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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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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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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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얻은 것과 잃은 것 (3)

DUMMY

저자는 광마인가?

아닐 거다.

그도 그럴게 저 몸으로 말을 탄다고?

휘영청 밝은 달 아래 내 눈에 보이는 건 사람이 아니라 거인인데?


우지끈.


칼파도스도 철창은 맨손으로 못 뜯을 텐데? 그럼, 저건 새장이고 안에 갇힌 존재는 작은 새란 말인가? 아닌데? 안에 사람이 있는데?


우릉!


그래. 맞네. 사람.

마법사였네.

그럼, 저건 뭐야?


“오우거구나.”


다리아가 침음했다.

산중의 왕 오우거라니.


“오우거는 산에 살지 않나요? 여기까진 왜?”


“내가 묻고 싶은 게 그거다. 이자벨라.”


“배가 고파서겠지.”


“아니 배고프면 산에서 사냥을 해야지 왜 여기까지 내려와!”


히이이이잉.


근처에 도망쳐 나온 말이 보였다. 녀석의 위엔 피 묻은 안장이 있었는데 말을 타고 도망치던 와중에 변을 당한 거 같았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일단 사람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나?


“크르르르! 우어!!!!”


녀석은 화가 잔뜩 난 모양이었다.

새장 속 먹이가 반항해서 그런가?

아니면 그녀가 날개를 펴고 도망쳐서 그런가.


“얘야! 조금 더 빨리!”


“서두르고 있다고요.”


그녀와 나의 거리가 아슬아슬했다.


촥! 촥!


주인 잃은 말을 모질게 채찍질했다.

미안하다.

근데 일단 사람은 살리고 봐야지.


휘익.


후웅.


간발의 차였다.

밀려오는 풍압을 통해 알 수 있다.

저건 맞는 순간 즉사다.


“히이이이잉!”


말도 그걸 느꼈나 보다.


“진정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말을 쓰다듬은 뒤


“실례하겠습니다.”


번쩍.


보쌈하듯 안고 있던 그녀를 안장 앞에 앉혔다. 살펴보니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마나는 고갈이요, 몰골은 초췌하고, 안색은 창백했다. 마나 탈진 상태로 여기까지 뛰어온 게 용했다.


“누구?”


나는 고민했다.

여기서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보리의 수호자라고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쿵쿵쿵쿵.


자기소개가 끝난 뒤, 먹이를 뺏긴 오우거가 얼굴이 시뻘게져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얘야. 도망가라. 지금의 너로선 오우거를 상대할 수 없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저건 상식이 통하지 않는 괴물이다.

지금 내 실력으로는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수준.


“우오오!!!”


쿵! 쿵! 쿵! 쿵!


알았어.

미안해.

줬던 밥 뺏는 건 매너가 아니지.

하지만 너한테나 밥이지 나한텐 인간이라서.

배도 볼록 튀어나온 녀석이 욕심은 많아가지고.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마적단과 용병단이 싸우던 중에 오우거가 난입했어요.”


“그리고 전멸?”


“네. 둘 다 전력 타격이 컸거든요. 광마가 최후까지 저항했지만 소용없었어요.”


칼파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 광마도 오러 유저다. 녀석은 그걸 알고 광마가 지칠 때까지 기다렸다 습격했다.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실로 영악한 녀석이었다.


“이거 따돌리는 것만으로도 일이겠는데.”


“공자님!”


이때 어디서 말 한 필을 구해온 이자벨라가 내 옆으로 붙었다.


“저쪽에 숲이 있어요. 거기에 몸을 숨기죠.”


“확인.”


이쪽은 마을 방향이다.

마을 사람들이 휘말리게 할 수는 없다.


쿵. 쿵. 쿵. 스윽.


내가 방향을 틀며 오우거를 유인하려 할 때 녀석이 발걸음을 멈췄다.


씨익.


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나에게 보내는 조소.

녀석의 표정이 말해줬다.


뻔해.


“설마?”


내 예상이 맞았다.

녀석은 영악했다.

마을을 향해 달리는 녀석의 등이 그 증거다.


“이런 씨발!”


고삐를 틀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분. 몇 서클인가요?”


“4서클이요.”


“마나는 충분합니까?”


“잠깐만 명상할 시간을 벌어주면 4서클 마법 한 번은 쓸 수 있게 만들어 볼게요.”


“속성은?”


“5대 원소는 다 다룰 수 있어요.”


최악 속 그나마 희망적인 사항을 발견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말 몰 줄 아시죠?”


“네?”


“몰라도 모세요.”


말이 오우거의 지척에 도착했다.

녀석의 등이 보이는 순간


탓.


검을 뽑으며 도약했다.


후웅.


내 기습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몸을 틀어 몽둥이를 휘두르는 오우거.

하지만


“나도 예상했다!”


쾅!!


검과 몽둥이가 부딪치며 내 몸이 날아갔다.


휘리리릭. 타닷.


나는 공중제비를 돌며 충격을 상쇄했다.


“클클클클”


한 번의 몽둥이질로 녀석은 내 실력을 파악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쪼갰다.


“저, 저, 싸가지 없는 표정 보소.”


“얘야. 어쩔 생각이냐?”


“녀석이 마을 쪽으로 달리는데 어떡합니까? 막아야죠.”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놈도 칼파도스랑 같은 부류예요. 자만과 방심. 가능성이 있다면 거기에 걸어야겠죠.”


녀석은 아무 방어 자세도 취하지 않은 채 나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선공을 양보한다는 느낌.


“그리고 만약 안 되면.”


내가 뒤를 돌아봤다.

이자벨라가 마법사가 탄 말의 고삐를 잡고 함께 멀어지고 있었다.


“도망가야죠!”


말이 끝남과 동시의 녀석의 복부로 파고들었다.


낄낄낄.


녀석은 몽둥이를 어깨에 둘러멘 채 아무 방어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퍽!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역시 오러가 없으면 오우거의 피부를 뚫을 수 없다.


후웅!


녀석이 몽둥이를 내리쳤다.

맞는 즉시 즉사할 위력.


“얘야···.”


“몸은 넘기지 않을 겁니다.”


다리아가 입을 다 떼기도 전에 제안은 거절했다. 고블린 로드 때야 기절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다리아에게 몸을 맡기는 건 서로에게 좋지 않다.


“공자님! 합류할게요.”


“왜 왔어? 도망가지 않고?”


“어떻게 그래요. 포이즌!”


치이익.


“크르?”


오우거가 간지러운 표정으로 이자벨라를 바라봤다.


“네 검은 나무 막대기요, 포이즌의 독은 뜨거운 우유구나.”


다리아.

지금, 이 상황에 문학적인 감상이 나와?


“허억.. 허억.. 허억···.”


그 사이, 곧 죽어가는 마법사가 합류했다.

아니, 도망가라고 벌어준 시간에 다 재발로 돌아오네.


“공자님. 방법이 있을까요?”


“이렇게 된 거 도박해봐야지.”


“도박이요?”


“일격필살.”


일반적인 검이라면 뚫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자벨라. 마비 독을 준비해줘. 피부는 뚫을 수 없으니까 호흡기로 들이마실 연기 형태로.”


“얼마 가지 못할 거예요.”


“찰나면 충분해. 그리고 마법사님. 가장 강한 얼음 마법을 준비해줘요. 목표는 녀석이 몽둥이를 들고 있는 오른손.”


“알겠어요.”


내가 작전을 지시하는 동안에도 녀석은 그저 가만히 있었다. 역시. 녀석의 오만함 속에 승리의 해답이 있다.


“후우···.”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뱉으며 마나 하트에서 마나를 뽑았다. 작은 샘물이 혈맥을 타고 흘렀다. 칼파도스와의 전투 이후 계속해서 검에 마나를 주입하는 연습을 했다. 혈맥을 타고 흐른 검을 손바닥으로 유도한다.


틱. 틱. 틱.


마치 불이 붙지 않은 라이터 같다.

검을 타고 올라가던 오러가 주변으로 산화한다.


“낄낄낄낄.”


녀석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지금 마음껏 비웃어라.


틱. 틱. 화륵. 틱. 틱. 화륵.


시간이 지나도 맺히지 않는 오러.


“얘야.”


그때, 어두운 길에 이정표를 밝혀주는 다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을 썼을 때의 감각을 기억해라.”


1서클 라이트.

서클을 회전해서 손에 모은 마나를 퍼트린다.

슬립도 마찬가지.


잠깐 퍼트린다고?


“마나는 그 자체만으로 빛이 될 수도, 불이 될 수도, 검이 될 수도 있다. 어떤 형식으로 구현하냐의 차이일 뿐.”


다리아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마나 하트에서 나온 마나를 검이 아닌 서클에 주입했다.


키잉.


2개의 고리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손으로 모였다. 그리고 술식이 아닌 검 그 자체에 마나를 흘려보냈다. 그러자


파앗!!


눈을 뜨자 안개처럼 푸르스름한 기운이 검을 감싸고 있었다.


***


“크륵?”


처음엔 호기심이었고

다음엔 조소였다.

마지막은 농락.

오우거에게 자신의 눈앞에서 살고자 발악하는 인간을 감상하는 건 하나의 유희였다.


파앗.


하지만 검을 든 녀석이 갑자기 오러를 뽑아냈다. 그제야 찾아온 위기 감지 신호.


척.


카일이 발을 뒤로 빼며 검을 어깨 위로 치켜들었다. 카일의 몸 자체가 활시위에 올려진 화살이 됐다.


쿵. 쿵. 쿵. 쿵.


오우거와 카일 사이의 거리가 줄어든다.


“포이즌! 마비 가스!”


포이즌이 오우거의 면상에 독무를 내뿜었다.

그와 동시에 카일의 신형이 안개처럼 사라졌다.


멈칫.


아주 찰나의 순간, 독무를 들이마신 오우거의 몸이 멈췄다.

그리고


팟.


안개에 가려졌던 카일의 신형이 오우거의 눈앞에 나타났다.


“쿠어어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거리다. 심지어 녀석은 공중에 뜬 상태. 오우거가 몽둥이로 카일을 후려치려는 순간,


“아이스 월!”


갑자기 솟은 얼음벽이 오우거의 방망이를 막았다.


쾅!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음벽이 방망이에 무참히 부서지는 순간


“프리즌!”


얼음벽의 파편이 오우거의 팔에 달라붙어 녀석의 팔을 서서히 얼렸다.


‘절공검 제2식.’


‘바위 뚫기!’


카일의 검이 무방비 상태의 오우거에게 향한다.


푸욱!


카일의 검이 오우거의 눈을 뚫는다.


“됐다!”


하지만


!!!!!


오우거는 그 찰나의 순간, 카일의 검에 반응했다. 눈은 뚫렸지만, 뇌까지 찌르려는 카일의 검이 오우거의 손에 막혔다.


대롱대롱.


카일이 오우거의 몸에 매달린 상태가 됐다.


“으어어어!”


쿵.


눈을 통해 전해지는 격통에 오우거가 무릎을 꿇는다.


“죽어!”


두 발이 땅에 닿은 카일이 온 힘을 다해 검을 밀어 넣는다.


쩌적 쩌적.


그 사이, 오우거의 팔을 감싸고 있던 얼음이 산산이 조각난다.


“공자님!”


절체절명의 상황.

이자벨라가 카일에게 달려가려는 순간.


“오지마!”


카일이 그녀를 제지했다.


“낄낄낄.”


오우거가 웃었다.

너는 끝났다는 듯.


“이 새끼가 또 쪼개네. 야. 그거 아냐?”


검을 잡고 있던 카일이 왼쪽 손을 뗀다.

그리고


“라이트닝 볼.”


왼손으로 전기가 튀는 구를 만든다.


“크륵?”


사건의 심각성을 느낀 오우거가 몽둥이를 휘두르려 한다. 하지만


멈칫.


오른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움찔.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


처음에는 얼음 때문에 세포가 마비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츠츠츠츠츠.


광마와의 전투에서 생긴 오른팔의 상처. 그곳을 통해 이자벨라와 포이즌이 마비 독을 주입하고 있었다.


파지지직!


“잘 가라.”


그 사이, 카일이 라이트닝 볼을 검신 위로 떨어트렸다.


데구르르르.


뇌기를 머금은 공이 검신 위를 타고 들어간다.

그리고


파지지지지직!


눈에 닿은 라이트닝 볼의 전류가 신경세포를 타고 흘러가 뇌를 태웠다.


“쿠오오오!”


오우거의 머리가 검게 그을렸다.

그와 동시에


“어. 어.”


카일이 검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


쿵!


오우거가 쓰러지며


푹!


카일의 검이 녀석의 뒤통수를 뚫고 나왔다.


“아. 저 검 어떻게 뽑냐?”


전투가 끝난 뒤, 긴장이 풀린 카일이 주저앉았다.


“공자님? 괜찮으세요?!”


그런 카일을 부축하는 이자벨라.


“이야. 검에 오러를 담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네.”


카일이 자신의 발아래 누운 오우거의 시체를 바라봤다. 소드 익스퍼트에 진입한 보상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트로피였다.


씨익.


카일은 웃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경지를 밟은 것이다.

하지만


후둑,


카일은 보지 못했다.

피 묻은 들판 위에 떨어진 한 뭉텅이의 머리카락을.

얻는 만큼 잃은 것도 많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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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얻은 것과 잃은 것 (3) 23.05.10 370 4 11쪽
27 얻은 것과 잃은 것 (2) 23.05.09 399 4 12쪽
26 얻은 것과 잃은 것 (1) 23.05.08 398 5 12쪽
25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4) 23.05.07 384 4 11쪽
24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3) 23.05.06 391 5 12쪽
23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2) 23.05.05 405 5 12쪽
22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1) 23.05.04 443 4 12쪽
21 처음 얻은 이명(異名) (3) 23.05.03 438 4 12쪽
20 처음 얻은 이명(異名) (2) 23.05.02 434 4 13쪽
19 처음 얻은 이명(異名) (1) 23.05.01 45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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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용병단을 이끌다 (2) 23.04.29 463 4 12쪽
16 용병단을 이끌다 (1) 23.04.28 503 4 12쪽
15 브래넌으로 가는 길 (3) 23.04.28 485 5 11쪽
14 브래넌으로 가는 길 (2) 23.04.27 480 4 11쪽
13 브래넌으로 가는 길 (1) 23.04.26 499 4 12쪽
12 원정을 떠나다 (4) 23.04.25 530 4 11쪽
11 원정을 떠나다 (3) 23.04.24 511 4 12쪽
10 원정을 떠나다 (2) 23.04.24 53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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