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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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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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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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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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3)

DUMMY

“에르피아, 스튜디오로 이동할게요.”

“네!”


스튜디오로 향하는 발걸음이 전보다는 가벼웠다.


도착하자마자 선배님과 남자 배우, 스태프들에게 인사하고 앉았다.


자신과 거리를 두고 놓인 좌석 탓인지 자꾸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옆을 돌아보지 않았다.


누군지 뻔하지.


“4라운드의 주제는 팬도라의 박스입니다.”

“팬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골라주시면 됩니다.”

“유일하게 팬의 비중을 높게 보고 있는 만큼 팬들의 반응이 이 라운드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겠네요.”


듣자마자 역시 이래서 폭풍전야를 밀어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첸시의 표정은 여유로운 표정이었고 폭풍전야 리더 경수는 멤버들과 속닥이며 말했다.


“우리 잘해 봐요.”

“네, 정정당당한 승부 기대할게요.”


방긋 웃으며 그에게 말하자 어깨를 으쓱이며 답을 피했다.


정작 폭풍전야만 난리가 났고 그 옆에서 보고 있는 마이웨이는 한심하단 얼굴로 폭풍전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컷!”

“다들 무대와 대기실로 이동해주세요!”


소란스럽게 자리를 이동하면서 마이웨이 리더 민규는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도록 홀로 팔짱을 꼈고 사람들을 보다가 하얀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오늘은 두 배로 한심한 모습인 것 같긴 한데, 위험한 사람이 줄어서 편하겠네.”

“둘 다 위험해 보이는데, 그렇게 보이신다면 믿어야죠.”


싱그럽게 웃는 하얀을 보며 질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뒤로 뺀다.


이런 반응이 신선한 건 주변이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이게 당연한 건데.


“··· 그러던가.”


까칠하게 말하고 돌아서는 마이웨이 민규를 주축으로 마이웨이 멤버들의 손을 흔들며 가장 먼저 대기실로 향했다.


여기에 나온 이유는 사실상 없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조용히 임하는 마이웨이였다.


‘평소 행동이랑 반대되니까 되게 신경 쓰이네.’



* * *



“첫 번째 차례 에르피아입니다.”


드디어 일이 터졌다.


첫 번째 순서가 된 우리는 당황하면서도 아닌 척 웃었고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는데, 그 옆에서 느긋하게 다가오는 첸시가 보인다.


“오, 하얀! 잘해요!”


어떻게 방송 카메라만 대면 한국어가 어눌해지는 건지 언제 한 번 녹음해서 유포하고 싶어진다.


참자 이런 일로 화내기엔 견승주만큼 나서지도 않았다.


“대기실에 안 돌아가도 돼요?”

“이제 가면 돼요.”


카메라를 보며 웃는 첸시는 우리가 스쳐 지나갈 때까지 지켜보다가 자신의 대기실로 들어간다.


무대로 향하는 길에 조용히 마이크를 잡고 눈치를 주는 탓에 첸시는 혀를 차며 멤버가 부르는 방향으로 향했다.


“너··· 어디 갔었어?”

“에르피아 대기실에.”


유창해진 한국어 실력에 익숙한 얼굴로 마이크를 잘 잡으며 숨소리만 들리는 목소리로 눈치를 보는데, 같이 자신의 마이크를 쥐고 있던 첸시는 관심 없다는 듯이 그를 본다.


“뭐 하려고··· 아니, 왜 그러는 거야? 왜 가만히 못 있는 거냐고.”

“··· 알 거 없잖아?”

“너 최근에 이상해, 데뷔하더니 사람이 바뀐 것처럼.”

“나도 내가 이러는 이유를 알고 싶은···! 하, 리더라고 나대지 말고 적당히 해···.”


첸시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하고서는 자리로 돌아가 생글생글 웃으며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러면서 순진한 눈으로 스태프들에게 마이크 소리가 잘 들어가고 있는 거냐고 묻기까지 했다.


“··· 하, 진짜 왜 저러는 거야.”


끝까지 말해주지 않는 첸시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면서 촬영 시작된다고 자리에 앉으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앉았다.


“돈 먹인 건 너 때문이란 거 잘 기억해라. 논란 터지면 너 혼자 죽어.”


리더가 작게 속삭이는데, 첸시는 웃으면서 입술 하나 안 움직이고 속삭이듯 말한다.


“맘대로.”


노래가 시작되고 커다란 TV 화면에 보이는 에르피아의 SVS에서 만들어서 불렀던 trust yourself가 흘러나온다.


역시나 고를 것 같았는데, 결국 가져왔단 생각에 집중하는 첸시였다.


‘이미 자극적인 것과 편곡을 많이 거쳤을 것 같은 곡이라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은데.’


너무 희망이 가득한 노래라 다들 억지로 웃으며 반응하는데, 그들의 옷은 유난히 하얗고 깨끗했다.


답답하게 조이는 듯한 단추 하나도 풀지 않는 정석 그 자체의 정장을 입고서.


-바라왔던 일이야 행복한 시간이 찾아와

-trust yourself 늘 그래왔잖아


밝게 시작했던 순간과는 다르게 중저음인 탓일까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여전히 그 음들은 살아있지만, 무대는 어두웠고 전과 다르다면 가면을 처음부터 쓰고 있었다.


하얀 가면에 아무런 표정이 담겨있지 않는 다 똑같은 흔한 가면이었다.


-내가 바라던 현실 trust yourself 알잖아, 지금의 시간

-살아가는 순간이야


목소리로만 구분할 수 있었는데, 그 목소리는 진이었다.


“랩 하는 친구잖아···?”


갑자기 중저음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이렇게 도박을 하지 않는 에르피아가 아니었던가?


“··· 노래 되게 잘 부르는데, 분위기 되게 오싹하다.”


그리고 시작되는 노래들의 고음을 정한과 유현이 함께 내질렀고 그 중심에 선 사람은 하나였다.


춤에 힘이 없고 체력이 떨어지는 하나는 항상 제일 먼저 후반부에 힘이 떨어지곤 했다.


-이런 나도 꿀 수 있잖아. 달려, 널 위해서. 널 믿어, 널 위해서.

-이젠 숨 쉬어도 돼. 달려가, 이젠 널 잃지 않아도 돼.


하얀의 고음 파트가 무리일 텐데도 유현과 정한은 손쉽게 해낸다.


마치 정말로 힘들지 않은 것 같이 고음을 지르는 탓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원래라면 가면을 썼어야 할 타이밍에 이미 벗어던지고 서 있는 에르피아는 조금씩 자신을 조여오던 것들에 불편한 것인지 표정을 찌푸렸다.


-막혀오던 숨, 원하던 것일 리가 없잖아.

-바라던 삶에 숨이 막혀 내 삶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아.


조곤조곤 랩을 하는 하얀의 랩이 점점 거칠어지면서 온전히 현대무용이었던 춤의 변화가 찾아왔다.


부자연스러운 몸과 넥타이를 집어 던지고 갑갑한 자신의 목을 붙잡으며 조금씩 빨라지는 음에 끌려다니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이런 나도 꿀 수 있잖아


사람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조명들 사이에 붉은 조명 아래 서늘한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하얀이었다.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조이던 넥타이를 풀고 목까지 잠겨있던 단추 두 개를 푼다.


-현실, 꿈, 현실 이젠 알 수 없는 시간이 찾아와

-내가 바라던 현실 trust yourself 알잖아, 지금의 시간

-이제야 나를 찾은 시간이야


다시 조명들이 어두워지고 서늘하게 내려앉은 음들의 음산함에 조금씩 밝은 음들이 중간에 섞여 흘렀다.


무언가를 잃은 두 눈으로 카메라를 보던 모습에서 점차 흐트러진 차림으로 다시 온전한 형태의 군무를 이루자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눈에 보였다.


“··· 와, 괜히 무대장인 에르피아 아니랄까 봐.”

“저기서 어떻게 그다음 사람들 무대 하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하나가 중심에 서서 서늘한 눈빛으로 정면을 쳐다보고 유현은 눈을 감았다.


정한과 진은 고개를 틀어서 카메라를 응시하지만, 하얀은 비스듬하게 고개를 꺽어 자신의 눈을 손으로 가린다.


“우리 어쩌지.”

“망했다.”


숨이 가쁘지도 않은지 에르피아는 자신들에게 향하는 카메라를 씹어 먹을 것처럼 무대를 지키고 있었다.


“1년차는 무슨···.”


고인물이 청정수가 노는 곳에서 물을 흐리고 있는 꼴이었다.


그 모습이 첸시에게는 즐거운 건지 손뼉을 치며 자기 일인 것처럼 기뻐하며 웃었다.


“재밌다, 진짜··· 너무 재밌어.”


작게 속삭이며 말한 말을 들은 아스테로이드 리더의 몸이 부르르 떨렸지만, 첸시의 눈에는 여전히 하얀 밖에 보이지 않았다.



* * *



무대를 끝마치자마자 소름이 돋는 몸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의 몸을 살폈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무대를 내려오는 동안에도 방청객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안 그래도 무대 보니까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다 보니까 앉아서 하는 안무를 최대한 뺐다.


“안무를 다 보이게 하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정한과 상의하고 그 뒤에 따로 안무에 대해 보고를 올렸다가 허락을 받아서 다행이었다.


“뒤에서도 잘 보였대.”


그 덕에 뒤에서 일부러 보고 있던 매니저 석금 씨의 증언으로 전달은 확실히 되었다는 건 증명이 되었다.


첫 번째 차례인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무대였다.


“우리 뒤에 어떤 무대가 나올까요?”

“글쎄, 다들 잘하지 않을까?”


유현의 유한 평가에 말을 말기로 했다.


종종 우리 멤버들이 너무 착하다는 걸 자꾸 까먹게 된다.


정신을 바짝 차리던가 해야지.


“다음 무대가 스콜 선배님 무대였죠?”

“응, 이번에 되게 힘 많이 줬다고 기대하라고 하셨어.”


웃으면서 말하는 유현은 지금 무대에 오른 스콜을 까고 있었다.


순수악이 이래서 무서운 거구나.


지금 유현의 발언에 작가 눈이 반짝이면서 수첩에 적는 걸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거 쓰이겠네.’


이번 스콜이 몇 등이 되었든 간에 이 자료가 쓰일 예정이다.


왜 그러니까 유현에게 입을 털어서···.


“그거 저도 들었는데, 무대에 진짜 최선을 다했대요.”


끝난 줄 알았던 스콜을 죽이는 행동을 하나가 마무리 짓는 모습에 하얀은 그저 웃기로 했다.


“무대 시작하나 봐요.”


시작하는 무대는 생각보다 재미가 없고 나 멋있지만 자랑하는 무대에 유현의 두 눈동자가 떨린다.


하나는 일부러 했던 것인지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영혼 없는 환호를 질렀다.


‘지겹다···.’


정말 지겨운 순간이었다.


그 뒤로도 많은 그룹이 나오고 폭풍전야보다 앞에 하는 아스테로이드의 무대는 진짜 돈을 때려 박은 느낌이었다.


“저거 뒤에 피규어 같은 거 뭐예요?”

“헉, 저거 무대에 들어가요?”


너무 큰 우주색처럼 반짝이는 행성이 조각되어 반짝이는 모습에 입을 벌리고 쳐다봤다.


저걸 낼 만큼의 돈이 저기 소속사에서 어디서 난 걸까.


“저기에 탈 수가 있구나. 우와.”


분명 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무대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 잘났고 내 돈 얼마나 썼는지를 보여주는 무대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와···.”


정말 돈 더럽게 많이 썼다.


웅장하긴 한데, 영상을 찍는 손에 따라 분명 달라질 것 같긴 하다.


저걸 찍어본 적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대단하다···.”


그럴 시간에 안무와 노래에 돈을 붓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저런 무대로 1, 2등을 하면 그것도 아주 재미난 구경이 될 거다.


의도적인 건지 기획력이 떨어지는 건지.


‘차라리 전문가를 고용해서 돈을 칠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들의 멍청함에 박수를 보냈다.


아닌가? 소속사의 멍청함이 아닐까.


S.P 엔터도 인기 많은 폭풍전야로 대놓고 카메라에 보일 정도의 조작은 안 하는데, 이런 걸 보면 중소가 문제일 지도 모르겠다.


‘빨리 끝났으면···.’


프로그램이 빨리 끝나길 간절하게 바라는 하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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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현실과 가상의 경계 (8) +7 21.07.22 348 15 13쪽
82 현실과 가상의 경계 (7) +3 21.07.21 334 15 13쪽
81 현실과 가상의 경계 (6) +2 21.07.20 345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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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1) +1 21.07.01 412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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