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한 연습생이 데뷔 멤버랑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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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슌
작품등록일 :
2023.01.0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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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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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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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윙 인터뷰

DUMMY

17화


“얘네 얼굴합 어떤지 봐봐.”


시그니처 송 센터와 윙을 데려다 놓고 인터뷰를 하는 자리였다.

카메라 테스트를 하던 촬영 감독이 세 명을 한 프레임에 담아보았다.


“레프트 윙은 똘망똘망하게 생겼고 라이트 윙은 냉미남이네.”

“반대로 센터는 눈동자나 머리 색이 갈색이라 그런지 좀 온미남 느낌?”

“겹치는 이미지가 없는데 그래서 더 조화로운 것 같기도 하고요.”


카메라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인 제작진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었다.


“근데 얼굴합보다 중요한 건 티키타카지.”

“에이~ 감독님 뭘 모르시네. 성격이야 맞춰가면 되는 거죠. 얼굴을 어떻게 맞추겠어요.”

“기질이 너무 다른 놈들이면 팀워크에 분열이 일어난다니까. 내가 그런 놈들 한 두팀 본 줄 아나.”


그 사이 유현은 머릿속으로 그 당시 센터-윙 인터뷰 질문들을 떠올려 보았다.


‘센터랑 윙이 된 소감만 말했던 것 같은데. 또 질문이 뭐가 있었던가? 뭔가 이상한 질문들을 서로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언뜻 보기에는 인터뷰를 앞두고 긴장한 모습이었다.


‘말실수 하면 김종열처럼 미끄러질 테니까 조심해야지.’


이전에는 센터로는 안현제, 윙으로는 고성원과 더불어 김종열이라는 연습생이 있었다.

이 센터-윙 인터뷰에서 김종열 연습생이 말실수를 했었다.


- 제가 센터에서 밀린 이유요? 솔직히 다른 연습생들이 견제한 거 아닐까 싶은데요. 7번은 어부지리로 센터 된 거고.


<턴 온 더 라이트>는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의 포문을 연 것이나 다름없는 프로그램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어떻게 말하는 게 방송에서 흥하고 망하는지에 대한 빅데이터가 없었다는 뜻이다.

방송 편집은 자극적이었으며 촬영 분위기는 날것 그 자체였다.


‘방송에는 편집된 질문도 있을 테니까 최대한 예상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해 두어야지.’


유현은 그 인터뷰 당시 자리에 있던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런 말을 유도한 것일 수도 있기에 정신을 차려야 했다.


“자, 그러면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제작진의 박수 소리와 함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53번 연습생, 치열한 경쟁 끝에 센터를 차지하셨는데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마이크는 성원에게 먼저 쥐어졌다.

성원은 목소리를 다듬고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일단 제 무대를 좋게 봐주시고 기량을 끌어주신 심사위원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를 이 중요한 자리에 추천해준 동료 연습생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성원이 현제쪽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사실 왕관의 무게가 부담스러워 다른 연습생이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는데요.”


다시 성원의 시선은 중앙으로 향했다.

성원은 분명한 발음으로 똑똑히 말했다.


“그 무게, 제가 감당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유현은 성원의 마지막 발언이 예고편 소스로 쓰이겠구나 싶었다.


“반면 7번 연습생과 52번 연습생은 아쉽게 간발의 차이로 윙이 되셨는데 차례대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성원이 현제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현제는 마이크를 집어들고 손으로 톡톡 두드려 보았다.


‘그거 가짜 마이크인데.’


유현은 눈을 꿈뻑이며 현제가 무슨 말을 할까 기다렸다.


‘안현제 성격에 폭탄발언 하는 거 아니려나. 워낙에 자존심도 세고 승부욕도 강한 놈이라.’


유현은 현제가 센터 선발에 대한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을까 했다.

혹은 본인이 센터로 더 적합하다는 발언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현제가 헛소리하면 고성원 멘탈이 흔들릴 테니 나야 나쁘지 않지만.’


바로 직전까지 멘탈이 터졌던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현제가 웃으며 인터뷰를 했다.


“물론 아쉽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요.”


입에 바른 소리를 하려나 했지만 유현의 생각보다 현제는 진솔한 말을 늘어놓았다.


“사실 여기저기 나갔던 대회라든가 회사에서 한달마다 받는 월말평가에서도 늘 1등을 해서 밀린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현제는 잠시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지금 와서는 99명이나 나오는 서바이벌에서 계속 1등을 할 거라고 생각했던 게 부끄럽더라고요.”


현제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중간평가 때에 꺾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두려웠는데 그 두려움조차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자만했었어요. 제가.”


유현은 현제가 애같다고만 생각했는데 정신적으로 꽤 성장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지금은 더 치열하게 노력하겠다는 마음뿐입니다. 다음에는 꼭 뛰어넘을 거니까요. 내 라이벌! 잘 들었지?”


현제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유현이 기계적으로 박수를 쳐주었다.

성원이 머쓱하게 웃으면서 현제를 바라보았다.


“센터를 했다고 해서 누군가를 꺾은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7번 친구도 꺾인 거 아니고요.”

“아아, 53번 멋있는 말 금지 시켜주세요.”

“멋있는 말이었나?”


첫 번째 인터뷰에서 고성원이나 안현제의 말실수는 없었다.

이제 유현이 자신의 인터뷰만 무난하게 하면 되었다.


“와, 진짜 잘생겼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생겼지? 얼음왕자인가? 아이스 프린스?”


유현이 인터뷰를 하기 위해 가짜 마이크를 집어들자마자 현제가 이상한 바람을 잡았다.


“그런 거 안 해줘도 되거든.”


유현은 현제의 말이 부담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나 인터뷰할 때는 좀 해주지 그랬냐? 그런 말 듣고 싶었는데.”


현제는 빈말이라도 잘생겼다는 말을 듣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유현은 벌써부터 기가 빨렸는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다음에, 다음에 해줄게.”

“오케이.”


성원은 유현과 현제가 투닥이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 죄송합니다.”


유현은 인터뷰 직전에 너무 현제와 사담을 했나 싶어 황급히 자세를 바르게 했다.


“저같은 경우는 목표가 센터라기 보다는 ‘조금 더 앞줄에 서기’였습니다. 중간평가 때에 실수를 했었거든요.”


유현이 멋쩍은 듯 살짝 웃으며 말했다.


“시선이 의식되어서 실수했었는데 응원을 들으니까 그 시선을 즐길 수 있게 되더라고요.”


성원은 응원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돌려 유현을 바라보았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어서 다음번에는 더 욕심을 내볼까 합니다.”


유현의 말에 현제가 일부러 박수를 크게 쳐주었다.


“다음에 제대로 안 하면 확 따라잡히겠다 싶은데요.”


성원이 웃으면서 유현을 바라보았다.

유현은 성원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고성원이 진짜 두려워하는 게 뭘까?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유현은 다시 성원에게 마이크를 건네면서 성원의 표정을 살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데뷔조 탈락. 그건 고성원도 알고 있을 테고.’


성원이 마이키를 받아들고 허리를 폈다.

그러자 유현의 위치에서 성원의 옆에 앉아있던 현제의 얼굴도 보였다.


‘그런데 과연 고성원이 두려워하는 것도 그뿐일까?’


편집점을 잡으려는 것인지 제작진의 큰 박수소리가 들렸다.


“자, 이제 센터가 윙한테 윙이 센터한테 질문을 하나씩 할 건데요. 각자 꼭 물어보고 싶었다 하는 점을 물어보시면 되겠습니다.”


현제는 딱히 성원에게 궁금한 게 없었는지 급하게 질문을 생각하는 것이 보였다.

유현은 성원의 말실수를 이끌어낼 만한 질문이 무엇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논란이 될 만한 대답을 질문하는 것도 리스크가 큰데.’


주어진 시간은 짧았다.

거의 즉석에서 생각해내야 했다.


‘어쩐지 센터-윙 인터뷰에서 막판에 이상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다 싶었더니 서로 질문한 거였구나.’


예전에는 본인이 생각하는 비주얼 1위, 치킨에서 날개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 따위의 쓸데없는 질문들을 주고받았었던 기억이 났다.


“먼저 센터인 53번 연습생이 먼저 두 윙에게 궁금한 점 하나씩 물어봐 주세요.”


성원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현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7번 연습생.”


현제는 안 그래도 동그란 눈을 부릅뜨고 성원의 질문을 맞받아칠 준비를 했다.


“솔직히 센터 누구 뽑았는지 궁금합니다.”


유현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성원을 뽑았을 리가 없으니 질문 해봤자 질문한 성원에게 데미지가 갈 것이었다.

성원의 말에 현제는 거침없이 유현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당연히 아이스프린스 52번이죠.”


현제는 유현이 감동먹은 얼굴을 할 줄 알았는지 뿌듯한 표정으로 유현을 보았다.

예상 외로 유현이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자 현제가 소리를 질렀다.


“왜 떨떠름한 얼굴이지? 내가 너를 뽑았다는데?”

“아, 믿기지가 않아서. 분명히 너라면 자기투표했다가 무효표 처리 됐을 줄 알았는데···.”

“야!”


유현과 현제가 자신을 사이에 두고 투닥거리자 성원이 스윽 끼어들었다.


“좀 서운하네. 나 꽤 센터감 아니었나?”

“왜, 너는 누구 뽑았는데?”


현제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눈을 크게 뜨고 성원에게 물었다.


“설마 너 나 뽑았냐?”


성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현제는 당연히 성원이 자신을 뽑지 않고 견제투표를 했을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성원에게 센터감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에 현제는 내심 만족함을 느꼈다.


“큼큼, 생각보다 안목은 있네.”


볼에 홍조까지 띠며 뿌듯해하는 모습에 유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놈 자기 인정해주는 사람한테 잘 흔들리는 구나.’


저러다 타도53이네 뭐네 했던 것도 까먹고 고성원쪽으로 붙는 거 아닌가 싶었다.

유현은 슬그머니 현제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잊지 않았겠지. 5+2.”

“하, 또 저한테 선택받고 싶은 사람들이 이렇게 줄을 섰습니다.”

“5+2?”


성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무슨 뜻인지 눈치챘는지 웃음을 내뿜었다.


“그거 내가 아니라 7번이 지은 거야.”


유현은 유치한 작명의 주인으로 오해받기 싫어 말을 덧붙였다.


“이제 5+2번 연습생한테 질문하겠습니다.”

“하···.”


유현은 성원이 대체 어떤 질문을 해올지 감이 오지 않았다.


‘왠지 굉장히 곤란한 질문을 할 것만 같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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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터-윙 인터뷰 23.02.06 14 0 10쪽
17 타도53 23.02.02 17 1 10쪽
16 센터를 불편해 하던 이유 23.02.01 16 0 10쪽
15 아이돌 한다는 사람이 23.01.31 16 0 11쪽
14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23.01.30 19 0 10쪽
13 센터로 추천합니다 23.01.27 20 0 11쪽
12 이미 해소된 오류입니다 23.01.26 26 0 10쪽
11 1등에게 위로 하고 위로 받기 23.01.25 23 0 10쪽
10 중간평가 실수는 고의? 23.01.17 34 1 10쪽
9 시그니처 송 중간평가 23.01.15 31 1 10쪽
8 심사평 혹은 막말 23.01.12 34 1 10쪽
7 맛표현 한 마디씩 해주세요 23.01.10 41 2 11쪽
6 익숙한 시그니처 송 23.01.09 47 2 11쪽
5 달라진 프로필 사진 23.01.08 54 0 10쪽
4 이전 시스템 기록 자동 소환 23.01.05 59 0 10쪽
3 시스템 경고 발동! 23.01.04 60 1 10쪽
2 죽기 전에 걸려온 전화 23.01.03 67 1 10쪽
1 프롤로그 23.01.02 83 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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