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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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작품등록일 :
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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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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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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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4화

DUMMY

4화 그렇게 사건은 시작되어버렸다.




봄의 따스함이 밤의 차가움을 물리쳐간다. 햇빛이 시트 위로 천천히 당당하게 걸어와 콜베르의 머리를 빛나게 한다. 아침의 어수선함이 시작된다. 콜베르는 몸을 꿈틀대다 이불을 옆으로 밀치고 일어선다. 로브가 구겨져있다.


“여기는……”


자신의 침실이 아니다. 일어날 때 보던 광경이 아니다. 주변을 둘러본다. 옆에 지팡이가 있었다. 줍고 창문 밖을 바라본다.


“학원내군.”


지팡이가 있는 시점에서 납치나 포로로 당한 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해냈다. 학원 안이라는 것까지 보자 잠시 깨어나려 하던 과거의 감각이 다시 잠잠해져갔다. 안심이 들자 콜베르는 기지개를 켜고 다시 한 번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침대 여러 개가 있고 사이마다 하얀색 베일이 쳐진 이 곳. 근래에 온 기억이 있다. 그것도 아주 최근에.


“양호실인가.”


분명히 여기서 일어나기 전 미스 발리에르의 두 사역마 중 하나의 부상을 치료하러 왔지. 가서 확인해보자 이미 나았다고 했던가. 그래. 그 사역마의 이름은 카서스. 그리고……


콜베르는 갑작스레 오른팔에서 경련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았다. 두려움인가. 가슴 속에서 힘이 빠지며 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것은. 하지만, 이 정도로 무너졌다면 그는 아직까지 살아있지도 못했을 것이니까. 왼팔로 오른팔을 잡는다. 강하게, 잡힌 부분이 빨갛게 되고 그 주변이 하얗게 될 때까지. 그리고 일어선다. 떨림은 가라앉았다.


약간씩의 공포가 생각을 이을수록 다가오지만 멈추게 할 정도는 아니다. 콜베르는 다시 사고를 이었다. 인상이 기억나지 않는 하지만 분명히 강력한 존재감을 가진 자였다. 거기다 보지 못한 룬에 대한 것들도 신경이 쓰였고 업무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바로 조사에 들어갔었다. 그리고 학원장실에 용건을 말하다……기억나는 건 여기까지군.


콜베르는 가방에서 양피지 한 장과 깃펜을 꺼내 지금 자리를 비운 양호실 담당에게 가본다고 돌봐줘서 고맙다는 글을 남기고 방을 나섰다. 어제의 용무를 마치기 위해.


중앙의 본탑으로 올라가던 그는 계단에서 보물고 쪽에서 나오는 미스 롱빌을 보았다. 녹색 머리를 틀어 올린 안경이 어울리는 미녀. 거기다 올드 오스만의 비서.


“안녕하세요. 미스터 콜베르.”


“좋은 아침입니다. 미스 롱빌.”


평소라면 대화를 계속 잇기 위한 관심사가 될 만한 것을 찾았겠지만 지금은 다른 데에 급한 용무가 있으니. 콜베르는 왠지 피곤해 보이는 롱빌에게 인사하고 위로 올라가려 했다.


“학원장님을 찾으시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만……”


롱빌은 손으로 하품하는 걸 가리고 잠시 있다 말했다.


“학원장님은 어제 밤늦도록 사무를 보셔서 지금 침소에 계세요.”


그 사람이? 분명히 존경할 만한 점이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콜베르는 의문을 품었다.


“조금 전에 들러보았더니 피곤하시다고 점심 후에나 나오신다고 하시더군요.”


혹시 농땡이인가. 그 사람이라면 그럴지도 모른다. 가끔씩 휴식하고 싶은 마음은 모르는 게 아니지만 사태가 사태이니 직접 쳐들어가자.


“미스터를 좀 헐뜯고 계시더군요. 갑자기 쓰러지셔서 업무가 늘었다고.”


쳐들어가는 것은 보류.


“몸은 괜찮으세요?”


“아, 괘, 괜찮습니다. 그보다, 미스 롱빌은 무슨 일로?”


“전 보물고에 관련 서류를 작성할 게 있어서……”


“어떤 서류인가요?”


롱빌은 잠시 말을 멈추다 다시 이었다.


“아, 그러니까 보물고의……물품 조사 쪽이에요.”


“물품 조사라……”


콜베르는 잠시 턱을 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보물고는 참 대단하더군요.”


“물론이지요.”


“저런 걸 어떻게 뚫을지 모르겠더군요. 그 누가 저런 걸 넘어서서 도둑질을 하겠어요? 요새 유명한 토괴의 후케도 저건 손도 못 댈 거예요.”


“당연합니다. 도적 따위가 어떻게 넘어서겠습니까.”


롱빌의 눈매가 일순 날카로워졌지만 콜베르는 벽을 보고 있었다.


“좀 더 설명해드릴까요?”


콜베르는 오후에 보고를 하기로 했다. 괜히 잠자는 사자를 건드릴 생각은 없다.


“혹시 아침 드셨나요?”


롱빌이 물었다. 콜베르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식사했어도 한 번 더 먹으리라.


“잘 됐군요. 좀 더 설명해주신다고 했지요?”


롱빌의 미소를 보며 콜베르는 오늘 아침이 맛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루이즈는 카서스에게 의혹의 시선을 던지는 걸 잊지 않으면서도 내심 자신의 마법이 괜찮았다고 생각했다. 비록 원하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말을 알아듣지 못하던 파란 옷 거지와 의사소통이 되기 시작했으니까.


“히라가 사이토라고?”


“그, 그래……”


이상하게 다소 주눅들어있는-그녀는 자신의 소행을 생각하지 못했다. -소년을 바라보았다. 아침에 막 일어났을 때 두 명의 낯선 인물이 있어서 비명을 질렀다. 그래서 달려온 다른 학생들에게 사과를 했다. 그 중에 퀴르케까지 있었던 것이 뼈아프기는 하지만.


“일단 옷부터 털어. 허무의 요일에는 의복 하나 맞춰줄 테니까.”

그 말을 듣고 옷을 털기 시작한 사이토를 루이즈가 발로 찼다. 사이토는 넘어져서 약한 신음성을 내뱉는다.


“대체 왜?”


“여기서 털면 내 방이 엉망진창이 되잖아! 지금도 너희들 때문에 청소해야 하는데 일거리가 마구잡이로 늘어버린다고!”


“그럼 밖에 나갔다 올게.”


“길은 알아?”


사이토는 고개를 저었다.


“하아, 나중에 밖에 나갈 때 해. 아, 그리고 당신은 이미 털었네.”


카서스는 가만히 그녀를 보았다.


“완전히 누더기라서 털어도 표가 안 나지만.”


그래, 라고 카서스가 응답한다.


“일단 옷 갈아입는 걸 도와줘야……”


누굴 시켜야할까, 고민하며 두 명을 번갈아보던 루이즈는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지금 저 상태의 인물들이 도와주면-그걸 도와준다고 표현한다면- 옷이 바로 더러워져서 세탁하게 보내야 할 것 같네. 그냥 혼자 하자. 루이즈는 손짓으로 밖으로 나가라는 제스처를 했고 잠시 후 방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루이즈는 란제리를 벗으려 했다. 뒤에서 시선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고개를 돌리자 얼굴이 빨개지고 콧김이 거세진 사이토가 보였다. 콧구멍이 벌렁거리며 입가에서 침이 흐르는 그 모습에 루이즈는 다시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사이토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당장 방에서 나가. 이 개!”


폭음이 퍼졌다. 방 밖에서 카서스는 고개를 저었다.





사이토는 넓은 식당에 놀랐다. 옷의 먼지를 털고 그을음으로 손톱으로 긁어내자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상태가 된 것은 나쁘지 않았다. 청결감각이 좀 떨어지는 사이토 자신이라 해도 마지막 피폭 후의 상태는 정말로 참기 어려웠으니까. 루이즈의 설명에는 학교의 모든 학생이 들어온다고 해서 클 거라는 것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야.”


응? 사이토는 소리 난 방향을 보았다. 루이즈가 어느 좌석 앞에 서 있었다. 걸어가자 화가 난 기색이 담긴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안 빼주고 뭐해. 너 진짜 눈치 없구나.”


“알았어. 알았다고.”


사이토는 의자를 당겨주었다.


“저게 제로의 사역마? 정말로 평민이네. 게다가 얼굴에 멍도 있어.”


“저기 멍 있는 녀석 말고 한 명 더 있어. 아까 식당 밖에 그 거지 있잖아.”


“혹시 소환을 못 해서 집에서 하인 데려온 거 아냐?”


뭔가 생각하는 걸 멈춰선지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별로 들어봤자 좋은 건 아니군. 사이토는 옆의 좌석에 앉으려 했다. 오른팔에 충격이 왔다.


“뭐야.”


“평민인 너는……”


루이즈는 잠시 멈칫하다 바닥을 가리켰다.


“여기야. 여기. 이 식당에서 의자에 앉는 건 귀족뿐.”


“말도 안 돼!”


다소 큰 소리가 사이토의 입에서 새자 주변에서 억눌린, 그러나 귀에는 들어오는, 그렇기에 더더욱 짜증을 유발하는, 웃음이 들렸다. 루이즈의 눈매가 찌푸려졌다. 음식을 가져오는 메이드를 불러 소곤거리며 말을 했고 사이토의 그 날 아침은 딱딱한 빵 하나가 되었다.





카서스는 식당 앞에서 입장을 거부당했다. 사이토는 옷을 털자 나쁘지는 않을 정도가 되었지만 옷부터가 완벽하게 누더기가 된 그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아마도 식사를 밖에다 전해주지 않았다면 마법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 주는 거지?”


옆을 지나가는 학생들의 조롱 어린 눈길들에 조금씩 화가 돋기 시작했다. 식사가 늦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은 음식 대신 지불하는 게 없으니까. 식당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아무렇지 않았다. 자신이 네서릴에 있었다면 청결 문제로 야단쳤을 테니까. 하지만 저 눈빛들과 소곤댄다고 하지만 귀에 확실히 들어오는 비웃음들은 가슴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게 할 것 같았다.


“하아.”


참자. 참아야 한다. 분명히 이 차림은 청결이나 위생적 문제 말고도 일반적인 인간의 가치관으로 보아 비웃음당하지 않는 게 이상한 상태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게 얼마나 큰 것인지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쪽에 관심 쓰지 말고 다른 것을 보자. 마침 저쪽에 사역마들이 있다. 여기는 다른 세계. 자신이 모르는 새로운 생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위저드라는 것은 결국은 학문의 탐구자 중 하나이니까.


천천히 사역마들 사이로 간다. 상당수가 경계를 한다. 모르는 존재이기에, 주인이 아니기에. 그런 사역마들을 그는 하나하나 일일이 살펴보았다. 학명을 모르는 것도 몇 있기는 했지만 결국 흥미를 이끄는 것은 보지 못했다.


“주변에 사람이 없군.”


시조 브리밀이라던가에 대한 기도라는 게 있어서 식사 시작 시간은 사람이 없다고 했던가. 그는 천천히 파란 색의 몸체에 하얀 배를 가진 드래곤 앞에 다가갔다. 그동안 보았던 것과는 약간 다르군. 카서스는 앞에 앉았다.


“그쪽도 소환된 건가?”


“큐이?”


“말을 할 줄 모를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만.”


카서스는 드래곤의 눈을 보았다. 떨리고 있군. 분명히 성체는 아니다. 어쩌면 자신이 아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거라 형태만 비슷한 걸지도 모르지만.


“연기를 해봐도 헛수고라고 생각하네. 그대에게는 말을 못 하는 동포가 있겠지만 그대는 아니야.”


드래곤의 눈동자의 떨림은 더더욱 격렬해졌다.


“뭔가 이유가 있다면 다른 이들에게는 말하지 않도록 하지.”


드래곤이 머리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저, 저기 난……”


“식사 갖고 왔어요!”


고개를 돌리자 흑발의 메이드가 몇 개의 접시가 담긴 큰 쟁반을 들고 오고 있었다.


“이야기는 다음번에.”


“큐이큐이.”


드래곤은 머리를 다시 한 번 머리를 끄덕이고 뒤로 물러갔다. 카서스는 메이드한테 다가갔다. 메이드는 하얀 색으로 맞춰진 야외용 식탁과 의자가 늘어선 곳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카서스가 메이드 앞에 서자 쟁반에서 접시를 내려놓았다.


“수고 많군.”


메이드는 고개를 숙였다.


“아뇨.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그래도 귀찮게 해서 미안하군.”


메이드는 고개를 저으며 손을 흔들었다. 쟁반이 식탁을 쳐서 접시가 미끄러질 뻔했다.


“죄, 죄송합니다.”


그는 그냥 빙긋이 웃고는 손을 수직으로 폈다.


“괜찮네.”


“저, 안에 차려진 메뉴만큼은 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번거롭게 한 것은 나의 책임이지. 자네의 책임이 아니네.”


흑발의 메이드는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카서스는 고개를 젓고 챙겨진 식기들을 들었다.


“잘 먹겠네.”


“아, 네. 아, 혹시?”


카서스는 막 고기를 자르려던 나이프를 멈추었다. 황인종인지 백인종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피부의 메이드가 의문을 품은 눈을 하고 있었다.


“긴 용건이 아니라면 말해보게.”


“어제 소환된 평민의 사역마되시나요?”


“음.”


그는 눈과 입이 일그러지는 것을 참았다. 이 세계에서 원래의 신분을 강요할 수는 없다. 동시에 이 세계에서 누군가의 노예가 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뭔가를 해서 새로운 신분을 받은 것도 아니다. 결국 자신은 현재는 ‘평민’이다.


“그렇게 되네만. 사역마라는 단어는 별로 듣고 싶지 않군.”


“아.”


메이드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을 크게 떴다.


“전 시에스타라고 합니다. 저기……”


3번째인가. 이제는 별로 껄끄럽지도 않군.


“카서스라고 하지.”


시에스타는 머리를 숙였다.


“아, 그럼 전 남은 일이 있어서.”


“그럼 가보게.”


시에스타는 몸의 자세를 바로 하고 쟁반을 들었다.


“다음번에 뵙겠습니다. 식기와 접시는 그냥 거기에 놓으시면 됩니다. 안녕히 계세요.”


카서스는 손을 한 번 흔들어 주고는 식기를 들었다. 어제부터 아무 것도 먹지 않은 그는 속이 상하는 것을 대비해 음식을 차근차근 천천히 입에 담기 시작했다.





사이토는 아직 차지 않은 배와 딱딱하고 질긴 빵에 의해 평소의 충치가 도져 입가를 만지고 있었다. 루이즈는 한심하게 쳐다보다 식당 밖으로 나갔다. 사이토가 다급히 따라갔다. 웃음소리가 터졌다. 루이즈는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2분 후 사이토는 루이즈를 불러 세운 붉은 머리의 미녀를 보고 있었다. 뒤에서 불타오르는 꼬리를 가진 빨간색 붉은 도마뱀은 무시했다. 건강하게 탄 피부에 풍만한 가슴, 고혹적인 붉은 머리에 빠져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도 모른 채 보고만 있었다. 루이즈가 발로 다리를 차기 전까지는.


“하아. 너 말이야. 진짜로 눈치 없네.”


루이즈는 화가 나 있었다.


“아아, 퀴르케는 샐러맨더나 되는데. 넌 주인이 비웃을 때 멍하니 쳐다만 보고 말이야. 다른 녀석은 눈치라도 빨랐지만. 마음에는 안 들어도.”


그 여자 이름이 퀴르케였구나, 라고 사이토는 생각했다.


“휴우. 그래 소환한 내가 바보지. 아아, 진짜로.”


그래, 나쁜 건 너지, 루이즈. 사이토는 수많은 폭발에 휩쓸린 것을 떠올리며 생각을 이었다.


“하아, 됐으니까. 차나 갖고 와!”


지금은 따라주지. 지금만은. 사이토는 이를 악물며 걸어갔다. 일단 차가 어디에 있더라.잠시 걷던 사이토는 앞의 정경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다시 뒤를 바라보았다. 보랏빛의 원형의 생물이 거대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히익!”


사이토는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부딪쳤다. 음식을 나르던 메이드와.


“꺄악.”


“죄, 죄송합니다.”


사이토는 고개를 숙이고 사죄를 했다. 혹시 또 위험해지는 건가. 여기 와서 계속 폭발에 휩쓸렸다. 주인이라고 떠드는 여자애는 사람을 끌고 와서 강제로 일을 시키고 마음에 안 들면 패거나 마법을 건다. 왠지 분노의 임계점이 높아진 느낌이 들지만 더 이상 용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역습은 무리다. 설혹 성공한들 보복을 감당할 수 없다. 역시 남은 거는 탈주인가. 아니면 상황 자체의 역전이 필요하다. 사이토는 오늘따라 머리회전이 빨라져가고 있다고 느끼면서 아직도 사죄의 자세를 취했다.


“아, 아니에요.”


고개를 들었다. 메이드다. 메이드라고! 그것도 가슴도 큰! 아, 아냐. 정신 차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야. 지금은 살아갈 걸 생각해야 해. 뭐 상대가 누구든 최대한 호의를 얻어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되던 간에.


“도, 도와드리겠습니다.”


떨어진 음식-케이크의 일종 같다-을 줍는다.


“아니, 제가……”


메이드가 말하는 걸 무시하고 접시에 빵을 올린다. 동시에 미소를 짓는다.


“혹시 미스 발리에르의 사역마 중 한 분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절 알고 계시나요?”


메이드는 웃으며 말했다.


“소문이 벌써 자자해요. 안 그리고 말씀 높이실 필요 없어요.”


“그래도 됩니까?”


“오히려 제가 곤란하거든요.”


메이드의 웃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 그럼.”


“아, 전 여기서 봉사를 하고 있는 시에스타라고 합니다.”


“난, 난 히라가 사이토야.”


이제 무슨 말을 꺼낼까. 사이토는 고민했다.


“어이, 케이크는 아직이야?”


야외용 식탁이 밀집된 곳에서 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시에스타는 지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네. 지금 갑니다.”


사이토는 시에스타의 그릇을 가로챘다.


“아, 저기.”


“이 정도는 내가 할게.”


시에스타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그건.”


“아아, 그렇구나.”


사이토는 겉으로는 웃으며 건네주었다. 그냥 넘겨주고 싶었는데, 아쉽군. 사이토는 저 학생들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이곳에 온 이후 지금까지 이 시에스타라는 소녀 말고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다. 카서스는 처음에는 호감이 갔지만 비교되어 자신이 당하는 쪽이라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물론 얼굴이나 몸매가 멋져서 눈길이 가기는 했지만 인간적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럼 이건 내가 전해줄게.”


옆 테이블에 놓인 케이크 접시를 하나 들었다.


“아니, 사이토 씨에게 시킬 수는.”


“이 정도는 돕게 해줘. 어차피 나 때문에 하나 못 쓰게 되었고 말이야.”


시에스타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고맙게 호의를 받아들일게요.”


사이토는 접시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 흔들어주곤 아직도 손을 올려 갈 곳을 표시해주는 학생의 테이블로 향했다. 옆 테이블에 아직도 식사를 하고 있는 카서스를 무시하곤 남자들 몇 명 앞에 곤란한 표정이 드리워진 웨이브 있는 금발 녀석에게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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