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禍亂) : 전란의 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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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야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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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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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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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7화. 페일 남작의 고백(3)

DUMMY

“제 마음을 제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연주 양을 제 마음에 담아 연모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제 고백을 받아주시겠습니까?”


알고는 있었으나 느닷없는 고백의 타이밍.

연주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

그리고 한층 진지해진 눈으로 페일 남작을 보았다.


“그 말. 진심이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어째서 저인가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연주는 차를 한 입 마시고는 호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남작님께선 귀족이시지 않습니까? 왜 평민인 저를 보시는 겁니까. 다른 귀족의 영애들도 있을 텐데요.”


“제가 귀족들 사이에서는 없는 사람이어서 말입니다.”


“도성에서의 거래로 이제는 있는 사람도 아닌 찾아보아야 할 사람일 텐데요. 거기다 인연이 된다면 참한 아가씨를 부인으로 맞이 하실테고.”


연주의 말처럼 페일 남작은 도성에서 ‘연화’와의 협력으로 인해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모든 왕국민들이 손에 꼽는 비싼 브랜드의 의류가게의 협력자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다른 귀족들에게는 많은 수입을 얻고 굳이 힘 안 들여도 인맥을 만들고 싶어 하는 자리에 위치한 사람이 페일 남작이었다.

그와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의상도 빠르게 구매하고 페일 남작과 친분이 생기면 다른 귀족들과 만남도 가질 수 있으며 그의 재산도 빠르게 늘어나니 어떻게서든 만나고 싶어 했다. 자신들의 자녀를 이용해서라도. 그는 빠르게 권력을 잡아나갈 인물로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페일 남작은 그러한 만남과 청탁은 모조리 거부를 하고 영지에서 조용히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연희는 그러한 점을 이용해 물어본 것이었다.


“글쎄요. 저는 그런 기회주의자를 믿지 않는 주의라서요. 그들보다는 제 앞의 여인을 더 믿고 제 인생을 바쳐볼까 합니다만.”


페일 남작이 능구렁이 같이 들이대자 연주는 내심 이런면도 있었나 싶었다.

하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


“저에게 그렇게 쉽게 남작님 인생을 저당 잡을 기회를 주신다는 건가요?”


그 말을 들은 페일 남작은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성격과 마음씨는 알지만 그녀의 행동을 보아온 결과 그녀는 강단이 있고 자존심이 쎈 여인이었다.

먼 미래지만 그녀와 혼인하게 된다면 그녀의 말처럼 여타 다른 남편들처럼 잡혀 살지 않을까.

쓸데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지나갔다.


“그러면 저야 영광인걸요.”


“칫. 하여간 못하는 소리가 없네요.”


“그래서 저의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떠하십니까?”


연주는 자신을 쳐다보는 장화 신은 고양이를 닮은 남자를 보며 생각했다.

이만하면 오래 걸렸고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뭐 어디 한번 만나는 줄게요.”


연주는 빨갛게 오른 얼굴을 옆으로 휙 돌리며 새침하게 말했다.

그러한 대답을 받은 페일 남작은 마음 속에서 이미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얼굴이 달아오른 채로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부끄러운 듯 애써 시선을 피하는 그녀를 보면 평소보다 더 아름다웠고 귀여웠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놀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으로 가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


“무한한 영광이옵니다. 영애님. 제가 앞으로 잘 모시겠사옵니다.”


페일 남작이 자신을 놀린다는 사실을 알아채자 부끄러움도 잠시 화가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양반은 사귀고 나서 바로 헤어지고 싶은 건가? 이참에 제대로 확 쥐어 잡아봐?’


연주는 페일 남작의 능글능글한 미소를 보고는 오늘 주도권을 제대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그리하세요. 남작. 어디 앞으로 얼마나 잘 모시는 지, 제가 한번 지켜보겠어요.”


연주는 다리를 꼬며 페일 남작을 내려다보았다.

페일 남작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그 모습이 애처롭고 귀여워보였다.

연주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왜요? 남아일언중천금이라 했습니다. 그 말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제가 확인을 해보지요.”


“남아일언중천금..?”


“저희 고향의 옛 말입니다. 사내의 한 마디 말은 돈 일천 냥보다 무겁다는 뜻으로 입밖으로 꺼낸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말이지요. 또한 이 나라의 귀족은 명예를 그리 중요하게 여긴다지요. 저를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그녀가 과장스럽고 기쁜 듯 한 표정과 말투를 구사하자 페일 남작은 놀려먹으려다 자신이 저당 잡혔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옛 말과 명예를 말하는 것으로 보아 자신이 한 말을 지키라는 압박으로 들렸다.

페일 남작은 갑자기 슬퍼지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쓸데없는 말을 해서 벌써부터 잡혀 살 생각을 하니 기운이 푹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앞에 있는 그 어디에서도 꿀리지 않을 미모와 지성을 지닌 여인이 자신의 연인이라는 사실은 슬픈 생각도 날려버릴 만큼 기뻤다.


“그럼요. 제가 알아서 잘 모시겠습니다. 마님.”


“그렇게 하자꾸나. 돌쇠야.”


둘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신나게 웃으며 호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



해가 산 뒤로 넘어가 노을이 진 무렵.

페일 남작과 연주는 손을 마주잡은 채 숲에서 나와 걷고 있었다.

서로 얼굴을 붉힌 채 손만 잡고 고개는 서로의 반대만을 보고 있었다.


“저기.. 이제 손을 놓으셔야..”


“...네?”


“곧 성문이 보일 텐데...”


“아.”


페일 남작은 아쉬운 마음으로 손을 놓았다.

그의 마음은 이 여자와 사귄다! 라고 소문을 내고 싶었으나 연주는 조용히 생활하기를 원했다.

둘이 사귄다는 사실을 숨기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굳이 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걸어가자 외곽 성의 문이 보였다.

카딘 수문장은 병사들과 퇴근 후에 안주를 무엇을 먹을까 이야기 하다가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이 영지에 발을 들일 사람은 영지민 말고는 거의 없었기에 두 사람이 육안으로 보일 때 까지 기다렸다.

서서히 가까워지자 페일 남작과 연주가 걸어오는 것을 본 카딘 수문장은 얼굴에 화색이 돋은 채 반가워했다.


“오! 페일 남작님과 연주 양 아니십니까? 이 시각에 어딜 다녀오신 것입니까?”


카딘 수문장이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며 물었다.


“연주 양께 카누스 숲의 별장을 보여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카딘”


“아, 그곳에 다녀오시는 것은 오랜만이시겠군요.”


카딘 역시 카누스 숲의 별장을 알고 있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

페일 남작이 예전 그곳을 종종 들렀다는 사실을 알고 한 번 같이 가보기도 했었다.


“그 별장이 오래되어 낡았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얼마 전 데칼 집사장님과 몇몇 인부들이 고치러 갔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중에는 저도 데려가 주시지요. 하하!”


카딘 수문장은 호수의 경치가 아름다워 다시 가보고 싶다고 말을 하며 연주를 돌아보았다.


“연주 양께서는 갈수록 더욱 아름다워 지시는군요. 이러다가 온 영지민이 상사병을 앓겠습니다. 하하하!”


카딘 수문장이 연주를 칭찬하자 페일 남작은 찝찝함이 느껴졌다.

물론 그가 별다른 뜻은 없고 칭찬하는 의미로 하는 말이었지만 이 순간에는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나는 것 같았다.


“어머. 감사합니다. 카딘 경께서도 더욱 늠름해지신 것 같군요. 하지만 술을 자제하셔야하지 않겠습니까? 요새 엔나 부인께서 저만 보시면 매번 한탄을...”


“하하하! 날이 어두워졌으니 이만 들어가 보시지요!”


“엔나 부인께서 저보고 카딘 경을 만나면...”


“자! 어서어서 움직이지 않고 무엇하시오! 남작님과 연주 양께서 빠르게 집으로 가실 수 있게 문을 열어드리지 않고!”


카딘 수문장이 넉살 좋게 웃으며 연주를 안으로 들이려 하자 연주는 가자미 눈을 뜨고는 카딘 수문장을 바라보았다.

카딘 수문장은 웃고는 있지만 속으로는 식은땀을 엄청나게 흘리고 있었다.

매번 아내 모르게 술을 마시고 있었지만 연희 부인과 연주 양은 온 영지민이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그들의 앞에서는 어떠한 비밀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술을 마시러 가는 것도 들킨다면 자신은 아마 집에서 쫒겨나지 않을까.


연주는 카딘 경을 새삼스레 째려보다가 말았다.

그의 반응을 보아하니 오늘도 퇴근하면 한바탕 마실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엔나 부인께 말을 한다면 저 사람은 오늘 지옥을 겪게 될테니 한 사람 살리는 셈치고 모른 척 넘어가기로 했다.

연주가 한숨을 쉬며 성문으로 걸어가자 카딘 수문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연주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연주 양!”


“감사하신 줄 아시면 적당히 드시고 일찍 들어가세요. 부인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시니.”


연주는 그렇게 말하며 페일 남작과 성문 안으로 들어갔다.

영지 마을에서 간단한 재료와 식료품을 산 뒤 길을 따라 영주성으로 걸어갔다.

연주는 페일 남작을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저택 안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할 건가요?”


“무엇을 말입니까?”


“우리 관계에 대해 말이에요.”


“크흠.. 가까운 이들에게는 말해도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또 그들이 말 안한다고 믿을 사람들도 아니고.”


확실히 데칼 집사장을 비롯한 하운 가족은 쓸데없는 곳에 집착이 있었다.

그것은 페일 남작과 연주를 지켜보면서도 어떻게든 연결을 해주려는 집착이었다.

어떤 때는 두 사람을 보고 눈을 사막여우처럼 웃으며 얄밉게 지켜보기도 했고, 어떤 때는 가슴을 팍팍 치면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음... 그렇긴 하겠네요. 이따가 얼마나 한 소리를 들어야 할지 걱정이네요.”


이대로 저택에 들어가면 전부 다 저택 입구로 모여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도착한 순간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결과를 물어보겠지.

별 일 없었다고 하면 안 믿는다며 말하다가 진짜 별 일 없었다고 정색을 한다면 실망감을 안고 전부 자기 할 일을 하러 갈 것이다.

반대로 좋게 되었다고 하면 눈을 더 반짝이며 어떻게 그렇게 되었냐는 둥 무슨 일이 있었냐는 둥 어마무시하게 물어보겠지.


연주는 앞으로 닥칠 일을 생각하자니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살살 풀어주고 있자니 페일 남작도 그러한지 인상을 찡그리고는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오늘의 술 안주감은 저희로군요.”


“오늘은 제발 아무도 안마주치길...”


“일찍 맞는 매가 더 낫다고 하지 않습니까. 오늘만 버티면 될 것입니다.”


“과연 오늘만일까요?”


“...”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길을 따라 올라갔다.

내곽 성의 문을 통하여 저택으로 올라가며 앞을 보니 검은 인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과연 다들 나와있었네요.”


“...”


영주의 저택의 앞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사람들이 눈을 반짝이며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어머! 연주 왔니?”


“어떻게 되었어, 처제?”


“이모 빨리 좀 와. 배고파.”


“허허허. 남작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질문에 두 사람은 다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런 두 사람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질문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잘 된거니? 그런데 왜 가만히 있어?”


“페일 남작님이시라면 처제에게 딱 맞는 남자지. 암.”


“배고픈데... 훈련 너무 많이해서 배고픈데...”


“이모오- 하영이도 이모부 생겨?”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남작님.”


하운과 데칼 집사장을 제외하고 눈을 빛낸 채 들이대며 질문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연주는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다들... 좋은 말로 할 때 그만두고 들어가죠?”


눈과 입은 웃고 있으나 주변에 기운이 일렁거리는 듯 한 기분이 든 사람들은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착한 연주였지만 한번 화가 나면 그 누구보다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가족들이었다.


“일단 들어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페일 남작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페일 남작과 연주는 씻고 온다고 말을 하며 각자의 방으로 향했고, 남은 사람들은 그 두사람을 보면서 수군대기 시작했다.


“이무래도 둘이 잘 된 것 같지 않아요?”


“내가 보기에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드디어 남작님도 하운 군이 말한 모태솔로를 벗어난 것인가요..!”


“앞으로 잡혀 사시겠네.”


하운은 페일 남작의 미래가 보이는 듯 했다.

그 이유는 바로 옆을 쳐다보면 이해가 갔다.

자신의 아빠도 엄마에게 항상 붙잡혀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런 엄마와 같은 피가 흐르는 이모는 당연히 그럴 것 같았다.

그리고 성격도 이모가 엄마보다는 덜 좋지 않기도 하고.


하운은 고개를 흔들며 잡념을 깼다.

데칼 집사장이 저녁 준비가 다 되었다며 식당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식탁에 앉아 있으니 페일 남작과 연주가 들어오고 있었다.

다들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고는 있었으나 다들 두 사람만을 쳐다보고 있었기에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연주는 그 사람들을 보며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또 뭔데. 뭘 그리 쳐다 보는건데요?”


이에 연희가 호호 웃으며 말했다.


“아이 참. 우리 연주도 알면서~.”


“‘우리’라는 단어는 좀 때줄래?”


“알았으니까 말해보렴 호호.”


연주는 한숨을 쉬고 주위를 보았다.

말을 안 해준다면 계속 이렇게 괴롭힐 것이 분명했다.

그나마 관심을 갖지 않는게 하운이 유일했다.


“사귀기로 했어.”


“풉-”


연주의 말에 차를 마시던 페일 남작이 차를 뿜었다.

말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부정을 하거나 빙빙 돌려 말 할거라 예상했으나 바로 말하다니.

깜짝 놀란 페일 남작은 연주를 바라보았다.

연주의 얼굴은 살짝 붉어있었고 그럼에도 어딘가 짜증이 난 듯 보였다.


“말했으니까 조용히 밥 먹어요들? 자꾸 귀찮게 하면 나 화낼거야.”


단단히 경고를 하는 연주를 보며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허허. 축하드립니다. 남작님. 드디어 소원을 이루셨네요.”


“아..아니. 데칼 그게 무슨말인가? 소원이라니.”


“매번 저만 보시면 연주 양과 연애를 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아악! 그만하고 밥이나 먹게!”


물론 그 식사자리는 곧이어 페일 남작을 놀리는 자리로 변하게 되었다.

식사가 끝난 후 가볍게 티타임을 가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슬슬 자러가기 시작했다.

연주는 정원에 나와 바람을 쐬며 걷고 있었다.


“연주 양. 왜 안주무십니까?”


“아. 남작님. 남작님도 왜 안자고요?”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더니 같이 산책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연주 양.”


“네?”


“이제 연인이 되었으니 말을 편하게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네..네?”


“앞으로도 연인께 경어를 붙이자니 불편한 듯해서요. 연주 양은 어떠십니까?”


“서로를 편하게 부르자. 그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책에서 보거나 듣기로는 연인들은 보통 애칭이나 편하게 부른다고 하더군요.”


“책과 이야기를 핑계로 그렇게 하고 싶은 건 아니고요?”


“그것도 맞기도 합니다.”


페일 남작이 웃으며 말했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연주는 부끄러움이 확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그렇게 하던가요!”


연주는 그렇게 꽥 소리를 질러 말하며 저택으로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페일 남작은 그런 연주를 보며 하하 웃고 있었다.


“같이가. 연주야.”


갑자기 들려오는 말에 연주는 심장이 콩콩 뛰는 것 같았다.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웃는 모습으로 얄밉게 서있는 남자를 보니 더 얄미운 것 같았다.


“페일. 너가 빨리오던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홱 돌리며 걷기 시작한 연주.

페일 남작은 잠시 당황했다가 실실 웃으며 따라가기 시작했다.


“반말해서 좋네. 그런데 나에게 페일이라 부르면 귀족 모독아닌가?”


“귀족모독은 무슨. 불만이면 잡아가시던지~.”


연주가 양 손을 수갑을 찬 모양으로 올리며 쳐다보자 페일 남작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나야 좋고?”


“뭐래. 이 변태가! 저리가 따라오지마!”


그렇게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대화를 들으며 몰래 숨어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고리가 승천할 듯 오르기 시작했다.


“어어! 같이가. 연주야!”


“아 됐어! 그렇게 부르지 마!!”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하지만 서로를 보며 순수한 해맑은 웃음만이 보이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을 향해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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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해안가 항구 건설 +6 22.06.01 182 27 20쪽
18 18화. 영지를 정비하다 +5 22.05.31 188 28 16쪽
» 17화. 페일 남작의 고백(3) +8 22.05.30 187 27 16쪽
16 16화. 페일 남작의 고백(2) +3 22.05.26 183 24 16쪽
15 15화. 페일 남작의 고백(1) +5 22.05.25 191 26 15쪽
14 14화. 하운의 대련(2) +5 22.05.24 198 31 15쪽
13 13화. 하운의 대련(1) +3 22.05.23 206 29 17쪽
12 12화. 국왕과의 만남(2) +6 22.05.20 210 32 15쪽
11 11화. 국왕과의 만남(1) +5 22.05.19 214 29 20쪽
10 10화. 국왕의 방문 +2 22.05.18 214 28 16쪽
9 9화. 경매장 +11 22.05.17 229 26 16쪽
8 8화. 연회장으로 +8 22.05.16 236 29 17쪽
7 7화. 도성으로 향하다 +8 22.05.14 247 29 14쪽
6 6화. 계획을 세우다 +5 22.05.13 272 29 17쪽
5 5화. 사업준비(2) +10 22.05.11 293 31 15쪽
4 4화. 사업준비(1) +10 22.05.11 328 32 18쪽
3 3화. 적응 +13 22.05.11 372 33 18쪽
2 2화. 남작을 만나다 +12 22.05.11 508 34 15쪽
1 1화. 이세계로 가다 +32 22.05.11 848 4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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