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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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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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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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한국으로 가기 전 뉴욕에서 마지막 일정만 남겨두고 있다.

최근 Garam Invest가 또 다시 대형 거래를 성사시켰다.

바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립탐정사무소 겸 경비경호업체 겸 준군사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계약이다.

이 계약을 위해 캐서린 파커가 다시 합류했다.

한국의 치안은 경찰이 거의 전담한다.

반면에 미국은 민간경비업체가 치안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경찰관 숫자보다 민간경비업체 직원이 두 배 이상 많을 정도다.

따라서 미국은 지역마다 민간경비업체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개인경호부터 시설 경비, 은행 간의 현금수송, 콘서트 안전요원, 심지어 군사적 행동까지도 다양한 업종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기계식 보안·경비 브랜드 The ADP(American District Protection) 역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다.

미국은 20~30명 규모의 개인경호업체부터 Dynalectron Corp. 같은 준군사기업까지 미국에는 수백 명 이상의 무장경비원을 동원할 수 있는 업체들이 수두룩했다.

데본 테럴은 그 가운데 썩 괜찮은 규모, 저렴한 인수금액의 경비업체를 추려 가져왔다.

그 보고서를 검토한 매튜가 보고서를 거부했다.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접촉한 업체가 미국 탐정 업계 2위이자 한때 한국의 용역깡패는 어린애 장난처럼 느껴질 수 있는 노동운동 탄압의 선봉장이었고, 최전성기 때 미국 군대보다 고용된 탐정이 더 많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수의 탐정들이 각지에서 사건 수사, 요인 경호, 시설 경비 등 도맡았던 Pinkerton National Detective Agency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을 경호했던 앨런 핑커톤이 1850년 설립한 회사로, 전성기 때 미국 군대 정예병에 맞먹는 전투력을 보유했다고 알려질 정도로 민간군사기업이기도 했다.

남북전쟁이 끝난 후 핑커톤은 정치권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공권력까지 위협할 정도로 세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는데, 1891년에 미국 의회는 연방정부와 기관이 사립 탐정을 고용할 수 없도록 하는 ‘반 핑커톤 법안’을 통과시키는 일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 후부터 핑커톤과 사설탐정 기업들이 정부의 규제를 받기 시작해 점차 쇠락하기 시작했다.


“Pinkerton이 나쁜 짓도 많이 하고 과거에 꽤 위험한 준군사조직이긴 했어도, 나름 긍정적인 활약도 많이 했어.”


과거 강도 귀족이라 불리던 대부호들이 돈만 된다고 하면 온갖 더러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는데, 이들에게 영합하여 폭력을 행사한 존재들이 바로 핑커톤이었다.


[저 불쌍한 고아의 이야기를 들어 보렴, 아빠가 핑커톤에 살해당했단다.]


오죽하면 19세기 미국에서 유행했던 노래 가사에 저런 가사가 있었을까.

그럼에도 핑커톤으로 인해 과학적인 수사와 경비의 개념이 최초로 정립된 점, 남북전쟁 이후 제임스-영거 갱, 돌턴 형제, 부치 캐시디의 와일드 번치 등의 유명한 무법자들을 추적해 체포 및 사살하거나 그들이 미국을 버리고 볼리비아로 도피하도록 만든 것이 핑커톤이다.


“서부 영화에 가끔 등장하지."

“갱스터를 미화해서 핑커톤이 마치 악당처럼 오해될 때도 있는데, 분명 당시에 핑커톤은 과학수사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것이 맞아.”


암튼 미국의 경비·경호업은 꽤나 성업 중이다.

다만 Pinkerton, Burns 같은 오래된 역사를 가진 탐정업체들은 커다란 덩치만큼이나 인수를 타진하는 기업이 없었다.

일단 인수금액이 만만치 않았다.

법률적 제약 때문에 기업의 높은 성장도 기대할 수가 없기도 했다.

그런 사정들에도 불구하고 매튜와 캐서린 남매는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Pinkerton과 접촉해 인수협상을 벌였다.

뉴욕 본사를 포함해 미국의 주요 도시의 지점들, 홍콩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사, 멕시코와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중남미 지사, 유럽에는 영국, 독일, 체코 지사 등 100개가 넘는 지사의 5,000명의 직원과 트레이닝 센터 같은 자산까지 해서 총액 2.9억 달러에 합의를 도출했다.

채권발행으로 2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고 저금리로 인해 은행대출금 상환 부담도 적은 상황이다.

Garam Invest는 G&P까지 끌어들여 창립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한국에 만든 보안회사도 이쪽으로 합병시킬까?”

“아니야. 한국의 나래안전시스템은 별개의 회사로 운영하게 내버려두려고.”


나래안전시스템은 류지호가 투자만하고 경영이나 회사 내부 분제에 일체 관여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렇다면 Pinkerton Corp을 한국에 진출 시키는 것은?”

“한국 보안경비 시장이 걸음마 단계이기도 하고, 관련 법률이 미비해서 좀 더 기다렸다가 들어가도 돼. 나래안전시스템과 제휴를 맺어서 우회해서 들어가도 되고.”

“CEO는?”

“데본 테럴.”

“COO(최고 업무 책임자)가 아니고?”

“데본 같은 인재를 자잘한 조사업무로 낭비시키는 것도 좀 그랬어. 내 곁에는 Don이 남아서 보좌하는 것으로 충분해.”

“어차피 Pinkerton에서 조사업무를 모두 대행할 거라서 상관없으려나....”


당장 데본 테럴을 Pinkerton Corp의 최고경영자로 보낼 것은 아니다.

인수합병한지 얼마 안 돼서 점령군처럼 회사 내부를 휘젓는다면 기존의 임직원들의 기분이 좋지 않을 테니까.

해군 장교 출신이자 CIA 간부 출신이 최고경영자로 간다면 내부적으로 반발은 없을 것이다.

다만 미국의 행정당국이 이번 거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찝찝했다.


“이번에도 형의 가문과 파커의 인맥이 필요할 것 같아.”

“워싱턴이 신경 쓰여?”

“아무래도 한때 노조탄압으로도 악명을 떨쳤던 회사니까. 준군사조직의 면모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고.”

“그쪽 사업에서 완전 손 뗀지가 언젠데.....”


이제는 PMC뿐만 아니라 노동자 파업에 관여하는 것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주력 사업인 탐정 업무로 인해 FBI와 간혹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도청 같은 불법행위들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에게 LA 한인타운 지점과 실리콘밸리 진출에 최우선적으로 업무를 배당하라고 해줘.”

“알겠어.”

“내가 웨스트우드로 돌아올 때까지 LA지점 문제가 처리 되어 있었으면 좋겠어.”

“데본이 알아서 잘하겠지.”


한인타운 문제로 인해 뜻하지 않은 지출이 발생했다.

사실 보안경비업체를 사들일 이유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LA폭동에 대한 스트레스가 꽤나 류지호를 괴롭혔다.

사건 자체를 막을 수 없다면 피해를 최대한 줄여볼 수밖에.

지금은 준군사조직의 면모를 많이 상실했다고는 하나 Pinkerton Corp.은 수천 명의 전투요원을 고용하고 있는 경호경비업계의 대기업이다.

그런 기업의 지사가 한인타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면.

합법적으로 무장한 병력이 한인타운의 자사 시설을 보호한다면 분노에 찬 약탈자들도 조금은 주춤하지 않을까.

법적으로 무장병력이 상주하는 사무실이 도심에 위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지 알 순 없지만.


“순진한 생각일지도.....”

“뭐라고?”

“아니야, 아무것도.”

“한국 잘 다녀오고.”

“수고해. 형.”


류지호는 Pinkerton Corp. 인수합병이 잘 마무리 된 것까지 확인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가족과 약속한 대로 여름방학을 집에서 보내기 위해서다.


✻ ✻ ✻


류지호는 귀국하자마자, 시차적응을 위해 하루를 쉬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부모님 두 분이 따라 나섰다.


“훈련소 입소도 아니고, 신검 받으러 가는데 부모님이 따라가시면 남들이 흉봐요.”

“그래도 집안에 큰일인데....”

“누구나 다 가는 군대잖아요.”


계속해서 따라 나서는 심영숙을 겨우 떼어냈다.

입대하는 것도 아니고, 징병검사장에 부모님이 같이 갔다가는 나중에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터.

류지호는 가온 웨딩에서 내준 각 그랜저를 타고 수원 병무청으로 향했다.


“과장으로 승진한 거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에 류지호 가족의 안전을 염려한 신효정이 고용했던 최영민이 어느새 과장으로 승진했다.


“앞으로 한국에서는 최 과장이 경호팀을 책임지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티노.”

“예. 보스!”

“미스터 최에게 업무를 인계하고 웨스트우드로 복귀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한국에서 거구의 외국인 경호원을 대동하고 다니면 시선을 끌 수밖에 없다.

전부터 인연이 깊은 최영민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편했다.

아직 인천병무지청이 생기기 전이다.

따라서 수도권 지역 신검대상자는 수원지방병무청이나 의정부지방병무청에서 징병검사를 받았다.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병무청에 도착한 류지호의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아!”


자신 또래의 수백 명이 바글댔다.

그 풍경에 동화되기가 류지호로서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상전처럼 구는 공무원들의 태도에 짜증이 치밀기도 했다.

류지호는 옷을 전부 벗고, 진청색 티와 요상한 색깔의 사각 팬티로 갈아입었다.

복도에서 또래 청년들과 함께 대기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검사는 한 시간이 훌쩍 넘었음에도 끝날 줄 몰랐다..

함께 검사를 받는 이들이 200명이 넘었기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한 곳에서 징병검사관의 짜증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신검을 받고 있던 청년이 기합이 바짝 들어 우렁차게 외쳤다.


“죄송합니다!”


류지호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검사를 받고 있는 자신들은 징병검사관에게 저자세를 보일 필요가 없다.

병역판정검사장에 있는 의사들은 군인이 아니다.

자신들이 앞으로 갈 부대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기합이 들어 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팬티 내리고 좌우로 벌립니다.”

“....네?”

“신검 때 항문검사 하는 것도 몰라요? 빨리 내립니다!”

“아이 씨!"


이 당시만 해도 팬티를 내려 항문검사와 고환검사를 했다.

잔뜩 인상을 구긴 류지호는 순순히 지시하는 대로 따랐다.

속에서 욱하는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류지호, 1급, 1급 복창!”


징병검사관이 신체검사 등급을 복명복창시켰다.

당연한 말이지만 류지호는 그냥 무시했다.


“어이 거기! 복명복창 안 해?”

“왜 해야 합니까?”

“뭐?”

“여기가 군대입니까? 거기 검사관님 군의관입니까? 제가 현재 군인신분입니까? 민간인한테 왜 이래라 저래라 합니까?”


가뜩이나 짜증이 가득했던 류지호다.

겨우 징병검사관 나부랭이가 이래라저래라 명령조로 말하고 시비를 걸자, 짜증이 폭발해버렸다.

류지호는 이들의 행태를 굳이 따를 필요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너! 이 새끼! 제일 빡센 대로 보내줄까?”

“댁이 무슨 자격으로요? 그리고 지금 병무청 임시채용 직원이 병역비리를 스스로 실토하는 겁니까? 이 많은 사람 앞에서? 검사관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뭐, 왜, 왜?”

“왜긴 왜입니까? 민원 넣으려고 그러지. 알려줄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알아서 민원 넣고, 진정도 넣도록 하겠습니다.”


류지호는 말문이 막혀 입만 벙긋대는 검사관을 뒤로 하고, 징병검사장을 빠져나왔다.

옷을 갈아입고, 그길로 민원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티노와 최 과장이 수행했다.


후다닥.


류지호에게 언성을 높였던 검사관이 달려왔다.


“하, 학생!”

“뭡니까?”

“....그, 그게....”


건장한 체격의 두 경호원을 힐끗거린 검사관이 ‘어버버‘거렸다.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여기 신검 받는 청년들 군인 아니고 민간인입니다. 고압적인 명령에 따를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친절함은 기대도 안하지만, 군인처럼 대하지 말아주십시오.”


류지호는 검사관을 지나쳐 민원실로 향했다.


“수고하십니다. 문의할 게 있는데요....”

“뭔 일이야?”


류지호는 공무원의 쌀쌀맞은 태도에 또 다시 한바탕 엎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최 과장이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 박스를 직원에게 건넸다.

그런 후 류지호를 대신해서 가능한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카투사 지원 자격과 시험일정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현재 해외유학중이라 입대 날짜 조정과 입영연기가 언제까지 가능한지도 알고 싶습니다.


직원은 쌀쌀맞은 태도를 버렸다.

해외유학이라는 말에 반응한 것이다.

이 당시만 해도 유학은 아무나 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직원이 류지호의 옷차림과 모습을 눈으로 훑으며 물었다.


“해외? 어디?”

“UCLA에 다니고 있습니다.”

“거기 미국에서 유명한 대학 아닌가? 공부 좀 했나봐?”


류지호는 말을 아꼈다.

대신 최 과장이 슬쩍 비서처럼 보좌하는 시늉을 해보였다.

마치 류지호가 대단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는 듯.

이후로 직원은 비교적 성실하게 류지호의 물음에 답을 했다.


“친절한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마침 카투사 시험 지원기간이라 미리 준비해온 서류들을 접수했다.

9월에 시험을 치를 것이란 안내까지 들을 수 있었다.

발표는 11월.

시험에 합격하면 빠르면 12월, 혹은 내년 1,2월에는 입대할 것 같았다.


‘음... 겨울 군번....’


겨울에 입대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복학 시점이 애매했다.


“....!”


수원지방병무청을 떠나려던 류지호가 슬쩍 뒤를 돌아봤다.


‘야료 부려봐라. 확 미국 시민권 얻고 만다!’


류지호에게 작은 핑계거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병역회피를 위한.

그만큼 군입대에 대한 류지호의 심정이 복잡했다.


❉ ❉ ❉


인천으로 돌아온 류지호는 쉴 틈이 없었다.

가장 먼저 강화도의 외가를 방문했다.

외가 어른들께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걸 보여드렸다.

다음으로 사인방 부모님을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


“아네모네 소주방 인테리어는 아저씨가 다 도맡아서 하신다고요?”

“덕분에 회사도 번듯해졌고. 먹고 사는데 걱정 없다.”


안정적으로 프랜차이즈에 안착한 아네모네 소주방 공사를 고성재 회사가 전부 책임졌다.

고우찬의 아버지 고성재는 여전히 술을 마시면 주사가 심했다.

그럼에도 전에 비하면 완전 다른 사람이 아닌가 할 정도로 얌전해졌다.


“신촌과 강남점은 매출이 괜찮다고 하던가요?”

“말도 마라. 대박 났어. 그 여세를 몰아서 부산하고 대구에도 점포가 들어갈 예정이란다.”

“내년 하반기에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본격화 될 것 같네요.”

“나야 모르지.”

“수고하세요.”

“밥이라도 한 끼 먹여서 보내야 하는데....”

“어른들이랑 일일이 식사하다보면 저 배 터져 죽을 걸요.”

“고생해라.”


사인방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린 후에 주안으로 이동했다.

가온 웨딩 스튜디오 주안점은 시민회관 인근의 넓은 평수로 확장 이전했다.


“틈틈이 예술사진 작업도 하는 거죠?”

“봄에 개인 전시회도 열었다. 다 네 덕분이다.”


가온 웨딩 주안을 책임지고 있는 박상우가 겸양을 떨었다.


“제가 뭐 해드린 것도 없는데요, 뭘.”

“대만에도 보내주고 뉴욕으로 불러줬잖아.”

“회사 사정이 더 나아지면 일본이나 유럽 가는 연수프로그램도 고민해 보세요.”

“그래도 돼?”

“광고사진 분야로 넘어가는 가온 출신 포토그래퍼가 없으리란 법도 없잖아요.”

“가온이 사진학교는 아니지.”

“우리 포토그래퍼가 제 아무리 예술적인 웨딩사진을 찍으면 뭐해요. 그걸 사람들이 예술적으로 볼 줄 알아야죠. 우리나라 예비부부들의 예술적 안목이나 수준이 높아지면 웨딩 업계 수준도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서로에게 좋은 거죠.”

“네가 알아서 큰 그림을 그리겠지만. 괜히 죽 쒀서 남 주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가온 웨딩이 한국 웨딩포토의 사관학교라고 불리면 좋지 않겠어요? 한 십 년 후에 형님이 그 사관학교의 교장선생님이란 호칭을 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에이~ 그건 아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싱글벙글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박상우다.

가온 웨딩 스튜디오 주안점을 나선 류지호는 이후로 인천 지역의 예식장을 일일이 돌며 관계자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류지호가 처음 웨딩비디오 사업을 시작할 때 많은 도움을 받은 어른들이었기에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인천에서 큰 인물이 나왔어.”


만나는 사람마다 류지호를 한껏 추켜세웠다.

가온 웨딩 스튜디오와 WaW 픽처스의 눈부신 성장이 각종 매체를 통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걸쳐 인천에서 인사할 곳과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다녔다.

그런 후 서울 신사동으로 향했다.

지난겨울에 신사동 가온 웨딩 스튜디오가 가로수길 쪽으로 이전했다.

기존 건물은 WaW 픽처스와 나래 안전시스템이 사용하고 있다.

류지호를 태운 차량이 건물 앞에 멈추자, 입구 한쪽에 만들어진 경비사무실에서 건장한 사내가 튀어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아, 네. 수고가 많으시네요.”


초창기 멤버들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회장님 호칭이 나왔다.

그 호칭을 들을 때마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듣다보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건물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관계로 걸어서 층마다 사무실을 들렀다.

임건희 사장 집무실에서 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눴다.


“안기부가 말입니까?”

“LA총영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요원이 나와 관련한 동향을 조사해 보고하는가 보더군요.”


영사관은 사증 발행, 증명서 발행, 자국민 보호, 타국의 정보 수집, 그 나라와의 친선 관계, 국제회의와 교섭의 준비 등을 맡아서 한다.

참고로 대사관이 주재국의 수도에만 두는 것과는 달리 영사관은 주재국의 수도에서 떨어져 있는 도시에 설치된다.

또한 대사관은 국가승인을 해야 설치할 수 있지만 영사관은 국가승인 없이도 설치할 수 있다.


“영사의 첫 번째 임무가 자국 및 자국민의 이익보호입니다. 때문에 과거부터 대체로 경찰 외사과 간부를 파견했었는데, 외교업무가 강화되는 기조에 따라 외교통이 파견 나가는 추세로 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도 안기부 도청팀에 대해 알고 계시죠?”

“......”


임건희 사장은 대답을 삼갔다.

안기부, 기무사, 검찰 공안부, 경찰 정보과에는 비밀 도청팀이 운영되고 있다.

목적과 임무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도청이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안기부 차원의 정보수집 과학화 방침에 따라 미림(美林)이란 비밀 도청팀이 새롭게 조직을 정비하고 있었다.

극히 일부만 아는 정보다.


“모른 척 하는 것이 좋아요.”

“어떻게 모른 척 하겠어요. 가온도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임건희 사장은 네 주제에 정권 차원에서 감시·감독할 깜이 되냐고 말할 수 없었다.

할리우드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영화사를 소유한 인물이 바로 눈앞에 있는 앳된 청년이다.

게다가 주 사업 분야가 대중문화예술업이다.

권력이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릴 때 가장 써먹기 쉬운 것이 대중적 관심이 높은 연예계 이슈다.


“가온 계열 사무실에 도청 및 감청 감시 활동을 강화하도록 하지요. 또한 전직 안기부 출신 직원들을 통해 도청 대상들이 자주 이용할 법한 여의도와 무교동 일대 한정식 식당과 호텔, 골프장, 룸살롱에 대한 리서치를 해보겠습니다. 리스트가 만들어진 후에 회장님 동선에 대한 조정을 하는 것으로 하지요.”


참고로 미림팀의 광범위한 도청이 가능했던 것은 한정식집이나 호텔 음식점 등 도청 대상 주요 인사들이 자주 찾는 업소의 지배인·종업원을 포섭해서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들 식당, 호텔, 골프장, 룸살롱 등의 종업원들에게 안기부 직원들이 접근, 포섭하여 신뢰감이 쌓이면 도청, 녹음, 감청하는 방법을 직접 가르치거나 특수 요원을 파견하여 가르쳤다.

사회적 신분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류지호 역시 언제든 도청이 이뤄지고 있는 업소를 들락거릴 수가 있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걷는다고,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다.


“이제 막 사업 조금 벌린 녀석이 너무 앞 서 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아닙니다. 미리 대비를 해두어서 나쁠 것이 없습니다.”

“스스로 행실과 언행을 조심하겠지만, 나로 인해 가온에 피해가 가질 않길 바랍니다.”


과거 율산이나 국제그룹을 망하게 한 것처럼 권력과 기득권이 제 마음대로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순 없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긴 했다.

그럼에도, 작정하고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한국에 인맥이나 뒷배가 없는 류지호디.

한국의 사업들이 어느 정도 위상을 갖출 때까지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끄덕.


임건희 사장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대단한 오성그룹조차 ‘X파일’이 만들어질 정도 미림팀에게 속수무책이었지.‘


겉으로는 민주주의 국가로 나가는 것 같아 보인다.

여전히 이 사회의 이면에는 야만이 자리하고 있다.

그 야만은 앞으로도 꽤 오래 계속된다.

류지호는 임건희 사장과 십여 분 더 환담을 나누고 맨 꼭대기 층에 있는 WaW 픽처스로 올라갔다.

건물 한 층 전체를 WaW 픽처스가 사용하고 있다.

사무실 벽에는 지금까지 WaW 픽처스가 배급한 영화들의 포스터가 패널로 만들어져 걸려있었고, 수입/배급/기획/제작/경리/운영/홍보 등이 파티션을 이용해 부서별로 분리되어 있다.

사무실에는 오동석 실장과 처음 보는 젊은 여직원 몇 명만 보였다.

오동석이 류지호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감독님!”

“잘 지냈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직원들은 오늘 처음 보시죠?”


오동석이 세 명의 여직원에게 먼저 류지호를 소개했다.


“여기 이분이 WaW 픽처스와 가온 웨딩의 회장이신 류지호 감독님이세요.”

“안녕하세요. 감독님!”


세 여직원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해왔다.

20대 여성들에게 폴더 인사를 받고 있으려니 류지호는 괜히 겸연쩍었다.

류지호가 특유의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동석이 제일 먼저 얼굴을 살짝 붉히는 여직원을 소개했다.


“여기 유세연씨는 경리를 보고 있습니다.”


류지호가 유세연에게 악수를 청했다.


“반가워요. 세연씨.”

“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유세연은 류지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며 악수를 나눴다.

곧이어 오동석이 남은 두 여성을 차례로 소개했다.


“여기 두 여성은 해외배급팀 신입사원입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김은영이에요.”

“윤정아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둘 모두 아담한 체구의 전형적인 한국 여성의 외모를 하고 있었지만, 패션, 헤어스타일, 화장법 등이 꽤나 개성이 넘쳤다.


“참고로 두 여성 다 유학파입니다. 은영씨는 프랑스에서 공부했고, 정아씨는 미국에서 공부했습니다. 전공은 영화와 관련이 없지만, 언어 능력과 해외 바이어와의 커뮤니케이션 가능성을 보고 채용했습니다.”


오동석의 소개를 들으며 류지호는 두 여성을 관찰했다.

둘 모두 당당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네!”

“나중에 WaW 식구들 전부 함께 저녁식사 하죠.”


윤정아가 당돌하게 물었다.


“맛있는 거 사주시나요?”

“하하. 메뉴는 여러분이 의논해서 정하세요. 뭐든지 먹고 싶은 걸로. 내가 쏩니다.”

“네에!”

“자, 이제 자리로 돌아가서 업무 보세요.”


오동석이 여직원들을 해산시켰다.


작가의말

습작에서는 LA지역의 작은 경비업체를 인수했습니다만. 매튜가 2억 달러 채권도 발행하고 연방준비제도의 저금리 기조로 인해 대출에 대한 부담도 없고. 의형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대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단순히 탐정 및 경비회사를 인수한 차원이 아닐 것 같습니다. 핑커톤은 미국의 주요 대형로펌과 계약을 한 업체이기 때문에 정부 로비, 기득권 네트워크 형성 등에서도 주인공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창업멤버 데본 테럴을 조금 등한시 한 경향이 있었는데, 리메이크에서는 좀 더 역할이 증대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PS. 바이요님, 메노키오님 후원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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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만능이 되어볼까 합니다. (2) +10 22.06.03 6,212 190 26쪽
181 만능이 되어볼까 합니다. (1) +8 22.06.02 6,275 169 23쪽
180 가진 것이 없어도 가치 있게 살아라. +13 22.06.01 6,293 191 27쪽
179 할리우드 파티는 비즈니스의 연장선. (2) +9 22.05.31 6,255 177 25쪽
178 할리우드 파티는 비즈니스의 연장선. (1) +6 22.05.30 6,400 177 23쪽
177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다! (4) +7 22.05.28 6,362 181 26쪽
176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다! (3) +9 22.05.27 6,308 181 25쪽
175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다! (2) +4 22.05.26 6,287 179 21쪽
»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다! (1) +13 22.05.25 6,429 184 24쪽
173 우리는 항상 승자 쪽에 있어야 한다! +5 22.05.24 6,495 180 25쪽
172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5) +11 22.05.23 6,514 200 24쪽
171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4) +7 22.05.23 6,257 165 21쪽
170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3) +8 22.05.21 6,672 177 25쪽
169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2) +7 22.05.20 6,638 188 25쪽
168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1) +6 22.05.19 6,668 179 23쪽
167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7) +9 22.05.18 6,280 191 24쪽
166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6) +5 22.05.17 6,336 167 23쪽
165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5) +7 22.05.16 6,328 174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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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3) +6 22.05.13 6,367 159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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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1) +9 22.05.11 6,714 179 22쪽
160 클레르몽-페랑(Clermont-Ferrand). +8 22.05.10 6,773 18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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