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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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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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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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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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7. 세대 교체

DUMMY

말이 없이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던 티그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희 사이가 많이 좋아졌구나?”


“네?”


“네?”


베르와 소라는 동시에 반문했다.


“아니 처음에 봤을 때는 둘이 서로 말을 잘 안 섞는 느낌이라서 친하다는 느낌을 못 받았는데... 지금은 그냥 남매 같다고 해야 하나... 아니 남매보다 사이가 좋으려나.”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베르가 부정하고 나섰는데 막상 소라가 말이 없으니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당연히 소라도 펄쩍 뛸 줄 알았던 베르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에 등골 사이로 식은땀이 흘렀다.


“... 사이가 좋은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아. 나는 좋은 의미로 이야기한 거야. 보기 좋아서.”


헐. 그렇게 빠져나가 버리시면 나만 나쁜 놈 되는 거 아닙니까?


베르는 수습하기 위해서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뭐라도 말하라고! 뭐라도 말해! 가만히 있으면 이상하잖아! 아무거나 말해도 지금보다는 안 이상할 거야!


“어... 나도 좋아해.”


“뭐?”


아. 아니네. 그냥 입 다물고 있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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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없을 만큼 어색한 시간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느리게.


왜 이럴 때만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는지. 거기다 차라리 소라가 정색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러지도 않고 그냥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숨... 숨이 안 쉬어져...


“어. 음. 어. 오늘 수고 많았고. 내가 괜한 말을 해서...”


아니. 다시 그거 상기시키지 말라고요. 좀!


“여하튼 다들 잘 들어가고... 내일 보자.”


갑작스레 엉망진창으로 분위기를 만들고 가버리는 티그를 보면서 저 사람도 혹시 모쏠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분위기 못 읽으면 당연한 거 아닌가?


“어... 잘 가.”


“응.”


얼굴을 붉히면서 가는 소라를 보면서 진짜로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 차려라. 혼자서 헛물켜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때 뭔가 따뜻한 느낌이 얼굴 옆으로 다가왔다.


“왜 멍하니 그러고 있어?”


“으악! 깜짝이야!”


머콘이 어느새 조용히 옆에 다가와서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있었다.


“흐음...? 소라? 역시...?”


“아니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왜?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닌데.”


“아...”


그때 서큐버스의 꿈에서 소라가 나왔던 게 아무래도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 이걸 좋아해야 하는 상황인가?


“아직은.”


내 마음을 읽을 수도 있는 건가 싶어서 돌아봤지만 표정을 읽어낼 수는 없었다.


-----------------------------------


태연한 척하고 있었지만 티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나름 최대한 정리해서 각성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머콘의 재등장으로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각성계로 넘어간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그건 티그에게 새로운 고민을 가져다주었다.


스트루프 같은 건 상관없었다. 티그는 이미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현실의 삶은 그의 미칠 듯한 노력으로 이루어진 가짜에 가까웠다.


지금의 각성자 활동, 아이돌 연습생 활동을 갑자기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원래부터 자신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뭐든지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점점 자신을 궁지로 몰고 있다는 느낌도 받고 있었다.


그리고...


“미친...”


사형제도가 없어진 탓에 무기징역을 받고 들어간 그의 부모가 가석방을 앞두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티그는 알고 있었다.


그 악마 같은 인간들은 절대로 개과천선 했을 리가 없었다. 거기서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모범수였고, 거기다 결정적으로 티그 자신에 대한 부분까지 얹어서 감성팔이로 어필했다.


“안 돼...”


자신은 절대로 그들과 다시 살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들은 곧 돌아올 것이다.


그들이 돌아오면 자신의 가면이 벗겨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의 본성 앞에 자신의 방어기제 따위는 가소로울 테니까.


절망에 빠졌던 그에게 새로운 대안이 떠올랐다.


“스트루프라...”


머콘처럼 스트루프 상태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떨까? 지금도 자신 한 몸을 지킬 정도의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부모의 얼굴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뱀 앞의 개구리처럼 몸이 굳어왔다.


준비가 필요했다.


티그는 두 눈을 감고 깊은숨을 내쉬었다.


“태어난 곳에서 돌아갈 곳까지. 하나의 이름 아래 어둠의 부름에 답한다. 누구냐고 묻는다면 너의 심장에 나의 이름을 새겨주마. 절대로 나를 잊을 수 없도록.”


그에 몸에 변화가 밀려들었다. 티그는 그 낯선 감각들을 몸에 받아들였다.


연기라면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아무리 스트루프에 빠지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라야만 했다.


------------------------------------


“무슨 일이신데요?”


한참 정신이 없던 설단을 바넘이 호출했다. 바넘은 여전히 설단을 앞에 두고도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셨다.


“... 예언입니까?”


설단과 바넘이 같이 일한 지도 벌써 30년 가까이였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성향이 잘 맞았던 둘은 같이 점집을 운영하기도 했었고 지금의 어라우절 엔터를 만들고 각성자를 발굴하는 준비도 같이 해왔다.


그는 직감적으로 지금 바넘이 뭔가 중요한 계시나 예언을 받은 상황이라는 걸 알았다.


“... 나는 죽는다.”


“!”


설단은 상당히 충격을 받았지만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


“... 언제쯤 말입니까?”


“시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적어도 예언이 들어왔다는 것은 가까웠다는 얘기겠지.”


“지금 한참 각성자들이 들어오는 시기에...”


설단은 말끝을 흐렸다.


바넘이라고 해서 지금 죽고 싶어서 죽는 것이겠나.


“저와 바넘이 해놓은 일들의 결실은 보고 가셔야죠.”


의외로 설단은 바넘의 죽음 자체는 쉽게 받아들였다. 사실 바넘의 나이도 적지 않았으니까.


“일단 회사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내 개인 재산은 최대한 어라우절로 들어갈 수 있도록 너에게 상속해 주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바넘이 없으면 애들이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을까요...”


애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춘봉이나 박만운조차도 바넘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컸다.


“아마도 오늘내일 죽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예언에는 나를 대신할 각성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부분도 존재하니까.”


“... 능력적으로 예언을 하는 각성자는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바넘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그래도 다행이라면, 나는 아마 스트루프 되지 않고 죽을 것 같다는 정도다.”


“...!”


“아마도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습격에 의해서 죽겠지.”


설단은 입술을 깨물었다.


전투에 익숙한 자신조차도 습격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았다. 아예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바넘이라면 더 쉽지 않았다.


“몇십 년 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일들이 갑자기 줄줄이 일어나는 데는 우리의 영향이 없지 않을 거야. 아마도 상대가 견제하는 것도 그런 부분이겠지.”


어렴풋하게 설단도 느끼고 있었다.


어라우절 엔터를 통해서 각성자를 끌어들이는 것을 계획할 때는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적어도 확실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것도 위협이 될 수 있었다.


“좋게 생각해. 그만큼 나와 네가 진행한 일들이 더 이상 그들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거니까.”


“그래도 누님의 빈자리가 너무 크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인간으로 죽는 게 낫지 않겠니? 난 이미 나이가 충분히 들었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봐왔지.”


수많은 각성자들은 자신들의 삶을 비관하거나 스트루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살했다. 그리고 아닌 자들도 오래 살기는 참 힘들었다.


설단의 말처럼 바넘이 아니었다면 이춘봉이나 박만운도 일찍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오랜 기간 유지해 온 그룹이 마지막을 고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


일단은 머콘을 바로 다시 합류시키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설단은 조심스럽게 머콘에게 이야기했지만 머콘은 쿨하게 그러라고 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베르는 별일 없을 테니까.”


설단의 불안해하는 표정에 머콘은 덧붙였다.


“아니 내가 걱정하는 건 베르가 아닌데...?”


“어차피 그걸 해결할 것은 베르니까요.”


설단은 처음에 바넘이 머콘을 봤을 때 자기와 비슷한 계열이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설마 바넘의 빈자리를 메우는 게 머콘일까?


“흐음~. 우리 귀염둥이 아주 귀여워 죽겠다니까.”


콧노래를 부르며 흐뭇한 미소를 띠고 있는 머콘을 보면 바넘처럼 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덕분에 머콘이 없이 4명으로 팀을 짜서 들어갈 수 있었다.


“각성계는 어때?”


“... 힘들어.”


페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베르가 처음으로 네 명이나 같이 들어왔을 때는 이춘봉, 박만운, 그리고 설단과 같이 들어왔을 때였다. 하지만 지금의 구성은 전부 자신처럼 새로 들어온 각성자들로만 되어 있었다.


“뭐... 스트루프는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는 측면이 있으니까.”


나름대로 선배 같은 역할을 하며 뿌듯해하고 있는 베르를 뒤로 하고 티그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요새 자주 등장하는 ‘이상 단차’가 아닐까?”


“왜요?”


“저기를 봐.”


티그가 가리킨 곳에는 전투의 잔해 같은 것이 존재했다. 이번에 들어온 각성 단차가 엄청 하얗고 밝은 곳이라 더 눈에 띄었다.


“우리는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누군가 먼저 와서 전투가 있었다고?”


“... 그러게요. 이상하네?”


“악마를 때려잡을 정도의 각성자인데 우리와 연결이 안 된 사람일까?”


“그건 저도 모르죠.”


다들 약간은 불안한 채로 마치 눈 쌓인 것처럼 하얀 벌판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소라가 문득 이야기했다.


“스트루프면... 지금이 어둡다는 이야기일까?”


“그건 좀 웃기네.”


“뭐가?”


“밤이 무서운 건 어두워서 무서운 건데 이렇게 밝아서야 밤이 무섭진 않겠다는 거지.”


“... 반대로 말하면 낮에 들어오면 어두울 수 있는 걸까?”


그러고 보면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어두운 각성계를 들어온 기억이 없었다.


“... 우리가 항상 밤에만 활동하고 있는 거였나?”


갑자기 페스가 입을 열었다.


“각성계를 논리적으로 너무 생각하지 마. 스트루프 걸린다.”


조금씩 머리가 아파오던 과정에 그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마워.”


“이 재킷도 좋고, 이 헤드셋도 좋긴 한데... 그래도 개개인의 정신상태가 더 중요할걸.”


평소에 말이 없던 페스는 각성계에 들어오고 나서는 잔소리가 늘었다.


이런 것도 본인 각성의 영향일까?


“나의 침묵이여. 나의 진실의 궤도에 당신을 올려 무게의 저울추를 맞추노니 그 무게를 되돌려 심장을 겨눌 칼날을 만든다. 새겨듣지 않는 자에게 죽음을.”


... 나만큼은 아니어도 꽤나 중2병스러운 각성주문이었으니까.


다만 본인의 이야기로는 자신은 강화계에 가깝다고 하는데 아직 같이 손발을 맞춰본 적이 없으니 천천히 알아갈 일이었다.


“뭔가 있어!”


소라의 말에 다들 전방을 주시했다.


멀리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다.


“... 인간형?”


각성계에서 만나는 인간형은 언제나 각성자들을 긴장시켰다.


상대방도 점점 가까이 오다가 일행을 발견했는지 움찔 놀라더니 걸어오는 속도가 줄어들었다.


그런데...


“... 현우 군?”


“어...?”


“목자가 된 것입니까?”


어머니가 다닌다던 교회에서 자신과 상담했던 그 ‘주’의 목자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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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세대 교체 23.03.20 11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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