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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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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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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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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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1. 갈등 또는 갈증

DUMMY

“아니거든요?”


“뭐가 아니라는 거야?”


“아까 마지막에 지적받은 부분. 거기서 시선 끝에 뭐가 걸려요?”


“시선?”


“거기서 시선 끝에 입구에 문이 걸리는 부분까지 고개를 돌려야 동작이 깨끗하게 나와요. 아까부터 덜 돌아가던데.”


티그뿐만 아니라 옆에서 듣고 있던 베르도 당황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고개가 덜 돌아가고, 그만큼 몸이 덜 돌아가서 동작이 깨끗하게 안 나오는 거라고.”


베르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한 번도 그 정도까지 세밀하게 연습한 적은 없었는데.


“베르는 어차피 댄스멤버가 아니니까 상관없지만.”


자신이 쩌리라는 게 이렇게 안도감이 드는 일이었나?


“티그는 아니잖아요. 완벽한 ‘척’을 하려면 그 정도까진 해주셔야죠.”


순간 티그의 안색이 변했다.


“아니. 말이 조금 심하지 않냐...?”


베르가 중간에 중재를 하려고 나섰다.


“아니. 심한 거 아니야.”


얘가 원래 이렇게 말이 험하니까 말을 안 하는 게 아닐까?


베르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는 베르 얘처럼 대충 하는 타입은 아니라서.”


아니 본인 앞에서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냐...


“티그가 완벽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까지는 인정하겠는데 ‘연기’하는 건 못 봐주겠네요.”


“야... 진짜로 선을 넘은 거 같은데?”


티그는 계속 말이 없었다.


사실 티그는 ‘어디서 알아챘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나름 연기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지금 시비 건 거는 그냥 걸어본 거예요. 뭐 동작이 틀린 건 맞지만.”


대놓고 그냥 시비건 거라고 하네?


베르는 중간에서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각성계에서는 뭔가 위험해 보여서 등을 맡길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어...?”


“스트루프. 꽤 진행된 거 같던데.”


“어?”


아니. 얘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혹시라도 등 뒤에 칼 꽃을 생각이면 제가 먼저 손을 써 드리죠.”


“... 그럴 일은 없어.”


“그러길 바랄게요.”


페스는 그 말을 끝으로 연습실을 나가버렸다.


아니 이 분위기 수습은 어쩌라고 자기 할 말만 하고 나가 버리냐?


“저기... 페스 말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베르는 나름대로 뭐라도 말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너도 알고 있지 않았어?”


“네?”


티그의 물음에 베르는 잠시 사고가 정지해 버렸다.


“내가 스트루프가 진행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었잖아?”


“어...”


거짓말에는 젬병인 베르였다.


“그렇기는 한데요...”


“당연히 설대표와 얘기를 했을 텐데. 어떻게 하기로 했어?”


갑자기 엄청나게 불편한 대화가 되어버렸다.


“아니...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지켜보기로만...”


“그래?”


티그는 잠시 베르의 눈을 마주 보았다.


“어... 진짜예요.”


“그러네.”


알아볼 수 있는 건가?


베르의 등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혹시 스트루프가 된다 하더라도 적어도 너한테 피해가 가는 일은 없을 거야.”


“네?”


그 말을 끝으로 티그도 연습실을 나가버렸다.


-----------------------------------


전날의 냉랭한 분위기와 상관없이 다음 날의 연습 전까지 티그는 완벽하게 소화해 왔다.


문제는...


“베르야. 너 진짜 뒤에 숨겨줬는데도 그 따위로 할래? 너네는 3명뿐이라 아무리 숨겨도 동작이 다 보이거든?”


“... 죄송합니다.”


문제는 나였다. 내가 구멍이었다.


“네가 그래도 가장 먼저 들어온 거 아니었어? 다른 엔터였으면 너만 B반으로 떨어졌을 거야.”


그러고 보니 억울하네. 원래 아이돌이 꿈은 아니었다고요.


거기다 칼군무 아이돌이라니. 그런 건 더 아니었는데.


“잘 좀 하자. 티그랑 페스는 군무 경력이 없는데 너보다도 딱딱 맞잖아. 너는 백댄서까지 뛰었던 애가 왜 그러냐.”


그 백댄서 할 때는 그래도 잘한다고 해주셨잖아요...


“적어도 데뷔곡은 힘주고 들어가야지. 이제 얼굴로 대충 먹고 들어 갈 만큼 아이돌 계가 만만하지 않아.”


“네...”


결국 남아서 개인 연습을 하게 되었다.


“아니 내가 이러려고 들어왔던 게 아닌 것 같은데?”


죽어라고 혼자 남아서 연습을 해보자니 뭔가 억울함이 올라왔다.


일단 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쉬고 있자니 어라우절에 처음 들어와서 연습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봄이었던 시간은 어느새 겨울을 향해서 흐르고 있었다.


고2였던 베르는 이제 곧 고3이 될 예정이었다. 무명 아이돌이었던 데스티니는 이제 탑급 아이돌 중 하나로 꼽히고 있었다.


“너무 고민할 필요 없어.”


“으악!”


진짜 놀랐다.


“아니 진짜 놀랐잖아요!”


“왜? 나한테 혹시 죄 지은 거 있어?”


“어?”


머콘의 머리에 날개가 있었다.


“설마 저 지금 연습하다 지쳐서 잠든 거예요?”


“왜?”


“그 날개가...”


“아. 이거? 그냥 둘이 있으니까 한 번 풀어봤어. 그런데 잠든 거면 어쩌려고?”


“아니 연습실 차가운 바닥에서 입이라도 돌아가는 거 아닐까 해서...”


“아무도 없는 연습실에 젊은 남녀 둘이?”


갑자기 정신이 바짝 들었다.


“아니 신성한 직장에서 그건 좀...”


“직장은 무슨, 돈도 안 받으면서.”


“... 머콘은 받잖아요?”


“나 이제 연기 연습생이라 안 받는데?”


말로는 이길 방법이 없을 것 같네.


“아무튼 지금 제가 자는 건 아니라는 거죠?”


“어떤 것 같아?”


“...”


하. 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왜 고민하는 거야?”


“아...”


티그 얘기를 해도 되는 걸까?


“티그 때문이야?”


... 요새 다들 독심술은 기본인 거야? 나만 못 하는 건가?


“... 맞아요.”


“스트루프 때문인 거지?”


“네.”


그러고 보면 머콘도 결국 스트루프 된 셈이니 뭔가 티그에 대해서도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스트루프는 본인이 진정시키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어. 그런데 티그는 본인이 진정하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


“네? 왜요?”


“현실계가 재미없나 보지.”


잘생기고, 머리 좋고, 키도 크고, 대체 뭐가 모자라서 재미가 없는 거지?


“베르처럼 인기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그건 무슨 소립니까.


“... 저 모쏠이라니까요?”


“근데 왜 나는 거부하는 거야?”


거부했다고?


“그런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럼?”


“일단 머콘이 진심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요.”


머콘이 눈을 가늘게 흘겼다.


“거짓말.”


“... 진짜예요.”


머콘이 갑자기 내 얼굴을 붙잡았다.


이 각도는 설마?


“있잖아. 일단 내가 베르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거든? 그러니까 그건 의심하지 마. 나는 네 편이야.”


“... 네.”


왠지 모르게 진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예전에 베르가 했던 그 말을 한번 생각해 봐.”


“무슨 말이요?”


“각성명에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 거 말이야.”


아. 그 베르가 했던 말...


---------------------------------


베르는 ‘슈베르트’를 검색해봤다.


음악에 지대한 관심이 있던 건 아니지만 프란츠 슈베르트를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 나랑 대체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지? 나도 일찍 죽는다는 건가?”


아무리 봐도 작곡을 하는 거 보면 자이형이 훨씬 어울리는데.


사실 슈베르트의 마왕을 이름만 듣고 내용을 처음 봤던 베르는 깜짝 놀랐다.


“아니. 마왕이 나와서 뭔가 하는 게 아니었구나.”


아픈 아이를 끌어안고 밤길 숲 속을 달려 의사에게 가는 아버지의 이야기. 그리고 환각에 시달리던 아이는 결국 아버지의 품에 안겨 유명을 달리한다.


베르는 환각에 시달리다 죽는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환각에 대한 연관이 있는 걸까?”


“네가 웬일이냐?”


이것저것 찾아서 보고 있었는데 이터니티 친구가 말을 걸었다.


“설마 데뷔 전에 머리 빈 아이돌이라는 게 탄로 나서 음악 공부가 필요한 거야?”


아무래도 드잡이 질을 원하는 것 같아서 한번 멱살을 잡아주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 그러고 보니까 네 데뷔 예명... 그거 때문이구나?”


“아니 내 데뷔 예명도 알아?”


“데스티니 소속사에 소속된 그룹이 몇 개나 된다고 생각해?”


말이 된다.


홈페이지 들어가 봤자 데스티니 이야기 말고는 우리 이야기뿐이니까.


“베르... 그거 슈베르트라고 그랬지? 그래서 컨셉 잡고 있는 거야?”


“컨셉은 무슨...”


“슈베르트가 요절하지 않았어?”


“지금 장난받아줄 기분이 아니다.”


“왜 그렇게 진지한데?”


“슈베르트와 내 공통점이 뭘까?”


“... 진지한 거 맞지?”


하긴 이 녀석을 붙들고 이런 걸 알아내려는 내가 이상하지.


“티그나 페스는 좀 멋있던데... 야. 근데 페스가 왜 리더야? 제일 늦게 들어온 거 아니었어?”


“그냥... 아이돌 센터라는 게 그렇지 뭐.”


“티그는 나이도 많은데...”


보통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 센터를 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


“슈베르트 하면 역시 마왕이지. 마왕 들어봤냐?”


“네가 그런 걸 듣는다고? 여돌도 아닌데?”


“내가 너보다 공부 잘한다는 걸 잊지 마라.”


사실 이 녀석이 이러고 다닐 수 있는 이유는 성적이 상위권이라는 데 있었다.


“괴테의 마왕 곡 중에는 가장 유명하니까.”


“뭐? 갑자기 왠 괴테?”


“... 마왕을 작곡한 거지. 괴테의 시에다가.”


“아. 그럼 슈베르트가 만든 게 아냐?”


“마왕 자체는 괴테의 시야. 심지어는 그걸 곡으로 만든 사람도 여럿 있다고.”


어? 그럼 마왕 내용이랑은 상관이 없나?


베르는 살짝 아쉬움을 느꼈다.


혹시 자신에게 숨어있는 베르의 정체가 마왕이었다든가 하는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


-----------------------------------


티그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티그의 앞에는 우편물이 하나 놓여있었다.


곧 가석방이 될 것이라는 부모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는 우편물이.


“... 때가 된 건가.”


스트루프의 준비는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


만일 자신이 스트루프 하고 난 뒤에 바넘이나 설단이 알게 된다 하더라도 그때는 자신이 각성계로 넘어간 이후일 것이다.


뭘 어떻게 해도 부모가 돌아왔을 때의 자신의 삶보다는 나았다.


코앞으로 다가왔던 아이돌 데뷔도, 고생해서 들어갔던 대학교도 아쉽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들이 있는 이 세계가 지옥이었다.


“그럼...”


그는 천천히 자신의 주문을 읊조렸다.


“태어난 곳에서 돌아갈 곳까지. 하나의 이름 아래 어둠의 부름에 답한다. 누구냐고 묻는다면 너의 심장에 나의 이름을 새겨주마. 절대로 나를 잊을 수 없도록.”


이 주문이 무슨 의미인지 자신은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돌을 데뷔한답시고 자신의 제대로 된 ‘각성명’을 듣는 순간 와닿는 감정이 있었다.


스티그마.


자신은 낙인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낙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티그는 선택하기로 했다.


낙인이 없는 세계를.


티그는 서서히 밀려오는 익숙하면서도 불쾌한 감각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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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 뜻밖의 고백 +1 23.03.18 121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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