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한 연습생이 데뷔 멤버랑 회귀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지슌
작품등록일 :
2023.01.01 21:19
최근연재일 :
2023.02.06 22:28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657
추천수 :
11
글자수 :
79,777

작성
23.01.05 17:35
조회
58
추천
0
글자
10쪽

이전 시스템 기록 자동 소환

DUMMY

3화


“촬영 마무리 컷 따고 나면 숙소 배정된 곳으로 돌아가서 데뷔 희망일지 쓰고 다음날 6시까지 일어나서 이 곳으로 오세요.”


그저 마지막 연습생이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그 한 컷을 위해서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다.

99명의 연습생들이 딱 1분씩 말하면 고작 1시간 39분이었다.

하지만 영상 촬영 시간보다 준비시간이 긴 탓에 자유시간은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이 상태로는 안 되겠어.’


유현은 연습생들의 얼굴을 훑는 카메라 렌즈가 부담스러웠지만 익숙해지려 애썼다.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아 괜한 태도 논란이 일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거울을 보지 않아도 자신의 표정이 어떤지 알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처음에는 번호대로 같이 숙소를 썼으니까 나와 숙소를 같이 쓰는 연습생은 50번부터 54번.’


카메라 앞에서 들뜬 모습의 연습생들 사이에서 유현은 혼자 어두운 얼굴이었다.

그래도 긴장한 것처럼 보였는지 몇몇 연습생들은 유현을 향해 힘내라는 오지랖도 부리고 가주었다.

하지만 유현이 큰 반응을 해주지 않은 탓에 민망한 얼굴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일단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첫 룸메이트를 확인하자.’


유현은 연습생들의 옷에 붙어있는 번호를 눈으로 좇았다.

잘 생각이 나지 않던 연습생들도 얼굴을 보니 그제야 이름이 떠올랐다.

유현이 50번 연습생을 바라보는 그 순간 다시 시야에 반투명한 글자들이 떠다녔다.


<이전 시스템 기록 자동 소환>

50번 연습생 김상일(20)

[반입 금지 물품인 담배를 몰래 숙소에서 피워서 고성원과 다툰 적이 있음. 민폐를 끼쳐도 당당한 타입. 1차 탈락.]


‘아까부터 이런 글자들은 뭐지? 내 눈에만 보이는 건가?’


유현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자신과 같은 시스템 창을 보는 연습생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 과거로 돌아왔는데 이 정도 능력은 있어야지.’


유현은 아무런 능력도 없이 과거로 돌아온 게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3초 후 기록 소환 창이 닫힙니다]


글자를 차분히 읽으려던 유현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다행히 글이 짧아 다 읽긴 했지만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내 마음대로 열고 닫고 하는 건 어떻게 하는 거지? 그냥 빨리 보고 기억해야 되는 건가?’


보통 소설에서 회귀하면 승승장구 하던데 뭔가 달랐다.

유현은 이번 인생도 그다지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느꼈다.


‘다음 미션까지 룸메이트들이 안 바뀌는 탓에 숙소 들어갈 때마다 긴장했었는데.’


방송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그 싸움 때문에 숙소 분위기가 꽤 살벌했었다.

다음 미션에서 상일이 성원에게 은근히 기싸움을 거는 모습도 보였었다.


‘나는 되도록 엮이지 않는 편이 좋겠어.’


누가 봐도 상일이 잘못한 행동이었지만 원래 미친 놈은 건드리는 게 아닌 법이니 말이다.


<이전 시스템 기록 자동 소환>

51번 연습생 신형곤(17)

[형들을 잘 따르는 성격이나 파트 분배에 대해 실력에 비하여 과도한 욕심이 있음. 2차 탈락.]


숙소에서는 별다른 갈등을 빚지 않아도 조별 미션곡 수행 도중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어차피 형곤이랑은 다행히 같은 조가 아니었으니까.’


52번 연습생은 유현 본인이고 53번 연습생은 고성원이니 이제 54번 연습생만 누구인지 확인하면 되었다.


<이전 시스템 기록 자동 소환>

54번 연습생 박한태(25)

[아이돌로 여러번 데뷔를 한 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나온 참가자. 1차 투표 이전 온라인 사전 호감도 조사에서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심적 부담감에 자진 하차.]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가 추락한 사람만 아픈 것은 아니었다.

유현은 그때 당시엔 한태 형이 왜 끝까지 부딪혀 보지도 않고 하차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유현은 한태의 선택도 이해가 되었다.


‘그래도 몇 년 뒤에는 저 형이 나보다 행복해 보였으니까.’


박한태는 연예인의 꿈을 접고 본가 근처에서 카페를 열었다.

그렇게 대박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망하지도 않게 무난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인터넷에서 봤었다.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한 번 출연했다고 7년 내내 인터넷에 연습생들 근황 리스트가 올라오곤 했었으니까.’


제목: [턴온라 탈락 연생 94명 근황.jpg]

댓글 831개 모두 보기

[와 ㄹㅇ 최신 버전이네.. 내가 방구석에서 김후완 내성발톱 생긴 것까지 알아야 할 필요는 있나 싶긴 한데]

[아직도 정유현 데뷔 못 한 거 미쳤다.. 진짜 타이밍이라는 게 중요한가 봄]

ㄴ[근데 BRIGHT 다섯 명 합이 좋아서 정유현 떨어진 거 다행이긴 함]

ㄴ[막방 때 정유현 팬덤 수준 보면 떨어져서 다행임ㅋㅋㅋ 붙었으면 지 최애 불쌍한 놈 만들면서 타멤 까고 다녔을 거 뻔하던데]


그리고 그 글의 마지막은 “아직도 데뷔 못한 진짜 운 없는 연습생”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유현의 사진으로 마무리 되곤 했었다.


“뭐해? 숙소 돌아가야지.”


어느새 촬영이 끝났는지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성원이 멍하니 생각에 잠긴 유현을 툭 치며 말했다.

유현은 성원을 바라보았다.


<이전 시스템 기록 자동 소환>

53번 연습생 고성원(19)

[기록 소환 오류]

[기록 소환 오류]

[기록 소환 오류]

[기록 소환 오류]

[기록 소환 오류]


짤막한 정보가 나와야 했지만 성원은 에러창이 잔뜩 뜨더니 자동으로 시스템창이 종료되었다.


‘뭐지? 다른 사람들을 볼 때랑은 다르잖아.’


유현이 당황한 표정을 짓자 성원이 고개를 돌렸다.

이리저리 살피던 성원은 유현을 향해 말했다.


“어째 내 얼굴이 아니라 다른쪽 보는 거 같네.”

“···기분 탓이겠지.”


유현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이상해.’


<이전 시스템 기록 자동 소환> 기능이 말 그대로 과거의 삶에 대한 정보를 나타내는 기능이라면 왜 고성원의 기록은 불러오지 못하는 것인가?


‘복잡해. 어디까지가 현실인지도 모르겠어.’


연습생들은 컨베이너 벨트 위의 상품들처럼 줄 맞추어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로 들어와도 숨을 돌릴 수는 없었다.

화장실을 제외하고선 카메라가 달려있었기 때문이었다.

몇몇 연습생들은 카메라를 의식하며 작위적인 팬서비스를 날렸다.


‘자고 일어나면 다시 그 지긋지긋한 원룸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꿈 치고는 계속 깨어나지 않긴 했다.

하지만 이대로 잠들었다가 깨면 모든 게 다시 사라질까봐 두려웠다.


‘이게 정말 나에게 다시 주어진 기회라면 놓칠 수는 없는데.’


예전에는 카메라를 보고 혼자서 주절주절 떠들어댔지만 지금의 유현은 좀처럼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성격이 바뀐 탓에 그 시절 팬들이 좋아하던 모습이 전혀 나오질 않았다.


‘이대로는 1차도 탈락하겠어.’


초조해진 유현의 마음을 더 불안하게 만드려는 작정인지 설상가상으로 경고창이 다시 눈 앞에 나타났다.


시스템 경고!

[숙소 방송분량 통편집

오류 해소 기한: D-7]


무조건 1~2화에 원샷이 나와야 데뷔권에 안착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첫인상은 중요했다.

수많은 연습생들 중에서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이전에는 숙소에서 혼잣말하는 모습이 귀엽다고 반응이 왔었는데.’


열아홉의 정유현과 스물여섯의 정유현의 말투와 성격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유현은 자신의 지금 정신 상태로 혼잣말을 해봤자 1호선 광인의 주정처럼 보일까봐 무서웠다.


‘방송분량을 뽑으려면 대체 뭘 해야 되지? 혼잣말이라도 해야 하나.’


유현은 자신의 침대 앞쪽에 달려있는 카메라를 의식하며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오이 형! 데뷔 희망일지 썼어요? 저 초딩때 일기도 밀려썼던 사람이라 힘들어 죽겠어요.”


형곤은 머리를 쥐어 뜯으며 맞은편 1층 침대의 유현을 바라보았다.

형곤은 막내인 탓에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잘 뻔했지만 한태 형이 한사코 최고령자인 자신이 바닥에 자겠다고 하여 침대에 누울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쓰려고.”


유현은 배부받은 공책을 캐비넷에서 꺼내왔다.

공책의 앞 표지에는 ‘데뷔 희망일지’라는 라벨지가 붙어있었다.


‘카메라나 사람들 보고 말하는 건 아직 힘들지만 글로 쓰는 건 괜찮을지도.’


유현은 펜을 들고 빈 종이를 글씨로 채워나갔다.

막힘없이 쓰는 유현을 보고 연습생들 몇몇이 기웃거리며 다가왔다.


“와, 미쳤다. 이 형 글씨 엄청 깔끔한데요?”

“캘리그라피인가 뭔가 했던 거 아냐?”


원래도 필체가 나쁘지 않긴 했지만 유현은 속으로 자신이 하도 유서를 많이 써서 글씨가 좋아졌나 싶었다.

웃기지도 않은 가설이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어? 형 웃었다!”

“긴장한 모습만 봤는데 웃으니까 훨씬 낫네.”

“나도 얘가 계속 단답에다가 표정도 굳어있길래 내심 한 성깔 하는 놈인가 했다니까.”


유현은 차마 다른 연습생들을 마주 볼 수는 없었지만 벌게진 귀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정유현 3일차 데뷔 희망일지>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을 아직도 믿을 수 없다.

이번 PR영상 촬영 때에는 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진정한 나를 보여주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


유현은 자신이 쓴 희망일지를 카메라에 비춰보이며 조용히 입모양으로 읊어보았다.


‘전에는 안 썼네.’


혹시라도 썼나 싶어 뒤적거려 보았지만 1일차나 2일차에 쓴 일지는 없었다.


[시스템 오류가 해결되었습니다]


갑자기 뜬 상태창에 유현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들었다.


‘어? 통편집은 면했다는 건가?’


유현은 자신이 일지를 쓰던 게 분량으로 뽑힌 것인가 싶었다.

성원은 2층 침대에서 일지를 쓰던 것을 멈추고 유현을 빤히 바라보았다.


“갑자기 왜요? 뭐 있어요?”


형곤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유현은 황급히 둘러댔다.


“아니, 벌레가 있길래.”

“벌레? 으, 뭐해! 51번 네가 빨리 잡아야지!”


상일이 큰 덩치가 무색하게 덜덜 떨며 가장 어린 형곤을 시켜먹었다.

시끄러운 룸메이트들의 목소리에도 성원은 표정이 흔들림이 없었다.

무언가 천천히 생각하던 성원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탈락한 연습생이 데뷔 멤버랑 회귀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23.02.07 10 0 -
18 센터-윙 인터뷰 23.02.06 13 0 10쪽
17 타도53 23.02.02 17 1 10쪽
16 센터를 불편해 하던 이유 23.02.01 16 0 10쪽
15 아이돌 한다는 사람이 23.01.31 16 0 11쪽
14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23.01.30 19 0 10쪽
13 센터로 추천합니다 23.01.27 20 0 11쪽
12 이미 해소된 오류입니다 23.01.26 25 0 10쪽
11 1등에게 위로 하고 위로 받기 23.01.25 23 0 10쪽
10 중간평가 실수는 고의? 23.01.17 34 1 10쪽
9 시그니처 송 중간평가 23.01.15 31 1 10쪽
8 심사평 혹은 막말 23.01.12 34 1 10쪽
7 맛표현 한 마디씩 해주세요 23.01.10 41 2 11쪽
6 익숙한 시그니처 송 23.01.09 47 2 11쪽
5 달라진 프로필 사진 23.01.08 54 0 10쪽
» 이전 시스템 기록 자동 소환 23.01.05 59 0 10쪽
3 시스템 경고 발동! 23.01.04 59 1 10쪽
2 죽기 전에 걸려온 전화 23.01.03 67 1 10쪽
1 프롤로그 23.01.02 83 1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