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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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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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승자 쪽에 있어야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파인소프트.... 무서운 곳이야.”


매튜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번에 주식 분할 한 거 말하는 거야?”

“성장세가 무서울 정도야. 배당금도 잘 주는 편이고.”


90년대 가장 안전한 주식이라면 역시 파인소프트웨어(PS)를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아직 윈도우를 PC계의 주류로 성공시키진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80년대부터 PS도스와 함께 PS워드 등 오피스프로그램을 성공시키며 착실하게 기업을 성장시키고 있었다.

작년에 출시한 윈도우 3.0 역시 나름 인기를 끌고 있다.

윈도우95가 출시되면 지금까지의 성장을 아득히 뛰어넘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게 될 터.


“너희는 어떻게 하고 있지?”

“이번에 주식 분할로 재미 좀 봤어. 2,000만 달러 더 사들이려고.”


PS는 분기별로 주주 배당금을 주고 있다.

또한 기업공개 이후로 지금까지 모두 3번에 걸쳐 주식 분할을 했다.

87년 9월과 90년 4월에 1주를 2주로 분할했고, 올해 6월에 2주를 3주로 분할했다.

매튜는 꾸준히 PS 주식을 확보할 예정이다.


"채권 발행은 잘되고 있고?“

“올 해 안에 초저금리가 될지도 모른다며?”

“사상 최저는 모르겠고. 20년 내 최저 금리가 될 가능성이 높지.”


87년 10월에 주가가 20% 넘게 빠지는 ‘블랙먼데이’가 발생하자 연방준비제도는 금리 인하로 이에 대응했다.

이후 경제 회복으로 물가상승률이 5%를 넘게 되자 연방준비제도는 방향을 바꿨다.

작년 여름부터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내리고 있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작년 투자은행 드렉셀 버냄 램버트가 붕괴되면서 고수익률채권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실업률까지 5.4%에서 7.8%로 상승했다.

연방준비제도는 향후 몇 년 간 팽창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억 달러였나?”

“10억 달러!”


제임스가 단박에 헛소리로 치부했다.


“미친 놈....!”


Garam Invest는 투자은행 G&P를 주관사로 해서 총 2억 달러 규모의 5년 만기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최근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로부터 각각 AA, AA+의 신용등급(장기채 기준)을 부여받았다.

불티나게 팔려나갈 것이라고 보진 않았다.

그럼에도 G&P와 Garam 모두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IBT이나 코크(Coke), 에코 모빌은 배당을 잘 주지. 그 회사 주식도 꾸준히 모으도록 해.”


제임스가 류지호에게 기업 몇 개를 추천했다.


“그 회사들, 지난 주가폭락 때 떨어진 주가를 많이 회복했더라구요.”

“미국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었다고 해서 모든 산업이 망가지는 것은 아니니까. 행운도 준비한 자에게 오는 거란 걸 명심해.”


류지호는 미래의 일어날 일을 대강 안다.

그걸 토대로 투자전략을 수립해 실행한다면 굳이 작전이니 분석이니 뭐니 할 필요도 없다.

물론 혼자는 절대 못한다.

류지호가 투자전문가가 아닐뿐더러 돈을 굴리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투자전문가인 매튜와 의형제를 맺은 것은 크나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류지호가 투자에 대해 뭔가를 할 필요가 없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중요한 경제 분야 사건들을 넌지시 알려주면 된다.

가령 한국의 금융실명제, 동남아 경제위기, 한국의 IMF, IT버블과 붕괴, 한국의 신용카드 대란, 미국발 금융위기 등등.

걸프전 같은 세계사적 사건도 마찬가지다.

당시에 원유선물 거래로 막대한 이익을 본 것처럼 전문가들이 알아서 투자를 하고 자신들이 얻은 성과만큼 보상을 받아가도록 하면 된다.

부자가 되면 돈을 벌어주는 사람을 고용하면 된다.

본인이 아등바등 댈 이유가 없다.

매튜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좋은 게 있으면 나눠 먹는 거지. 혼자 다 먹으려고 들면 탈 나.”

“올 초 IPO된 샌시스코의 주식을 사들였다고?”

“개인적으로 만 주 정도 사고, Garam에서 1,200만 달러 정도 투자한 것으로 알아요.”

“주당 얼마에?”

“18~22달러 사이였던 것 같아요.”


류지호가 매튜를 돌아봤다.


“평균 19달러에 샀어. 상장 첫 날 관심을 보인 곳들이 대부분 기관이더라고.”


90년대 키워드가 네트워크라고 봤을 때 이 분야 업계 1위 샌시스코 시스템((San Cisco Systems)에 투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런데 상장 초기만 해도 투자 열기는 생각보다 뜨겁지는 않았다.

류지호는 향후 샌시스코 시스템의 시가총액이나 최고 주가는 모른다.

다만 닷컴 버블로 대표되는 샌시스코, 퀄테크, UOL 정도는 워낙 유명했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UOL(USA Online)은 아직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년 상반기 중에 상장될 것이라 보고 받은 바 있다.


“근데 인터넷이라는 게 좋은 거야?”

“그러니까. 인터넷이 사람들에게 왜 필요한 거지?”


제임스와 매튜가 차례로 류지호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런 반응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현재는 UOL 같은 상용서비스를 이용해 일반인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은 불법이다.

따라서 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연구를 하는 교수 및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UOL이 기업공개를 한다고 해도 문제야.”

“어떤 문제요?”

“가입한 회원이 겨우 15만 명 수준인데다가 그 인터넷이라는 시장 규모가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분석이나 예상을 할 수가 없어.”

“맞아. 내가 보기에는 틈새시장에서 나름 활약하는 작은 회사일 뿐이라고. 아마 업계에선 그럴걸? 어디서 족보도 없는 놈이 불쑥 나타나서 까불고 있다고.”


류지호로서도 딱히 이에 대해 반박할 근거가 없었다.

이 회사가 나중에 워너-타임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정도로 크게 성장한다는 것만 알지 정확하게 어떤 회사인지도 잘 몰랐다.

퀄테크의 경우는 CDMA 기술, 로열티 갑질 등의 이미지로 류지호에게 각인이 되어 있어서 모를 수가 없다.

상장되기 전에 투자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한 발 늦고 말았다.

그렇더라도 상장 첫 주 집중 매수를 해서 나름 만족할 만큼 주식을 확보했다.

류지호는 이들 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 부분에서 과거로 돌아오기 전의 오성전자 투자 수익률 정도로 예상했다.

때문에 10년 만기 정기예금이나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


“계속 팔지 않을 생각이에요. 장기보유를 생각하고 있어요.”

“배당금을 잘 줄 것 같아?”

“그건 모르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류지호조차도.

UOL이 최고 전성기를 구가할 때 미국 인터넷 트래픽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고, 대다수 미국인에게 UOL 브랜드가 인터넷 그 자체가 된다는 것을.

주가가 엄청나게 오른다는 뜻이다.


“저렇게 확신하고 말하면 대부분 들어맞던데.... 안 그래 제임스?”

“그럴지도.”

“눈앞의 순간적인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옳은 쪽으로 판단하고 차근차근 일을 진척시켜 나가는 것이야 말로 성공의 지름길이다. 윌리엄 할아버지가 제게 해준 말씀이에요.”

“또, 또! 애늙은이 같이.....”

“저는 젊어요. 10년이 지나도 두 분 나이보다 어리죠.”


존버.

온라인 FPS게임에서 ‘존나게 버틴다’의 줄임말로 쓰인 것으로 시작해 점차 가상화페, 주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어 사용되는 은어다.

특히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이들의 슬로건이 ‘존버는 승리한다’다.

대세상승장에서 사놓기만 해도 벌던 시기에 그랬다.

류지호는 미래의 유명해지는 기업들 주식을 열심히 모아서 최대 10년은 ‘존버‘할 생각이다.

과연 ‘존버‘가 승리하는지 확인해 볼 참이다.


“변화무쌍한 변화의 추세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법이야. 부하직원들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너도 항상 경제동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해.”


제임스가 진심을 담아 충고했다.

류지호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럴게요.”


블록버스터 한 편의 기획부터 개봉 후 수익정산까지 짧게는 3년, 길게는 6~7년이 걸리는 걸 생각하면, 주식투자나 원유선물 거래로 돈 버는 게 쉬워 보인다.

걸프전으로 매튜가 벌어들인 수익이 투자금의 70배였다.

솔직히 류지호는 그걸 보고 무섭기까지 했다.

300만 달러로 시작해서 반년 만에 2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이 무섭지 않다면 세상에 어떤 일이 무서운 일이란 말인가.

한편으로는 자신이 가진 정보(기억)가 전문가들과 결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똑똑히 경험 했다.


‘정보...!’


류지호는 정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 꽤 많긴 했다.

세상의 모든 사건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영화와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영화와 관련된 기억과 지식으로 벌써 4편의 영화에서 막대한 이익을 보았다.

거기에 더해 일기장에 기록해 둔 자잘한 정보들도 잘 써먹고 있고.

신문과 잡지를 읽으며 불현 듯 떠오르는 기억도 꾸준히 메모하고 있다.

왠지 그 것으로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당장 떠올리지 못하는 것들도 많을 터.

적절한 실마리만 주어진다면 기억을 되살려 낼 수도 있다.

따라서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혼자서 전 세계의 정보를 체크할 순 없다.

당연히 사람을 써야 한다.

그런 면에서 데본과 도널드라는 정보계통 전문가를 얻은 건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다.


“아참! 제임스.”

“왜?”

“G&P에서도 타임리 엔터프라이즈 주식 좀 모아주세요.”

“코믹스 회사 타임리?”

“예.”

“뭐하게?”

“곧 상장할 예정이라는데, Garam 단독으로 너무 많은 주식을 보유하면 저쪽에서 적대적 인수합병 오해를 불러 올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파라맥스에 이어 타임리까지 갖고 싶은 거야?”

“제가 인수하고 싶어도 로니 패럴만 회장이 협상에 응하지 않겠죠.”


타임리 엔터프라이즈(Timely Enterprises)는 만화 출판사 Timely Comics를 모태로 1986년 설립되었다.

지난 1989년에 기업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 기업 사냥꾼 로니 패럴만이 8,250만 달러에 타임리를 인수했다.

웃긴 것은 그 중 7,000만 달러가 대출이었다는 사실이다.

기업의 신용등급이 아주 낮아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한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인 정크본드(junk bond)로 80년대 여러 차례 기업사냥으로 큰 재미를 본 로니 페럴만 다운 수법이다.

타임리 코믹스를 인수한 로니 패럴만은 자신의 사람들을 경영에 투입해 빠르게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인수할 당시와 비교해 10배의 이익을 거두는 기업으로 뻥튀기 시킨 후 주식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타임리라... 애니메이션에도 관심이 있었어?”

“겸사겸사요. 하드웨어가 갖춰지고 있으니까, 소프트웨어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죠.”

"오라이언은 언제 인수할 거야?


곧바로 대답을 못 하고 류지호가 망설였다.

사실 생각이 복잡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모든 걸 꺼내놓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민됐다.

파라맥스를 인수한 것도 사실 아직까지 얼떨떨한 류지호다.


“....음. 계속해서 트라이-스텔라의 몸집을 불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오라이언을 트라이-스텔라에 얹힌다고 해서 메이저가 될 순 없어.”

“알아요.”

“내 생각을 들어볼래?”

“경청할게요.”

“오라이언, 길어야 2년이야.”

“.....!”

“트라이-스텔라의 제휴영화사인 캐롤코는 그 전에 파산할 것 같더라.”

“데본에게 보고 받았어요.”

“트라이-스텔라가 두 영화사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예.”

“파산하기 전에 지분을 팔아버리거나, 두 회사를 네가 인수해서 그나마 건질 수 있는 자산을 챙겨.”

“건질 수 있는 자산.....?”

“메이저가 어떻게 버티는 줄 알아? 그들이 지금까지 만든 영화들이 지금도 어디에선가 상영되거나 사용되고 있어. 그것으로부터 들어오는 저작권료, 판권사용료가 얼마나 될까?”


당연히 엄청날 것이다.

다만 기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을 뿐.


“그런 거야. 영화감독이 되려는 네게는 흥행에 실패한 영화가 하찮게 보이겠지만,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것들이 쌓여서 자산가치를 올려주지. 그들이 보유한 필름 라이브러리는 적게는 수 백편 많게는 1천 편이야.”


메이저 스튜디오의 핵심이 저작권이다.

소닉이 콜롬비아스를 인수할 때 인수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 콜롬비아스가 보유하고 있는 영화 저작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콜롬비아스는 다른 빅6에 비해 보유 필름 라이브러리가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89년 당시 무려 600편을 보유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워너-타임이나 팍스, 유니벌스 등은 900편을 넘어 1,000편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그에 비해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필름 라이브러리는 보잘 것 없다.


“두 개 영화사를 인수한다고 해도, 200편 겨우 넘을까 싶은데.....”

“기업의 가치가 과거에도 있지만 주로 미래가치를 본다는 걸 잊었어? 그들이 가진 과거 영화들이 그저 그렇다고 하더라도 외부에 알져지지 않은 제작되지 않은 제작권리가 있을 거 아냐.”


류지호는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캐롤코 픽처스만 해도 <터미네이터> 영화판권을 500만 달러를 지불하고 가져왔다.

사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자신들이 확보한 영화판권을 잘 공개하지 않는다.

제작이 들어가는 시점에나 알려진다.

혹은 법적인 분쟁이 발생했을 때나 외부에 알려지게 된다.

류지호가 <본 아이덴티티>를 보안에 붙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영화사를 모두 인수하려면 적어도 1억 달러는 필요하지 싶은데요.”

“내년 이때 즈음 그 정도는 자체적으로 동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곧 채권도 발행할 것이고. 부족하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면 돼. 로니 페럴만이 한 것처럼.”

“아직 내실을 다지지 못했는데 몸집을 키우는 것이 옳은 판단인지 가늠이 되지 않네요.”

“너도 알다시피 V&Acom이 패러마운틴을 인수하게 되면 빅6의 체제는 더욱 견고해 질 거야. 트라이-스텔라와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되는 거지. 패러마운틴 인수금액은 대략 70억 달러 이상이야.”

“오라이언과 캐롤코를 트라이-스텔라가 인수·합병한다 해도 기업가치가 갑자기 10억 달러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물론 그렇지.”

“그들의 막대한 부채까지 떠안으면서 인수할 이유가 있어요?”

“하비 웨인스타인이 네게 홈비디오 회사 인수를 제안했다며?”

“그가 추천한 회사는 끌리지 않아요.”

“캐롤코는 홈비디오 회사를 가지고 있고, 오라이언은 해외 배급망이 트라이-스텔라보다 괜찮지. 영화사 자체는 두 회사 모두 마음이 들지 않지만, 홈비디오 부분과 해외배급망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음.”


류지호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고민에 휩싸였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자체적으로 해외배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홈비디오 부분도 언제까지 소닉-콜롬비아스에 의존할 수도 없고.

게다가 DVD 부분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그 부분은 Garam Invest의 고민이기도 해.”


매튜의 말에 류지호가 되물었다.


“Garam의 고민?”

“Garam도 투자부분을 분리해야 돼. 영화 펀드 외에 다른 금융투자 부분 시스템도 갖춰야지.”

“갑자기 골치가 아파지네.”


류지호가 살짝 대화에서 발을 빼려고 했다.

그런데 제임스와 매튜는 내친걸음이다.


“Garam Invest가 지금처럼 G&P의 영화투자대행과 자체 자금만 가지고 영화에 투자하는 것은 구멍가게 주인이 Sam‘s Mart를 운영하는 것과 같은 거야. 우리도 외부의 자금을 끌어들여 펀드를 만들어야 해.”


Sam‘s Mart는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기업이다.


“LOG 컴퍼니의 터치우드 퍼시픽 파트너 같은 형태로 가야 하려나?”


Touchwood Pacific Partners는 LOG 컴퍼니와 일본계 금융회사의 합작회사다.

오로지 LOG 픽처스와 자회사 세 곳에서 제작하는 영화에만 투자하는 특수목적 법인이다.


“트라이-스텔라 재무팀에서 전체 라인업에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기획을 하겠지만, 그 전에 Garam Invest 차원에서 영화투자펀드를 조성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돼.”

“그렇게 하면 우리 수익이 줄어드는데?”

“트라이-스텔라 인하우스 영화, 제휴영화사 영화, 파라맥스 영화까지 일 년에 30편 이상을 제작/배급한다고 생각해봐. 그걸 과연 두 회사 자금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매튜의 말에 제임스가 부연설명을 보탰다.


“거기에 캐롤코를 파라맥스처럼 독립계열사로 만들어 영화 제작을 전담시키고, 트라이-스텔라는 인하우스 영화를 줄이는 거야. 오라이언의 배급부분과 통합해서 트라이-스텔라는 향후 투자/배급만 전담하게 되는 거지. 거기에 디멘션 필름도 있군. 그렇게 하면 1년에 40편도 돌릴 수 있겠지?”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이 현재 메이저 스튜디오의 기업형태다.

자체적으로 금융권과 합작회사를 만들어 계열사 영화에 투자하고, 그렇게 제작된 영화를 모회사가 배급하고, 또 계열사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하고, 최종적으로 계열사에서 홈비디오를 제작해 배포하고, 해외 직배를 하는 등의 수직계열화.

투자유치부터 홈비디오까지 모두 보유하는 시스템이다.

매튜와 제임스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성장한 전례를 따르라고 충고하고 있다.

당장 수십 억 달러가 필요한 덩치 큰 메이저를 인수하지 못하니, 비슷한 규모의 영화사들을 인수합병해서 IP 확보와 장부상 자산 뻥튀기(부채도 자산이니까)를 하자는 것이다.


“영화에 투자해서 돈을 번다는 건 순진한 생각이야. 기업은 계속해서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확장해야 하는 거다. 지금도 할리우드에서는 영화제작사가 파산해 사라지고 있고, 또 신생 제작사가 만들어지고 있어. 그러나 빅 6는 비록 대기업에게 인수합병 당했을지언정 그들의 기업은 존속하고 있지. 트라이-스텔라 역시 그들처럼 망하게 내버려 둘 수 없는 기업으로 만들어야 해.”


제임스가 진지한 표정과 어조로 류지호를 가르쳤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는 건 웃긴 일지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자면....”


매튜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말을 이었다.


“그렇게 해야 나중에 네가 트라이-스텔라를 누군가에게 팔 때 10억 달러 아니 20억 달러를 받을 수 있는 거야. 그런 짓은 G&P가 아주 잘하지.”


류지호가 매튜에게 버럭 화를 냈다.


“트라이-스텔라 안 팔아!”


제임스가 슬그머니 쐐기를 박았다.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 ❉ ❉


해가 어스름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이른 아침.

뉴욕 맨해튼 북서쪽 세븐 레이크(Seven Lakes)드라이브.

부아아아아앙!

우아아아아앙!


인적 없는 도로에 자동차 굉음이 들려왔다.

검정색과 빨간색 두 대의 포르쉐 964가 서로 경쟁하듯 도로를 질주했다.

검정색 포르쉐는 매튜가, 빨간색 포르쉐는 류지호가 운전대를 잡고 있다.

간간이 마주치는 차들이 도로의 무법자들의 출현에 길을 열어줬다.

이른 아침 세븐 레이크 드라이브에서 포르쉐를 위한 질주의 길이 활짝 열렸다.


아아아아아!


류지호가 폭주에서 오는 희열을 마음껏 표출했다.

뉴욕에서 한참 벗어난 도로다.

평소에도 오가는 차가 별로 없는 곳이다.

이른 시간이라 더더욱 자신들만 있었다.

본래 호수 옆으로 뻗어있는 도로는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했다.

그런 도로를 포르쉐를 타고 헤집었던 무법자 두 사람.

사실 폭주라고 했지만, 개념을 내려놓고 마구 달린 것은 아니다.

목숨을 걸고 벌이는 레이스가 아니니까.

그저 서로 지기 싫었던 것 뿐.


콰아아아앙!

부아아아아앙!


세븐 레이크를 돌며 신나게 폭주를 즐겼던 두 무법자가 맨해튼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한식 레스토랑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즐겼다.

류지호는 일부러 비싼 단품 요리만 주문했다.


“어쭈? 평소 아침은 가볍게 먹는 놈이, 코스 요리를 시켜?”

“내기는 내기니까.”

“쳇. 얄미운 놈.”


분해하는 매튜를 보며 류지호는 낄낄 웃었다.

대충 열 가지 퓨전한식요리를 시켰는데 팁까지 170 달러가 조금 넘었다.

두 명이 먹은 아침식사비로는 꽤 큰 금액이다.


“형, 왜 그랬어?”

“뭐가?”

“잘못하면 알거지가 될 뻔했잖아.”


지난 원유선물 거래에 대한 이야기다.

원유선물거래 초반에 300만 달러의 증거금으로 모자랄 것 같아 매튜가 자신의 돈을 보탠 것을 최근에 제나 그레이스를 통해 알게 됐다.


“겨우 그 정도로 알거지는.....”


매튜는 어떤 마약이나 난잡한 파티보다 반년 동안 매달렸던 원유선물거래가 더욱 짜릿하고 스릴이 넘쳤다.

성공했기에 망정이지, 모든 걸 잃었다면 절대 그런 기분을 느끼지 못했겠지만.


“앞으로 그런 미친 짓은 하지 말아줘. 영화만으로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으니까.”

“대신에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 영화투자보다는 선물거래가 더 쉬울 걸?”

“.......”

“동생아.”

“왜?”

“선물거래는 어느 정도 분석이 가능해. 데이터도 쌓여 있고, 정보와 통계를 통계해서 예측도 가능하지. 근데 영화는 데이터라는 게 크게 의미가 없잖아. 할리우드 흥행법칙이라는 것도 결국은 미신에 가깝고 말이지.”

“앞으로는 회사 경영과 관리만 해. 직접 배팅하지 말고.”

“괜찮다니까.”


류지호는 매튜의 호언장담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매튜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나도 하나 물어보자.”

“말 해 봐.”

“전쟁이 날 것을 확신했어?”

“아니.”

“진짜?”

“50:50.....”

“네 리포트는 상당히 확신에 차 있던데?”

“확률을 높이 보긴 했어. 모든 건 데본과 G&P에서 가져온 정보 덕분이었지.”

“그래도 다국적군이 이겨서 다행이야.”

“다행일까?”

“그럼 말이라고. 후세인이 이겼으면 어떻게 할 뻔 했냐? 정의가 승리한 거야.“

“과연 그들도 권선징악이라고 생각할까.....?”


현실에서는 악한 자가 처벌받고, 선한 자가 결국은 승리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그것을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영화나 소설에서나마 그런 것이 실현되기를 무의식중에 바라기 마련이다

관객들은 그런 영화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잠시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다.

선이 악을 벌하는 현실은 이제는 없다.

선과 악의 구분조차 모호해져만 간다.

최소한 돈이 오가는 곳에서는.

어쩌면 선이 악을 이기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부와 정보를 가진 자가 그렇지 못한 자를 이기는 것일지도.

결국은 많이 가진 자가 선의 위치에 설 수 밖에 없는 세상이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남의 나라 전쟁을 두고 도박 같은 돈놀이를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말이다. 어차피 세상은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고 그 비율은 항상 똑같으니까, 우리는 항상 승자 쪽에 있어야 한다는 거야.”

“......”

“내 아버지와 같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이지.”


류지호는 철혈의 대니얼 그레이엄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금융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1등을 하거나 똑똑하거나 사기를 쳐야 한다]


영화 <마진 콜>중에서 투자은행 회장이 한 말이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즉 레만브로스 사태 직전의 하루 동안 골드만대거스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다.

골드만대거스는 그 위기에서도 가장 먼저 위험자산을 시장에다 팔고 빠져 나와 안전하게 살아남은 투자은행으로 꼽힌다.

그들은 파생상품을 파는데 1등이었다.

또 기상천외한 상품을 만들 만큼 똑똑했다.

폭탄을 지인들에게 돌리는 사기를 쳤다.

그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살아남았다.

그 모습들이 모두 돈 놓고 돈 먹기인 금융의 생리다.

영화 속에서 직원의 80%를 해고한 날, 회사 중역 샘 로저스는 울음을 터트린다.

해고된 동료들이 안타까워서 흘린 눈물이 아니다.

암 판정을 받은 자신의 애완견이 불쌍해서 운다.

아픈 개를 위한 눈물은 있어도 회사에서 쫓겨나는 동료들을 위한 눈물은 없는.

그런 비정한 월가의 모습을 예리하게 담은 에피소드다.


[당신들에게 기회가 왔다. 떠난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었지만, 당신들이 더 나았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이런 일은 마지막이 아닐 것이고, 이런 방법으로 이 회사는 107년 동안 성장했다.]


그것이 월가라고 불리는 금융세계의 일상이다.

매튜가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세계다.

또한 제임스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다.

그리고 류지호가 한 발 걸치고 있는 세계이기도 하다.


"어쨌든 패배자보다는 승리자가 백배 천배 나아~ 안 그래?"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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