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Car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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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명선생
작품등록일 :
2014.08.26 10:00
최근연재일 :
2014.10.05 21:02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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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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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8,594

작성
14.09.14 23:59
조회
616
추천
9
글자
11쪽

4.아는것은 생겼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웠다(4)

안녕하세요. 성청입니다. 성실연재 노력하겠습니다.




DUMMY

마릭은 자신이 고블린에게 저질러 놓은 참상을 두눈에 새기고 있었다. 그는 성에서 일할때 동물을 잡은적이 있었고 그때의 기억과 지금의 기억이 겹치기 시작했다.

'몬스터가 아니다.'

최대한 고블린의 일에 무심해지기로 마음먹은 마릭은 다시 한번 오팔리스의 검을 들어서 내려쳤다.

"키약!"

다시 한번 피가 튀기며 비명소리가 났지만 이제 증오에서 위협으로 바뀌어 있었다. 마릭은 고블린을 경계해야할 몬스터가 아니라 단순히 자신이 해체해야하는 가축 정도로 격하시키고 있었다.

'죽기전에 난동을 피우는 돼지, 닭 이다.'

닭이나 돼지를 잡을때도 자신이 죽는걸 아는지 고래고래 울음소리를 내곤 한다. 그러나 인간의 손길은 그런것에 멈출리가 없다. 단순한 동물에 불과한 존재에게 그런 자비를 배푼다는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난동을 부릴까 걱정할뿐.

'무자비하게'

"키야악!"

이제 고블린은 처음 상처가 나있는 이마가 포함된 머리가 가장 성한 부분이 되었고 몸의 나머지 부분은 한 덩어리였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잘게 잘려나가 있었다.

"정말 잘 드는구만."

마릭은 자신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것처럼 검의 성능에 감탄하고 있었다.

오팔리스의 검은 그가 생각하는것보다 더 날이 잘 들어있어서 이 검 외에 그전까지 다뤄봤던 칼이란 식칼 정도밖에 없었음에도 몇배나 질긴 가죽과 뼈를 지닌 고블린의 신체가 뭉텅뭉텅 잘려나가며 피바다를 만들어냈다.

"과연 영웅이 쓰던 검이라서 그런지 다르긴 다르네. 이런걸 명검이라고 하지않겠어?"

마릭의 그말에 대꾸를 할 여유가 없던 고블린은 고통을 참아내지 못하고 악만 써댔다.

"키악! 키악! 키악!"

마릭은 그런 고블린의 태도가 지긋지긋 해졌다. 다 죽어가고있는 와중에도 고블린의 입에서는 항복이라던가 목숨을 구걸하는 소리가 나오질 않고 있었다.

"시끄러워!"

고블린의 함성에 지지 않겠다는듯이 마릭도 소리를 질러대었다.

"시끄럽다고! 입 다물어!"

그렇게 맞고함을 지르던 마릭은 문득 어떤 생각을 했다. 이 핀들턴의 산에 있는 몬스터의 괴성은 쉽게 들을수있는것이 아니었다. 혹시나 사냥꾼들이 이 비명소리와 마릭의 고함소리를 듣고서 가까이 다가오기라도 한다면 뭐라 할수있을것인가?

"......"

침묵한 마릭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서 조용히 오팔리스의 검을 최대한 높게 들어 검을 뒤로 젖혔다. 조금만 움직여도 검날이 등에 닿을 아슬아슬한 거리까지 움직인 검을다음 단번에 고블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키_______________!"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검날을 보면서 비명을 지르던 고블린의 머리는 귀청이 떨어질것 같던 최후의 비명을 끝마치지 못하고 서걱하고 잘려나갔다.

드디어 마릭은 사투 끝에 고블린 한 마리를 물리친 것이다. 실력이 괜찮은 기사들의 경우 한명이서 몇마리를 상대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고블린 한마리 가지고 꼴사납다고 비웃을지는 몰라도 마릭이 검술을 배우지도 못한 평민이며 어린 나이에 몬스터와 싸워서 살아남았다는것에 경악할수밖에 없을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마릭에게는 적을 해치웠다는 만족감도 싸움에서 살아있다는 실감도 나지 않았고 단지 이 자리에서 빨리 사라지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마릭은 고블린의 잔해들을 되도록 모아서 그가 숨었던 구멍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나서는 흙과 모래로 주위의 핏자국들을 얼버무린 뒤에 도망치듯이 자리를 떴다.

"헉,헉,헉."

다급하게 마릭이 향한곳은 맑은 물이 흐르는 연못이었다. 그는 일단 물을 정신없이 마셔댄 다음에 자신의 옷을 벗어던지고 전신에 붙어있는 피와 흙들을 빠르게 씻어댔다. 차가운 물에 몸이 저절로 부르르 떨리기는 했지만 피는 물론이고 고블린과의 잠시 동안의 접촉으로 온갖 더러운것들이 자신에게 달라붙어 있는것만 같아서 몸을 닦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었다.

한동안 찰방거리며 물 튀어오르는 소리가 조용한 연못가에 울려퍼졌다.

몸을 다 씻은 마릭은 이번엔 오팔리스의 검을 씻어내기 시작했다. 검에 묻어있던 고블린의 피는 다행히도 칼날에 말라붙지 않았기에 천으로 닦아내기만 하면 괜찮을것 같았다. 검날 상태가 좋지 않았더라면 대장간을 몰래 이용할 각오를 하던 마릭에게는 다행스러운 소식이었다.

마릭은 바닥에 검을 내려두고서 장식까지 반짝반짝 빛나도록 닦아내었다. 그 와중에 뭣모르는 동물들이 물을 마시러 가까이 다가오다가 그에게 나오는 심상치않은 냄새에 도망가는 일도 있었다. 거의 누더기에 가깝게 변해버린 옷차림을 한 마릭과 왕자(王者)의 소유라 칭해도 믿을 오팔리스의 검은 부조화에 가까워서 삽화에 그려질법한 광경이었다.

이야기로 따지자면 목욕재계를 하고서 검에 맞는 영웅을 기다리는 조연의 분위기를 풍겨대었지만 마릭은 자신의 검을 넘겨줄 생각이 절대 없었다.

구석구석의 조각의 먼지까지 닦아낸 마릭은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고 스르릉 소리를 내면서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내며 몬스터를 죽였던 검은 다시 안식처로 돌아갔다.

"끝났다."

마릭은 그제서야 자세를 풀고서 호수를 향하여 다리를 쭉 뻗었다.

고블린을 죽이고나서 몸을 씻고 검을 닦는것이 끝난 지금에 와서야 마릭은 자신이 고블린을 물리쳤다는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마치 장대한 이야기를 보고서 꿈을 꾸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야기속의 멋부린 기사님은 아님에도 혼자서 고블린은 물리쳤다는 달성감에 기분이 훨씬 좋았다.

"하아암."

예상외의 사투로 인해서 지쳐버렸는지 마릭의 입에서 하품이 나왔다. 쨍쨍한 태양은 나무에 가려지있었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서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 누운 마릭은 졸음이 쏟아지더니 이내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오지마! 오지마!"

누군가가 도망치고 있었다. 달빛 하나 비춤없는 어두운 숲임에도 마릭은 목소리로 남자라는것을 알아차렸다.

필사적인 남자를 따라가듯이 마릭의 시선도 저절로 스르륵 끌려갔다.

땅에 발을 딯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은채로 움직여댔기에 마릭은 공중에 붕 떠있는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남자는 가까이서 자신을 지켜보는 마릭이 보이지 않는것 같았고 끝도 없을것 같은 길을 따라서 달리기만 했다. 길은 서서히 숲과 길의 분별이 되지 않을 지경이 되더니 마침내 사라지고 말았다. 여기저기를 두리번 거리던 남자는 자리에 털썩 주저앚더니 몸을 둥굴게 말고는 울기 시작했다.

"으아아......"

남자가 걸음을 멈춤에 따라 마릭의 시선도 멈추었고 그는 한심한듯이 울고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이보세요. 그렇게 쉽게 울면 어떡해요. 길을 찾아봐야지.'

마릭은 깜짝 놀랐다. 지금의 그는 분명히 말을 꺼냈음에도 남자의 울음소리만 들릴뿐이지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라? 아아아.'

몇번이고 시도해봤음에도 입을 뻐금거리고 목에서 소리가 튀어나오지 않아서 짜증이 났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의식중에 입을 만지려던 마릭은 손도 움직이지 않는다는것을 깨달았다.

아니 입도 없었다. 마릭은 지금 보고 듣는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손이 없으니 입을 만지지 못하고 입이 없으니 말을 하지 못하고 다리가 없으니 움직일수가 없었다. 답답함에 가슴을 치고 싶어도 손도 가슴도 없었기에 마릭은 그저 속으로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스륵.......

'응?'

-스륵......스륵......

무언가가 질질 끄는 작은 소리가 마릭의 귀에 들려왔다. 느릿느릿하지만 거리를 점점 좁히면서 커지는 소리에 불안감을 느낀 마릭은 울고있는 남자를 재촉했다.

'무언가 다가오고 있어요. 어서 도망쳐요.'

그러나 남자는 우느라고 소리를 듣지못한것인지 요지부동의 웅크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스륵......스륵......

남자에게 다가오는 정체에 괴이함을 느낀 마릭은 들리지도 않을 신음소리를 냈다.

'으으...... 저게 뭐야.'

그것은 살의 덩어리였다. 새끼 손가락 정도의 작은 크기임에도 기어오르는 이 끔찍한것은 기어오를때마다 중간 중간에 보이는 둥굴고 흰 뼈를 가지고 쉴새없이 피를 흘려댔다. 그것에 입이 주어진다면 끔찍한 소리를 낼수밖에 없을것 같았다.

마릭은 눈꺼풀이 있다면 지금의 광경을 보지 않고 닫아버렸으리라 생각했지만 그에겐 눈을 감을수차 없었다.

그러나 공포는 이제부터였다.

'으아아아악!'

하나가 아니라 많은, 굳이 수로만 비교하자면 낱알같이 많은 살덩어리가 남자를 향해서 천천히 기어갔다. 이것들의 형태도 속도도 다름에도 남김없이 끔찍한것은 분명했다.

"아아앙!"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울음을 그치지 않고서 계속 울기만 했다. 초조하게 남자를 바라보던 마릭은 남자의 복장이 어쩐지 낯이 익었다. 입고있는 옷이며 매고 다니는 검하며

붉은 망토까지 지금까지 마릭이 본 이들중에서 이런 눈에 띄는 복장을 하면서 갑옷을 입지 않은 사람은 딱 한명 밖에 없었다.

'아그림 오팔리스?'

들리지도 않는다는것을 까먹었는지 마릭은 조심스럽게 남자를 불렀지만 남자는 여전히 울기만 했고 울음소리는 이제 애기처럼 변해있었다.

"응애, 응애."

'당신인가요?'

그러나 몸을 웅크리느라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 남자의 얼굴을 확인할수도 없었고 그 사이에도 꾸준히 움직이던 살덩어리는 마침내 남자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도망가! 도망가! 도망치라고, 죽는단 말이야!'

살덩어리가 남자에게 닿았을때의 일은 상상도 하기 싫었기에 마릭은 말을 할수있다면 목이 쉴 정도로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러대었다.

"도망가라니깐!"

어느 순간, 마릭은 마침내 자신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를 들을수 있게되었으며 다리도 다시 생겨서 움직일수게 된 그는 남자와 함께 살덩어리에게 도망가려고 했다.

"이봐요, 어서 도망쳐요."

애기처럼 울던 남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것이다.

"분명히 여기 이 자리서 아이처럼 울고 있었는데."

살덩어리들은 이제 명확히 속도를 내며 다가오고 있었고 그것이 더욱 기분 나쁜 광경이었다.

"어이! 어디 있어! 어디 있냐고!"

마침내 살덩어리 하나가 마릭의 몸에 닿았을때도 마릭은 필사적으로 남자를 찾았고 그러다 어떤 사실을 알아챘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마릭에게 달라붙은 살덩어리 하나를 향해서 다른 살덩어리가 하나둘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건 나였어."

이윽고 살덩어리는 형상을 취하여 마릭을 덮쳤다.

"내가 울고 있었다고."




잘 부탁드리고 중간에 끊어지지않게 많이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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