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의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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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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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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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05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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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4)

DUMMY

솨아아아아...집중을 하면 할수록 귓전을 때리는 빗소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소나기는 시야를 방해할 뿐 아니라 땅을 질척질척하게 만들어 피차 움직임에 제약을 주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양 진영은 일단 상대의 동태를 살피며 탐색전에 들어갔다.

물론 디리터만은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당당하게 움직였다. 그는 성벽 위의 제스터를 향해 대뜸 외쳤다.


“야 이 악마 놈의 새끼야! 당장 쳐내려 와라! 내가 직접 골통을 빠개줄 테니.”


비단 제스터뿐 아니라 궁 안에 잠입한 일행에게까지 들릴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였다. 그의 도발에 제스터는 위아래로 어깨를 들썩였다.


“후후후, 싫습니다.”


“뭐가 어째?”


“내려가서 당신을 죽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보다 더 바람직한 선택이 있을 거 같군요. 예를 들면...”


순간 알룬도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그 교활한 웃음소리에 감춰둔 폐부가 드러나는 것만 같았다. 전면전을 감행하면서까지 일행이 숨기고자 하는 것, 지금에 와선 유일한 희망일 수도 있는 사람들-.

제스터는 일행의 폐부를 완벽하게 파악했다. 그가 말했다.


“호오-호오- 마리네 캄블러와 제르카엘시온 멜피드는 어디 있습니까? 설마 이 중요한 날에 잠이나 자고 있진 않을 텐데...”


제스터는 궁전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일행이 긴장하고 있음을 감지하곤 해실거리며 웃었다.


“어쩌면 그 둘을 찾는 게 오늘 전투의 전환점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자, 제폰님, 그럼 뒤를 부탁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이칼롯과 알룬도가 동시에 앞으로 달려나갔다. 둘이 제폰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사이, 디리터는 알맞게 고르딘의 앞을 막아섰다. 그의 메이스가 정수리에 꽂히기 직전, 디리터는 검을 비스듬히 비틀어 세워 공격을 흘렸다. 메이스는 흙탕물을 튀기며 땅바닥에 처박혔다.

한편 제폰은 검을 양손으로 쥐고 횡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그 일격으로 알룬도의 자세가 크게 흐트러졌고, 덩달아 곁에 있던 이칼롯까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교착상황을 노리고 이번에는 유미르네가 움직였다. 그녀는 제폰의 옆구리를 노리고 좌측 측면에서부터 접근했다. 제폰이 즉시 반격해왔으나 그녀는 숏소드로 공격을 흘리고는 그대로 그의 곁을 지나쳤다. 그 고양이 같은 기민한 움직임에는 제폰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를 공격한 것은속임수였고, 유미르네의 타겟은 처음부터 제스터를 향해 있었다.

일단 돌파에 성공하자 그녀는 거침없이 달려나갔다. 그런데 대리석 모서리를 밟고 도약하려는 찰나, 관자놀이를 찌르는 위화감에 그녀는 황급히 상체를 숙였다. 아니나 다를까, 한 발의 화살이 그녀의 머리 위를 지나쳐 성벽에 꽂혔다.


“무슨....?!”


그녀는 재빨리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지만 적을 찾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 남자가 100m가량 떨어진 건물 지붕에 선 채 다시 활시위를 당기는 중이었다. 그는 몸을 숨기지도 않고 아련히 비춰지는 달빛 아래 노골적으로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었다.

유미르네는 즉각 화살을 쏜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녀는 상체를 잔뜩 기울인 채로 요리조리 화살을 피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한편 예정에 없던 적의 등장으로 이칼롯 쪽은 잠시 당황한 상태였다. 궁수가 마음껏 뒤통수를 노리게 할 수는 없으니만큼 유미르네의 선택은 바람직하다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기수를 돌린 탓에 제스터가 마음껏 제리온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일행을 향해 히죽 미소 짓고는 그대로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칼롯이 서둘러 그를 쫓으려 했으나 이번에는 제폰이 그를 막아섰다.


“나를 무시하면 곤란하다, 이칼롯.”


카가각! 두 번의 검격이 이어지고 이칼롯은 뒤로 물러났다. 만약 제폰이 발이 미끄러질 것을 염려해 멈춰 서지만 않았더라면 거기서 치명상을 입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칼롯은 재빨리 태세를 가다듬으며 거리를 쟀다. 확실히, 무시하고 지나치기엔 너무 강맹한 상대였다. 승부는커녕 시간을 얼마나 벌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 지금은 그저 제스터가 두 사람을 찾지 못하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 디리터는 고르딘과 일대 난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고르딘의 메이스, 디리터의 투핸드소드가 휘저어질 때마다 주변의 기물들이 퍽퍽 부서져 나갔다. 디리터가 재빨리 거리를 벌리며 말했다.


“방금 그건 뭐야?! 안개송곳니가 아직도 남아 있는 거야?”


알룬도가 말했다.


“아마도 마체르담일 거다. 유미르네 정도면 무리 없이 상대할 수 있어.”


“마체르담? 그 요상한 화살 쏘던 녀석 말하는 거야? 내가 그놈 죽은 걸 직접 확인했는데!”


“안다바리엘이 언데드로 되살렸다!”


“미친 씨발!”


부아앙-이번에는 제폰의 일격이 알룬도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무기를 휘두를 때마다 빗물이 튕겨 얼굴을 때렸다. 알룬도는 시미터를 비틀어 제폰의 검을 흘리는 한편 우측으로 빙그르 돌며 그의 허벅지에 킥을 날렸다. 갑옷을 입고 있어 큰 데미지는 기대할 수 없었지만, 그의 공격에 제폰의 몸이 뒤로 주욱 밀려났다.

잠시 거리가 벌어지자 제폰이 다리를 풀며 말했다.


“배신자의 귀환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군, 알룬도.”


“나도 그쪽하고는 절대 만나고 싶지 않았어.”


한편 이칼롯은 그의 블러디소드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알룬도의 뺨을 스친 까닭인지 핏줄기가 칼 옆면의 홈을 따라 스멀스멀 흘러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피의 행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대차게 내리는 소나기 덕에 홈에 고인 피가 전부 씻겨 내려간 까닭이었다.

이칼롯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지긋지긋한 소나기는 뜻밖에도 일행의 편이었다. 그가 말했다.


“날씨가 이러니 그 블러디로어인지 뭔지 하는 기술은 못 쓰겠군.”


제폰이 검을 들어 홈이 보이게 옆으로 돌렸다. 이칼롯이 지적한 대로 홈은 말끔히 헹궈져 여느 검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제폰은 검을 수직으로 내리꽂았다. 바르르 떨리는 폼멜 위로 그의 건틀렛이 기이한 쇳소리를 냈다.

눈을 마주치기 버거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살기. 헬름 너머로 번뜩이는 눈빛이 금방이라도 자리에 남은 셋을 도륙해버릴 것만 같았다. 그가 말했다.


“확실히, 그건 쓸 수 없겠지. 그런데 혹시 그게 없다고 나를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건가?”


“...두고 보면 알겠지.”


이칼롯은 한 번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텔슈피드의 손잡이를 감아 쥐었다. 확실히 눈앞의 사내를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알룬도도 가세해 2:1이 상황이지만 주도권은 여전히 제폰이 쥐고 있었다.

제스터는 어디? 그리고 제리온과 마리네는 어디쯤? 제발 침투조가 성공하기를 기원하면서, 이칼롯은 땅을 박차고 나갔다.


***


“밖이 왠지 시끄러운데...혹시 들킨 건가?”


“지금 남 걱정할 때냐? 잠자코 순찰조가 돌아오는지나 잘 살펴.”


“어...응.”


제리온과 마리네는 한 박자 늦게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두 사람이 별채 뒷마당에 들어섰을 즈음엔 이미 레미나가 한창 퍼시스턴트 퍼슈어를 펼치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쪽 상황을 알 리 없는 제리온은 최대한 신중하게 작전에 임했다.

스크롤을 사용하기에 앞서 그는 사이트링크(Sight Link)를 사용해 자신과 마리네의 시야를 공유했다. 이로써 마리네도 퍼시스턴트 퍼슈어를 인식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

그의 선택은 루도 쪽과는 확실히 대비되는 경우였다. 루도 쪽이 루도가 경계를 서고 궁전탐색은 오로지 레미나가 도맡은 반면, 제리온은 시야공유를 통해 마리네도 궁전탐색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 경우 제리온이 놓치고 지나간 부분을 마리네가 포착할 수도 있으니 수색의 효율성이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순찰조 경계에는 소홀해진다는 단점도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국왕탈환을 최우선목표로 잡은 이상, 다소의 위험은 무릅쓰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준비가 끝나자 그는 단번에 스크롤을 전개했다.


“퍼시스턴트 퍼슈어.”


레미나 때와 마찬가지로 담황색의 기포가 그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이윽고 형성된 눈동자가 영롱한 빛을 발하자 마리네가 눈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이거 빛도 나네. 조금 위험하겠는데.”


“이제 와서 어쩌겠냐. 자, 시작한다.”


제리온은 지체 없이 마안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그의 탐색은 레미나의 체계적인 방법과는 다른, 그냥 마구잡이식으로 주변을 헤집고 다니는 게 대부분이었다. 일단 속도를 최우선시해 건물을 훑고 다니다가, 심상치 않은 게 밟히면 그때 멈춰 서서 정밀수색에 들어갔다.

이런 방식이다 보니 마리네도, 제리온도 눈의 피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서로의 시야가 공유되어 세상이 겹쳐 보이는데, 여기에 퍼시스턴트 퍼슈어의 마안까지 합쳐져 인식 가능한 시야는 무려 3개로 늘어났다. 거기다 마안이 엄청난 스피드로 건물을 들쑤시고 있으니 단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제리온도 이건 좀 아니라 생각했는지 결국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야, 눈 감아. 아무래도 니가 나보다는 눈썰미가 좋을 거 아냐.”


“눈 감으면 근위병 쪽은 완전히 속수무책이 될 텐데?”


“알았으니까 집중해.”


눈을 감자 자신과 제리온의 시야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었다. 눈앞을 어지럽히던 세계가 두 개나 사라지자 마리네는 한결 마안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한참 궁 안을 헤집고 다닐 때였다. 첨탑 위의 경종이 느닷없이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사방에서 군홧발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곳곳에서 횃불이 점화되고, 병영 막사뿐 아니라 별채 내부에서도 궁녀며 귀족들이 하나둘 머리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제리온, 이거...”


“젠장, 또 뭐가 잘못된 거야?”


제리온은 일단 소리가 난 방향으로 마안을 돌렸다. 그는 얼마 안 가 병사들에게 빽빽이 포위된 루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루도는 잔뜩 날이 곤두선 채 병사들을 협박하고 있었는데, 어이없게도 레미나가 그 협박의 도구였다.


“어이구 이 씨팔 것들.”


마안을 가까이 접근시키자 미세하게 떨고 있는 둘의 움직임까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루도가 강압적으로 병사들을 협박하는 사이, 레미나는 계속 입을 움직여 일련의 메시지를 루도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이윽고 포위가 풀리고 병사들 사이로 길이 열렸다. 아마 루도의 협박이 먹혀들어간 모양이었다. 길이 뚫리자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대전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때 제리온은 첫발을 내디딘 게 루도가 아닌 레미나 쪽임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아오 저 미친년이 또 뭔 짓을 꾸미는 거야!”


상세한 전후사정은 알 수 없으나 행동의 지침을 부여하는 쪽이 레미나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아마도 그녀는 루도에게 자신을 인질삼아 포위망을 뚫으라고 지시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이동방향이 성 밖이 아닌 왕이 있는 대전으로 향해있는 점으로 보아 두 사람이 아직 작전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제리온이 말했다.


“직접 왕에게 충격을 줄 생각인가? 실패하면 즉각 목이 날아갈 텐데.”


“어...이제 어쩌지?”


“어쩌긴 썅! 빨리 안다바리엘을 찾아야지.”


마안을 놀리는 제리온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어떻게든 루도와 레미나의 목이 떨어지기 전에 안다바리엘을 찾아야만 했다. 별채와 내실, 식당에서 제식회랑까지. 눈에 보이는 건물은 속속들이 훑고 다녔지만 여전히 안다바리엘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다.

막 제식회랑까지 수색을 끝마쳤을 때였다. 이번에는 성 바깥쪽에서 아련히 디리터의 외침이 들려왔다.


“야 이 악마 놈의 새끼야! 당장 쳐내려 와라! 내가 직접 골통을 빠개줄 테니.”


순간 마리네의 눈이 번뜩였다. 디리터가 작전에 참가했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그가 던진 일갈은 결코 허투루 흘릴 만한 게 아니었다. 그것은 도발이자, 동시에 일행에게 던지는 경고이기도 했다.

이칼롯 쪽이 안개송곳니와 교전에 들어갔다. 그리고 어쩐 일인지 제스터는 전투를 회피하고 성곽 위로 올라서 있다.

놈이 노리는 것은 누구? 루도, 아니면?


‘빌어먹을...’


이젠 정말 시간이 촉박했다. 루도와 레미나는 실패했다고 봐야 하고, 이칼롯 쪽도 안개송곳니를 상대로 얼마나 버틸지 장담할 수 없었다. 유일한 타개책은 안다바리엘을 잡아 왕을 원래대로 회복시켜, 근위대를 이쪽으로 끌어들이는 것뿐이었다.

조급한 마음에 제리온은 마안을 사방팔방으로 튕겨댔다. 이러다 보니 시야는 건물 밖으로 치솟았다가 땅속으로 내리꽂히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런 심란한 분위기 속에서 마리네가 단서를 찾아낸 것은, 실로 기적에 가까웠다.


“엇...잠깐 정지!”


“왜 임마!”


“뒤로 돌아가 봐. 뒤로.”


제리온은 툴툴거리며 마안을 후진시켰다. 하지만 한창 땅속을 헤집고 다니던 순간이라 칠흑 같은 어둠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마리네는 마안을 계속 뒤로 돌리더니, 급기야는 우측방향으로 회전시켰다.


“저거 보여? 끄트머리에.”


“오호...”


시선이 닿는 끝자락에 미세한 광원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게 보였다. 빛이 있는 쪽으로 접근하자 웬걸, 자그마한 지하복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리석 벽에는 물이끼가 잔뜩 끼어 있고, 갈라진 틈새에서는 금방이라도 벌레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불쾌함이 느껴졌다. 복도 넓이도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만한 수준이라, 거주지라기보다는 지하창고 내지는 비밀통로라고 부르는 게 적합한 장소였다.

둘은 숨을 죽이고 불빛을 따라갔다. 막 코너를 돌았을 때 마리네는 살짝 어깨를 떨었다. 눈으로만 봐도 느낄 수 있는 불쾌한 공기. 그 적막하고 음습한 기운이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불빛이 가까워질수록 목덜미를 후벼 파는 불쾌함은 더욱 강렬해졌다. 빛의 진원지에 다다른 순간 두 사람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찾았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가부좌를 튼 채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를 중심으로 다섯 개의 촛불이 오망성을 그리고 있었는데, 불빛이 드리우는 음영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안색은 소름 끼칠 정도로 창백했다.

마리네는 그 남자의 얼굴을 즉각 기억해냈다. 안다바리엘 뷘더, 5년 전 레인스터에서 사람들을 학살하고 다니던 마법사다. 안개송곳니 단원이자, 일행에게 현상금을 건 장본인! 이자만 처리한다면 지금까지 겪었던 수모를 한방에 되갚아줄 수 있었다.

제리온의 오른손에 힘이 들어갔다. 위치도 파악했겠다, 단숨에 퍼시스턴트 퍼슈어를 릴리즈(Release)해 그가 있는 공간까지 순간이동할 심산이었다. 그런데 막 시동어를 읊으려는 찰나, 뒤통수 너머로 익숙한, 그러나 더할 나위 없이 혐오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키키킷...여기 계셨군요들. 무슨 작당을 하고 계십니까?”


‘제스터!’


마리네는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 방어태세를 취했다. 제스터는 일행이 내려다보이는 별채 지붕에 올라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서도 그의 등 뒤로 돋아난 촉수의 꿈틀거림만은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마리네가 말했다.


“제리온, 빨리 릴리즈해! 여긴 내가 맡을 테니까.”


그는 재빨리 마음을 다잡았다.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각오하고 온 것이다. 작전의 최우선은 안다바리엘을 무찌르는 것. 여기서는 자신이 제스터를 막아 시간을 버는 게 당연한 판단이었다. 설령 그러다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데 마리네의 바람과는 달리, 제리온은 차원문을 개방시키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럴 수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제스터와, 자신을 막아선 마리네의 뒷모습을 본 순간 맥없이 무너지던 에레이시아의 잔영이 눈에 밟혀 그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뭐해 제리온! 빨리....”


“하, 하, 하! 지난번의 빚을 갚을 때로군요.”


제스터가 촉수 하나를 장대 삼아 순식간에 마리네 앞으로 도약했다.


“윽...?!”


사실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마리네는 장대비로 움직임이 제한된 데다 사이트링크로 시야도 어지럽혀진 반면, 제스터는 시작부터 모든 촉수를 개방해 일격필살을 노리고 있었다. 거기다 특유의 투명화 가면까지 건재해, 단 세 합을 겨룬 것만으로도 마리네는 대(大)핀치에 몰렸다. 제스터의 촉수가 무방비하게 드러난 그의 명치를 향했다.


“자 그럼 한 명...컥!”


두두두...! 세 발의 매직미사일이 정확히 그의 정수리로 내리꽂혔다. 갑작스런 기습을 당하자 제스터는 재빨리 촉수를 놀려 뒤로 물러났다.

한편 마리네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제리온을 바라보았다. 그는 안다바리엘을 잡으러 가긴 커녕 애써 사용한 퍼시스턴트 퍼슈어까지 해제하고는, 제스터를 향해 새로운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리네는 즉각 그의 돌발 행동을 따지고 들어갔다.


“뭐하는 거야! 이제 스크롤은 남지도 않았는데...! 왜 마법을 해제한 거야?”


“새끼가 살려줘도 지랄이네. 니 목숨은 한 댓개 되냐?”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모두 우리만 믿고 있을 텐데...왜 그런 경솔한 짓을...”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작전이 중요하다곤 해도 눈앞에서 니 심장이 뚫리는 꼴은 못 보겠더라고.”


마리네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물론 제리온의 행동이 자신을 염려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작전에는 최우선요소가 있고, 그게 개개인의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이제 와서 자신의 목숨이 보전된다 해도, 왕을 구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가 말했다.


“그럼 안다바리엘은 어떻게 할 건데! 저 자식을 쓰러뜨린 뒤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고.”


“네가 가면 되잖아, 이 머저리야.”


“그러니까! 어...뭐?”


“제스터는 내가 맡는다. 그동안 넌 빨리 안다바리엘을 찾아 죽여. 비밀장소의 위치는 아까 마안을 통해 확인했지?”


순간 망치로 정수리를 얻어맞은 것만 같아 마리네는 입을 다물었다. 요점은 자신과 제리온의 역할을 변경하자는 것인데, 그 저의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의 얼굴이 당혹스럽다 못해 분노로 일그러지자 제리온이 재빨리 그를 타일렀다.


“잘 들어 마리네. 그 리치가 제아무리 강력한 마법사라 해도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할 수는 없어. 지금 녀석은 마인드컨트롤을 제어하느라 손 하나도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야. 알았어? 산송장이나 다름없다고. 그러니까, 넌 가서 녀석의 목덜미에 칼을 꽂아 넣기만 하면 돼.”


“그, 그러니까 내 실력을 못 믿겠다는 거야? 나 정도로는 제스터를 상대로 방패막이조차 되지 못한다는 거야?”


“멍청한 새끼, 지금이 그딴 졸렬한 자존심 세울 때냐!!”


제리온이 마리네의 멱살을 냅다 움켜쥐며 말했다. 그 행위 자체로도 제스터의 접근을 허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재빨리 포스미사일 두 개를 생성해 놈이 다가오는 것을 막았다. 그가 말했다.


“네 꼬라지를 봐라. 내가 릴리즈를 선택했다면 넌 그 순간 죽었어. 저 자식 상대로 10초라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냐? 천만에, 저 괴물을 상대론 이칼롯도, 유미르네도 장담하지 못해.”


“그럼 내...내 심정은 제리온과 다를 것 같아? 저런 괴물과 싸우게 해놓고 내가 맘 편히 나아갈 수 있겠냐고!”


슈웅-콰직! 포스미사일 하나가 제스터의 안면에 직격했다. 투명화 능력을 사용했다곤 하나 제리온에게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기분 나쁜 가면만은 확실히 눈에 들어오고 있으니만큼, 그것만 겨냥해 날려버리면 되는 일이었다.

제스터가 뒤로 물러난 틈을 타 다시 그가 말했다.


“그래, 넌 나아갈 수 있어. 왜냐고? 난 저 악마새끼를 이길 수 있거든.”


“뭐...뭐?”


“난 마법사야. 굳이 저 악마놈의 촉수와 맞서 싸울 필요가 없다고. 멀리서 마법만 써도 충분히 시간은 벌 수 있어. 알았냐? 젠장, 이렇게나 쳐말했으면 이제 제발 좀 가라 이 새끼야!!”


그렇게 말하고서 그는 마리네를 던지다시피 하여 별채 입구로 밀어 넣었다. 이렇게 쓴 소리를 듣고 보니 마리네로서도 그의 요청에 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어찌 됐든 누군가는 안다바리엘을 처리해야 했으니까.

그는 턱이 부서져라 어금니를 깨물고는 별채를 향해 등을 돌렸다. 막 안다바리엘의 아지트로 향하기 전, 마리네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씨발, 허세 부린 거면 나중에 가만 안 놔둘 줄 알아!”


“오냐오냐, 어서 좀 꺼져주라.”


마리네가 사라지고 나자 마당에는 제리온과 제스터만 남게 되었다. 제스터는 기회를 노려 마리네를 따라가려 했으나, 절묘하게 날아온 마법에 번번이 저지당하고 말았다. 세 방째 포스미사일을 맞고 나자 그제야 그도 제리온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이이쿠...아파라. 얼굴은 좀 참아주시죠. 전번에 생텀가드에게 당한 상처가 아직도 욱신거려서...”


“킥, 그래. 보아하니 니놈이 자랑하는 촉수도 몇 개 날아간 것 같군. 신수가 훤하구만.”


“으음, 자신감이 대단하시군요. 요전번에도 느끼셨겠지만 포스미사일 정도로는 저를 쓰러뜨릴 수 없습니다?”


“충고 고맙다, 이 씹새끼야.”


제리온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지만 그가 지은 미소의 절반은 두려움을 감추려고 억지로 만들어낸 것뿐이었다.

허세.

허세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여타 칼잡이들보다 잘 버틸 자신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버티는 수준’의 이야기다. 포스미사일을 세 방이나 맞고도 머리를 긁적이는 괴물을 어떻게 쓰러뜨려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저 촉수의 벽을 피해 접근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선 최선을 다해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마력이 바닥날 때까지. 저 비열한 악마의 가면이 짓뭉개질 때까지.

그는 다시금 새로운 포스미사일을 생성했다. 자색의 구체가 기이한 진공음을 내며 빗줄기 사이를 날아다녔다.


이로써 제리온과 제스터의 1:1구도가 완성되었다.

같은 시각 이칼롯과 유미르네, 알룬도, 디리터의 4명은 나머지 안개송곳니 멤버 셋을 상대로 혈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루도는 레미나를 인질 삼아 왕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마리네는 별채 내부의 감시망을 피해 빠르게 비밀장소로 접근해 갔다.

쏟아지는 장대비는 여전히 그 위세를 뽐내고 있었다. 이 모든 소음이 녹아내릴 만큼 요란한 빗소리를 머금은 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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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계승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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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4) +3 15.05.12 901 26 26쪽
246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3) +3 15.05.12 865 24 20쪽
245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2) +5 15.05.11 972 27 21쪽
244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 +4 15.05.11 958 24 18쪽
243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完) +2 15.05.11 1,078 25 20쪽
242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2) +1 15.05.11 785 23 21쪽
241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5) +6 15.05.10 756 22 15쪽
240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4) +1 15.05.10 794 23 17쪽
239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3) +2 15.05.10 887 22 17쪽
238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2) +1 15.05.10 777 25 13쪽
237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1) +4 15.05.09 888 25 28쪽
236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1) +3 15.05.09 921 24 21쪽
235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7) +2 15.05.09 1,017 25 18쪽
234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6) +5 15.05.08 1,032 29 24쪽
233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5) +2 15.05.08 893 24 24쪽
232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4) +2 15.05.08 909 23 26쪽
231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3) +2 15.05.08 903 25 19쪽
230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2) +2 15.05.08 766 24 24쪽
229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1) +5 15.05.07 774 26 19쪽
228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0) +2 15.05.07 900 24 24쪽
227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9) +1 15.05.07 823 22 24쪽
226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8) +4 15.05.06 742 27 22쪽
225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7) +2 15.05.06 987 25 29쪽
224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6) +3 15.05.06 812 24 28쪽
223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5) +4 15.05.05 940 27 24쪽
»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4) +2 15.05.05 772 24 23쪽
221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3) +1 15.05.05 652 23 15쪽
220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2) +2 15.05.05 779 25 18쪽
219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 +4 15.05.05 695 24 15쪽
218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4) +2 15.05.05 927 25 23쪽
217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3) +3 15.05.04 945 23 23쪽
216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2) +2 15.05.04 875 23 21쪽
215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1) +1 15.05.04 783 25 20쪽
214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5) +2 15.05.04 722 25 15쪽
213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4) +2 15.05.04 728 26 23쪽
212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3) +3 15.05.03 850 30 18쪽
211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2) +3 15.05.03 772 23 23쪽
210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1) +2 15.05.03 865 24 20쪽
209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7) +5 15.05.03 801 29 25쪽
208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6) +2 15.05.03 905 25 22쪽
207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5) +4 15.05.02 946 30 21쪽
206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4) +1 15.05.02 893 28 20쪽
205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3) +2 15.05.02 696 25 21쪽
204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2) +2 15.05.02 777 25 24쪽
203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1) +2 15.05.02 594 25 22쪽
202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6) +3 15.05.02 705 29 18쪽
201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5) +5 15.04.29 869 25 19쪽
200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4) +1 15.04.29 947 25 26쪽
199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3) +1 15.04.29 799 25 24쪽
198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2) +3 15.04.29 822 27 18쪽
197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1) +1 15.04.29 762 25 17쪽
196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8) +4 15.04.28 911 29 16쪽
195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7) +3 15.04.28 846 26 20쪽
194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6) +3 15.04.27 719 27 19쪽
193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5) +3 15.04.27 764 23 17쪽
192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4) +2 15.04.27 737 23 18쪽
191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3) +1 15.04.27 741 31 18쪽
190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2) +2 15.04.27 767 28 19쪽
189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1) +2 15.04.27 799 32 18쪽
188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完) +1 15.04.27 611 34 18쪽
187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5) +4 15.04.26 740 25 17쪽
186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4) +1 15.04.26 939 29 16쪽
185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3) +2 15.04.26 743 27 20쪽
184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2) +6 15.04.23 786 29 15쪽
183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1) +3 15.04.23 845 27 19쪽
18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2) +2 15.04.23 763 26 17쪽
18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1) +3 15.04.23 776 27 15쪽
180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0) +1 15.04.23 689 26 22쪽
179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9) +3 15.04.22 821 30 16쪽
178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8) +3 15.04.22 856 28 15쪽
177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7) +1 15.04.22 786 30 18쪽
176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6) +1 15.04.22 803 24 18쪽
175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5) +2 15.04.22 769 30 15쪽
174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4) +3 15.04.22 919 26 18쪽
173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3) +5 15.04.21 777 28 16쪽
17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2) +2 15.04.21 927 25 14쪽
17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 +3 15.04.21 814 26 17쪽
170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8) +3 15.04.21 736 25 21쪽
169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7) +2 15.04.21 711 20 15쪽
168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6) +4 15.04.20 760 25 18쪽
167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5) +2 15.04.20 663 21 18쪽
166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4) +1 15.04.20 777 24 17쪽
165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3) +2 15.04.20 746 25 16쪽
164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2) +3 15.04.20 816 21 16쪽
163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1) +1 15.04.20 827 23 21쪽
162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6) +1 15.04.20 838 30 14쪽
161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5) +2 15.04.20 717 26 18쪽
160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4) +3 15.04.19 875 29 18쪽
159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3) +3 15.04.19 957 29 18쪽
158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2) +3 15.04.19 907 27 22쪽
157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1) +5 15.04.19 1,222 47 22쪽
156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10) +6 15.04.18 906 27 21쪽
155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9) +3 15.04.18 779 27 18쪽
154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8) +1 15.04.18 662 25 19쪽
153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7) +2 15.04.18 692 27 18쪽
152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6) +1 15.04.18 756 28 17쪽
151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5) +4 15.04.18 720 23 16쪽
150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4) +1 15.04.18 676 25 17쪽
149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3) +2 15.04.18 760 23 17쪽
148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2) +3 15.04.16 858 3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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