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최근연재일 :
2021.10.31 20:40
연재수 :
147 회
조회수 :
86,048
추천수 :
2,917
글자수 :
936,046

작성
21.07.16 19:25
조회
341
추천
14
글자
11쪽

현실과 가상의 경계 (2)

DUMMY

* * *


너저분한 바닥과 며칠째 감지도 않았는지 떡진 머리의 남자가 핸드폰을 소파에 집어 던진다.


담배 연기가 자욱한 방 안에서 올라가는 기사들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다.


“와, 아직도 해명이 없네. 아저씨 진짜 새하얀이 아들 맞아?”

“뭔 개소리야? 지가 아니라고 해도 내가 아들이라고 우기고 돈 받으면 그만 아닌가?”

“그러다 아저씨 고소 먹어. 기업 상대로 이런 짓 하는 양아치는 아저씨뿐이라니까?”


깔깔 웃는 모습을 보며 욕설을 내뱉더니 퀭해진 두 눈으로 소주병을 뒤적거렸다.


당연히 다 마신 병밖에 없자 혀를 차고 머리를 긁적였다.


“술은 다 어쨌어? 이게 다야?”

“술보다 중요한 건 이거라니까? 아저씨, 무슨 확신으로 그렇게까지 해?”

“뭐긴 뭐야? 돈 받았으니까 이러는 거지.”


남은 소주를 입안에 넣어도 텁텁한 입안은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갈증을 유발하고 있었다.


“이번에 말한 사람은 돈이 많나 봐?”

“그래, 돈도 많고 제대로 된 정보를 줬다니까.”


보라며 꺼내는 서류철에 있는 새하얀에 대한 정보를 책상에 던진다.


손에 맞아서 얼얼한 손을 주물럭거리는데, 미안함이라곤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허세에 찌든 몸뚱이만 보일 뿐이었다.


“그래···? 형님이 거짓말하진 않을 테니까.”


술이 결국 떨어진 것에 신경질적으로 슬리퍼를 질질 끌고 현관문으로 향한다.


늘어진 티에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까지 완벽한 백수인 남자가 온 것도 벌써 1년째다.


“어디 가게?”

“술 사러 간다!”


닫히는 소리가 요란하게도 들려서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다.


사촌 형은 질리지도 않은 건지 끝까지 조카한테 들러붙는 꼴이라니.


핸드폰 화면에 보이는 계속 켜져 있던 녹음을 저장했다.


“··· 얼마 주려나.”


그렇게 비싸지 않아도 쉽게 넘길 생각이었다.


개인 의뢰로 저렇게 많은 돈을 받고 기업과 맞서는 싸움부터는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어차피 저런 버러지 새X는 금방 해치웠으면 했으니까···.’


검색창에 새하얀만 쳐도 가득한 기사와 직캠 영상을 보며 입술을 비죽였다.


티 없이 컸을 것 같은 외모와 달리 험난한 과정을 거쳐서 올라온 역경의 아이콘이라니.


새하얀이라는 사람은 소설, 영화, 드라마 같은 곳에 나올 것 같은 주인공 스타일과 비슷해 보였다.


“그럼 이게 주인공의 성장을 위한 시련인가?”


참 게임 같은 이야기였다.


성장이라니, 잠깐 미친 것이 분명하지.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사촌 형의 손에는 검은 봉지에 이슬같이 물이 맺혀있었다.


또 술이란 술을 쓸어온 것이 분명했다.


“아, 술병은 좀 치우고 삽시다. 진짜.”

“사촌 형한테 말하는 것 봐라, 너나 담배나 끊어!”


방문이 부서질 것처럼 세게 닫는 저 버릇부터 고쳐야 했다.


기사와 녹음된 파일을 같이 보면서 지금의 새하얀을 조금 더 놔두기로 했다.


주인공이라면 응당 하는 것처럼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


“여긴 홍보도 거지 같게 못 하네. 나라면 이렇게 안 한다.”


직캠부터 회사 소속사까지 찾다 보니 점점 내부적으로 문제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이런 회사가 굴러가는 것부터가 대단한 거고.


“새하얀이 관계된 것만 괜찮고 이게 뭔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전보다 클릭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아득바득 욕을 하며 계속 보다 보니까 돌아본 창문엔 해가 뜨고 있음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와씨··· 졸라 멋있네.”


입덕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음을.


정보의 정확성이라는 핑계로 간 곳이 하얀의 집이었음을 그 누구도 몰랐다.



* * *



이틀 사이 직원들은 울리는 전화를 안 받으려 내려놓은 수화기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자주 사건 사고가 터지니 주시하고 있던 기자들의 몰려든 탓이었다.


영혼이 탈곡한 직원들을 보며 안쓰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라고 주장한 사람을 찾았는데, 대화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어.”

“효를 다하라고 해놓고서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는 건 모순이네요.”


아버지라 우기는 사람은 효를 다하는 건 돈이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


실장님도 그걸 알았는지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그 옆에 앉아서 말도 안 하는 본부장이 보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쓸모없는 서류만 뒤적거리는 걸 보며 혀를 찼다.


“그래··· 이젠 아버지에 대한 건 말할 생각이 생겼어?”


실장의 말에 귀를 여는 본부장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관계도 없는 본부장이 있냐는 투덜거림을 대신한 한숨인 걸 모르는 듯했다.


“제 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 제가 기억하는 것이 맞다면···.”

“기억하는 것이 맞다면? 잠, 잠깐 기억이 안 나?”

“기억이 다 나지 않아서요, 앨범도 찾아보고 했는데 사진 속의 얼굴도 안 보이고···.”


너무 어린 시절의 이야기라는 말투에 실장의 미간이 좁혀진다.


장례식장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 걸 어쩌나.


9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 맞는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아서 만나야 할 것 같아요.”

“··· 일단 돌아간 것 같다는 기억은 있는 거네?”

“네···.”


신경 쓰이는 일이 자꾸 생기는 탓일까.


머리를 쥐어뜯는 실장님의 머리가 남아나지 않게 생겼다.


본부장의 서류를 뒤적이는 손이 멈추더니 사무실을 나가버린다.


“그 사람 번호야.”

“그 사람 번호라··· 아예 안 받나요?”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가 놓인다.


보는 눈이 서늘하게 내려앉다 못해 당장이라도 구겨버릴 것 같았다.


“아니, 받긴 하는데. 헛소릴 해서···.”

“아··· 연락하면 받긴 하나 보네요.”


“입장문도 따로 낼 거고 계속 우리 쪽에서도 연락은 해볼게.”

“네, 감사합니다.”


감사하단 말과 달리 싸늘한 그의 얼굴을 보며 실장님의 표정이 굳었다.


당장이라도 일을 칠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가족과 관련되면 당연한 거긴 했지만, 사고만 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주먹을 꾹 쥐었다.


“하얀아.”

“네···?”

“소속사 믿지? 최선을 다해서 밝혀낼 테니까.”


입이 멋대로 움직인다.


자기한테도 없었던 부모 역할이라도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 없는 고아 X을 키우는데, 공부도 못하면 몸뚱이로 먹고사는 거지.


새하얀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살았다고 했었다.


실어증에 걸린 자신을 보육원에 보낸 친척들은 돈만 들어가는 나를 싫어했다.


친척 집을 방황하다가 보육원에 들어갔을 땐 어땠더라.


-말도 못 하면서 뭘··· 따라오겠다고.


떠나려는 얼굴 모를 친척의 다리를 붙잡았지만, 결국 자신을 밀치고 도망갔었다.


생각해보면 그 어린 나이에도 난 알고 있었던 거다.


다시 잡는다고 해도 따뜻했던 말을 건네주고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걸.


이런 게 고아라는 거라는 것을.



“··· 감사합니다.”


멋대로 어린 나로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알게 되면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널 거둘 때도 내가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니까.


“기억나면 말해줄 수 있지?”


한 실장과의 눈이 마주치자 눈매가 휘어지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하라는 눈웃음이었지만, 불안했는지 쉬지 않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금방 해결될 거야, 댓글이나 기사는 보지 말고···.”


지금도 자신의 패드에 보이는 새하얀에 관한 기사가 안 보이도록 책을 덮는다.


“쉬고 있어, 작곡 생각해도 머리 아프잖아.”

“네, 연락은 따로 해볼게요. 저희 컴백··· 미뤄질까요?”


하얀은 이런 상황에도 컴백과 멤버에게 민폐가 될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아마··· 조금 밀릴 수도 있겠지만, 아닌 거 해명되면 되니까! 금방 될 거야.”


착한 하얀은 자꾸만 깊은 곳을 울렁이게 했다.


자신에게 어른들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상대의 말에 눈치 보고 내 감정을 숨기고 웃는 게 착한 아이가··· 맞나?’


손해 보고 사는 것이 당연하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그게 진짜 어린아이에게 해줘야 하는 말이 맞는 건가?


널 생각하라고 착한 아이일 필요는 없다고 내게 말해줬다면 난 좀 달라졌을까?


“실장님···?”


그럼 나는 지금 뭘 말하고 싶고 내 욕심이 뭔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인정하기로 했다.


“멤버들이랑 있으면 편해?”

“아, 네! 멤버들이 잘해줘서 좋아요.”

“다행이다.”


난 아마 별로 달라지지 않을 거고 또 나 같은 사람을 만나면 또 이럴 거라는 것쯤은.


‘내가 제일 아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거다.


하얀에게도 나에게도.


“하아아···.”


하얀이 나가고 난 뒤, 사무실 의자에 몸을 기대어 지친 몸과 마음에 눈을 감았다.


하얀의 이미지가 좋아서 악성 기사를 안 믿는 사람이 많았지만, 장기전은 불리했다.


“대체 왜 안 만나겠다는 걸까···.”


진짜 바라는 것이 돈이든 아들이든 얻고자 하면 이렇게 버티진 않아야 했다.


애초에 새하얀이 추락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면.


“추락···?”


번뜩이는 생각에 몸이 굳은 채로 앉아있었다.


시계의 째깍대는 소리가 이렇게도 컸던가?


“허?”


의자가 뒤로 밀리다 못해 엎어진다.


어이없는 일에 안 그래도 엉망으로 흐트러진 머리칼을 탈탈 털며 사무실 문을 열었다.


본부장의 얼굴이 보이고 사무실 안에서 대화하자는 말이 안 나왔다.


지금 당장 이 답답한 기분을 풀고 싶었다.


“본부장님.”


날 닮은 그 아이의 앞에 보이는 많은 가시밭이 보이니까.


어른으로서 밟아주는 수밖에.


“이거 뒤에 누가 관여된 건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아니라고 확신하는 눈치네.”

“하얀은 기억 속에 아버지가 없다고 했으니까요.”


기업과 개인은 체급부터 다르다는 걸.


“아티스트를 믿는 것이 제 일이잖아요?”



* * *



한참을 딸깍이던 남자는 JH 엔터 앞에서 서성거렸다.


머리도 감고 자기 나름대로 삐죽 솟은 구레나룻을 손으로 꾹꾹 눌렀다.


혹시나 새하얀을 마주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왁! 진짜 나왔네···!”


입 벌리는 모습이 추할까 입을 두 손으로 가리고 흘끔거리며 구경했다.


수심이 찬 얼굴을 보니 괜히 찔려서 손에 있는 USB를 만지작댄다.


“가족이 저러는 건 흔한 일인데···.”


연예인에게는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가족이 돈을 빌리거나 내가 친모니, 친부니 나타나는 것쯤은.


그런데 한 번도 그런 연예인의 얼굴을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다.


‘가족이 저질렀으니 자식이 대신 하는 건 당연한 건데.’


항상 빛나고 돈도 많고 인기도 많은 사람을 시기, 질투하는 것이 당연했다.


사람의 욕망이 그렇고 나보다 어리고 잘난 외모에 돈 많은 건 배 아프니까.


자신들은 ‘고통받고 일해서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데.’


그 정도면 고통도 아니지 않냐고.


“··· 근데 왜 저렇게 사연이 기구하냐고. 짜증 나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0 거짓에 가려진 진실 (2) +3 21.07.29 306 14 17쪽
89 거짓에 가려진 진실 (1) +1 21.07.28 327 13 12쪽
88 돌아온 세상 (2) +3 21.07.27 336 13 18쪽
87 돌아온 세상 (1) +3 21.07.26 348 18 15쪽
86 원래 세상으로 (3) +4 21.07.25 339 16 13쪽
85 원래 세상으로 (2) +3 21.07.24 335 16 13쪽
84 원래 세상으로 (1) +3 21.07.23 368 15 16쪽
83 현실과 가상의 경계 (8) +7 21.07.22 348 15 13쪽
82 현실과 가상의 경계 (7) +3 21.07.21 333 15 13쪽
81 현실과 가상의 경계 (6) +2 21.07.20 345 13 15쪽
80 현실과 가상의 경계 (5) +4 21.07.19 355 14 12쪽
79 현실과 가상의 경계 (4) +3 21.07.18 358 13 13쪽
78 현실과 가상의 경계 (3) +3 21.07.17 340 12 17쪽
» 현실과 가상의 경계 (2) +1 21.07.16 342 14 11쪽
76 현실과 가상의 경계 (1) +1 21.07.15 395 13 14쪽
75 인재 영입 작전! (5) +1 21.07.14 378 17 15쪽
74 인재 영입 작전! (4) +3 21.07.13 377 15 12쪽
73 인재 영입 작전! (3) +3 21.07.12 392 16 14쪽
72 인재 영입 작전! (2) +3 21.07.11 408 15 12쪽
71 인재 영입 작전! (1) +1 21.07.10 397 17 14쪽
70 첸시 그리고 세상 (2) +1 21.07.09 479 16 11쪽
69 첸시 그리고 세상 (1) +3 21.07.08 409 15 14쪽
68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7) +1 21.07.07 417 16 11쪽
67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6) +3 21.07.06 410 15 11쪽
66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5) +1 21.07.05 404 16 12쪽
65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4) +3 21.07.04 408 16 11쪽
64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3) +2 21.07.03 413 14 11쪽
63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2) +1 21.07.02 401 17 12쪽
62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1) +1 21.07.01 412 15 14쪽
61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0) +2 21.06.30 423 1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