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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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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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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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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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언론에서 뭐라고 떠들던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일상은 변함이 없다.

다만.


‘아싸!’


류지호는 당장에 벌떡 일어서서 환호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모리스 메타보이가 짓궂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소리 지르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게.”

“험!”


류지호가 무안해 헛기침했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사장실에 CEO, COO, CFO 삼대 최고위급 임원이 함께 하고 있다.

그 외 새롭게 영입된 부사장급 임원 둘이 더 자리하고 있다.

류지호가 기뻐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즉각적으로 <미션 임파서블> 영화 저작권이 넘어오게 되는 겁니까?”


최고법률책임자(CLO·Chief Law Officer) 듀안 커즈와일(Duane Kurzweil)이 대답했다.


“합의만 도출한 겁니다. 계약서까지 조율을 마쳐야 마무리가 될 겁니다.”


댈런 맥컬리의 후임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듀안 커즈와일은 미국의 최대 로펌 중에 하나인 블랜딘 앤 라이스(Blandin & Rice) 출신으로 모리스 메타보이가 영입한 인사다.


“V&A콤에 합병되기 전에 해치워야 할 텐데.....”

“그 전에 마무리 될 테니 안심하십시오.”


류지호가 학수고대하던 <미션 임파서블>의 영화 저작권이 패러마운틴과의 줄다리기 끝에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로 넘어오게 되었다.

무려 800만 달러를 지불해야만 했다.

다행스럽게도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는 그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능력이 있었다.

작년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하반기 라인업은 <토탈리콜>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영화가 없었다.

그럼에도 작년 하반기 순이익이 3,900만 달러다.

여기에는 <늑대와 춤을>과 <나 홀로 집에>는 포함되지도 않았다.

두 영화는 현재까지도 극장에 걸려있었고, 정산은 올 연말에나 끝나게 된다.

물론 잠정적이 예상 수익은 계산이 가능했다.

예상 순수익은 최소 1.5억 달러 이상.

싱글벙글.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류지호를 보며 다소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모리스 메타보이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좋아?”

“그럼요. 제가 어릴 때 재미있게 본 시리즈였어요.”

“자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방영한 TV시리즈 아니었나?”


‘그냥 넘어가지 좀....’


류지호가 내심 투덜거리며, 겉으로 태연하게 대답했다.


“제 조국에서는 한참 늦게 방영했어요.”


한국에서는 <제5전선>이란 제목으로 방영됐다.


“그렇다고 치고. 그 프로젝트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뭘 어떻게 해요?”

“바로 개발에 들어가겠냐는 말이야.”

“이건 따로 주인이 있어요.”

“누군데?”

“때가 되면 알아서 이 프로젝트의 주인이 찾아올 겁니다. 그때까지는 놔두세요.”

“우리가 제작할 거 아니었나?”

“글쎄요.”

“800만 달러라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할리우드 예산 파괴자 캐롤코 픽처스가 <터미네이터> 권리를 인수하는데 500만 달러를 지불한 바 있다.

그것과 비교해 봐도 무려 20년도 더 지난 옛날 TV시리즈의 권리를 사오는데 과한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잘 알고 있어요. 향후 3년 간 라인업이 모두 찬 것도 알고 있고. 급하게 프로젝트를 굴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통상 2년 정도 개발기간이 걸릴 걸 고려하면 지금부터 프로듀서를 붙여야 할 텐데?”

“일단 올해는 그냥 두는 걸로 해요.”

“그 프로젝트에 자네 영화권리 하나를 쓰게.”

“그럴게요.”


류지호가 순순히 받아들이자 제안한 모리스 메타보이가 더 놀랐다.


“대신 개발에 들어가는 시점은 제가 정할 겁니다.”

“샘, 우리 오너가 영화선택권이 남아있었나?”


모리스 메타보이의 물음에 샘 리버먼이 즉각 대답했다.


“93년까지는 이제 남아있는 권리가 없습니다.”


류지호가 짐짓 성질을 부렸다.


“진짜, 이럴 겁니까?”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라네.”


모리스 메타보이가 최고위 임원들을 슥 훑어봤다.


“그렇다면 <미션 임파서블>은 94년에 미스터 류의 권리를 하나 사용하면 되겠군. 안 그런가?”


류지호가 즉각 반발했다.


“파라맥스에서 개발할 수도 있어요.”

“자네 이성을 잃었나? 이 영화권리는 트라이-스텔라가 보유한 것일세. 파라맥스가 보유한 것이 아니라.”


유독 파라맥스를 강조하는 모리스 메타보이다.


‘삐졌네, 삐졌어!’


파라맥스를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자회사로 두지 않고, 독립회사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심통이다.

달래줄 필요가 있었다.


“트라이-스텔라의 정체성을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류지호는 차분하게 사장과 부사장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LOG, 워너-타임, 팍스. 그들도 몇 개의 자회사는 독립 브랜드로 운영해요. 왜 그런지 여러분이 저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월드 스타를 기용한 6,000만 달러짜리 영화를 제작·배급하는 메이저가 싸구려 영화를 제작·배급하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가 깎이는 일이죠. 그리고 라인업의 다양성 측면과 코 뭍은 돈부터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지갑까지 털려고 하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고요.”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특히 LOG 컴퍼니 같은 경우는 어린이 만화영화로 대표되고 있다.

LOG 브랜드를 걸고 성인 대상 영화를 만들어 배급하게 되면 브랜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그렇기 때문에 할리우드 픽처스, 터치스톤 같은 자회사에서 쌈마이 영화부터 폭력성이 다분한 영화까지 제작·배급했다.

Laugh-O-Gram Company 이름을 단 영화사가 아닌 자회사에서 만들고 배급 또한 그들 브랜드로 하고 있다.

빅6는 케이블 채널과 홈비디오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장되자 한때 극장 상영용 영화로는 콘텐츠 공급이 못 따라가던 시기가 있었다.

때문에 극장 상영용 영화가 아닌 케이블 채널과 홈비디오용 저예산 영화를 빨리 그리고 많이 만들어낼 시스템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케이블 및 홈비디오용 영화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프로덕션을 자회사로 설립했다.

게다가 전통적인 순수영화 자본에서 거대 기업자본으로 전환되는 시기다.

인하우스 제작보다 위험성이 훨씬 적은 배급 쪽으로 빅6의 기업경영 전략이 바뀌고 있는 추세다.


“관객들은 트라이-스텔라의 기업가치가 얼마고 역사가 얼마가 되었는지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터미네이터Ⅱ>를 배급한 영화사, 매년 초대박 작품을 꾸준히 내는 영화사. 웰메이드 상업영화도 만들고, 오스카 영화를 꾸준히 배급하는 영화사. 그런 이미지는 가질 수 있어요.”


류지호는 긴 설명에 잠시 말을 멈추고 물을 마셔 목을 축였다.

그런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실제 우리는 역사나 기업규모에서 메이저 스튜디오가 아니지만, 관객들은 그런 건 알 수 없어요. 오로지 페가수스가 날개를 펼치며 비상하는 오프닝 로고를 보면서 ‘아, 이 영화사 메이저지’ 하는 생각을 품을 수 있다는 거죠.”


다른 사람이 말했으면 무시했을 터.

실질적인 오너의 일장연설이니 무시할 수 없었다.


“트라이-스텔라는 고예산이 들어가는 영화, 오스카가 혹할 수 있는 영화, 스타가 출연하는 웰메이드 영화, 프랜차이즈 영화 위주로 차츰 전환해야한다고 생각해요. 파라맥스는 태런티노나 고언형제 같은 독립영화 감독들을 발굴하는 영화들을 제작할 것이고, 할리우드에서 잊힌 노장 감독들에게 재기할 기회를 제공할 겁니다. 디멘션 필름은 여러분 모두가 경멸하는 B급 싸구려 영화를 제작할 생각이고.”


듀안 커즈와일과 함께 최근 영입된 저스틴 어니스트(Justin Ernest) 최고전략책임자(CSO·Chief Strategy Officer)가 불쑥 물었다.


“다 알겠는데, 왜 자회사가 아니라 독립회사로 분리시킨 겁니까?”

“여러분이 파라맥스 경영에 간섭할까봐서요.”

“추후 트라이-스텔라를 증권거래소에 공개할 때 기업의 규모는 중요한 부분입니다만.”


골드만대거스 출신 저스틴 어니스트는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장단기 전략 수립,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인수합병 등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상장할 생각 없습니다. 이는 내 독단이 아니라 대주주 모두의 생각입니다.”


말이 나온김에 류지호는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기업공개와 관련해 선을 그었다.


“그 문제는 차지하고. 고언형제 영화를 기술시사할 때 여러분들의 반응을 나는 똑똑히 기억합니다. 태런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에 투자할 때 여러분은 내게 어떤 충고를 했던가요?”

“......!”


모두 합죽이가 된 듯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모리스 메타보이는 여전히 궁금한 것이 남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웨인스타인 형제에 맡기면 되지 왜 알버트를 그곳으로 보냈지?”

“알버트는 영국에서 알란 파커 감독과 많은 영화를 찍었어요. 그는 영화작가를 잘 이해하는 편이죠. 웨인스타인 형제는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일 뿐. 작가가 만든 작품에 대한 존중이 없어요.”


하비 웨인스타인은 ‘가위손‘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감독의 작품에 개념 없이 손을 대는 것으로 유명했다.

레온 부룩하이머 역시 그런 쪽으로는 악명이 높았다.

그가 웨인스타인과 다른 점은 정확하게 관객입장에서 그리고 영화 완성도를 고민해서 연출과 편집에 개입한다는 것이다.

하비 웨인스타인은 마치 6~70년대 충무로 지방배급업자 마인드라고 할까.

배급업자 입장에서 영화를 한 번이라도 더 극장 상영하려면 시간을 줄여야 한다.


‘너무 기니까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잘라내도록 하지.’


그런 식이다.

하비 웨인스타인과 작업했던 많은 감독들이 그와 주먹다짐을 벌일 지경까지 간 사례도 많았다.

심지어 길예르모 토로 고메스 감독의 절친 제이미 캐머런은 하비 웨인스타인을 찾아가 친구 대신 주먹다짐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하비 웨인스타인과 가까운 사이라고 알려진 쿠엔 태런티노?

당연히 싸웠다.

마초처럼 구는 하비 웨인스타인과 한 성질 하는 태런티노가 우애 좋게 지낼 리가 만무했다.

어쨌든 이들은 아직 하비 웨인스타인의 그런 면모를 몰랐다.


“나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어요.”


류지호는 한 마디 던져놓고, 부사장들을 똑바로 쳐다봤다.


“여러분들에게도 알버트 같은 기회가 오지 말라는 법 없어요.”

“......?”

“모두가 알다시피 난 기업경영에 관심이 없으니까요.”


샘 리버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저는 트라이-스텔라를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샘 리버먼은 골수 트라이-스텔라파다.

직장에 대한 마인드 역시 여느 미국인 같지 않다.

반면에 같은 트라이-스텔라파라고 해도 댈런 맥컬리는 달랐다.

미묘하게 변하는 표정에서 그가 더 높은 곳을 노리는 걸 알 수 있었다.


“샘....”


모리스 메타보이가 의뭉스럽게 물었다.


“내 자리를 노리는 건가?”

“천만에요. 메타보이씨가 은퇴하면 그때 고민해보겠습니다.”


류지호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Moe가 회장이 되면 되죠. 나중에 회사가 더 커지면 CEO의 자리도 많이 생겨나겠죠.”

“회장이 둘 일 수는 없지.”

“소유만 하지 경영 안 한다니까요.”

“내가 볼 때 자네는 기업경영에도 소질이 있어.”

“영화감독으로 성공하기도 벅찬데 무슨 경영이에요? Moe가 트라이-스텔라를 메이저로 키우고, 회장도 하세요.”

“지금까지 자네가 한 말들은 회장이 전문경영인들에게 가이드라인을 내린 거라고 보이네만?”

“이제 그만 화 푸시고.... 식사나 하러 가요. 제가 살게요.”


류지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행은 베벌리힐스로 이동해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모리스 메타보이는 한 병에 3,000 달러나 하는 와인을 주문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드시고 싶은 것은 다 시키세요. 제 지갑 사정은 개의치 마시고 마음껏 주문하세요.”


최소 전 세계 4억 달러 매출.

시리즈 전체를 다 하면 20억 달러.

그런 저작권을 확보했다.


‘이깟 3,000 달러쯤이야.’


수 년 후를 상상하며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즐겼다.

반면에 류지호를 골려주려던 모리스 메타보이는 맥이 풀려버렸다.


"이런 애늙은이."

"어릴 때부터 많이 듣던 말이라. 새삼스럽지 않네요."


이때까지만 해도 류지호는 몰랐다.

복이 굴러들어오는 것은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 ❉ ❉


가을학기가 가까워지면 한국 남자유학생들 사이에서는 똥줄 타는 일이 발생한다.

카투사(KATUSA) 지원결과 발표일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유학생들이 통역병과와 함께 가장 선호하는 군대가 카투사다.

류지호가 응시한 이 시기는 카투사 지원에 횟수 제약이 없다.

때문에 국내에서 대학을 다니는 남학생들은 카투사 응시를 위해 재수·삼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당시만 해도 병무청에서 실시하는 시험을 보고 선발되는 인원이 절반, 논산훈련소에서 무작위로 차출한 뒤 간단한 영어시험을 보고 선발하는 인원이 절반이다.

카투사 선발 시험이 폐지되어 추첨제로 바뀌게 되는 것은 1998년 이후.

지원 횟수가 1회로 제한되는 것도 그 때부터다.

현재 카투사 경쟁률은 3:1 정도다.

류지호의 친구들 역시 대부분 신검을 받았다.

고우찬은 1급 현역, 황재정은 18개월 단기사병, 김준우는 6개월 단기사병 판정을 받았다.

어떤 짓을 해서라도 가기 싫은 것이 군대다.

게다가 류지호는 이전 삶에서 군대를 한 번 다녀온 경험이 있다.


“현재 보스는 투자이민을 신청해 놓은 상태로 영주권, 통칭 그린카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민권 취득은 4년 이상이 필요한 만큼 UCLA 재학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해 졸업 예정일까지 3년간 병역 연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후 대학원 입학까지 병역을 연기한 후, G&P와 여러 저명인사들의 보증을 받아 가장 빠른 시간에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도널드 제이콥이 류지호에게 병역 문제를 거론했다.

류지호의 미국 지인들은 영주권을 얻어서 최대한 입영을 연기 한 후에 시민권 취득으로 병역을 회피하는 걸 적극 추천했다.


“EB-5는 신청 즉시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겁니까?”

“처음에는 2년짜리 조건부 영주권을 주고 추후 심사에 통과할 경우 정식 영주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신청해 놓은 EB-3는 도대체 언제 나오게 되는 겁니까?”


류지호는 다국적기업 간부급에게 주어지는 EB-1(C)와 일반취업비자 EB-3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에서 고용 제안을 받았다는 것과 모리스 메타보이가 영주권 후원 고용주로 보증을 서게 함으로써 서류 심사 중이다.

따라서 도널드 제이콥은 심사가 오래 걸리는 EB-3 비자 대신 새롭게 제정된 EB-5 투자이민법 시범사업에 지원하자고 조언했다.


“캘리포니아가 다른 주보다 심사 기간이 적게 소요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도 최소 4개월은 걸립니다. 암튼 좀 전 말한 것처럼 총 6년간 입영을 연기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쪽을 추천합니다.”

“그 문제는 병역 회피의 문제가 아니라 국적 변경의 문제입니다.”


도널드 제이콥은 그것이 뭐가 문제냐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 조국에서 신체 건강한 남성이 군대를 안 간다고 하는 것은 ‘한국인임을 포기하는 행위’로 간주됩니다.”


작게는 군대를 갔다 온 남자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술안주거리가 되고, 크게는 사회적으로 매장까지 당할 빌미가 되기도 한다.

대중가요 가수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모 가수가 군대에 가겠다고 했다가 막상 입대를 앞두고 미국으로 도망가 버려 순식간에 매장된 예만 봐도 알 수 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류지호가 군대는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방위로 빠질 수 있으면 방위로, 고지식한 아버지는 당당하게 현역에 입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한국의 친구들과 지인들은 대략 절반 정도로 의견이 나누어져 있는 상황이다.

군대를 다녀와야 향후 한국에서 사업하는데 발목 잡힐 일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과 3년이라는 시간을 허송세월하는 건 바보짓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더구나 돈을 쓰든 인맥을 쓰든 류지호에게 충분히 병역을 회피할 수단이 있기도 했고.


“최소 4년이라... 시민권 취득도 생각보다 길군요. 물론 그 기간도 남들에 비하면 굉장히 단축된 기간이겠지만.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네요. 문제는 나중에 한국에 알려지면 욕을 먹게 될 부담도 있다는 것인데...”

“왜 욕을 먹습니까?”


미국인들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청년에게 군대를 가는 것은 신성한 의무에요. 선택이 아니라. 당연히 병역회피를 하면 비난을 받는 거죠. 심지어 사회에서 매장당하기도 해요.”


해군 장교 출신 데본 테럴이 고개를 끄덕였다.

표현 중에 ‘신성한’이란 말이 크게 와 닿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한 법이다.


“보스는 이미 18세부터 미국으로 넘어와 사업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삶과 사업의 기반이 미국이 될 터인데, 한국 군대를 간다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

“설마 여기 기반을 모조로 놔두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아니겠죠?”


류지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데본 테럴은 군인출신이다.

그는 군인으로의 삶을 스스로 선택해 살았던 것이지, 국가가 강제하지는 않았다.

데본 테럴은 해군 출신임을 명예롭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신성한 의무를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보스가 벌여놓은 사업들이 그저 그런 수준이 아니라는 점.

게다가 군대에 가 있을 시기가 사업들이 성장하는 기로에 서게 될 거란 점이 문제다.

3년간 외부와 원활하게 소통이 되기 힘든 군대에 있다는 것은 사업을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참! 군대 문제는 일부러 생각을 안 하려고 했는데, 막상 닥치니 심난하네요.”


군대 두 번가고 싶은 사람?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을 뻔히 아는데 가지 않을 도리도 없다.


‘그렇게 욕을 했던 병역회피자들,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된다는 건 또 어떻고?‘


물론 선출직 고위공직자로 나갈 일이 없는 류지호는 군대 면탈해도 된다.

대한민국 상위 1% 자녀들 사이에선 군대 가는 놈만 병신소리 듣기도 하고.


‘한국의 재벌-공무원 병무비리 나올 때마다 한 번씩 이름이 오르내릴 걸 생각하면...’


수십 년이 지나도 영원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모 가수만 봐도 그렇다.

병역 문제에서 혹여나 불법적인 과정이 끼어들면 나중에 큰 약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병역비리로 이름이 오르내렸다가는 꼼짝없이 외통수에 걸려 여러 사람들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될지도 몰랐다.

그 대가로 적지 않은 출혈이 있을 것은 분명한 일.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는 속담도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나으려나?’


류지호는 26개월 복무한 경험이 있다.

93년에 국민 병역의무 부담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병역법을 개정하고, 방위병을 폐지하는 것과 함께 전군이 복무 기간을 단축하게 된다.

육군은 26개월로, 해군과 공군은 30개월로 단축하게 된다.

역사대로 흘러간다면 30년 후 육군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된다.


‘일단 한국 들어가서 연기한 신검부터 받고.’


류지호는 미국에서 머리를 싸맬 것이 아니라, 방학기간 한국에 다녀오는 김에 신검을 받기로 했다.

그런 후 병역문제를 결정하기로 했다.


‘빨리 가도 문제, 늦게 가도 문제네.’


군대 가는 시점도 잘 잡아야 한다.

워낙 한국과 미국 양쪽에 벌여놓은 사업도 많고, 그 사업들이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이기에 고민이 많았다.

인생에서 있어서 연속성.

30개월이던 26개월이던.

그 기간의 공백으로 인해 자칫 사업들이 정체되기라도 한다면 큰 손해다.

자신 한 명 잠시 빠진다고 무슨 큰일이야 있겠냐마는.


“카투사 입대 쪽으로 고민해보는 걸로 할게요.”

“알겠습니다. 보스.”


대답하는 데본 테럴의 표정에 뭔가 결의가 느껴졌다.

류지호는 그런 모습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 ❉ ❉


군대문제로 머리가 복잡한 가운데, 트라이-스텔라 텔레비전의 얀 호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소개시켜 줄 사람이 있으니 시간을 내달라는 요청이다.


“각본가라고요?”

- 그렇습니다.

“트라이-스텔라로 가져가지 왜 내게....?”

- 그쪽은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습니까?

“내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 대부분을 쓴 상황입니다.”

- 알고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미스터 류가 실질적인 오너이지 않습니까.

“영화 선택 권리행사 외에 경영에는 일체 간섭을 하지 않습니다. TST도 그렇다는 걸 호퍼씨도 잘 알잖아요.”

- 한 번 쯤 만나 인연을 맺어놓길 추천합니다. 도움이 되면 되었지, 손해 볼 것은 없으니까요.

“유명한 사람입니까?”


작가의말

오랜만에 연참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2.05.23 09:29
    No. 1

    당시 병역은 참 ㅋ 2중국적자의 경우 복무하고 2년 안에 외국국적 포기 안하면 한국국적을 말소시켰었죠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yd*****
    작성일
    22.05.23 09:32
    No. 2

    아 군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2.05.23 09:38
    No. 3

    우리나라는 정전국가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를 점령하는게 국제법 위반이지만
    우리는 전쟁이 일어나면 한쪽을 완전점령해도
    시비걸사람 없습니다.
    굳대는 가야하지만 상류층이나 SKY 출신
    최전방 배치 부터해야 합니다 .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88 lo******
    작성일
    22.05.23 10:10
    No. 4

    미국 출생 시민권자는 군대 다녀와서 미국국적 재취득이 가능했어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2.05.23 10:32
    No. 5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무한땅꼬마
    작성일
    22.05.23 23:59
    No. 6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손천
    작성일
    23.10.25 13:32
    No. 7

    머하러 가냐 안갈수있으면 안가는게 낫지 진도준처럼 전화 한통으로 처리해 ㅋㅋ 이재용 군대 안간다고 아무도 욕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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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할리우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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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Life Goes On. (2) +7 22.06.07 6,012 193 25쪽
184 Life Goes On. (1) +9 22.06.06 6,197 194 26쪽
183 만능이 되어볼까 합니다. (3) +7 22.06.04 6,154 200 22쪽
182 만능이 되어볼까 합니다. (2) +10 22.06.03 6,212 190 26쪽
181 만능이 되어볼까 합니다. (1) +8 22.06.02 6,274 169 23쪽
180 가진 것이 없어도 가치 있게 살아라. +13 22.06.01 6,292 191 27쪽
179 할리우드 파티는 비즈니스의 연장선. (2) +9 22.05.31 6,254 177 25쪽
178 할리우드 파티는 비즈니스의 연장선. (1) +6 22.05.30 6,400 177 23쪽
177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다! (4) +7 22.05.28 6,362 181 26쪽
176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다! (3) +9 22.05.27 6,307 181 25쪽
175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다! (2) +4 22.05.26 6,287 179 21쪽
174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다! (1) +13 22.05.25 6,428 184 24쪽
173 우리는 항상 승자 쪽에 있어야 한다! +5 22.05.24 6,494 180 25쪽
172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5) +11 22.05.23 6,514 200 24쪽
»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4) +7 22.05.23 6,257 165 21쪽
170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3) +8 22.05.21 6,672 177 25쪽
169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2) +7 22.05.20 6,638 188 25쪽
168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1) +6 22.05.19 6,668 179 23쪽
167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7) +9 22.05.18 6,280 191 24쪽
166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6) +5 22.05.17 6,336 167 23쪽
165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5) +7 22.05.16 6,328 174 23쪽
164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4) +6 22.05.14 6,379 176 21쪽
163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3) +6 22.05.13 6,367 159 22쪽
162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2) +9 22.05.12 6,540 172 22쪽
161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1) +9 22.05.11 6,714 179 22쪽
160 클레르몽-페랑(Clermont-Ferrand). +8 22.05.10 6,773 182 25쪽
159 괜찮은 인디배급사 하나 인수합시다! +14 22.05.09 6,875 182 30쪽
158 부자(父子)에게 부자(富者)란..... +8 22.05.07 6,894 184 23쪽
157 나 홀로 집에서 늑대와 춤을! (3) +6 22.05.06 6,866 187 26쪽
156 나 홀로 집에서 늑대와 춤을! (2) +9 22.05.05 6,862 19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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