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완주를 끝마칠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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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amer
작품등록일 :
2023.02.28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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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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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6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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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미노 (1)

DUMMY

“난리도 아니네.”


하늘이 예고 없이 호우를 퍼붓는다. 거리를 누비던 언니와 나는 후다닥 지붕 아래로 피신했다. 애가 탄다. 주인을 기다리는 편지가 세 장이나 있는데. 이제 막 정거장을 벗어난 시점에 발이 묶여버리다니.


“비가 언제 그칠까?”


“글쎄...”


어림잡아 보려고 손바닥을 뒤집어 비가 내리는 방향으로 내밀었다. 몇 초도 안 되어 파여있는 손금 새로 이슬이 맺혔다. 나는 손등 곳곳에 생겨난 소탈한 강가를 옷자락에 털어냈다.


“한동안 계속 내리지 않을까.”


“그래 보이지? 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윤지야.”


“어디 가게?”


“슈퍼 여기저기 들려보려고. 우산을 사올게.”


“같이 가지.”


“한 명만 맞으면 되지, 둘 다 맞아야 할 필요는 없잖아? 자. 가방 좀 매고 있어.”


언니는 둘러맨 집배원 가방을 내게 인계했다. 나는 언니가 그러했던 것처럼 가방을 어깨에 걸친 다음, 안에 있는 지갑을 꺼냈다.


“너무 많이 맞지 마. 감기 걸릴라.”


“최대한 노력해 볼게. 근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언니는 아담한 손을 덧대 꾀죄죄한 살결의 우산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이에 의탁한 채 빗속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정처 없이 기다리는 것이 여간 따분하다. 그렇다고 몸을 어설프게 움직여댔다가는 젖어버릴지도 모를 노릇이었기에, 나는 산만해진 눈알만 이리저리 굴렸다. 자고로 빗물이 추적이는 거리라 하면 특유의 정취를 뿜어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이번에 우리가 하차한 도시는 유래없이 삭막한 곳이었다.


개성 없이 똑같은 복장의 사람들. 그들의 손에 쥐어진 주인들처럼 획일화된 우산. 골판지 같은 아스팔트로 따닥따닥 지어진, 심하게 절도있는 빌딩들. 이 동네에 불규칙한 거라고는 건물이나 바닥 사이사이마다 그어진 아스팔트의 균열이 전부다. 사람과 풍경, 심지어는 날씨마저 맥이 빠져있는 동네다. 이런 곳에서 무슨 정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


시간이 빨리 흘러가길 바란다. 비가 그치거나, 서둘러 언니가 돌아왔으면 한다. 그렇게 여기던 중.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한 아이가 시야를 사로잡았다. 외적인 요소는 이곳의 주민들과 별다를 게 없었지만, 행동거지가 심히 괴랄했다.


지붕 배수로 파이프를 타고 빗물이 콸콸 쏟아진다. 나와 같은 부류의, 아니 정상인 사람이라면 이 배수되는 물줄기를 피해 우회하기 망정이다. 그 아이는 달랐다. 물줄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마를 들이밀어 빗물을 한 톨이라도 더 많이 얼굴에 묻히려 했다.


아이의 면면을 살폈다. 폭우에 가려 치밀하게 관찰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나보다는 어리다. 아직 철이 덜 들어 물놀이라 생각하고 즐기고 있는 건가 추측해 봤다. 하지만 그건 아닌 듯하다.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마치 인고해내려는 수련자 같았다.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아이를 쳐다봤다. 그러나 이내 지나쳐가기만 할 뿐. 아무도 아이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다들 관심을 베풀기보다는 자신의 용무가 먼저였다.


나는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건지 묻고 싶기도 했고, 걱정되어 말리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이 험난한 빗속을 헤쳐가야 하기 마련이다. 만약 그래 버린다면, 나를 젖지 않게 하려던 언니를 배신하는 게 돼버린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밖에 없다면서 자기합리화를 했다. 그러자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어쩌면, 인정머리 없이 지나가는 이들과 나는 다를 바가 없을지도.


“어우! 진짜 엄청 쏟아지네!”


정신이 팔려있던 사이. 언니가 돌아왔다. 하나의 우산만 든 채로. 언니는 지붕 밑에 들어와 내게 우산을 건네고는 물을 머금은 치맛자락을 쥐어돌려 짰다. 그러자 천이 머금은 물기가 방울방울 피어났다.


“언니. 너무 젖었다. 괜찮아?”


“까짓거 말리면 되지.”


“우산은 하나만 사왔네?”


“다 팔리고 하나밖에 없더라. 이것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겨우 사온 거야. 얼른 가자. 사람들이 기다리겠다.”


나는 언니와 어깨를 맞대어 그 사이에 우산을 걸친 채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우산의 크기가 어중간했던 탓인지, 빗방울이 왼쪽 어깨를 툭툭 두드려댄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다니기에는 충분하다. 대여섯 발자국 정도 뗐을 무렵. 나는 고개를 돌려 아이를 쳐다봤다. 여전히 물줄기와 씨름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나는 아이를 가리켰다.


“언니. 쟤 좀 봐.”


“응? 어머. 왜 저런데?”


“모르겠어. 아까부터 저래. 가서 물어보면 안 될까?”


“그러지 뭐.”


언니가 내 의견에 동의했다. 우리는 발을 맞춰 아이를 향해 걸었다.


퍼붓는 비 때문에 희미하게만 비쳐지던 아이의 모습이 선명해져 간다. 남자아이다. 나보다 한 뼘 정도 작은 어린아이. 목이 늘어난 티셔츠. 대책 없이 산발한 머리. 엉성하게 묶인 신발 끈. 가꾸기 버거워하는 나이대. 아이의 옆에 다가간 나는 나긋한 어조로 말을 건넸다.


“애. 왜 비 맞고 있어?”


내 질문은 소년의 눈길을 끌어냈지만 대답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소년은 멍하니 있다가 우리가 한참을 서성이고 나서야 입을 벌렸다.


“나?”


“너 말고 여기에 애가 누가 있어? 왜 맞고 있냐니까?”


“왜 다들 비를 피할까?”


맥락 없는 문장에, 나는 어디서부터 우리의 소통이 어긋나버린 건가 고뇌했다. 하지만 아무리 되새겨봐도 그럴 만한 게 없었다. 겨우 4마디를 나눈 게 전부다.


“뭔 헛소리야?”


“어떤 나라는 비가 오던 말든 간에 맞고 다닌대. 근데 왜 여기 사람들은 비가 오면 왜 다들 피하려 하는 걸까? 그냥 맞으면 되잖아.”


“축축해서 기분 나쁘잖아.”


“겨우 그게 다야?”


“샤워해야 하기도 하고.”


“비누칠하는 거 빼면, 비 맞는 거랑 샤워하는 거랑 다를 게 없지 않아?”


“...옷을 세탁해야 하는 거? 입은 채로 말리면 옷에서 냄새나.”


“또?”


다른 사유가 뭐가 있을까 끙끙대던 중. 고개를 가로저었다. 얘기가 점점 본질을 떠나간다. 아이를 상대하기 막막했던 나는 언니의 어깨를 콕콕 찔렀다.


“사람들이 비를 피하는 이유가 뭔지 나는 알아.”


“뭣 때문인데?”


언니는 내 뒷덜미에 팔을 두르고 아이에게 접근해 밀착했다. 그리하여 아이에게도 우산이 씌워졌다. 이 얄팍한 우산 하나가 세 명이나 보호하게 될 줄은.


“감기 걸려. 네가 아프면 네 주위 사람들이 슬퍼할 거야. 그러니까 몸에 무리 가는 짓은 그만 두는 게 어때? 왜 비를 맞고 있는 거야?”


“네 말대로 열이 펄펄 나도록 아프려고.”


“그러니까 왜?”


“...할 일 없어? 나 좀 내버려 둬주면 안 돼?”


“싫어. 네가 그만둘 때까지 여기 있을 거야. 내가 동생이 셋이나 있거든? 그중에 둘째가 네 또래인데, 너랑 걔랑 겹쳐 보여서 그냥 두고 갈 수가 없네.”


소년은 언니의 오지랖을 거부하려는 듯 우산 밖으로 나왔다. 그래도 언니의 걱정이 유효하긴 했던 건지, 소년은 파이프 물줄기와 동화되려는 생각을 접은 듯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디가?”


언니가 묻자 아이는 뒤를 돌아 우리를 쳐다봤다. 그러나 금세 휙 돌아서 버리고는 홀로 빗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미적거림이라고는 없는 우직함에, 우리는 아이를 데려다준다는 구상도 하지 못하고 놓아줘 버렸다.


“이상한 아이네. 그치 윤지야?”


“응.”


더 엮인다 한들, 소년이 왜 그런 짓을 했는가에 대한 이유는 캐내지 못할 것이다. 소년은 그만큼이나 소통이 난해한 개체였다. 우리는 소년을 향한 관심을 접고 수령인을 찾는데 몰두했다.








****








초록색 대문. 그 옆에 개재돼있는 133-1 명패. 확신이 든 언니는 벨을 눌렀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마중 나오는 이가 없자, 언니는 기다리다 못한 나머지 문을 탕탕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계세요! 만나 뵈러 왔어요! 저기요?”


언니의 떠들썩한 메아리가 동네에 퍼진다. 이때 나는 약간 식겁했다. 왜 소란이냐는 둥, 시끄럽냐는 둥. 다양한 반향이 우리에게 이끌릴 거라 여겼다. 다행히도 이런 근심이 무색하게 나서서 항의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잠잠한 주택가에 사는 사람들은 그러한 분위기 만큼이나 적막했다.


잠시 후. 요란스럽게 열린 대문 틈새 사이로 아주머니 하나가 우산을 쓴 채 스믈스믈 기어나왔다.


“안녕하세요!”


“미안하구나. 벨이 고장나서 온 줄 몰랐네. 그런데 너희는 누구니? 처음보는... 아. 그래. 안녕. 신기루 마차에서 왔구나.”


“네! 편지 왔어요.”


“이리 줄래?”


언니는 가방에 있는 편지를 꺼내어 내밀었다. 아주머니는 팔꿈치를 절묘하게 구부려 우산을 상체에 거치시키고 나서 편지를 받아들였다.


속삭임 편지의 봉인 아주머니의 손길에 의해 풀렸다. 고대하던 시간이다. 우리에게는 일상의 한 부분이지만, 누군가는 4년 동안 그리워한 일순이다. 어린 날과 조우하게 된 어른들은 속삭임 편지를 읽을 때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때마다 나는 그들의 미소에 매료되어 절로 행복해졌다.


그런데 이번 수령인의 태도는 그전에 받은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 건조하다 못해 냉랭했다. 분주히 움직이는 눈동자는 분명 편지를 낭독해가고 있었으나, 입꼬리는 감흥이 없다는 듯 일체 미동이 없었다. 나는 아주머니가 왜 그리 메마른 건지 사고해봤다.


세월은 고스란히 흔적을 남긴다. 이 집 같은 경우에는 담장이 유독 그랬다. 온통 순백으로 색칠되었을 벽은 그간의 파란 때문인지 드문드문 벗겨지거나 일어나 있었다. 일부는 무언가에 의해 누리끼리하게 변색해 있기까지 했다. 이 담장 만큼이나 아주머니의 동심도 혼탁해진 것일까?


“저. 여기에 오래 사셨나요?”


“오래 됐지. 한 30년?”


“원래 이런 분위기의 도시인가요? 삭막하고...”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단다. 안 그랬으면 왜 이곳에 세 명이나 내렸겠니? 그때는 참 희망찬 도시였어.”


“어쩌다 이렇게 돼버린 건가요?”


“급속도로 발전하다가 정체되면서 기조가 달라진 거야. 한창때는 조금만 노력해도 무언가를 가질 수 있었단다. 지금은 그랬던 시절과 거리가 멀지. 아무리 노력해도 잘 사는 데는 한계가 있어.”


“가지다뇨? 어떤 걸요?”


“살면서 가지기 힘든 것들 있잖니. 집이나 차같이 비싼 거.”


“그렇군요. 그런데 발전이 정체됐다는 게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요.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시면 안될까요?”


“저도 궁금하네요.”


아주머니는 애송이들에게 도시가 지녔던 과거의 영광들을 어떻게 구전해야 하나 막막해했다. 그러다 정리를 마치고는 입을 열었다.


“여기는 밭이었어. 별다른 노하우가 필요 없는, 씨앗을 뿌리기만 하면 작물이 쑥쑥 자라나는, 그런 곳이었지. 우리는 이곳이 평생 그럴 줄로만 알았어. 그래서 꿈을 갖고 이곳에 정착했지. 하지만 아니었어. 땅에는 수명이 있었고, 그 수명이 결국 다해버렸어. 수확량은 현저히 줄어들었고, 당장 먹고 살기 급급해졌지. 꿈을 꿀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린 거야.”


“그래도 그렇지. 여기 사람들은 남한테 너무 무관심한 거 같아요. 아까 어떤 남자애가 비를 퍼맞고 있었는데 아무도 걱정해주지 않더라구요.”


“아무것도 가질 수가 없게 된 어른들은 그런 모습이란다. 지친 사람은 남을 위로해주지 못하거든. 자기 자신부터가 위로받는 게 절실한 입장이니까.”


“그럼 다른 나라나 도시로 이주하면 되잖아요.”


“이미 자리 잡은 곳을 떠나기란 매우 힘든 일이란다. 너희들도 나중에 마차에서 독립하게 되면 알 거다.”


당연히 그리될 거라는 듯한 암시는 우리룰 불쾌하게 만들었다. 발끈한 언니는 으름장을 놓듯이 말했다.


“아뇨! 저희는 아주머니와 달리 평생 신기루 마차에서 살거에요! 기장님이랑 약속했거든요!”


쏘아붙이듯 굴어대는 언니와 대조되게, 아주머니는 가소로운 듯이 응수했다.


“네 말대로 되길 응원해주마. 아무튼, 편지 고마워 애들아.”


아주머니는 기장님의 편지를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녀는 이내 회신용 편지지를 꺼내어 뺨에 찰싹 붙이고 속삭여댔다. 개인사란 지켜줘야 하는 법이기에, 우리는 귀를 막고 아주머니를 등졌다.








****








다음 날. 언니와 나는 다시 마차를 나섰다. 전달돼야 하는 편지는 세 통. 이 중에서 한 통이 아직도 임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제 두 명을 찾아내는 데만 해도 온종일 혈안이 되었었다. 이런 관계로, 우리는 일찍 끝내고 돌아가고 말리라는 자만을 하지 않았다. 그랬었는데, 정작 배송이 끝난 건 점심도 채 되지 않은 이른 오전이었다.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복귀했다. 그러던 중에. 또다시.


“여긴 진짜 왜 이따위인 거야?”


비가 내렸다. 이번에도 우리는 우산을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 ‘어제 그렇게 당해놓고 왜 오늘도 안일했는가?’에 대한 항변을 하자면, 신문 일기예보에는 분명 오늘 비가 오지 않을 거라 적혀있었다. 마차에서 나오는 길에 먹구름이 잔뜩 낀 걸 목격하긴 했으나, 우리는 철석같이 그 말을 믿었다. 그래서 빈손으로 나왔고, 배신당했다.


“그러게. 정말 너무 한 거 같아.”


어제처럼 지붕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이전 날보다 빗방울이 굵고 따갑다. 억수로 쏟아진다는 말이 가당찮을 정도의 폭우다. 우산을 사러 갔다가는 젖는 수준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앓게 되지 않을까.


“오늘은 여기서 같이 기다리자 언니. 급한 일도 없잖아.”


“그래야 겠지... 어? 아이고. 쟤 또 저러네.”


“누구?”


“어제 걔.”


나는 언니가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허리를 꺾었다. 대로변에 강직하게 버티면서. 소년은 장대비와 홀로 맞서고 있었다. 먼젓번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긴 하나, 훨씬 가까운 거리였기에 분별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언니는 소년이 자중하길 바라며 소리쳤다.


“야! 그러지 말래도!”


들렸을 것이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였으니까. 하지만 소년은 귀가 없는 고목이라도 된 것처럼 언니의 청을 무시했다. 답답해진 언니는 소년을 모욕했다.


“야! 이 바보야!”


효과가 있었다. 아이는 움찔해하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우리를 발견하고는 자신을 가리켰다. 언니는 응당 네가 아니겠냐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아이는 바로 옆의 구조물로 들어가 버렸다. 주민센터였다.


“쟤 저기는 뭐하러 들어갔지?”


“그러게? 저기서 뭘 배우나?”


“으음...”


언니는 팔짱을 끼고 얕은 신음을 냈다. 그 짧디짧은 사색 후에는 제안을 했다.


“윤지야. 가까운 거리인데... 우리 한 번 뛰어서 들어가 볼까?”


“홀딱 젖을 텐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궁금하잖아.”


구미가 당긴다. 하지만 비를 맞기는 싫다. 나는 갈팡질팡하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갈등이 유구해져 가던 그때. 언니가 박차면서 지붕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가자!”


예견치 못한 행위에, 나는 무심결에 언니를 따라 지붕을 벗어났다. 그렇게 우리는 주민센터까지 이를 악물고 달렸다. 내가 살면서 겪어 온 사람들 중 가장 괴짜였던 지하. 그의 유년기와 마주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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