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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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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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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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맞아야겠지? (4)

DUMMY

"퍽! 빡! 콰직! 퍽! 퍽!"


대결은 진즉에 끝났다.

하지만 카일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시선은 공비에게 머문 채.


'어찌 해석해야 하는가?'


부부는 혼란스러웠다.


'숨지 않고 드러내겠다는 의도인가?'

'자신을 정쟁의 도구로 쓰지 말라는 경고인가?'

'내 사람을 건드린 것에 대한 일벌백계인가?'


"여보!"


아들레인의 부름에 샤를이 정신을 차렸다.

카일의 의도가 무엇이든 지금은 이 상황부터 끝내야 했다. 율리안을 때려죽이려는 듯 주먹을 안 멈췄기 때문이다.


"쾅!"


샤를이 카일의 어깨 너머, 연무장 바닥을 조준해 파이어볼을 날렸다.


"대련은 여기까지. 승자. 카일 자르온."


대련은 샤를의 승리 선언과 함께 마무리됐다.


'혹 나를 배려한 것인가?'


지금의 그림은 퍽 괜찮았다.

공비의 요청으로 대련을 끝냈다.

승리는 카일이 챙겼다.

평소 말이 없고 심약했지만, 우둔한 자식은 아니었다.


“오늘 있었던 대련은 형제들이 절차탁마하기 위해 성사된 대련이었다. 두 사람은 오늘 일을 교훈으로 삼되 가슴에 담아두진 말아야 할 것이다.”


샤를은 알고 있었다.

이 둘은 절대 그냥 넘어갈 인물들이 아니다.

그래서 먼저 선을 그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까득!"


아들레인이 부러질 듯 이빨을 꽉 깨물었다.

율리안의 승리를 통해 아들레인의 아들, 더 나아가 타르칸 나인데일 백작의 손자가 후계자 자격이 있음을 과시하려 했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카일! 시녀를 꾸중한 건 로윈인데 어찌 쟤 동생에게 이리 모질게 화풀이하느냐. 로윈은 내가 엄히 벌하겠다. 그러니 너는···."


"허!"


카일이 더는 듣기 싫다는 듯 콧방귀로 공비의 말을 잘랐다.


“웃어?”


"순서가 잘못됐다 생각하지 않습니까?"


"뭐라?"


"이자벨라."


카일의 부름에 이자벨라가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며 나타났다.

그녀는 몸에 두른 붕대를 푼 상태였는데 옷으로 가렸음에도 군데군데 멍 자국이 보였다.


"이게 무슨!"


샤를 자르온이 질책의 눈빛으로 공비를 바라봤다.

이자벨라의 이마를 시작으로 목, 양 손목, 발목에 이르기까지 멍이 안 든 곳이 없었다. 그뿐인가? 곱고 예쁜 입술은 터지고 이마에도 멍 자국이 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 정도면 카일의 행동도 이해될 정도였다.


"벗어라."


카일의 명령에 이자벨라가 뒤로 돌아 샤를에게 등을 보였다.


"저! 저! 저!"


샤를이 자리에 박차고 일어났다.

회초리로 후려친 듯 낭자하게 퍼져있는 푸른 멍 자국.


"이게 정녕 로윈이 한 짓이란 말인가?"


샤를은 분노했고


"그렇습니다. 흉신악살이라 해도 모자랄 정도가 아닙니까."


카일은 차분히 대답했다.


"부인."


아무리 세가 기울었다고는 하나 공작가다.

공작가 안주인이 한다는 것이 고작 시녀의 드잡이질이라니.


"......"


아들레인이 샤를의 눈을 피했다.


"샤를. 로윈이 독단으로 벌인 일이네. 우리 딸을 그런 눈빛으로 보면 아비 된 자로서 영 보기 그렇군."


결국 가만히 지켜보던 타르칸이 짙은 안광을 뿜으며 샤를을 바라봤다.


"아니!!"


타르칸은 끼어들지 말라는 듯 카일이 재차 일갈했다.


"이 모든 것은 로윈의 독단이 아닙니다. 제 동생 율리안의 지시를 통해 이뤄진 일입니다."


마법구 너머 타르칸의 눈을 똑똑히 바라보며 대답한다.


"모함이다! 내 손주를 저리 잔인하게 매질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체면마저도 짓밟으려 하는구나!"


“저는 그럼 손주가 아닙니까?”


일순 말이 막히는 타르칸.


"그리고 증거가 왜 없습니까? 나와라."


연무장 입구로 로윈이 걸어 나왔다.


'저년이 저기 왜?'


"로윈. 묻겠다. 네가 이자벨라를 이리 만든 것을 인정하느냐?"


"인정합니다.“


아들레인과 타르칸의 얼굴이 동시에 구겨진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


"누구의 지시였느냐?"


로윈이 손으로 가리킨 곳에 피떡이 돼 쓰러진 율리안의 모습이 보였다.


***


사건 하루 전.


"잘 생각해라. 난 이번 대련에서 패배해도 반드시 너를 붙들고 넘어질 것이다. 그랬을 때 공비가 가장 깔끔하게 일을 마무리하는 방법이 뭘까?”


카일의 말에 로윈의 눈이 흔들린다.

로윈은 알고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제일 깔끔한 방법은 꼬리 자르기다.


“이미 목적을 이룬 공비가 왜 너를 비호해야 할까? 제 체면까지 깎아가면서?”


날카롭고 타당하며 설득력 있는 지적이었다.


“어떤 보상을 약속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약속은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들이 널 사람이라 생각할까?”


공비는 자신의 세력인 테일러 자작가의 방계와 혼인을 주선해준다고 했다.

근데 어째서 그 달콤한 제안보다 지금 눈앞에 카일의 지적이 더 가슴에 와닿을까?


“끝까지 충절을 지키다 버려지는 개도 나쁘지 않지. 어차피 개는 그런 존재니까.”


“내가 배신했을 때 나에게 돌아오는 건?”


“나가서 살 곳은 마련해줄게. 공비가 모르는 곳으로. 어때? 으르렁대기라도 해볼래?”


율리안 자르온이 찾아와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공비는 제 아들의 말도 안 되는 부탁을 어린아이의 땡깡인냥 금화를 쥐여주며 들어달라 말했다.


"로윈은 내가 엄히 벌하겠다."


그리고 상황이 불리해지자 카일의 말처럼 됐다.

제 아들 자존심 하나 챙기겠다고 10년이나 수발든 자신을 버렸다.


‘카일의 말이 맞았구나.’


"나와라."


그렇게 그녀는 선택했다.

자신을 버린 주인에게 으르렁거리기로.


***


'제 주인을 물어?'


10년을 먹여주고 재워줬다.

헌데 이제 와 키워준 주인에게 으르렁대다니.

점점 구겨지는 아들레인의 표정과 달리 카일은 웃고 있었다.


"절 질책하기 전 사과를 하는 게 먼저 아니겠습니까? 자식의 잘못은 곧 키우되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어미의 잘못. 어머님이 먼저 저에게 사과한다면 저 또한 동생이 깨어나는 대로 찾아가 사과하겠습니다. 가족간입니다. 사과가 그리 어렵겠습니까?"


'저놈이 감히!!!'


외통수였다.

함정을 판 건 자신이라 생각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카일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었다.


'어미가 자식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고 자식을 위해 부모가 뭔들 못해 주겠나.'


아들레인이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입술을 꽉 깨물며 서서히 고개를 숙인다.


"네 말이 맞다.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율리안을 대신해 사과하마."


가장 높은 곳에서 카일을 내려다보던 공비가 지금은 가장 낮은 곳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카일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길버트가 로윈에게 열쇠를 건넸다.


"옮길 거처를 마련하기 전까지 여기서 지내라."


"혹, 답은 언제 알 수 있겠습니까?"


"기다려라."


"... 알겠습니다."


3공자의 호위 기사가 사라진 후 로윈은 방문을 잠그며 생각했다.


'배신의 대가가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군.'


공작령 주도 에티오티아에 위치한 고급 여관. 로윈은 그 침대의 푹신함을 느끼며 생각했다.


'3공자의 옆에서 정보를 캐 공비님에게 넘기면 날 다시 받아줄지도 몰라.'


대련을 이겼다고는 하나 3공자에겐 뒷배가 없었다. 로윈이 생각하는 카일은 썩은 동아줄이었다.

이미 한번 한 배신이다.

두 번이라고 못 하겠는가?


"한동안 몸을 숨기며 정보를 모으자. 그 정보를 바탕으로 싹싹 비는 거야."


문 너머, 눈을 감고 팔짱을 끼고 있던 길버트가 이동했다.


***


“역시.”


“어떻게 할까요?”


"공비에게 들어가는 시녀에게 흘려라. 지금 로윈이 어디 있는지."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쉽다.

3공자에 정보를 넘겨주고 성의 실세 라인을 잡는다.

로윈이 아닌 누구라도 그렇게 할 터였다.


"알겠습니다."


길버트가 떠나고 난 자리.

이자벨라가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나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안 물어봐?"


"곱게 놔줄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이렇게 얼굴에 써 있는데요?"


같이 지내면서 느꼈지만, 이자벨라는 똑똑한 여자였다.

내가 필요하다 생각되는 건 미리미리 준비해놨고 이번에도 흥분한 나보다 더 냉철하게 상황을 지켜봤다.

무엇보다 한 번밖에 안 가르쳐준 두피 테라피를 기가 막히게 잘 해줬다.


똑똑똑


“누구세요?”


"공작님이 부르십니다."


"지금 간다고 전해줘."


샤를이 부를 거라곤 예상했다.

그 목적이 논공행상인지 누참마속인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


"4살이나 어린 동생과 싸우는데 어찌 이다지도 손속을 두지 않은 것이냐."


누참마속이었다.


"살기를 머금은 채 나인데일류 검술을 펼친 동생입니다.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말이 안 될 건 또 뭐가 있단 말입니까?"


"끝까지 말대답이구나."


항상 방에만 틀어박혀 제 아비 속을 썩이다 겨우 기어 나와서 한다는 짓이 동생을 줘 팬 일이라니.

샤를이 화내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 몸의 전 주인이 한 행동.


"아버지의 체면을 자식이 살려줬는데 할 말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난 너한테 혼날 생각이 1도 없단다.

잘했다고 포상을 내려도 모자랄 판에 도처에 깔린 공비의 눈 때문에 자식을 꾸짖어?


"전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처음 듣는 말이 앞으로 이자벨라에 관한 것은 걱정하지 말라. 내가 단단히 말해두겠다. 이런 내용인 줄 알았습니다."


"......"


저 봐. 생각도 안 했지.

동네 사람들! 여기 보세요!

여기 마누라 눈치 때문에 억울한 자식 혼내는 아빠가 있어요.


"제가 쓰러진 날, 8서클에 올랐다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꺼내 죄책감을 자극했다. 가문을 위해서라고는 하나 제 자식들을 저울에 올려 가치를 쟀고 그중 가장 값이 안 나가는 카일을 제물로 삼았다.

넌 카일을 보며 더 괴로워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반짝


저 태양 빛에 반사되는 반들반들한 정수리를 보라. 꼴에 대머리는 정력가라고 애는 다섯이나 낳아서 집안 단속 못 해, 그런 와중에 탈모 유전자는 물려줘.

도저히 좋게 볼 수 없는 놈이다.


"네 말이 맞구나. 뭘 원하느냐?"


이제야 말이 조금 통하네.


"이자벨라에 관한 건입니다."


"이자벨라는 앞으로 어떤 부당한 대우도 받지 않을 것이다. 공비도 그 정도 눈치는 있겠지."


끝까지 본인이 나선다는 말은 안 하네?


"그건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닙니까?"


"... 허면?"


***


"왔어?"


대면이 끝난 뒤 이번 사건을 일으킨 다리아가 나를 맞이했다.

갑자기 속에서 천불이 났다.

일 벌이는 사람(?) 따로 있고 수습하는 사람 따로 있나?


"3, 4일 더 수련한다고 바뀌는 건 없었을 거다."


"오늘보단 더 수월하게 이겼겠죠."


“반대다.”


“무슨 소리예요?”


“이미 네 재능은 율리안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에?

예상치 못한 답변이다.

탈모 직장인이었던 내가 이 세계에서는 검술 천재?


"전수해주마. 대륙을 발아래 둔 검술을."


"아 그 전에 앞으로 일주일간···."


"휴식은 없다. 앞으로는 보법뿐만 아니라 검술도 배워야 하니 더욱 정진해야지."


"무슨 소리입니까? 수련은 멈추지 않습니다. 이건 사부님에 관한 겁니다."


"음~ 어디 좋은 곳이라도 데려가려는 것이냐?"


"네. 좋은 곳이죠. 잠들 때마다 제 가랑이에서 따듯하게 주무시면 됩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냐?! 사부를 모욕하는 것이냐?"


"싸게 쳐준 겁니다."


똑똑똑.

그렇게 다리아와 공수죄괴를 논하고 있을 때 또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 진짜 누구야.

이젠 좀 쉬고 싶은데.


"카일. 안에 있느냐?"


말투마저 제 아비를 빼다 박은 첫째가 찾아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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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얻은 것과 잃은 것 (2) 23.05.09 399 4 12쪽
26 얻은 것과 잃은 것 (1) 23.05.08 398 5 12쪽
25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4) 23.05.07 384 4 11쪽
24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3) 23.05.06 391 5 12쪽
23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2) 23.05.05 405 5 12쪽
22 이게 다 안 맞고 커서 그래 (1) 23.05.04 443 4 12쪽
21 처음 얻은 이명(異名) (3) 23.05.03 438 4 12쪽
20 처음 얻은 이명(異名) (2) 23.05.02 434 4 13쪽
19 처음 얻은 이명(異名) (1) 23.05.01 455 4 12쪽
18 용병단을 이끌다 (3) 23.04.30 470 5 11쪽
17 용병단을 이끌다 (2) 23.04.29 463 4 12쪽
16 용병단을 이끌다 (1) 23.04.28 503 4 12쪽
15 브래넌으로 가는 길 (3) 23.04.28 485 5 11쪽
14 브래넌으로 가는 길 (2) 23.04.27 480 4 11쪽
13 브래넌으로 가는 길 (1) 23.04.26 499 4 12쪽
12 원정을 떠나다 (4) 23.04.25 530 4 11쪽
11 원정을 떠나다 (3) 23.04.24 511 4 12쪽
10 원정을 떠나다 (2) 23.04.24 536 4 12쪽
9 원정을 떠나다 (1) 23.04.24 555 4 12쪽
» 맞아야겠지? (4) 23.04.24 55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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