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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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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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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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원정을 떠나다 (3)

DUMMY

카일이 잠시 나간 방.

이자벨라가 눈물을 훔치며 카일의 물건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닦았다.

마치 카일이 쓰던 모든 물건을 제 기억에 담으려는 듯.

그리고 그녀의 손끝에 닿은 지팡이.

이자벨라의 눈물 한 방울이 지팡이 위로 떨어졌다.


‘참 둘 다 꼴값을 떨고 앉아 있구나.’


다리아가 볼 때 둘이 보인 신파극은 아주 가관이었다.

카일의 선택이 이해는 갔다.

앞으로 그는 강해지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검이라곤 잡아본 적도 없는 이자벨라를 지키며 여행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다.

그리고 이자벨라.


'정작 본인도 그 재능을 모르는 것 같고.'


이자벨라는 보지 못했다.

그녀의 곁을 둥둥 떠다니는 반짝이는 정령의 모습을.


'저 정령이 관심을 보이다니. 재미있구나.'


글리셰 대륙에도 엄연히 정령술사가 존재한다.

물, 불, 바람, 바위, 땅의 정령과 계약해 그 힘을 빌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자벨라 옆에 둥둥 떠다니는 녹색빛 정령은 5대 원소와는 거리가 먼 정령이었다.


'하... 화장실은 정말 끔찍한데.'


다리아는 이번에도 괜한 참견을 하기로 결심했다.

카일과 이자벨라는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다. 다리아는 알고 있다. 고독이란 무서운 것이다. 비록 약한 사람 하나는 약한 힘을 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약한 사람 두 명은 강한 힘을 낼 수도 있다.


"얘야."


"꺄악!"


이자벨라가 허공을 여기저기 바라봤다.

이 방엔 분명 자신밖에 없는데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다.


"진정해라. 나는 지팡이에 봉인된 검성 다리아 카르밀이다."


이자벨라가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가끔 여성스러워지는 공자님의 행동과 말투.

카일은 그것이 저 지팡이에 봉인된 영혼이 빙의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물론 이자벨라는 쓰러지며 머리를 다친 거라 생각했지만.


“내 목소리가 들린다니 얘기가 빠르겠구나.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갑자기 저한테 말을 건 이유가 뭐죠? 운하는 건 뭐고?”


“카일과 함께 가고 싶으냐?”


"......"


그러고 싶단 말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이자벨라는 이 말을 뱉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중이었다.


"너에게 힘을 준다면 목숨을 건 여정에 동참할 것이냐?"


***


여정 준비는 빠르게 진행됐다.

두피팩은 챙기지 않았다.

어차피 머리도 제대로 감지 못한다.

그래서 이자벨라에게 베이킹소다와 식초, 맥주효모만 챙겨달라 했다.

이참에 성준오 시절 시도하지 못한 노푸를 시도해 볼 참이다.


"집문서, 받을 수 있을까요?"


이자벨라의 눈물은 어제로 끝났다.

오늘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착실하게 성을 나갈 준비에 매진했다.

내심 더 슬퍼할 줄 알았는데 빠르게 정신 차리고 준비하는 모습이 다행이면서도 서운했다.


"후후후후."


다리아는 뭐가 그렇게 기쁜지 계속 후후후 거리고 있었다.

하긴, 남정네 소굴에 갇혀 온갖 더러운 꼴을 겪다 세상을 여행한다 하니 오죽 기쁠까.


"으아아앙! 왜?! 싫어! 가지 마! 슬퍼! 싫어! 못가! 레이첼 두고 어디가! 으아아앙!"


반대로 레이첼은 내가 떠나는 날까지 매일 찾아와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다음 날.


똑똑똑.


"레이첼. 오라버니 인제 간다."


레이첼이 농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야 했다.

이건 레이첼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니까.


"레이첼. 건강하게 잘 있어. 밥 잘 챙겨 먹고."


마지막으로 얼굴 한번 보고 싶었는데 이건 좀 아쉽네.


끼익.


그때 문이 열리고 눈이 퉁퉁 부은 레이첼이 다가와 내 품에 안겼다.


"오라버니 성문까지 배웅해주는 거야?"


레이첼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자가 나가는데 마중 나온 사람이 길버트와 율리안 레이첼이 전부였다.

레이첼이 품에 얼굴을 파묻고 내 가슴께를 꽉 잡았다.


"공자님. 부디 몸 건강하 돌아오십시오. 그 재능이라면 쉽게 죽진 않을 겁니다. 하하하.“


길버트가 자신의 팔을 쓰다듬으며 얘기했고


"형님. 부디 몸 건강히 돌아오십시오."


그 다음 율리안이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우리 레이첼. 다섯 살 되니까 제법 무겁네?!"


"바보!"


내가 레이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라버니 이제 간다."


내 옷이 레이첼의 눈물에 눈물범벅이 됐고 그 눈물은 내 가슴을 한없이 따듯하게 만들어줬다.


"간다."


나와 인사를 마친 후 길버트, 율리안, 레이첼이 이자벨라와 인사했다.

레이첼은 이자벨라의 품에 안겨 꼭 놀러오라고 손가락까지 걸었다.

그걸로 인사는 끝이었다.


***


"......"


달리는 마차 안, 이자벨라가 말없이 땅만 쳐다봤다. 어색한 공기. 그래, 막상 이별의 시간이 오면 이렇게 되지. 세월의 정이라는 게 어디 그리 쉽게 땔 수 있나.

5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얼굴을 봤을 텐데.

카일의 몸에 깃든 영혼이 내가 아니라 카일 본인이었다면 이런 식의 이별은 상상도 못 했을 거다.


"이자벨라."


"네."


"1년이다. 1년 후엔 반드시 돌아올 거야."


"......"


"후후후후."


다리아는 여전히 후후후 거리며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얘 진짜 왜 이러지? 마차가 서서히 속력을 늦췄다. 샤를이 구해준 집이 이쯤이었나? 마차를 타고 제법 오래 달린 것을 보아 성에서 제법 먼 곳에 집을 준비해준 거 같았다.


"통과!"


어? 통과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더 외곽?


"통과!"


"통과!"


그렇게 통과 소리가 세 번 들렸다.

통과 소리가 세번 들렸다는 건 내성, 중간성, 외곽성을 통과했다는 건데?

잠깐 근데 통과 세 번이면?


"이자벨라?"


내가 설명을 요구하는 눈으로 이자벨라를 바라봤다. 이상하긴 했다.

이자벨라의 복장만 봐도 그랬다.

몸매가 드러나게 착 달라붙은 옷에 가죽 갑옷, 가죽 장화까지. 전형적인 모험가룩.

난 그저 마음만은 나와 함께하겠다는 퍼포먼스 메시지인 줄 알았는데.


"후후후후후."


얘는 진짜 미쳤나?

화장실에 방치해서 트라우마가 도졌나?

아까부터 계속 분위기 파악을 못하네?


"전 도련님의 시녀잖아요. 목숨만큼 소중한 도련님의 모발, 제가 지켜줘야죠."


"마차 세워!!"


마부가 나의 고함에 마차를 다급하게 세웠다.


"나와."


이자벨라는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줄 알는데 이렇게 무모하게 움직이다니.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


처음 카일이 성을 떠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아들레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그렇지. 내 아들 한번 이겼다고 뭐가 변하겠느냐.'


아비와 형님들이 떠났다.

더 이상 자신을 지켜줄 세력은 없다.

꼴에 살아보겠다고 탈출하는데 그 정도는 눈감아줘야지.

배는 다르다고 하나 표면상으로 어미 아닌가?

그래서 되도록 멀리 가 돌아오지 말라고 여행 자금도 두둑하게 쥐여줬다.


"어디로 향했다고?"


"브래넌이라 했습니다."


집사장의 보고에 아들레인의 표정이 묘해진다.


“브래넌?”


"스톤 남작령에 속한 곳으로 비옥한 곡창지대를 가지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거리로는 마차로 4일 거리입니다."


카일이 떠난다고 했을 때 아들레인은 몇 곳인가 장소를 추려놓았다.

아직 자르온가에 충절을 다하는 가신들.

아니면 전 공비의 가문일거라 생각했다.

근데 스톤 남작령이라고?


"스톤 남작은 어떤 사람이죠?"


"브래넌 출신으로 5년 전, 고블린과 오크의 무리가 마을을 습격했을 때 앞장서 이를 막아낸 맹장이라 들었습니다. 그때 그 공을 인정받아 왕께서 지금의 남작령과 작위를 하사하셨죠."


"우리 쪽 사람인가요?"


"어느 쪽도 아닙니다."


아들레인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가신들을 규합해 기르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예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니다.


'자신만의 세를 키우려는 것인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왜요?”


“브래넌으로 가는 길엔 칠리산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 칠리산?”


그제야 아들레인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어쩌면 칠리산을 차지한 주인이 카일을 습격해준다면 자신은 손대지 않고 코를 풀 수 있기 때문이었다.


***


공작령에서 조금 떨어진 숲속 입구, 내가 이자벨라를 설명이 필요한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이자벨라는 입술만 삐쭉 내밀고 발로 땅만 슥슥 그을 뿐이었다.


"집이랑 공방은?"


"집은 제 가족들이 살 거고 공방에선 제 동생이 일하기로 했어요. 혼자 살기엔 너무 넓었는데 잘 됐죠."


"이자벨라! 진짜 하...."


속 편하게 말하는 이자벨라에게 처음으로 답답함을 느꼈다. 꽃놀이나 하자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다.

시간을 지체할 수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블린들이 보리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을지 몰랐다.


"돌아가자. 너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게 됐어."


"허락도 없이 따라온 건 죄송해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공자님이 허락하지 않았겠죠."


"지금도 허락하지 않아. 이자벨라, 지금 내 마음이 얼마나 급한지, 너와 떨어지는 게 어떤 마음인지 알면서."


"얘야. 진정하려무나."


다리아가 열린 창문으로 우리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뭔가 좋을 때다 싶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 정말 속 뒤집히게 만드네?


"설마? 스승님이?"


"이자벨라는 이 여정에 꼭 필요한 존재다."


"맞아요. 제가 뭘 할 수 있는지 지금...."


"휘유~ 이거 이거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이 어디 꽃놀이라도 가시나 봅니다."


이자벨라 일로 가뜩이나 머리 아픈데 숲 입구에서 3류 엑스트라나 할법한 대사를 뱉으며 산적들이 나타났다.


스릉.


내가 칼을 뽑아 산적들을 겨눴다.


"어이쿠! 우리 공자님이 애인 앞이라 그런지 제법 세게 나오네?"


"파하하하! 아이고 무서워! 눈빛 봐라. 지리겠어~ 아주 지리겠어~"


"이자벨라는 들어가 있어."


"전 괜찮아요."


“하.... 지금 말싸움 할 시간 없으니까 빨리 들어가!!!”


"얘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리아의 영체가 내 정면으로 다가와 진지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사람 죽일 수 있겠느냐?"


순간, 칼을 잡은 손잡이에 땀이 맺혔다.


"어이구~ 우리 도련님이 검을 좀 배우셨나 봅니다. 얘들아. 도련님 대련 상대 좀 해드려라. 마부랑 도련님은 죽이고 여자는 생포해라. 간만에 밤이 즐겁겠구나."


"예! 형님!"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이 명령하자 산적 4명이 먼저 달려왔다.

최전방, 박도를 든 돼지가 나에게 달려들었는데.


푸슛


"컥!"


목에 순식간에 바람 구멍이 났다.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진 나도 안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세계.

길을 나서는 순간 이 정도는 각오했다.


"이 새끼가!"


방패로 내 머리를 후려치려던 대머리는


스걱.


보법으로 다가가 순식간에 목을 그었다.

녀석의 몸이 무너지는 순간


"이 녀석! 움직임이 기묘하다! 조심..."


뒤를 보며 동료에게 조언을 날리던 창지기는


팟.


심장에도 구멍이 났다.


챙!


그때 검을 뽑고 달려온 우두머리가 보법을 밟는 경로를 가로막으며 검을 휘둘렀다.

투박한 검술이었지만 많은 실전 경험을 말해주듯 검로가 비열하고 요사스러웠다.


"여자부터 잡아!"


우두머리가 나를 붙잡은 사이, 뒤에 있던 거한이 쿵쿵 소리를 내며 이자벨라에게 달려갔다.


"도련님은 나랑 대련해야지."


우두머리의 검이 내가 밟을 보법의 방향을 집요하게 쫓았다.

빨리 가야 하는데 마음이 점점 조급해졌다.


"이자벨라!"


촤악!


내가 한눈판 사이 녀석의 검이 허벅지를 베고 지나갔다.


"눈앞에 적을 똑바로 봐아죠. 공자님."


녀석은 내 조급함 때문에 생긴 빈틈을 정확히 공략했다.

이자벨라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 조급해졌다.

이래서 안 데려오려고 한 건데.


"후우."


심호흡을 뱉은 후 온 정신을 눈앞의 산적에게 집중했다.


“이자벨라 조금만 버텨줘. 바로 구하러 갈 테니까!”


그 순간,


치이이익.


"크악!"


살점 타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거한의 비명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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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얻은 것과 잃은 것 (1) 23.05.08 398 5 12쪽
25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4) 23.05.07 384 4 11쪽
24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3) 23.05.06 391 5 12쪽
23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2) 23.05.05 406 5 12쪽
22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1) 23.05.04 443 4 12쪽
21 처음 얻은 이명(異名) (3) 23.05.03 438 4 12쪽
20 처음 얻은 이명(異名) (2) 23.05.02 434 4 13쪽
19 처음 얻은 이명(異名) (1) 23.05.01 455 4 12쪽
18 용병단을 이끌다 (3) 23.04.30 470 5 11쪽
17 용병단을 이끌다 (2) 23.04.29 463 4 12쪽
16 용병단을 이끌다 (1) 23.04.28 503 4 12쪽
15 브래넌으로 가는 길 (3) 23.04.28 486 5 11쪽
14 브래넌으로 가는 길 (2) 23.04.27 480 4 11쪽
13 브래넌으로 가는 길 (1) 23.04.26 499 4 12쪽
12 원정을 떠나다 (4) 23.04.25 530 4 11쪽
» 원정을 떠나다 (3) 23.04.24 512 4 12쪽
10 원정을 떠나다 (2) 23.04.24 536 4 12쪽
9 원정을 떠나다 (1) 23.04.24 55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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