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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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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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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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0.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1

DUMMY

“질문이 잘못 되었습니다. 잘못 안 한 게 있는지 물어보셨어야죠.”


역시나 돌아오는 건 우유나의 앙칼진 대답. 하지만 난 내 잘못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실, 정직하게 말하자면, 잘못을 알고 그대로 행동하면 그게 짐승이지 어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난 원더랜드의 신인데.


“내가 그렇게 잘못을 많이 한 건가?”

“당연하죠. 아무 것도 안 하고 이렇게 놀고 있잖아요. 짝퉁에게 일을 전부 몰아줘 놓고서.”


역시나 반박할 수 없었다.

원래 우유나가 냉소적인 인물이기는 했지만, 오늘은 더욱 날카로웠다. 아니, 날카로움을 넘어서 독기가 느껴졌다.


“많이 변한 거 같은데, 우유나.”

“내가 변한 걸까요? 아니면, 현과장이 변한 걸까요?”


그녀의 질문에, 난 더는 입을 열수 없었다.

모든 상황을 꿋꿋이 헤쳐 나가는 지금의 현과장. 나 또한 그럴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원더랜드를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 10억 번의 경험 끝에 얻은 것은 무엇일까.

신이 된 우월감? 웹소설 작가놀이?

과연 난 현과장이 맞는 것일까.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의문만 쌓여갔다. 풀기 힘든 의문만이 마치 한 겨울의 흰 눈처럼 소복하게 쌓여만 갔다.




“기록관은 지금 현과장이 불러서 갔다! 멍!”


현과장의 말에, 곧바로 대답하는 루프. 그런데 현과장이 불러서 갔다고?


“미래의 현과장 말하는 거 맞지? 신이 된.”

“그렇다! 멍!”


작별인사도 못 건넨 게 내심 아쉬운 현과장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를 부릴 시간이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저주의 근원부터 찾자.”


사릉가즌쟁을 오염시킨 저주부터 찾아야 했으니까.

그의 말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일행들. 하지만 단 한 사람, 갓패치만큼은 예외였다.


“제정신이야? 원더랜드를 내버려두고 여기 사람들을 먼저 구하겠다고?”


현과장의 말에 큰 배신감을 느낀 갓패치. 그의 눈동자에서는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기껏 해봐야 하루에 100명도 안 죽어! 원더랜드에는 얼마가 살고 있는 지 알아? 20억이야! 20억!”

“숫자로 보면 여기 사람들을 구하는 것 보다 원더랜드에 집중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요.”


갓패치의 말에, 우유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리고 원더랜드에는 우리의 친구 미우도 있다랄까나.”

“친구를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냥.”


채야와 어흥선생도, 이번엔 현과장의 편이 아닌 갓패치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래, 그들의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문제를 보고도 못 본 척 그냥 지나치는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일까.


“아니! 여기 사람도 구한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자,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단번에 다가와 현과장의 멱살을 잡은 갓패치. 그의 분노는 과장이 하나 없는 진심 그 자체였다.


“당연하지! 난 여기 사람도 구할 거라고!”


현과장의 멱살을 잡은 갓패치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런데 그때,


“갓패치, 진정해라냥.”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와 갓패치의 손을 살포시 잡는 어흥선생. 그의 눈빛은 차분하고 또 진지했다.


“제정신이야?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현과장은 여기 사람‘도’라고 말했다냥.”

“뭐? 현과장 지금 제정신이야?”


갓패치의 손에 힘이 서서히 풀려나갔다. 그러더니 이내 현과장의 멱살을 풀어버리는 갓패치. 그는 마치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현과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난 모두를 구한다!”

“이거 완전히 맛이 갔는데? 어흥선생, 현과장 제정신이 아니야! 아니라고!”

“현과장은 원래 제정신이 아니다냥.”


어흥선생의 말을 들은 갓패치는 순간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래, 언제나 정상적인 방법을 쓰지 않았던 현과장.

언제나 그의 행보는 비범했다.

언제나 남들과는 다른 시선을 유지했다.


“능력 없는 것들이나 한 가지 일에만 신경을 쓰지. 난 유능한 현과장이거든!”

“두 개를 한 번에 다 하겠다고?”

“당연하지! 그게 원더랜드의 현과장이니까!”


말을 마친 현과장은, 자연스럽게 멋진 포즈를 취했다.

정말로 멋진 포즈가 아닌, 자신만 멋지다고 느끼는 포즈. 뭐, 그런 거 있잖아. 중2병 가득한 그런 느낌의... 무언가...


“현과장, 쪽팔린다냥. 그만 둬라냥.”


어흥선생이 눈치를 주며 말렸지만, 현과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자,


“나도 할거라능! 나도 할거라능!”

“현과장. 나도.”


현과장 곁으로 달려가 한껏 멋진 포즈를 취하는 키토와 리코. 현과장과 다르게, 그들은 마치 한 편의 조각상, 아니, 피규어 같았다.


“도대체 뭐 하는 짓이에요?”


우유나의 핀잔이 날라왔다. 하지만, 그런 비난과 역경 속에서고 꿋꿋이 자세를 유지하는 미드나잇 클럽의 일원들. 그 셋의 시선이 우유나와 루프를 향해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루프도 어쩔 수 없었다.

우유나도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의 곁에 서는 수밖에.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난 모르겠다. 멍.”


우유나와 루프의 참가로, 이제 다수가 되어버린 중2병 팀. 남아 있는 사람은 갓패치를 비롯한 원더랜드의 어르신들뿐이었다.


“나도 가야 할 거 같다냥.”


리코와 키토 그리고 루프의 모습에 못 이겨 그들의 곁으로 가게 된 어흥선생. 그 역시 나름 멋진 포즈를 취하며 현과장의 무리에 녹아들었다.


“아니, 제정신이야?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한다고?”

“난 매니저니까 포즈는 건너뛰어도 될까나?”


부동의 미드나잇 클럽 일원들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르는 갓패치와, 해맑게 상황을 극복하고 있는 채야. 그들이 그렇게 길 한 복판에서 끔찍한 실라이를 벌이고 있는 사이, 그들의 주변으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현과장과 미드나잇 클럽의 일원들이 벌인 이 행동을 일종의 퍼포먼스로 생각하는 듯이.


“현과장, 우리 언제까지 이걸 해야 해요?”

“그렇다냥.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하냥?”


우유나와 어흥선생의 말에도 현과장은 아무런 대답 없이 포즈만 취했다. 그런데,


“어! 여기 오니까 기분이 차분해 지는데?”

“어? 진짜!”


현과장으로부터 「신의 방패」를 느낀 사람들이 한 목소릴 내며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그들의 목소리 때문에 더욱 많이 몰리는 사람들. 이내 현과장의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말았다.


“여긴 붉은 인연의 저주가 안 닿는 곳인가?”


그들 중, 귀가 솔깃할만한 이야기를 꺼내는 한 남자. 갓패치가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듣고 그냥 내버려 둘... 아니지, 갓패치는 그런 사람이 아니지.


“붉은 인연의 저주가 뭘까나?”


갓패치 대신에 채야가 남자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의 미모에 반한 것인지, 술술술 이야기를 이어가는 남자. 덕분에, 현과장과 일행들은 정보수집이라는 큰 단계를 건너 뛸 수 있었다.


“도시 한 가운데 있는 붉은 동아줄이 내뿜는 저주입니다! 붉은 동아줄이 이어준 인연이 아니면 무조건 헤어져야 한다는.”

“모두 화가 잔득 난 게 붉은 동아줄 때문이라는 걸까나?”

“네! 네! 네!”


남자는 채야를 바라보며 마음을 가득 담은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눈빛에 전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채야. 그는 밝은 얼굴로 현과장에게 달려가, 이내 귓속말로 남자가 말한 내용을 전했다.


“붉은 동아줄이 모든 것의 원인이랄까나.”

“역시 내 예상대로군. 모든 사건은 하나로 연결 되어있어!”


채야의 말에, 현과장은 감출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런데,


“저런 얼굴로 저런 미녀를 만난다고? 돈이 많은 거야?”

“운명의 붉은 동아줄이 저런 미녀를 엮어 줬다고? 나는? 나는!”


채야의 행동 때문이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둘 사이를 오해해 버리고 말았다. 이어서 현과장에게 떨어지는 남자들의 부러움이 가득담긴 질투의 시선. 이 친구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겉모습만이 전부가 아니란 사실을.


[앵! 앵! 앵~!]


현과장이 남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던 바로 그때.

멀리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현과장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자자! 해산 하세요! 해산 하세요!”


그들의 정체는 바로 사릉과즌쟁의 경찰들. 그들은 일사분란하게 현과장의 앞에 모인 사람들을 해산시키더니 곧바로 현과장에게 다가왔다.


“당신이 주동자죠?”

“내가요? 뭘요?”


경찰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현과장. 그러나, 아직 그렇게 얼떨떨한 표정을 짓기는 일렀다. 큰 한 마디가 남아있었으니까.


“당신하고 당신 와이프가 주동한 거 맞잖아요. 다 들었는데.”


와이프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강원랜드의 여왕, 무리나가 주변에 와있는 것일까. 현과장은 두려운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난 저 사람 와이프가 아닌데요.”


와이프라는 말에 오해 받기 싫었던 우유나.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먼저 단호한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누가 아가씨라고 했어요? 저기 저쪽 미인 아가씨 말하는 건데.”


경찰이 손짓으로 가리키는 건 다름 아닌 채야. 현과장뿐만 아니라 어흥선생 그리고 우유나의 얼굴까지 굳어져버렸다.


“뭔가 오해가 있었던 거 같다냥. 둘은 그런 사이가 아니다냥.”

“오해긴요. 증거가 있는데 증거가.”


증거라면서 경찰이 내민 것은 다름 아닌 현과장과 채야가 찍힌 사진. 사진 속 채야는 현과장에게 나직이 귓속말을 전하고 있었다.


“봐봐요. 이렇게 귓속말을 하고 있잖아. 결혼도 안 했는데 귓속말을 주고받아요?”


경찰은 오히려 어이가 없다는 듯 현과장과 모두를 바라보았다.


“결혼을 해야만 귓속말을 할 수 있는 겁니까?”

“아니, 세상 어디에 이런 친밀하고 음란한 행위를 반려자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한단 말이에요? 당신들 미쳤어? 풍기문란으로 전부 잡혀 들어가고 싶어?”


현과장의 질문에 점점 험악해지는 경찰들과 그들과의 관계. 이럴 땐 그냥 인정하고 넘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 결혼하지 않았다랄까나.”


이런 상황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그냥 사실을 말해버리는 채야. 얄미운 건 그녀가 여전히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다는 사실이랄까~나~


“이 말이 사실입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현과장은 다급하게 말을 얼버무리며 도망칠 기회를 엿봤지만, 사릉가즌쟁의 경찰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아니라고요? 혼인 관계가 아닌데도 귓속말을 했다고요?”


순간 경찰들이 현과장과 일행들을 에둘러 포위했다. 일촉즉발의 아찔한 상황. 바로 그때, 현과장의 머릿속에 기가 막힌 생각이 피어났는데...


“우린 가족입니다! 가족!”

“가족이요?”


현과장의 말에, 경찰은 고개를 기울이며 채야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우린 가족이 맞다랄까나.”


역시나 해맑은 미소를 대답하는 채야. 그녀의 대답에 현과장은 한 시름 놨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현과장만의 생각일뿐. 아무래도 그 이야기를 들은 경찰들은 달랐던 모양이었다.


“그, 그, 그렇다면 근친...”

“잠깐! 잠깐! 잠깐!”


그렇게 마이너하고 딥한 소재까지 내려가는 것을 결코 견딜 수 없었던 현과장. 이제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 뿐이었다.


“저희 결혼 할 사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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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192. 붉은 동아줄 23.09.09 25 4 11쪽
191 191.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2 +2 23.09.08 37 5 11쪽
» 190.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1 23.09.07 26 4 12쪽
189 189. 사릉과 전쟁 23.09.06 25 4 11쪽
188 188. 원더랜드 구하기 - 2 23.09.05 22 4 11쪽
187 187. 원더랜드 구하기 - 1 23.09.04 24 4 11쪽
186 186. 미래의 과거 23.09.03 20 4 11쪽
185 185. 진실 23.09.02 23 4 11쪽
184 184. 마지막 인간체스 - 7 23.09.01 24 4 11쪽
183 183. 마지막 인간체스 - 6 +1 23.08.31 23 4 11쪽
182 182. 마지막 인간체스 - 5 23.08.30 20 4 11쪽
181 181. 마지막 인간체스 - 4 23.08.29 20 4 11쪽
180 180. 마지막 인간체스... 도중 밥 타임?! 23.08.28 2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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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174. 호떡 파티 23.08.22 2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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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170. 회?귀? - 2 23.08.18 2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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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167. 왕좌의 게임 - 4 23.08.15 24 4 11쪽
166 166. 왕좌의 게임 - 3 23.08.14 2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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