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280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8.19 10:00
조회
22
추천
4
글자
12쪽

171. 회?귀? - 3

DUMMY

“모두에게 회귀가 얼마나 잘못된 환상인지 알리는 것!”


현과장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대체 어디가 얼마나 어떻게 잘못된 환상이기에 이렇게 지옥 같은 경험을 안겨 주는 것일까. 아니, 그건 그렇고 왜 하필 자신인 것일까.


“다른 사람 많잖아요. 그런데 왜 나야, 왜?!”

“그야, 현과장이니까.”


더욱 기가 막힌다. 이유가 ‘현과장’이라니. 도대체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하는 거지. 현과장의 마음에 답답함과 그 외의 복잡한 감정이 움트기 시작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눈앞의 현과장을 그대로 방치한 채, 자리에서 일어서는 기록관. 이내 그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의자도 책상도 심지어 진료실도.


“저, 저기요! 이게 뭐예요? 무슨 일이냐고요?!”

“말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한다고.”

“아니, 그게 무슨...”


말을 전부 끝내지도 못한 채, 그대로 정신을 잃게 된 현과장. 그의 몸뚱이는 사라지는 주변 풍경들과 함께, 점차 먼지가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다.


***


“으아아아악!!”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현과장은, 서둘러 자신의 몸부터 확인했다.

어렴풋이 기억이 떠오르는, 정신을 잃기 직전의 상황. 분명 손끝부터 서서히 분해되는 것이 느껴졌었다.


“왜, 왜그러냥?”


바로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어흥선생의 목소리가.


“뭐, 뭐야! 어흥선생도 잡혀 온 거야? 회귀지옥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냥? 여긴 집이다냥.”


집이라고? 설마 다른 시간대로 회귀한 걸까. 현과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져왔다. 그런 그때,


“제정신이야? 아직 제정신이지?”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현과장 근처로 달려오는 갓패치. 마치 만반의 준비를 한 듯이, 그는 작은 모래시계를 꽉 쥔 채 그를 응시했다.


“반응 없어. 아직 반응 없다고. 제정신 맞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갓패치의 뚱딴지같은 소리에, 현과장은 더욱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뭐가 제정신이고, 뭐가 반응이 없는 것일까. 그건 그렇고 지금 현실이 맞는 걸까? 아니면 또 태스트 서버?“


“아, 여기 현실이야, 아니야?”


난감하기 이루어 말할 수 없는 상황. 도무지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질 않았다. 예전에 겪었던 「데빌 위딘」 세계도, 지금 이 상태보다 덜 힘들었고, 덜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그건 가상의 세계였으니까.


“현과장 왜 그러냥? 제정신이 아니다냥! 제정신이 아니다냥?!”


어흥선생은 호들갑을 떨며 주변의 모두를 불러 모았다.

걱정스런 눈망울의 키토와 키로. 애처로운 눈빛의 채야와 우유나. 바로 그 순간, 현과장의 눈빛에 확신이 들었다.


“이거 테스트 현실이지?! 채야와 우유나가 이런 눈빛을 할 리 없잖아!”

“이런 눈빛이라는 건 무슨 뜻일까나?”

“지금 걱정하는 거 안 보입니까?”


살짝 짜증이 올라온 듯한 두 사람의 표정. 그 표정을 마주하는 순간, 현과장의 머릿속에 작은 의구심이 싹텄다. 설마... 아닌가?


“이거 현실 맞아?”

“아우~!”


마치 현과장의 질문에 답이라도 하는 듯이, 바로 하울링을 들려주는 루프. 이상하게도 그 울음소리에서 편안한 안도감이 느껴졌다.


“휴... 진짜 현실 맞구나.”

“현과장,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냥?”


걱정 가득한 얼굴을 들이미는 어흥선생 때문에, 현과장은 지난 시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테스트 현실의 이야기. 아침이었던 밖이 밤이 되어갈 대까지 그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다.


***


그의 이야기는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별 이야기는 없었지만, 자신이 경험한 모든 느낌까지 생생하게 전달하느라 이야기는 길어지고 늘어졌다. 마치... 이 웹소설처럼. 나도 참, 중요한 부분만 딱딱 전달해야하는데. 이게 쉽지 않네.


“회귀가 나쁘다는 걸 알리면 되는 거냥?”

“그 기록관 말로는 그렇다네.”

“아오~!”


현과장의 말에 동조라도 하듯, 힘찬 하울링을 선보이는 루프. 언제나 뒤에서 가만히 앉아있던 그 늑대가, 오늘은 웬일인지 현과장의 곁에 딱 붙어 있었다. 마치 그를 경호하는 듯이.


“그러고 보니, 루프 씨는 시간의 번견 아니냥? 저쪽 편 아니냥?”

[도리도리!]


루프는 어흥선생의 물음에 힘차게 고갯짓을 저었다. 게다가 억울함이 가득 담긴 듯한 그의 눈망울.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도 그 나름의 사연이 있는 듯 했다.


“어흥선생, 지금 루프 씨를 의심하는 거야? 그러다 천벌 받아.”

[끄덕끄덕!]


루프는 현과장의 말에 격하게 동조했다. 물론, 같은 동물친구인 리코와 키토도 함께.


“원래 일을 확실하고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제일 확실한 일들부터 의심하는 거다냥. 그게 정석이다냥.”


아흥선생은 다부진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보았지만, 그를 향한 모두의 얼굴은 한결같았다. 물론 그와 전혀 다른 표정으로.


“헛소리도 참 멋들어지게 하시네요.”

“그럼 난 누굴 의심해야 하는 걸까나?”

“제정신이야? 어흥선생까지 왜 그래?”


우유나와 채야 그리고 갓패치는 한심하다는 듯 어흥선생을 쳐다보았다.

극명하게 갈리는 두 집단의 표정. 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들이 현시점에서 껴안은 문제는, 서로를 향한 비난이 아닌, 단 하나뿐이었다. 바로 「회귀」.


“어떻게 해야 하지? 그건 그렇고, 왜 나야? 왜 하필 나냐고?!”

“그야 현과장이니까.”


현과장의 혼잣말 같은 절규에 모두들 당연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이렇게 대답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이유야? 내가 이유인 거야?”

“그렇다냥. 현과장이 이유이자 원인이다냥.”


이유이면서 또 원인이라. 현과장은 어흥선생의 말에 자신의 행실을 곰곰이 되짚어봤다. 원더랜드에 오고 나서부터 딱히 문제가 될 부분은 없었다.

마력의 샘에서 불사의 몸을 얻고,

어흥선생과 채야를 만났으며,

키토와 갓패치를 만났다.

갓패치의 꼬임에 빠져 「시간의 생명」이란 능력을 얻긴 했지만,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큰 영향을 끼칠만한 사건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은화를 얻었고. 「시간의 생명」으로 인해 「신의 방패」라는 능력도 얻었다. 하지만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은 없었다.

마약보다 더 중독성이 강한 호떡을 만들어 팔았지만, 큰 문제는 일으키지 않았다.

시간의 번견인 루프를 해방시켜 주었지만, 어디까지나 불쌍해서. 측은한 마음에 보인 행동이었다.


“나 아무 잘못도 안 한 거 같은데. 내가 그렇게 잘못을 저질렀어?”

“제정신이야? 당연한 거 아니야?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에게 신급 능력이 쥐어졌고, 게다가 항정신성 의약품까지 음식으로 눌러버리는 그런 무지막한 인간이 신의 경비견이 지키고 있는 죄인을 묵사발을 만들었잖아.”


갓패치의 말에 현과장은 두 눈이 똥그래졌다. 설마 지금 그가 말한 일들을 전부 벌인 인간이 자신이란 걸까.


“내가 그랬다고?”

“아오~!”


대답을 한 건 다름 아닌 루프. 경쾌한 그의 하울링이 거실 전체에 퍼져나갔다.


“그럼 나도 대단한 능력자라는 건가? 그럼 이제 회귀를 하면...”


흐뭇한 미소로 말을 마치려던 바로 그 순간,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진 현과장. 순간이지만, 안타까운 표정을 하며 자신을 향해 달려온 모두의 얼굴이 잠시 보였다. 두려움을 가득 집어먹은 그들의 얼굴이.


***


“아오, 머리야...”

“왜? 머리아파?”


지끈거리는 머리를 만지던 현과장은, 이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두통이 너무 심해서? 아니다.

주변이 익숙해서? 아니었다.

그가 온몸의 감각이 되살아 날 수밖에 없는 이유, 그건 바로,


“지인아, 너 머리 아프다고 약 많이 먹으면 큰일 난다. 그 약 안 좋은 거야.”


눈앞의 여자, 그의 첫사랑 수진 때문에.

40년 모태쏠로라고 해서, 첫사랑이 없는 건 아니다. 물론 짝사랑이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고백의 대답을 못 들었다. 그녀는 이제 이 세상에 없으니까.

비극적인 결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불행히도 그건 아니다.

그녀는 이민을 떠난다. 그가 고백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야, 지금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거 썸 맞냐?”

“썸? 그게 뭔데?”


현과장은 아차 싶었다.

그래, 그녀가 자신의 앞에 있다는 것은 아직 ‘썸’이란 단어가 만들어지긴 전인 시절. 현과장은 번뜩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껏 풍기는 카페 안. 여기저기서 연인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었다.


“지금이...”

“크리스마스지, 크리스마스.”


자신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 수진. 순간, 원더랜드의 가족들의 얼굴이 교차되었다. 그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던 가족들이.


“주문하신 핫초코와 라떼 두 잔 나왔습니다.”

“아, 감사합...”


때마침 나온 음료에, 현과장은 인사를 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뭐 더 주문할게 있으신가요? 현과장 손님.”


종업원을 바라보며 그대로 굳어버린 현과장. 종업원의 모습이... 늑대다. 그것도 집사복을 입은 거대한 다이어울프.


“이게 지금...”

“지인아 왜 그래? 그냥 늑대 종업원이잖아. 너 정말 머리가 많이 아픈 거 아니야?”


아니, 지금 늑대가 서빙을 나르는데, 이게 당연한 상황인 것일까. 현과장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건 그렇고, 너 지금 나한테 할 말 있지 않아?”


수진의 말에, 현과장을 감쌌던 혼란이 더욱 진해졌다.

2007년. 그해는 역사적인 해가 아닐 수 없었다. 명작 게임 『바이오 샤크』가 발매 되었고, 애니메이션 『간다무 따블 오』와 『만원돌파 구렌나간』이 방영 되었던 시기다. 그리고 그 해의 12월 25일은 바로, 현과장이 난생 처음 고백을 했던 해. 잠자리에 누우면, 곧바로 이불을 차서 날리고 싶은 그런 추억을 만들어준 해였다.


“어? 내가?”


어차피 고백을 해도. 고백을 안 해도. 눈앞의 그녀는 떠난다. 1월이 되면.


“어, 그게...”


현과장은 망설였다. 지금 이 순간은 자신이 그토록 지우고 싶어 했던 흑역사. 굳이 지난 시절과 똑 같이 만들어, 두 번 경험할 필요는 없었다. 이 창피하고 끔찍한 순간을.

현과장은 테이블 밑으로 내린 손을 꽉 쥐었다. 그 안에 있는 작은 반지가 부서질 정도로.


“손님, 부르셨습니까?”


그런데, 갑자기 거대한 그림자가 현과장의 머리 위로 드리워졌다. 그래, 바로 그 늑대 종업원의 그림자가.


“네? 제가요?”

“아, 화장실 말입니까, 손님? 그건 저 쪽입니다.”

“제가 화장실을요? 이 타이밍에”

“긴장은 온 몸을 수축시킵니다, 손님.”


늑대 종업원에 의해 억지고 등떠밀리듯이 화장실로 가게 된 현과장. 그가 화장실에 도착하자, 곧바로 늑대 종업원이 쫓아와 들어왔다.


“현과장, 일을 그르칠 작정입니까, 멍?”

“나, 나 알아요?”

“루프입니다, 멍”


루프라는 대답에 동공이 커진 현과장. 아니, 루프 말을 할 줄 알았어?


“루프 씨, 말을 할 줄 아는 거야?”

“이 곳에서만 가능합니다, 멍.”


현과장은 루프의 등장에 그를 와락 껴안았다. 그러자, 정색하며 그를 밀쳐내는 루프. 이상하게도 평소의 그와 분위기가 달랐다. 멍청하고 무기력한 그의 모습과 완전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4 194. 테스트 현실 습격 작전 - 2 23.09.11 23 4 12쪽
193 193. 테스트 현실 습격 작전 - 1 23.09.10 25 4 11쪽
192 192. 붉은 동아줄 23.09.09 25 4 11쪽
191 191.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2 +2 23.09.08 37 5 11쪽
190 190.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1 23.09.07 26 4 12쪽
189 189. 사릉과 전쟁 23.09.06 26 4 11쪽
188 188. 원더랜드 구하기 - 2 23.09.05 23 4 11쪽
187 187. 원더랜드 구하기 - 1 23.09.04 25 4 11쪽
186 186. 미래의 과거 23.09.03 20 4 11쪽
185 185. 진실 23.09.02 23 4 11쪽
184 184. 마지막 인간체스 - 7 23.09.01 24 4 11쪽
183 183. 마지막 인간체스 - 6 +1 23.08.31 24 4 11쪽
182 182. 마지막 인간체스 - 5 23.08.30 20 4 11쪽
181 181. 마지막 인간체스 - 4 23.08.29 21 4 11쪽
180 180. 마지막 인간체스... 도중 밥 타임?! 23.08.28 26 4 11쪽
179 179. 마지막 인간체스 - 3 23.08.27 23 4 11쪽
178 178. 마지막 인간체스 - 2 23.08.26 22 4 11쪽
177 177. 마지막 인간체스 - 1 23.08.25 22 4 11쪽
176 176. 회귀는 회귀인데, 이건 망삘인데? 23.08.24 20 4 11쪽
175 175. 또다시 회귀? 23.08.23 26 4 11쪽
174 174. 호떡 파티 23.08.22 21 4 11쪽
173 173. 새로운 위협 등장? 23.08.21 24 4 11쪽
172 172. 회?귀? - 4 23.08.20 28 4 11쪽
» 171. 회?귀? - 3 23.08.19 23 4 12쪽
170 170. 회?귀? - 2 23.08.18 26 4 11쪽
169 169. 회?귀? - 1 23.08.17 22 4 11쪽
168 168. 왕좌의 게임 - 5 23.08.16 23 4 11쪽
167 167. 왕좌의 게임 - 4 23.08.15 24 4 11쪽
166 166. 왕좌의 게임 - 3 23.08.14 28 4 11쪽
165 165. 왕좌의 게임 - 2 23.08.13 23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