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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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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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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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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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43. 뜻밖의 고백

DUMMY

“어... 저는 그게... 잘 모르겠는데요.”


더듬거리는 베르의 대답은 오해를 사기 딱 좋았다. 베르 자신이 그렇게 느낄 정도였으니까.


“그럼 조금 질문을 바꿔드리죠. 김지희 씨에게 좋은 감정이 있었습니까?”


질문이 바뀌자 더 모호해졌다.


“네... 당연히 좋아하는 누나였고...”


“그런데도 둘이 사귀거나 이런 사이는 아니었고요.”


“아니 그런 의미로 좋아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고백은 혹시 해봤습니까?”


베르는 형사한테 연애사를 추궁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그 정도로 좋아한 것은... 아니 그런 식으로 좋아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럼 혹시 김지희 씨 이외에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없다고 대답하려던 베르의 머리에 갑자기 소라가 스치고 지나갔다.


대답을 하려다 멈칫하고 눈알을 굴리는 베르에게서 형사는 자꾸 뭔가를 숨기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사실대로 말씀하세요. 저와 한 이야기는 법적인 문제가 없는 이상 사적인 비밀은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어... 그게...”


내가 왜 난생처음 보는 험상궂은 남성 앞에서 나도 아직 정리가 안 된 연애감정을 이야기하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베르는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그... 아직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신경 쓰이는 애가 하나 있어서요.”


이젠 모르겠다 싶어서 그냥 베르는 포기해 버렸다. 이참에 그냥 연애 상담이나 받아버려?


“그래요? 학교 친구인가요?”


“아니요.”


“그럼? 혹시 같은 엔터 소속인가요?”


“... 네.”


형사는 잠시 자료를 넘겨보더니 말했다.


“좋습니다. 일단 그런 걸로 하고, 혹시 김지희 씨가 사라지고 2일 후 13일 밤 새벽 1시경에 집에 계셨습니까?”


“네.”


“뭘 하고 계셨죠?”


“잤는데요.”


이것만큼은 정말 억울했다. 그저 잤을 뿐인데.


“혹시 지희 씨의 핸드폰이 아니다 하더라도 다른 스마트폰을 주워온 적은 없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형사 입장에서는 증거가 우선이었다. GPS가 여기서 잡혔다는 건 분명히 그 시간에 여기에 실종된 김지희의 폰이나 또는 그 본인이 여기 있었다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 일단은 알겠습니다.”


학생을 상대로 억지로 강하게 압박해서 해결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 현우 군도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할 것이... 김지희 씨가 실종된 것은 알고 있을 테고, 거기에 가장 유력하게 엮여 있는 게 본인이에요.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거나 기억이 나는 게 있으면 저희한테 말해주셔야 오해와 누명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습니다.”


“... 네.”


억울한 마음이야 한 가득이지만 이걸 뭐라고 설명한단 말인가. 일단 설대표나 바넘을 만나서 물어보지 않고는 해결이 안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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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네?”


설단은 한동안 바넘에게 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보고 있었다.


“한동안은 바넘과의 연계를 끊는다.”


“... 네.”


자신에게도 형사가 찾아왔던 상황이라 충분히 이해는 갔다.


“그럼 제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설단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마지막에 GPS가 베르의 집에서 잡히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갈 것 같은 문제였는데 거기서 꼬여버렸다.


“그럼 아마도... 머콘이 밤중에 너를 찾아갔다는 말이겠지?”


“... 저도 그 서큐버스가 진짜였다고 생각하니 혼란스럽네요.”


솔직히 진정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자고 있는데 방에 머콘이 들어왔었다고? 아니 근데 핸드폰은 왜 켰을까? 사진이라도 찍은 걸까? 자고 있는 나를?


수많은 의문을 뒤로하고 지금 당장의 문제는 경찰에게 용의자 취급받고 있다는 거였다.


“하아... 이거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보기에는 좀 곤란한데...”


설단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옛날처럼 뒷구멍으로 돈이라도 찔러주면 넘어가주는 세상도 아니고...


“일단 뭘 어떻게 들쑤셔도 우리가 한 건 없으니 그대로 끝나긴 할 거야. 참아보는 수밖에.”


“제가 문제가 아니라 저희 어머니랑 동생이 걱정할까 봐서 문제죠.”


그게 문제였다. 부모님은 내가 그런 일에 엮였다는 것만으로도 걱정하실 테니까.


“... 그건 그렇군.”


부모님 얘기를 하던 설단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혹시 오늘 티그 왔어?”


“아직 연습실에 안 들러서 모르는데요?”


설단은 급하게 티그에게 연락했다.


“어. 어디야? 뭐? 도착했어? 아니 잠깐. 여보세요?”


몇 번 통화를 확인하던 설단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제길. 하필이면...”


“무슨 일인데요?”


“아... 티그는 들어오기 전이라서 상관없을 텐데 그래도 형사들은 보통 다 조사하거든.”


“티그는 침착한 편이잖아요. 적응도 잘하고. 아마도 티그라면 아주 잘 넘어갈 것 같은데...”


“그게... 그러면 좋겠는데...”


하필이면 납치와 실종에 관한 사안이었다. 티그의 트라우마가 작동할 수도 있는.


-----------------------------------


“무슨 일이신가요?”


“경찰에서 나왔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설대표의 전화를 받다가 경찰에게 붙들린 티그는 의외로 침착했다.


“네. 무슨 일이신가요?”


“같은 연습생 동료 중에 진현우 씨라고 있죠?”


“네.”


“혹시 친하신가요?”


“개인적으로 친분은 아직 별로 없습니다. 제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요.”


형사도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들어오시기 얼마 전에 여기 엔터에서 사건이 하나 있었던 거 알고 계시나요?”


“사무실 습격 사건이요?”


“네.”


“대충 알고 있습니다. 뉴스에 나온 정도만요.”


“그 사건 도중에 여기 직원이 한 명 실종됐다는 이야기도 들으셨습니까?”


“네.”


티그는 태연하게 대답하고 있었지만 조금씩 긴장이 몸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혹시 들어오시고 나서 현우 군이 그 직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내비친 적이 있었습니까?”


있었냐고? 많았다. 머콘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은 굳이 피하지 않았다. 다만 그 이야기를 경찰에 전할 수 없을 뿐이지. 그런데 이걸 지금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가끔 보고 싶어 하는 것 같기는 했습니다. 나름 친하게 지냈던 것 같더군요.”


잘 대답한 것일까? 티그는 자신의 대답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형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살피고 있었다.


“혹시 이야기에서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까?”


이상한 점은 차고 넘친다. 현실계에서 스트루프로 각성계로 넘어가버린 얌전하고 조용했던 직원의 이야기니까. 그런데 그걸 설명할 수가 없을 뿐이지.


“...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다들 갑자기 실종된 걸로만 알고 있어서요.”


“그렇군요.”


티그는 실종된 머콘의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호흡이 가빠오는 것을 느꼈다. 시야와 머릿속에 괴리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어김없이 떠오르는 풍경.


겉으로는 완벽한 깔끔함. 하지만 방문을 열면 그곳은 지옥이었다.


실제로 머콘이 그렇게 된 것이 아님에도 지금의 문답은 과거를 떠올려 티그를 압박하고 있었다.


“조금... 안색이 안 좋군요. 갑자기 이런 질문들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 괜찮습니다.”


사실 전혀 괜찮지 않았다.


-----------------------------------


“괜찮아?”


설대표는 직접 티그를 보러 내려왔다.


“... 괜찮습니다.”


티그도 설단이 자신에 대해서 대략이나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방송 촬영에서 빠지겠다고 했을 때 별말 없이 빼준 거겠지.


“일부러 까지는 아니었는데 머콘에 대한 이야기를 정확히 안 해줘서... 아마 질문받고 좀 곤란했을 것 같네.”


“... 그러기는 했죠.”


실제로 머콘이라는 여성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든 아니면 정확히 알기라도 해야 자신이 느끼는 불안하고 불쾌한 마음을 씻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머콘은 꽤 조용하고 침착한 동료였어. 감지계라서 적을 탐지하고 찾아내는 게 주 능력이었지. 보조로 자기 한 몸 정도는 지킬 수 있는 방어능력도 있었고 말이지.”


티그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일이 터졌을 때 우리가 상상도 못 한 상황에서 현실계에서 다이렉트로 그녀가 스트루프에 들어가 버렸어. 아마도 그 이전에 뭔가 많이 누적돼서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된 거겠지.”


“그럼 그분은 죽은 건가요?”


“... 죽었다는 정의에 따라서는 죽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설단은 한숨을 쉬었다.


“그랬다면 지금 이 정도로 문제는 안 됐을 거야. 갑자기 베르의 집에서 GPS가 찍혔거든.”


“그럼 살아있다는 건가요?”


“그래. 그것도 완전히 각성계로 넘어간 것이 아니고 경계를 타고 다니나 봐. 스마트폰이 아직도 살아있고, 그걸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라면 말이지.”


스트루프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해하긴 했지만 그 상태로 경계에 서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그럼 악마도 아니고 우리 편도 아닌 건가요?”


“그렇지.”


설단은 잠시 말을 멈칫했다.


“사실은 잘 몰라.”


설단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우리의 목적은 결국 ‘살아남기’에 가까워. 우리가 현실계로 들어오는 적만 처리해도 되겠지만 우리는 항상 각성계를 들어가지. 이유가 뭐겠어?”


“...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인가요?”


“맞아. 그래서 우리는 현실계에서 난투극이 벌어지길 원하지 않는 거지. 이번 일은 백야의 오해로 빚어진 에피소드가 되어버렸지만... 그 결과는 우리 측 각성자 한 명이 이탈하게 되었으니까... 결국 현실계에서 싸우게 되면 우리의 피해만 누적되는 거지.”


티그는 충분히 이해했다. 자신도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만큼 타인을 집에 초대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다. 누구든 자신이 소속된 공간을 침범당하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다.


“우리가 각성계로 들어가는 건 고향을 전쟁터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전장으로 나가는 거였군요.”


머리가 좋은 티그답게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그런 셈이지. 아무튼 오늘 일은 참 고생 많았어. 신경 쓰였을 텐데.”


“아니요.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사실이었다. 처음 부모가 잡혀 들어갔을 때를 생각해 보면.


부모는 지금도 감옥에서 모범수로 지내고 있다고 들었다. 티그에게는 그 사실 자체가 소름 끼쳤다. 그들은 사회에 있을 때도 ‘좋은 이웃’이었다. 그들의 ‘진실’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


소라에게도 형사가 찾아갔지만 별다른 연결점을 찾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사람에 비해서는 어떻게 연결해도 동기가 될만한 지점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만 형사는 오히려 소라에게 베르와의 관계를 떠보았다. 소라가 정색을 해서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지만.


“별 일은 없는 거지?”


어머니는 오히려 베르를 걱정하셨다. 베르의 어머니는 절대로 자신의 아들이 흉악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네. 당연히 별일 없죠. 혹시 형사들이 뭐 집을 너무 엉망으로 만들거나 그런 건 아니죠?”


“어휴. 요즘 세상이 그런 세상은 아니잖니. 뭐 기계를 사용해서 전자기기를 탐지한다고 돌아다니더니 그냥 갔어.”


베르는 어머니의 안색을 살폈다. 어머니는 애초에 전혀 의심을 안 하는 탓에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금방 조사가 끝나고 다 밝혀지면 지나갈 거예요.”


“그럼. 엄마는 별 걱정 안 하고 있단다. 오히려 네가 신경 쓰일까 봐 걱정하는 거지.”


“... 사실 좀 친했던 직장 동료라서 저도 신경이 쓰이긴 했거든요.”


오늘 마음이 복잡했던 탓인지 베르는 어머니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래. 우리 현우는 정이 많으니 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저번에 보니까 사무실 사람들도 참 좋은 사람들 같았는데...”


“좋은 사람들이에요.”


“그러게. 빨리 그 아가씨도 별문제 없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베르는 진심으로 머콘이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머콘의 상냥한 미소가 보고 싶었다.


“정말 내가 보고 싶었어?”


집에서 자다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머콘에 의해서 깨어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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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3. 경계의 붕괴 +1 23.03.26 119 4 12쪽
53 52. 요동치는 각성계 +1 23.03.25 119 4 13쪽
52 51. 갈등 또는 갈증 +1 23.03.24 110 4 13쪽
51 50. 그래비티 23.03.23 123 4 13쪽
50 49. 결심 +2 23.03.22 117 4 13쪽
49 48. 목자 구출 23.03.21 115 4 13쪽
48 47. 세대 교체 23.03.20 113 5 13쪽
47 46. 변화 23.03.19 108 4 13쪽
46 45. 충격적인 복귀 23.03.19 114 4 12쪽
45 44. 고백도 안 했는데요 +1 23.03.19 119 5 14쪽
» 43. 뜻밖의 고백 +1 23.03.18 122 4 14쪽
43 42. 두 가지 인터뷰 23.03.17 126 4 14쪽
42 41. 서로 다른 이유로 23.03.16 137 4 15쪽
41 40. 악성민원인 23.03.15 124 4 14쪽
40 39. 돌파 23.03.14 127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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