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는 질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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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청수사
작품등록일 :
2023.01.0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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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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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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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 02 - 61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10

DUMMY

S01_Chapter 02. [ Elongation of Transcription ] 전사의 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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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 61 ] Proofreading Mechanism 교정 메카니즘 - 10




남은 놈들도 숫자로 밀어붙일 작정을 했는지,


은신을 풀고 동시에 천유리에게 달려들었다.


저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만 있을 내가 아니었다.


나 역시 가장 가까운 놈에게 달려들면서 검을 찔렀다.


눈앞에 나타난 점선들.


열 개는 넘어 보였다.


대부분이 천유리를 향하고 있었고,


나를 상대하는 놈의 회칼에서 두 개의 점선이 내 몸에 이어져 있었다.


순간 고민은 길지 않았다.


칼 따위 몸으로 받는다.


대신 놈의 목을 취한다.


생각처럼 내가 대담한 움직임을 보이자, 나를 향하던 점선이 없어졌다.


그리고 나는 나를 상대하던 놈을 시야에서 놓쳤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천유리와 대련 중에도 종종 있던 일.


저놈이 사라졌다가 갑자기 난데없는 공간에서 나타나던


오 회장의 이능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움직일 수 있는 방향과 거리는 한계가 있었다.


나는 좌측 횡이동으로 벽을 등지면서 검을 사선으로,


우하에서 좌상으로 베어냈다.


역시 저놈의 칼과 부딪히는 굉음이 들리고,


내 검이 튕기려고 하는 반동이 오더니, 놈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지, 이놈아.


내가 아무리 젬병이라도, 이딴 걸로는 안 된다.


많이 당해 봤다. 짜샤!




하지만 나의 기고만장도 잠시, 그놈이 다시 사라졌다.


그런데 사라지는 마지막 자세를 내가 봤다.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숙이는 모습.


아래쪽이구나.


어떻게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리도, 기색도 없이


그놈은 앞구르기를 하며, 나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저놈이 모습을 감추는 방법은 결국 시야의 사각을 이용하는 것.


깨달음을 머리에 새기면서, 그놈이 몸을 일으킬 만한 곳을 향해 검을 찔렀다.


그놈 역시 자신이 몸을 더 구르면,


마치 내 검에 찔리기 위해 자신이 몸을 구른 것처럼 될 것을 예상했던지,


절박하면서도 흐트러진 모양세가 되어 필사적으로 좌측으로 몸을 회전시켰다.


하지만 난 낮은 가능성으로 그놈이 그렇게 할 것도 예상했다.


찌르던 팔의 손목과 팔꿈치를 접었다가


다시 그자가 멈출 것으로 예상되는 위치에 검을 찔러 넣었다.




검이 등판의 근육을 가르면서 들어가는 느낌,


뼈에라도 닫았는지 느껴지는 강한 저항감,


저항감을 넘어서려고 더 세게 밀어 넣었을 때,


탄력 있는 막을 뚫은 느낌,


그리고 검 끝을 손으로 잡은 것처럼, 뭔가가 세게 쥐는 느낌.


그 느낌들이 거의 동시에 확 느껴지자, 본능적으로 알았다.


검에 더 힘을 줄 필요가 없음을.


그 끝에 심장이 있음을.


그 심장은 최선을 다해서 검의 끝을 받아 냈지만,


그게 그가 관장하는 몸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더 이상 뛸 수 없었다.


생기를 잃어가는 눈을 보았다.




차가워진 내 심장은 재빨리 명령을 내려서 내 팔은 그놈의 몸에서 검을 뽑아냈다.


주변을 살펴보니, 천유리는 저 세 놈들 중 하나는 벌써 베었고,


남은 둘을 상대하고 있었다.


내가 하나를 이긴 것이 저들에게는 의외였는지, 갑자기 소강상태가 되었는데,


그때 천유리는 눈으로, 고개로, 몸으로 3층으로 오를 것을 종용했다.


다 알아들었는데, 그리고 그래야 하는 것도 알겠는데,


왜 발이 떨어지지 않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천유리의 다급한 몸짓.


머뭇거리는 내 모습.


동공에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는 내 눈빛.




억지로 발을 떼서 3층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는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했다.


객관적으로 천유리는 시간이 걸릴 뿐이었지, 결국 저놈들을 이길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녀를 도울 생각을 했고, 시간을 끌려고 했다.


그 시간이면 한혁도 올라오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기대를 안고.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난 무서웠다.


오 회장과 싸우는 일이 두려웠다.


칼을 맞아서 아픈 것이나, 과도한 실혈로 죽을 뻔 했던 것은 어떻게 보면,


무섭거나 두렵지 않았다.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던 일이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어떻게든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오 회장과의 대결은 목숨을 내어 놓아야 하는 일.


이기지 못하면, 진짜 죽을 수도 있었다.


아니, 그 보다 더 무서운 일은 오 회장이 나를 회유라도 하려고 하면,


내가 두려움에 승낙이라도 해 버릴까봐,


그것이 내가 진짜 무섭다고 생각하는 진실이었다.


순간적으로 그 생각을 했었다는 그 사실.


오 회장이 싸우지 말고, 자기 쪽으로 붙으면,


내가 좋아라 하는 연구건, 뭐건 다 시켜준다고 말과 그 말에 고민하는 나.


그런 상상을 했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천유리, 플러스 한혁과 함께 가면,


그런 고민은 단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매우 의존적이며, 수동적인 생각.


생각해 보니, 이것도 고벽이었다.


내가 잘 모르는 일을 앞두고 있거나,


비관적인 결론을 알면서 나아가야 하는 순간,


내가 펼치는 방어기전.


몸 시네루.


젠장.


실체를 깨닫고 나니, 더러워진 기분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건 뭐,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상황이라서,


도망갈 수도, 회피할 수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 외통수였다.




3층에 오르니, 2평 정도의 공간에 전방, 그리고 좌우에 문이 하나씩 있었다.


좌우의 문을 열어볼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은


전방의 문 너머에서 오 회장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천영성이! 자네!’ 라는 고함을 듣고, 문을 열려고 했던 것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오 회장이 너무 화가 나서, 데시벨도 높고,


욕설이 다수 포함된 듣기 거북한 말 뿐이었지만,


대충 내용은 천영성이 이곳으로 안 오겠다고 했던 모양이었다.


플라즈마 절단기를 구하기 위해 별장을 떠났던 그가 남은 병력도 없어서,


벌거벗은 것으로 비유해도 될 오 회장에게 무슨 변명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오 회장이 듣고 싶지 않는 내용인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오 회장의 고함이 줄어든 것을 확인하고, 나는 문을 열었다.






“정석환이? 왜 니가 들어오지? 한혁 그 늙은이나, 천영성이 딸내미가 아니고?”


“실망입니까?”


“실망은 무슨. 자네야, 내가 진작 알아 봤지 않나? 어떤가? 요즘 뭔가 또 발견했나?”


“매일 싸우고 다녀서 연구를 못했습니다.


투자하신 정도의 성과는 내야하는데, 통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게 왜 싸우고 그래?”


“아니, 그럼 회장님이 저를 믿고 거액을 투자하신 연구소가 날아가게 생겼는데,


어떻게 지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평생 벌어도 만들 수 없는 연구소와 장비인데,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따지고 보면, 연구소가 저보다 더 비싸니 말입니다.”


“그게 그렇게 되나? 난 그런 건 줄도 모르고....... 너무 열심히 했지 뭔가. 허허허.”


“암튼 제 계산은 그렇습니다.”


“허허. 자네는 장사를 해도 잘 했을 거야. 그렇게 계산이 정확하니 말이야.


나보다는 못하지만.”


“사실 그래서 왔습니다. 계산이 안 맞아서.”


“계산이 안 맞는다니? 어차피 자네보다 내가 해준 게 더 비싸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그게 안 맞는 부분입니다.


제가 회장님께 뭔가를 더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계산이 맞을 겁니다.”


“허! 말이 되는군. 그래, 뭘 주려나?”


“무엇을 원하십니까?”


“나야....... 음....... 난 자네를 원해.”


“절 어디에 쓰시려 합니까? 저 따위가 회장님 행보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자네가 해줄 수 있는 게, 두 개나 된다네.”


“그렇게나 됩니까?”


“일단 자네가 내 편이 되면, 저 빌어먹을 한혁 늙은이 일가가 당황하겠지?


그 늙은이 표정이 볼만 할 거야. 크크크.”


“그저 어르신이 당황한 표정을 보고 싶어서 저를 원하는 겁니까?”


“그럼! 그게 가장 보고 싶은 거지.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자네가 그 늙은이랑 손녀, 사위, 그 집안을 모조리 나에게 갖다 바치면


만족할 수 있지. 흐흐흐.”


“저는 그럴 능력이 없는데 말입니다.”


“아니! 충분해. 자네는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자네 연구만 해도 그래.


고작 그 현미경 사진인지 뭔지, 그 한 장으로 최고 의회를 손에 넣을 수 있었지.


대단해, 대단해! 그래서 이제 그 집안 하나만 남았어.”


“도대체 뭐가 문제입니까? 뭐가 모자라서 그렇게 꾸역꾸역 먹어치우려고만 하는 겁니까?”


“문제? 있지. 나도 알아. 내 문제가 열등감인 것을.”


“그러니까 뭐에 대한 열등감인 겁니까?”


“내가 그걸 왜 말해줘야 하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인데.”


“제가 회장님 쪽으로 전향하면, 그 열등감이 해결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저 따위의 이해는 필요 없겠습니다만, 저로 인한 것이라니,


당사자인 제 입장에서는 궁금하지 않겠습니까?”


“화법이 제법이군. 어쭙잖은 소리는 집어 치우도록. 그래봤자 자네가 얻을 건 없어.”


“그렇습니까? 그럼 회장님이 얻게 된다는 나머지 하나는 뭡니까?


그 정도는 알려주셔야, 제가 어느 편에 설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그거! 중요하지. 자네를 최고 의회에 가져다주면,


그들은 완전히 내 것이 될 수 있어. 그러면 이 나라의 질서를 재편할 수 있지.


이제 거의 다 왔어. 곧 저 빌어먹을 일가를 끝장낼 수 있어.”


“논점이 틀어졌습니다. 그건 아까 당신이 했던 말입니다.


결국 당신은 나를 회유하려고 해 놓고서, 정작 그 이유는 말할 수 없나 봅니다.


그 이유는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아니면 둘 다 던 가.”


“이상한 이야기인데, 이상하게 궁금하군. 그 둘이 뭔가?”


“내가 그 걸 말해줘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당신도 나에게 그랬는데?”


“그건 그렇군. 에잇! 좀 말해 봐라. 궁금하잖아, 응?”


“휴. 어차피 말해 줘 봐야 변할 것도 없으니. 하나는 당신의 착각입니다.


최고 의회를 장악하고, 그 이름으로 종족 사회를 압박하고,


당신과 맞서는 이들을 제거하고.......


그런 일들이 정말 당신에게 힘을 줄 거라는 착각.”


“하핫! 보라고. 그렇게 했더니, 나에게 힘이 생기지 않았나?”


“무슨 힘 말입니까? 종족들이 당신을 따르기나 합니까?


천 실장은 어떻습니까? 아니, 지금도 당신은 혼자인데 말입니다.”


“허! 그럴 리가!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 내 명령을 수행하느라.”

.

.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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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3 하윌라
    작성일
    23.12.10 21:47
    No. 1

    정소장은 시간끌기를 하는 걸까요?
    오회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말을 많이 하는 걸까요?
    경계심을 늦추기 위해서??
    저도 어색하거나, 긴장 되거나 하면... 그냥 날씨얘기를 많이 하게 되거든요.
    특별할 것 없고, 중요치 않은 이야기를 말이죠..
    정소장은... 오회장의 마음을 떠보고 싶은겁니다.
    그거죠.. 그거야...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청수사
    작성일
    23.12.11 02:32
    No. 2

    윌라님,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두려워서.
    맞습니다. 떠보는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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