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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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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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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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박 경사의 기억(1)

DUMMY

“더구나 주택가에서 아직 중학교 2학년밖에 안 된 여학생 셋이 모여 담배를 피우는데 상상인지 현실인지도 모를, 호랑이만한 개가 나타났고, 온 몸이 불덩이에 쌓여 돌아다녔다는데···, 지금 세 학생 말고는 신고자가 없거든요. 그런데 세 명이 똑같은 말을 한단 말이죠. 몸에 상처도 있다는데···, 하필 다쳤다는 부위가 엉덩이에 허벅지라 보여 달라고 할 수 없으니 그런가 보다 하고, 조사는 해야죠?”


“······.”


“그 뿐 아닙니다. 옷에는 불에 그슬린 자국이 있더군요. 그게 정말 호랑이 같은 개가 불을 붙여서 그을린 건지, 담배 피우다 제 옷을 태운 건지 저야 모르죠. 저도 꼭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를 듣는 기분입니다.”


박 경사가 하는 말을 잘 해석해보면 애가 제 정신이 아니라서 말도 안 되는 일로 신고하고 들어왔다는 이야기였다.


옆에 서서 커피를 마시던 경찰이 고개를 내리곤 슬며시 웃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말만 들으면 뭐 저승사자 판타지에서나 나올 법한 불개네, 불개. 그런데 왜 주변에서 신고 들어온 게 하나도 없을까···. 킥.”


아주 작게 중얼거렸지만 그 말을 못 들은 사람은 없었다.


제 딸을 노려보던 여자의 얼굴이 신호등처럼 붉게 변했다.


씩씩거리며 이마를 짚는 여자를 향해 승하가 바락 소리를 질렀다.


“야, 이 미친···, 저게 아주 지 어미를 잡아먹으려고 작정을 한 년이야, 작정을. 너 이게 무슨 개수작이야!”


정말이지 안하무인이었다.


“아 씨, 물렸다고! 여기서 보여줘? 그리고 개가 말 했다니까!”


박 경사는 둘을 보면서 정말 그 엄마에 그 딸이라며 속으로 혀를 찼다.


여자가 몸을 돌려 정주와 서형에게 물었다.


“너희도 개새끼가 말 하는 걸 들었어?”


정주와 서형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다시 승하에게 고개를 돌려 눈치를 보았다.


“아, 말해봐! 들었어, 못 들었어?”


버럭 고함치는 여자의 기에 눌린 정주와 서형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저희는 못 들었어요. 개는 봤고요. 우리도 물렸고요. 정말 컸어요.”


아이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자는 승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봐! 계집애야, 얘들은 왜 못 들어. 엉? 상식적으로 생각 좀 하고 살아, 계집애야. 개가 어떻게 말을 하니? 아휴, 속 터져.”


승하가 얼굴에 억울함을 가득 담은 채 여자를 향해 마주 소리쳤다.


“그래, 나 미쳤다. 왜!”


옆에 있는 인한과 인희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지 가족들끼리의 싸움이 계속 되고 있었다.


‘하이고, 아주 모녀가 쌍으로, 지랄도 풍년이여.’


여기가 어디인지도 생각지 않고, 모녀가 서로에게 고래고래 소리치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혀를 차는 순덕이었다.


승하와 엄마라는 여자가 사람들의 정신을 빼놓는 동안 순덕은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승하의 뒤로 갔다.


목줄이 긴 탓에 충분히 가능했다.


의자 등받이 사이로 승하의 등이 보였다.


순덕은 슬그머니 앞발을 들어 승하의 등에 대었다.


그 순간 승하의 기억이 훅, 순덕의 머리로 들어왔다.



승하 눈으로 본 흰둥이는 괴물이 맞았다.


‘옴마, 남의 눈으로 보니 괴물 맞구먼. 아휴, 무서버라. 내가 너라도 지리겄다. 쩝. 근데 내 말이 이렇게 들린다고?’


승하가 들은 순덕의 말은 순덕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알지 못했으나 뜻은 분명히 전달되고 있었다.


‘거 참, 희한혀. 근데 이걸 어떻게 들었지?’


순덕이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에 빠진 순간 인희가 순덕의 목줄을 살짝 당겼다.


“흰둥아, 거기 가면 안 돼. 이리 와.”


뭐, 볼 일 다 봤으니 아쉬울 것도 없었다.


순순히 꼬리치며 인희에게 다가갔다.



승하와 여자의 말다툼을 듣다 못한 박 경사가 진상 콩가루 집안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둘 사이로 들어가 손을 들어 만류했다.


“자, 자, 그만들 하시고요. 싸우려면 집에 가서 싸우세요. 거기 두 학생, 아까 저분들 따라왔지?”


인한이 대답했다.


“네.”


박 경사가 앞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인한과 인희가 가까이 오자 박 경사가 같이 따라온 흰둥이를 슬쩍 쳐다보고는 물었다.


“지금 얘기 들었죠? 집에 기르는 개나 아니면 주변에 본 개 중에서 붉은 색 털을 가진 호랑이만한 개가 있어요?”


경찰의 어이없는 질문에 인희가 그만 풋 하며 웃고 말았다.


승하가 인희를 째려보자 이를 느낀 인희가 웃음을 참으며 다시 답했다.


“흰둥이가 우리 집에서 키우는 유일한 개, 아니 아직 중강아지예요. 아직 태어난 지 1년도 안 되었거든요.”


그 말을 듣고 있던 흰둥이가 박 경사를 향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자, 인한 남매를 데리고 온 경찰이 한 마디 거들었다.


“그놈 그거 사교성이 아주 좋아. 아주 순한 놈이야.”


박 경사가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흰둥이와 눈을 맞추었다.


순덕이 눈웃음까지 치며 꼬리를 좀 더 흔들었다.


‘어이구, 총각 잘 생겼네. 저런 인간들 만나 힘들지?’


순덕은 말도 잘하고 차분한 박 경사가 마음에 들었다.


박 경사에게 호의를 가진 순덕이 박 경사의 무릎에 발을 올리자 갑자기 어떤 영상이 훅 들어왔다.



병실이 보였고 2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여성이 누워서 울고 있었다.


양손과 발이 많이 다쳤는지 붕대로 감고 있었다.


얼굴에는 쓸린 듯 보이는 상처가 곳곳에 보였다.


박 경사가 그 여성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기 일은 유감입니다···. 이런 상황에 질문 드리기는 죄송합니다만, 사고 당시 상황을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일단 상황을 알아야 수사를 시작할 수 있어서요.”


“흐으으윽, 흡,”


“나쁜 놈은 빨리 잡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힘드시겠지만 협조 부탁드립니다.”


“지난 30일 새벽이었어요. 제 직업이 간호사거든요. 저희 병원 낮번은 새벽에 가야 해서 일찌감치 나갔어요. 눈이 왔으니 혹시나 늦을까봐 일찍 나왔는데 마침 길에 사람이 없었어요. 그때 제 옆으로 회색 승용차 한 대가 서더니 어떤 남자가 내렸어요.”


여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잠시 감정을 가다듬은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러더니 뒤 트렁크를 열기에 그런가보다 했어요. 그런데 순간 제 뒤에서 그 남자가 제 입을 뭔가로 막았고, 흐흡, 흐윽···, 그 뒤 의식을 잃었어요. 깨어났을 때에는 트렁크 안에 갇혀 있었어요. 흐으흑, 흐윽, 제가 막 두들기니까 남자가 트렁크를 열었고, 남자 손에 목 뒤를 잡혀 차 밖으로 끌려 나왔는데···, 어딘지 모르겠더라고요. 그 남자가 칼로 위협하면서 산 위로 끌고 갔어요.”


감정이 격해진 여자가 붕대에 감긴 손을 주먹을 쥐려는 듯 힘을 주었다.


여자의 얼굴이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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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승하의 신고(1) +6 21.05.25 244 8 7쪽
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3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8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30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9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6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1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5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72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5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61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9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5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3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61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6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5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6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4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9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20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3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3 13 7쪽
6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50 14 7쪽
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6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10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10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4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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