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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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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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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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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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치열했던 기말고사가 끝났다.

하루에 서너 시간 눈을 붙이며 기말고사 강행군을 해 온 학생들이다.

마지막 시험을 치른 뒤에는 얼굴에 생기가 감돌았다.

여름방학에는 기숙사에 머문 모든 학생이 방을 비워야 했다.

류지호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일단 짐을 웨스트우드 아파트로 옮겼다.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 방학 동안 흩어질 친구들을 배웅했다.


“이번 쿼터는 평생 잊지 못할 거다. 캡틴.”

“맞아, 추억을 엄청 만든 것 같아.”

“Jay, 다음에는 나와 하는 거다. 잊지 마.”


로이, 아담스, 쉐인이 차례로 말했다.

류지호는 대답 없이 하이파이브 하듯 손을 위로 올렸다.


“손 들어봐.”


쉐인이 류지호를 따라 손을 들어올렸다.

이어 류지호는 쉐인의 손바닥을 딱 소리 날 정도로 치면서 마치 팔씨름 하듯 그의 손을 굳게 잡고 악수를 나눴다.

류지호의 요상한 행동에 친구들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프레데터> 안 봤어? 영화에서 아놀드가 오랜 친구 카일 웨더스를 만나서 하는 인사법이었잖아.”

“그게 인사야? 서로 근육 뽐내려고 힘자랑하는 거지?”


일명 프레데터 악수(predator handshake).

미래에는 스포츠맨, 힙합 가수 심지어 일반인도 자연스럽게 하는 인사법이다.

‘야 인마, 오랜 만이다’ 외치면서 테이블 없이 일어서서 허공에 팔씨름하는 시늉을 하는 형태로 서로 맞잡고 하는 인사.

영화에서는 슈발츠네거와 웨더스 두 사람이 근육질의 팔뚝을 불끈거리며 실제 팔씨름을 한다.

영화의 장면에서 유래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로 프레데터 악수라고도 하고, 2000년대 후반에는 ‘팔씨름 악수(arm wrestle handshake)’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진다.

흑인들 간 친근함을 표하는 주먹, 손바닥, 어깨 등을 차례로 경쾌하게 마주치는 ‘dap(대프) 악수’나 주먹과 주먹을 가볍게 마주치는 ‘피스트 범프(fist-bump)악수’에 비해 아직은 널리 하는 악수법은 아니다.

류지호는 친구들과 차례로 일명 팔씨름 악수를 나누며, 이별의 정을 나눴다.

더스틴이 웃으며 물었다.


“혹시 우리 몰래 영화 찍을 건 아니지?”


류지호가 짐짓 처량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한국에 벌여놓은 사업 점검해야 돼. 놀지도 못한다고.”


쉐인이 격려인지 농담인지 하는 말을 던졌다.


“돈 많이 벌어와. 다시 한 번 요트 타고 바다 나가서 놀자.”


시간 단위, 분 단위로 쪼개서 학업 스케줄을 진행하는 게 습관이 되다보니 하루를 허투루 쓸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런 단조로운 대학생활에서 단편영화를 촬영하며 새로운 장소에도 가보고, 재미있는 경험도 많이 해보았다.

비록 몸과 마음은 고역이었지만, 그런 추억들이 고스란히 가슴에 새겨져 더욱 아쉽게 만들었다.

친구들이 떠나고 류지호와 낸시만 남았다.

어떻게 이어지게 되었던, 두 번째 삶의 첫 연인이다.

당연히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다.

류지호는 알버트 마샬 부사장에게 넌지시 낸시를 추천했다.

긴 여름방학 동안 낸시는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에서 인턴생활을 할 예정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낸시는 류지호가 추천했다는 걸 모른다.


“가자. 데려다 줄게.”

“응!”


낸시가 힘차게 대답하며 냉큼 류지호의 팔짱을 꼈다.

류지호가 낸시를 방학 동안 머물게 될 컬버시티의 숙소까지 데려다 주었다.


“한국에 잘 다녀와.”


낸시가 배시시 웃으며 류지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둘은 이별의 키스를 나눴다.


“그럼 가.”

“방학 끝나고 봐! 한국에서 바람피우면 가만 안 둬!”


아파트로 돌아온 류지호는 편한 복장 대신 와이셔츠에 넥타이 구두를 신고 정장을 갖춰 입었다.

복장을 갖춰 입은 것만으로 비즈니스맨으로 변신한 것 같았다.

다시 아파트를 나선 류지호가 컬버시티로 이동했다.

트라이- 스텔라 텔레비전을 방문했다.

현재 트라이-스텔라 TV에는 대박 작품이 없었다.


“PARKS 텔레비전 네트워크에서 <Get a Life> 시즌Ⅱ, <Charlie Hoover>가 방영 중입니다만. 두 시리즈 모두 다음 시즌은 취소되었습니다.”


얀 호퍼는 시종 담담하게 말했다.

제아무리 대주주라고 하더라도 최고경영자가 일일이 보고를 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얀 호퍼는 자존심을 접고 상세하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PARKS와는 그 두 시리즈가 다 입니까?”

“NBC와 논의하던 <The Edge>를 PARKS로 옮겼습니다. NBC와 첫 시즌을 계약한 시리즈가 두 편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시리즈는 뭐죠?”

“<The Fifth Corner>, <Mad About You>입니다.”


여담으로 시트콤 <Mad About You>는 1999년까지 총 7시즌 방영하게 되고 그 기간에 4개의 골든글로브 및 12개의 프라임타임 에미상을 포함해 수많은 상을 수상하게 된다.


“<Forever Knight>는 TST 작품이 아니네요?”

“캐나다 프로덕션 작품인데, 이번에 우리가 제작비 일부를 투자하고 미국 배급을 맡기로 했습니다. CBS에 파일럿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레니게이드>는 아쉽게 되었네요.”


류지호는 <레니게이드>를 4대 공중파 가운데 한 곳에서 방영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신디케이션 시장에 판매하기로 했다.

때문에 따로 파일럿 에피소드는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

첫 번째 시즌의 절반을 제작해 신디케이션 시장에서 개별 판매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실망할 필요 없습니다. 에미상 드라마가 아닌 <레니게이드>는 공중파보다 신디케이션 시장에서 더욱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 시청층도 가족 단위보다는 청장년이고 말입니다.”


얀 호퍼 사장이 류지호를 안심시키기 위해 길게 말을 이었다.

파일럿을 제작하지 않고 첫 시즌 절반을 사전제작하기 때문에 제작비를 대는 류지호를 다독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시즌을 모두 제작하지 않고, 절반만 제작한단 말입니까?”

“따로 파일럿 에피소드를 제작하지 않기 때문에 그 정도는 만들어 놔야 지역방송국이나 케이블과 협상하기 수월합니다.”


미국의 TV 프로덕션들은 한 시즌 에피소드의 1/3이나 절반 정도를 사전 제작한다.

나머지는 방영 기간에 제작하는 편이다.

모든 에피소드들을 사전 제작하지는 않는다고 해서 한국처럼 방영 전날까지 찍거나 편집하는 촌극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프라임타임 기준 20~25분 러닝타임의 시트콤, 40~45분 러닝타임의 TV시리즈로 고정되어 있어 인기가 있다고 해서 쓸데없이 에피소드를 연장시키지 않는다.

시청률이 높게 나오면 곧바로 다음 시즌 제작에 들어간다.

일찍 시즌이 종결되거나 다음 시즌 방영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에피소드는 다른 방송사나 재방송 채널에서 끝까지 방영하기도 한다.


“TV시리즈는 방송사의 광고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흥행성만 봅니다. 공중파의 시청률은 광고료와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지표죠.”

“그건 지역방송국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맞습니다만. 지역별로 팔 경우 잘되는 지역에 더욱 집중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레니게이드>는 특정 시청층을 타깃으로 하니까요.”

“중간에 공중파로 들어가는 일은 없겠죠?”

“평단의 반응이 매우 좋아 에미상과 같은 대형 시상식을 노리고도 남을 정도의 퀄리티라면 낮은 시청률이나 공중파가 아님에도 다음 시즌을 허가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예외적입니다.”

“알아들었어요. 해외 시장 공략에도 힘 좀 써주세요.”

“물론입니다.”

“촬영은 캐나다에서 할 예정이라고요?”

“커넬씨는 <21 Jump Street>부터 밴쿠버의 The North Shore Studios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음.”


류지호가 입을 다물고 고심했다.

스테판 커넬은 알면 알수록 대단한 사람이다.

그의 프로덕션이 소유하고 있는 인기 TV시리즈 저작권이 여러 편이다.

사실 <21 Jump Street>, <Silk Stalkings>, <Renegade> 세 편만 확보해도 미래를 위해서 큰 도움이 된다.


“Witt/Thomas를 내보낸 TeleVentures는 문제없습니까?”

“커넬씨가 벤처의 해산 이야기를 꺼냈지만, <Renegade> 합작을 통해 긴밀한 협조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커넬씨 프로덕션을 인수하려면 얼마나 배팅해야겠습니까?”


얀 호퍼가 눈을 반짝이며 즉각 대답했다.


“1,500만 달러는 지불해야 할 겁니다.”

“매각할 의사가 있는지 넌지시 떠 보세요”

“TeleVentures는.....?”

“만약 커넬 프로덕션을 인수할 수 있다면 당연히 TeleVentures 경영권도 TST로 넘어오겠죠.”


얀 호퍼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할리우드 비즈니스는 IP(지식 재산권)로 시작해서 IP로 끝난다.

새로운 IP 발굴도 중요하지만 검증된 작품 라이브러리도 매우 중요했다.

젊은 오너가 TV 시리즈 라이브러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니 얀 호퍼로서는 매우 반가웠다.


“커넬 프로덕션 인수 작업은 뉴욕의 Garam Invest와 논의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트라이-스텔라 텔레비전(TST)을 나선 류지호는 다음 행선지인 영화사로 이동했다.

곧장 샘 리버먼의 집무실로 향했다.


“바쁜 줄 알았으면 다음에 방문할 걸 그랬네요.”

“아닙니다.”


샘 리버먼이 보고 있던 서류를 들고, 류지호의 맞은편에 앉았다.


“보시겠습니까?”

“뭔데요?”

“5월과 6월 실적입니다.”


회사의 중요 서류였다면 선뜻 내주지 않았을 터.

대주주가 봐도 되는 것이니 내놨을 것이다.

류지호는 몇 장 되지 않는 문서를 천천히 검토했다.


“....음.”


류지호가 짧은 침음을 흘렸다.

<마이키 이야기Ⅱ>는 작년 겨울에 개봉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늑대와 춤을> 배급으로 인해 올 5월에 개봉했다.

본래 계획에는 그 시기 <허드슨 호크> 개봉이 잡혀 있었다.

류지호가 개발지옥에 빠트려 제작사로 돌려보낸 바 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마이키 이야기>는 나름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기대했다.

후속편은 기대를 무색할 정도로 실망스러운 박스오피스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3억 달러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했던 전편과 달리 3,000만 달러 정도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스크린 수에서 매주 몇 백 개 단위로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모두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못 말리는 비행사>의 박스오피스는 매우 훌륭했다.

배급팀에서 <늑대와 춤을>처럼 제한상영으로 시작하자고 했다.

류지호는 강력하게 와이드 릴리즈(광역 개봉) 하자고 주장했다.

원유 선물거래로 큰 이익을 봐서 자금도 넉넉했다.

때문에 1,179개 스크린을 확보하고, 광고와 홍보도 충분히 지원했다.

덕분인지 첫 주 1,000만 달러 박스오피스 수익을 거두었고, 해외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개봉 6주차에 이미 2,600만 달러 제작비는 모두 회수가 되었다.

참고로 <못 말리는 비행사>의 전 세계 수익은 1.8억 달러를 기록하게 된다.

거기에 비디오 판권, TV 방영권, 케이블 및 기타 방영권까지.

제작비 대비 상당한 수익이 예상되었다.


“샘, 답 나왔죠?”


<마이키 이야기> 프랜차이즈를 포기하자는 이야기다.

샘 리버먼은 대답을 삼갔다.


“<나 홀로 집에>와 <Hot Shot> 후속편에 집중하죠.”

“그 두 편에 미스터 류의 권리를 쓸 생각입니까?”


류지호가 어림도 없다는 듯 되물었다.


“이거 왜 이래요? 임원들이 반대 할 것 같아요?”


샘 상무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영화선택권은 다른 방식으로 쓸 겁니다.”

“뭡니까?”

“<마이키 이야기> 후속편 제작을 포기하는 것.”

“허.”


샘 상무가 헛웃음을 흘렸다.

좋은 작가, 전폭적인 지원, 마케팅 총동원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소정의 성과를 얻을 순 있다.

그 에너지를 다른 영화에 쏟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엄청난 권리인 영화선택권까지 사용할 정도로 류지호의 의지가 강했다.


“아직 후속편에 대한 개발을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트라이-스텔라가 자금이 없어요? 라인업 모자라요? 스크립트가 모자라요? 제휴 영화사 부족해요?”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인하우스 제작보다 몇 개 되지도 않는 제휴영화사의 영화를 배급하는 데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점차 영화사가 정상궤도로 올라서고 있다.

아니다.

정상궤도 이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젊은 친구가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를 인수하고부터다.

한 해 5편에 대한 영화선택 권리.

전폭적인 투자.

그 외에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약속.

모두 지켜지고 있다.


‘5편 가운데 벌써 4편의 영화가 성공했지.’


<늑대와 춤을>, <나 홀로 집에>, <양들의 침묵>. <못 말리는 비행사> 네 편 모두 류지호가 선택하거나 본래 가지고 있던 프로젝트에 그린라이트를 켠 영화들이다.

게다가 다음 주에 개봉할 영화는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창립 이래 가장 거대한 영화다.


“LA 다운타운을 지나다 보니까 <터미네이터Ⅱ> 홍보물이 많이 깔려있던데, 차질 없이 잘되고 있는 거죠?”


샘 리버먼이 얼른 정신을 차리고 류지호의 말에 대답했다.


“모든 역량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다른 영화들도 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트라이-스텔라의 자산이지만, <터미네이터Ⅱ>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어 줄 겁니다.”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았다.

무려 1억 달러에 가까운 제작비가 들어갔고, P&A비용 역시 최소 5,000만 달러가 소요될 예정이다.

메이저 스튜디오 여섯 곳 정도나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그것도 단일 스튜디오가 아니라 메이저 두 곳이 연합해야만 감당할 수 있는 프로젝트다.

그 만큼 위험부담이 상당하다는 것.

류지호는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반면에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내부와 업계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터미네이터Ⅱ>가 흥행에 대성공한다면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는 단숨에 미니 메이저 스튜디오의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터.


“사실 상당한 지출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출시 이전에 제작비를 거의 회수했습니다.”

“거의? 몇 퍼센트나 회수했는데요?”

“전 세계 판권은 6,500만 달러, 텔레비전과 케이블 채널 판권에 1,700만 달러 선판매되었습니다.”


홈 비디오 시장에서 1,000만 장을 팔 수 있다면 최대 1,5억 달러의 수익이 추가된다.

그 외에 OST, 각종 게임, 케릭터 상품 및 굿즈, 완구까지.

영화 한 편으로 총매출 10억 달러도 꿈이 아니다.


“7월 4일 총 2,274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5일간 5,2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류지호가 감탄 섞인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1989년 티모시 버톤 감독의 <배트맨> 첫 주 3,100만 달러를 훌쩍 넘는 박스오피스 기록이다.

물론 어마어마한 스크린 숫자, 제작비 대비 60%를 쏟아 붓고 있는 광고·홍보비도 큰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영화가 그 만큼 파괴력이 있었다.


“사실 모든 것이 유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저희들도 상당히 놀라고 있습니다.”

“들었어요. Moe가 나 대신에 재무팀에 많이 시달렸다고 하더라고요.”


<터미네이터Ⅱ>의 인건비는 엑스트라가 많이 출연하지 않음에도 상당한 예산을 잡아먹었다.

특히 제이미 캐머론의 연출료는 600만 달러, 아놀드 슈발츠네거는 무려 1,200만 달러를 가져갔다.

특수 효과와 스턴트를 포함한 기술적인 부분에 총 5,100만 달러라는 무시무시한 예산이 투입되었다.


“기획팀에서 <터미네이터Ⅱ>보다 비싼 영화를 찾아보았답니다.”

“혹시 1959년 <벤허>?”

“1963년에 개봉한 <클레오파트라>라고 합니다.”

“28년 만에 기록이 깨진 거네요.”

“실제 달러의 숫자는 작았지만,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2억 1,900만 달러일 거라고 하더군요.”

“앞으로 1억 달러짜리 영화가 많이 만들어질 겁니다. 기획팀과 시나리오 개발팀에서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함부로 예단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겁니다.”


샘 리버먼을 비롯해 임원들 대부분이 할리우드 트렌드가 또 다시 변할 것임을 직감했다.

그 문을 열어젖히는 것에 눈앞에 있는 젊고 도전적인 영화학도가 일조하고 있다.

세상은 천재 혼자 바꿀 수 없다.

그런데 천재가 권력을 쥐거나 금력이 충분하다면 거대한 변혁이 일어난다.

덩치가 커서 엉덩이가 무거운 빅6는 변화에 즉각 대응하지 못한다.

반면에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처럼 조직이 가벼울 경우 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다.

다행히 오너와 최고경영자의 커뮤니케이션도 나쁘지 않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에는 시놉시스, 트리트먼트, 스펙 스크립트만 읽는 개발팀 직원이 여섯 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50여 편의 스크립트를 읽는다.

그들이 간단한 리포트를 기획팀에 올리게 되고, 기획팀에서 검토해 일부는 임원들에게 보고가 되고, 일부는 UCLA의 맥도웰 교수 등 전문가에게 리뷰를 의뢰하는 구조다.

다양한 영화·다큐멘터리 스크립트가 물밀 듯이 접수되고 있다.

1980년대와 비교해서 전혀 다른 영화사로 변모하고 있음이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캐롤코에서 벌써부터 <터미네이터> 후속편이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그럴 여력이 없을 텐데요?”


캐롤코 픽처스는 <터미네이터Ⅱ>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기뻐할 수만 없는 상황이다.

언제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을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권자들과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확실한 프로젝트가 필요했다.


“우리야 급할 것이 없지요. 저작권의 절반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터미네이터Ⅱ>가 촬영에 들어갈 시점에 캐롤코 픽처스가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에 시리즈에 대한 저작권을 공동보유하자고 제의 해왔다.

모리스 메타보이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모리스 메타보이와 <터미네이터>는 인연이 매우 깊다.

1983년 제이미 캐머론이 영화를 제작하려고 할 때, 오라이언 픽처스의 공동 설립자였던 모리스 메타보이가 아놀드 슈발츠네거를 추천했다.

아놀드에게 스크립트를 보낸 사람도 모리스 메타보이였다.

캐머론은 아놀드 슈발츠네거를 캐스팅하는 것에 확신이 없었다.

저작권을 소유한 영국의 영화제작사 헴데일 필름(Hemdale Film Corporation)은 실베스테르 스탈론과 제라드 깁슨 중에 한 사람이 맡길 바랐다.

하지만 두 사람은 캐스팅 제안을 거절했다.

심지어 영국의 헴데일은 OJ 심슨에게 역할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결국 모리스 메타보이가 캐머론을 설득해 아놀드 슈발츠네거가 캐스팅 됐다.

<터미네이터>는 640만 달러에 제작되었고, 오라이언이 배급권을 따내 전 세계 7,8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둔 바가 있었다.


“완전히 저작권을 가져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것보다 소닉-콜롬비아스와 나눠 가지고 있는 저작권을 조속히 넘겨받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메이저 스튜디오는 같은 영화 저작권을 공동으로 보유하기도 했다.

대자본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의 경우 위험 분산과 배급의 효율성을 위해 메이저 스튜디오끼리 이합집산을 하는 것이다.

가령 7,000만 달러 이상 들어가는 영화의 경우 유니벌스, 패러마운틴, 팍스 등이 저작권을 공동으로 보유한 상태에서 셋 중 한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제작/배급하는 식이다.

개봉할 시점에 공동 저작권 보유 스튜디오끼리 경쟁력 있는 영화를 극장에 걸지 않는 방법으로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

준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도 공동 저작권을 보유한 영화들이 꽤나 많았다.

특히 소닉에 인수된 콜롬비아스와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저작권이 몇 편 있다.


“다 망한 영화들 아니었나요?”


류지호는 시큰둥했다.


“그 영화들 역시 트라이-스텔라의 역사입니다.”

“콜롬비아스가 넘겨주겠다면 받기는 하겠지만, 일부러 법적인 문제로 끌고 가지는 말았으면 좋겠네요.”


샘 리버먼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다.

류지호도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집무실 입구에 선글라스를 낀 풍채가 좋은 중년 남자가 서있다.

샘 리버먼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손님을 반갑게 맞이했다.


“심슨!”

“샘, 잘 지냈어?”

“하하하. 나야 한결 같지.”


두 사람이 악수 대신 가벼운 포옹으로 인사를 나눴다.

갈라진 턱이 인상적인 남자는 돈 심슨이라는 독립프로듀서다.


“어쩐 일이야?”

“메타보이씨와 미팅이 예정되어 있어서.”

“그래?”

“4연 타석 히트 미리 축하하네.”


네 개 작품의 연속 흥행행진을 축하는 것이다.


“아직 박스오피스가 마감되지 않았어.”

“캐러론 영화를 작정하고 밀어주고 있다지?”

“영화가 잘 나왔어.”

“투자금은 이미 다 회수했겠지?”


샘 리버먼이 웃음을 보임으로써 말을 아꼈다.


“캐롤코는 정말 제 정신이 아니야.”


돈 심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스터 류, 이리로 와서 이 친구와 인사 나누세요.”


류지호가 소파에서 일이서서 두 남자에게 다가갔다.

돈 심슨이 류지호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만나서 반갑네. 돈 심슨이라고 하네.”

“지호 류라고 합니다.”

“사우스 코리아?”

“맞습니다.”

“배우? 최근 어떤 영화에 출연했지?”

“UCLA에 다니고 있습니다.”

“방학 동안 트라이-스텔라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모양이군.”


돈 심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돌아섰다.


“샘, 오후에 뭐 하나?”

“서류에 파묻혀 있겠지.”

“메타보이씨와 만나고 와서 차 한 잔 하지.”

“오늘은 사무실에만 있을 예정이니, 언제든지.”

“열심히 하게. 부루인스.”


돈 심슨이 멀뚱히 서있는 류지호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방을 빠져나갔다.


“소문이 사실인 모양인 것 같군요.”


샘 상무가 영문 모를 말을 던졌다.


“소문이라니요?”

“돈은 패러마운틴과 5년 계약을 맺었습니다만, 작년에 개봉한 <폭풍의 질주>의 매출이 썩 좋지 못했습니다. 서로 네 잘못이 크다고 비난하는 상황입니다.”

“앤소니 스콧이 감독한 그 <폭풍의 질주>요?”

“맞습니다. 6,000만 달러 정도 쓰고, 겨우 본전을 건졌다고 하더군요. 그 일 때문에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제작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본전을 잃은 것보단 나은 건데.....”

“문제는 패러마운틴이 <탑 건> 정도의 흥행을 기대했다는 겁니다. 앤소니 스콧, 톰 메이포더, 돈과 레온이 함께 하면 박스 오피스 10위 안에는 가볍게 들어 갈 줄 알았던 거죠.”

“돈과 레온....?”


왠지 익숙한 이름이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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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Life Goes On. (2) +7 22.06.07 6,015 193 25쪽
184 Life Goes On. (1) +9 22.06.06 6,198 194 26쪽
183 만능이 되어볼까 합니다. (3) +7 22.06.04 6,157 200 22쪽
182 만능이 되어볼까 합니다. (2) +10 22.06.03 6,215 190 26쪽
181 만능이 되어볼까 합니다. (1) +8 22.06.02 6,277 169 23쪽
180 가진 것이 없어도 가치 있게 살아라. +13 22.06.01 6,294 191 27쪽
179 할리우드 파티는 비즈니스의 연장선. (2) +9 22.05.31 6,256 177 25쪽
178 할리우드 파티는 비즈니스의 연장선. (1) +6 22.05.30 6,401 177 23쪽
177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다! (4) +7 22.05.28 6,362 181 26쪽
176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다! (3) +9 22.05.27 6,308 181 25쪽
175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다! (2) +4 22.05.26 6,287 179 21쪽
174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다! (1) +13 22.05.25 6,429 184 24쪽
173 우리는 항상 승자 쪽에 있어야 한다! +5 22.05.24 6,495 180 25쪽
172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5) +11 22.05.23 6,515 200 24쪽
171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4) +7 22.05.23 6,257 165 21쪽
170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3) +8 22.05.21 6,673 177 25쪽
169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2) +7 22.05.20 6,638 188 25쪽
»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1) +6 22.05.19 6,669 179 23쪽
167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7) +9 22.05.18 6,280 191 24쪽
166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6) +5 22.05.17 6,336 167 23쪽
165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5) +7 22.05.16 6,328 174 23쪽
164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4) +6 22.05.14 6,379 176 21쪽
163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3) +6 22.05.13 6,367 159 22쪽
162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2) +9 22.05.12 6,541 172 22쪽
161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1) +9 22.05.11 6,716 179 22쪽
160 클레르몽-페랑(Clermont-Ferrand). +8 22.05.10 6,774 182 25쪽
159 괜찮은 인디배급사 하나 인수합시다! +14 22.05.09 6,876 182 30쪽
158 부자(父子)에게 부자(富者)란..... +8 22.05.07 6,895 184 23쪽
157 나 홀로 집에서 늑대와 춤을! (3) +6 22.05.06 6,866 187 26쪽
156 나 홀로 집에서 늑대와 춤을! (2) +9 22.05.05 6,863 19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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