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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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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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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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회?귀? - 2

DUMMY

현과장은 황급히 자신의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찾았다. 하지만, 그의 손에 잡힌 건 지갑이 아니라 복무신조가 적힌 국방수첩. 그래, 이건 꿈이 아니었다.


“분명히... 이게...”

“이게? 뭐? 이 자식이 아직도 덜 깼나?”


고참의 매콤한 손바닥이 현과장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그런데,


“어라? 이거 왜 아프지?”


매콤한 맛과 함께 앞으로 꺾이는 고개. 고통 덕분에 꿈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다른 사실 또한 알 수 있었다. 그건,


“없다... 능력이... 전부...”

“뭐라는 거야, 이 미친 개또라이 새끼가.”


연거푸 내려오는 손바닥 세례. 하지만 그는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온 모양인지, 그대로 맞기만 하고 있었다. 그 어떤 반응도 하지 않은 채로.

덕분에, 당황해하는 건 손찌검을 하던 고참 본인이었다.


“너, 너 이 새끼! 반항해?!”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현과장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만 고참. 진짜 사건은 바로 그 상황부터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동작 그만! 지금 뭐하는 짓이야?!”


하필이면 순찰 중인 당직사령에게 딱 걸리고 만 것.

고참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당직사령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만 고참.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한 사람의 목숨이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


[탕!]


총소리가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과장의 얼굴로 붉은 피가 날아들었다.

최악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군대 시절이 순식간에 살인과 폭력으로 물들어 버리고야 말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게... 왜...”

“괜찮아? 어이, 현지인 이등병, 괜찮냐고!?”


누군가의 목소리에 현과장은 아득해진 정신을 겨우 되찾았다.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정신과 병동의 군의관.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군병원에 와 있었다.


“저기 총소리가...”


현과장은 정신을 가다듬고 자신이 목격한 사실을 줄줄이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가 정신을 차리기 전, 이미 사건은 모두 종결된 상황.

군의관의 말로는, 당직사령을 총으로 쏜 고참은, 그대로 부대를 이탈.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특수부대의 손에 사살되었다고 했다.


“주, 죽었습니까?”

“이미 여러 차례 소원수리가 접수된 인원이었다. 현지인 이병에게는 아무런 해가 가지는 않을 거야.”


현과장은 멍해진 채로 바닥을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던 고참.

그래, 그 고참과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현과장은 예전의 일들을 천천히 되짚어 보았다.

첫 근무 때, 나이 많은 그 고참과 같이 나가게 된 자신을, 주변에서 크게 불쌍하게 생각했다. 고참의 성격이 꽤 터프해서였다. 하지만, 오히려 애니 이야기로 한참이나 시간을 보냈던 현과장과 고참. 그러다가 당직사령에게 걸려 군기교육대에 가기도 했다.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서는 같이 이런저런 일도 하면서 많이 친해졌고.

덕분에 좋은 기업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기업 영업팀을 상당한 수준까지 끌어 올렸으며,

업계의 역사가 되었다.

그 고참의 정체가 누구냐고?

바로, 그와 함께 항상 김치찌개를 먹었던 그 부장.

현과장을 항상 꼰대 취급했던 그 부장이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회귀? 회귀하면 좋다고?

개소리도 풍년이다.

첫 순간부터 이 모양 이 꼴이다. 이 끝은 어떻게 끝날까? 어흥선생은 만날 수 있을까? 키토는? 리코는? 과거로 돌아가면, 미래시를 아는 자신만이 먼치킨이고 지존이며, 절대자라는 건가? 착각이다. 시간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니까.


“되돌릴 수는 없는 겁니까?”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이건 말이 안 되는데...”


이제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또 무슨 절망이 닥쳐올까. 앞날이 캄캄했다. 그런 바로 그때,


“회귀한다고 좋아 했잖아.”


정면에서 들려온 무덤덤한 목소리. 회귀라는 단어를 내뱉은 건, 다름 아닌 정신과 군의관이었다.


“지금 뭐라고...”

“회귀한다고 좋아했잖아. 어때 진짜 회귀해 보니까?”


현과장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언제 누군가에게 회귀했다는 말을 했던가?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회귀라는 단어를 입에 담았었던가? 그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일이 마음대로 잘 안 되지?”

“아, 네...”

“현과장 말고 많은 사람이 기대했겠지만, 회귀하는 순간 지옥이 시작된다고.”


순간, 현과장의 정신이 번뜩였다. 현과장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이 사실까지 아는 것일까. 단순한 정신과 상담이 아니었나? 그러고 보니...


“제가 회귀한 건 어떻게 아십니까?”


제일 근본적인 질문조차 하지 않았던 현과장. 그래, 도대체 어떻게 아는 것일까.


“그건 내가 천장의 그 글자를 쓴 사람이니까.”


***


“이야! 이건 말이 안 된다냥!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냥!”


바닥을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하는 어흥선생. 그는 이내 바닥에 앉더니 눈앞의 거대한 돌을 집어 들었다. 그러더니,


“마력의 샘에 넣으면 원래로 돌아갈 지 모른다냥! 내가 가보겠다냥!”


그대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어흥선생. 그런 그를 막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 인물은 바로 채야였다.


“지금 어흥선생은 제정신이 아니랄까나! 누가 좀 말려야 한다랄까나!”

“놔라! 할매! 이건 지금 큰일이다!”


말꼬리까지 빠뜨리면서 거실 밖으로 나가려는 어흥선생. 그의 얼굴에는 걱정과 긴장감이 가득했다.


“제정신이야? 그렇게 가지고 간다고 현과장이 돌아와? 그리고 루프는? 그 시간의 번견은?”


이리저리 호들갑을 떠는 모두를 향해, 나지막이 진실을 말해주는 갓패치. 그는 손에 쥔 모래시계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렸다.


“그래도 현과장을 살려야 한다!”

“냥이 빠졌다랄까나! 냥이!”

“그건 현과장이 끼어 들 부분이다냥!”


채야와의 티키타카로 다시금 현과장의 빈자리를 느끼게 된 어흥선생. 그는 다짜고짜 거대한 돌을 짊어지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거 현과장 아니야. 치환된 거라고.”


뭔가 아는 듯, 입을 여는 갓패치. 이내 그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에게 털어 놓기 시작했다.


“시간의 번견은 신의 애완동물이다. 어찌 보면 우리보다 한참 위에 있는 존재라고.”

“그런데 그게 뭐 어떤 데요?”


불쑥 끼어 든 우유나의 목소리에, 살짝 인상을 쓰고 만 갓패치. 이내 그는 더 충격적인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주었다.


“시간의 번견은 파수꾼이야! 파수꾼! 죄인을 지켜보는 경비견이라고! 지금 누가 죄인인 거 같아? 나? 어흥선생? 우유나? 미우? 다 아니잖아?!”

“그럼 나 일까나?”


모두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싸늘한 시선이 그대로 채야의 얼굴을 강타했다.


“이런 시선은 내가 아니라 우유나 노예가 좋아한다랄까나.”

“제정신이야? 그런 게 문제가 아니라고! 현과장이 지금은 감시를 받고 있는 거라니까! 죄의 탑에 갇혀있던 로레스가 아니라!”


생각해 보면, 죄의 탑 처음부터 현과장과 함께 행동했던 루프. 갓패치의 말은 결코 틀린 게 아니었다.


“이건 시험일지도, 어쩌면 벌 일지도 몰라.”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냥?”


갓패치의 근심 가득한 목소리에, 침울한 듯 고개를 떨어뜨리는 어흥선생. 그러자, 갓패치는 천천히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가 아닌 미우에게.


“일단 미우는 국왕 선서 준비부터.”


***


지금 현과장은,

신과의 두근두근 데이트~!

라고 할 뻔.

어쨌든, 현과장은 지금 군의관과 한참 동안이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이 쓸데없는 이야기뿐이었다. 회귀의 장점이니 단점이니, 뭐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


“이건 회귀가 아니에요! 이건 그냥 지옥이라고요!”


윽박을 지르는 현과장이었지만, 그의 말을 듣고 있는 군의관은 결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답할 가치가 없어서? 아니다. 그가 대답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그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왜 대답을 안 하세요?”

“난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이 정해져 있어. 지옥은 내가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야.”

“신이잖아요?”


현과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군의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가? 아니야, 아니야. 난 그냥 글을 쓰는 보조 인력이라고. 연락이 오면 그대로 타이핑만 하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군의관, 아니 신의 기록관. 이런 그의 말에 현과장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아니, 그런 분이 시간을 되돌리고, 사람을 회귀 시킬 수 있다고요?”

“누가 그래? 현과장이 지금 회귀했다고.”

“조금 전 본인이 그러셨잖아요.”


군의관, 아니 기록관은 자신의 지난날을 곰곰이 떠올리는 듯 턱까지 괴며 깊은 생각에 잠기었다. 그러더니,


“그랬군! 내가 그랬어! 미안. 이거 어떻게 보면 회귀가 맞고 어떻게 보면 회귀가 아니거든.”

“네?”

“그러니까... 이건... 그래, 게임의 PTR서버라고 생각하면 돼. 현실과 완전 똑 같은 테스트 서버.”


현과장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그러니까,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계가 무슨 게임 서버라는 말인가? 0과1로 만들어진 디지털 세계라는 말이냐고.


“그럼 내가 게임 캐릭터라는 겁니까?”

“이건 무슨 신박한 개소리실까? 인생이 게임이야? 아니잖아. 여긴 이런 저런 것을 실험하는 세계야. 에랄드와 루 그리고 사피가 만든.”


에랄드? 루? 사피? 그들이 누구지?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그 이름에, 현과장은 의구심이 들었다.


“그 사람들이 누구에요? 에랄드? 루? 사피?”

“그게 그러니까...”


됐어, 거기까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차기작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제 부탁요.


“네, 알겠습니다.”


현과장은 갑자기 혼잣말을 하는 기록관을 바라보며, 그리운 누군가가 떠올랐다.

순간순간 하늘을 보며 혼잣말을 지껄이던 바로 그 사람.

호를 냈다가 옹호를 했다가 혼자 북치고 장구를 쳤던 바로 그 사람.

그래, 고양이귀머리띠의 주인, 어흥선생 말이다.


“지금 그 모습을 보니까, 어흥선생이 생각이 나긴 하네요.”

“아, 어흥선생! 말이 나온 김에 있잖아, 어흥선생의...”


어허! 쓸데없는 말은 금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니까.


“넵! 알겠습니다.”


현과장은 어흥선생의 데자뷰 같은 기록관의 모습에, 더욱 집 생각이 간절해 졌다.


“나 이런 곳에서 못 살아요! 돌려보내 줘요!”

“왜 그래? 지금 회귀한 거잖아. 회귀한 김에 제대로 살아 봐야지, 안 그래?”

“아니, 그게 지금 말이라고 합니까? 제 인생의 은인인 부장님이 살인자가 되어서 죽었다고요!”


현과장은 버럭 화를 올리며 기록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피식 웃으며 현과장을 응시하는 기록관. 이어지는 기록관의 말은 현과장의 마음에 큰 대못을 박는 듯했다.


“어차피 버릴 사람이잖아. 본인이 잘 되면.”

“그럴 리 없어요!”

“현과장의 몸뚱이는 하나야. 두 개가 아니라고. 두 가지 삶을 살 수는 없어. 얻는 게 있으면 버리는 게 있는 법이야. 그런 것도 배워야지.”


순순히 본래의 세계로 보내 줄 것 같지 않은 기록관의 태도에 현과장은 마음을 정할 수밖에 없었다.


“원하는 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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