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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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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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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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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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프랑스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친 류지호와 경호원들이 LA가 아닌 뉴욕으로 날아왔다.

G&P의 귀퉁이를 빌려 쓰던 가람 인베스트먼트 컴퍼니가 독립된 사무실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매튜가 널찍한 사무실 안쪽 방으로 류지호를 안내했다.

손수 사무실 문을 열어준 매튜가 자랑하는 투로 물었다.


“어때?”


류지호가 안으로 들어서며 짧게 대답했다.


“좋네.”

“그게 다야?”

“돈을 많이 들였나 봐?”

“쾌적한 환경에서 업무를 봐야 능률이 오르지.”

“그건 그래.”


사무실은 전체적으로 심플한 인테리어에 모던한 느낌의 가구로 채워져 있다.


“제나가 젊은 오너의 취향을 고려했어. 스무 살 청년이 윌리엄의 집무실처럼 고리타분한 것도 이상할 것 같아서.”

“어른들의 집무실은 선대부터 물려받은 거고. 난 자수성가야.”

“그래 너 잘났다.”

“잘났지 그럼. 맷과 제나같은 유능한 직원을 거느리고 있잖아.”

“그건 동의!”


류지호가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법인명 변경 절차를 밟고 있다고?”

“몇 개월 걸릴 거야.”


기존 법인명은 너무 길었다.

때문에 Garam Invest LLC.로 변경하기로 했다.

주식회사(Corp.)로 바꾸는 문제는 류지호가 영주권을 취득한 후로 미뤄두었다.


척.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제나가 류지호 앞에 보고서를 놓았다.

류지호가 천천히 보고서를 넘겨봤다.

지난 이라크-쿠웨이트 전쟁기간 Garam Invest가 원유 선물거래에서 투자한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류지호는 일별 선물거래의 이익과 손실 부분은 빠르게 넘겼다.

중요한 포인트만 확인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박혀있는 총 수익률과 금액.

218.620.000$

2월 환율로 계산한 원화는 무려 1,500억 원.

뉴욕 상품거래소 하루 선물거래 총금액은 최소 20억 달러다.

그에 비하면 거대한 호수에서 물 한바가지 뜬 것에 불과했다.

다만 설립 1년도 되지 않은 신생투자회사가 이룬 성과라고 보기에는 엄청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휘유~”


류지호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졌다.

보고서에서 시선을 거둬들여 앞에 서있는 매튜와 제나를 바라보았다.


씨익.


매튜가 미소를 그리며 찡긋 윙크를 보냈다.


“수고했어.”


한동안 엉망진창으로 살며 스스로 삶을 내려놨던 매튜다.

그랬던 매튜가 엄청난 투자실적을 올린 것도 좋았지만, 유능하고 자신만만한 남자로 돌아온 것이 류지호로서 더욱 기꺼웠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류지호와 매튜가 손발을 잘 맞춘다면 미래에는 거대한 호수에서 펌프로 물을 길어 올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모두 회의실에 모여 있어요.”


제나의 말에 류지호와 매튜가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운 직원도 보강했다.

매튜가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는 여섯 명의 투자전문가를 소개했다.

모두 아이비리그 출신으로 고액연봉을 보장하고 데려올 수 있었다.

MBA를 마치고 월가에 들어오는 아이비리그 출신들은 통상 5만 달러에서부터 시작했다.

물론 실적을 내면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따로 챙겨갔다.

인상적인 것은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회사인 골드만대거스(Goldman Daggers)의 VP(Vice President) 출신의 노아 시거(Noah Seager)를 영입했다는 것이다.


“골드만대거스 VP 출신이면 연봉을 얼마나.....”


VP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부사장’쯤 된다.

얼핏 대단히 높은 직급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임원의 첫 단계정도다.

따라서 미국회사에서 일반 VP는 여러 명이 존재했다.


“E VP도 아니고.... 노아가 근무했던 골드만대거스에는 VP가 발에 차일 정도로 많아. 1만 명의 직원 중에 35%가 VP일 걸. G&P도 21% 정도가 일반 VP급이고.”


한국직장에서 부사장은 보통 1명이다.

말 그대로 사장에 이어서 넘버2 개념이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부사장은 미국에서 보통 C자가 붙은 사람들이다.

CFO(최고재무책임자)나 COO(최고운영책임자), CTO(최고기술책임자)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보통 Executive Vice President나 Senior Vice President의 직급이다

Garam Invest는 아주 작은 금융투자회사다.

따라서 직급이 매우 단순했다.

류지호는 인사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려고 했다.

매튜가 회의에 참석할 것을 권했다.


“난 주식투자나 경제에 대해 잘 몰라.”

“90년대가 시작되고 1년이 지났어. 저들이 미래를 전망하는 걸 잘 들어둬. 미래를 설계하는데 큰 도움이 될 테니까.”


류지호는 입을 다물고 가만히 직원들이 하는 대화를 지켜봤다.

여전히 미국경제는 블랙먼데이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다.

류지호는 일본의 거품경기가 꺼지고 10년간 장기침체를 겪는 것과 달리 미국이나 한국이나 호황이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물론 대한민국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수년간 그걸 극복하기 위해 힘겨운 날들을 겪었지만, 미국은 10년 이상 호황이었다고 기억했다.

헌데 저들은 경기 사이클상 불황으로 접어들 시기가 됐다고 한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1989년부터 미국의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이라크-쿠웨이트 전의 여파로 침체가 더 심각한 상태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도산한 미국기업의 수가 83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류지호 역시 신문 기사를 통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사실이긴 했다.

고심에 찬 표정을 짓고 있는 류지호가 중얼거렸다.


“미국의 호황을 이끈 산업은 전통적인 산업이 아닐 텐데...”


매튜가 물었다.


“뭐라고 했어?”

“아, 아니야.”

“미국에 호황이 온다고?”


회의실에 모여 있는 이들의 시선이 류지호에게 향했다.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은 류지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경제를 전공하지도 그 분야 전문가도 아닙니다만. 평소 경제 분야의 언론뉴스를 접하며 든 생각은 있습니다. PS는 윈도우 운영체계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하고 있고, 개인 PC 시대가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작년 발표한 월드와이드웹 또한 올 연말이나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일반에서 가동될 것 같고요. 군용으로 쓰이던 인터넷이 대중화 되는 시대가 곧 열릴 거라는 걸 시사하죠.”


노아 시거가 입을 열었다.


“하이테크 산업이 뜰 거라고 봅니까?”

“지난 주가대폭락 시기에 PS 주식을 매입한 G&P는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어요. IBT와 INTEG도 폭락한 주가를 많이 회복한 상황이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쪽 분야는 향후 10년 간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거기에 더해 정보통신 분야도 본격적으로 민간부분으로 확대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개인적으로 네트워크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하드웨어 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관심을 옮겨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직원도 있었고, 펜으로 노트를 톡톡 두드리며 고심하는 직원도 있다.

매튜가 입을 열었다.


“벤처 분야에 투자를 하고 싶은 겁니까?”


류지호가 되물었다.


“그 분야 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만한 곳은 있습니까?”


그 질문에 투자팀은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하긴 미국의 산업 전분야가 침체 국면인데다가, 취약한 지방은행까지 망할 판국이었기에 선뜻 투자를 할 만한 곳을 추천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류지호 역시 마찬가지긴 했다.

섣불리 기업과 주식에 투자를 하는 게 조금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난 이럴 때 일수록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튜가 강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경기침체, 불황일수록! 그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건실한 기업들의 가치는 더욱 커집니다. 다른 부실한 경쟁자들이 사라지면 살아남은 자들이 차지할 수 있는 몫은 더 커지는 법이니까요.”


류지호가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물었다.


“PS에서 다음 윈도우 버전은 언제 쯤 출시할거라고 하던가요?”

“5월에 출시할거랍니다.”


류지호는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애매하게 물었다.


“본격적으로 McIntosh와 경쟁하겠군요?”


파인소프트는 5월 말 윈도우 3.0을 릴리즈할 예정이다.

참고로 단 1년 만에 300만장 이상을 팔아치우게 된다.

류지호가 주목하고 있는 SanCisco도 네트워크 시장 점유율 1위답게 충분한 매출과 이익을 기록하는 중이다.

그 기업들은 컴퓨터 업계 전체가 송두리째 증발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업체들이다.

투자팀은 PS나 SanCisco 등의 기업에 대해서 류지호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다만 류지호만큼 그 기업의 미래에 확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류지호의 면전에서 대놓고 반대를 하지는 않았다.

결단을 내린 매튜가 분위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먼저 PS에 대해서 최근 주가의 평균매입가로 3,000만 달러를 투자합시다. SanCisco에도 현 주가의 플러스 마이너스 5% 안쪽에서 2,000만 달러를 투자합니다.”


이즈음 PS의 시가총액은 80억 달러 정도, SanCisco는 7억 달러 정도다.

SanCisco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한다는 것은 대주주가 되겠다는 의미다.


“UOL, QualTech, Timely 등이 NYSE에 IPO 되기 전에 접촉해서 투자의향을 전달해 보세요.”


당연히 IPO(증권거래소 기업공개)하기 전에 투자를 할 수 있으면 적은 자금으로 주식을 확보할 수가 있다.

굳이 기업의 상장 시점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류지호가 말을 보탰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인디배급사 설립 TFT로부터 파라맥스 자료가 넘어올 겁니다. 진지하게 검토해보세요. 인수 작업은 트라이-스텔라와 함께 보조를 맞추면 됩니다. 아참! VFX 회사도 인수하거나 투자할 회사가 있는지 알아봐 주시고.”

“LMI 같은 회사 말입니까?”

“맞아요. 그와 더불어 실리콘밸리 쪽으로도 관심을 기울여 주실 것을 당부 드려요. 비단 VFX기술 분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신기술을 가지고 있는 벤처기업이라면 미래를 보고 투자를 했으면 합니다. 조사부가 여러분을 도울 겁니다. 그들이 가져오는 정보를 토대로 미래가치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것은 모두 여러분 몫입니다.”


류지호가 빠른 어조로 향후 투자방향을 이야기 했다.

당장 이들이 운용할 자금이 1억 달러다.

그 외에 회사 운영비를 제외하고 남은 돈은 모조리 영화에 투자한다고 했다.

시종일관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하는 류지호다.

투자팀원들은 류지호의 자신감에 어안이 벙벙했다.

어떻게 스무 살 된 청년이 1억 달러 투자운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저렇듯 자신할 수 있는지.


‘어려서 너무 큰돈을 벌었기 때문일까.’

‘정말... 특이한 보스구나. 걱정은 되지만...’

‘대체 이 회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투자팀원들은 우려 반 기대 반 류지호의 속사포 같은 지시와 당부를 경청했다.


‘진짜 제임스 말처럼 지호가 예지능력 같은 걸 갖고 있나?’


매튜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듯 피식 웃고는 정신을 다잡았다.


‘내 동생은 영화감독이 아니라 사업가가 되어야 하는데.....’


매튜는 류지호가 영화감독보다 사업가로 더욱 재능이 있다고 믿었다.

단편영화제에서 상도 받으며 제법 두각을 나타낼 것 같긴 하지만, 사업에 올인하면 더욱 크게 성공할 것만 같았다.

그는 이 똘똘한 의동생 녀석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했다.

과연 그 끝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성공일까, 아니면 누구보다 화려한 파멸일까.


❉ ❉ ❉


‘확실히 옳은 선택이었어.’


류지호가 지난 한 쿼터를 경험해보며 느낀 것이다.

왜 유학을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수업을 진행할 때 다른 학생과 토론하며 경쟁하는 구조다.

한국식 교육에 비해 발달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대학은 모르지만 류지호가 경험한 UCLA는 화끈하게 놀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학구열을 불태우는 분위기다.

다만 그 환경이 류지호에게 꼭 도움이 되고 있는가는 따져 볼 문제다.

환경이 아무리 발달되었다고는 하나 결국 대학은 학업의 연장선일 뿐.

배움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유익한 공간임에는 분명하다.

사실 류지호에게 일반적인 배움은 큰 의미가 없다.

이미 한 번의 삶을 살면서 학교에서 배울 만한 것은 대부분 배웠다.

삶 자체가 경험이기도 했고.

사실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보다 직접 행하며 깨우치는 것이 류지호에게 이로울지도 몰랐다.

류지호가 UCLA에 입학한 것은 그게 이득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학벌, 인맥, 새로운 환경 등.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온 후로 류지호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제는 또래 학생들과 경쟁하는 환경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수들의 수업의 질도 훌륭하고, 과제와 선행학습에서 하는 공부도 나름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다만 대학이란 것이 결국 허울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미래가 안개 속에 싸여있을 때야 사회생활을 위해서 남들이 원하는 기준을 갖춰야할 필요가 있었다.

이젠 아니다.


‘학점? 대학 졸업장? 받으면 좋고 아니어도 아쉬울 것이 없어.’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오고 나서 많은 시간이 흘렀을 것 같지만, 류지호는 이제 겨우 20살이다.

하나의 목표를 정해 정진함에도 어려움을 겪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류지호는 선택지가 많은 삶을 살고 있다.

일단 학업 성적과 등록금에 큰 부담이 없다.

때문에 학교 수업 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여유가 있다.


‘가장 좋은 공부는 직접 영화를 찍어보는 것이지.’


UCLA 영화과는 2학년 마지막 쿼터에 전공이 정해진다.

교수들은 전공을 원하는 학생이 대학에서 쌓은 영화 포트폴리오를 심사해 전공을 허가한다.

학생은 한 작품 이상에서 자신이 전공하고 싶은 분야의 경험을 해봐야 한다.

류지호는 전공심사는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 성장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대학에서 시간을 써야 할지 명확한 설정이 없었던 것에 대해 반성했다.

한 쿼터를 경험하면서 UCLA와 미국 생활에 대해 적응을 마쳤다.

그렇다면 자신만의 수련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일종에 폐관수련이야.’


경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수련에만 집중하는 시간.

뭔가 대단한 작품을 내놓을 필요는 없다.

혼자서 기획부터 현상까지 모든 분야를 두루 경험해 볼 작정이다.

당분간 뉴욕의 Garam Invest와 영화 사업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런 판단을 내린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늑대와 춤을>의 흥행이다.

첫 주 박스오피스는 다른 대작영화들에 비해 소소했다.

제한상영(limited release)으로 시작했으니 매출이 높을 리가 없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애가 탔었지.’


헌데 제6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늑대와 춤을>이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촬영상, 각색상, 편집상, 음악상, 음향상 등 7개 부문을 휩쓸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 외에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미술상, 의상상 등 모두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확실히 아카데미 프리미엄은 무시 못했다.

유럽에서 들려온 소식으로 인해 류지호의 근심을 일거에 날려버렸다.

<늑대와 춤을>이 유럽에서 소위 터졌다.

대박이 난 것이다.

미국인들은 자막을 보는 것을 싫어한다.

영화는 볼만한데 자막을 봐야 하는 불편함.

그것이 <늑대와 춤을>이 북미에서 폭발적인 흥행을 못하는 걸림돌이었다.

그런데 미국 외의 국가에서 자막을 보는 것은 큰 걸림돌이 아니다.

어차피 할리우드 영화를 관람할 경우 외국에서는 자막을 보거나 자국 언어로 더빙된 영화를 봐야했으니까.

북미에서 가장 강력한 흥행작은 <나 홀로 집에>다.

제한 상영으로 시작한 <늑대와 춤을>은 스크린이 2,000여 개로 늘어나면서 꾸준히 10권을 유지하고 있다.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는 오르지 못했다.

다만 지속적으로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점.

그로인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지 못한 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둔 영화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참고로 <늑대와 춤을>의 최종 박스 오피스는 북미 1.8억 달러, 전 세계 4.2억 달러다.

배급만 담당했던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는 뒤늦게 후회를 했다. Garam Invest처럼 늦게라도 투자를 했다면 꽤나 쏠쏠한 수익도 얻고, 저작권 일부도 얻을 수 있었을 테니까.

380만 달러를 투자한 Garam Invest는 최소 2,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그 외에 지난 1월에 개봉한 캐롤코 제작 영화 <LA Story>가 선전을 하고 있다.

개봉 첫 주말에 660만 달러를 벌어들인 이후로 4월말 현재도 스크린 수 대비 썩 괜찮은 관객 동원을 보여주고 있다.


‘양들의 침묵!’


굳이 류지호가 확인해 볼 것도 없다.

2월 14일 개봉해 첫 주말 박스 오피스는 1,400만 달러.

약 2,000만 달러 예산이 들어간 <양들의 침묵>은 한 달 안에 투자금과 배급비용을 모두 회수할 가능성이 높았다.

참고로 <양들의 침묵>은 10월 10일 극장에서 내려오기 전까지 북미 1.3억 달러, 전 세계 2.7억 달러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하게 된다.

부가시장에서 박스오피스의 몇 배의 수익을 거둬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재정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한국의 WaW 픽처스 상황도 놀라울 정도다.

장기 상영 중이던 <사랑과 영혼>과 <다이 하드Ⅱ>와 경쟁할 수밖에 없었던 <토탈 리콜>은 두 직배영화만큼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서울에서만 65만 명을 동원했다.

동시 개봉한 나머지 전국 상영관 12개를 포함하면 무난하게 100만 명은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참고로 서울 개봉관 기준 <사랑과 영혼>은 무려 168만 명, <다이하드Ⅱ>는 77만 명을 동원하게 된다.

또한 <사랑과 영혼>은 1979년 <취권>이 세운 서울시내 최다관객 기록 92만 명을 가뿐히 넘어서며 1998년 <타이타닉>에 의해 깨어지기 전까지 외국영화 사상 최다 흥행 기록이 된다.


“돈이 돈을 버는 구나.”


자신이 한 번 살아보며 알고 있는 사실과 전문가들의 역량이 서로 시너지를 발휘했다고는 해도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돈을 버는 것임이 틀림없다.

어쨌든 Garam Invest 또한 원유 선물거래에 이어 주식 및 채권에 투자하고 벤처파이낸싱까지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 분야에 정통한 의형 매튜 그레이엄이 잘 꾸려갈 것이라 믿었다.

그런 이유들로 류지호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단편영화 작업에 집중 할 수 있게 됐다.


❉ ❉ ❉


류지호는 필름 카메라 작업 전에 가볍게 몸풀기부터 해볼 생각이다.

비디오캠으로 3분미만의 초단편을 찍어보기로 했다.

5분 이상 러닝타임의 단편영화만 필름 작업을 할 예정이다.

장비와 편집 부분은 UCLA에서 지원 받는다고 하더라도 5분 미만의 영화를 굳이 필름으로 작업할 이유는 없다.

강의가 끝나고 TV·연극·영화과의 장비 보관소를 찾아갔다.

장비실 담당 교직원 게리에게 비디오캠 리스트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호! BVW-300까지 있네.“


리스트에서 베타테이프를 사용하는 소닉의 전문가용 카메라 BVW-300을 발견했다.

베타캠(BETACAM)과 디지베타(Digibeta) 사이에 출시된 카메라다.

기존 베타캠에 비해 무게도 가벼워졌고, 아날로그 카메라에서 디지털비디오로 넘어가기 직전 단계의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작년 말 윤종원 팀장의 요청으로 가온 웨딩 스튜디오도 한 대 구입했다.

VHS 비디오와 8mm로 주로 작업하는 웨딩 촬영이었지만, 일부 상류층에서 좀 더 고품질의 웨딩비디오를 의뢰하기도 했다.

부유층이 베타캠을 요구하는 것은 품질보다는 결혼식 당일 폼 나기 때문이다.

암튼 전공생이 아니어서 장비 렌탈이 가능할지 반신반의한 것이 사실.


“BVW-300 렌트 가능해요?”


교직원 게리가 미심쩍은 얼굴로 물었다.


“다룰 줄 알아?”


전공생도 아닌 신입생이다.

홈비디오 카메라도 아니고, 전문가용 카메라를 쓰겠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내게는 장난감일 뿐이에요.”


한국의 연극영화과에서는 촬영 장비와 시설 관리를 주로 조교와 학생이 한다.

미국 대학은 거의 대부분 교직원이 관리했다.


“....흠.”


게리는 잠시 갈등했다.

신입생이 요구한 장비는 소위 신상이다.

영화 <미저리>로 흥행에 성공한 제작자겸 영화감독 노만 라이너가 모교 후배들을 위해 최근에 기증한 카메라다.


“게리, 일단 카메라 가져와 보세요.”

“.....?”

“게리 눈앞에서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일게요.”


류지호는 장비실 담당 직원들 앞에서 베타켐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심지어 장비대여실 직원들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소소한 기능까지 꿰고 있다.


“혹시 전공자만 렌트가 가능한 거예요?”

“아니. 재학생은 누구라도 가능해.”


류지호는 카메라와 액세서리 일체를 빌릴 수 있었다.


“주말에 반납을 할 수 없는 것 알지?”

“넵.”


주말에는 당연히 교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다.

때문에 장비를 대여하거나 반납하기가 곤란한 점이 있다.

류지호가 익스플로러를 몰로 학교를 벗어나자 곧바로 티노와 말릭이 따라붙었다.


“보스. 다운타운으로 갑니까?”

“아마도....”


며칠 동안 LA의 다운타운을 돌아다녔다.

고가의 카메라를 어깨에 걸치고 있다고 해서 강도를 만날 일이 없다.

한 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경호원을 둘씩이나 데리고 다녔으니까.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PS. ydh9908님, kjs1520님 후원감사드립니다. 완결까지 성실 연재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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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만능이 되어볼까 합니다. (2) +10 22.06.03 6,212 190 26쪽
181 만능이 되어볼까 합니다. (1) +8 22.06.02 6,276 169 23쪽
180 가진 것이 없어도 가치 있게 살아라. +13 22.06.01 6,293 191 27쪽
179 할리우드 파티는 비즈니스의 연장선. (2) +9 22.05.31 6,255 177 25쪽
178 할리우드 파티는 비즈니스의 연장선. (1) +6 22.05.30 6,401 177 23쪽
177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다! (4) +7 22.05.28 6,362 181 26쪽
176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다! (3) +9 22.05.27 6,308 181 25쪽
175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다! (2) +4 22.05.26 6,287 179 21쪽
174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다! (1) +13 22.05.25 6,429 184 24쪽
173 우리는 항상 승자 쪽에 있어야 한다! +5 22.05.24 6,495 180 25쪽
172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5) +11 22.05.23 6,514 200 24쪽
171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4) +7 22.05.23 6,257 165 21쪽
170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3) +8 22.05.21 6,673 177 25쪽
169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2) +7 22.05.20 6,638 188 25쪽
168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 (1) +6 22.05.19 6,668 179 23쪽
167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7) +9 22.05.18 6,280 191 24쪽
166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6) +5 22.05.17 6,336 167 23쪽
165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5) +7 22.05.16 6,328 174 23쪽
164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4) +6 22.05.14 6,379 176 21쪽
163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3) +6 22.05.13 6,367 159 22쪽
162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2) +9 22.05.12 6,541 172 22쪽
»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영화다! (1) +9 22.05.11 6,715 179 22쪽
160 클레르몽-페랑(Clermont-Ferrand). +8 22.05.10 6,773 182 25쪽
159 괜찮은 인디배급사 하나 인수합시다! +14 22.05.09 6,875 182 30쪽
158 부자(父子)에게 부자(富者)란..... +8 22.05.07 6,895 184 23쪽
157 나 홀로 집에서 늑대와 춤을! (3) +6 22.05.06 6,866 187 26쪽
156 나 홀로 집에서 늑대와 춤을! (2) +9 22.05.05 6,863 19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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