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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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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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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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회?귀? - 1

DUMMY

“아니, 제정신이야? 일주일? 여기에 일주일이나 현과장을 버려두라고?”


갓패치는 노발대발하며 고만을 응시했다. 하지만,


“확실한 방법이라면, 그 일주일 받아들이겠습니다.”


오히려 흔쾌히 그의 제안을 수락하고 만 현과장. 어흥선생과 갓패치는 이런 그의 선택이 너무나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그건 안 된다냥! 현과장은 조금 쉬어야 한다냥! 죄의 탑에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냥!”

“그래, 집에서 쉬면서 호떡이나 만들어야지. 어딜 간다고 그래?”


걱정하는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는 갓패치와 어흥선생. 하지만 현과장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이 곳에서 왕을 선출하는 방식은 밀어내기 방식이다. 왕이 더는 왕의 구실을 못한다고 판단이 되면, 대리인을 선출하고 왕과 대리인 사이에서 다시 선출하는 방식. 그렇게 왕을 밀어내는 거지.”


고만은 씁쓸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현과장과 그의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우유나는 무척 유능한 녀석이야. 내 딸이지만 정말 유능하지. 이 밀어내기 방식을 너무나 잘 써먹었으니까. 그 녀석은 형제자매들 중에 제일 일반인 같은 사람을 왕의 자리에 올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게...”

“그 사람이 무리나?”

“아니, 막내 주스나. 제일 평범하고 그나마 인간다웠지. 그런데...”


현과장의 말에 고개를 젓는 고만. 순간, 그의 눈빛이 돌변했다. 분노와 울분이 가득 담긴 그의 눈동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주스나 그 녀석이 본 모습을 숨기고 있었던 거였어. 그 녀석은... 유부녀 킬러였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입을 틀어막아버린 어흥선생과 갓패치. 현과장은 행여나 리코와 키토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까, 잽싸게 그들을 끓어 안고 두 귀염둥이의 얼굴을 감쌌다.


“루프 씨! 귀 막아!”


현과장의 말 대로, 웅크린 채 귀를 막는 루프. 주변의 반응이 이러했지만, 고만은 자신의 이야기를 멈추지 않은 채, 계속해서 그 시궁창 같은 이야기를 이어만 갔다.


“이제 막 스물을 갓 넘은 녀석이 유부녀만 찾아서 사랑을 나눴다니! 난 참을 수가 없었지. 그래서 반대했다. 막내딸이 왕이 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딸? 지금 딸이라고 했나?

숨겨져 있던 사실에 너무나 당황하게 된 어흥선생과 갓패치. 그들은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고만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지금, 딸이라고 했냥?”

“그래, 딸.”


어흥선생의 물음에, 단호하게 답한 고만. 그 단호한 목소리에 현과장을 비롯한 모두는 미묘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딸이라니, 하필 딸이 유부녀 킬러라니!

아, 하필이면 복잡한 시기에 복잡한 문제라니.

옹호 안 하자니,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은 무자비한 인간이 되는 것만 같고.

옹호하자니,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을 옹호하는 것만 같고.

정말이지 미칠 노릇이었다.


“감히 아녀자를 건드려? 그 녀석은 왕가의 수치야!”


딸의 성적 취향보다, 그녀가 아녀자를 건드렸다는 사실에 더욱 분개하는 고만.

이걸 도덕적으로 옳다고 해야 하나, 옳지 않다고 해야 하나.

정말 너무 난감한데.


“저기... 소수자는 소수자니까...”

“소수자는 규율을 안 지켜도 된다고 생각하나? 결혼은 왜 하는 건데? 약속은 왜 하는 거냐고. 약속을 깨는 인물은 결코 왕이 될 자격이 없다!”


고만은 현과장을 바라보며 딱 잘라 말했다.

그래, 틀린 말이 아니다.

성소수자라고 해서, 이미 결혼한 유부녀를 꼬여내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 동성끼리 만나더라도, 바람은 바람이니까.


“우유나의 생각도 그러했는지, 무리나를 다시 내세우더군.”


주변의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을 알아차린 고만은, 그제야 자신의 막내딸 이야기를 그만두었다. 그가 막내딸을 떠올리며 이렇게 열을 올리는 것을 이해 못할 건 아니었다. 딸의 취향을 이해할 순 있겠지만, 결코 그녀의 엇나간 사랑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겠지. 그 모습을 본 현과장은, 아버지라는 자리가 꽤 무겁게 다가왔다. 무조건적인 사랑도, 결코 용납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그 부분이.


“딸 이야기 때문에 말이 길었군. 제일 먼저 할 일은 바로...”




“총리임명... 지금 총리로 임명할 생각인 겁니까?”


우유나는 부들부들 떨며 갓패치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제정신이야? 난 미우를 총리로 임명할 생각이 없는데.”


우유나를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갓패치. 그의 대답에 우유나는 안도하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왜 그런 번거로운 방법을 써? 그냥 국왕으로 임명하면 되지.”


더욱 충격적인 발언으로 미우와 주변인들을 경악하게 만드는 갓패치.

말 그대로 ‘경악’이었다. 지금 갓패치의 행동은 패배를 인정 못하고 꼬장일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 하지만, 갓패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무척이나 편한 표정으로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만! 내가 왕좌에 앉았어도 그랬을 겁니까? 그랬을 거냐고요!”

“당연하지. 난 원더랜드의 ‘주인’이니까.”


미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갓패치를 응시했다.

그녀는 본인의 쾌락을 위해 동료를 사지로 내모는 이 악독한 인간이 도무지 용서가 되지 않았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만! 인정할 수 없습니다만!”

“제정신이야, 미우? 네가 인정하든 못 하든, 세상은 잘 돌아가.”


좌절감과 패배감에 완벽히 주저앉아버린 미우를 향해 마지막 일격을 날려버리는 갓패치. 진정한 악당이 따로 없었다. 이렇게 잔인할 수가.


“와... 나도 저기까지는 생각하지 못 했는데...”

“이게 바로 급이란 거다냥. 갓패치의 급은 상상을 초월한다냥.”


현과장과 어흥선생도 비웃음을 가득 머금은 갓패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정신이야? 같은 편을 보고 고개를 저어?”

“그래도 자비라는 게 있는데.”

“자비는 채야가 베푸는 거고. 난 달라! 난 갓패치니까! 크하하하하!”


거실을 가득 메우는 갓패치의 우렁찬 웃음소리. 그 누구도 그를 벌할 수는 없었다. 이 곳은 갓패치가 주인인 원더랜드였으니.


“그래도 너무 막하는 거 아닐까나. 이긴 건 이긴 거고. 진 건 진 거랄까나.”

“그래, 내가 졌어. 인정해. 난 쿨한 남자니까.”


지금 이 모습이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쿨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선거 전쟁에서 져서 왕이 되었음에도,

다시 미우를 국왕이라는 자리에 앉히고, 자신은 그냥 빠져 나가겠다는 저 마인드가 어디가 어떻게 쿨하다는 것일까.

그리고, 지금까지 진행된 강원랜드 에피소드는 다 뭔데? 순서대로라면 총리 임명이 먼저라고! 그런 에피소드까지 싹 다 무시하는 거야? 보고 있던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어? 작가가 정말 의식의 흐름대로 쓰고 있다고 생각할 거 아니야!


“갓패치, 지금 정말 무서운 분이 화가 났다냥. 우리 조금 융통성 있게 일을 풀어나가자냥.”

“제정신이야? 원더랜드의 주인인 내가 결정했는데, 누가 날 말려?”


갓패치, 네가 짱구냐? 못 말리게.

...아차차! 머릿속 생각이 그냥 튀어 나와 버렸네!

아무튼. 지금 내가 애써 준비한 모든 것들을 감히 다 뒤집어엎겠다는 생각이지?

신급 아이템을 다시 돌려받고 나서부터, 많이 용감해지셨네, 갓패치.

『현과장 인 원더랜드』에서 주인공 행세를 하려고 하고.

아무래도 적당한 벌이 필요한 거 같은데.


“갓패치! 큰 일이다냥! 지금 정말 화나셨다냥!”


어흥선생의 다급한 목소리가 시작되기 무섭게, 천장에 글씨가 적히기 시작했다.


【어이, 짱구. 감히 내가 만든 세계에서 주인공 행세를 하는 거야?】


짱구라는 단어에, 서로 눈치를 보며 상대방의 머리를 확인하는 현과장 및 거실 사람들. 리코와 키토 그리고 루프도 서로가 서로의 머리만을 바라보며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내 실수다. 나도 모르게 그만...

이내 천장에서 사라지고 다시 적히는 글귀. 거실의 모두는 긴장한 채로 천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난 내 세계를 망치는 건 용납 못해. 그러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나서지 마.】


거실의 모두는 마른 침을 삼키며 글자들을 바라보았다.

그 누구도 목소리를 올리지 않았나.

그 누구도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그저 천장만을 바라보았다. 그저 천장만을.

그런데, 좀 미안하네. 천장을 바라보느라 고개가 아플 거 아니야. 이건 생각지 못한 체벌인데.


【한 번만 더 세계가 망가질만한 일이 생긴다면, 모두 회귀할 줄 알아. 모든 걸 바로 잡기 위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올라온 새로운 글.

순간, 현과장의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회귀」라니! 그렇다면 과거로 돌아간다는 말이잖아.


“회, 회귀!”


너무나 신난 나머지 그만 목소리를 크게 올리고 만 현과장. 그와 동시에 천장에 나타난 글자도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현과장 왜 그러냥?”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고! 회귀야! 회귀!”


현과장은 즐거움을 감추지 못한 채, 신나게 주절주절 떠들었다. 그의 얼굴 가득한 기대감과 즐거움. 그는 이번 경고가, 단순한 경고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잖아. 이건 정말 큰 거라고! 웹소설의 주인공들이 과거로 돌아가서 얼마나 강력해지는데! 이건 찬스야! 신이 주신 찬스!”


입에 거품까지 물며 광기 가득한 눈빛을 쏘아 내는 현과장. 이제 그의 목적은 귀환용사에서 회귀용사로 바뀐 듯했다.


“그게 그렇게 좋은 거냥?”

“그렇다니까!”

“난 별로일 것 같다랄까나.”


현과장과 다르게, 채야와 어흥선생은 고개를 저으며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리코와 키토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한 그늘이 짙게 깔려있었다.


“리코님, 키토님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


현과장의 말에도, 리코와 키토는 무서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루프의 품 안으로 숨어버렸다. 현과장이 아닌, 루프의 품 안으로.


“아니, 다들 왜 두려워하는 거야? 모두 한번쯤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었을 거 아니야? 지금 그런 기회가 주어진 거라고!”


현과장의 자신만만한 외침에도, 거실의 모두는 불안함을 쉬이 억누르지 못했다.

거실의 모두는 조금 전 글귀 속에 담겨진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한 듯 했지만, 현과장은, 불행히도,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다는 건, 한번 경험하게 해 줘야 하는 걸까.

진짜 「회귀」라는 것을.

그리고 그게 무슨 결과로 이어질지 경험을 시켜 줘야 하는 걸까. 비극이 시작이 될 지도 모르는데.


“왜 그렇게 무서워하는...”


현과장이 입을 열려고 하는 그 순간, 루프가 천천히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윽고 루픠 주변에서 퍼져나가는 은은하고 무거운 광채. 루프를 바라보고 있던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잃고 그만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야, 현지인. 자냐? 자? 이 새끼가 빠져가지고!”


낯선 목소리에 겨우 눈을 뜨게 된 현과장. 그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젊은 남자를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이유는,


“야, 이등병 나부랭이가 근무시간에 자? 와, 나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야, 임마!”


다름 아닌 그의 군대 고참이 눈앞에 서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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