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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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작품등록일 :
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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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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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2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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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15화

DUMMY

15화 낚시에 걸려버렸다.






관리국 제복 차림의 분홍빛 머리를 가진 여검사는 소란스런 회의실의 가장자리에 앉아있었다. 아무 것도 얻지 못할 이런 장소보다는 방에서 혼자 고민하고 있을 자신의 주군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다가가 걱정하지 말라고 소리쳐도 실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자신은 말재주와는 거리가 머니까.


대책은 아직 세워지지 않는군. 여검사는, 시그넘은 밖으로 나갔다. 관리국에서 1년 정도 경험을 쌓긴 했지만 역시 이런 곳과는 맞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여전히 저 분야에는 완벽하게 문외한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복도를 서성거린다. 하긴 주인 말고 자신도 걱정이다.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으니까.


시야에 이질적인 것이 보였다. 시선을 옮기자 트랜스포터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차원이동을 위해 마련된 곳에서 나타난 것은 푸른 몸에 흰 갈기를 가진 자신의 동료-자피라-와 주인의 친구의 아버지였다. 특례로 이곳에 오는 게 허용이 되었던가. 두 개의 장검을 가진 채 가볍게 인사를 해와 답례했다.


뭔가 이야기를 해야 되지 않을까? 하지만 자식의 소식이 끊긴 아버지에게 할 말 같은 건 자신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재주가 없는 게 후회가 된다. 별 수 없이 회의실로 안내하기로 한다. 회의실에 도착하자 소란이 더 커져 있었다. 시그넘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인가요?”


그러자 옆에서 한 명이 답변했다. 시그넘은 즉시 염화로 주군을, 하야테를 불렀다. 답변은 이러했다. 타겟이, 아스라가 연락을 했다고.






사이토는 모트의 식탁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맛있고 양도 풍족했다. 모트와의 대화도 서로의 공감대가 깊어선지 즐거웠다. 분명히 무언가를 하기 위해 자신을 던지며 역경을 헤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안다. 그래. 많은 생각을 하며 대책 같지 않은 대책을 모두 던져버린 상황인 것도 같다. 하지만 결과는 좋다.


트라이앵글에 백작이며 왕실에도 연이 있는 자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수많은 폭력과 주변의 시선과 무언의 압력은 이제 다가오기 힘들 것이다. 물론 처음에 모트의 진심을 들었을 때 다가가 그를 옹호하는 것처럼 된 건 뭔가 꺼림칙하다. 하지만 주변의 그 누구도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을 게 뻔하니. 이 세계에서는. 자신이 갖고 있던 생각과 같은 것을 듣는 순간 수많은 판단을 던져버리고 나서버렸다.


“그래도 결과는 다행이네.”


“무슨 소린가?”


“영혼의 벗을 만난 것 말이죠.”


“아! 그렇군.”


왠지 갑작스레 긴장이 풀리고 나태에 빠진 느낌이 든다. 뭔가 잘못 왔다는 느낌이 들지만 애초에 자신은 성인이 아니다. 그리고 여기는 지침을 구할 만한 곳도 없다. 또 자신이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할 능력도 없다. 게다가 어설프게 들은 상대적 가치란 게 자꾸 몸을 잡아끌어 모호함에 빠뜨린다. 살아남자고 생각한 게 거의 이루어진 것 같아 지식을 조합하고 사고를 이어가던 능력이 다시금 권태에 빠져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그럼 슬슬 가봐야겠네. 자네 방은 집사가 안내해 줄테니.”


“네. 감사합니다.”


모트는 웃었다.


“자네는 유능하군. 나름대로 지식이 있고 검술도 뛰어나. 나중에 여유가 있다면 언제든 찾아오게나.”


사이토는 고개를 숙였고 모트는 사라졌다. 이래도 되는 걸까? 확실히 모트의 호의를 받는 거에는 이견이 없지만 자기 자신이 수렁에 빠진 것 같다. 사이토는 신속히 나타난 집사의 뒤를 따르며 계속 고민했다.






후케는 지팡이를 들었다. 어둠 속에서도 저 백발은 앞에 있는 자가 올드 오스만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 오스만이 지금 전력으로 자신을 상대하려 한다. 도적 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전투 요령을 익히고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만들었지만 자신보다 매우 강한 자를 이길 방법은 없다. 결국 쓰러뜨린다는 방법을 노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뒤에서 상대방의 아군이 오고 있다.


달아나야겠군. 이번 기회는 포기다. 하긴 달아나는 것도 쉽기는 하련지. 오스만은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 상당히 위험해. 아니, 경계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전투에 일일이 긴장하는 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건 좀 아닌데. 후케는 지팡이를 움직였다. 오스만이 크게 회피동작을 취한 후 옆에 벽의 부서진 잔재들을 바리케이드로 삼았다.


알겠어. 확실히 오스만은 자신을 스퀘어 클래스의 메이지로 생각하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골렘을 뒤로 뺀다.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한 자신이 균형을 못 잡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갑자기 밑에서 굉음이 들렸다. 귀가 멍하다. 골렘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자세를 잡기 위해 몸을 꺾는다.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고개를 돌렸다. 오스만이 그 사이 골렘 위로 올라왔다. 지팡이를 겨누고 있다. 끝인가? 이런 데서?


순간 강력한 불길이 시야에 잡힌다. 몸을 굴렸다. 진흙의 감촉이 기분 나쁘다. 오스만도 뒤로 구른 것 같다. 불길에 휩쓸렸다거나 하는 일은 이루어지지 않나보군. 하긴 자신이 안 휩쓸리고 거리가 생긴 것만도 다행이다.


자세를 아직 못 잡은 오스만이 선 장소에 정신력을 집중. 흙이 떨어진다. 오스만이 비행해서 위로 올라온다. 골렘을 움직인다. 내려설 위치를 못 찾은 적에게 흙의 칼날들을 날린다. 적은 회피. 골렘의 하반신이 다시 폭발. 골렘이 한 방향으로 쓰러진다. 아, 이건 이거대로 방법이 있지. 쓰러지는 골렘의 아랫부분에 그게 보였으니까. 주변의 탑들과 본탑을 잇는 다리가.


골렘이 무너지며 다리를 뒤덮는다. 뿌연 먼지가 다리 전체와 본탑과 연결된 탑-어두워서 무슨 원소의 탑인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을 감싼다. 후케는 웃었다. 이걸로 됐다.






올드 오스만은 뿌연 먼지를 보았다. 학생들이 도와준다고 지원 공격을 한 것 같은데 그것 때문에 놓친 것 같은 느낌이군. 아니 어쩌면 그래서 살아남은 건지도 모르겠군. 긴장 때문에 손에 생긴 땀을 닦는다. 이대로 들어가면 당할지도 모른다. 이미 상대는 적당한 방향을 잡았을 것이다. 골렘을 일부러 무너뜨린걸 봐서는 분명히 함정을 파둔 것이다. 돌입할까, 아니면 조금 기다릴까? 이 소란에 밖으로 나오는 사람은 제법 있을 것이다.


그래. 교사진이 온다면 그 후케가 제 아무리 강해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이 온다면 도리어 인질이나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하아. 이런. 돌입해야겠군. 학원장으로서 학생을 위험하게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오스만이 지팡이를 굳게 쥐었다.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아는 목소리가 들렸다. 흙먼지로 범벅이 된 채 재채기를 하고 있는 미스 롱빌이 있었다.


“누군가 보물고를 습격했네. 아마도 토괴의 후케 같네.”


롱빌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아까 골렘을 조작하던 남자도?”


여자였던 것 같은데. 하긴 멀어서 잘 못 봤나 보군.


“아. 그렇군. 혹시 어디로 갔는지 보았나?”


미스 롱빌이 특정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녀의 짙은 녹색의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자신의 사역마를 사용해 그녀의 속옷을 훔쳐보는 데 정신을 집중했겠지만. 아까의 적도 분명히 녹색 머리, 하지만 롱빌하고는 다른 색이었다. 엷은 빛이었다. 달려가면서 생각을 계속한다.


만약 미스 롱빌이 토괴의 후케고 자신을 속이고 있다면?


“택도 없는 생각이군.”


다리가 아파온다. 역시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건가. 하지만 표적이 될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 비행은 하지 않는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감각에 정신을 집중시키면서도 동시에 아까의 생각을 잇는다.


토괴의 후케는 트라이앵글로 추정되고 있지만 그럴 리가 없다. 분명히 그것은 스퀘어의 영역에 도달한 자다. 분명히 자신과의 잠깐 동안의 일전 자체는 트라이앵글이라고 해도 가능은 할 거다. 재빠르게 퇴각한 판단력은 분명히 경계해야 할 판단력이지만 마법 자체는 트라이앵글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저 구멍만은.”


어느새 걷기 시작한 다리를 멈추고 본탑으로 잠깐 고개를 돌렸다. 저것은 분명히 스퀘어에 도달한 자만이 할 수 있다. 아니면 전설의 허무라도 된다면 모를까. 롱빌은 라인의 메이지다. 관찰한 결과를 봐서 잘하면 트라이앵글일 수도 있겠지만. 스퀘어는 될 수 없다. 최소 수 년 이내에는.


이미 학원의 끝에, 벽에 도달했다. 자신이 지상을 달리는 동안 도주한 건가. 가능성은 높다. 자신이 이미 나와 있고 곧 교사진이 오면 이길 리가 없으니까. 게다가 이미 학생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면.


“다시 본탑으로 갔거나.”


실은 롱빌이 후케고 자신을 속여서 이쪽으로 움직이게 한 다음 본탑으로 갔다는 가정이 떠올랐다. 오스만은 고개를 저었다. 일단 아까 생각한 대로 롱빌은 스퀘어가 아니다. 그리고 설사 롱빌이 진짜 후케라면……


“그런 어설픈 변장을 하겠나. 그걸 변장이라고 부를 수는 있나?”


오스만은 한 번 웃었다. 차라리 그런 변장을 할 바에는 그냥 신분을 밝히겠다. 오스만은 다시 한 번 웃고는 본탑으로 향했다.






루이즈는 주문을 날렸다. 골렘의 몸체가 폭발한다.


“역시 화력은 끝내주네.”


옆에서 퀴르케가 말했다. 그리고 퀴르케 역시 주문에 집중한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두 명이 서로 싸우려는 것 같다. 아마 한 쪽이 요즘 유명한 토괴의 후케겠지.


“정확도는 낮지만.”


“야!”


퀴르케의 귓가에다 고함을 질렀다. 퀴르케가 움찔했다. 지팡이가 살짝 떨렸다. 불길이 골렘 위에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 두 명에게 직선 코스로 날아갔다.


“루이즈!”


“아, 미안.”


퀴르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래. 저 중 하나는 토괴의 후케로 추측되는 침입자겠지만 다른 하나는 교사다. 그런데 골렘은 아직 움직인다. 골렘의 제작자가 침입자인걸로 미루어보아 지금 상황은 둘 다 무사하거나 후케만이 무사하다는 소리가 된다.


불길이 사라졌다. 다행히 둘 다 무사하다. 거리가 벌어지기는 했지만. 루이즈는 다시 주문을 외웠다. 어둠 탓에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이상 사람에게 직접 공격해서는 안 된다. 그녀는 골렘의 하반신을 향해 주문을 사용했다. 골렘이 무너지고 먼지가 깔리기 시작한다.


“이거 이제 안 보이는데?”


퀴르케의 말처럼 시각이 차단되었기에 이제 추격은 무리일 것 같다.


“일단 자리를 지키는 게 좋아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해, 루이즈?”


“딱히 반박은 안하겠어.”


잠시 가만히 서서 먼지가 좀 걷힌 뒤 주변을 둘러보자 누군가가 보물고로 날아가는 게 보였다. 후케? 모르겠다. 퀴르케를 쳐다보았다.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지금은 학교의 안녕을 위해서야.”


퀴르케가 웃고는 자신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보물고로 날아올랐다. 바람이 스친다. 중력이 몸을 끌어당기는 것과 퀴르케가 위로 끌어당기는 것이 왠지 무서우면서도 설렌다. 부럽다. 다시 한 번 부러워진다. 정말로. 제대로 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이니까.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위로 올라가자 한 명의 여자가 보물고로 들어가고 있었다.


“거기 멈춰!”


퀴르케가 지팡이를 겨누고 소리쳤다. 여자가 돌아보았다. 짙은 녹색머리를 틀어 올리고 안경을 쓴 미인이었다. 본 기억이 있는데.


“자, 잠깐. 당신은 분명히?”


말을 걸어놓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


“롱빌입니다.”


“학원장님의 비서?”


롱빌은 퀴르케의 물음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올드 오스만께서 후케를 쫓아가시면서 보물고가 공격당한 것을 알려주시더군요. 휴우.”


롱빌이 한숨을 쉬었다.


“역시 토괴의 후케인가요? 어떻게 알아차린 건가요?”


롱빌이 벽을 가리켰다. 마법으로 써진 문장이 있었다.


‘파괴의 지팡이 확실히 접수했습니다. 토괴의 후케.’


“그럼 결국 당한 건가요?”


“글쎄요.”


롱빌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학원장님의 대처가 빨랐기에 파괴의 지팡이는 훔치지 못하고 저 메모만 남기고 갔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럼 성공?”


퀴르케의 질문에도 롱빌은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지가 않아요. 그리고 지금 학원장님이 쫓고 있지만 연세가 연세이신지라 놓쳐서 재차 습격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퀴르케의 표정이 굳었다. 자신도 마찬가지이겠지.


“일단 저는 보물고 안으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보물을 노린다면 보물고 안쪽으로 공격하지는 않을 겁니다. 덤으로 당한 건지 아닌 건지 확실히 파악할 여유도 생기고요.”


확실히 나쁘지 않은 의견이다.


“그럼 저도.”


“아, 그렇다면 나도 들어갈게.”


그들은 보물고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어딘가의 전설 속의 이야기처럼 보물이 쌓여있다는 건 당연히 아니고 전시관처럼 물건명이 써진 표찰과 그 뒤에 놓인 물건이 여럿 있었을 뿐이다. 중앙 부분에 ‘파괴의 지팡이’라고 적힌 표찰과 함께 긴 원통형의 금속물체가 열려진 직사각형의 케이스 안에 있다.


“이게 파괴의 지팡이?”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퀴르케가 머리를 긁적이다 ‘아.’하는 소리와 함께 외쳤다.


“들어본 적 있어!”


“뭐를?”


“파괴의 지팡이. 한 번의 공격으로 원거리에 있는 와이번을 박살냈다고 하는 최상급의 마법 물품이라고!”


네가 만든 거나 소유한 것도 아닌데 얼굴을 들이대며 흥분하는 건 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아, 퀴르케?


“그거 대단하네.”


“그렇지? 그러니 후케가 노리겠지?”


뒤를 돌아보자 롱빌이 케이스를 닫고 있었다.


“미스 롱빌!”


롱빌은 생긋 웃는다.


“무슨 일이지요? 여러분.”


“어째서 그걸 챙겨가는 겁니까?”


롱빌은 얼굴을 흔든다.


“여기의 방어는 지금 무력합니다. 게다가 후케가 파괴의 지팡이를 노리고 다시 올 확률이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겁니다. 원래는 여기서 기다리며 후케가 오면 반격을 하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저는 라인입니다. 후케는 트라이앵글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저 벽을 부수려면 스퀘어라는 소리잖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트라이앵글이라면 기습으로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스퀘어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은 안 됩니다. 그러면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게 좋겠지요.”


“아, 아니. 저 구멍은!”


루이즈는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이견이라도?”


롱빌이 물었다. 루이즈는 그냥 말을 삼키기로 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신이 했다고 말했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퀴르케도 그것에 합의한 듯 침묵을 지킨다. 솔직히 기쉬의 일만 해도 머리가 아팠는데 여기서 또 골치 아픈 일을 맡고 싶지는 않다.


“그나저나 눈치를 보아하니 저에게 의심이라도 품고 계신 것 같네요.”


롱빌은 섭섭해 하고 있다는 느낌이 담긴 말을 하면서 파괴의 지팡이가 든 케이스를 자신에게 내밀었다.


“무, 무슨?”


“의심하지 않고 있다는 소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도 너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걸 넘겨드리지요.”


“하, 하지만 안전한 장소는?”


롱빌이 웃었다.


“이 트리스테인 마법학원에는 보물고보다 안전한 곳이 한 군데 있지요.”


그리고 롱빌이 손을 위로 향했다. 루이즈와 퀴르케가 동시에 소리쳤다.


““학원장실!””


“정답이에요.”


롱빌이 박수를 쳤다. 그리고 다른 물품들을 만지기 시작했다.


“저, 미스 롱빌.”


롱빌을 이쪽을 보다 말했다.


“일단 이건 보물고에 있을 만큼 귀중한 물건들이에요. 솔직히 이걸 보고 쓸모없다고 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후케가 아니라 해도 도난당할 확률이 있어요. 그러니 학원장실에 같이 넣어둘까 합니다.”


“하지만 현재 학원장실은 문이 열리지 않았을 텐데요? 열 수 있는 건 비서인 당신뿐이잖습니까?”


롱빌이 주저하다 말했다.


“일단 목적지에 없다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벌 수 있지요. 이곳이 위험하다는 건 확실해요. 빨리 가세요. 바로 따라갈 테니까!”


“하, 하지만! 미스 롱빌이 위험해지잖습니까!”


“정말로.”


롱빌이 다가왔다.


“당신들은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 좋은 점이……”


롱빌이 말을 흐렸다. 그리고 한숨을 쉬고는 몸을 밀었다.


“빨리 가세요! 어서 달리세요!”


“하, 하지만!”


“우물쭈물하는 게 더 위험해요! 약하게 보이고, 실제로 약할 지도 모르지만 난 학원장님의 비서. 학생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어요! 당장 올라가세요. 옆의 분도 어서! 저도 곧 뒤따르겠어요!”


롱빌의 말에 루이즈와 퀴르케가 보물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우뚝 섰다. 루이즈는 천천히 손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손이 그대로 보였다. 뒤를 돌아보았다. 롱빌이 지팡이를 들었다가 내리는 것을 보았다.


“말도 안 돼.”


루이즈는 중얼거렸다. 퀴르케의 입이 벌어져 있었다. 다시 손을 보았다. 아까 전까지 분명히 중량이 느껴졌다.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가 느껴졌다. 한 발짝 내딛기 전까지만 해도 그건 존재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롱빌의 신음성이 들려왔다. 퀴르케가 주저앉았다. 이런 건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실체와 같은 힘을 발휘하는 환상 주문이 있고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건 분신의 개념. 게다가 지속 시간이 이렇게 길수가 없다. 아마도 그건 밖으로 나섰지 않았다면 영원했을 것이다. 그렇다. 자신들 세 명이 보고 있는 바로 그 앞에서. 파괴의 지팡이가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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