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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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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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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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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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2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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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프롤로그&1화

DUMMY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 팬픽은 제로의 사역마와 나노하와

D&D의 크로스오버 팬픽입니다만 크로스오버기 때문에 정확한

설정을 구현하지는 못했습니다. 쓰기 편하게 뜯어고친 부분이

제법 많기 때문에 딱히 참고하시지 않는게 좋을 것입니다.

영리적 목적으로 한 것이 당연히 아니고 그저 같이 즐기자고

올려봅니다. 문피아를 제외하고는 다른 한 사이트에만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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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아아, 실패했군.”


그는 중얼거렸다. 이제 모든 것은 끝나가고 있다. 강력한 아티팩트였던 자신의 옷은 이미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그의 몸에 충만하다 못해 제어조차 불가능한 힘도 사라져간다. 이 힘이 완전히 사라질 때는 본래 자신의 에센스 역시 같이 빨려나가겠지. 그리고 이 육체는 돌이 될 것이다. 그는 허탈함을 머금은 미소를 지었다.


이미 이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초에 되돌려주기로 결심한 건 자신이니까. 아니 어쩌면 정확하게는 힘 그 자체인 존재가 자신의 정신을 자극한 건지도 모른다. 어차피 돌이 되건 아니건 아무런 의미도 없지 않은가. 모든 게 끝나가고 있는데. 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엘리나가 추락하고 있었다. 자신이 만든 강력한 부유도시가. 구름이 스쳐지나간다. 힘은 갈수록 사라져간다.


자신이 얻은 힘은 예상을 훨씬 넘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새로운 차원의 힘이라 그 자신조차도 제어할 준비도 지식도 갖추지 못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보였으며 그들의 힘과 행동이 손에 잡혔다. 단순히 제어되지도 않는 힘만으로도 그랬다. 제어가 가능했다면 정말로 뭐든지 할 수 있지도 않았을까. 쓸데없는 생각이군.


구름이 지나간다. 바람이 거세게 분다. 추락하는 게 먼저일까, 자신이 돌로 되는 게 먼저일까. 소소한 의문을-다른 때라면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었을 테지만- 품으며 구름 밑에 흐릿하게 보이는 대지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위대한 제국은 끝이 나는가. 자신의 360년 인생은 무엇을 이루었는가.


자신은 세계를 구하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하지만 이게 뭐란 말인가. 이미 수천 년을 살아온 마법사도 리치가 되어서 시간을 벌 수밖에 없었고 게다가 그 마법사는 실종되었다. 방법이 없었다. 그 마법사와 동격이라는 불리는 자신이 이 제국을 구해야 했다. 사태는 악화되어가고 있었고 결국 70년 전 완성한 그 주문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지 않았는가.


“그래도.”


결국 이 사태가 된 건 자신의 책임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씁쓸하군. 지금 조금의 마법력만 있다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텐데.


“헛소리로군.”


자조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제 최소 몇 분간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그 어떤 존재도 마법에 닿지 못하리라. 어쩌면 모든 시간이 끝나 다시 세계가 혼돈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그 날까지도.


그는 구름 쪽으로 걸어갔다. 폭풍에 휘말린다. 바람에 떠서 공중으로 솟아오르다 다시 추락한다. 어느새 수십 미터 이상 고도의 차가 난 도시에서 절규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제 육신이 지상에 닿는 순간 모두들 고기 조각이 될 것이다. 아까까지도 위대한 자였던 자신마저.


자 각오하자. 마지막을. 그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태양을 보았다. 눈부시지도 않은 듯이. 죄송합니다. 태양을 바라보며 사죄했다. 마지막으로 시선을 돌려 창공을 바라보았다. 추락하는 부유도시들이 보였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 순간 하나의 검은 색 게이트가 그의 몸을 감쌌다.





제 1화 그녀는 소환해버렸다.





그는 이공간에서 생각했다. 이것은 무슨 일인가. 이 세계에는 현재 마법을 쓸 수 있는 존재가 없을 텐데. 천천히-물리적으로는 수백분의 일초도 되지 않는 시간이겠지만-마법의 구성을 본다. 해답은 간단했다. 아아, 다른 차원에서 시전된 것이군. 그나저나 이 마력의 형태는 파괴에 효율적인데.


그는 계속해서 흘러가는 몸을 주체하려고 이리저리 움직이다 흐름에 맡기기로 했다. 일단 힘이 새어나가는 것은 멈추었다. 돌은 되지 않을 것이다. 이 힘은 마법으로 가공하기에는 조금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같은 근원에서 흘러나온 것이라 해도.


“당장에 마법으로 바꿀 수 있었다면.”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그건 무리다. 최소 수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라고 해도. 오히려 이 힘 나름대로의 특성을 사용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계속해서 휩쓸려간다. 이 소환주문으로 보이는 뭔가 어설픈 마법에 의해. 이 마법을 흩뜨려서 구성에 사용된 힘을 자신의 마법력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벗어나 원래 있던 자리로 가는 것만 해도 대부분을 소실하겠지. 물론 시간이 있다면 거의 소모하지 않게 할 수도 있겠지만.


“뭐, 아무튼.”


곧 도착하겠군. 준비를 해두자. 우선 이대로라면 도착하는 순간이나 그 바로 직전에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구성을 약간 손봐두도록 하자.




그녀는 오늘의 행사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자신의 사역마를 소환해내기 위해. 무력하지 않다는 것을, 제대로 된 메이지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러니까 분명 멋진 사역마를 소환해줄 테다. 아, 슬슬 나가봐야겠네. 그녀는 복숭앗빛 머리를 빗고 방을 나섰다.


“아, 그나저나.”


걱정이 된다. 퀴르케의 조롱에 화가 나서 그 누구보다 강하고 지혜롭고 아름다운 소환수를 부르겠다고 했는데. 사역마 소환에는 자신이 있다고 선언했는데. 혹시 안 좋은 게 나오면 어쩌지. 아냐. 분명 나니까 최고로 좋은 사역마가 나올 거야. 최강의 개체가 말이지. 그래, 드래곤이라던가, 유니콘이라던가.


그녀, 루이즈는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른 학생들은 죄다 창문으로 날아서 다니지만 자신은 그럴 수 없다. 가슴속에서 들끓는 자괴감. 분노. 시기. 질투. 계속해서 쌓여가는 부정적인 감정들. 그녀는 심호흡을 했다. 어둠 속으로 가려던 정신을 잡았다. 오늘 분명히 보여주겠어. 나라는 존재를.


드디어 트리스테인 학원 내 부지,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주변에 있는 학생들은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을 보이며 떠들고 있다. 확실히 오늘은 메이지에게 가장 중요한 날. 어떤 의미로는 일평생 가장 중요한 하루다. 그녀 자신에게도 그 점은 마찬가지. 그리고 그녀에게는 자신의 계통을 확증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기회 중 하나다.


자신에게는 계통이 없다. 정확히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붙여진 이명은 제로. 제로의 루이즈. 하지만 소환수에 따라 새로운 명칭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그래! 이 지긋지긋한 이명을 던져버리고 멋진 칭호와 사랑스러운 사역마와 함께 빛나는 나날을 시작하는 거야! 루이즈는 지팡이를 꽉 잡으며 다짐했다.


순서가 진행된다. 자신의 차례는 마지막. 앞서 타바사가 풍룡을 소환해냈다. 계속해서 순서가 진행된다. 기쉬가 큰 두더지-명칭이 분명히 기억에 남아 있지만 그냥 이렇게 생각하자-를 소환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서 퀴르케가 주문을 외운다.


그래. 퀴르케 아우구스트 프레데리카 폰 안할트 셀프스트. 자신의 라이벌. 불 원소의 트라이앵글. 큰 가슴…… 거짓말이야. 가문의 라이벌. 조상의 연인들이 셀프스트 가문에 빼앗겼다. 이번 소환의 라이벌. 그래, 이번에는 이겨주겠어.


주문이 끝났다. 퀴르케의 앞에는 불붙은 꼬리를 한 빨간 도마뱀 한 마리가 있었다. 설마 저거? 아니겠지, 랄까 부정하려 해도 너무 명백한데. 그래도 아닐 거야. 응! 저기 저 크기만 한 가슴처럼 부풀려진 무언가일거야. 그래, 분명히 그런 거야.


그녀가 그렇게 자기암시를 하고 있을 때 교사인 콜베르가 감탄하며 말했다.


“호오. 이건 샐러맨더로군요. 마지막에도 대단한 게 나왔군요.”


루이즈는 생각했다. 너무 눈빛이 빛나는 거 아냐? 뭐 그래봤자 그 빛나는 대머리의 광채보다는 약하지만. 아무튼 퀴르케가 뭐라 중얼거리더니 계약 의식을 마쳤다. 샐러맨더에- 결국 루이즈는 인정했다- 사역마의 룬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전원 소환을 마친 것 같군요. 혹시 소환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까?”


루이즈가 말하려 할 때 퀴르케가 끼어들었다고밖에 생각 안 되는 타이밍으로 말했다.


“아직 미스 발리에르가 소환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눈에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루이즈는 오기가 생겼다. 해보자는 건가. 좋아! 그 누구보다도 멋지고 강력하고 위대한 사역마를 불러주지. 반드시!


“그럼, 미스 발리에르. 소환을 시작하게.”


“네?”


“소환을 시작해주게나.”


“아, 네. 미스터 콜베르.”


아아, 잠시 잊었군. 여전히 광채가 눈부시네. 루이즈는 중얼거리면서 학생들을 헤치며 공터로 향했다. 뒤에서 뭐라고 이야기하는 게 들린다. 딱히 들을 필요는 없다. 정말 바보가 아닌 이상 무슨 소리를 할 것인지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루이즈는 지팡이를 굳게 잡고는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주문을 외웠다.


“머나먼…… 우주 너머에 있는 나의 충복이여.”


천천히 생각해두었던 주문을 내뱉기 시작했다. ‘독창적이기는 하네.’, ‘그래봤자……’등등의 군소리가 들린다. 아아, 신경 거슬리게 하지 말라고.


“그 누구보다도 강력하며 그 누구보다도 신성하며 그 누구보다도 위대한 자여.”


‘뭔가 자신과 맞지 않는 걸 부르는 거 아냐.’, ‘뭐 말만이라도 해보려는 건지도.’ 등등의 잡음을 무시하고 다시 외친다.


“진심으로 기원한다. 진정으로 바란다. 그리고 영혼을 다해 외치노니, 나의 부름에”


구경꾼들이 소리를 죽인다. 이제 뭐가 나올지를 보기 위해. 무엇이 튀어나올까. 내기를 건 부류도 있는 것 같다. 루이즈는 지팡이를 빠르게 움직였다.


“응답하라!”


순간 파란색 빛을 두른 무언가가 나타났다. 성공인가, 루이즈가 확신하는 순간-


-콰앙!-


폭발이 일어났다.





그는 이공간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면서 폭발하게 되어 있는 마법을 조정했다. 마법력을 너무 낭비하는 게 아닌가 싶은 형태의 구성이었지만 자신의 형식으로 바꾸다가 목표를 잊으면 곤란하다. 최소한 이 마법은 분명히 음성으로 구현된 것이며 휴머노이드 계열의 존재가 사용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분명 이대로 간다면 도착하자마자 가혹한 환경에 소멸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지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개조하다 공기가 없는 곳으로 가버린다거나 하는 건 사양이니까.


그래도 불필요한 마법력을 조금씩 모아 도착했을 때 공격당하지 않을 준비를 해두자. 흡수에 도전하던 힘은 너무 강력해서 손상이 생겼다. 더불어 폭풍에 휩쓸릴 때 떠다니는 돌에도 긁힌 것 같다. 당시는 잘 눈치 채지 못했지만 여유가 있는 지금을 생각해보니 이건 분명히 위험하다. 게다가 몸에 깃든 힘-에센스-을 다루기는 아직 시일이 필요하다. 이 힘 나름대로 사용하기에도 지금 당장은 무리다. 뭐 일단 마법을 사용한 걸 보아 저 세계에는 분명히 마법력이 있으니 도착한 다음 처음 한 번만 어떻게 해결하면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이 정도의 구성을 쓰는 존재는 아무리 악의적인 자라도 자신의 상대가 절대로 되지 못한다!


그는 간단한 주문을 사용했다. 마법력이 소진될 때로 된 만큼 그가 평소에 걸고 돌아다니던 주문에 비해 터무니없이 약하기는 했지만. 몸 주위가 푸른빛으로 둘러싸인다. 만약 적의를 가지고 행동하는 존재들이라면 어떻게든 한 번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몸의 손상이 문제지만.


그리고 짧다고 하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긴 이공간의 통로가 끝났다. 앞에는 복숭앗빛 머리의 여자애와 주변에는 그 또래의- 겉보기로는 1,2살 정도 많아 보이는-아이들이 있었다. 그 옆에 대머리의 보호자로 보이는 남자가 확인되었다. 딱히 적의를 가진 것 같지는 않다. 그럼 주문을 풀자. 위협하는 걸로 보일지도 모르니. 그리고 푸른빛이 일렁이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는 세상에 퍼진 마법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그의 감각에 무언가가 느껴졌다.


“큭.”


곧 폭발이 일어날 거다. 소환한 건 둘이었나? 주문을 다시 사용하자. 마법력이 극도로 낮아져있고 몸도 정신도 본래에 비하면 끝도 없이 피폐해져 있지만 방법이 없군. 그의 손에서 녹색의 빛이 쏟아져 폭발을 막았다. 상처투성이인 그의 몸에 다시 충격이 오자 그는 기절했다.





“역시나 또 폭발. 과연 제로.”


“어이, 내 사역마가 놀라잖아. 민폐라고.”


비웃음이 퍼졌다. 루이즈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지팡이를 떨어뜨렸다. 멈칫하던 그녀는 지팡이를 주웠다. 뒤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건 아니야. 분명히 무슨 빛이 났다고. 그래. 자신이 실패할 리가 없잖아. 그럴 리가 없어.


폭연이 사라져간다. 폭발 전에 없던 게 보인다. 아아, 역시 실패는 아니야. 그래. 내가 저 바보들한테 계속해서 조롱당할 자는 아닐 거야. 분명히 그렇다고. 그녀는 그렇게 물체들을 보았다. 두 개의 그림자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응?”


연기가 완전히 걷히자 두 명의 인간이 보였다. 한 쪽은 넝마가 된 옷을 입은 먼지투성이의 남자. 다른 한 쪽은 상하의를 푸른 계통에 보기 드문 복식-어쩌면 한 번도 못 봤을지도 모르는 형태-을 하고 있는 소년이었다.


두 명 다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저거 평민 같은데.’, ‘역시나 제로의 루이즈.’라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아까까지의 절망이 사라진 걸로 만족하자. 비록 다른 이들이 부러워할 사역마를 부르지는 못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뭐 좋은 건 아니지만.


발을 옮겨 다가가자 인기척 탓인지 소년 쪽이 일어났다.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거 안 하면 안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하면 안 될까. 그녀는 부정적인 답변 밖에 듣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콜베르에게 물었다.


“저기, 다시 한 번 하면 안 되나요?”


콜베르는 머리의 광채 한껏 빛내며 고개를 저었다.


“사역마소환의 의식은 신성한 것입니다. 이것에 예외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 루이즈는 다른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휴우. 알겠습니다. 미스터 콜베르. 그런데 이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요? 두 명이 나왔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콜베르는 머리를 긁적이며 잠시 주저하다 말했다.


“이 경우 한 번의 주문 행사로 부른 건 미스 발리에르. 그대의 일입니다. 이건 따로 여러 번 한 게 아니니 아마도 두 명 다 주종계약의 의식을 치러야 할 겁니다.”


루이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소년이 알지도 못하는 방언으로 떠드는 게 짜증났다. 성큼성큼 가능한 위협적인 포즈를 잡기 위해 어깨에 힘을 주며 소년에게 다가갔다.


“어이, 평민. 이건 나한테도 처음이야. 영광으로 여기라고.”


소년은 다가오는 루이즈를 보고 조금씩 뒷걸음질 치다가 거지-일단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그녀는 마음먹었다-에 부딪혔다. 소년은 뒤를 보다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이지. 루이즈는 의아해하다 계약의 주문을 외웠다.


“내 이름은 루이즈 프랑소와즈 르 브랑 드 라 발리에르. 다섯의 힘을 관장하는 펜타곤이여. 이 자에게 축복을 내려……”


순간 소년이 알 수 없는 소리를 질렀다. 소년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그녀는 나머지 주문을 외웠다.


“나의 사역마가 되게 하라.”


소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이 맞부딪친다. 이상한 감촉이 왔지만 가능한 한 정신을 돌려 다른 걸 생각하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입술을 뗀다. 루이즈는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소년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소년의 손에 룬이 새겨지고 있다. 그걸 보고 콜베르가 다가간다. 소년은 팔다리를 허우적거린다.


“호오. 이건 흔하지 않은 룬이군요. 저로서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콜베르는 재미있다는 듯이 말하며 가방에서 양피지와 펜을 꺼내 룬을 모사하기 시작했다. 루이즈는 남은 한 명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계약을 맺기 전 그 남자를 살펴보았다. 먼지투성이에 옷은 넝마. 역시 거지인가.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거기다 피까지 나네. 피?


“미스터 콜베르!”


“무슨 일인가요?”


어느새 모사가 끝났는지 양피지를 가방에 집어넣기 시작한 그에게 루이즈가 다급히 소리쳤다.


“이 사람, 지금 부상을 입었습니다. 피가 나고 있어요!”


콜베르가 다급히 달려와 남자를 잡고 상세를 살펴본다. 간단히 주문을 읊조리고는 외친다.


“오늘은 여기서 해산! 긴급히 이 남자를 양호실로 이송하겠습니다. 미스 발리에르는 계약한 사역마와 같이 나를 따라오도록”


뭔가 패닉에 빠진 소년의 옷을 잡고 루이즈는 콜베르의 뒤를 따라 양호실로 향했다. 소년이 버둥거리며 소리 지르자 살짝 주문을 외웠다. 포박용 주문이 폭발이 되었지만 본래의 목적-반항을 그치게 한다-만은 확실히 성공했다. 그리고는 진정된 건지 반기절한건지 모를 소년을 끌고 양호실로 갔다.


콜베르의 말을 들은 양호를 담당하는 중년의 부인이 남자의 상세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간단하게 주문을 읊조리고는 말했다.


“출혈 자체는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미 나아있군요. 미스 발리에르 양의 사역마의 룬 능력인가요?”


루이즈는 고개를 저었다. 콜베르도 고개를 저었다. 소년은 그냥 떨고만 있다. 부인이 말을 이었다.


“역시 아니군요. 하긴 대충 훑어보니 룬은 눈에 안 띈다했더니. 혹시 계약을 아직 안 했다면 지금 하는 게 좋을 거예요. 반항하면 골치 아프니까요.”


“조금 무섭네요.”


루이즈가 부언하자 콜베르가 기가 막힌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 눈빛을 피하기 위해 아까 사용했던 계약의 주문을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게 읊은 뒤 입맞춤을 했다.


“큭.”


남자가 신음을 하며 왼손을 잡는다. 그리고 눈을 뜬다. 주변을 간단히 둘러본다.


“당신은 누구지?”


루이즈가 물었다. 어쩌면 이 인간도 말이 안 통한다던가 하는 것 아닐까. 그럼 진짜 곤란한데. 왜 이리 시간을 끌어? 루이즈는 생각했다.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아마도 약간의 시간을 요청하는 의미의 제스처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순간 콜베르는 아주 미약한 위화감을 느꼈지만 무시했다. 루이즈와 소년은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그건 먼저 질문할 쪽에서 할 말이라고 본다만.”


일단 저 녀석과는 달리 말은 통하네. 하인 정도로는 쓸 수가 있겠어. 우선 저 질문에는 답해주자. 어차피 알려줘야 할 수순 중 하나인 것은 확실해 보이니까.


“좋아. 나는 루이즈 프랑소와즈 르 브랑 드 라 발리에르. 메이지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즈는 이제 알아야 할 것을 물었다.


“그럼 당신은 누구지?”


남자는 잠시 주저하는 듯 약간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말했다.


“글쎄. 그냥 천재라 불리던 머저리라고 할까.”


루이즈는 화가 났다.


“이름말이야. 이름!”


남자가 루이즈와 콜베르를 바라보았다. 콜베르는 손에서 떨림이 생기는 것을 눈치 챘다. 이 자는 보통이 아니야. 저 눈은 분명히…… 수백 년 이상 살아온 존재의 것이다. 콜베르는 손에 지팡이를 든 손을 숨기며 주문을 외울 준비를 했다.


“지팡이를 들 필요는 없어. 메이지.”


콜베르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뭐. 좋아. 말해주지.”


남자는 침상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카서스.”


“뭐?”


루이즈가 되물었다. 남자는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그게 내 이름이다.”


그렇게 가장 형편없는 마법사와 가장 강력한 마법사가 만났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정규 - 미정 (bn_794)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6-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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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8화 +2 08.06.07 389 3 19쪽
55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7화 +2 08.06.07 546 2 19쪽
54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6화 +6 08.06.06 478 3 19쪽
53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5화 08.06.06 468 2 19쪽
52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4화 +5 08.06.06 544 3 19쪽
51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3화 +2 08.06.05 478 3 19쪽
50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2화 +4 08.06.05 634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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