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禍亂) : 전란의 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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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야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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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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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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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페일 남작의 고백(2)

DUMMY

페일 남작이 연주에게 고백을 하기로 마음 먹은 날.

데칼 집사장은 미리 사용인들을 통해 호수의 오두막으로 디저트 및 말린 차를 가져다 놓았다.

페일 남작은 아침 일찍부터 평소보다 몸을 더 정결하게 씻고 있었다.


“후우... 왜 이리도 긴장이 되는지..”


26년의 인생을 통 들어서 한번도 이성에게 마음을 표현해 본 적이 없었다.

어렸을 적에는 당연하게 정략결혼을 하게 될 줄 알았건만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에게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지는 꿈에도 몰랐다.


눈을 감고 향유를 넣은 따뜻한 물로 온 몸을 적시며 몸을 씻어 나가며 한 여인만을 생각하면 온 몸이 달아오르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참 주책이군.”


그렇게 말을 하며 씨익 웃던 페일 남작은 욕탕에서 일어나 몸을 닦으며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반면 같은 시각

하운 가족이 묵고 있는 방에서는 연희는 연주의 방에서 연주와 같이 잠을 자고 있었다.

새의 지저귐을 알람삼아서 일어난 연희는 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동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얘는 오늘이 무슨 날인데 아직도 퍼질러 자고 있는거야?”


퉁명스럽게 말한 그녀는 동생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었다.


“으응..”


통증이 느껴졌는지 연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하지 말라는 듯 소리를 내었다.

그러고는 다시 잠에 들기 시작했다.

그런 동생을 바라보고 있던 연희의 고운 미간에 빠직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싶더니 연희는 연주의 옆구리로 양 손을 가져가며 간질이기 시작했다.


“아하핳핳. 그만해햏핳핳!”


연주는 간지러움을 잘 타는 몸을 가지고 있어서 어릴 적부터 잠에서 쉽게 깨지 못했었다.

그런 동생을 매번 학교에 등교시키기 위해서 간질이며 깨웠었고 이번에도 효과는 대단했다.

평소 같으면 5분만, 10분만 하며 30분을 넘게 잤어야 할 동생이 바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언니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아 왜! 조금만 더 자자구!”


“얼른 일어나서 씻고 준비나 해. 이것아!”


연희는 연주의 머리를 살짝 꿀밤을 매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주는 그런 언니를 보며 아직 시간이 많은데..하며 중얼거리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빨리 씻고 나와. 오늘이 무슨 날인 줄은 아니?”


“뭐 남작님과 영지구경하는 날?”


연주는 퉁명스럽게 말하며 이불을 개기 시작했다.

페일 남작은 자신에게 영지를 돌아다니며 불편한 점이나 개선할 점을 찾기 위해 동행해 줄 것을 부탁했다. 다른 사람들은 시간이 안 된다며 거절했다고 슬픈 강아지 눈망울로 부탁을 해왔었다.

물론 그의 연기를 이미 진작에 눈치를 챘고 요새 언니와 조카가 자신만 빼고 어디를 싸돌아다니나 했더니 이런 계획을 세우고 있을 줄이야.

그녀는 페일 남작의 마음도 이미 알고있었고 사실 자신도 마음이 있기도 했다.

다만 그가 얼마나 순진한건지, 멍청한건지 기회를 주어도 매번 놓치기만 하는 얼간이 같았다.

그런 그를 보며 매번 속에서 울화가 올라왔었으나 오늘은 설마 저번처럼 고백도 못하고 지나가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사람이고 좋은 남자이지만 참 눈치도 없고 답답한 사람.

연주는 미소를 지으며 욕탕으로 이동했다.


욕탕에 들어서서 옷을 벗어 미리 데워진 물로 몸을 한차례 씻어내는데 문이 드르륵 열리며 한 여인이 들어왔다.

연주는 누군가 싶어 뒤를 돌아보자 자신의 언니가 씨익 웃으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미소를 보자 갑자기 불안해진 그녀는 뒷걸음질을 치며 물었다.


“왜..왜 그렇게 웃는건데?!”


“왜긴 왜니. 호호. 오랜만에 이쁜 내 동생이랑 목욕하려 그러지~”


“이익..! 저리가! 오지마!”


연주는 언니를 보며 기겁을 하고는 욕탕으로 도망치듯 들어왔다.

자신의 언니는 착하고 마음씨도 좋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선녀였지만 못된 버릇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자신과 목욕을 할 때 하염없이 몸을 더듬는 것이었다.

언니와는 10살 차이가 나서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대신하여 자신을 씻겨주고 입혀주며 말 그대로 육아를 대신해 주었던 고마운 언니였으나, 자신이 커가면서 몸에 2차성장이 드러날 때부터 언니는 그러한 변화를 관찰하듯 바라보며 매번 자신의 몸을 더듬었었다.


피하려고 해도 피하지 못해서 어느 정도 성인이 되고 나서야 도망칠 수 있었지만 다시 이렇게 목욕탕에 있다니!

물론 언니와 오랜만에 목욕을 하는 것은 좋으나 제발 그 이상한 버릇만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는 참. 언니도 이제 그런 짓은 안해~”


연희가 해맑게 웃으며 말하니 신빙성이 없었지만 연주는 한숨을 쉬며 들어오라고 했다.

연희는 마치 개구쟁이처럼 헤헤 웃으며 욕탕에 들어왔다.


“자 몸 돌려봐. 언니가 오랜만에 씻겨줄게.”


“내가 할 수 있는데?”


“어허! 어린 아이는 어른 말을 잘 들어야 하는 거에요!”


연주의 투정에 연희가 어린아이 달래듯 말하자 연주는 자신은 아이가 아니라며 빽 소리를 질렀다.

연희는 그런 동생을 가볍게 무시하며 등을 돌리게 했고 타올로 동생의 몸을 씻겨주었다.


“어쩔거야?”


“뭐가?”


“페일 남작의 마음.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참 누가 보면 한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그런 사람으로 알겠어~.”


“내가 언제 가지고 놀았어?!”


“너도 마음이 있으면서 언제 고백을 할까 기다리고 그렇게 몇 번 유도하기도 하고. 너가 고백하면 되지 뭘 그렇게 기다리기만 하니?”


“고백을 받는 것이 내 로망이라구! 그리고 남자가 되었으면 딱 분위기있게 고백하면 될 것을 참 사람을 답답하게 만들어.”


“너 그거 남녀차별 발언이다? 남자만 고백하라는 법은 없어요. 심지어 이 시대도 그렇고 말이야.”


연희의 말처럼 이 시대에는 남녀 구분 없이 자신이 연모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특히나 인기가 많은 여성이나 남성들은 많은 이성들이 연모하기 때문에 먼저 용기를 내어야 다른 이들에게 빼앗기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먼저 표현한다고 다 받아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아무튼간에. 오늘 데이트 잘 하고 와~ 이 요망한 것아.”


“이익! 그렇게 말하지 마!”


연주는 언니가 자꾸 자신을 놀리자 물을 튀겼고 연희는 어머 얘봐라 하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렇게 물놀이를 하다가 연희의 눈빛이 번쩍 빛나자 다시 불안감이 든 연주는 슬금슬금 도망가기 시작했다.


“언니...아니지? 나 그거 싫다니까?”


“우리 동생의 가슴이 얼마나 커졌나 확인해 볼 시간이에용~”


연희는 아저씨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저리가! 이 아저씨야!”


“어머머. 저는 애들이 있는 아줌마랍니다?”


“자꾸 그러면 나도 만진다?”


“언니는 좋은데 말이지~ 옛날처럼 한번 놀아볼까?”


연주는 자기가 잘못했다며 벗어나려고 아등바등 했지만 언니에게 잡혔다.


시러어어!


욕탕과 그 너머에서는 오직 한 여인의 비명만 들릴 뿐 이었다.



*



아침 식사 시간이 되자

사람들은 식당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모두 씻고나온 듯 간단한 차림으로 있었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하는 도중 하운은 페일 남작을 쳐다보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밥을 먹는데 집중을 해서 무덤덤해 보였지만 사실 그의 손이 살짝 떨리는 것으로 보아 긴장을 한 듯 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하운은 이모를 쳐다보았다.

이모는 아무런 긴장을 하지 않은 채 마치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이모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하운은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내 이모라지만 참 별나네.’


연주는 페일 남작이 고백을 할 것임을 알았으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한 순수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러한 그녀의 반응은 페일 남작만 더 조급하게 만들 뿐이었다.

하운은 그런 둘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침 식사가 끝나고

페일 남작은 아침에 간단한 업무를 보기 위해 집무실로 향했다.

연희는 연주를 데리고 방으로 가 오늘의 드레스와 화장을 해주었고 하운과 하영은 정원에서 퍼질러 자기 시작했다.

호선은 그런 아이들을 보며 데칼 집사장과 이야기 하고 있었다.


“현재 영지의 농지들은 밀과 감자가 주식이지요?”


“예 맞습니다. 밀과 감자가 주식입니다.”


“그러면 토지의 영양은 어떻게 처리하십니까?”


“보통은 경작지를 돌려가며 재배하거나 토지를 쉬게 만듭니다.”


“제대로 먹고 사려면 많은 토지가 필요하겠군요.”


“그래서 저희 영지는 경작지가 대부분입니다.”


호선은 최근 들어 데칼 집사장과 토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호선은 주변에 벼가 있는지 알아보고 있었고 하인트 대륙에서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나 카테르 대륙의 몇몇 왕국은 비슷한 작물을 키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작물의 품종을 구입하기 전에 토지의 상황을 알고 싶어 물어본 것이었다.


그렇게 둘이 대화를 하고 있자 어느새 점심이 되었다.


페일 남작은 옷을 정돈하고는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저택의 입구에서 기다리자 뒤에서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벌써 나와 계셨어요?”


페일 남작이 뒤를 돌아보자 그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떠졌다.

연주는 오늘 힘을 꽉 준 듯이 화장을 간단하게 청순하게 했으며 피부는 눈처럼 희었고 그녀의 입술을 천연 염료를 살짝 바른 듯 과하지 않게 은은한 붉은 빛이 돌았다.

또한 그녀의 긴머리는 머리를 꼬아 반 묶음으로 머리를 들어 올려 묶었다.

은은한 향이 그녀에게서 나와 그의 시각과 후각이 마치 기능을 멈춘 듯 했다.


“뭐하세요? 출발 안하시나요?”


그녀가 눈웃음을 짓자 마침내 정신을 차린 페일 남작은 그녀를 에스코트 하며 영지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영지로 가는 동안 두 사람은 ‘연화’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페일 남작은 그녀를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계속 힐끔 힐끔 쳐다보고 있었고, 연주는 그런 그의 반응이 몹시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그들은 영지를 돌아다니며 사람들도 돕고 이야기도 하고 그들이 주는 선물을 거절하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현재 페일 남작은 다른 영지민들을 도와 새롭게 짓기 시작한 집을 짓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연주는 이게 무슨 데이트인가 싶으면서도 차마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저런 남자를 내가 왜 좋아하나 한탄하면서도 결국에는 그런 그가 좋아서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주변에는 영지의 여인들이 같이 앉아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연주 양은 어쩜 이렇게 피부가 고우실까. 되게 부럽다.”


옆에 앉아있던 여인이 눈을 빛내며 비법이 있는지를 물었다

연주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나마 자신이 하고 있는 생활습관 등을 알려주었다.


“이제 어느 정도 찬이 준비 되었으니까 쉬면서 하세요!”


낫것이 준비되었다는 말에 남성들과 페일 남작이 소매를 걷으며 다가왔다.

그의 얼굴과 옷에는 먼지와 나무판자들에 칠하던 염료가 묻어있음에도 그는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오! 감자인가! 맛있겠군요.”


타 영지의 사람들이 보면 영락없는 평민의 모습을 하고 감자를 먹는 그를 보며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나름 좋아하는 사람과의 데이트인데 그 데이트 중에도 남을 위한 마음을 꼭 써야만 할까.

그가 그런 사람이란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나만을 봐라만 주면 안되나 싶은 마음이 들어 문득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만약에 지금 이 행동이 질투심 유발 작전이면 인정해 주겠다며 속을 달래고 있는 연주에게 페일 남작이 다가왔다.

그는 언제 얼굴을 닦았는지 얼굴에 묻은 염료가 보이질 않았고 자신을 보며 싱긋 웃고 있었다.


“연주 양. 혹시 화나셨습니까?”


“안났는데요.”


페일 남작이 눈치를 보며 말했고 연주는 아니라고 했지만 표정과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담겨있었다.

페일 남작은 연주를 잠시 쳐다보다가 일어났다.


“자 그러면 잠시 제가 연주 양께 보여드리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여기도 좋은데 뭘 굳이 다른 데로 가요?”


퉁명스럽게 말하는 연주를 보며 페일 남작은 내심 기분이 좋았다.

항상 자신의 마음을 알면서도 아무런 표정도 변화도 보이지 않던 여인이 그녀와 데이트 도중 사람이 부족해 힘들어 하던 사람들을 잠시 도우러 온 것이었는데 그녀가 심통이 난 것인지 표정과 목소리가 뾰로통했다.

물론 저 심통을 빨리 풀어주지 않으면 자신이 큰 일이 나겠음을 알았고 그녀에게 호수를 보여줄 겸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어렸을 적 아버지와 자주 가던 곳이 있습니다. 그곳의 경치가 우리 영지에서 제일이지요.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곳인데 연주 양께는 꼭 보여드리고 싶은 장소입니다.”


그 말을 하며 페일 남작은 카누스 숲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연주는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황당히 쳐다보았으나 아무도 데려가지 않은 곳에 자신을 데려가겠다는 말을 듣고는 화가 살짝 풀려서 따라가기 시작했다.


‘가서 응큼한 짓 하기만 해봐. 가만 안둘거야.’


혼자 이상한 상상을 하며 페일 남작의 뒤를 따라 카누스 숲으로 들어왔다.

처음 숲의 길목은 누구나 아는 길이었지만 점점 다른 길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주위는 전보다 나무들이 더 빽빽해졌으며 평소 숨어있던 동물들도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까 처음 이 세계로 온 것도 여기였었네.’


연주는 처음 여기로 왔을 때가 생각나 복잡한 눈으로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때는 이렇게 편안히 살 생각도 못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불안했었는데.

그 모든 시작은 바로 자신의 앞에 있던 페일 남작이었다.

그가 그때 우리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우리를 영지로 데려가지 않았다면 과연 이렇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영지의 한 일원으로 인정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런 고민을 하며 걷던 와중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입니다. 연주 양. 저 앞을 한번 보세요.”


그의 말을 듣고 앞을 쳐다보자 숲의 한 가운데에 호수가 보였다.

그 호수 주위에는 넓지는 않지만 들판이 있었고 동물들도 호수에 와서 물을 마시며 쉬는 모습도 보였으며 그 옆에는 오두막이 있었다.

지금은 관리가 되어있지 않아 풀이 무성한 곳도 있었지만 예전 그가 어렸을 적에는 관리가 잘되어 있어 주변의 경치가 더 예뻤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제가 어렸을 적부터 가장 좋아하던 장소이며 추억의 장소입니다. 이곳만 오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마치 여행을 온 것처럼 기분도 좋아지더군요. 최근 몇 년간은 바빠서 오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디저트와 말린 찻잎을 가지고 나와서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그는 병 가운데 말린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뜨거운 물이 찻잎을 적시며 차가 병 밑으로 흘러내렸고 어느 정도 양이 모이자 중간의 찻잎을 빼고는 다시 그 물을 찻잔으로 따랐다.

연주는 그 과정이 궁금하여 왜 이렇게 번거롭게 하냐고 물었고, 페일 남작은 이렇게 하면 차의 향과 맛의 더 풍미가 깊어진다고 말했다.


그렇게 디저트와 차를 앞에 두고 두 사람은 마주보고 앉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싶었지만 사실 두 사람도 어색한 마음이 있어 조용히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동안 차를 마시며 앞의 호수를 바라보던 중 페일 남작이 입을 열었다.


“연주 양께서 알고 계시겠지만 사실 저는 연주 양을 연모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시작된 그의 고백에 연주는 사레가 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점점 어색함이 사라지고 대화가 시작될 것을 알았으나 느닷없이 고백이라니.

참 그 다우면서도 분위기를 타지 못하는 바보 같았다.

사레가 멎고, 사레 때문에 눈물이 살짝 맺힌 채 그를 바라보았다.


페일 남작은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저는 말을 빙빙 돌려서 하지 못하기도 하고 언제까지나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큰 용기를 내었는데 타이밍이 잘못된 것이었나요?”


그는 어색하게 하하 웃었다.

그러고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번 말하기 시작했다.


“제 마음을 제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연주 양을 제 마음에 담아 연모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제 고백을 받아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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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해안가 항구 건설 +6 22.06.01 181 27 20쪽
18 18화. 영지를 정비하다 +5 22.05.31 188 28 16쪽
17 17화. 페일 남작의 고백(3) +8 22.05.30 184 27 16쪽
» 16화. 페일 남작의 고백(2) +3 22.05.26 182 24 16쪽
15 15화. 페일 남작의 고백(1) +5 22.05.25 190 26 15쪽
14 14화. 하운의 대련(2) +5 22.05.24 196 31 15쪽
13 13화. 하운의 대련(1) +3 22.05.23 204 29 17쪽
12 12화. 국왕과의 만남(2) +6 22.05.20 209 32 15쪽
11 11화. 국왕과의 만남(1) +5 22.05.19 214 29 20쪽
10 10화. 국왕의 방문 +2 22.05.18 214 28 16쪽
9 9화. 경매장 +11 22.05.17 228 26 16쪽
8 8화. 연회장으로 +8 22.05.16 233 29 17쪽
7 7화. 도성으로 향하다 +8 22.05.14 244 29 14쪽
6 6화. 계획을 세우다 +5 22.05.13 270 29 17쪽
5 5화. 사업준비(2) +10 22.05.11 292 31 15쪽
4 4화. 사업준비(1) +10 22.05.11 326 32 18쪽
3 3화. 적응 +13 22.05.11 371 33 18쪽
2 2화. 남작을 만나다 +12 22.05.11 507 34 15쪽
1 1화. 이세계로 가다 +32 22.05.11 847 4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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