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의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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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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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1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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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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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0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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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3)

DUMMY

그래, 흐음.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맞아, 그 도적단! 깔깔깔, 그 도적놈들이 날 죽이려고 하는데 글쎄, 갑자기 어디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더라. 그놈들도 놀랐는지 날 죽이려던 것도 잊고 소리가 난 방향으로 일제히 달려갔지. 나는 너무 무서워서 도망가려던 것도 잊고 그 자식들이 사라진 모래언덕 위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어.

그리고 ‘그들’이 나타났어. 「칼날모래 용병단」알-퀴나르 사막을 유랑하던 전투집단이었지. 참 웃기지 않니? 죄 없는 여자들은 노예상인에게 붙잡히고, 노예상인들은 도적떼를 만나 몰살당하고, 그 도적들도 결국은 사냥꾼들을 만나 비료가 되어버린 거야.

근데 있잖아 루도, 용병은 정규군이랑은 엄연히 틀린 족속이야. 오히려 강도와 더 가깝지. 단지 녀석들은 합법적으로 살인을 저지를 뿐이야.

여하튼 그들은 순식간에 날 에워쌌어. 그중 한 덩치가 내게 칼을 겨누면서 묻더라? 「대장, 생존자가 있는 모양인데 어떻게 할까요」푸하하! 어때, 좀 비슷했어? 지금도 카니보어의 얼빵한 목소리는 기억하고 있다니까.

그러자 큰 태도를 찬 중년 남자가 그러더라. 「돈 안 되는 살인은 하지 않는다」

브라함....그게 그의 이름이었지.

여튼 칼날모래 용병단은 도적들 시체에서 열심히 전리품을 챙겨댔어. 그 시체 뒤지는 모양새가 딱 봐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더라고. 난 벌벌 떨다가 그나마 인정 있게 생긴 남자에게 물었어. 여기는 어디냐고, 난 리크나이츠 사람인데 집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크크큭...그 사람 좋게 생긴 남자는 쿠벨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도 친절한 -그 개자식이 말이지- 사람이었어. 그 새끼가 그러더라. 여긴 텔아단 남단의 사막이라고, 걸어서 돌아간다면 석 달은 족히 걸릴 거라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지. 나한테는 빵 한 조각, 땡전 한 푼 없었거든. 내가 자력으로 리크나이츠로 돌아갈 확률은 제로에 수렴했지. 하물며 알-퀴나르 지역은 범죄자의 숫자가 군인보다도 많은 곳이었어. 나 같은 뭣도 없는 계집애는 그야말로 먹이사슬의 최하층을 기고 있었지. 날 끌고 온 노예상인들보다도 낮은 편이었거든!

그리고 중요한 건 더럽게 내리쬐는 사막기후였어. 난 태어나서 사막에 처음 와봤지만, 이런 곳에서 반나절도 버티지 못할 거란 걸 알았지.

집에 돌아가는 것보다는, 우선 살아남는 게 중요한 순간이었어. 나는...무작정 브라함의 바짓자락을 붙잡고 빌기 시작했어. 킥킥킥,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목이 날아가지 않은 게 용하단 말이야. 정말로 칼이 1cm쯤 목을 파고들어 왔거든? 브라함이 손을 들어 제지하지 않았다면 난 거기서 끝이었지 뭐.

난 살려달라고 빌었어. 그 사람은 살려줄 테니 어디든 가버리라고 그랬지. 하지만 큭큭, 그건 종말이 예정된 방생에 지나지 않아. 생각해봐 루도, 물고기를 잡아 풀어주겠다며 땅바닥에 던지는 거랑 똑같은 경우라고.

난 그냥 죽고 싶지 않으니 함께 데려가 달라고 했어. 빨래든 요리든 짐꾼이든 뭐든 할 테니 제발 날 두고 가지 말라고 빌었지.

어...뭐? 쿡쿡, 그야 그렇지. 하지만 루도,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여 금품을 털어가는 족속들이 처음 보는 계집애가 뜬금없이 리크나이츠로 데려가 달라고 말한다면, 들어먹을까? 난 오히려 말도 안 되는 간청으로 그 인간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모험을 하고 싶진 않았단 말이야.

용병들은 당연히 반대했지. 칼날모래는 하필 남자로만 이루어진 집단이라, 계집애가 들어오면 물만 흐릴 거라 생각한 거야. 하지만...어째서인지 브라함은 날 받아주었어.

대신 그 남자는 조건을 붙였지. 칼날모래가 보장해주는 건 오로지 ‘목숨’뿐이라고. 보수 따위 일체 지불하지 않을 것이며 거치적거린다고 여겨지면 즉시 버리고 갈 거라고.

난 무작정 알겠다고 했어. 어떤 조건이든, 여기서 말라죽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했거든. 그렇게 나는...칼날모래 용병단에 들어갔어.

.

.

.

칼날모래 용병단! 루도, 그놈들이 총 몇 명이었는지 한번 맞춰볼래? 응? 아냐, 좀 더 써봐. 아무리 그래도 소대급은 아니지. 아아, 좀 비슷하네. 뒈진 놈들 빠지고 신입이 들어오고 하긴 했지만, 칼날모래는 보통 65명 선에서 유지가 됐어.

65명. 난 그날부터 65명의 뒷바라지를 맡게 되었어. 65명분의 빨래와 65명분의 식사를 준비하느라 등골이 휘어졌지. 식사준비가 끝나면 빨래를 하고, 빨래를 하다 쪽잠을 자고, 밤에는 모포에 몸을 뉘일 틈도 없이 목적지 없는 행군이 계속되었어. 일거리는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기 때문에...칼날모래는 늘 죽일 것들을 찾아 정처 없이 돌아다녔지.

난 처음에는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리크나이츠 부근에라도 도착할 테고, 그 후에 물어물어 고향으로 귀환할 생각이었어. 근데 그건 정말 빌어먹을 오산이더라고.

칼날모래는 코살라 공국의 한 귀족가문에 고용되어 있었어. 그 귀족은 진짜진짜 개새끼라, 자기 재산을 위해 스스럼없이 전쟁을 일으키는 녀석이었어. 우린 그 귀족을 따라 이리저리 전쟁터를 돌아다녔지. 그러다 싸움이 일어나면 난 기름이 묻는 것도 모른 채 프라이팬을 뒤집어쓰고 바들바들 떨었어.

개 같았지 뭐. 전투가 끝나면 식사를 준비하고, 단원들의 찢어진 옷을 기워주고, 다시 행군하고.....너무 힘들어서 고향에 돌아가기 전에 과로사하겠다는 생각까지 들더라.

하지만 내가 좀 독해야 말이지. 난 석 달 동안 낙오되지 않고 용병단에서 살아남았어. 다만 무리한 노동과 스트레스로 살이 쪽쪽 빠져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되었지. 아, 지금보다 더 말랐을 거 같다. 호호.

견디기 힘들 만큼의 노동이었지만, 그래도 적응이 되니까 어느 정도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차츰 여가시간도 생기고, 짬을 내어 입고 다닐 웃옷도 재봉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 옷은 끝내....완성하지 못했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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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 외모가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점이었어. 살이 빠지고 근육이 붙기 시작하자 나를 보는 단원들의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어. 하지만 난 멍청하게도 석 달 같이 지낸 것 가지고 그 인간들을 동료라고 믿어버리고 있었지. 킥킥킥, 너어무 순진하지 않니 나?

살이 빠져서 처음에는 좋았지. 내가 이렇게 미인이었나 하고 거울을 들여다보는 때도 있었어.

하지만 그때부터......지옥이 시작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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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쿡쿡쿡, 뭘 그렇게 쳐다보니? 딱 봐도 예상이 가잖아? 땀내나는 남자들 틈바구니에 아름다운 미소녀가 하나 끼어있었단 말이야. 그리고 그 남자들은 도덕이니 하는 문제엔 조금도 관심이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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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들이 나를 겁탈하기 시작했어. 아무리 울부짖어본들 소용없었지. 두 새끼가 내 팔과 다리를 붙들자 쿠벨...그 개새끼가 다짜고짜 거시기를 밀어 넣더라고. 후, 그런 못생긴 놈한테 순결을 빼앗길 줄은 상상도 못했지.

누가 한번 시작을 끊으니까 그다음부터는 막무가내였어. 단원들은 두 명씩, 세 명씩 짝을 이뤄 시도 때도 없이 나를 강간했어. 대낮은 물론이고 자다가 통증에 눈을 뜨면 남자가 내 위에 올라타고 있는 걸 보는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났지.

나는...........

빠르게 적응했어.

울어본들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아니, 오히려 날 강간하는 단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가 목이 졸려 죽을 뻔한 경우도 있었지. 날 거둬들인 브라함도 이 행태에만은 침묵을 지켰어. 뭐, 엄밀히 말하자면 묵인한 거겠지.

나는 울지도, 저항하지도 않기로 했어. 누가 내 손목을 잡아끌면 따라가고, 가슴을 만지면 말없이 옷 단추를 풀게 되었어. 어차피 거부할 수 없다면 빨리 끝낼수록 좋았으니까...어떻게 해야 남자가 쾌락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됐지.

그때 난 겨우 16살이었어. 루도, 응? 넌 16살 때 뭘 하고 있었니? 내 16살은...남자에게 강간당하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데.

그 인간들은 나를 성적노리개로밖에 생각하지 않았어. 그리고 나 역시 노리개로서의 생활에 적응하게 되었지. 하지만...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남자들의 거시기를 핥아서 집으로 갈 수 있다면, 얼마든지 참고 견뎠을 거야. 하지만 귀향길은 갈수록 요원해졌지. 내전은 심해졌고, 이제는 단원들이 나를 놓아줄 것 같지도 않았어.

그때 깨달았어. 집으로 돌아가든, 여기서 말뚝을 박든 먼저 위로, 먹이사슬의 위로 올라가야만 한다고.

알-퀴나르의 먹이사슬은 단순해. 강한 녀석이 최상층에 있지. 거기는 법보다 돈이 가깝고, 돈보다는 칼이 먹히는 세계야.

나는 ‘진짜’ 용병이 되기로 마음먹었어. 부러진 대걸레자루를 깎아 목검을 만들어서, 밤이면 밤마다 무작정 휘둘러댔지. 옛날에 람이 가르쳐줬던 걸 더듬더듬 떠올려가면서...궁금한 게 있으면 실력 있는 단원에게 몸을 대줘가면서 물었지.

응? 깔깔깔, 지금까지 뭘 들은 거니? 그 작자들이 연습시간 같은 걸 따로 마련해줄 리가 없잖아. 낮에는 요리며 빨래를 하고, 밤에는 단원들 성욕 처리해주고, 그러고 동트기 전 새벽이 되어서야 으슥한 곳으로 가 혼자 검을 휘둘렀지 뭐. 하루에 두 시간도 못 자는 나날이었으니까. 과로로 쓰러지는 경우는 예사고, 섹스하다 잠들어 단원에게 핀잔을 받는 경우도 있었어. 하지만 어떤 날이든 새벽이 되면 난 검을 휘두르러 나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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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게 2년이 지났어. 난 마침내 칼날모래에서 없어져선 안 될 인재가 되고 만 거야. 성 노리개로든, 용병으로든.

전장에서 살아남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았어. 난 내 적성에 맞게 방패를 버리고 투핸드(Two-hand)스타일로 검법을 개량했어. 나름 고민하고 고민해 만들어낸 전투방식인지라 수월하게 상대를 썰어버릴 수 있었지.

그 시점에서 난 이미 단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였어. 하지만 여전히 성욕처리 일은 계속하고 있었어. 뭐, 간단해. 내가 워낙 적응해버린 탓도 있고, 아무리 나라도 대여섯 명씩 밀어붙이는 걸 감당해낼 수는 없었거든. 18살이 되었을 땐 아예 심드렁해져서 꼴리는 사람 있으면 지금 나오라고 외쳤지. 지금 전부 해소해줄 테니, 남은 하루는 건드리지 말라고. 뭐 나름 합리적인 방법이었어. 내 테크닉이면 30분이면 열 명도 싸게 만들 수 있으니까.

아, 그런데 브라함만은 예외였어. 내가 브라함 얘기를 했던가?

작은 도끼의 브라함(Braham the Chopper)...늘 상대방을 고기 썰듯 난자한다고 해서 그런 별명이 붙여졌지. 여하튼 브라함은 무인으로서는 굉장한 위치에 오른 인물이었어. 게다가 세태를 파악하는 냉철함과 카리스마...한 용병단을 이끌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지.

브라함은 처음에는 내게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어. 하지만 그 인간도 내가 예뻐지자 조금씩 손을 뻗기 시작했지. 뭐 죽은 첫사랑을 닮았대나 어쨌대나? 킥킥킥, 웃겨 정말.

하지만 뭐...난 그 사람을 그리 싫어하진 않았어. 때때로 검술에 관한 조언을 받기도 했고...무엇보다 다른 단원에 비하면 잠자리가 훨씬 신사적이었거든.

있지, 루도. 세상에 얼마나 변태새끼들이 많은지 아니? 아까 말한 카니보어라는 새끼는 말이야 글쎄, 평범한 섹스에 질려서 보통 구멍이 아니면 쳐다도 안 보더라니까. 응? 그야 뭐 입이라든지 아니면...

호호호, 동정남에겐 너무 자극적이었나? 뭐 그런 게 있어.

그래...이미 난 칼날모래에 귀속되었던 거야. 끔찍하게 증오하면서도, 이미 그곳을 떠날 수 없게 되어버린 거지.

...? 왜 돌아오지 않았냐니, 그야 간단하잖아? 브라함이 날 놓아주지 않았으니까.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가는 문제가 되지 않아. 텔아단이란 나라에서 내가 가진 인맥은 단 하나도 없었어. 반면 브라함은 곳곳에 끄나풀이 깔려 있었지. 내가 만약 도망치기라도 한다면 사막 전체를 헤집어서라도 찾아내고 말았을 거야. 그러니까 그 사람이 나를 풀어주거나, 아니면 내가 칼날모래 용병단을 단 하나도 남김없이 몰살시키기 전에는 난 영원히 사막을 떠날 수 없는 몸이었던 거지.

어...그런데 어떻게 돌아왔냐고?


깔깔깔깔!! 그런 멍청한 질문이 어디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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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내가 그 자식들을 전부 쓸어버렸으니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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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정말 환상적인 밤이야! 세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저택에서, 가장 값비싼 드레스를 입고, 최고급 와인을 마시면서 이딴 이야기나 하고 있다니.

생각해봐 루도. 2년, 아니 거의 3년에 가까운 세월이라고? 그 짐승 같은 새끼들이 피임이라고 제대로 했겠니? 아니 오히려 싫다는 내게 억지로 안에 싸는 놈들도 있었어. 염병할 새디스트 새끼들.

그러다보니 애가 세 번 들어섰지 뭐. 그중 두 번은 유산을 했어. 당연한 일이야. 임신했다고 내 일이 줄어든 건 아니었으니까. 일반인도 감당하기 힘든 노동을, 애를 배고서 지탱할 수 있을 리 없었지.

첫 유산을 한 밤은...정말 지독한 열병에 시달렸어.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팠고, 모포를 몇 겹을 둘러도 추위가 밀려왔지. 그런데 쿠벨 자식이 술이 얼큰하게 취해서 오더라고. 그리곤 냅다 내 위에 올라타는 거야.

난 너무 아프다고, 죽을 것 같으니 제발 그만 해달라고 애원했어. 그래도 안 되자 알고 있는 모든 저주를 퍼부었어. 하지만 녀석은 멈추지 않았지. 저항 따윈 무의미했어. 그때 난 검술이 걸음마 단계에 불과했으니까. 결국 보다 못한 단원 몇몇이, 뭐 그나마 정상적인 새끼들이었지, 쿠벨을 말리고 나서야 난 겨우 풀려날 수 있었어.

그때 놈이 계속했더라면 난 죽어버리고 말았을 거야. 지독한 통증 속에서 난 제발 이 시련이 가시기를, 그리고 악몽 같은 아침이 돌아오지 않기를 기원했어.

그렇게 두 번의 유산을 했지만 세 번째는 달랐어. 내전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던 때라 행군도 적었고, 단내에서 내 위치도 꽤 올라있던 차라 결국 달을 채워 낳게 되었지.

물론 난 정말 낳고 싶지 않았어. 아마 다른 단원, 특히 쿠벨 자식의 애였다면 배를 갈라서라도 끄집어내고 말았을 거야. 하지만...그 애는 브라함의 아이였어. 아무리 날짜를 맞추어봐도 브라함 말고는 관계를 가진 사람이 없었지. 코살라 공국이 시작한 국지전 때문에 한 달여가량 전장에 투입된 적이 있었거든. -후, 차라리 전쟁터에 있을 때가 천국이었지-

난 그 남자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결코 좋아한 것도 아니었어. 하지만 의외로 뱃속의 아기가 죽지 않고 버티자 저 냉혈한이 자기 애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졌어. 배가 불러오고 그게 브라함의 새끼라는 소문이 퍼지자 나를 건드리던 녀석들의 손길이 뜸한 것도 마음에 들었지.

그리고 어느 추운 가을날에 난 아이를 낳았어.


아이....내.....아이....

브라함의 아이가 아니야! 그건, 오직 나만의 아이였다고! 정말 끔찍이 혐오했었는데, 낳자마자 그 인간의 면상에 집어던지려고 생각했었는데....그 핏덩이를 본 순간 그냥 눈물이 흐르더라. 그건....내 아이였어.

.

.

하지만 그 애는 사흘도 못 가 죽고 말았어. 출산 뒤에 산욕열로 혼수상태에 빠졌었는데, 겨우 의식을 되찾았을 땐 이미 아이는 땅에 묻힌 뒤였지.

이름도 없이, 눈 한 번 떠보지 못하고, 내 아들은 봉분 하나 없는 사막의 모래 속에 묻혀버렸지.

난 아이를 묻었다는 곳을 찾아 파고 파고 또 팠어. 하지만 사막을 헤집어본들 뭐가 나올 리 없었지. 세상에, 내 살다 살다 피눈물이 나오는 경우는 처음 봤다니까. 그렇게 미친 듯이 반나절을 헤매고 나서야 난 깨달았어.

내가 얼마나 격정적인 인간이었는지를. 루도, 세상은 무심한 사람이 이기는 거야. 하지만 난 그때 내가 감정을 버리기는커녕 과거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어.

.

난 목표를 잡았어. 이 지긋지긋한 사막을 떠나기로. 그리고 지금껏 억눌러왔던 울분을 청산하기로!

내 가족, 내 상단, 내 아이! 난 19년 동안이나 빼앗기고 수탈당했어. 그런 나에게...되갚을 권리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잖아?

그러려면 물론 칼날모래 용병단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지.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어. 코살라 공국이 일으킨 대회전이 있었는데, 그때 칼날모래가 적 기병대의 습격을 받아 와해하여버린 거야. 단원들은 그 길로 뿔뿔이 흩어져 숲 속 으슥한 곳으로 숨어버렸지. 원래 패주를 위한 규율도 있어서, 우린 대장인 브라함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 숲에서 은신하고 있었어. 예닐곱 명씩 분대를 이룬 채로...

킥킥킥킥...정말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숫자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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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1) +2 15.05.03 865 24 20쪽
209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7) +5 15.05.03 801 29 25쪽
208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6) +2 15.05.03 905 25 22쪽
207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5) +4 15.05.02 946 30 21쪽
206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4) +1 15.05.02 893 28 20쪽
205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3) +2 15.05.02 696 25 21쪽
204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2) +2 15.05.02 777 25 24쪽
203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1) +2 15.05.02 594 25 22쪽
202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6) +3 15.05.02 705 29 18쪽
201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5) +5 15.04.29 869 25 19쪽
200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4) +1 15.04.29 947 25 26쪽
199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3) +1 15.04.29 799 25 24쪽
198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2) +3 15.04.29 822 27 18쪽
197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1) +1 15.04.29 762 25 17쪽
196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8) +4 15.04.28 911 29 16쪽
195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7) +3 15.04.28 846 26 20쪽
194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6) +3 15.04.27 719 27 19쪽
193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5) +3 15.04.27 764 23 17쪽
192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4) +2 15.04.27 737 23 18쪽
191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3) +1 15.04.27 741 31 18쪽
190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2) +2 15.04.27 767 28 19쪽
189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1) +2 15.04.27 799 32 18쪽
188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完) +1 15.04.27 611 34 18쪽
187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5) +4 15.04.26 740 25 17쪽
186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4) +1 15.04.26 939 29 16쪽
185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3) +2 15.04.26 743 27 20쪽
184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2) +6 15.04.23 786 29 15쪽
183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1) +3 15.04.23 845 27 19쪽
18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2) +2 15.04.23 762 26 17쪽
18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1) +3 15.04.23 776 27 15쪽
180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0) +1 15.04.23 689 26 22쪽
179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9) +3 15.04.22 821 30 16쪽
178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8) +3 15.04.22 856 28 15쪽
177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7) +1 15.04.22 786 30 18쪽
176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6) +1 15.04.22 802 24 18쪽
175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5) +2 15.04.22 769 30 15쪽
174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4) +3 15.04.22 919 26 18쪽
173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3) +5 15.04.21 777 28 16쪽
17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2) +2 15.04.21 927 25 14쪽
17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 +3 15.04.21 814 26 17쪽
170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8) +3 15.04.21 736 25 21쪽
169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7) +2 15.04.21 711 20 15쪽
168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6) +4 15.04.20 759 25 18쪽
167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5) +2 15.04.20 663 21 18쪽
166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4) +1 15.04.20 777 24 17쪽
165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3) +2 15.04.20 746 25 16쪽
164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2) +3 15.04.20 816 21 16쪽
163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1) +1 15.04.20 827 23 21쪽
162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6) +1 15.04.20 838 30 14쪽
161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5) +2 15.04.20 717 26 18쪽
160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4) +3 15.04.19 875 29 18쪽
159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3) +3 15.04.19 957 29 18쪽
158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2) +3 15.04.19 907 27 22쪽
157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1) +5 15.04.19 1,222 47 22쪽
156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10) +6 15.04.18 906 27 21쪽
155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9) +3 15.04.18 779 27 18쪽
154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8) +1 15.04.18 662 25 19쪽
153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7) +2 15.04.18 692 27 18쪽
152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6) +1 15.04.18 756 28 17쪽
151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5) +4 15.04.18 720 23 16쪽
150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4) +1 15.04.18 676 25 17쪽
149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3) +2 15.04.18 760 23 17쪽
148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2) +3 15.04.16 858 3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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