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의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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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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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1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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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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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2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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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4)

DUMMY

생텀가드들은 비록 그 숫자는 적었으나 압도적인 힘으로 악마들을 밀어붙였다. 그들의 창은 휘두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생텀가드들은 신성력을 모아 창에 응집시켰는데, 이는 순백의 광선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적을 향해 창을 겨누면 이 광선은 악마들을 삽시간에 불태워버렸다.

전열에 선 이들은 쇄도하는 워리어를, 후방의 생텀가드들은 하늘에서 덮치는 헌터들을 상대했다. 광선이 한 번 허공을 훑고 지나가면 잿더미가 된 헌터의 조각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좀 더 가까이 가서 보도록 하죠. 이 언덕은 전장에서 너무 떨어져 있군요.


메디치는 마법의 양탄자를 불러내 일행을 태우고 전장 근처로 이동했다. 격전지가 가까워져 갈수록 전장의 생생한 열기가 피부에 와 닿았다.


“1열 발사, 2열 장전! 전령! 오크들에게 기병대를 준비하라고 일러라. 곧 슬러터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생텀가드 부대가 최전선을 막고 있는 사이 엘프와 인간들은 쉴 새 없이 화살을 퍼부어댔다. 수천, 수만 명이 소나기처럼 화살을 쏘아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빗나가거나 맨바닥에 꽂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어찌나 악마들의 수가 많은지 아무 데나 활을 쏴도 헌터 중 하나가 그걸 맞고 땅에 떨어질 정도였다.

헌터들은 처음부터 생텀가드는 안중에도 없었다. 워리어들이 주위를 끄는 틈을 타 녀석들은 후방의 궁병대 위로 파고들었다.


“으아아아!!”


병사 하나가 쓰러지면, 그 구멍을 비집고 수십의 헌터가 쇄도했다. 후방은 어느새 활을 쏘는 병사와, 그네들에게 달라붙은 악마를 떼어내는 병사로 역할이 나누어졌다.


“마궁사대, 발사!”


아직 악마들의 손이 닿지 않은 최후방 진영에서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마궁사들이 날린 화살은 모두 은빛 궤적을 남기며 일반 화살로는 도무지 닿지 않을 거리를 쏜살같이 횡단했다. 수천 발의 마법 화살은 헌터와 워리어들에게 적중하는 순간 은빛 섬광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두두두두...수천 개의 화살이 내는 빛으로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였다. 잠시 악마들이 주춤한 틈을 타 이번에는 우측에서 각종 맹수들이 들이닥쳤다. 아반케즈의 자연의 군대였다.


“저런 것들이 아직도 남아있었다면 절대 레인저 안 하지.”


생텀가드 진영이 천사와 악마의 전투라면, 이쪽은 그야말로 괴물 대 괴물의 서로 물어뜯는 혈전이었다. 커다란 순록이 악마를 들이받으면, 다른 악마가 이를 덮쳐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그리고 그 악마는 다시 불곰에 의해 사지가 뜯겨나갔다. 한쪽에선 워리어와 다이어울프(Dire Wolf)가 서로의 급소를 문 채 뒤엉켰다. 일행이 진저리나게 상대했던 트롤도 지금은 연합의 일원이 되어 그 기다란 팔을 분주히 휘두르고 있었다.


“힉...루도, 저거 온다, 저거!”


디리터가 전선에 뛰어든 30m짜리 늑대를 가리켰다. 송곳니 크기만 해도 성인 남성에 필적하는 녀석은 훌쩍 도약하더니 악마 몇 마리를 깔아뭉개며 적진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그다음은 피와 살점의 향연이었다. 녀석이 앞발을 휘두를 때마다 수십 단위로 워리어들이 썰려 나갔고, 입으로는 닥치는 대로 악마를 삼켜 숨통을 끊었다. 그 압도적인 맹공에 악마들이 뒤로 물러났는데, 녀석이 난동을 피운 자리에는 고랑이 사방팔방으로 파여져 있었다. 그 거대한 발톱으로 땅을 헤칠 때 생긴 자국이었다.


-신수 중 가장 용맹하다는 앤서러 울프(Answerer Wolf)군요. 저 이빨에 찢긴 악마만 수만이라죠.


그러나 신수들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연합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자연의 군대가 악마들의 측면을 치긴 했으나 - 물론 숫자가 너무 많아 어디가 정면이고 측면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웠지만 - 한 번 구멍이 뚫린 인간-엘프 진영의 후방은 쉽게 복구가 되지 않고 있었다. 특히 슬러터들의 난입은 진형을 붕괴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키키키...키키키키!!”


“카하하하!! 내가 왔도다, 이 하찮은 자들이여!”


루도는 연합 진영 한복판에서 난동을 부리는 슬러터들을 예의주시했다. 메디치가 설명해준 대로, 그들은 전투방식부터 상식을 초월하고 있었다. 어떤 악마는 팔을 휘두르면 풍압이 일어 병사들을 날려버렸고, 어떤 악마는 온몸에 강철로 된 가시가 돋아 그냥 달리는 것만으로도 주위의 병사를 꼬챙이 꿰듯 꿰고 있었다. 또 어떤 악마는 땅속에 그림자 형태로 숨어 있다가 병사를 낚아채 삼키고는 다시 안으로 사라졌다.


“덤벼, 덤벼라!! 우하하하!!”


풍압을 부르는 악마가 쓰러진 병사의 가슴을 짓뭉개며 폭소했다. 단지 슬러터 몇 기가 난입했을 뿐인데도 병사들은 어찌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전방의 생텀가드들은 워리어에게 파묻혀 보이지도 않았다. 제리온은 공격할 엄두도 못 내는 연합의 병사들을 보며 혀를 찼다.


“끝났군. 후방이 이래서야 전방은 말할 것도 없지. 발에 땀나게 지원해줘도 모자랄 판이구만.”


그때 실버드래곤 하나가 번개같이 날아들어 슬러터들을 짓뭉갰다. 일행은 꼬리에 달린 리본을 보고 그 드래곤의 정체가 누구인지 단박에 파악할 수 있었다. 케리아돌이었다.


“전열을 가다듬으세요! 부상당한 자는 능선의 루프리모가 있는 곳으로! 곧 오크와 드워프의 기병대가 도착할 것입니다.”


그녀는 달아나는 병사들에게 외치는 한편 발밑에서 버둥대는 악마를 사납게 물어뜯었다. 그런데 하필 뜯긴 팔에서 솟구친 피가 눈을 가린 탓에 케리아돌은 자세를 못 잡고 날개를 버둥거렸다.


“악...꺄앗!”


이 틈을 타 가시가 돋친 악마와 풍압을 부르는 악마가 동시에 그녀를 밀어붙였다. 결국 케리아돌은 벌러덩 넘어져 허우적거렸다.


“카하하, 해츨링이 어디서 주제를 모르고 덤비나! 너 따위는 나도 상대할....”


쿠웅. 악마의 의기양양한 도발은 공중에서 수직으로 하강한 카츠케이로가 그를 압살하면서 끝을 맺었다.


“고작 슬러터 따위에게 도망치려고 이 전쟁에 참여한 건가!”


그의 일갈은 케리아돌의 외침보다 훨씬 호소력 있었다. 와해되던 연합의 진형은 순식간에 환기되어 자체적으로 구멍을 메우기 시작했다. 카츠케이로는 드래곤들을 지휘하는 한편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케리아돌을 엄하게 질타했다.


“뒤로 빠져라, 멍청한 것! 넌 방해만 될 뿐이야.”


부상자들은 수송 병력에 의해 루프리모가 있는 언덕으로 옮겨졌다. 불씨가 휘날리는 전장과 달리 그곳은 한 평의 옹달샘과 짙은 녹음이 우거진 장소였다. 거기엔 직경 10미터는 될 법한 아름드리나무가 솟아 있었는데, 그 근처에 다다른 것만으로도 상처가 회복되고 원기가 돌아왔다.

전방은 이제 지옥을 방불케 하는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생텀가드와 슬러터, 오크 기병대와 워리어, 여기에 자연의 군대까지 가세해 뜯고 뜯기는 살육전이 벌어졌다. 하늘에선 헌터와 그리폰, 와이번의 시체가 마르지 않고 떨어져 내렸다. 만약 세상이 멸망한다면 지금을 보고 얘기하는 건지도 몰랐다.


“크와아악!”


레드드래곤 한 기가 최전선에서 날뛰던 레비저를 급습했다. 각 진영 최강의 전력인 드래곤과 레비저급 악마의 예정된 접전이었다. 둘은 근처의 작은 것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한데 뒤엉켜 서로를 물어뜯었다. 레드드래곤이 브레스를 뿜으려는 찰나 레비저가 억지로 고개를 돌렸고, 화염의 폭풍은 애꿎은 워리어들만 수백 기 전소시키고 말았다. 성난 드래곤이 발톱으로 악마의 목덜미를 할퀴었고, 이에 대응하듯 놈은 뿔을 세워 가슴을 들이받았다.

드래곤과 레비저 간의 사투는 하늘과 땅을 가리지 않고 전개되었다. 드래곤이 브레스를 한 번 내뿜을 때마다 악마들은 수백 단위로 죽어나갔고, 레비저가 앞발을 내려치면 연합 병사들의 살점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아반케즈의 신수(神獸)들도 하급 악마는 무시하고 레비저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중 초대형 구렁이는 카츠케이로와 협공하여 레비저 하나를 쓰러뜨리는 데에 성공했다. 구렁이가 악마의 몸을 비트는 사이 전격 브레스를 정통으로 안면에 날린 것이었다.


“만물의 어머니에게 무한한 경배를. 도와줘서 고맙소.”


「아직은 이빨을 세울 때다. 인사는 게이트를 닫은 뒤에.」


두 거수는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드래곤과 신수의 난입으로 전장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었으나, 어느 쪽이 우세냐고 묻냐면 여전히 악마들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카츠케이로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레비저들의 완력은 드래곤을 간단히 웃돌았다. 접근전은 드래곤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했고, 그렇다고 멀리서 브레스를 쏘자니 헌터들의 벽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불굴의 생텀가드들도 레비저들의 일격에 퍽퍽 부서지고 있었다.

일행은 세상의 명운을 건 이 전투를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았다. 눈을 두는 곳마다 엄청난 격전이 일어나는지라 눈동자를 깜박이는 것도 아까울 지경이었다. 그때 마리네가 한 지점을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조금 전 인간을 매도했던 그레이엄이 구두룡(九頭龍)과 대치하고 있었다. 그 머리 아홉 달린 악마는 산이 움직인다고 표현해도 될 만큼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다.


“시주크!! 네놈에게 잡아먹힌 동포들의 복수다!”


그레이엄이 시주크를 향해 산성 브레스를 토해냈다. 그 거대한 악마는 피하지도 않고 브레스를 받아냈는데, 놀랍게도 녹아내린 목에서 새로운 머리가 돋아났다. 아홉 개의 머리가 조소하며 말했다.


“아아, 또 하나의 용이 내 주린 배를 채워주러 오셨군. 블랙드래곤 그레이엄인가? 별로 맛은 없겠는데.”

 

시주크의 목이 채찍처럼 휘기 시작했다. 놈은 그 거대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기민하게, 그리고 지능적으로 움직였다. 아홉 개의 목이 동시에 그레이엄을 쫓기보단 몇 개만 추적하고 나머지는 그의 이동경로를 봉쇄했다. 그레이엄 역시 이리저리 날개를 펄럭여 궤도를 바꾸는 한편, 입으로는 끊임없이 브레스를 쏘아댔다. 그러나 아무리 산을 퍼부어도 순식간에 재생해내는 놈의 능력 때문에 여의치가 않아 보였다.


“저건 뭐 어떻게 잡냐? 하늘에서 운석이라도 떨어지길 기다려야 하나.”


디리터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너무 현실성 없는 광경에 그는 이미 긴장의 끈을 놓아버린 상태였다. 고향에 돌아가 성언전에는 산보다 큰 괴물이 득시글거렸다고 말했다간 미친놈 취급당하기 십상일 게 분명했다.

일행이 실없는 농담을 나누는 사이, 시주크의 목 하나가 기어이 그레이엄의 날개를 물어뜯었다.


“크아아악!!”


검은 용은 한쪽 날개로 어떻게든 균형을 잡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차라리 그대로 땅에 추락하면 운이 좋은 편이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주크의 아홉 머리가 떨어지는 그를 일제히 추격했다.


쿠우우웅...

막 그레이엄의 목덜미가 뜯기려던 찰나, 먹구름을 뚫고 날아온 한 줄기 섬광이 시주크를 강타했다. 베릴의 솔라레이였다. 시주크는 섬광의 일격에 허리가 푹 꺾인 채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폭발의 여파로 목은 아홉 중 다섯 개가 가루가 된 뒤였다.


“캬아아앗!! 더러운 아루의 종복! 숨어 있지 말고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라!”


시주크는 버둥거리면서도 남은 입으로 알 수 없는 덩어리를 하늘로 쏘았다. 당연하지만 베릴은 그의 도발에 한 마디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끊임없이 솔라레이로 레비저와 슬러터들을 지질 뿐이었다.


“시주크으으!!”


카츠케이로를 위시한 네댓의 드래곤과 한 분대의 생텀가드가 일제히 쓰러진 시주크에게 달려들었다. 한 개의 목이라도 남아있으면 끊임없이 재생이 가능한 녀석의 특성상 지금 숨통을 끊어야만 했다. 각종 브레스와 마법, 신성력이 그 거대한 레비저에게 적중했다. 사라진 목을 재생하느라 싸울 여력이 없었던 시주크는 연합 특공대의 공격을 속수무책으로 받아야 했다.


“끄아아아...! 이 조그만 녀석들...! 내가...이 내가!”


그의 남은 목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세 개가 되고, 두 개가 되고, 드디어 드래곤의 오랜 숙원이던 레비저를 처치할 순간이 다가왔다. 힘을 아끼던 화이트드래곤이 그를 끝장낼 요량으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죽어라, 시주크!”


퍼엉. 브레스를 뿜던 드래곤이 온몸에서 희멀건 액체를 뿜으며 폭발했다. 지켜보던 루도 일행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드래곤 쪽이 우위였고, 레비저는 빈사상태로 죽음만 기다리는 상황이 아니었는가! 그러나 그 기연이 악마의 소행이었음을 깨닫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용의 시체에서 나온 액체가 서서히 한 점에 모이더니, 엄청난 속도로 근처에 있던 레드드래곤의 입, 코로 파고들었다.


“끄...끄으웁...”


레드드래곤의 눈알이 튀어나오는가 싶더니, 좀 전의 희생자처럼 요란하게 폭발했다.


“뭐야, 저건!”


루도는 욕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액체가 점차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걸쭉하게 팔이 돋아나고, 꼬리가 생기고, 얼굴이 형성되었다. 이제 인간 여인의 형상을 한 그 액체는 자지러지게 웃으며 공중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구역질나는 광경에 일행뿐 아니라, 근처에 있던 드래곤들의 얼굴도 창백하게 질렸다.


-로드 쟈란테...!


로드급. 악마 중에서도 최정상에 위치하는 자가 눈앞에 있었다. 그녀는 까르르 웃으며 카츠케이로를 제외한 나머지 드래곤을 순식간에 정리했다. 물론 그들이라고 저항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액체로 된 몸을 무슨 수로 파괴하겠는가. 브레스를 뱉어본들, 발톱으로 할퀴어본들 갈라진 쟈란테의 몸은 순식간에 복구되었다.


“쟈란테...!”


“오호호호, 카츠케이로인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니 명줄이 질긴 걸? 그보다 시주크. 이런 쓰레기들에게 밀려 허우적대다니 너도 많이 늙었구나.”


쟈란테가 시주크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러자 시주크는 머리를 재생하는 것도 잊고 그 자리에 엎드려 예를 표했다.


“죄...죄송합니다, 로드 쟈란테. 용족 놈들이 비겁하게 협공을...지금 모조리 척살하도록 하겠나이다.”


쟈란테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짓고는 다시 카츠케이로에게 고개를 돌렸다. 마침 그와 같은 선상에 있던 일행은 쟈란테와 눈이 마주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진저리를 쳤다. 회백색의 흐리멍덩한 눈동자.


“자아, 그럼 끝을 내볼까 파란 용씨? 좀 더 가지고 놀고 싶지만, 오늘은 나도 형편이 좋질 않아서 말이야.”


카츠케이로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가 손가락만 까딱해도 자신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도망쳐본들 뿌리칠 수 있을 리도 없다. 지금은 그저 구원자가 당도하길 기다리는 수밖에.


“난...너를 당해내지 못한다.”


“어머? 벌써 포기하는 거야? 재미없게. 드래곤의 수장이란 자가.”


“언제까지 그렇게 교만에 차 있을 수는 없을 거다! 네게도 어울리는 합당한 죽음이 존재할 테니까.”


“꺄하핫! 죽어? 누가? 그렇게 우릴 봐왔으면서도 몰라? 우린 불사야. 너희 같은 필멸자들과는 다르다고.”


“글쎄...과연 그럴까.”


의미심장하게 말을 맺으며 카츠케이로는 흘긋 지상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함께 싸우던 생텀가드 분대에 꽂혀 있었고, 쟈란테 역시 이를 눈치챘다.

카츠케이로가 시간을 끄는 동안, 생텀가드들은 그들의 군주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루의 종복 중 가장 호전적이면서, 가장 많은 악마를 죽인 자에게.


“엇....!”


자색의 검이 날아와 쟈란테의 몸을 반 토막 냈다. 검은 부메랑처럼 한 바퀴를 선회해 다시 그녀의 목을 꿰뚫고는, 한 소년의 손으로 돌아갔다. 두 번의 공격에 형태가 뭉그러진 쟈란테가 노기 띤 얼굴로 말했다.


“페엘아람!!”


신의 위엄을 증명하는데 겉모습은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영광의 인도자, 펠아람은 단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쟈란테를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그가 쥔 검에서 보랏빛 오오라가 터질 듯 넘쳐흐르자 그녀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호호호! 아무리 네놈이라도 열여섯의 로드를 전부 상대할 수는 없어. 베릴의 광선이나 아반케즈의 애완동물로는 내 몸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할 걸?”


쟈란테는 몸을 수십 조각으로 분해해 펠아람을 에워쌌다. 그 상식을 벗어난 신체에 평범한 검으로 대응하기란 불가능하게 보였다. 그러나 펠아람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싱긋 웃더니, 우중충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은 우리 다섯이 모두 모인 날이다. 그러니 사양 말고 죽으라. 이 영광의 날에.」


“다섯? 설마...”


번쩍. 한줄기 번개가 슬러터 무리를 강타했다.

번쩍. 다시 번개가 쳐 엘프들을 짓밟던 레비저가 통째로 타올랐다.

전장의 한복판에 흙먼지가 어지럽게 일더니, 회오리바람이 굉음을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회오리의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순식간에 직경 20미터는 될법한 규모로 성장했다. 근처에 있던 악마들은 말할 것도 없고, 거구의 슬러터, 심지어 집채만 한 레비저조차 균형을 잃고 회오리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회오리의 내부에서 번쩍거리며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빨려 들어간 악마들은 번개폭풍 속에서 빼도 박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연합 진영 사이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병사들은 전장에 핀 신의 은총에 입을 모아 외쳤다.


“폭풍이다! 에스터페른의 폭풍이야!! 모두 자리를 지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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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5) +2 15.05.04 722 25 15쪽
213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4) +2 15.05.04 728 26 23쪽
212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3) +3 15.05.03 850 30 18쪽
211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2) +3 15.05.03 772 23 23쪽
210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1) +2 15.05.03 865 24 20쪽
209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7) +5 15.05.03 801 29 25쪽
208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6) +2 15.05.03 905 25 22쪽
207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5) +4 15.05.02 946 30 21쪽
206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4) +1 15.05.02 893 28 20쪽
205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3) +2 15.05.02 697 25 21쪽
204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2) +2 15.05.02 777 25 24쪽
203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1) +2 15.05.02 594 25 22쪽
202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6) +3 15.05.02 705 29 18쪽
201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5) +5 15.04.29 869 25 19쪽
200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4) +1 15.04.29 947 25 26쪽
199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3) +1 15.04.29 799 25 24쪽
198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2) +3 15.04.29 822 27 18쪽
197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1) +1 15.04.29 762 25 17쪽
196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8) +4 15.04.28 911 29 16쪽
195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7) +3 15.04.28 846 26 20쪽
194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6) +3 15.04.27 719 27 19쪽
193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5) +3 15.04.27 765 23 17쪽
192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4) +2 15.04.27 737 23 18쪽
191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3) +1 15.04.27 741 31 18쪽
190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2) +2 15.04.27 767 28 19쪽
189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1) +2 15.04.27 799 32 18쪽
188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完) +1 15.04.27 611 34 18쪽
187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5) +4 15.04.26 741 25 17쪽
186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4) +1 15.04.26 939 29 16쪽
185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3) +2 15.04.26 743 27 20쪽
184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2) +6 15.04.23 787 29 15쪽
183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1) +3 15.04.23 846 27 19쪽
18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2) +2 15.04.23 763 26 17쪽
18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1) +3 15.04.23 776 27 15쪽
180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0) +1 15.04.23 689 26 22쪽
179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9) +3 15.04.22 821 30 16쪽
178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8) +3 15.04.22 856 28 15쪽
177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7) +1 15.04.22 786 30 18쪽
176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6) +1 15.04.22 803 24 18쪽
175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5) +2 15.04.22 769 30 15쪽
»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4) +3 15.04.22 920 26 18쪽
173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3) +5 15.04.21 777 28 16쪽
17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2) +2 15.04.21 927 25 14쪽
17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 +3 15.04.21 814 26 17쪽
170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8) +3 15.04.21 737 25 21쪽
169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7) +2 15.04.21 711 20 15쪽
168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6) +4 15.04.20 760 25 18쪽
167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5) +2 15.04.20 663 21 18쪽
166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4) +1 15.04.20 777 24 17쪽
165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3) +2 15.04.20 746 25 16쪽
164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2) +3 15.04.20 816 21 16쪽
163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1) +1 15.04.20 827 23 21쪽
162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6) +1 15.04.20 838 30 14쪽
161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5) +2 15.04.20 717 26 18쪽
160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4) +3 15.04.19 875 29 18쪽
159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3) +3 15.04.19 957 29 18쪽
158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2) +3 15.04.19 907 27 22쪽
157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1) +5 15.04.19 1,222 47 22쪽
156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10) +6 15.04.18 906 27 21쪽
155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9) +3 15.04.18 779 27 18쪽
154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8) +1 15.04.18 662 25 19쪽
153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7) +2 15.04.18 692 27 18쪽
152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6) +1 15.04.18 756 28 17쪽
151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5) +4 15.04.18 720 23 16쪽
150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4) +1 15.04.18 676 25 17쪽
149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3) +2 15.04.18 760 23 17쪽
148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2) +3 15.04.16 858 3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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