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Car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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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명선생
작품등록일 :
2014.08.26 10:00
최근연재일 :
2014.10.05 21:0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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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0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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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배울것은 많았지만 아는것은 없었다(3)

안녕하세요. 성청입니다. 성실연재 노력하겠습니다.




DUMMY

마릭은 늙은 하녀가 직접 청소하겠다는 영주와 그 가족들의 방을 제외한 모든 방을 청소해야만 했다.

혼자서 청소하는 일이기에도 벅찬데다가 밤 몰래 하기 때문에 초를 들고서 구석구석을 청소해야만 했다. 가끔씩 떨어지는 뜨거운 촛농이 카페트나 바닥에 떨어지려고 할때마다 기겁을 해대었는데 특히나 카페트의 경우 녹은 촛농이 그대로 달라붙어서 물로 씻어도 자국이 남아버렸다.

"아이구! 경을 치려고 작정을 했나. 이놈의 초가!"

누군가에게 들킬까 두려운것처럼 혼자서 호들갑을 떨던 마릭은 슬쩍 주위를 확인했다.

'아무도 없군.'

늙은 하녀가 혹시나 주위에 있을까봐 확인한 그는 복도의 청소를 끝내고 마침내 복도에서 가장 첫번째 방에 들어가 청소를 하고자 했다. 오른손으로 잡은 문고리에서 느껴지는 쇠의 차가움과는 달리 왼손에서는 녹아가는 초에 촛대가 뜨겁게 달궈져서 마릭은 두가지 감각을 동시에 느꼈지만 초가 바람에 휘날리면서 촛농을 뿌려댔기에 쾅 소리가 날정도로 황급히 문을 세게 닫았다.

"좋아, 일단은 첫번째 방부터 청소해야겠지."

한숨을 내쉰 마릭은 방안을 살펴보았다. 방안은 컴컴한 어둠을 유지하며 그저 마릭의 손가락 같이 아담하고 작은 촛불이 움직이는대로 그 모습을 비추었다. 예상대로 방에는 창문 하나 보이지 않아서 먼지가 수북하고 구석에는 자그마한 거미줄마저 쳐져 있었다.

"여긴 정말로 청소도 안하는건가? 너무 더럽잖아."

마릭의 불평에도 일리가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방을 유지한다는 핑계로 하녀들도 이 방을 처리하는데 불편함을 느꼈다. 만약 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그녀들에게 엄벌이 내릴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럼, 시작해볼까."

마릭은 조심스럽게 초가 꽃혀있는 촛대를 바닥에 놔둔채 앞으로 나아갔다.

-뚜벅 뚜벅......

희미한 빛에 의지하며 앞으로 걸음을 옮길때마다 발소리와 함께 발치에서는 작은 먼지가 일어나고 시야를 뿌옇게 만들었다. 마침내 마릭이 도착한것은 나무로 만들어진 장(欌)이었다. 그는 장에 놓여진 물건을 꺼내서 집어들었다.

"휴욱, 쿨럭쿨럭."

마릭은 뽀얗게 먼지가 쌓인 물건을 좀 더 잘 보기위해서 조심스레 입술을 떼 후하고 바람을 불었지만 예상외로 먼지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코와 입으로 들어와 재채기를 해댔다.

먼지 덕인지 재채기 덕인지 눈에서 찔금 눈물을 흘린 뒤에야 먼지를 손으로 닦아내었다.

"아우, 드럽게 이건 만지지도 않은건가?"

순식간에 새까맣게 된 손을 본 마릭은 이대로 청소하기가 불가능했기에 미리 가지고 왔던 물통을 문밖에서 가져와 구석구석을 깨끗이 씻고 기운 헝겊으로 물기를 닦았다. 그 기나긴 과정이 끝나서야 마침내 물건에 손을 댈수있었다.

마릭의 얼굴에는 함박웃음꽃이 피어났다. 그의 생각한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만족감은 이뤄 말할수 없을 정도였다.

"마침내......"

그가 손에 번쩍 들고 있는 물건의 정체는 책이며 첫번째로 청소하게된 방의 정체는 성의 서고겸 영주의 개인적인 서재였다.

그것은 마릭이 성에서 일하기전의, 경비병들로부터 술김에 제안받기 전의 일이였다.


"글을 빨리 배우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책을 읽는것이지."

마릭이 술집에서 일한지 얼마 안되었을때, 성의 문관(文官) 한 명이 으스대듯이 말했다. 그가 말하길 유복한 집안에 자라나서인지 도시에 가서 글을 배웠다고 했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나리 같은 분이 제가 일할때 오시다니...... "

"아암, 물론이지. 내가 없으면 영주님께서도 나를 찾아부르실 정도니깐!"

마릭은 그에게 술을 주면서도 부럽다는듯이 치켜세워주고 있었다. 그러자 술과 분위기에 휩쓸렸는지 여타 주정뱅이와 구분이 안될정도의 허풍을 해대는 허풍쟁이가 되어갔다.

"그럼 도시에도 가보셨겠네요. 도시에는 예쁜 여자가 많다면서요?"

여자의 대한 이야기는 심하게 취하면 입에서 튀어 나오는 화젯거리였다. 마릭에게는 아직 이른 말이었지만 어째선지 어른들은 술에 취하면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곤 했다.

"이녀석, 밝히기는. 물론 있기야 있지만 그런 아가씨들은 결혼할 나이가 되어서 좋은 남편감을 찾기위해서 필사적이란다,"

"헤에, 거기도 참 힘들겠어요."

문관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잡담을 거는 마릭은 그가 주절거리면서 털어놓는 이야기들를 들었갔다. 가신들의 대우와 영지에 대한 불평 사이에 이런저런 정보가 바닷물 속의 소금처럼 섞여들어가 있었고 마릭은 그 바닷물을 말려서 귀한 소금같은 정보를 찾아야만 했다.

"암요. 그렇구 말구요."

성의 관리들도 나름의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도 그들의 고충을 알리가 없는 마릭은 중요한 맞장구를 처줄뿐이고 문관도 그저 잘 모르고서 아부만 하는 마릭이 마음에 든것 같았다.

"근데 책 같은건 비싸잖아요. 나리께선 분명 좋은집에서 살고 계시겠어요."

책의 경우 제본하는 과정 자체에 시간과 돈이 들어서 인쇄상태가 좋은것은 집과 맞바꿀 정로의 값어치를 자랑했다. 그렇기에 책도 훌륭한 사치품중 하나로 꼽혀서 서민들이 글자를 몰랐지만 귀족들 사이에서는 나름의 역사를 자랑할 만큼의 시간이 흘러있었다.

"그럼, 그럼. 하지만 성에 있는 서고만은 못하지."

이제서야 알아들을것 같은 이야기가 나오자 마릭의 귀가 쫑긋해졌다.

"성이요? 성에도 책이 가득 있나요."

"그럼 영주님의 가문은 우리 영지를 대대로 다스렸고 이 작은......에헴! 에헴!..... 영지를 지켜오신 훌륭한 분이란다."

잠시나마 제정신으로 들어온듯한 관리가 그 말을 누가 들었을까봐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을때 마릭의 머리속은 관리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으면서 길을 만들어둔 수로처럼 차례차례 연상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가장 책을 많이 보유한 장소는 성밖에 없잖아.'

더군다나 영주가 읽는 책이라면 평범한 책은 아닐것이다. 이 말을 듣던 마릭은 그 순간부터 계획을 짜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가장 문제였던 성으로 잠입할 방법은 우연히 술을 마시던 두 경비병을 통해서 해결책을 찾을수 있었고 그 기회를 이용하자 성 안에서 저절로 문을 열어 들여보내주었고 글자를 모른다고 절규할때는 동굴의 방과 마찬가지로 상상도 못하던 장소인 서재에 있었다.


"진정하자고 마릭. 이제부터가 중요하니깐."

스스로를 타이르던 마릭이 책의 첫 페이지를 폈을때 먼지와 함께 올라오는 곰팡이 냄새에 헛구역질이 절로 나왔다.

"우엑!"

마릭은 다른 책들을 살펴보았지만 처음으로 고른 책은 사람의 손길을 별로 타지 않은걸로 보였다. 페이지가 샛노랗게 변한데다가 습기 때문인지 페이지끼리 달라붙은 부분도 있었다. 이 책은 영주에게 단순히 책장의 한 부분을 차지할뿐이지 큰 의미는 없어보였다.

"좋았어."

마릭이 생각해둔 책의 선별법은 영주가 읽지 않는 책을 청소한다는 명목으로 읽는 것이다. 손때가 많이 탄 책일수록 건드렸을때 위화감을 느낄 확률이 높아지지만 대장간에서 연장이나 무기처럼 사용하지 않고 방치를 해둔다면 녹슬고 무뎌진다는것을 배운 마릭은 일부러 먼지가 많은 책을 고른것이다.

"다음엔 이걸......"

책의 고약한 냄새가 밀폐된 방안에 퍼지는 사이에 마릭이 품속에 감춰둔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꺼내었다. 다행히 땀이나 물로 인하여 완전하 읽을수 없지는 않았다. 그것의 정체는 글자가 써져있는 종이였다.

"나리께선 현명하시니 글을 써주시는걸 보여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그럼! 그럼 써주고야 말고......일단 네 이름부터 써주도록 하마. 아이야, 네 이름이 뭐라고?"

술에 취해서 삐뚤빼뚤거리고 잉크얼룩이 남아있긴 했지만 그것은 단어의 모음이었다. 자신에게 서재를 알려준 문관 말고도 술집에 다른 관리들이 다녀갔고 그때마다 그들이 자랑으로 글자를 쓰도록 만들었다. 비싼 종이의 경우 버려진 옛 포고문을 찾아내서 조달한것이다. 더럽긴 했지만 구하기는 쉬웠다.

"이건 '태양'이라는 글씨인가?"

번갈아 책과 가지고 온 종이를 확인한 마릭은 일단 철자를 확인하고 다음에 뜻을 종이에 비교하였다.

"ㅌ.ㅐ.ㅇ.ㅑ.ㅇ? 역시 태양이 맞구나!"

상형문자처럼 단어의 모양과 뜻을 기억해둔 마릭은 이것을 위해서 거의 몇개월 동안을 술집에 꼬박 출근해 주위로부터 평판을 낮추기도 했지만 그것을 신경쓰지 않을 만큼 이번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종이와 책을 번갈아보는 아리송하게 바라보던 마릭. 그는 처음에는 한 단어를 알고서 또 다른 단어를 익혔고 그것을 말이 되게 완전히 이해할때까지 반복해서 문장 한줄, 한 페이지...... 이런 식으로 읽어나갔다.

영주는 단지 서재와 그 책들이 깨끗하게 변한것만을 기쁘게 생각할것이다.

부하나 영주의 가족이라도 허가 없이는 서재에 책을 꺼내지 못했다.결정적으로 청소를 한것으로 되어있는 늙은 하녀는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와서 아무도 마릭이 글을 읽고 쓰기위해서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리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어째서 그런것을 배울 필요가 있는지는 더더욱 모를것이다.

영주일행이 수도에서 핀들턴으로 돌아올 무렵에 마릭은 청소를 딱 맞춰서 끝내었고 곧장 성에 일하러 가는것을 멈췄다. 더 이상 큰 이익을 보지는 못하고 잡일만 많아질것이 뻔할것이기에 일을 그만둔것이다.

변명으로는 부모님께 들켰다는 말이 전부였지만 사소한 계기라도 그들이 영주에게 들키게 된다면 가만있지는 않을것이 분명하기에 그들은 마릭을 깨끗하게 보내주었다.

"좀 더 크면 성에서 일해보려무나."

그렇게 말하는 하녀는 맨 처음 마릭에게 일을 시킨 하녀였다. 마릭이 가고나면 다시 혼자서 고달픈 일을 맡아야 해서 싼값에 그녀를 도와준 그가 아깝기만 했다.


그렇게 사건과 경험들을 거쳐온 마릭은 마침내 아그림 오팔리스의 책을 읽을수 있게 되었다.




잘 부탁드리고 중간에 끊어지지않게 많이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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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4.아는것은 생겼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웠다(1) 14.09.11 489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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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3.배울것은 많았지만 아는것은 없었다(4) +1 14.09.08 1,411 15 10쪽
» 3.배울것은 많았지만 아는것은 없었다(3) +2 14.09.06 754 15 10쪽
12 3.배울것은 많았지만 아는것은 없었다(2) +1 14.09.05 643 8 9쪽
11 3.배울것은 많았지만 아는것은 없었다(1) +1 14.09.05 534 13 11쪽
10 2.한걸음에서부터 시작하지 않고(5) +2 14.09.03 582 12 11쪽
9 2.한걸음에서부터 시작하지 않고(4) +1 14.09.03 673 16 8쪽
8 2.한걸음에서부터 시작하지 않고(3) 14.09.03 605 16 8쪽
7 2.한걸음에서부터 시작하지 않고(2) 14.09.03 687 10 9쪽
6 2.한걸음에서부터 시작하지 않고(1) 14.09.03 598 12 9쪽
5 1.시작되었다(4) +1 14.09.02 825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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