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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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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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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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원더랜드 구하기 - 2

DUMMY

“누, 누구세요?!”


잔뜩 겁을 집어먹은 현과장은, 덜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 아니! 지금 이 아파트 혼자 전세 냈어요? 왜 그렇게 뛰어다녀요?!-


현관문 밖에서 들려온 건 잔뜩 화난 아줌마의 목소리. 현과장은 방송관련 인물들이 아니란 사실에 한숨 돌렸다.


- 이 봐요! 문 안 열어요? 안 열어?! -

“제가 화이트 룸 현상 때문에 문을 못 열어요!”


물론 화이트 룸 현상이 지나간 지 오래지만, 집에 있는 모두를 들킬 수 없었던 현과장. 그는 임기응변으로 이런저런 핑계를 꺼냈다. 하지만,


- 그건 당신 사정이고! 지금 당장 문 안 열 거냐고! -


막무가내로 문을 열라고 소리치는 아줌마. 현과장은 잠깐 간과했었다. 이 곳이 원더랜드가 아닌 대한민국이었단 사실을. 그리고 지금 현관문 밖의 상대가 대한민국의 아줌마라는 사실을.

자식들 공부걱정, 남편 술 걱정에 항상 신경이 곤두 서 있는 대한민국의 아줌마들. 분노한 곰보다 더 무서운 그녀들은 거칠 것이 없는 무서운 존재였다.


“안 되겠다! 어흥선생!”


이럴 때, 제일 좋은 방법은 바로 미남계. 현과장은 곧바로 어흥선생의 고양이귀머리띠를 벗기더니, 그를 현관 앞으로 내던지듯 밀었다.


“지금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건가.”

“그냥 인사만 해줘. 인사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현관문 앞에 선 어흥선생은, 현과장이 시키는 대로, 현관문을 열고 눈앞의 무시무시한 존재를 마주했다.


“아니! 문을 열 수 있으면...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흥선생을 눈앞에 마주하자, 자신도 모르게 입을 탁 틀어막는 아줌마. 찬란한 어흥선생의 외모에 어린 시절 가지고 있었던 풋풋한 소녀감성이 되살아 난 모양이었다.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왜 이렇게 잘 생겼, 아니지! 이게 아니지! 아니 지금 우리 애가 고 2라고요! 집에서 그렇게 뛰어 다니면,”

“공부는 주변이 시끄럽다고 못 하는 것이 아니다.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어흥선생의 말에, 살짝 기분이 상한 듯한 아줌마.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어흥선생에게 당당히 말했다.


“아니, 젊은 사람이 말이 짧네! 당신 외국인이야?”

“미안하다. 난 여기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 가? 공부가 더 중요한 게 아닌가?”

“공부가 더 중요한 건 맞긴 한데...”


어흥선생의 말에 순간 상황이 역전된 두 사람. 물론 어흥선생이 노린 것은 아니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지식탐구에 진심인 사람이었으니까.


“그대는 자식 공부를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웠는가? 그리고 그대의 아이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공부에 임하는 가?”

“...네? 공부 계획이요?”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상황. 이제는 어흥선생이 아줌마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무척이나 진심으로.


“지금 단순히 책을 읽어라, 문제를 풀어라, 이런 방식으로 시키고 있는 건가? 그대 제정신인가?”


어흥선생의 압박에, 아줌마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시선을 천천히 돌려 땅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대의 아이는 어디 있는가?”

“밑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안 되겠군. 내가 한 번 봐줘야겠다. 이대로는 아이의 미래가 걱정이 된다.”


쐐기를 박는 어흥선생의 한 마디. 그 말 한마디가 가지고 온 파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우리 아이 공부를 봐주겠다고요?”

“공부가 아니라, 공부 방법이다. 공부는 혼자 스스로 하는 것이니까.”


이 말이 너무나 마음에 든 것일까. 아줌마는 얼굴에 함박 미소를 지으며 어흥선생을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성함이?”

“사람들은 날 어흥선생이라고 부른다.”


어흥선생이라는 말에 더욱 호감을 가지게 된 아줌마. 아무래도 선생이라는 단어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아줌마와 함께 계단을 내려가게 된 어흥선생. 그의 발걸음에서 공부를 향한 강한 신념과 의지가 느껴지는 듯했다.


“제정신이야? 어흥선생을 저대로 보낸다고?”


갓패치의 시선이 줄곧 현관문을 향했다. 그의 얼굴 가득한 근심 걱정. 이런 표정을 짓는 것은 비단 갓패치 혼자뿐만이 아니었다.


“아이가 불쌍하다랄까나. 어흥선생 교육 방식 장난 아닌데.”


이미 그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어흥선생이 아닌, 얼굴도 모르는 그 아이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아니 도대체 어떤 교육 방식을 가졌기에, 모두가 이렇게 걱정을 하는 것일까. 현과장의 머릿속에도 작은 걱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들의 걱정과 함께 지나가는 짧은 시간.

이윽고 교육 원정을 떠났던 어흥선생이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돌아왔다. 양 손 가득 과일과 케이크를 싸가지고.


“아니, 이게 뭐야?”

“해인이 엄마는 의외로 말이 잘 통하는 상대였다.”


짐을 내려놓은 어흥선생은 재빨리 고양이귀머리띠를 머리 위에 얹었다. 그러자, 이내 편안해지는 그의 얼굴. 그의 입에서는 나지막한 안도의 한숨까지 흘러나왔다.


“아이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잘 계획을 세운 엄마였다냥. 문제는 아이였다냥.”


아이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설마 왕따? 학교 폭력? 온갖 나쁜 생각들이 현과장의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해인이가 생각이 없다냥.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전부다냥.”


순간 현과장의 얼굴에 멈춰있었던 긴장감이 단번에 흘러갔다.

현과장은 의아했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무슨 잘못일까. 모두들 그렇게 살았는데. 그런 학창 시절을 보냈었는데.


“그게 무슨 문제야? 시키는 대로 하는 착한 애인거지.”

“그게 아니다냥. 교육은 그런 게 아니다냥.”


어흥선생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런 방법이 최고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이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결과만 가지고 오게 된다냥. 문제 푸는 방식만 가르치면 안 된다냥. 문제 그 자체를 가르쳐야 한다냥.”


현과장은 어흥선생의 말이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더니 연신 한숨을 내쉬는 채야와 갓패치. 마치 현과장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그에게 다가와 어깨를 토닥였다.


“이게 어흥선생의 교육 방식이랄까나.”

“제정신이야? 아직 한 참이나 남았다고.”


그제야, 그들의 말을 이해한 현과장. 이런 두루뭉술한 방법이 그의 교육 방식이었다니. 모두가 아이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런 방식으로 해인이에게 교육 하고 온 거야?”

“그렇다냥! 지금 해인이에게 제일 중요한 교육이었다냥. 스스로 생각하는 법.”

“그런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문제나 풀면 되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당당히 어개를 펴고 있던 어흥선생. 그런 어흥선생의 기분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바로,


“우유나 노예! 내가 지금 틀렸다는 거냥?!”


우유나.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흥선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문제 풀기도 바쁜데 무슨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시간이 그렇게 남아요? 그럴 시간에 수학자들이 남긴 불가사의나 풀어볼 것이지.”


역시 천재의 입에서 나온 문제의 예시는 일반인과 남다르다. 불가사의나 풀라니. 도대체 세상 어느 누가 시간이 남는다고 수학문제를 풀고 앉아있을까. 그것도 대 수학자들도 풀지 못한 수학문제를.


“그건 우유나 같은 천재들이나 할 수 있는 거다냥.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시선을 맞춰라냥.”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생각을 할 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인생은 짧으니까.”


틀린 말이 아니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서로 다른 교육관 때문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두 사람. 그런데 지금 이렇게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아니 잠깐! 지금 그런 걸로 싸울 때가...”

“그런 거라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교육 방식은 국가의 앞날을 좌우하는 중요한 항목이다냥!”


두 사람을 말리려다가 오히려 큰 분노만 일으키게 된 현과장. 하지만 그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더랜드의 존망이었으니까.


“그냥 둬야 한다랄까나. 저러다가 알아서 그만 둘 거랄까나.”

“저때의 난 왜 저렇게 열성적이었을까.”


기록관 우유나와 채야는 한참 논쟁을 벌이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들이 부딪히는 사이, 어느새 완성된 김치찌개. 그 시큼하면서 매콤 달큰한 향이 온 집 안을 뒤덮었다.

김치찌개가 완성되자, 저절로 멈추게 된 어흥선생와 우유나의 논쟁. 하긴 아무리 대단한 말싸움도 먹을 것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법.

그렇게 대한민국에서의 첫 날이 저물어 갔다.


여담이지만, 어흥선생의 조언을 받은 해인이는 미래에 아이돌 가수가 되었다고 한다.

갑자기 너무나도 뜬금없이 아이돌 가수냐고 할지 모르지만, 뭐, 세상 일이 생각하는 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 안 그래?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게 된 현과장과 일행들.

단 하루가 지났지만, 현과장은 그의 마음을 굳건히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굳건하게 할 수 밖에 없었다.


“현과장! 나 밖에 나가고 싶다능!”

“나도, 현과장, 나도.”


큰 집에서 이리저리 뛰놀며 살았던 키토와 리코는 시도 때도 없이 나가겠다고 아우성이었다. 게다가,


“현과장! 배변 패드 없냐? 멍! 나 이래봬도 화장실 가리는 늑대다! 멍!”


늑대인 주제에 배변패드를 찾더니. 이제는 온갖 깔끔을 떨고 앉아있다. 이게 어떻게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심지어,


“저기, 어흥선생님? 어흥선생님 계셔요?”


해인이 엄마가 아침부터 어머니들을 이끌고 집을 찾아온다. 이제 막 아침 8시가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하루의 출발부터 이런데,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현과장은 덜컥 겁이 났다.


“이대로는 안 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신도 못한 방법을 어떻게 찾냥?”

“아니! 찾는다! 반드시!”


현과장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그렇게 방법이 없다고 손가락만 빨고 앉아있을 현과장이 아니다. 방법이 없으면 만드는 사람이 바로 현과장. 그는 투지를 불태우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원더랜드 멸망의 원인은 뭐지?”

“몰라요. 그냥 어느 순간부터 붕괴가 시작되었다는 것 밖에는.”

“붕괴라...”


붕괴라는 기록관 우유나의 말에 현과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그 거 있잖아, 우유나 능력. 물건에게까지 능력이 미치는 신의 방패. 그걸로 안 돼?”

“오! 대단한데요, 현과장! 어흥선생과 같은 생각을 하다니.”


순간 모두의 시선이 어흥선생을 향했다. 그런데,


“난 아무 말도 안 했다냥.”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이는 어흥선생. 이내 그는 리코와 키토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누가 지금의 어흥선생이라고 했어요? 오리지널 어흥선생을 말하는 거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

“잘 됐으면 우리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일까요?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었지만, 결국 다시 붕괴가 시작되었다고요.”


그녀의 대답에, 순간 현과장의 눈빛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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