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는 질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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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청수사
작품등록일 :
2023.01.0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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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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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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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 53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02

DUMMY

S01_Chapter 02. [ Elongation of Transcription ] 전사의 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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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 53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02




눈이 번쩍 떠졌다.


숨이 턱턱 막혔다.


세상은 온통 노란색이었다.


천유리가 보였는데, 내 입에 뭔가를 흘려 넣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이 닿는 것 같았다.


아쉽게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러다가 그녀의 입에서 내 입안으로 달콤하고,


향긋한 뭔가가 쏟아져 들어왔다.


입안을 가득 채운 액체에 대한 욕구가 생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때 시선이 변했다.


목이 뒤로 젖혀지는 것 같더니,


그제야 목구멍으로 액체가 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 숨이 쉬어지기 시작했다.


편안함을 느끼면서 눈이 스르륵 감겼다.




눈을 뜨지 않았는데도, 눈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주변이 느껴졌다.


내 양팔에 IV카테터와 수액세트(Infusion set)가 연결되어 있고,


그 위로 수액 걸이에 혈액이 매달려 있는 것을 봐서,


나에게 수혈 중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옆에는 한인철이 한결 좋아진 안색으로 누워서 나를 보고 있었다.


반대편에는 남윤호가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대충 어떻게 된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마지막 기억이 남윤호에게 내 피를 먹이던 것.


극도의 실혈로 쓰러졌겠지.


다들 놀라서 나에게 수혈을 했을 것이고.




멀리서 투덕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마도 별장 입구를 두고 공방전이라도 벌어진 것이 틀림없었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게, 천유리가 검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별장 입구에서 보고 있는 것 같은 시야가 생겼다.


정장들 여럿이 숫자로 천유리와 한혁을 압박하는 모양새였다.


사실 그 정도 숫자로는 천유리와 한혁을 어찌할 수 없었을 텐데, 박빙의 구도.


그러다가 천유리나 한혁이 정장들에게 유효한 타격이 들어가겠다 싶으면,


이를 막아내거나 흘려버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도 궁금했던, 막거나 흘리던 이의 정체가 그냥 보였다.


최성록과 오 회장이었다.


그들이 정장들 사이에서 이따금씩 튀어나왔던 것이었다.


최성록도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그자가 입은 후드는 투명화 되었을 것이었지만, 확실히 보였다.




그들의 의도도 그냥 보였다.


최전방에서 저들을 대적하고 있을 때는 몰랐었는데,


저들의 배치를 한눈에 보니까 바로 알 수 있었다.


사상그룹 전략실 요원들은 최전방에서 멀리 떨어진 주차장에 배치되어 있었다.


정장들을 소모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아슬아슬하게.


그렇게 함으로써 명분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위험해 보였다.


천유리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그녀를 향하는 최성록의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검.


기세도, 기척도 없이 천유리에게 날아드는 그 검은


한혁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검을 전개함에 쉴 틈이 없는 천유리.


평소에는 어지간히 움직여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는데,


확실히 하루 밤, 낮을 넘도록 싸우는 것은 그녀에게도 무리였을 것이었다.


절체절명(絶體絶命)!


한쪽으로 몰린 정장들을 어떻게든 끝내려고 몰아치는 그녀의 뒤로


소리 없이 날아드는 최성록의 검!


간절히 마음으로 전했다.


위험하다고.


뒤에서 최성록의 검이 날아들고 있다고.


그녀가 검을 전개하는데, 어떤 변화도 없었다.


내 마음이 전해지지 않은 것처럼.


마음이 서늘해졌다.


최성록의 검이 그녀의 등판을 꿰뚫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깜짝 놀랐다.


천유리는 어느새 몸을 돌려, 최성록의 검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녀의 빈자리로 한혁이 재빨리 치고 들어가서 정장들을 때려눕혔다.


그녀의 등이 검에 관통되는 상상은 나만의 것이었다.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때 그녀의 검이 공간을 베었는데, 빈 공간이 쫙 벌어지면서 피가 튀었다.


후드를 벗어버린 최성록은 절뚝거리면서


주차장 방면으로 뛰어갔고, 천유리가 따라 붙었다.


하지만 정장들이 숫자로 벽을 쌓아서 최성록의 도주를 도왔고,


천유리도 더는 쫓지 못하고 후방으로 물러섰다.


장(將)을 잃은 상대 진영은 사람의 벽을 굳건히 세웠고,


싸움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꼬질꼬질한 얼굴에 땀범벅이 된 천유리는


내가 누워있던 방으로 날듯이 뛰어들어 왔다.


눈을 뜨지도 못했으면서, 그 광경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내가 더 신기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내 모습을 바라보던 그녀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한인철과 남윤호 역시 그녀의 행동을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쳐다보았다.




반복적으로 실험을 해 본 결과,


항상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감각의 확장에 있어서 거리의 한계가 더 늘어난 것 같았다.


꼭 눈으로 직접 보고 있지 않아도,


꼭 귀로 직접 듣고 있지 않아도 의념을 집중하기만 하면,


더 멀리 있는 장소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도 마찬가지.


최성록의 검이 뒤에서 날아온다는 내 목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하는 천유리와


아직 정신도 못 차린 놈이 뭘 했다는 거냐며 타박하는 한혁은


부서진 별장 입구에 있었는데,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주차장에 펼쳐진 간이텐트에서 최성록이


한쪽 구석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것과


허공에 손짓, 발짓하며, 소리를 지르는 오 회장을 볼 수 있었다.


한줌 밖에 되지 않는 인원으로 수백을 막아내는 것이 그게 맞는 거냐며,


참모들을 다그치는 오 회장은 어쩔 수 없다며,


건곤일척의 한판,


판돈을 올인 해서 우리가 죽던지,


자기가 죽던지 양단간의 결론을 보자고 소리쳤다.


참모 격인 사상그룹 전략실 요원들은 전략적으로 접근할 것을 계속 권하고 있었다.


천영성이 플라즈마 절단기를 구해오기만 하면 다 해결될 것이라며,


반나절 전처럼 물량으로 밀어 붙이자고 했다.


어차피 백여 명 남은 미국인들을 다 소모해도 전략실이 남으니,


자기들에게는 손해가 아니라는 말.


최성록이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전략실 인원과 오 회장이면 지치고, 다친 우리를 제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라며,


오 회장을 거듭 설득했다.


오 회장도 씩씩거리며, 화를 내고 있기는 했지만,


무모하지는 않아서 부정하며 자기주장을 내세우지도,


그렇다고 바로 긍정하지도 않았다.




그나저나 저들이 또다시 전면전으로 나온다면 전투 가능 인원이 셋뿐인 우리 측은


속절없이 연구소로 밀릴 수밖에 없을 텐데,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한인철이나 나는 스스로 거동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던가.


누군가는 연구소로 옮겨야 할 텐데, 연구소에 남은 인원을 활용한다고 해도,


안전하게 옮기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또 저들이 전면전을 감행할 것을 나만 알고 있다는 것도 문제였다.


아까처럼 천유리나 한혁에게 알리려고 노력해 봐야 했다.


한혁이 훨씬 더 감각이 민감함이 생각나서, 일단 그에게 텔레파시를 전해봤다.


한혁이 내가 전한 텔레파시를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알겠다는 듯 고개도 끄덕였고,


천유리에게 최성록의 검에 대해 알려준 게, 나의 텔레파시가 맞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저들이 한나절 전과 같은 방식의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직된 한혁과 천유리의 표정을 보면서, 선택이 없는 절망을 다시 느꼈다.




구름이 달빛마저 삼켜버려서 더없이 어두운 밤.


별장 앞뜰은 제집 앞뜰 마냥 멋대로 설치해서,


곳곳에 켜진 밝은 조명들로 구석구석이 환하게 보였다.


한데 모여 있는 정장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지만,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텐트 앞쪽에서 오 회장이 큰소리로 뭐라고 말하자,


정장들의 기세가 변하기 시작했고,


비장함 안에 감춰져 있던 두려움이 사라지고,


한 명, 한 명의 기세가 모인 투쟁심이 마치 실체가 있는 것처럼


거대한 압력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마도 그때가 온 모양이었다.


전면전.


눈도 뜨지 못하고 있던 내가 저들을 조감(鳥瞰, Bird view)하는 시야로


관찰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별장 입구에서 무럭무럭 기세를 피워 올리는 천유리나 한인철과


나의 이송을 돕고 있는 한혁과 남윤호를 보면서,


무력함을 뼈아프게 느끼고 있었다.


차라리 몸이 부서지더라도 함께 싸우고 싶었다.


나야 눈도 뜨지 못했지만, 한인철은 얼마나 분하고 억울할까?


거실 방에 최성록을 가둬두고, 봉쇄하고 있을 때,


어떻게 열었는지 방문을 열고 나온 최성록의 기습에


두 다리를 잃어버릴 뻔했던 한인철도 분명히 무력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었으며,


죽더라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한혁이 주도한, 아니 일방적으로 통보한 작전은 대단하지 않았다.


한인철과 나를 연구소로의 이송을 마치면, 각자 맡은 자리를 사수하는 것.


그리고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퇴각하게 되면, 한혁의 신호한다는 것.


한혁의 신호로 별장 앞에 있는 천유리와 한혁이 먼저,


그리고 2층 테라스에 있는 남윤호와 고충처리실 요원들 셋이


천유리와 한혁을 따라서 연구소로 가기로 했다.


뭘 더 할 수 있을까?


무슨 기책(奇策)이 있을 수 있을까?


전혀 없었다.


결국 마지막은 연구소.


저들이 플라즈마 절단기를 구해 와서,


연구소 입구를 봉쇄한 철벽을 뚫기라고 한다면,


그리고 저들이 가진 장점인 물량의 파도로 연구소마저 집어삼키면,


우리는 무사할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그냥 다 죽을 것이 분명했다.


저들의 수장인 오 회장이 그럴 것이니까.


그래도.


그래도 생각에 마지막은 그렇지 않았으면 했다.




창이 다 뚫린 관계로 거실 자체를 포기했지만,


고충처리실 요원들은 거실을 죽음의 함정으로 만들었다.


각종 트랩을 설치한 것은 물론이고, 화염방사기를 설치했다.


그들에 설명을 들으면서


거실이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 중,


등활지옥(等活地獄)과 초열지옥(焦熱地獄)이 동시에 펼쳐진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거실 장비의 조작은 요원들이 하기로 했다.


자신들이 자원했다.


우리 뒤에만 있는 것을 이제는 사절하겠다나.




사실 정장들이 무서운 게 아니었다.


정작 전원이 종족인 사상그룹 전략실 요원들이


저들 전력의 핵심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오십 이상.


각자가 고르고 골라 뽑았다고 하는 고충처리실 요원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저들을 이끌고 있는 자가 블러드라인인 오 회장.


오 회장의 경우, 그의 이능이 무엇인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한혁이 아무리 종족 최강이라고 불려도,


천유리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오 회장과 전략실 요원들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은


유불리(有不理)를 논하기조차 힘들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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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 02 - 68 ] These pauses 일시 정지 - 01 +2 23.04.02 73 2 12쪽
78 [ 02 - 67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16 +2 23.04.01 73 2 10쪽
77 [ 02 - 66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15 +3 23.03.31 73 2 12쪽
76 [ 02 - 65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14 +2 23.03.30 78 2 10쪽
75 [ 02 - 64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13 +2 23.03.26 68 2 11쪽
74 [ 02 - 63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12 +2 23.03.25 66 2 11쪽
73 [ 02 - 62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11 +2 23.03.24 69 2 11쪽
72 [ 02 - 61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10 +2 23.03.22 73 2 11쪽
71 [ 02 - 60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09 +2 23.03.19 78 1 15쪽
70 [ 02 - 59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08 +2 23.03.18 75 1 13쪽
69 [ 02 - 58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07 +2 23.03.17 80 2 15쪽
68 [ 02 - 57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06 +2 23.03.16 79 2 10쪽
67 [ 02 - 56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05 +2 23.03.12 78 2 10쪽
66 [ 02 - 55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04 +2 23.03.11 77 2 10쪽
65 [ 02 - 54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03 +3 23.03.10 88 2 12쪽
» [ 02 - 53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02 23.03.09 81 2 11쪽
63 [ 02 - 52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01 +2 23.03.08 79 2 12쪽
62 [ 02 - 51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23 +2 23.03.06 80 1 11쪽
61 [ 02 - 50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22 +2 23.03.05 76 2 11쪽
60 [ 02 - 49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21 +4 23.03.04 82 2 11쪽
59 [ 02 - 48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20 +4 23.03.03 87 1 11쪽
58 [ 02 - 47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19 +2 23.03.02 89 2 11쪽
57 [ 02 - 46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18 +3 23.03.01 84 2 12쪽
56 [ 02 - 45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17 +2 23.02.27 88 3 10쪽
55 [ 02 - 44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16 +2 23.02.26 83 2 10쪽
54 [ 02 - 43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14 +2 23.02.25 85 2 11쪽
53 [ 02 - 41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13 +2 23.02.24 92 2 11쪽
52 [ 02 - 40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12 +2 23.02.23 88 2 12쪽
51 [ 02 - 39 ] Complementarity 보완적인 관계 - 11 +2 23.02.22 10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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