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383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5.26 06:00
조회
232
추천
7
글자
7쪽

32화. 승하의 신고(2)

DUMMY

‘난 아직 아무 것도 몰라요.’하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찰을 바라보니, 굳었던 경찰의 얼굴이 풀어졌다.


경찰이 웃는 얼굴로 몸을 숙여 흰둥이 머리를 몇 번 쓰다듬었다.


“아효, 요 녀석, 아주 사교적이네요.”


인희가 대답했다.


“워낙 순해서 사람보고 짖는 일이 거의 없어요.”


경찰이 몸을 세우며 다시 집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럼 이 강아지 말고, 더 큰 개는 없어요? 그 학생은 개가 무척 컸다고 했어요. 거기다 붉은 색 털에 불이 붙어 있었고, 눈도 붉은 색이라던데, 뭐 비슷한 개가 있거나 본 적 없어요?”


인희가 황당한 표정으로 인한을 보고 물었다.


“오빠, 지금 이 분이 하는 말 알아들었어? 난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돼.”


“저 아저씨, 지금 불이 붙은 개라면 타서 죽었지 여기 있겠어요? 그리고 집 크기를 보세요. 더 큰 개를 키울 만큼 장소가 크지 않아요.”


“허허허허허. 우리도 어이는 없는데 신고는 그렇게 들어왔어요. 그럼 여기 개는 이 개 말고는 없는 건가요?”


“예, 없습니다.”


경찰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물론 승하라는 학생의 신고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지만 일단 조사는 해야 했으니까.


이윽고 경찰이 입을 열었다.


“신고가 들어온 이상 조사는 해야 해서요. 지금 그 학생과 다른 신고자들이 모두 경찰서에 있어요. 가능하시면 지금 우리와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 마치고 오는 건 어때요?”


그러자 인희가 경찰을 향해 말했다.


“그럼 10분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제가 준비를 좀 하고 나올게요. 오빠 잠깐 들어와 봐.”


인희를 따라 들어간 인한에게 인희가 스마트폰을 내어주더니 잠시 문밖에서 기다려 달라고 했다.


잠시 후 옷을 갈아입은 인희가 허벅지와 허리, 배, 등 부분을 보이며 찍어달라고 요구했다.


인한도 그제야 인희의 상처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배에도 붉은 멍이 주먹보다 크게 세 군데나 올라와 있었고, 등과 팔뚝, 허벅지 등 가리지 않고 주먹 크기 정도의 멍이 열 군데가 넘었다.


뿐만 아니라 인희가 보여준 머리에도 피멍과 뽑힌 곳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저도 모르게 사진을 찍는 손이 떨렸다.


이윽고 사진을 다 찍은 인한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받아 확인한 인희가 사진을 하나씩 확인을 마쳤다.


두 남매가 경찰을 따라나서자 순덕이 낑낑대며 따라 나서려 했다.


그 모습을 본 경찰이 남매에게 제안했다.


“저 개도 데려가죠? 그 사람들에게 확인시켜주는 의미에서도 좋을 거 같은데.”


인희는 결국 흰둥이에게 목줄을 채우고 경찰을 따라갔다.



경찰서 안에는 허벅지에 붕대를 감은 승하와 엉덩이가 두툼하게 나온 정주와 서형이 있었다.


승하는 의자에 앉아있었지만 정주와 서형은 앉지 못했다.


하필 물린 부위가 엉덩이라 남들 앞에서 의자에 앉으려면 희극적인 장면이 연출될 수밖에 없었다.


승하와 패거리는 병원에서 치료도 받고, 파상풍 예방주사도 맞았다.


의사는 개를 찾지 못하면 한 달 동안 광견병 예방을 위해 다섯 차례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무척 아프니까 반드시 개를 찾으라는 의사의 말에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승하는 의사의 진료가 끝나고, 병원을 나오면서 비로소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그 개는 분명 인희와 관계가 있었다.


승하와 패거리는 무조건 경찰서로 향했다.


그 결과로 인희가 개를 데리고 경찰서로 데리고 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어정쩡한 크기의 개를 데려오다니 승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다.


‘그 개는 왜 못 찾는 건데?’하는 생각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다.



순덕은 내심 그 어이없어 하는 승하의 얼굴과 두툼하게 감긴 허벅지 붕대 모양이 웃겼지만 지금의 흰둥이 몸으로는 웃을 수도 없었다.


순덕은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본래부터 그랬던 양 아주 얌전하게 인희 옆에 붙어 있었다.


시선을 마주친 인희와 승하가 서로를 노려보았다.


승하 옆에는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자가 팔짱을 낀 채로 주변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훑어보고 있었다.


여자가 경찰서에 들어 선 인희와 인한을 위 아래로 찬찬히 살폈다.


파마한 머리를 길게 기른 여자는 얼굴 화장이 승하처럼 진했다.


누가 봐도 ‘우리는 가족이오.’하는 것처럼 표시가 났다.


머리에는 검은 스포츠 모자를 썼고, 옷도 그에 맞춰 죄다 검은 색이었다.


여자가 승하에게 물었다.


“저 개새끼가 물었어?”


여자의 말투가 승하와 판박이였다.


듣고 있던 인희가 입을 열려고 하자 인한이 눈짓으로 말렸다.


여자의 말을 들은 승하가 힐끗 순덕을 보고 말했다.


“아니야. 개가 아주 컸어. 저거 아냐.”


순덕은 아주 순진한 표정으로 고개까지 갸웃거리며 여자와 승하를 쳐다보았다.


‘느그들, 나 알어?’라고 묻는 얼굴이었다.


“그럼 개새끼가 얼마나 컸는데?”


“아-씨, 아까 경찰한테 다 얘기했어. 그러니까 경찰한테 물어봐. 또 얘기해?”


승하가 얼굴 가득 짜증을 드러내며 여자에게 뱉듯이 말했다.


이야기 흐름 상 승하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온 것은 인한과 인희가 들어서기 바로 전이었던 모양이었다.


승하만큼이나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여자가 승하의 조서를 마친 박 경사를 향해 말했다.


“조사한 내용 좀 줘요.”


마치 제가 상사인 것처럼 당연하게 손을 내밀었다.


박 경사는 이제 서른을 눈앞에 둔 형사다.


형사 밥 먹은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런 여자들과 부딪히는 게 절대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가 두말 않고 컴퓨터로 친 조서를 보여주었다.


내용을 읽던 여자의 표정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왕창 일그러졌다.


“야, 임승하, 너 뭐 잘못 먹었어? 이게 말이 돼? 무슨···, 야, 무슨 개 몸에서 불이 나? 지금 네가 말한 거 보면 이게 개냐? 호랑이지? 아니다. 이거 완전 괴물이네, 응? 거기다 개가 말을 해? 그런데··· 말을 한 게 아닌데 그냥 이해 돼? 이것이 미쳤나!”


제 딸 승하를 보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던 여자가 화살을 박 경사에게 돌렸다.


“아니, 지금 이걸 조서라고 받아요? 경찰이 이 말도 안 되는 판타지 같은 개소리를 조서라고 받느냐고요. 애가 헛소리를 하면 잘 타일러서 집으로 가라고 해야지 이게 뭐예요? 바쁜 사람을 오라 가라 하고 말이야.”


듣던 박 경사가 조용하고 느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요즘 경찰이 어디 경찰입니까? 신고한다고 왔는데, 이야기가 말이 안 된다고 돌려보내면, 나중에 조사도 안 하고 보냈다고 민원으로 되돌아오니 받아줘야지 별 수 있습니까?”


한 차례 한숨을 내쉰 박 경사가 말을 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31화. 승하의 신고(1) +6 21.05.25 244 8 7쪽
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3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8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30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9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6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0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5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71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5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61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9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5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2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60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5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5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6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4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9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20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2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3 13 7쪽
6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49 14 7쪽
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6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10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10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4 15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