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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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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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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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새로운 모험

DUMMY

“밭일의 효율을 위해서는 당연히 종자가 중요하지. 채야, 종자 바꾼 지 얼마나 되었어?”

“어, 어? 난 씨앗을 바꾼 적이 없다랄까나.”


그녀의 눈빛에 담겨있던 분노는 어딜 가고, 당혹스러움만이 가득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가 가는 곳은 새로운 종자를 개발하는 곳이라고!”

“종자를 개발한다고? 정말일까나?”


채야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그런데, 전설의 대장장이가 살고,

동물 체험 학습장이 있고,

게다가 씨앗 개발실이 있는 그런 곳이 존재를 한다고?

아니, 이 사람들 지금 제정신인 거야? 그런 곳이 존재할 리가 없잖아!


***


아니, 있었다.

전설의 대장장이와 동물 체험 학습장, 그리고 씨앗 개발실이 함께 있는 그런 곳이!

그 이름도 찬란한,


「전설의 대장장이가 연구하고 동물들이 섭취하는 즐거운 체험 학습실」


도대체 이게 왜 진짜 존재하는 거야?


“자자, 내 말이 맞지? 나 제정신 맞지?”


의기양양하게 모두의 앞에 나서는 갓패치. 현과장을 비롯한 모두의 존경어린 시선이 그를 향했다. 심지어 리코와 키토의 눈빛도 함께.


“정말 전설의 대장장이라니!”

“정말 동물 체험학습실이다냥!”

“정말 씨앗 연구실이랄까나!”


세 사람의 목소리가 한껏 높아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즐거움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래, ‘그 사람들’이 등장하기 전인 이 순간 까지만.


“휴, 도착했다.”


현과장 일행의 뒤쪽에서 들려온 어린 소년의 목소리.

안경알은 없지만 두툼한 뿔테 안경과, 파란색 정장 상의. 그리고 붉은 빛이 감도는 보타이.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차분히 가라앉았다.

인간 저승사자의 등장이었다.


“이래서 꼬마는.”


이어서 들려온 중년 남성의 목소리. 평범한 중년 남성임은 분명했지만, 그의 얼굴에 떡하니 자리 잡은 콧수염이 모두의 시선을 강탈했다.


“아빠, 그런 소리마시고 짐이나 좀 들어요.”


남자의 뒤에서 앳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봐도, 그 만화책, 그 애니메이션의 여자 주인공처럼 생긴 그녀. 순간, 현과장의 머리가 아찔해 왔다.


“갓패치, 이거 지금 무슨 상황이지?”

“제정신이야? 무슨 상황이긴, 손님들이 입장하는 상황이지.”


아무래도 갓패치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단지 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흥선생과 채야, 그 둘 역시 아무 것도 모르는 해맑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저기요, 여러분들. 지금 이 상황은 그렇게,

“잔소리 좀 그만해, 미유키.”


현과장이 말을 이어가려던 그 순간, 갑자기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미유키라고? 미유키라고? 설마, 아니지? 그 사람 아니지? 현과장의 동공이 마치 지진이 난 듯이 흔들렸다.


“전일아, 넌 매번 그런 식이야! 기다리는 사람도 생각해야지!”


전일이라고? 지금 전일이라고 했어? 현과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런 그의 시선 앞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커플. 꽁지머리가 잘 어울리는 남자와 순수한 미소가 너무나 아름다운 여자. 그래 ‘그 만화’의 ‘그 커플’임이 분명했다.


“현과장,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야? 제정신이야?”


현과장의 얼굴 가득 메운 먹구름. 갓패치는 그가 왜 이러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만개한 기쁨과 즐거움을 가득 품고 있던 그의 얼굴이, 이제는 정체 모를 공포와 두려움에 범벅이 되어 있었다.


“갓패치, 전혀 모르는 거야?”

“제정신이야? 뭘 말하는 거야?”


그래, 알 리 없다.

여긴 현실세계가 아니라, 원더랜드니까. 안경잡이 꼬마와 꽁지머리 남자가 어떤 존재인지 알 리 없으니까.

그러나, 현과장만큼은 전부 알고 있다. 오덕 인생의 정점을 찍은 그가, 그 두 주인공을 모를 리 없었다.

그랬기에 그는 확신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확신했다. 오늘 분명 누군가 죽는다. 지금 지옥의 사신들이 막 등장했으니까.


***

앞서간 두 팀을 따라 거대한 저택 안으로 들어간 현과장과 일행들.

그런 그들의 앞에 나이 지긋한 남자가 모두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모두 환영합니다. 저는 집사, 지입스아입니다.”


지입스아. 마치 전에 만난 그악팻취가 떠오르는 이름이지만, 그냥 넘어가자. 오늘은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쓸 여유 따윈 없으니까.


“그럼 제일 먼저 도착하신, 모리나가 코코로 님과 그의 따님 라안 님 그리고 에도막부 고난 님.”


지입스아의 말에 앞으로 나서는 세 사람. 그들이 앞에 나서자, 왠지 고난과 역경이 단번에 밀어닥칠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이 엄습해 왔다.


“그리고 킴전일 님과 난나세 미유키 님.”


지입스아의 호명에 앞으로 걸어나간 두 사람. 그 꽁지머리의 남자 뒤로 불길한 사신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초반 그 누구도 죽을 일은 없다. 그래, 아직은 안전하다. 현과장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스리며 가만히 진정시켰다.


“마지막으로 갓패치님과 그 일행분들은 잠시 남아주시겠습니까? 대장장이님께서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십니다.”


시간이 좀 걸린다고? 이거 플래그잖아?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플래그! 차분히 가라앉았던 현과장의 얼굴에 다시금 긴장감이 꽃피었다.


“그럼 다른 분들은 모두 방으로 입실하시죠.”


지입스아의 말에 따라, 모두 2층으로 올라가는 두 일행들. 현과장은 그 두 일행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했다. 분명 누군가가 살인을 저지른다. 왜? 고난과 킴전일이 있잖아! 이건 국룰이라고!


“현과장, 왜 그렇게 쳐다보냥?”

“쉿! 오늘 누가 죽는다고! 그러니까 빨리 범인을 찾아야지!”


나직이 위험을 경고했지만, 어흥선생의 얼굴에는 긴장감 따윈 전혀 없었다. 아니, 의심 조차 없었다. 마치 누가 죽든 말든 상관이 없는 것처럼.


“그래? 많이 관찰해라냥.”


그렇게 현과장의 곁에서 멀어져가는 어흥선생. 그는 하늘을 날고 있는 리코에게 곧바로 눈길을 주었다.

어흥선생이 떠나가자, 이번엔 채야가 다가왔다. 얼굴 가득 궁금증을 잔뜩 머금은 채로.


“현과장, 현과장. 지금 왜 그렇게 심각한 걸까나?”

“오늘 누가 죽는다니까.”


죽는다는 말에, 채야는 고개를 기울였다. 도대체 누가 왜 죽는다는 걸까.


“죽어? 누가 죽을까나? 왜 죽을까나?”

“그건 모르지! 그런데 죽는다고! 반드시!”


현과장은 상기된 얼굴로 채야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가득히 담긴 진심. 단순한 광기나 뻘짓이 아니라 그는 진정 살인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럼 내가 좀 도와줄까나?”


도와준다고? 뭘 어떻게?

콧방귀를 뀌려던 현과장이었지만, 순간 멈칫했다. 그래, 고난에게는 라안이 있다. 킴전일에게는 난나세 미유키가 있다. 모든 탐정의 곁에는 미인 조수가 존재하는 법. 탐정물의 클리셰를 깨달아버린 현과장은 두 눈을 번뜩이며 채야를 바라보았다.


“그래, 채야! 함께 이 사건을 풀어보자고!”


서로를 향해 신뢰의 시선을 보내는 현과장과 채야. 새로운 콤비의 탄생이랄까나.

그런데, 채야가 그렇게 머리가 좋은 인물은 아니잖아.

정말 도움이 될까? 이 사건, 정말 두 사람에게 맡겨도 될까?


***


“오래간만이군, 대장장이.”

“거참, 50년 정도 알고 지냈으면 이름을 불러줘도 좋을 텐데.”


대장장이라고 불린 노인은 인상을 찌푸린 채, 갓패치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대장장이와 똑같이 얼굴을 구기는 갓패치. 못 생긴 두 얼굴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서로에게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두 사람. 오히려 그들의 얼굴은 더욱 찌그러지고만 있었다.


“이게 경쟁할 건가?”

“괴인의 생각은 범인이 이해할 수 없다냥.”


맞는 말이다. 정상인의 생각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상한 사람들의 머릿속을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현과장은 이내 그 둘을 향한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돌리자,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작업실 안의 물품들. 대장장이답게 많은 광석들과 기구들. 그리고 거대한 망치와 모루가 방 중앙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만 인상을 피지, 대장장이.”

“이름을 불러봐, 그럼 펴줄 테니까.”


현과장이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고도 남은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서로를 향해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두 사람. 도대체 서로에게 불만을 나타내는 것인지, 아니면 얼굴 구기기 대회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 속,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럴 시간이 없었던 현과장. 지금 분명 누군가가 살해당했을 것이란 강한 느낌이 그를 사로잡았다. 이유는 별 거 없었다. 그 두 사신의 존재. 단지 그뿐이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그렇다냥. 빨리 역린 주고 키토님과 리코님이랑 함께 놀아야 한다냥.”


현과장은 한심하다는 듯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경멸적인 시선에도 전혀 아랑곳없이 키토와 리코만 바라보는 어흥선생. 어찌 보면 이렇게 마음 편한 어흥선생이 이번 여행의 진정한 승자가 아닐까. 현과장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잠깐 들었다.


“현과장, 현과장이 너무 신경질적인 거 아닐까나?”

“아니야, 분명 사건은 일어난다고.”


채야의 말에, 현과장은 나직이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그 어떤 물증보다 확실한 심증이.


“대장장이 계속 이럴 거야?”

“난 온종일 할 수 있어, 원더랜드의 주인.”


시간만이 덧없이 지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자존심 싸움만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 더는 참다못한 현과장이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 역린. 여기 역린 있으니까 내 단검의 칼집이나 좀 만들어 주쇼.”


하지만, 현과장의 방해에도 오직 서로만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그들이 내놓은 반응은 오직 나직한 목소리 뿐이었다.


“꼬마, 어른들 싸움에 얼굴 내미는 거 아니다. 그러다 방망이로 두드려 맞는다.”

“제정신이야, 현과장? 이건 내 자존심 싸움이라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남의 속도 모르고 이렇게 인상만 찌푸리고 있는 두 사람. 그런 그때,


“두 분은 그냥 놔두고 나머지 분들은 식사를 하러 가실까요?”


작업실로 들어와 모두를 이끄는 지입스아.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대장장이를 향한 그의 얼굴에서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었다.


“종종 저러시나요?”


그 순간을 놓칠리 없던 현과장. 그는 지입스아를 향해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넌덜머리가 나는 듯 고개를 젓는 집사 할배. 이어서 그는 한숨 가득한 목소리로 현과장에게 답하였다.


“종종이었면 좋겠습니다. 매일 매순간이 저러니.”


그의 목소리에서 심각한 짜증이 느껴져 왔다.

대장장이를 살해할 동기가 또렷하게 전달되어 왔다.

만약 대장장이가 죽는다면, 제일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지입스아. 바로 이 사람뿐.

현과장은 자신의 머릿속에 메모하고 또 메모했다.

그렇게 현과장이 자신만의 추리를 펼치고 있을 무렵,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덧 식당에 도착하게 된 현과장. 식당에는 이미 고난 일행과 킴전일 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과장, 사건은 언제 일어나는 걸까나?”


지입스아의 안내를 받아 자리로 걸어가던 도중, 느닷없이 현과장에게 다가와 귓가에 속삭이는 채야. 소스라치게 놀란 현과장은 반사적으로 손을 하늘로 뻗으며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피융!]


그 순간 현과장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 간발의 차이로 그의 머리를 빗겨나간 화살은 그대로 식당 벽면에 날아가 박혔다.


“살인 사건이다!”


소리를 지른 건 다름 아닌 고난. 그 목소리에 킴전일도 자리에서 일어나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세요!”


킴전일과 고난의 얼굴에 가득이 피어있는 미소. 이 인간들 지옥의 사신이 맞는 게 틀림없었다. 이렇게 살인 사건을 좋아하다니.

그건 그렇고, 아직 현과장 안 죽었는데, 살인 사건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 그리고 도대체 누가 현과장을 죽이려고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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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1 23.06.09 19 3 11쪽
99 99. 금쪽이 여왕 – 데빌 위딘의 전조 - 23.06.08 24 3 12쪽
98 98. 갓패치와 여왕 23.06.07 20 3 12쪽
97 97. 친구가 되어버린 안타고니스트 23.06.06 24 3 12쪽
96 96. 현과장의 저주 23.06.05 25 3 11쪽
95 95. 무력보다 무서운 건, 호떡? 23.06.04 24 3 11쪽
94 94.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2 23.06.03 25 3 11쪽
93 93.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1 23.06.02 23 3 11쪽
92 92. 특훈의 결과 23.06.01 26 3 12쪽
91 91. 특훈 - 3 +2 23.05.31 86 4 11쪽
90 90. 특훈 - 2 23.05.30 23 3 12쪽
89 89. 특훈 - 1 23.05.29 2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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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7. 숫자 예지몽 - 2 23.05.27 23 3 12쪽
86 86. 숫자 예지몽 - 1 23.05.26 23 3 11쪽
85 85. 이세계로 온 아저씨는 암살 탱커라고?! 23.05.25 26 3 11쪽
84 84. 새로운 모험 <새로운 힘> 23.05.24 24 3 12쪽
83 83.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3 23.05.23 24 3 12쪽
82 82.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2 23.05.22 22 3 11쪽
81 81.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1 23.05.21 25 3 11쪽
» 80. 새로운 모험 23.05.20 29 3 12쪽
79 79. 그러니까, 이름을 뭐로 하자고요? 23.05.19 23 4 12쪽
78 78. 더욱 진해지는 예언 23.05.18 26 3 12쪽
77 77. 숲 주인 그리고 늪 주인 23.05.17 26 3 12쪽
76 76.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7 23.05.16 28 3 11쪽
75 75.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6 23.05.15 2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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