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40,358
추천수 :
455
글자수 :
668,135

작성
23.05.11 22:00
조회
366
추천
4
글자
12쪽

얻은 것과 잃은 것 (4)

DUMMY

“......”


릴리는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아프니까 살살해줘.”


“조금만 참으세요. 공자님.”


스윽. 스윽. 스윽.


“아!”


머리가 탈락한다.

그리고 이자벨라가 탄식한다.


“어때?”


“좋지 않아요.”


붉어진 두피.

또다시 얇아진 머리카락.

카일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도대체 무슨 얘길 하는 거야?’


이 상황이 어이없는 릴리.

하지만 차마 물을 수 없었다.

그러기에 이 둘은 너무 진지했다.

아니 심각했다.


“마나 때문인가?”


“그런 거 같아요.”


“포션은?”


“오늘내일해요.”


“저기. 포션이라면 제가 몇 개 드릴 수 있는데.”


대화의 틈을 찾던 릴리가 ‘포션’이란 단어에 반응해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아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하지만 입을 모아 거절하는 카일과 이자벨라.


‘머리가 빠진 게 왜? 나도 자고 일어나면 엄청 빠져있는데. 당연한 현상 아닌가?’


카일이 들었으면 ‘이래서 풍성충들이란’이란 말을 들을 만한 얘기였다. 하지만 릴리는 눈치 있는 여자. 자신의 감상을 입 안으로 삼킬 줄 아는 여자였다.


‘아! 머리카락으로 병의 경증을 알아보는 건가?’


릴리에겐 이쪽이 더 타당해 보였다.

세상에는 신관이나 약초, 의사가 치료할 수 없는 병이 무수히 많고 증상도 천차만별이다.

어쩌면 머리가 빠지는 건 병으로 인한 부작용일 수 있었다.


‘불치병이구나.’


릴리가 카일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빛이 거슬리는 카일.


“화이팅이에요.”


‘뭐를?’


“오늘은 집중 캐어로 해야 할 거 같아요.”


“응. 부탁할게. 포션은 아끼지 말고 다 부어줘. 다시 사면 되니까.”


“...... 알겠어요.”


카일의 머리를 보는 이자벨라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말할 수 없어.’


카일의 뒤통수에 새끼손톱만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원형탈모다. 하지만 이자벨라는 말할 수 없었다. 머리에 민감한 카일이다. 이 얘기로 다시 마음을 쓴다면 두피의 상태는 악화 될 수 있다.


‘설령 점점 커지는 눈덩이를 외면하는 일일지라도.’


***


씻고 잠을 잔 뒤 음식을 충분히 먹은 릴리는 어느 정도 살아난 모습이었다. 그녀가 어느 정도 안정된 뒤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재차 그날의 일을 물었다.


“그러니까 사절단 임무를 받고 평야를 지나고 있었는데 광마의 습격을 받아 호위대와 마법사는 전멸하고 릴리님만 살아남았다는 얘기죠?”


“네. 제가 예쁘장하게 생겨서 노예로 팔아버린다고 했어요. 그랬다가 오우거에 습격받았고.”


뭐지? 이 뻔뻔한 자기 자랑은?

물론 객관적으로 봐도 릴리는 예쁘장하게 생겼다. 풍성한 노란색 머리칼에 파란 눈. 흰 피부까지. 뭇 남성들이 지나가면 한 번쯤 돌아볼 법한 외모다.


“왜 오우거가 들판으로 내려온 걸까요?”


“고블린 슬레이어. 아마 그 사람 때문일 거예요.”


에?

갑자기?

내가 왜?


“그게 오우거랑 무슨 상관이?”


이해가 안 되는데?


“오우거의 주식이 고블린이거든요.”


내 표정을 읽은 릴리가 친절히 설명해줬다.


“그러니까 로드랑 오우거가 서로 견제하는 사이였는데 로드가 죽으니까 오우거가 날뛰기 시작했다?”


“날뛰었다기보다 로드 아래 결집했던 고블린이 사라져서 배가 고파진 거겠죠.”


이게 또 이렇게 연결되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그녀의 모습을 보라.

사절단이 웬 말인가?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건 정양이다.


“중요한 임무예요. 저 혼자라도 가야죠.”


아. 자네도 쉬운 성격은 아니구나.


“공자님.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기라도 하죠.”


우리 이자벨라는 마음씨도 곱다.


“엘프의 숲으로 갑니다.”


이자벨라의 말을 들은 노아가 냉큼 대답했다.


“엘프의 숲이요?”


아니. 이게 또 이렇게 된다고?


“엘프들은 숲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외지인을 숲 안으로 들이지도 않는다 들었는데?”


사실 이게 우리의 제일 큰 문제였다. 다리아가 육체를 가지고 있다면 일이 쉽게 풀릴 수 있었겠지만, 그녀는 영체 상태. 우리도 맨땅에 해딩하는 마음으로 가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되면 우리한테도 일은 수월해진다. 역시 사람은 이래서 착하게 살아야 하는 건가 보다.


“선대 노아 가문의 가주께서 산적 단에 납치된 엘프를 구해준 적이 있거든요. 뭐 사실 그것보다 스승님이 엘프라 숲에 출입할 수 있는 증표를 주셨어요.”


-한 철부지 엘프가 바깥세상을 동경해 숲을 빠져나와 산적들한테 납치됐는데 이를 구해준 마법사가 샘물을 받았다는 얘기였죠.


어라?


“혹시 정화의 샘물을 받았다는 선조가?”


“네. 우리 조상님이었어요.”


“물어볼 게 있습니다!”


내가 다짜고짜 손을 잡으며 몸을 들이밀자 릴리가 당황했다.


“공자님!”


내 손바닥을 찰싹 치는 이자벨라.


“아. 죄송합니다.”


“아니. 뭐. 괜찮습니다. 그래서 궁금하다는 게?”


“정말 정화의 샘물을 마시면 앓던 병이 낫고 주름진 피부가 펴지며 빠졌던 머리가 새로 납니까?”


“아···.”


그런 눈 하지 마.

동정은 돈이나 주면서 하던가.

풍성충이 그런 눈으로 보는 건 기만이야.


“조상님은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는데 정화의 샘물을 먹고 몸이 좋아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긴 해요. 치료에 대한 기록은 그 정도였고 우리 가문은 보유하고 있던 마나가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걸 집중적으로 기술했죠.


“그럼, 이번에 사절단으로 가시는 이유가? 혹시 정화의 샘물 때문에?”


만약 그런 일이라면 목숨을 구해준 대가로 정화의 샘물을 요구해도 되지 않을까?


“너 혹시 목숨을 구해준 대가로 정화의 샘물을 요구할 셈이냐?”


이런 건 귀신같이 알아채는 다리아다.

아 귀신 맞나?


“아니요. 라프타에 초빙할 신임 강사를 부탁하려고 가는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릴리가 말끝을 흐리며 나를 바라봤다.

아···. 이런 경우면 열에 아홉은 부탁하는 내용이던데.


“지금 바로 영지로 돌아가실 건가요?”


“아니요.”


“그럼 혹시 사절단으로서 함께 가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드릴게요. 사례는 섭섭하지 않게 해드릴게요. 노아 가문의 명예를 걸고.”


“아. 엘프의 숲이라니. 예정에도 없던 일이 생겼네요.”


이자벨라와 다리아가 나를 사기꾼 쳐다보듯 바라봤다. 가만히 있어봐. 다 생각이 있어서 그래.


“우리가 왜 그래야 하죠?”


“얘야? 이게 무슨 병신같은 짓이냐?”


‘이미 저쪽에서 지고 들어온 계약이에요. 받을 수 있는 이득은 극대화해야죠.’


“대단하구나. 참 대~~단해.”


다리아가 몹시 띠꺼운 표정으로 빈정댔지만 그래봤자 가랑이 사이에 끼워두면 얌전해진다.


“당신을 구한 건 귀족가의 자제로서, 기사로서 응당 해야 했던 일이죠. 하지만 엘프의 숲까지 호위하는 건 다른 일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이자벨라까지 함께 움직인다면 그 비용은 더 크게 발생할 거고요.”


내 정론에 릴리가 쉽사리 반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그녀가 노아 가문의 사람인지도 나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근데 어떻게 내 부탁을 덜컥 들어준단 말인가.


“상급 마나 정수는 어떻습니까?”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왕립 마법 아카데미 수강권도 포함해 주시죠.”


자고로 협상이란 안 되도 질러보는 게 원칙이다.


“그건···.”


릴리가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마나 정수야 그렇다 쳐도 라프타는 개나 소나 들어갈 수 있는 아카데미가 아니다.

자격이 주어진 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샤대의 느낌이랄까?


“이렇게 하시죠. 마나 정수를 최상급 마나 정수로 바꾸고 수강권은 라프타에 가서 다시 얘기하는 걸로. 이 이상은 저도 힘듭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며 그녀에게 악수를 요청했다.


“네. 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릴리. 아가야. 세상 사는 게 다 그런 거야. 악수가 끝난 뒤 릴리가 나에게 포션 한 병을 건네줬다.


“저기···. 말하기 힘든 병에 걸린 거 같은데 이건 그냥 계약금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말하기 힘든 병?

그래.

어디 가서 쉽게 말하기 힘든 병이지.


“힘든 여정이 되겠지만 잘 부탁드려요.”


“괜찮습니다. 엘프의 미모는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또 하나의 보상이죠.”


찰싹.


“아 그냥 조크야. 조크.”


***


다음 날, 여행에 가기 전 처리해야 할 일을 빠르게 처리했다. 마적단 토벌 완수와 오우거 사냥을 용병 길드에 보고했다. 마을 사람들이 건 보상금은 내가 갖게 됐는데 그 대신


“잘하셨어요.”


오우거의 시체를 마을 사람들에게 넘겼다. 오우거의 가죽만으로도 보상금은 충당하고 남을 터였다.


“아깝지 않아요?”


“지금은 시간이 더 중요하니까. 그리고 저 정도 훼손 상태면 팔지도 못하겠다.”


말을 타고 지나가며 들판에 쓰러진 오우거의 시체를 바라봤다. 그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몸 여기저기 자상과 상처가 보였다. 녀석도 광마와의 전투 데미지를 안은 채 나와 싸웠던 모양이다.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게 천운이었구나.”


이게 다리아의 총평이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온전한 오우거였다면 아무리 오러를 발현했다 해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다.


“엘프의 숲으로 가는데 주의할 점이 있을까요? 엘프들은 인간들의 접근을 싫어한다고 들었거든요.”


이자벨라가 콧김을 뿜뿜했다.


“제 옆에 찰싹 붙어있어야 해요. 엘프의 숲 입구만 가도 화살비가 쏟아질 테니까.”


“엘프들은 예쁘겠죠?”


찰싹.


“또!”


이자벨라가 다시 한번 내 등짝에 맘스터치를 한다. 아니 남자라면 궁금한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김석영도 엘프의 외모는 공들여서 묘사했고.


“제가 모시는 스승님만 봐도 소문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긴 하죠. 나이가 400살이 넘었는데도 아직 40대의 외모를 갖고 계시니까요.”


“사부님은 인간에게 호의적인가 봅니다?”


“인간에게 호의적이라기보단 엘프 사회에 환멸을 느꼈다는 게 맞겠죠. 로드가 폐쇄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니까요.”


“유연하지 못한 정책은 결국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지.”


로드의 정책도 이해는 갔다. 이 세계에서 엘프는 신비에 쌓인 존재다. 그렇기에 암흑가에서 엘프를 사로잡기 위해 혈안이 됐다. 여자 엘프가 노예 시장에 나오면 성 한 채 값을 받았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니까.


“근데 그런 엘프들이 과연 새로운 엘프를 내줄까요?”


나도 이 부분은 이자벨라의 생각과 같다.


“그 부분은 이미 얘기가 끝났다고 하더라고요. 이걸 보여주면 로드가 자기 제자를 내줄 거라고 했어요.”


릴리가 품에서 작은 단검을 꺼냈다.

살상용이라기보단 장식품에 가까운 단검.


“어?!”


평소 뭘 봐도 잔잔하기만 했던 다리아가 상기됐다.


‘왜요? 봤던 검이에요?’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구나.”


‘아는 엘프예요?’


“알다마다. 그 녀석이 내 영혼을 옮겨줄 녀석이니까.”


‘흠.’


뭔가 다행이면서도 김빠지는 소식이었다. 다리아의 영혼을 이동시켜줄 엘프의 위치를 확보한 건 행운이었지만 그렇다면 굳이 엘프의 숲에 갈 이유가 없었다.


“하아~”


나도 모르게 한숨을 뱉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릴리는 이동하며 연신 우리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모르는 사람을 끌어들인 게 미안했던 모양.


“괜찮습니다. 이자벨라.”


“네?”


“이번에 만나게 될 엘프, 여자일까? 예쁠까?”


짝!


“매를 벌어요. 아주.”


그래.

좋게 생각하자.

어떤 엘프가 우리를 맞이할까?

예뻤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우리가 엘프의 숲 앞에 도착했을 땐


피이융~ 솨아아아!


하늘에서 쏟아지는 1000개의 화살이 우리를 맞이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무교입니다만? (4) 23.05.15 336 4 12쪽
32 무교입니다만? (3) 23.05.14 353 4 12쪽
31 무교입니다만? (2) 23.05.13 364 4 13쪽
30 무교입니다만? (1) 23.05.12 364 4 12쪽
» 얻은 것과 잃은 것 (4) 23.05.11 367 4 12쪽
28 얻은 것과 잃은 것 (3) 23.05.10 370 4 11쪽
27 얻은 것과 잃은 것 (2) 23.05.09 399 4 12쪽
26 얻은 것과 잃은 것 (1) 23.05.08 398 5 12쪽
25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4) 23.05.07 384 4 11쪽
24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3) 23.05.06 391 5 12쪽
23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2) 23.05.05 406 5 12쪽
22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1) 23.05.04 443 4 12쪽
21 처음 얻은 이명(異名) (3) 23.05.03 438 4 12쪽
20 처음 얻은 이명(異名) (2) 23.05.02 434 4 13쪽
19 처음 얻은 이명(異名) (1) 23.05.01 455 4 12쪽
18 용병단을 이끌다 (3) 23.04.30 470 5 11쪽
17 용병단을 이끌다 (2) 23.04.29 463 4 12쪽
16 용병단을 이끌다 (1) 23.04.28 503 4 12쪽
15 브래넌으로 가는 길 (3) 23.04.28 486 5 11쪽
14 브래넌으로 가는 길 (2) 23.04.27 480 4 11쪽
13 브래넌으로 가는 길 (1) 23.04.26 499 4 12쪽
12 원정을 떠나다 (4) 23.04.25 530 4 11쪽
11 원정을 떠나다 (3) 23.04.24 512 4 12쪽
10 원정을 떠나다 (2) 23.04.24 536 4 12쪽
9 원정을 떠나다 (1) 23.04.24 555 4 12쪽
8 맞아야겠지? (4) 23.04.24 551 4 12쪽
7 맞아야겠지? (3) 23.04.24 551 5 12쪽
6 맞아야겠지? (2) 23.04.24 569 5 12쪽
5 맞아야겠지? (1) 23.04.24 684 6 12쪽
4 회수하지 못한 떡밥 (3) 23.04.24 702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