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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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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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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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교입니다만? (3)

DUMMY

익숙한 거리.

익숙한 상황.

익숙한 그녀.


“베인! 어쩐 일이야?”


그녀를 또다시 술집에서 만났다.


“소년이 남자가 됐나 궁금해서. 내가 반말을 허락한 남자가 위기라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어야지.”


“나도 소년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연상은 드물어.”


“다른 여자들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네?”


베인은 뭐랄까?

거칠지만 의외로 편한 느낌을 주는 여자였다.

세 보이지만 친해지고 나면 잘 받아주는 누나 같은 느낌?


“카일님 이분은 누구세요?”


모든 것이 다 신기한 호기심 소녀 조이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아. 소개할게요. 이쪽은 붉은뱀 용병단 단장 베인. 이쪽은 엘프 조이님. 저기 길바닥 돌 툭툭 차는 분은 릴리.”


“노아 가문의 여식도 모자라 엘프라니. 내가 보통 남자랑 일했던 게 아니구나.”


“그렇지. 베인은 에티오티아까지 무슨 일로 왔어? 정말 나 보러 온 건 아닐 테고.”


“우리 다 칼밥 먹는 사람들인데. 전쟁의 냄새가 나는 곳에 용병이 꼬이기 마련이니까. 이왕 싸울 거면 마음에 드는 남자 편에서 싸워야지.”


“나. 지금 돈 별로 없어.”


“다른 걸로 줘도 되는데?”


베인이 한 걸음 더 다가와 끈적하게 내 볼을 쓰다듬었다. 이자벨라가 없는 게 천만다행이다.


“호오. 여자는 마음에 드는 남자의 볼을 쓰다듬는다.”


조이는 쓸데없는 거 하나하나를 다 기록하고 있었고 릴리는 베인이 부담스러웠는지 멀찍이 거리를 벌렸다.


“베인. 혹시 암흑가 정보상에 대해 아는 거 있어?”


“암흑가 정보상. 그건 왜?”


“베인도 내가 스티븐을 납치했다 생각해?”


“그럴 리가. 아하~ 범인도 모르고 정보도 없구나?”


베인이 요~요~ 귀여운 녀석 보소? 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알아? 몰라.”


“원래는 아무나 소개해주지 않는데 이건 빚으로 달아둘까?”


“생각 잘해. 내 목적은 범인을 찾아내 영지전을 막는 거니까. 그렇게 되면 헛걸음하게 된 걸지도 몰라.”


“너한테 빚 하나 받아내는 거면 남는 장사지.”


“그럼 안내해줘.”


내 제안을 받아들인 베인이 조이와 릴리를 빤히 바라봤다.


“만나러 가는 건 카일과 나 2명만 한다.”


“검증된 사람만 만날 수 있다. 그런 겁니까? 지인을 소개하는 것도 한 명만. 그게 운영 방식이겠군요. 아무나 다 알면 정보상도 정보상 나름의 가치가 떨어지니까.”


조이는 베인이 말한 의도를 단박에 이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동안 전 어디 있으면 될까요?”


베인이 불편했던 릴리도 제안을 냉큼 받아들였다.


“둘이 괜찮겠어?”


“공작령인데 무슨 일이 생기겠어요. 저도 마법사고 조이님도 약한 분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맞아요. 제가 릴리님 지켜줄 실력은 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오케이. 그러면 중앙 광장 분수대에서 저녁에 만나요. 이자벨라랑 같이 저녁 식사하게.”


조이는 그새 궁금한 게 생겼는지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사라졌다. 릴리는 힘 좋은 반려동물에게 끌려가듯 조이의 뒤를 따랐다.


“부단장.”


잠시 후 험악한 인상에 등에 할버드를 맨 거한이 나타났다.


“애들 사고 치지 않게 잘 감시하고 있어.”


“어디 갑니까?”


“데이트.”


말을 마친 베인이 팔짱을 끼며 가슴을 내 밀착했다.


***


베인이 데려간 곳은 말 그대로 평범한 밥집이었는데 늦은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많았다.


“치킨 스튜로 2인분.”


“이게 암호야?”


“아니. 데이트. 일단 먹자.”


김이 모락모락 일어나는 스튜를 한 숟갈 떠먹자 온몸에 따스한 온기가 퍼져나갔다.


“맛집이네!”


“그렇지?”


베인이 나를 귀엽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스튜를 다 먹은 후, 주인장의 딸로 보이는 소녀가 접시를 치우기 위해 다가왔다.


“음식은 입에 맞았나요?”


“너무나. 주인장 좀 볼 수 있을까? 성의를 표시하고 싶은데.”


말을 마친 베인이 쟁반 밑으로 보이지 않게 금화를 찔러 넣었다.


“잠시만요.”


소녀가 손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금화를 챙겨 떠났다.

잠시 후, 이 가게의 주인으로 보이는 푸근한 인상의 아저씨가 손을 닦으며 주방에서 나왔다.


“음식이 입에 맞으셨다고?”


“네. 레시피를 알 수 있을까요?”


일순 반짝이는 주인장의 눈빛.


“레시피 말씀이시죠? 따라오시죠.”


주방장이 우리를 2층으로 안내했다.

2층은 주인장 가족들이 거주하는 평범한 공간이었다.


“신원부터 확인하겠습니다.”


베인이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마나를 주입하자 나타나는 까마귀 문양.


“원하는 정보는?”


지금 보니 정보상의 무서움은 지극한 평범함에 있었다. 빈민가를 돌고 돌아 지하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야 그들을 만날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버젓이 도로 한복판에서 영업하다니.


“무언가를 숨기는 최고의 방법은 숨기지 않는 것이다.”


내가 주인장을 보며 얘기했다.


“그런 셈이죠.”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엔 여러모로 위험부담이 컸다.

아니 어쩌면 암흑가에 발 담그고 있는 이들이 가장 밝은 양지에 있으니 나름 꼭꼭 숨은 건가?


“그래서 원하는 정보는?”


“윌리엄 테일러 자작의 차남 스티븐 테일러의 행방. 우리 공자님이 지금 납치범으로 억울하게 몰린 상태거든. 얼마나 걸릴까?”


“1달은 금화 한 닢. 1주일은 금화 10닢.”


내가 그 자리에서 금화 50닢이 담긴 주머니를 내려놨다.


“3일로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돈은 금화 30닢만 가져가겠습니다. 우리 가게도 브래넌에서 나는 밀을 사용하거든요.”


“나머지는 회원가입 비용으로. 부족한가요?”


주인장이 난처하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회원가입은 제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심사에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어떻게?”


“3일 안에 행방을 찾지 못하면 회원가입 해주는 걸로. 명색이 정보상인데 저도 그 정도 보증은 받아야죠.”


“... 알겠습니다.”


일을 마친 뒤 가게를 나와 식당 외관을 여기저기 살펴봤다.


“외관에 표시했다고 알 수 있으면 그게 암흑가 정보상이겠어.”


“그것도 그렇네. 어디서 지내?”


“내 방으로 오려고? 침대가 크긴 한데. ”


“삐걱거리나?”


“그럴지도.”


“마음에 드네.”


식당을 나와 베인이 묶고 있는 숙소에 방을 잡았다. 베인이 묶는 숙소는 삐걱거리는 침대를 둘 정도로 허름했는데 방금 거금을 쓴 나에게 딱 적당한 가격의 숙소였다.


“공자님~”


이자벨라가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모험가 복장이 아닌 평복을 입은 수수하고 단아한 모습이었다.


“근데 이 여자가 여긴 왜?”


청순한 모습과 그렇지 못한 목소리.

이자벨라의 목소리가 독을 머금은 듯 싸늘해졌다.


“우연히 지나가다 만났어. 아니다. 운명인가?”


이자벨라가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설명해보라는 섬뜩한 눈빛.


“영지전이 발발하면 우리 측에서 싸워주려고 왔데. 근데 베인 덕분에 영지전도 막을 수 있을 거 같고.”


“아~ 맞다. 그거 아나? 우리 같은 곳에 머물고 있는데. 침대가 삐걱거리긴 하는데 나름 안락한 곳이야.”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요? 공자님?”


“이자벨라! 안 돼!”


갑자기 펑! 하며 나타난 포이즌이 이자벨라를 말렸다. 그녀의 몸에서 투기가 일어나는 느낌이었거든. 하지만 그런 것에 기죽을 베인이 아니었다. 베인은 그런 이자벨라가 재밌다는 듯 일부러 나에게 팔짱을 끼며 가슴을 밀착시켰다.


“우리 여태 이러고 다녔는데.”


“야.”


일촉즉발의 순간.

제발 아무나.

살려줘!


“카일님~ 저희 왔어요.”


저 멀리서 조이가 해맑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아. 이게 구원이구나.


달그락. 달그락.


식사는 비교적 조용히 마무리됐다.

식사를 마친 뒤 릴리와 조이는 따로 잡은 숙소로 돌아갔고 이자벨라는 기어코 내 방에 숙소를 잡았다.


“안 돼요.”


“난 되는데~??”


아니 그러니까 뭐가?


***


그리고 5일이 지났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었다.

좋은 소식은 카일이 정보상의 회원이 된 것이고

나쁜 소식은 그들이 스티븐의 행방을 찾지 못한 것이다.


“돈 들고 튄 건 아니지?”


“돈을 받았으면 반드시 정보를 구해주는 게 정보상의 원칙이다. 그만큼 꽁꽁 숨겼다는 얘기겠지.”


초조해지는 카일을 베인이 다독였다.

그 사이, 에티오티아에 불온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소문의 출처는 행상인이었는데 윌리엄 테일러 자작이 대규모 징집을 끝마쳤다는 내용이었다.


“카일 공자는?”


“도망친 거 아니야?”


“이 사람아! 보리의 수호자야! 공자님이 아니었으면 식자재값 폭등으로 다 문 닫았을 양반들이! 은혜도 모르고!”


“그러니까 그 보리의 수호자가 왜 코빼기도 얼굴을 안 비치냐고!”


그리고 소문은 흐르고 흘러 공비의 귀에도 들어가게 됐다.


“1주일 안에 범인을 찾아오겠습니다.”


금지옥엽 내 새끼를 피떡이 되도록 팼던 녀석이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오기로 한 포션도 갈취했으며 칼파도스의 목을 보낸 것은 물론 아비가 촘촘히 짜놓았던 거미줄도 뜯은 놈이다.


“아직 이틀···.”


하지만 그런 녀석이기에 이틀 안에 일을 해결할 거라고 공비는 생각했다.


‘내가 지금 그 녀석을 기다린단 말인가?’


항상 카일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이 공작가를 지켜주는 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공비였다.


“집사장.”


하지만 카일만 기다리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


“예. 공비님.”


“아버님에게 연락해주세요.”


***


“제기랄!!”


스티븐에게 요 1주일은 바닥 아래 지하가 있다는 걸 깨닫는 하루하루였다.

마적단을 동원해 복수하려던 자신의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그것도 모자라 손과 발이 결박돼 영지로 보내지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여기까지가 바닥.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지하로 납치했다.


“얌전히 있어라.”


나인데일 백작가의 기사로 보이는 남자가 한 마디만 남긴 채 자신을 이곳에 데려왔다. 스티븐은 잠자코 기다렸다. 나인데일 백작가의 눈 밖에 나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건 망종인 자신도 아는 사실이다. 근데 시간이 지나도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6일째 되던 밤


스윽.


창문을 통해 몸에 착 달라붙은, 암살대원이 입을 법한 옷을 입은 여인이 다가왔다. 그녀는 특이하게도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리고 양손에는 곡도를 들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그저 이름 없는 순례자입니다. 스티븐 테일러 님 맞습니까?”


“네. 제가 스티븐 테일러입니다.”


“종교가 어떻게 되십니까?”


갑자기 이 무슨 뜬금없는 질문이란 말인가?


‘이제는 사상 검증인가?’


스티븐은 정석적으로 대답했다.


“유바르교입니다.”


신성 왕국 헬리온은 ‘태양신 유바르’를 섬긴다.

게다가 유바르 외에 다른 신은 이단이요 이를 섬기는 게 걸리면 화형에 처하는 무시무시한 단일 종교 국가다.


“루나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루나교.

태양신과 대척점에 서 있는 ‘달의 신 루나’를 섬기는 종교다.


“당연히 이도교라 생각합니다.”


“당신도 빛은 선. 어둠은 악이라는 편협한 생각을 갖고 있군요.”


순례자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어둠을 밝히는 달의 신 루나 님. 이렇게 또 한 명 보냅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그를 품어주소서.”


“어? 뭐야? 왜 그래?”


순례자가 곡도를 올리며 천천히 걸어갔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고통은 찰나입니다.”


순례자가 스티븐의 목을 향해 곡도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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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얻은 것과 잃은 것 (1) 23.05.08 398 5 12쪽
25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4) 23.05.07 384 4 11쪽
24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3) 23.05.06 391 5 12쪽
23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2) 23.05.05 406 5 12쪽
22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1) 23.05.04 443 4 12쪽
21 처음 얻은 이명(異名) (3) 23.05.03 438 4 12쪽
20 처음 얻은 이명(異名) (2) 23.05.02 434 4 13쪽
19 처음 얻은 이명(異名) (1) 23.05.01 455 4 12쪽
18 용병단을 이끌다 (3) 23.04.30 470 5 11쪽
17 용병단을 이끌다 (2) 23.04.29 463 4 12쪽
16 용병단을 이끌다 (1) 23.04.28 503 4 12쪽
15 브래넌으로 가는 길 (3) 23.04.28 485 5 11쪽
14 브래넌으로 가는 길 (2) 23.04.27 480 4 11쪽
13 브래넌으로 가는 길 (1) 23.04.26 499 4 12쪽
12 원정을 떠나다 (4) 23.04.25 530 4 11쪽
11 원정을 떠나다 (3) 23.04.24 511 4 12쪽
10 원정을 떠나다 (2) 23.04.24 536 4 12쪽
9 원정을 떠나다 (1) 23.04.24 555 4 12쪽
8 맞아야겠지? (4) 23.04.24 551 4 12쪽
7 맞아야겠지? (3) 23.04.24 551 5 12쪽
6 맞아야겠지? (2) 23.04.24 569 5 12쪽
5 맞아야겠지? (1) 23.04.24 684 6 12쪽
4 회수하지 못한 떡밥 (3) 23.04.24 70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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