행동범위를 봐서는 보물고가 아닌 곳에서 찾아낸 게 아니네.”


카서스가 좌중을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자신을 본다.


“자네는 어째서 그렇게 주장하는 거지?”


“시조 브리밀에게 맹세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뭐. 좋아. 그렇다면 자네는 누군가? 난 슬슬 누군지 감이 잡히는군. 아니 처음부터 감은 잡혔고 이제 확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말이지.”


이대로는 위험하다. 안 된다. 자신에게는 돌봐야할 동생과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있다. 이런데서 무너질 수는 없다! 절대로. 절대로 물러날 수 없다.


“그, 그렇다면 당신은 누구입니까!”


카서스가 뜸을 들인다. 여전히 재미있다는 듯이 모든 것을 갖고 놀고 있는 듯한 눈을 한 채. 혼자서 모든 것 위에 서 있는 듯이!


“카서스다.”


“이름 말고 말입니다!”


주변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 누구도 이 자를 모르는 것 같다. 현재 모든 상황이 이 자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음에도. 어째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건가. 이 장소에 있는 전원이 궁금해 하고 있음에도!


“제가 알기로는 당신은 미스 발리에르의 사역마일 뿐입니다! 여기서 이렇게 회의를 주재하며 저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강요할 권한 같은 것은 없습니다!”


파도의 모트가 돌아봤다. 뭔가 놀란 눈을 한 채 말을 했다.


“그, 그래. 메이지의 사역마라면 이 장소에서 그렇게 떠들 수 없어! 다른 신분을 대시오! 빨리!”


콜베르와 현재 용의자인 올드 오스만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카서스라고만 말하고 싶군.”


“그렇다면 당신은 신분은 미스 발리에르의 사역마에요! 여기서 이럴 수는 없어요! 사역마라면 주인의 뜻대로 제 편이어야 되는 겁니다! 당신의 몸에 새겨진 룬이 증거로 있는 한!”


“호오? 그래?”


카서스는 한층 더 재미있다는 듯이 왼손의 손등을 보였다. 사역마의 룬이 새겨져있다.


“이 룬이 보인다면 저기 루이즈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건가? 그리고 이 사고방식을 고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눈에 보이고 말이지. 좋네. 좋군”


카서스가 오른손으로 룬을 가렸다.


“이러면 어떤가?”


그리고 오른손이 치워졌다. 룬은 이제 없었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정규 - 미정 (bn_794)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6-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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