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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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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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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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원더랜드 구하기 - 1

DUMMY

순간 모두의 눈빛이 반짝였다. 도대체 진짜 원더랜드는 어떠한 상황일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그 사실을 궁금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으니까.


“지금 원더랜드는, 시간을 멈춰 놓은 상태로 격리 되어 있습니다.”

“내가 원더랜드 성을 격리해 놓은 것처럼?”

“딩동댕! 갓패치님 정답입니다~”


이상하게도 텐션이 높은 미래의 우유나. 그녀는 이어서 밝은 목소리로 나머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들이 얼마나 원본에 가깝게 복원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원본과는 차이가 있는지를.


“여러분들의 몸은 진짜와 완전히 차이가 없어요. 단지, 그 몸을 움직이는 영혼에 차이가 있을뿐.”

“영혼에 차이가 있다는 게 무슨 말일까나?”


의아다하는 듯 채야가 그녀에게 말의 의미를 되물었다. 그러자,


“여러분들의 몸은 10억 번 넘게 이 루프 상황을 겪고 있다는 말씀! 다만, 그때마다 새 영혼으로 갈아치운답니다. 실패한 영혼에게 더는 기회를 줄 수 없으니까.”


싸늘한 미소와 함께 대답을 한 기록관 우유나. 그녀의 이야기 때문인지,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신이란 존재는 그래도 되는 거냥! 현과장! 그래도 되는 거냥!”


이윽고 그들의 분노는 바로 현과장을 향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이 상황을 만들은 본인은 미래의 현과장이니까.


“나, 나? 난 그냥 짝퉁이라고 하잖아! 난 잘못없음!”


현과장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있는 힘껏 손과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부정한다고 해서 어디 말을 들어 처먹을 족속들이었던가. 집 안의 모두는, 분노가득한 눈동자를 머금은 채, 점점 현과장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치 당장 잡아먹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뿜뿜 풍기는 채로. 그런데,


“현과장의 말이 맞아요. 이 사람은 잘못이 없죠. 잘못이 있는 건 저기 위에 있는 그 존재니까.”


갑자기 현과장의 편을 들어주는 기록관 우유나. 싸늘하고 딱딱햤던 그녀의 눈빛이 현과장을 마주할 때마다 부드럽게 바뀌었다. 설마...


“자, 잠깐! 당신 나 좋아해? 하! 나란 남자는!”


현과장의 얼굴에 자신감이 피어났다.

이게 얼마 만에 느껴보는 사랑의 풋풋함인가. 단연코 말할 수 있었다. 처음이라고. 누군가가 이 정도로 자신을 좋아해주는 일은 처음이라고.


“이건 무슨 개소리야?! 내가? 현과장을 왜?”


이런 현과장의 말에 우유나가 화를 내는 건 당연했다. 그것도 노예 우유나가.


“아니, 노예. 노예가 주인님을 좀 좋아하는 게 문제야?”

“당연하죠! 누가 현과장 같은 아저씨를!”


그녀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결코 츤데레 같은 게 아니었다. 이건 순수한 살의였다. 그 감정 와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그저 순수한 살의.


“우유나 말이 맞아요. 내가 왜 현과장을 좋아해요? 단지,”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들어 살며시 그들을 달래는 기록관 우유나. 이 상황을 부정하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였지만, 그녀의 눈빛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현과장을 믿고 있는 것뿐입니다. 모두를 이 지옥으로부터 구해줄 거라고.”


이어진 그녀의 말에 차분히 분노를 가라앉히는 사람들. 지금까지 현과장의 행보로 볼 때, 그녀의 믿음은 단순한 바램이 아니었다. 여러 상황을 보고, 겪으면서 쌓이게 된 일종의 신뢰. 그 자리에 있는 모두도 똑 같은 생각이었다. 현과장은 언제나 위기의 순간을 잘 넘겨줬으니까.


“제정신이야? 현과장? 뭐라도 생각을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렇게 가만히 있을 거야?”

“그렇다냥. 현과장 뭐라도 해 봐라냥. 나 리셋되기 싫다냥.”

“그건 나도 싫다랄까나.”


이제는 신뢰 가득한 눈빛을 보내는 가족들. 단순히 그들뿐만 아니라, 우유나, 리코와 키토 그리고 루프까지 따뜻한 눈빛을 그에게 보냈다.


“그 눈빛이 나쁘진 않은데, 왜 이렇게 짬 당하는 느낌이지? 아, 뭔가 호구당하는 것 같은데.”

“언제나 그랬다냥.”


어흥선생의 말이 맞았다. 언제나 그랬다. 그것이 현과장의 숙명이었으니까.


“그럼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까요? 이건 여러분들의 색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분위기를 전환할 겸, 기록관 우유나는 다른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그 내용은 다름 아닌, 그들의 색깔 이야기. 현과장은 그녀의 말에 모두의 색깔을 곰곰이 떠올려 보았다.

어흥선생은 하얀색.

채야는 검은색.

현과장은 본인은 붉은색. 그리고 갓패치는... 그런데 갓패치는 무슨 색이었지?

순간, 현과장의 시선이 갓패치를 향했다.


“내 색은 페일이다. 페일.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현과장의 시선이 닿자, 그의 눈빛에 답이라도 하듯 곧바로 입을 연 갓패치. 이상하게도 그의 창백한 피부가 더욱 창백하게 느껴졌다.


“페일은 창백한 색이라는 거다냥. 갓패치 얼굴처럼 어둡고 푸르면서 생기 없는.”

“어머나, 어흥선생은 잘 아시네요. 그럼 그 의미도 아시나요?”

“당연하다냥! 난 계획이다냥. 현과장은 행동이고, 채야는 선별이다냥. 갓패치는... 결과다냥!”


잠시 머뭇거렸지만, 전부 떠올린 어흥선생. 그는 늠름한 표정을 지으며 기록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아! 아쉽네요! 그건 여러분들의 극히 일부분만을 지칭하는 표현인데.”


안타까운 듯 그를 바라본 기록관 우유나는, 등 뒤에서 살며시 두툼한 한 권의 책을 꺼내서 내밀었다. 그 책은 바로...


“성경책? 이걸 어쩌지? 난 불자인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모두 성불하십시오!”


현과장의 눈앞에 보이는 건 바로 성경책. 그 책을 보자마자, 현과장은 합장하며 모두를 향해 반절을 올렸다.


“그게 아니라! 당신들의 이야기가 여기 성경에 나와 있다고요!”

“아! 안 믿어요! 다니는 교회가 있다고. 사이비야 물러가라!”


급기야, 손가락으로 십자가를 만들어 그녀에게 보이는 현과장. 뭔가 호되게 당한 것일까. 그는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교회를 경멸하고 있었다.


“아니 그냥 성경책이라니까!”

“내 첫 짝사랑이 성경공부 가르쳐 준 누나다! 응!”


순간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그런 사정이 있었다니. 그럼 인정이지. 그래 이넞잉고 말고.


“더 말해 줘? 내가 얼마나 비참해 졌는지?”

“아, 아니요! 됐습니다. 그냥 이 책 없이 진행할 게요.”


그녀는 재빠르게 성경책을 등 뒤로 집어넣었다.

이윽고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그들이 가진 색의 진짜 의미. 모두들 집중한 모습이었다. 물론 상처 많은 현과장을 제외하고.


“여러분, 색의 주인분들은 성경책에 적힌 네 기수입니다.”

“그게 뭐냥?”


어흥선생은 머리를 긁적이며 기록관 우유나를 바라보았다. 이게 당연한 반응이다. 원더랜드에 네 기수에 관한 이야기가 있을 리 없으니까. 그런데,


“난 관심없다랄까나. 그 사실을 안다고 내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난 나랄까나.”


그녀의 말을 듣더니, 이내 고개를 획 돌려버린 채야. 그녀는 현과장 옆으로 다가가 현과장과 뜻을 같이했다.


“제정신이야? 이 이야기를 안 듣겠다고?”


그런 채야와 현과장을 바라보며, 두 눈을 부라리는 갓패치. 하지만, 그 역시 이어지는 현과장의 말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야 말았다.


“갓패치, 여기에 김치 냉장고가 있는데. 김치찌개 어때?”

“제정신이야? 어디! 어디!! 김치찌개!”


그렇게 갓패치가 김치찌개를 외치며 일어나 버린 탓에, 이제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어흥선생. 기록관 그녀의 맨투맨 강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네 기수는 각각의 포지션이 있는데...”

“그건 알고 싶지 않다냥. 우리들의 의미로 얼마든지 유추할 수 있다냥. 난 계획이니까 모든 일의 처음. 그러니까 뭐 선전포고라던지 뭐 그런 내용일 거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말문이 막혀버린 기록관 우유나. 이번엔 그녀가 자리를 뜨고 싶었다.


“현과장은 행동이니 전투, 전쟁, 싸움 뭐 그런 걸 거다냥. 채야는 선택이니 사람들을 선별하는 역할이 틀림없다냥. 갓패치는... 결과니까 선별한 인원들을 살리거나 죽이는 역할일 거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얼추 맞아떨어지는 어흥선생의 추리. 덕분에 기록관 그녀만 죽을 맛이었다. 나름 머리가 좋은 그녀지만, 문제는 아는 게 너무 많은 어흥선생이 그녀의 수강생이라는 점. 그가 원하는 지식도 평범한 단계를 벗어난 내용들일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성경책에 네 기수가 등장한 의미가 뭐냥?”

“네...? 그러니까... 저도 잘...”


결국 말문이 막혀버린 그녀. 그녀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현과장과 그 주변 인물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차가운 시선회피뿐. 따스한 구원의 손길은 결코 다가오지 않았다.


“그것도 모른 사람이 나에게 강의를 하려고 했단 말이냥?”


이런 그녀의 태도에 점점 어흥선생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갓패치가 먹는 것에 진심인 것처럼, 언제나 지식에 진심인 어흥선생. 그의 눈빛에서 실망감에 이은 차분한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다.


“그냥 나쁜 짓 하지 말고 잘 살라는 의미야.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마. 그랬다간 큰일 나니까.”


어흥선생의 먹잇감이 된 그녀가 안쓰러웠던 것일까. 보다 못해, 현과장이 한 마디 거들었다. 그 시절, 그 첫 사랑과의 아련한 추억들을 되새기면서.


“무슨 큰일이냥?”

“예언서에는 신께서 네 기수를 지구로 보낸다고 적혀있거든. 그러면 대대적인 재앙과 종말 그리고 선별된 사람들만...”


부엌에서 김치찌개 준비를 하고 있던 현과장은 순간, 그대로 굳어져버렸다.

신이 보낸 네 기수.

그리고 미래의 현과장이 보낸 현과장과 가족들.

이거 그냥 겉모습만 놓고 보자면, 예언 그 자체잖아!


“저, 저 저, 우리 올 때 아무런 이상현상이 생기지...”


다급한 목소리에 말을 이어가던 현과장은 뭔가 떠오른 모양인지, 말을 끊어버렸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현상, 그건 다름 아닌,


“젠장... 화이트 룸...”


화이트 룸 현상. 바로 세계에 퍼진 이상 현상. 현과장은 눈앞이 막막했다. 성경책의 내용과 완벽히 같지는 않지만, 일부분이 맞아떨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기는 화이트 룸 현상을 겪고 있던 자신이 살고 있는 집.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이상현상에 모두의 시선이 주목되어있는 바로 그 장소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 안 된다고! 세상에 패닉이 올 거야!”


세상에 들이닥칠 패닉을 미리 맞이한 것인지, 현과장은 호들갑을 떨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런 그를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 갓패치와 사람들. 점차 그들의 인내심도 서서히 바닥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견디다 못해 자리에서 당차게 일어서는 사람들과 세 귀염둥이들. 그들은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드는 그를 잡고 조용히 말했다.


“제정신이야? 어수선해서 김치찌개 준비에 집중을 할 수 없잖아!”

“김치찌개 준비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지금 지구에 엄청난 혼란이...”

[띵동~!]


현과장이 말을 이어가려던 그때, 갑자기 울리는 초인종 소리. 현과장의 이마에 식은땀이 한 방울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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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190.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1 23.09.07 26 4 12쪽
189 189. 사릉과 전쟁 23.09.06 2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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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7. 원더랜드 구하기 - 1 23.09.04 2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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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182. 마지막 인간체스 - 5 23.08.30 2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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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178. 마지막 인간체스 - 2 23.08.26 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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