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한 연습생이 데뷔 멤버랑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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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슌
작품등록일 :
2023.01.01 21:19
최근연재일 :
2023.02.0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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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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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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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이미 해소된 오류입니다

DUMMY

11화


‘뭐지?’


현제가 무대를 내려가고 8번 연습생이 무대 위를 올라갔다.

그 동안 유현은 혼란스러움에 빠졌다.


‘오류창이 뜨지도 않았는데 오류가 해소되었다니 그게 무슨?’


이해가 가지 않아 아까 전의 상황을 곱씹어 보았다.


‘게다가 내가 딱히 한 것도 없는데?’


그나마 짐작 가는 것이라고는 한 가지뿐이었다.


‘설마 안현제의 그 응원 같지도 않은 응원 때문에?’


유현은 고작 그런 것으로 오류가 해소되는 건가 회의적이었다.

그 순간 유현의 머릿속에 무언가 스쳐갔다.


-나 응원 좀 해주고 가지? 긴장되는데.


중간평가 직전 성원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었다.


‘잠깐만, 그 말 그냥 한 게 아닌가?’


하필 응원이라는 키워드가 겹치는 것이 영 수상했다.


‘어쨌든 실수는 안 할 거라는 뜻이니까 좋게 생각하자.’


중요한 평가를 앞두고 있기에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했다.

유현은 애써 불안감을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경고창이 나만 가지고 있는 능력이 아니라면?’


머리 속의 생각들은 주워담을 수 없을 만큼 길게 뻗어갔다.


‘만약 녀석은 그 외의 것까지 볼 수 있는 거라면.’


유현이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나에게 유리한 상황이 맞을까?’


유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순간 손 하나가 튀어나와 유현의 손목을 붙잡았다.


“카메라 있는데 손톱 물어뜯는 습관 괜찮겠어?”

옆자리에 있던 성원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마치 불안해하는 자신을 아까 전부터 계속 보고 있었다는 신호 같았다.


“...어, 고맙다.”


유현은 성원에게서 손을 빼며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7번이 독보적인데?”


어느덧 50번대 연습생들의 순서까지 왔다.

그동안 안현제를 뛰어넘을만한 무대는 나오지 않았다.

모두들 직감적으로 안현제가 센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고성원도 벅찬데 안현제까지 뛰어넘어야 하니까 부담되는군.’


유현은 손톱을 뜯으려다가 멈추고 손을 모았다.


“52번 연습생, 대기해주세요.”


제작진의 신호에 유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대쪽으로 이동하다가 안현제와 눈이 마주쳤다.

안현제는 여유만만한 눈빛으로 유현을 아래 위로 훑어보았다.


‘확실히 무대는 부담스럽지만.’


유현이 제 가슴께에 손을 올렸다.


‘이 두근거림은 부담스러움만은 아니야.’


유현은 지금 그 부담스러움을 이길 만큼 가슴이 벅찼다.

기회라는 게 얼마만에 제게 온 것인지 잘 알기에.


“52번 연습생 무대로 올라오세요.”


길게 심호흡을 한 유현이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갔다.


시스템 경고!

[시그니처 송 최종평가 중 무대 PTSD]


시야에 뜬 경고창에 당황할 틈도 없이 곧 다시 다른 창이 떴다.


[이미 해소된 오류입니다]


짧게 한숨을 내쉰 유현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정말 그거로 됐던 건가.’


유현은 슬쩍 앞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세 심사위원들이 보였다.

아마 옆에는 더 많은 연습생들이 있을 것이었다.


‘시선 처리 신경 쓰자. 그리고.’


유현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어떤 것도 피하지 말기.’


타이밍 좋게 전주가 흘러나왔다.

성원이 말없이 유현을 바라보며 왼쪽 다리를 떨었다.


“저 형도 잘하는데? 다음엔 저 형한테 과외 받을까?”


유현의 무대를 보던 창인이 눈을 빛내며 집중했다.

창인은 성원의 과외로 인해 중간평가 때보다는 비교적 사람 같은 춤사위를 보여주긴 했지만 또 처참한 평을 들은 뒤였다.

그럼에도 창인은 시무룩한 표정 대신 잘하는 연습생들의 무대를 눈에 담으려고 노력 중이었다.


“뭔가 저번보다 자신감 붙은 것 같은데?”


규영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연습생이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규영도 혼잣말을 했다.


“저번에 저 형 어땠더라?”


규영은 유현의 중간평가 무대가 기억이 나지 않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2절까지도 큰 실수 없이 끝낸 유현을 바라보며 규영은 박수를 칠 준비를 했다.


“어쨌든 지금은 되게 잘하네요.”


규영이 두 손바닥을 부딪히기 전에 슬쩍 맨 앞줄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요.”


현제는 7번이라 맨 앞자리에 앉은 탓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뒷통수만 보아도 초조함이 느껴졌다.


‘됐다!’


무대를 마친 유현이 벅찬 감정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연습했던 것 그 이상으로 보여주었다.

당사자이기 때문에 더 느낄 수 있었다.


‘전혀 떨리지 않았어. 정말 오류가 해소된 덕분인가?’


유현은 자세를 바로 하고 심사위원쪽을 바라보았다.

만족한 사람은 유현만이 아닌 듯했다.

벌써 한 대표는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심 작곡가는 창피했는지 한 대표에게 앉으라는 사인을 보냈다.


“하루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노래 가사대로 불이 붙은 듯했습니다. 전에도 라이브는 안정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시선처리까지도 꽤 인상적이네요.”


심 작곡가는 이전에 적어두었던 메모를 뒤적거리며 말했다.


“저번 평가때에는 바닥만 바라봐서 아쉬웠다고 적혀있는데 이번에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눈빛이 누구 하나 잡아먹을 것 같아서 깜짝 놀랐다니까? 센터 못하면 누가 뭐 어떻게 한다고 협박당했나 싶을 정도였어~”


심 작곡가의 심사평이 점점 길어지자 한 대표가 그새를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대표님, 아직 제 심사 차례입니다.”

“저기야, 나 말하고 싶어 죽겠어~!”


한 대표는 잘생긴 사람에게는 ‘자기야’라고 말하면서 못생긴 사람에게는 ‘저기야’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하하, 대표님 말씀하실 시간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시욱의 중재 끝에 다시 심 작곡가의 심사평이 이어졌다.


“최종평가까지 하루도 채 안 되는 그 시간동안 지적받은 부분을 완벽히 고쳐왔다는 게 놀랍네요.”

“...감사합니다.”


유현은 심사평을 듣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고쳤다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만약 오류가 해소되었다는 창이 뜨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무대를 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 보니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완전히 극복한 것은 아닌데.’


다음에도 오류가 뜨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순간적으로 유현의 얼굴에 불안감이 스쳐갔다.


“내가 다크써클 매력 있다고 칭찬했다고 너무 한 숨도 안 잔 거 아니야?”


한 대표의 주접 섞인 칭찬에 유현은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밤새 연습을 하다 보니까 좀 짙어진 것 같습니다.”


유현이 멋쩍은 얼굴로 대답했다.


“자네는 전반적으로 좀 풍기는 기운이 냉~ 하거든? 피부가 창백해 보이기도 하고.”


한 대표는 두 손으로 꽃받침을 한 부담스러운 포즈로 심사평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오히려 차가운 인상으로 뜨겁게 추니까 뭔가 보는 사람을 더 집중시키는 것 같다. 열심히 안 할 것 같이 생긴 사람이 필사적으로 하니까.”


유현은 한 대표의 말에 자신의 얼굴이 그렇게까지 양아치처럼 보이나 돌이켜 보았다.

7년 후의 얼굴에 비하면 완전 순하던데.

물론 다른 연습생들과 비교하면 지울 수 없는 그늘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왜 이렇게 절실함이 느껴질까? 그래서 좋긴 했지만.”


한 대표는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거야 아마 데뷔조에 포함되지 못했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 겪어 보았으니까....’


차마 그렇게 대답할 수는 없었기에 유현은 그저 고개를 숙여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두 명이나 긍정적인 심사평을 내놓자 유현은 내심 마음이 놓였다. 모두가 호평을 한다면 적어도 객관적으로 잘했던 무대라는 뜻이니까 말이다.


“주어진 시간이 짧았는데 밤새 연습까지 하셨다니 정말 힘드셨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욱이 마이크를 잡았다.

유현은 다시 긴장을 하고 심사평을 기다렸다.

시욱이 유현에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그래도 그 노력이 빛을 발한 무대였습니다.”


시욱이 심 작곡가와 한 대표를 바라보며 동의를 구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다들 머릿속에서 시그니처 송 무대의 상상도가 바뀌지 않았을까 싶어요.”


시욱의 말에 동의하는 듯이 두 심사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말하자면.”


시욱은 다시 유현의 눈을 맞추며 말했다.


“52번 연습생이 센터에 있는 모습을 그려보게 만드는 무대였다는 뜻입니다.”


시욱의 말에 유현의 눈동자가 커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혹평을 받지는 않겠구나 했지만 이렇게 모두에게 극찬을 받다니 믿을 수 없었다.


‘어쩌면 정말로 내가 센터가 될 수 있을지도.’


유현은 벅차 오르는 가슴에 살짝 손을 올려 보았다.

어쩌면 자신의 시궁창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희망이 생겼다.


“감사합니다!”


유현이 깍듯이 인사를 하고서 무대를 내려갔다.

유현의 무대가 끝나고 연습생들끼리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계단을 내려가던 유현은 다음 순서인 성원과 눈이 마주쳤다.

성원은 하이파이브를 하자는 듯이 손바닥을 들이밀었다.


“응원 한 마디도 안 해주려고? 서운하게.”


유현이 성원을 무시하고 스쳐가자 성원이 유현에게 말을 걸었다.

유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성원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런 거 없이 어디 한 번 해봐.”


유현은 응원이 키워드가 맞든 아니든 성원에게 굳이 응원을 해주고 싶지 않았다.

성원은 유현의 말에도 별로 타격을 받지 않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그 말이 응원보다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긴 하네.”


유현은 성원에게 말리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려 제 갈길을 갔다.

성원이 유현의 뒤통수에 대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따 보자!”


성원의 말에도 유현은 끝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유현이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서 성원은 표정을 굳혔다.


“하, 골치 아프게.”


성원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쓸데없이 복잡해졌잖아.”

“53번 연습생 올라와 주세요.”


마른 세수를 하던 성원은 손바닥 안에서 미소를 띤 얼굴로 표정을 바꾸었다.


“네.”


성원이 웃는 얼굴로 계단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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