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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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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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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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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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제휴계약 협상 전 예비 미팅을 가졌던 심슨과 브룩하이머가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를 떠났다.

특별한 내용은 없고 일종의 탐색전 성격이 강했다.

그럼에도 그들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유일하게 소득이 있었던 사람은 류지호 뿐이다.

더욱 유명해질 두 명의 프로듀서와 안면을 텄으니까.

집무실에 남은 류지호가 모리스 메타보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렇게 돌려보내도 되요?”

“괜찮네.”

“안 괜찮을 것 같은데요?”

"괜찮아."

"그러다 메이저와 제휴계약을 맺으면요?"

“독립프로듀서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네. 알버트와 샘은 매일 점심과 저녁에 프로듀서들과 식사를 하고 있지. 저들의 영화가 없다고 해서 아쉬울 것이 없어.”

“그도 그렇지만....”

“게다가 우린 비밀 무기가 있잖아.”

“내가 모르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어요?”

“바로 자네! 배팅 성공률 100%!”

“초심자의 행운일 수도 있습니다만?”

“자네는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과소평가하고 있군. 시나리오 기획팀은 치열하다네. 우리는 메이저가 아니야. 우리가 놓친 영화가 다른 누군가에 손에 들어가서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들은 매해 수천편이 들어오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우린 다르네. 앞으로는 조금 달라지겠지만.”

“그건 그래요.”

“그런데 괜찮겠나?”

“저를 드러낸 거요?”


모리스 메타보이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어요. 제가 트라이-스텔라 경영진도 아니고. 비즈니스는 제 분야의 일이 아니에요. 제 길은 영화감독이지 기업인이 아니니까. 앞으로는 부담 없이 인맥을 만들어보려고요.”

“그렇군. 더 이상 미성년자도 아니지. UCLA 학생이고 말이야. 어느 사회나 대학 네트워크는 무시하지 못해. 앞으로 자네를 자주 데리고 다녀야겠어.”

“너무 노골적인 곳은 사양할게요. 세상은 그렇게 페어한 게임을 하는 스포츠 경기장이 아니니까요.”

“누군가는 비열한 수작을 벌일 수 있겠지. 그 비열함은 돈과 지위로 눌러버려.”

“아직 돈과 지위가 모자라니까 그렇죠.”

“겸손이 지나쳐.”

“냉정한 현실인식이에요.”

“그렇다고 해두지.”


많이 가진 자는 더 많이 가진 자에게 밟히고.

높은 지위에 있는 자는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자에게 밟힌다.

어설픈 포지션에서 짓고 까불다가는 한방에 훅 갈 수 있다.

약육강식의 세상은 그런 거다.

류지호가 당장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지 않는 이유다.


❉ ❉ ❉


뉴욕 맨해튼의 허드슨 스트리트.

독립영화배급사 파라맥스(ParaMax) 본사 사무실.

회의용 테이블에 파라맥스 고위인사들과 Garam Invest 주요 인물들이 마주보고 앉아 있다.


‘고등학생인가?’


류지호와 오늘 첫 대면을 한 하비 웨인스타인의 생각이다.

동양인은 모두 어리게 보여서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아시아 왕족의 후계자? 아니면 일본기업의 후계자인가?’


동양인치고는 제법 큰 키, 말끔하게 생긴 얼굴, 어린 외모와 달리 예사롭지 않은 당당함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부드러운 위압감을 풍기는 모습 등.

나름 뉴욕 사교계에서 유명인사인 하비 웨인스타인이라지만, 류지호와 노는 물이 달랐다.

하비 웨인스타인은 류지호의 신분을 놓고 바쁘게 머리를 굴렸다.

반면에 류지호는 파라맥스 CEO와 함께 자리한 하비 웨인스타인을 보며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이 양반이 그 유명한 할리우드 양아치....구나.’


하비 웨인스타인은 장신에다가 골격이 크고 뚱뚱했다.

위압감이 느껴지는 체구와 더불어 불같은 성격 때문에 상대에게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수많은 갑질, 부당해고, 회사직원과 여배우들을 가리지 않고 행한 성추행과 성폭력, 오만하고 이기적인 성격 등으로 대놓고 평판이 안 좋았던 인물이다.

정치권과도 연을 맺으며 강한 권력을 구축하기도 했는데, 민주당 인사와 인연이 깊었다.

류지호의 기억에 의하면 대통령의 심복이라고 할 수 있는 수석전략가의 회사 지분을 소유할 정도로 광범위한 인맥을 자랑하던 인물이다.

게다가 워낙 많은 영화를 성공시켰기에 할리우드에서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던 영화산업의 권력자.

이 같은 사실은 아직 벌어지지 않았거나 밝혀지지 않은 일들.

웨인스타인 형제는 뉴욕 독립영화계에서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는, 그저 그런 B급 제작자일 뿐.

현재는 자신의 성질을 죽이고, 그레이엄 가문 남매의 눈치를 보는 신세다.

오늘은 파라맥스 인수를 마무리하는 날이다.

계약체결을 위해 Garam Invest CEO 매튜 그레이엄과 류지호가 G&P에서는 법률 대리인 캐서린이, 파라맥스에서는 창업자 웨인스타인 형제와 CEO, 법률가들이 배석했다.


‘출혈이 조금 컸지만 독립영화 배급사를 인수한 것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야.’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파라맥스를 인수하게 되면 독립적인 운영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모회사의 입김이 닿을 수밖에 없으니까.

일부 영화의 제작·배급을 놓고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고.

결국 Garam Invest가 직접 인수하는 것으로 노선을 선회했다.

총 인수금액은 3,900만 달러.

협상은 순조롭지 않았다.

류지호는 웨인스타인 형제를 파라맥스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만들 생각이었다.

형제는 절대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협상 자체를 깨려고 했다.

지루한 협상 과정이 있었다.

결국 매튜와 캐서린 그레이엄 남매가 움직였다.

가문을 들먹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의동생을 위해서라면.


“파라맥스가 디멘션 필름이라는 자회사를 새롭게 설립해 로버트 웨인스타인씨가 운영하는 것으로 하고, 하비 웨인스타인씨를 위해 독립된 영화사 설립을 적극 지원한다.”


이 협상 결과로 인해 원래 역사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웨인스타인 컴퍼니가 설립됐다.


“웨인스타인 형제의 지분 12%를 보장하고, Garam Invest는 웨인스타인 컴퍼니 지분 21%를 보유하며 Garam Invest가 조성한 영화펀드를 함께 공유할 수 있다.”


캐서린의 말을 하비 웨인스타인이 끊고 들어왔다.


“5년 간 총액 7,000만 달러 투자 부분은.....?”


캐서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본조항부터 확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무적이다 못해 쌀쌀맞은 목소리에 하비 웨인스타인이 찔끔했다.

제 아무리 개차반이라도 그레이엄 가족에게 까불 수는 없다.

캐서린이 법률가로 이번 인수합병 계약에 참여한 이유는 명확했다.

Garam Invest는 시댁과 자신 가문의 중요한 파트너다.

오만하고 이기적인 성격으로 알려진 하비 웨인스타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허튼 생각 품지 말라는.


“......”


향후 스튜디오용 상업영화는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작가주의 및 독립영화는 파라맥스가, 호러영화 등의 B급 장르영화는 디멘션 필름으로 분업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웨인스타인 컴퍼니에서 제작하는 영화는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와 파라맥스가 나눠서 배급하기로 제휴계약을 함께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점은 향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영화를 파라맥스가 적극적으로 북미에 배급한다는 사실이다.


‘홍콩의 GH 오락집단유한공사, 한국의 WaW, 일본의 도쿄다카라 정도와 제휴할 수 있으면.....’


류지호가 머릿속으로 파라맥스의 아시아영화 배급을 구상하고 있을 때.


슥슥.


매튜와 파라맥스 CEO가 각각 인수합병 계약서에 서명했다.

서명을 마친 두 사람이 계약서를 교환했다.

기념촬영도 했다.


꾹.


하비 웨인스타인의 솥뚜껑 같은 손이 매튜의 손을 붙잡았다.

좋게 말하면 마초.

솔직한 감상은 양아치.

함께 일을 해본 사람들이 왜 마피아 같다는 평가를 내렸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단면이다.


“자, 계약도 마무리 되었으니 호텔로 이동해서 연회를 즐깁시다! 하하하.”


하비 웨인스타인이 짐짓 호탕한 척 축하연을 제안했다.


“거기 어린 친구는 나와 함께 가지.”


매튜가 따라 나서려하자, 캐서린이 제지했다.

류지호 역시 매튜에게 안심하라는 듯 손을 들어보였다.


“이번엔 웨인스타인씨에게 파티 호스트를 양보하지만....”


하비 웨인스타인이 걸걸한 목소리로 류지호의 말을 끊었다.


“하하하. 풋내기에게 밥을 얻어먹을 정도로 내가 얼굴이 두껍지 않아.”

“그거야 웨인스타인씨 사정이고. 나는 다음에 근사한 식사로 꼭 보답해야겠습니다.”


하비 웨인스타인이 불룩하게 나온 자신의 배를 내밀며 말했다.


“내 배를 봐서 알겠지만, 난 꽤나 많이 먹어. 괜찮겠나?”


류지호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문제없습니다.”


일행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를 나눠 타고 맨해튼의 플라자호텔로 향했다.

하비 웨인스타인은 류지호에게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았다.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독립영화계의 쟁쟁한 인물들이 많아. 그래서 그런데 3,000만 달러를 더 투자해 줄 수 없겠나? 엄청 싼 값에 인수가 가능할 걸세. 파라맥스가 설립될 때 쯤 만들어졌으니 역사도 길고 말이야. 잠시 운영자금이 없어 애를 먹어서 그렇지 이런 알짜 회사를 인수할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야.”


홈비디오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인수하자고 류지호를 살살 꼬드겼다.


“음... 확실히 관심이 가는 제안이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군요.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메이저 기득권이 워낙 커서 말이죠. 최근 할리우드에서 계속된 빅딜로 인해 업계 개편 조짐도 보이고 말입니다.”


사실 홈비디오 회사 인수가 끌리긴 했다.

현재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는 영화와 TV시리즈 모두 콜롬비아스 홈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비디오가 출시되고 있다.

미래를 봤을 때는 비디오 사업에 뛰어드는 건 바보짓이겠지만, 당장 알짜배기 비디오 콘텐츠를 다른 회사를 통해 출시하는 것 때문에 속이 매우 쓰렸다.

그렇다고 하비 웨인스타인의 제안을 덥석 무는 것은 더 바보짓이다.

그것을 알기에 은근히 하비 웨인스타인의 애를 태웠다.

자신에게까지 부탁할 정도면 하비 웨인스타인이 그 회사와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깊게 연관이 되어 있을 것이고, 시간을 끌며 애를 태울수록 곤란해지는 것은 그일 테니까.

자신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걸 보면 뚜렷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모양이다.

칼자루는 자신이 쥐고 있다는 사실.


“이쪽에서 지불하는 인수금액을 쓰면 되잖습니까?”

“솔직히 말하지. 이 건은 내가 급해서라기보다는 마리오 사장의 부탁을 받은 일이야. 그는 독립영화계에서는 인맥이 상당한 사람이고 유력인사야. 네가 이 건을 처리해준다면, 그에게서 상당한 호감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지원도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렇군요. 물론 웨인스타인씨 역시 그에게서 상당한 감사인사를 들을 수 있겠죠.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한발 빠져있을 수 있을 테고요. 대신 나는 얼마 동안 몇 십 만 달러씩을 원치 않은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돈을 뿌려야 하고요.”


류지호는 말려들지는 않았다.

누구에게 더 이득이 되는 일인가 하는 문제는 상관없다.

어쩌면 앞으로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주도권이 결정될 수도 있다.


하하하.


하비 웨인스타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로서는 그레이엄 가문의 남매를 상대하는 것보다 만만해 보이는 풋내기를 꾀려던 것이지만, 어쩌다 보니 그 풋내기에게 오히려 매달리는 꼴이 되어버렸다.

G&P를 등에 업은 운 좋은 애송이.

하비 웨인스타인으로서는 류지호에 대한 평가부분을 수정했다.

운이 너무 좋은 놈이지만, 쉽게 다루지 말아야 할 놈으로.


“하하, 친구 좋다는 게 뭔가? 일단 생각할 시간은 필요하겠지. 며칠 뒤에 다시 연락을 해볼 테니 좋은 대답을 들려주게나.”


순식간에 태도가 변했다.

어리게 보고 눈 아래로 낮춰보던 시선은 온데간데없고, 살갑게 태세를 전환하는 하비 웨인스타인이다.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죠. 다만 내가 돈이 하늘에서 쏟아져서 파라맥스를 인수한 건 아니라는 걸 기억해 두세요.”

“내 똑똑하게 기억할 테니까, 부디 좋은 소식만을 전해주길 바라겠네.”


류지호는 승낙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거절할 뜻을 표시하지도 않았다.

플라자호텔에 도착하고 보니 즉흥적으로 파티를 연 것은 아닌 모양이다.

사전에 파티 준비를 해 둔 모양이다.

연회장에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영화인들과 여배우들이 속속 도착했기 때문이다.


‘어휴~ 병풍들.’


류지호는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영화 쪽에서 서푼도 안 되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인사들은 술자리나 가벼운 파티에 꼭 배우들을 불러 병풍을 세운다.

배우나 감독들은 자신을 써줄지도 모르는 사람들인지라 최선을 다해 영업을 하고, 때로는.... 부적절한 접대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캐서린은 바쁘다는 핑계로 곧 바로 파티에서 빠졌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이런 싸구려 파티에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하비 웨인스타인은 파티 내내 류지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제법 반반한 여배우들을 계속해서 불러 류지호에게 소개시켰다.

때로는 음흉한 눈으로 윙크를 보내기도 하고.


‘차라리 영화 이야기 할 때가 좋았는데.’


파티 초반에 류지호와 하비 웨인스타인의 대화는 주로 영화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비 웨인스타인이 어린 시절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를 보고 영화의 길을 정했다고 했을 때 류지호는 진심으로 기뻤다.

<시네마 천국> 북미 배급 역시 자신이 했다는 이야기에 두 번째로 놀랐다.

그리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 주연의 <나의 왼발>로 두 개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걸 자랑할 때 세 번째로 놀랐다.

이후로는 계속해서 자화자찬과 여배우 들이밀기가 이어졌다.

끝나지 않는 파티는 없다.

류지호는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호텔 앞 센트럴 파크로 나왔다.

재빨리 티노와 말릭이 뒤를 따랐다.

잠시 거닐다가 벤치에 앉아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


“푸우~.”


인수합병 뒤풀이 파티는 꽤나 심력을 소모하게 만들었다.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는 풋내기 여배우들의 유혹은 차라리 귀엽게 느껴졌다.

할리우드에 대한 악의로 가득 찬 몇몇 감독은 류지호를 기득권으로 단정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가 싶다가도 갑자기 비판과 조롱을 쏟아냈다.

류지호 역시 그들처럼 이전 삶에서 삼류감독이었다.

그들의 처지와 한을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다.

상대가 예의가 없다고 치받을 수도 없고, 묵묵히 그들의 비난을 감내했다.

뉴욕 상류층 파티에도 참석한 경험이 있는 류지호다.

그곳에서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면서도 갑자기 사회, 정치, 문화 이야기로 치고 들어오기 일쑤다.

그 대화 흐름에 낄 정도로 세상의 흐름과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들은 그저 일상의 대화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류지호는 상류층이 왜 상류층인지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파티는 천박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욕망만 가득했다.

몇몇 천박한 권력자들의 비위를 맞추며 들러리 서는 사람들을 보며 류지호는 안타까웠다.


‘그 사람들의 처지와 절실함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기분이 진짜 엿 같긴 하네.’


류지호는 하늘을 보며 잠시 눈을 감았다.

시원한 바람이 몸을 휘감자 머리가 조금 개운해 지는 느낌이다.


‘웨인스타인을 어떻게 통제하지?’


파라맥스에서 완전히 배제했다면 고민도 없을 것이다.

헌데 그는 여전히 12%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다.

웨인스타인은 파라맥스를 인수한 Garam Invest 또 그 너머의 G&P와 끈을 연결하려 했겠지만, G&P는 물론이고 류지호는 그와 깊은 친분을 유지할 생각이 전혀 없다.

성추문.

할리우드 최고 제작자에서 파렴치한으로 몰락하게 되는 인물이다.

아직은 최고 제작자도 아닐뿐더러, 할리우드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도 아니다.

문제는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했다.

세 살 버릇 여든 까지 간다고도 했다.


‘상습적인 성추행하고 권력 남용은 어떻게 한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웨인스타인이 아직 그런 식으로 권력을 남용하고 있지는 않았다.

아마도 류지호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계속된 화려한 성공과 인맥의 확장으로 오만방자함이 끝 모르고 치솟았을 터.

일단 조사팀 직원을 붙여놓고 있다가 문제가 벌어질 것 같으면 그걸 빌미삼아 자신의 주변에서 치워버리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 ❉ ❉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를 통해 영화 사업에 진출한 Garam Invest는 금요일 독립 배급사 파라맥스 필름을 비공개 가격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파라맥스가 보유한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나의 왼발> 등 200여 편의 영화 라이브러리도 함께 구매했다고 알렸다. 웨인스타인 형제의 파라맥스 지분은 일정 부분 유지됨으로써 경영참여는 계속될 것이며 파라맥스는 이전과 같이 독립적으로 영화 제작·배급 및 마케팅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Garam Invest의 매튜 그레이엄은 인수합병 발표에서 ‘파라맥스는 독립영화계에서 독보적인 회사로서 전 세계 독립영화 제작자들의 안식처가 되기 위해 난관을 헤쳐 온 저력 있는 기업이다’라며 ‘우리는 이 거래를 통해 내년부터 10~15편의 파라맥스 영화에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는 미니 메이저 스튜디오 중 가장 선두에 서 있는 트라이-스텔라의 개봉 일정이 연간 15편 내외에서 30편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의미가 있다. 라인업에 있어서 메이저 스튜디오의 위상에 근접하게 된다. 파라맥스는 2년 전 영국의 미들랜드 은행(British Midland Montague Bank)이 2,500만 달러 신용 한도를 연장해주지 않고 500만 달러를 투자하지 않았다면 파산했을 지도 모른다. 덕분에 <스캔들>에 200만 달러를 투자할 수 있게 되었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면서 파라맥스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비 웨인스타인은 <나의 왼발>, <시네마 천국>, <Tie Me Up! Tie Me Down!> 등을 통해 최근 2년 간 7,500만 달러의 매출에 약 470만 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고 주장하지만, 그 외에 3편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해 큰 손실을 봤다. 그에 매튜 그레이엄은 ‘그들에게 트라이-스텔라에 준하는 재정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며 이는 파라맥스가 계속해서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 회사가 될 것임을 보장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뉴욕타임즈 애슐리 터너 기자.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를 소유한 월가의 투자회사 Garam Invest는 지난 주 독립영화 배급사 파라맥스를 전격 인수했다. 이 회사의 설립자인 웨인스타인 형제는 10% 안팎의 지분을 여전히 소유하지만 별도의 ‘웨인스타인 컴퍼니’를 설립해서 독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로버트 웨인스타인은 파라맥스 자회사 디맨션 필름을 계속해서 책임진다. 당초 본사를 LA로 완전히 이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도 있었지만, 기존처럼 뉴욕과 LA 이원체제로 운영하기로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뉴욕의 독립영화계는 앞으로도 파라맥스와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이어갈 수가 있게 됐다. 기존 경영진이 물러나면서 새로운 인물들로 물갈이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누가 파라맥스의 최고경영자가 될지도 관심사다.]

- 할리우드 리포트


Garam Invest의 파라맥스 인수 뉴스가 연일 연예면을 수놓았다.

특히 경제면 분석기사들이 의미심장했다.

그레이엄 가문의 막내아들이 관여한 인수라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경제 신문들은 매튜의 이력을 들어 무자비한 기업사냥에 나선 건 아닌지 의심했다.

대체로 영화사업에 진심인 것으로 알려진 Garam Invest 오너들이 본격적으로 할리우드에서 몸집을 불리는 신호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기업 공개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인수 전에 웨인스타인 형제가 파라맥스의 기업공개(IPO)를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매튜 그레이엄이 수 년 내에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이 없음을 밝히자, 그제야 추측성 기사들이 수그러들었다.

Garam Invest의 파라맥스 인수 뉴스가 한 달 동안 이어졌다.

독립영화사는 만성적으로 현금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그로인해 언제나 메이저 스튜디오의 인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돈만 빨아먹고 실속은 하나도 없으니까.

만약 파라맥스가 <크라잉 게임>, <저수지의 개들> 같은 영화들로 매출과 브랜드 가치 모두를 끌어올렸다면, LOG를 비롯해 메이저들이 접근했을 지도 모른다.

때마침 영국의 미들랜드 은행의 파트너십이 만료될 시기와 맞아떨어져서 웨인스타인 형제로부터 파라맥스의 지분과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


“LOG가 채가기 전에 운 좋게 가져올 수 있었네....”


모리스 메타보이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빤히 쳐다봤다.


“욕심꾸러기 Mr. 미키마우스가 채갔을지도 모르죠.”

“LOG에는 터치스톤과 할리우드라는 성인 테마 영화를 출시하는 회사가 따로 있어.”

“아트하우스 전문은 아니죠.”

“파라맥스는 저급한 B급 성인영화도 꽤나 많이 제작하는 것으로 아는데? LOG의 이미지를 훼손하면서 굳이 탐을 낼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어쨌든 아이즈너와 가첸버그가 이미 LOG의 성인용 테마의 장벽을 깼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로 더 노골적인 영화를 출시하더라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것 같네요.”


끄덕.

모리스 메타보이도 동의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현재 미국의 영화산업이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

홍보마케팅 비용의 비상식적인 상승 등 스스로 무덤을 판 경향이 있었지만.

복합상영관의 확장으로 배급비용이 과거에 비해 몇 배나 상승했다.

상영관이 늘어나게 되면서 프린트 제작 및 운송비용이 몇 배로 추가되었으니까.

그를 타계하기 위해 전 세계 동시 개봉 및 직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금 흐름을 최대한 앞당기려는 의도에서다.


“쫓아내려면 두 형제 모두 내보내지 동생은 왜 남겨뒀어.”

“동생까지 내보냈으면 그들 형제는 절대 회사를 팔지 않았을 걸요?”

“뉴욕 쪽에서 그 형제 평판이 상당히 안 좋더구만.”

“트라이-스텔라는 그쪽은 크게 관심을 두지 마세요. 가는 길이 다르니까.”

“그나저나 결국 패러마운틴이 V&A콤으로 합병되는 수순이야. 자네 예상이 맞았어.”

최근 미국의 영화산업 전체를 뒤흔들 초대형 인수 발표가 터졌다. 바로 V&A콤의 패러마운틴 인수합병 뉴스다.

대기업 간의 인수합병 뉴스로 인해서 Garam Invest의 파라맥스 인수가 세간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


“G&P에도 여러 차례 구애를 했지만, 그들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기본적으로 큰 관심이 없어요. 결국 그 정도 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 연관 기업은 몇 개 없죠.”


전혀 뜬금없는 인수합병은 아니다.


“그나저나 파라맥스로 알버트를 보낸 것은 조금 섭섭해.”

“앓던 이가 빠진 것은 아니구요?”


하하하.

모리스 메타보이가 무안한지 웃음을 터트렸다.


“나와 알버트는 관계가 매우 돈독했어. 우리는 꽤 팀워크가 좋았지.”


파라맥스의 기존 경영진들이 물러나고 새로운 인물들이 임명됐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제작총괄 겸 부사장 알버트 마샬이 파라맥스의 최고경영자로 자리를 옮겼다.

그 여파로 공석이 된 운영총책임자(COO)에 샘 리버번을 재무총책임자(CFO)에 댈런 맥컬리를 승진시켰다.

두 사람 모두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초창기 멤버로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인물들이다.

기업의 삼대 요직이라고 불리는 CFO와 COO에 류지호의 사람을 전면배치했다.

또한 샌디 페이슨 이사를 마케킹최고책임자(CMO)로 승진시켰다.

그녀는 홍보/마케팅 전문가였는데, 이번 인사로 인해 마케팅 분야에 힘을 실어준다는 메시지를 임직원에게 보냈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메이저 스튜디오처럼 영화 배급을 강화한다는 신호다.

그 외에도 스탠 크레이그를 글로벌총책임자(CGO)로 승진시켜 해외 배급력 강화와 글로벌 지사 설립을 적극 지원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스탠 크레이그는 샘 리버먼과 함께 대표적인 친 대주주파 임원이다..

그들에게 중책을 맡김으로써 굴러온 돌이라고 할 수 있는 모리스 메타보이의 사내 파벌을 견제하도록 했다.

연쇄적인 영전과 승진으로 생긴 여타 빈자리들은 모리스 메타보이 사장이 외부영입 등으로 채울 예정이다.

또한 하반기에 트라이-스텔라와 파라맥스 모두 인력보강을 위해 신입사원을 대거 채용하기로 했다.


작가의말

디즈니가 6,000만 달러에 구매할 미라맥스를 2년 먼저 구입하면서 3,900만 달러라는 비교적 싼 가격(?)에 인수했습니다. 사실 현실에서는 하비 와인스타인이 절대 팔지 않았을 겁니다. 디즈니급이 아니라면 말이죠. 디즈니에 판 것은 인수대금을 현금 대신 디즈니 주식을 받았기 때문에 팔았던 거죠. 주말 잘 보내십시오. 월요일부터 9시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기벡님 과분한 후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자주 연참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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