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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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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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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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마지막 인간체스 - 4

DUMMY

“아니 어흥선생이 왜 이렇게 식탐이 많이 생긴 거지?”


어쩔 수 없이 현과장은 자신이 덜어 놓은 김치찌개를 어흥선생 앞에 내밀었다, 그러자, 너무나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어흥선생. 그 모습을 본 갓패치는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이거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은데. 지금 어흥선생은 전쟁에 대비하는 거야. 저 정도로 먹는 거면 뭔가 크게 일어난다는 건데...”


갓패치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 바로 그때, 현과장의 머릿속에서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바로,


“맞아! 인간 체스! 지금 인간 체스 어떻게 됐어?”

“지금 결승 중이랄까나.”


결승이라는 채야의 말에, 현과장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결코, 맛있게 매콤한 김치찌개 때문은 아니었다. 결코, 절대로, Never.


“결승전이라고?”

“원더랜드 최초의 결승전이랄까나. 그래서 지금 인기가 장난이 아니랄까나~”


말을 마친 채야는, 김치찌개 그릇을 든 채로 TV 앞으로 향했다. 평소 같았으면 음식을 두고 갈 그녀였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그럴 수 없었다. 전쟁 준비가 한 창인 어떤 미친 고양이 인간 때문에.


“아는 사람이 지금 우승 후보랄까나. 정말 위기 회피 능력이 탁월한 건 맞는 거 같다랄까나.”

“아는 사람이야? 우승 후보가? 채야가 아는 사람이라고?”


현과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채야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내가 여기 있는데 어떻게 아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나? 저기서 열심히 움직이는 저 사람이 아는 사람이랄까나.”


자꾸만 이상한 말을 늘어놓는 채야. 도대체 아는 사람이라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사람이라는 거야. 아리송한 그녀의 말에 현과장의 머릿속에는 혼란이 찾아왔다.


“그 사람 이름이 아는 사람이다냥. 그런 그렇고, 채야 좀 남겨 줄 수 없냥?”


어느새 채야의 곁에 다가가 어슬렁거리고 있던 어흥선생은, 군침을 흘리며 그녀가 꼭 쥔 그릇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흥선생이 왜 이러는 걸까나?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나?”


평소에 보이지 않던 모습에, 약간 당황한 듯한 채야. 그녀는 내용물이 별로 남아있지 않은 자신의 그릇을, 찝찝한 표정과 함께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고맙다냥! 복 받을 거다냥!”


진심어린 감사와 함께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그녀의 김치찌개를 먹어치워 버리는 어흥선생. 그 모습은 흡사 신선한 인간을 먹어치우는 좀비와 다를 것이 없었다.

이런 어흥선생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현과장의 머릿속에도 다급함이 생겨났다. 자신의 김치찌개가 위태로워서? 물론 그런 이유도 없지는 않지만, 제일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인간 체스의 우승자가 원더랜드를 멸망시킨다.”


그의 머릿속에 가득 찬 그 ‘예언’ 때문에.


“제정신이야? 인간 체스는 원래 우승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야. 우리가 도전해도 마지막 관문은 넘어갈 수 없다고.”


현과장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콧방귀를 뀌는 갓패치. 하지만 현과장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세상에 절대란 없어. 일어나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모르는 법이야.”


말을 마친 현과장은 굳어진 표정으로 TV 앞에 섰다. 천천히 그리고 매섭게 화면 속 출연진들을 관찰하는 현과장. 이윽고 그의 시선이 한 남자에게서 멈춰섰다.


“저 사람이 아는 사람이야?”

“그렇다랄까나.”


채야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자, 현과장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그 이유는, 그 아는 사람이라는 인물의 외형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몰랐던 거야? 저 사람 정체를?”

“제정신이야? 내가 어떻게 알아?”


갓패치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어서 어흥선생을 향하는 현과장의 눈빛. 하지만, 그의 눈빛에 답하는 어흥선생의 목소리에서도 그가 원하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기억이 안 난다냥.”

“그럼, 우유나는. 우유나는 알 거 아니야?”

“제가요? 제가 어떻게 알아요?”


재빨리 우유나에게 말을 건넨 현과장이었지만, 그녀 또한 모르는 눈치. 현과장은 속이 타들어만 갔다. 달랑 후드 한 장 걸쳤을 뿐인데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아는 사람이, 진짜 아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눈치를 못 챘다니. 아무래도 이 사람들 중에서 아는 사람의 정체를 아는 건 오직 현과장 뿐인 듯 했다.


“모두 일어나! 지금 이렇게 가만히 있을 시간이 없다고!”


현과장은 모두에게 재촉하며 그들의 등을 떠밀었다. 그러자,


“제정신이야?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그러는 거야?”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짜증이 난 듯 반응하는 갓패치. 하지만 그의 짜증은, 현과장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이내, 수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진지하고 간절한 그의 눈빛. 그의 행동은 단순한 꼬장이 아니라, 진정 그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비롯된 행동이었기 때문에.


“지금부터 우리는 아는 사람을 막으러 간다.”

“그게 무슨 말일까나?”


의아하다는 듯 현과장을 바라보는 채야. 그녀의 질문에, 현과장은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모두에게 말했다.


“저 아는 사람이 원더랜드의 파괴자가 틀림 없으니까.”




“네! 한층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인간 체스 마지막 무대! 이제 이 여정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스테이지 위에 서 있는 나마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참가 인원 쪽으로 향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참가자들의 얼굴. 하지만 단 한 사람, 아는 사람만큼은 얼굴에 편안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만을 남기고 있는데요. 그럼, 아는 사람님. 이번 라운드도 자신이 있으신가요?”

“자신까지 있을 필요도 없다. 너무 따분해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니까.”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하는 아는 사람. 그의 목소리에, 관중석의 모두는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정말 대단한 자신감입니다! 좋은 결과 기대하겠습니다!”


이 인터뷰를 먼발치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여왕은, 매서운 눈빛으로 유심히 스테이지를 훑어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마지막 관문은 통과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녀의 기분을 맞춰 주려는 듯, 옆에 서있던 시종이 나직이 목소리를 올렸지만, 여왕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단 한 번이라도 내 예언이 맞아 떨어지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면, 이렇게 걱정하지도 않았을 겁니다만.”


그녀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반드시 오늘 바로 이 장소에서 원더랜드의 파괴자가 등장한다는 확신이.

그리고 그녀에게는 사명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원더랜드와 백성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이.


“다시 한 번 묻습니다만. 인간 체스 규정은 잘 바꿔 놨습니까?”

“여왕 폐하의 말씀대로 원더랜드의 주인들은 언제든지 인간 체스에 도전할 수 있게 바꿔 놨습니다.”

“여차하면 내가 나서야 합니다만. 아니 나서야 할 것입니다.”

“네, 폐하.”


여왕은 다시금 자신의 시선을 스테이지 위로 향했다. 이윽고 시작되는 마지막 스테이지. 여기저기서 방청객 모두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이 목소리들이 마치 지옥에 빠진 사람들의 절규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녀의 걱정이 만든 단순한 환청일까.

아니면 미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일까.

환호성이 거듭될수록, 여왕의 얼굴에는 긴장감만이 쌓여나갔다.


“마지막 라운드는 단순한 100m 달리기! 하지만 단순히 100m를 달리는 건 아니겠지요? 네! 당연히 아닙니다! 매 10m마다 치명적인 장애물이 추가 됩니다! 마지막 10m 앞에서는 매 1m씩, 마지막 1m 앞에서는 매 10cm씩, 마지막 10cm 앞에서는 매 1cm 씩. 그야말로 지옥의 100m 달리기 입니다!”


나마래의 설명을 들은 참가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물론 아는 사람은 콧방귀조차 뀌지 않았다. 그의 얼굴 가득히 번져나가는 지루함. 그는 너무나 다분한 나머지 눈꺼풀이 내려올 정도였다.


“그럼 차례대로 도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윽고, 도전하게 된 첫 번째 참가자. 그는 출발선에 선 순간, 눈앞의 장애물을 보고, 곧바로 기권을 선언했다.


“미, 미쳤어요? 이건 그냥 죽으라고 하는 거잖아요!”


헐레벌떡 내려온 참가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속력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도대체 무엇을 본 것이기에 이렇게 새파랗게 질려서 도망치듯 내려 온 것일까.

모두의 궁금증이 한껏 더 진해졌다.


“아! 아쉽습니다! 첫 번째 기권자가 발생했습니다. 배짱이 두둑한 참가자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럼 다음 참가자 모시겠습니다!”


나마래의 말이 끝나자,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두 번째 참가자. 그래도 그는 출발선에서 한 발짝 발을 떼기는 했다. 문제는 살아서 스테이지를 내려오지 못했다는 것뿐.

두 번째 참가자가 출발선에서 발을 뗀 순간 무수히 많은 창들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마치 참가자 전원을 모두 죽이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는 듯한 마지막 관문. 갓패치의 말대로 인간 체스는 우승이 불가능해 보였다.


“아! 안타깝습니다! 두 번째 도전자, 이렇게 아쉬운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네요.”


참가자의 죽음에 숙연해지는 관객들의 분위기. 그런데, 인명 사고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인간 체스는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참가자 전원은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모두 목숨을 담보로 게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점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 일어난 사고에, 얼굴빛이 사색이 되어버린 참가자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앞 다투어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아, 모두 기권인가요? 아쉽습니다!”


나매래의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경기장 전역에 울려 퍼졌다. 그런데,


“아직 남아있다.”


모두가 등을 돌린 와중에, 스스로 스테이지 위로 올라간 남자, 아는 사람. 그는 담담하게 출발선 앞에 서더니, 이윽고 나마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출발해도 되나?”


그 담담하고 당당한 모습에,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는 관중들. 차가웠던 경기장에 뜨거운 불길이 다시금 치솟는 듯 했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출발해도 되는 군.”


아는 사람은, 나마래의 말을 무시한 채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단 한 발짝 뗐을 뿐인데 그를 행해 날아오는 무수히 많은 창들. 하지만 그는 가소롭다는 듯, 그 창들을 전부 맞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대, 대단합니다! 창이 아는 사람님의 몸을 뚫지 못해요!”


나마래의 중계에 더욱 열기가 뜨거워진 관중석. 평범함을 넘어선 그의 모습에 관중들은 열열이 환호했다.


“이제 막 10m구간을 지났습니다! 이제 20m!”


그가 20m를 지나자, 이번에는 화살이 함께 날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아는 사람의 능력. 화살이 날아온다고 해서 그에게 상처하나 입힐 수는 없었다.

그렇게 그는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인간 체스의 마지막 라운드를 돌파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거기까지입니다만.”


그의 앞을 막고 나선 한 사람. 바로 여왕, 미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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